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해어화(解語花)란 ‘언어를 해득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절세가인의 대명사다. 당나라 현종이 나라일을 망쳐가며 총애했던 양귀비를 가리켜 “어떠냐, 연못에 핀 연꽃의 아름다움도 말을 하는 꽃(양귀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로다”라고 한데서 시작됐다. 현종은 양귀비와 주지육림으로 소일했고, 이런 연유로 하여 후세에 해어화는 주연에서 시중드는 미인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헤타이라(hetaira)는 고대 그리스의 해어화다. 남자들 술자리의 시중을 드는 헤타이라는 대부분이 노예 출신의 여성들이지만 빼어난 미모에 소정의 교양교육을 받아 지적 수준이 높았다. 이 때문에 부와 권력을 움켜잡는 헤타이라가 생기기도 했다. 예를 들면 정치가 페리클레스, 철학자 아리스티포스, 조각가 프라크시텔레스 같은 귀족층이 헤타이라를 연인으로 두었다. 페리클레스의 헤타이라 연인 아스파시아는 BC 445년경 정실부인을 쫓아내고 후처로 들어앉아 국정을 농단하였다. 한국의 해어화인 기생(妓生) 역시 높은 교양과 기예를 교육 받았다. 권번(券番)은 이를테면 마지막 기생학교다. 해어화나 헤타이라나 기생은 성산업(性産業)이긴 하여도 매춘을 업으로 한 것은 아니다. 이에 비해 현대사회의 성산업은 매춘이 본업화 했다. 당국은 수년 예정으로 사창가를 다 없앤다고 하지만 사창가는 이미 사양화하였다. 굳이 사창가를 찾지 않아도 될만큼 매매춘이 보편화 하였기 때문이다. 매매춘은 심지어 일부의 주점형 노래방에 까지 파급되어 창녀 아닌 창녀만이 아니고 남창(男娼)도 득실대는 세태다. 술좌석 중심의 성산업이 이제는 식사좌석에 까지 번지고 있다. 여성의 나체를 식탁삼아 그 위에 생선회 등을 가득히 올려놓고 식사를 즐기는 ‘여체성찬’은 원래 일본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미국내 일본 식당으로 건너갔는가 싶더니 이제는 중국에서도 유행인 모양이다. 1인당 음식값이 15만원인 데도 예약을 해야 할 만큼 붐빈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번지 지 않을까 염려된다. 돈이면 뭣이든 다 즐길 수 있다고 보는 세태의 타락상이 어디까지 갈 것인 지 무척 두렵다./임양은 주필

