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하늘은 높고 바람은 상쾌한 가을이 성큼 우리 옆에 다가왔다. 아침 저녁 제법 선선한 바람이 오히려 긴 옷을 재촉하는 이 계절. 이러한 때가 되면 누구나 공부하기 좋은 철이 돌아왔다 이야기 하고 자신의 미진한 공부를 촉진하는 마음의 다짐을 하곤한다. 특히 수도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시간은 마음을 다잡고 정진하는 참으로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보통 공부라고 하면 누구나 으레 독서를 생각하고 책을 가까이하며 마음의 양식을 장만하고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양의 지식을 축적하기 위하여 피나는 노력을 하는 모습을 그리게 된다. 이러한 공부도 대단히 중요하고 사람은 이러한 공부를 통하여 좀더 나은 삶을 향한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유용한 수단이 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는 공부를 다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러한 지식 축적의 공부는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하고 어떠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는 데에는 한 몫을 담당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많은 지식과 기술, 일에 대한 역량 등이 우리에게 진정한 인생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그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한 조건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인생이 충분히 행복할 수는 없다. 역사를 보고 또 현실 진행되는 여러 가지 일을 보더라도 지식과 역량과 기술과 그 사람의 행복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느 경우는 그 반대인 경우도 허다하다. 자기가 가진 모든 지식과 역량을 다하여 사람을 해치고 사회를 해치고 평화를 파괴하는 일도 허다히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가 정말 공부해야할 중요한 과목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하겠다. 그것은 바로 마음이다. 마음은 나의 주인공이다. 그 마음이 올바로 되어있다면 모든 것이 다 올바라질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모든 것이 다 글러진다. 이 마음은 무형한 것이어서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이지만 사실 마음은 나의 행복과 가정의 행복, 나아가 이 사회와 인류의 행복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귀중한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공부 과목삼아 전 인류가 공부하는 때가 언제쯤 올 수 있을지…. /김주원 원불교 경인교구장
얼마전 신문에서 경기도의 올해 상반기 범죄발생건수를 접할 수 있었다. 5대범죄 강도, 강간, 절도, 살인, 폭력등의 범죄가 하루평균 236건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지난해 대비 6.4%가 늘어났다는 내용이었고, 경기침체 등으로 사회적, 심리적 불안요소가 가중되어 늘었다는 경찰청관계자의 분석이 덧붙여 있었다. 비단 통계적인 수치의 범죄가 늘었다는 기사 이외에도 올여름 무더위속에서도 온국민을 떨게 했던 희대의 살인사건, 검문경찰관 살인사건 등 온갖 강력 사건들의 소식에 불안한 마음과 우려의 마음을 감출길이 없다. 그런 기사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전과가 10범 이상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처음부터 잔인한 살인자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출소후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재범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출소직후에 그들에 대한 적절한 원호와 체계적인 지도가 따랐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여러 사회현상 중에 범죄와 관련된 분야에 유독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한국갱생보호공단과 인연을 맺으면서 부터이다. 서너달전 공단 수원지부 직원이 학원에 방문하여 공단에서 지도하고 있는 출소자 한사람을 학원에 위탁교육을 의뢰하였다. 그 직원은 공단의 설립취지와 대상자 지도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갱생보호사업은 모든 국민이 꼭 참여해야 하는 필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흔쾌히 응하고 대상자교육에 들어갔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힘들게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노력하는 진지한 모습에서 괜한 선입견을 갖고 대하진 않았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대상자는 일련의 과정을 다 마치고 현재는 취업활동에 여념이 없다. 교육수료후 전문기능인이 되기 위해서 기능을 쌓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하루하루 누구보다도 열심이다. 