기고/후보자를 관찰하는 즐거움

"싱그러운 봄이 어느새 또 성큼 다가왔고, 봄꽃들의 화려한 잔치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봄의 유희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사회는 어지럽지만 자연과 함께 할 때는 마냥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얼마 남지않은 우리의 선거는 즐거운 축제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 탓을 ‘우스운 정치판’이나 ‘다 똑같이 부패한 정치인’에게만 돌려서는 해결이 안된다. 바로 우리 안의 냉소주의가 중요한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는 다양한 것들의 위계를 희석시키고 차이들을 보지 않으려 한다. 다 똑같거나 차이가 있어도 그게 그거다라고 생각하는 냉소주의는 판단에 대한 유보라는 신중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물이냐 수증기냐는 겨우 1도 차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물과 수증기를 구분하는 문턱은 규정할 수 없이 미세한 한점일 뿐이다. 그 미묘한 차이가 세상의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많은 자료들이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포탈사이트를 비롯한 사이버공간에 가득 쌓여 있다. 선거법 개정으로 후보자, 그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의 납세, 병역, 범죄경력 등 신상정보를 클릭만 하면 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으며, 우리 선관위에서 유권자들에게 직접 송부하는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도 있다. 물론 자료들이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다 말해 줄 수는 없다. 후보자의 검증이나 정당의 정책에 대한 판단은 우리 나름의 해석 기준이나 정치적 판단력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객관적이지만 그만큼 틈이 많은 자료를 유의미하게 읽는 수준이나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누군가는 후보자들의 개인적 신상정보를 사소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정치적 판단의 유일한 잣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정당이나 정책에서도 자신의 관점에 따라 중요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고, 도덕성이나 자질에 대한 판단에서도 유권자 각자 우선시하는 항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질, 도덕성, 정책이 다들 엇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정도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작은 차이를 무시하는 이런 태도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고 위계를 짓는 기쁨, 그 차이를 통해 후보자나 정당을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주어진 자료를 꼼꼼히 살피는 것, 그래서 후보자간 또는 정책간의 차이를 선명하게 하려는 것이, 우리가 진정한 주권자이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필요한 최소한의 의무를 다 했을 때 우리의 정치 혐오도 정당화되지 않을까. ‘에셔’의 ‘그리는 손’이란 그림을 보면 한 손이 다른 손을 동시에 그리면서 서로의 존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손의 윤회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그림은 우리와 국회의원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선거라는 집중된 한 순간에 그들을 선택하고 우리 손으로 뽑은 그들은 우리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막대한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치고 있다. 정치 상황이 우리를 배신할 때 그들만을 탓할 일도 아니고 우리들의 가벼운 냉소로 끝날 일은 더욱이 아니다. 혐오나 냉소는 상호관계에 있어 해야할 도리를 다 했을 때에만 정당한 것이고 그 나름대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4월 15일은 우리의 주권을 행사하는 날이다. 물론 우리의 주권은 몇 년에 한 번씩 투표를 하거나 안 하거나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주권자라면 그 대행자에 대한 매일매일의 input과 감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주권의 힘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선거에서 우리는 주권자다운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후보자들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해 우리 유권자도 최소한의 것이라도 준비해서 4월 15일을 맞아야 한다. 그것은 선관위의 정치포탈사이트를 찾아 후보간의 작지만 큰 차이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다. /김현철.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

천자춘추/고통탈출 행복시작

"인간의 고통이란 지나친 욕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재물을 탐한다든지, 분수에 넘는 명예를 좇는다든지, 일은 하지 않고 게으르면서 노력 이상의 대가를 추구하면 그 순간부터 고통은 시작된다. 물론 인간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 다른 사람보다 나은 풍요로움을 위해서 끊임없이 경쟁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그 경쟁이 정정당당한 선의의 경쟁이라면 올바르게 평가될 것이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와반대로 거짓말을 하고, 상대방을 속이는 것은 물론 험담으로 남을 깎아내리면서까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는 부류가 있다. 그것은 머지않아 부끄러운 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후회할 것이다. 따라서 욕망 그 자체가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떻게 욕망을 달성하느냐와 욕망으로 얻어진 성취를 어떻게 사용하여야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얻어진 재물이 있다면 반드시 어려운 이웃과 그늘진 곳을 위해 뜻있게 사용되어야 한다. 재물이 주는 즐거움은 그것을 무엇보다도 바르게 사용했을 때일 것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었다면 그것은 내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활용되어져야 된다. 그러면 존경을 받으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 사이엔가 자기도 모르게 존경받는 위치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목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갖고 목표를 향해 하나하나 나아가는데서 얻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 그 자체다. 그러나 그것은 외적인데서 오는 것이 아니고 바로 자기 마음속에 있다. 무엇인가 이루려는 의지이자 실천을 위한 마음가짐이 우선해야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방향을 잃지 않고 매진할 수 있다. 행복을 찾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도전하고 성취하는 사람만이 그 단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행복과 성취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느 책에서인가 “행복은 욕망분의 성취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아무리 명석한 사람이라도 지나치게 욕망(분모)을 키우면 성취(분자)를 다른 사람보다 많이 했더라도 행복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행복해지려면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를 찾아라! /이병만.경기도의회 사무처장