그가 재범하지 않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구성원으로 살고자 노력하는데는 본인이 가장 힘들었겠지만, 작지만 힘을 보탰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전에는 지역에서 여러분야의 학원을 운영하는 분들과 함께 보호관찰대상자 직업훈련 설명회에 참여 하였다. 취업과 연결이 가능한 직업훈련의 학원장들은 그 자리에서 공단에서 예산지원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 지원해 교육을 실시하고 결과에 알맞은 취업알선도 병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시하였다. 출소자들에 대한 지원은 갱생보호를 담당하는 소수의 힘으로는 절대 부족하고, 각 분야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소자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격려일 것이다. 필자의 갱생보호사업의 참여는 이제 걸음마에 불과하다. 사회에 수많은 봉사활동을 펼칠 곳은 많지만 갱생보호에 참여하게 된 것에 남다른 큰 의미를 갖는다. 출소자 한사람 한사람이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활동, 즉 취업활동이다. 이에 선행되는 직업훈련 분야에서 전문 기술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김창숙 성남 경기미용전문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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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의 현주소는 그간 성장동력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증가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소비와 투자 등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등 불황 초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10.29 부동산종합안정대책 이후 정부의 집값 안정과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와 세제강화 영향으로 부동산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향후 부동산경기 전반에 걸친 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가 논하고자 하는 것은 일본의 과거 부동산 거품붕괴와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된 사례검토를 토대로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 무엇이며, 일본 같은 장기 불황에 처하지 않도록 앞으로 우리 경제가 나가야 할 장·단기 정책방향을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90년대 일본은 지가하락 및 내수부진의 장기화 등 복합불황 발생의 시기로 대변될 수 있다. 90년대 들어 정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촉발된 지가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토지자산의 감소 등 자산디플레이션과 소비위축 영향으로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부진이 장기화되는 등 ‘복합불황’이 지속된 바 있다. 이러한 장기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제로금리 정책과 소비진작을 위한 후속조치를 단행했으나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지가하락세를 멈추고 불안한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탄탄한 경제력(fundamental)으로 2003년부터 복합불황의 터널을 지나 2.3%의 플러스 성장으로 호전된 바 있다. 국내경제 및 부동산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면, 일본의 부동산 거품형성과 붕괴의 주된 요인이 금리정책이며 부동산담보대출비율도 한국은 40∼70%로 일본의 100∼12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본의 과거 80∼90년대 버블경제는 기업의 과잉 부동산투자와 가격의 급락사태가 문제였으나 한국은 일본과 달리 시장안정을 위한 정부정책 영향 등으로 국내 부동산 가격의 급락 사태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 부동산 거래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고유가 시대에 수출과 성장의 둔화, 소비와 투자위축 등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단순히 부동산 거래 위축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경기 전체의 침체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경제와 부동산 시장여건을 감안, 최근 정부가 소비 진작 등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재정투자 확대 및 소비세 인하 등의 감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처방 외에도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정책방향 제시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김 창 수 한국토지공사 수석연구원