독자투고/고령자 교통안전 확보 시급

"봄을 맞아 외출이 많아진 노인들은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7.2%로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인구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여러가지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노인들의 인명피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7천90명중 61세이상 노인 사망자는 2천25명으로 전체의 28.6%를 차지했다. 이는 노인층 인구증가 비율을 훨씬 앞지르는 것으로 고령자 교통안전 확보가 절실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 또한 노인 교통사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노인보호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노인이 길을 건너려고 할 때에는 경적을 울리면서 밀어 붙이기 보다는 즉시 정지해서 노인이 길을 다 건널 때까지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특히 농촌지역 도로 운행시에는 노인들이 도보로 보행하는지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노인들은 그 특성상 걸음이 느리고 도로를 횡단할 때 자동차가 자신을 피해갈 것이라는 생각에 주위를 살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무단횡단을 하는 경향이 있는 노인들을 위해 운전자들은 ‘움직이는 빨간 신호등’으로 간주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권오현·가평경찰서

"4월 7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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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조합의 ‘수도권 교통기구’

"현대행정은 광역행정이다. 지역사회의 지역주민 생활이 지역사회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화·광역화·연관화가 증폭돼가고 있다. 환경을 비롯한 이러한 분야가 참으로 많다. 이는 어느 한 자치단체가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하여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상호 연대성이 깊다. 교통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인천시 그리고 서울시가 공동 출자하는 ‘수도권광역교통기구’를 조합 형태로 만든다는 소식은 신선하다. 이미 수도권 교통문제는 어느 한 광역자치단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지 오래다. 교통행정의 연동화, 시내버스화한 시외버스 운행, 광역도로 및 고속도로 건설, 전철망 확충, 수도권 교통·물류의 근원적 해결책인 경전철 순환도로 부설 등 이외에도 허다한 수도권 교통문제는 이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가 공동대처해야 할 때가 되었다. 공동사무를 협의 처리하는 자치단체조합 설립은 지방자치의 진수이기도 하다. 수도권 광역교통을 전담하는 이 조합 설립은 지방자치법 실시이래 광역단체로는 처음인 점에서 그 운용이 또한 무척 주목된다. 물론 그동안 수도권행정협의회를 가져왔고 지금도 이 기능은 살아있다. 행정협의회 역시 지방자치단체조합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법이 규정하고 있는 광역행정 기구이긴 하나 그 성격은 판이하다. 행정협의회는 포괄적 공동사무의 수시 협의기구인데 비해 자치단체조합은 특정적 공동사무의 상설 집행기관인 점에서 더욱 강도높은 업무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따라서 자치단체조합엔 세 광역단체의 공무원만이 아니고 학계와 업계 등 세부 분야의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줄로 안다. 이엔 당연히 광역단체의 지역별 안배 또한 있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조합은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는 현안에 따라 이미 경험된 숙련성 광역행정 대상의 지방공기업이다. 내친 김에 더 말 하자면 도내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공동 현안이 겹치는 시·군에서는 이런 조합설립을 서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수도권광역교통기구’의 자치단체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각 당해 광역의회의 의결을 거쳐 행자부 장관의 승인을 얻는 일 말고도 많은 준비가 요한다. 내년 중 설립한다 해도 지금부터 광역단체 간에 서로 의견을 나누며 채비를 갖춰야 할 게 많다. 차질없는 준비를 기대하고자 한다.