그건 분명히 볼썽 사나운 모습이었다. 장관일 것 같으면 국무위원이다. 대통령은 물론 더할 수 없는 지존이긴 하다. 하지만 나라의 체모엔 격식이란 게 있다. 송나라 재상으로 구준이란 사람이 있었다. 어느날 회식 자리에서 구준의 수염에 음식이 묻어있는 것을 본 장관급 자리의 정위라는 사람이 황급히 다가가 손수건으로 수염에 붙은 음식 찌꺼기를 공손히 닦아냈다. “여보게! 명색이 당상관의 참정(參政)이 고작 윗사람의 수염을 닦는 일인가. 체통을 좀 지키게!” 구준은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질책했다. (十八史略 宋史 冠準傳) 아마 오는 10월1일 국군의 날엔 비가 와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우산을 받쳐 들어주는 어색한 장면은 없을 것 같다. 지난해 국군의 날 사열차량에 대통령과 동승했던 조영길 국방부 장관(당시)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산을 받쳐주어 빚어진 과잉 의전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 사열 전용차에 자동식 비가림막을 설치하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역시 전국시대의 고사다. 어느 제후가 전쟁터에서 독려를 하는 데 군사들이 좀처럼 나아가질 않았다. 그 제후는 화살을 피할 수 있는 짐승가죽의 방패막이에 숨어 독려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충직한 신하의 직언을 옳게 들은 제후는 방패막이에서 나와 몸소 진두에 서서 독전함으로써 대승을 거두었다. 대통령의 건강은 곧 국정과 직결된다. 행여 감기라도 들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을 인색하게 여길 생각은 없다. 그렇긴 하나 대통령이 비가 좀 내린다 하여 국방부 장관이 받쳐주는 우산속에서 국군 장병의 사열을 받는 것은 군의 사기와 직결된다. 이런 논란이 있다하여 자동 비가림막을 설치하는 것도 좀 그렇다. 비가 오면 장병들도 비를 맞는다. 대통령이 장병들과 함께 비를 맞으면서 사열을 받는 모습이 얼마나 장한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폴레옹이 유럽 정복에 나선 전쟁터에서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발견, 유탄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탄우(彈雨)를 무릅쓴 진두지휘를 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추우(秋雨)쯤이야. /임양은 주필
전국의 농촌이 지금 야생조수들과 전쟁 중이다. 정부의 보호 아래 개체수가 급증한 멧돼지, 고라니, 노루, 산토끼, 까치, 비둘기 등 야생조수들이 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농촌은 이를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다. 논밭, 과수원 주변에서 폭죽을 터뜨리거나 이발소·미용실에서 깎은 사람 머리털을 뿌리는 퇴치법, 전기 울타리 설치, 사냥개 배치 등이 고작이다. 하지만 야생조수들이 이내 알아 채거나 과다비용이 들어 별반 효과를 보지 못한다. 더구나 들짐승 포획은 물론 먹는 행위도 처벌하는 ‘야생동물 보호법’이 내년 2월부터 시행되면 그 피해가 극심해질 것은 뻔한 노릇이다. 특히 민통선지역의 경우 자연환경이 잘 보전된데다 천적도 없어 야생조수의 개체수가 점점 급증해 농작물 피해가 극심한 데도 군 당국이 총기사용 자체를 금지해 포획할 방법이 없다. 요즘은 멧돼지 등이 대낮에도 사람을 피하지 않고 돌아다니며 농작물을 닥치는대로 먹어 치우는가 하면 지렁이나 개구리를 잡아 먹으려고 논을 떼지어 헤집고 다녀 수확기를 앞둔 논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이렇게 야생동물로 부터 받는 피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웬만한 산간지는 야생동물 평균 서식 밀도가 민통선지역과 엇비슷해 100ha당 6마리에 이른다. 여기에다 파종기에는 까치나 비둘기까지 가세하여 피해는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대책이라곤 피해 주민들의 민원이 높아지면 자치단체가 ‘사후약방문’식으로 유해조수 포획허가를 내주는 것이 고작이다. 문제는 야생동물 보호도 필요하지만 이런 피해가 계속되면 농업인들의 생존이 위협 받는 현실이다. 일례로 파주시농업기술센터는 파주시 군내면 민통선지역 360ha에 대한 조사 결과, 2001~2003년 야생동물로 인한 밭작물 피해액이 모두 162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야생조수들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농가들이 조를 편성해 불침번까지 서고 있는 현실은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당국이 전국적인 피해상황 조사에 나서야 함은 물론 보상방법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일 마땅한 대책이 없다면 야생조수에 의한 피해를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보상 수준도 실제 도움이 되도록 조정해야 한다. 야생조수 포획이 거론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동두천은 미군이 떠나서 야단이고 평택은 미군이 온다고 야단이다. 이미 상당수가 이라크로 빠져나간 동두천 주둔의 미군 부대는 마저 떠나기 위해 보따리를 쌀 날이 멀지 않았다. 동두천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 그간 연간 1천400억원 규모의 미군 관련 시장이 무너졌다. 지역 총생산량 추정치 7천200억원의 20%에 해당한다. 인구 7만5천여명 중 1만5천여명의 생계가 암담하다. 문닫는 상가가 늘고 학교는 학생이 줄고 떠날 채비를 갖추는 시민들이 적잖다. 동두천시의 공동화현상을 막아야 한다. ‘동두천 등 주한미군 반환 공여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제정은 가장 효과적인 입법 장치다. 도 제2청이 앞장서고 경기도가 적극 지원,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용역을 마쳤다. 성안된 법안이 총리 산하에 ‘반환공여지역 등 발전위원회’를 두어 중앙의 유관부처, 중앙과 지방의 유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은 적절하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반환공여지역 발전을 위한 환경·문화·소득·재정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지원과 외국교육기관·첨단과학 기술단지·외국인 투자업체 유치를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특례인정 등 내용을 더 여기서 상론하진 않겠으나 동두천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입법화다. 경기도가 웅도임엔 틀림이 없지만 어디까지나 입법은 국회의 소임이다. 도내 출신의 국회의원이 나서야 한다. 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특히 경기북부지역의 국회의원들은 더욱 힘써야 한다. 여권 실세의 중진들 책임이 막중하다. 이런 데도 아직은 이렇다 하게 나서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리하여 당부한다. 경기도는 여·야를 망라한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과의 ‘초당적’ 당정협의를 갖고 법안 내용에 대한 조언과 함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절차가 있기 바란다. 이에 앞서 동두천지역의 공청회를 갖는 것도 좋다. 동두천을 새롭게 재건하는 일은 지역사회의 당면 현안이다. 이에 대해 정당을 따지고 정파를 가리는 무모함은 없을 것으로 믿고자 한다.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의 소속이 어디든 그런게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가 동두천을 살리고자하는 책임감이 당연한 것과 마찬가지로 도내 국회의원들 역시 힘을 모아 지원해야 하는 것이 의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동두천 특별법안’이 입법화돼야 할 것으로 안다.
손학규 경기지사가 외자유치를 위해 미국과 일본에 출장을 떠나기 전날인 지난 1일.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인사가 지사를 만나기를 간절히 청해 당시 경기도의회 도정질문에 답변에 나섰던 손 지사가 어렵사리 시간을 내 그를 만났다 한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손 지사가 어려운 시간을 쪼개 중소기업가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행정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업가는 촌음을 나눠 만난 손 지사에게 아무런 부탁이나 청원도 없이 그저 ‘외국에 나가신다니 고맙다는 말을 전하러 왔다’는 말만을 되풀이 했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무엇이 그리 고맙습니까?’라고 물었더니 ‘기업들에 신경써 주는 것이 그저 고맙습니다’라는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손 지사가 최근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굳은 신념으로 도내 기업에 가장 큰 신경을 쓰는것은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이날의 상황을 이해할 만도 하다.(모든 중소기업인이 동의하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이날 이와는 정 반대의 이야기도 들려왔다. 물론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부 농업관련 기관들이나 농민들은 손 지사에게 적지않은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농업관련 행사 초청에도 제대로 응해주지 않고, 농산물개방 등과 관련한 관심도 부족하고, 농정도 과거와 같지 않다’ 등등이다.(이 또한 모든 농업인들이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연일 경기넷에는 복지·교통 등과 관련해 무엇을 해달라, 무엇이 안된다, 무엇이 부족하다 등 수많은 도민들의 민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재 경기도의 조직을 보면 3실, 12국, 1본부, 1관에 6담당관, 54과, 2단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10개가 넘는 산하단체도 산재해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큰 틀에서 본다면 도민들을 위한 종합행정이지만 그 업무성격상 매우 상이하고 특성도 다르다. 손 지사는 이 모든 조직들이 수행하는 갖가지 행정을 관장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이 과정에서 도민들의 바람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행정을 다 잘할 수 없는 만큼 한 쪽에서 칭찬을 받으면 또 다른 한 쪽에서 불만을 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손 지사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손 지사를 지근 거리에서 보필하는 한 인사는 “제발 일요일만이라도 민원과 행사속에서 벗어나게 해 드리고 싶다”고 말할 정도다. 할 것은 많고 시급히 처리할 사안도 많은데 몸은 하나요 시간은 기다려 주지않는데 이러다가는 손 지사가 버텨낼 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하늘의 그물은 넓어서 성기어도 잃지 않는다)라 했다. 이말은 비록 ‘한순간 악한 자가 성할 지는 몰라도 결코 새게 하지않는다’는 말이지만 의역을 한다면 ‘현재 조금 소외받고 있을 지라도 결코 잊지는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비록 손 지사가 현재 한 쪽에서는 칭찬을 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불만을 사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은 계속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은 국가적으로나 지방정부로나 모두 코앞으로 다가온 경제불황을 타개하는데 매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 때문에 다른 분야는 내팽개쳐져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일의 우선순위는 있게 마련인 만큼 참아주는 분야도 분명 있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모두가 어려울 때는 누구를 헐뜯고 나부터 챙겨달라는 이기주의보다 한 중소기업인처럼 나보다 남을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는 인내를 가져보면 어떻까?. 어떻든 손 지사는 오늘 미국과 일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다. 귀국과 동시에 그는 또다시 얽히고 설킨 도정에 몸과 마음을 던져야 한다. 그가 자신만의 향후 행보를 뒤로하고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너무 조급히 몰지말고 조금은 느긋히 지켜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손 지사가 만사휴(萬事休·어떻게 할 수 없어 내쉬는 한숨)를 내쉬지 않도록 말이다. /정일형 정치부장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강물에 져서 강이 서러운/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사랑도 그렇게 와서/그렇게 지는지/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매화꽃잎처럼/물 깊이 울어 보았는지요//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의 시다. 지난 달 말 한나라당 의원들은 2박3일간 섬진강가인 곡성과 구례로 연찬회를 다녀왔다. 머리가 아닌 가슴과 피부로 느끼기엔 분명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섬진강이 있었기에 뭔가 와닿는게 있음을 느꼈다. 우리에게 섬진강을 설명하던 선생은 이른 봄에 꼭 다시 찾기를 권했다. 아마도 김용택 시인도 같은 생각으로 시를 썼나보다.¶ 한나라당 17대 국회의원 국토순례, 그 첫 번째 ‘섬진강에서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으로 우리는 호남을 찾았다. 물론 나는 오랜 방송 생활속에서 전라도 곳곳을 찾을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 방문의 감회는 새로웠다. 그것은 국회의원이라는, 거기에 한나라당이라는 신분이 주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으리라. ‘만인의총’ 방문시에도, 섬진강 어귀에 도착했을 때도 몇몇 주민이 방문에 대한 낮은 거부감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동안 호남 정서에 잘못 처신해 왔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당연히 거쳐야 했던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아마 우리 일행중에는 남모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도 있었을 것이다. 많은 의원들이 이제 한나라당이 호남을 껴안아야 한다는 발언들을 했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우리가 호남을 껴안는 것이 아니라 호남이 우릴 껴안아 줄 때까지 우린 열심히 그들과 만나고 그들의 소릴 듣고 그리고 그것을 진실로 실천하는 끝없는 과정이 되풀이될 때 비로소 호남의 품에 안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2박3일의 일정중에 우린 곡성군 봉조리 농촌 체험마을을 방문했다. 지난 번 다양한 반응을 불러 일으킨 의원들의 연극이 공연됐던 곳이기도 하다. 한 50~60가구가 모여사는 섬진강가의 한가로운 시골마을 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 마을의 폐교된 학교를 리모델링해서 체험마을을 만들었다. 아직 완전히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우릴 맞이하며 “태풍이 오는 바람에 채 마무릴 못 지었구먼요. 귀한 손님 오셨는디 워쩔까.” 뵙기에 일흔이 넘으신 할머니의 참으로 진심어린 인사 말씀이었다. 그리고 우린 그 마음을 그대로 느꼈다. 호남은 이렇게 푸근하다. 일정 마지막 날 우린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최근 우리 현대사에 가장 불행한 과거를 간직한 이곳이지만 이름모를 새소리만 들릴 뿐 평온하고 고요하기만 했다. 그러나 곳곳에선 아직도 억울한 죽음에 대한 흐느낌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묘지를 빠져 나오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됐다. /한선교 국회의원(용인을)
강원도 묵호항의 어시장이 지난 주말 오랜만에 활기를 띠었다. 태풍때문에 고기도 사람도 뜸했던 묵호항에 동해에서 잡아올린 갖가지 고기가 풍성하고,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값싸고 싱싱한 회를 맛보느라 즐거운 표정이다. 삶의 내음이 물씬나는 어시장에서 손님들이 흥정해 골라온 회를 썰어주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바쁘다. /채원희·이천시 창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