"기대반, 의심반의 노인복지정책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이른바 ‘노인폄하발언’이후 각 정당이 노인복지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공약대로라면 대한민국은 가장 선진적인 고령층 복지망을 갖춘 나라가 되고 노인천국이 될 법하다. 그러나 이들 공약의 상당수가 일단 내놓고 보자식인데다 재원 조달이 어려운 것들이어서 실효성이 심히 의심스럽다. 우선 문제 발언의 당사자인 열린우리당의 경우 고령사회대책기본법 제정, 경로당 운영지원 확대, 어르신 요양보장제도 도입 및 치매어르신 지원센터 설치, 어르신 일자리 30만개 창출 등을 ‘특별공약’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효도법, 고령사회대책기본법 제정, 노부모 부양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 효도의 날 제정, 노인청 신설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은 건국·호국·재건 공로세대 보은우대법 제정, 치매·중풍노인 전담 국립노인전문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노인보호요양시설 대폭 확대 등을 약속했고, 자민련은 노인복지특별대책위 상설화, 노인부양자 세금감면, 노인복지 예산증액, 노인복지 시설확층 등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도 65세이상 노인에게 무기여 기초연금 지급, 노인창업지원 및 여성노인들 일자리 제공, 2010년까지 공공노인요양시설 확충, 노인부양 가족에 대한 간호수당 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노인정책을 마련했다. 이들 정책 중 열린우리당의 노인틀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엄청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과제여서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한나라당의 부모부양 명령 등 강제조처는 독거노인 증가에 따른 가족구조의 변화추세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발상이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연 10만~20만원의 보상금을 일괄 지급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안은 이미 도입돼 시행중인 경로수당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비록 ‘노인폄하 발언’이후의 ‘이벤트 정책’이라는 비난과 법·예산을 감안하지 않은 공약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인복지문제 해결이 시급한 현실에서 각 당의 노인복지정책을 일단 긍정적으로 보고자 한다. 그러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특히 노년층의 보다 강력한 저항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각당 공히 미비점을 보완하여 17대 국회에서 필히 입법화하기를 촉구해둔다.

선거관련 난센스

"‘배를 타고 투표하러 간다’는 영국의 해학적 선거관련 속담이 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영국은 판도가 달라졌다. 맨체스터 같은 신흥공업 도시가 생겼는데도 선거대장에는 허허벌판 그대로였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선출되지 못했다. 반대로 이농으로 인구가 줄었는 데도 두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도읍이 있었다. 심지어 지형이 바뀌어 바다에 잠긴 거리가 선거대장엔 살아있어 투표자들을 배에 태워 그 해상에까지 가서 배 위에서 투표케 하는 웃지못할 난센스가 있었다. 영국이 선거권 확대, 선거구 조정 등 내용의 선거법을 개정한 것은 1832년이다. 갓난 아이에도 선거권을 주자고 하면 해상투표와 같은 난센스라 할지 모르지만 지난 1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국민은 성인들만이 아니라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유소년 인구도 포함돼 있다. 신생아를 포함하는 유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주어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가 대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토론이 제안됐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다.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투표한다면 그 아이의 뜻이 투표에 반영되겠느냐”는 것이다. 토론은 결론없이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의 생각대로라면 도대체가 아이의 선거관련 의사가 제대로 형성될 수 없어 공리공론으로 들리는 얘기다. 이런 데도 선진문명을 자랑하는 독일의 연방의회에서 정식 토론 의제로 오른 것은 희한한 일이다. 가령 우리가 출산율 장려책으로 미성년 자녀 수대로 부모가 투표권을 대리행사케 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말이 안된다고 보아 야단법석이 날 것이다. 우리는 ‘노인이 미래를 결정해선 안된다’며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하는 말이 나와 야단이다. 국내 노인들이 독일의 아이들 보다 못한 셈이 되는 잘못된 그같은 의식 또한 난센스이긴 하다. 난센스 치고는 지나치게 참혹하지 않은가 싶다. /임양은 주필

기고/자율과 책임성 길러주는 교육

"두발 자율화로 학교가 한동안 토론 열풍에 휩싸여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의 이야기인데 하루는 퇴근하려고 버스정류장에서 있는데 대여섯 명 정도의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 학교 아이들은 인사를 잘하는 편이어서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날따라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아주 친밀한 느낌이 들도록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뭔가 주문할 게 있어서였다. “교장 선생님, 우리 학교도 모 고등학교처럼 머리 길러서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하게 해주세요” 이구동성이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멋쟁이시니까 우리 마음 잘 아시잖아요?”하면서 애교를 부린다. “물론 좋지. 머리 염색하거나 파마를 해서 너희들의 학교생활이 즐겁고 학습에 도움이 된다면 머리를 박박 밀건 봉두난발을 하건 땅끝까지 기르건 무슨 상관이겠니. 그러나 이 문제는 나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다. 머리를 염색하거나 머리 모양을 마음대로 하는 일은 너희뿐 아니라 교사, 학부모 모두의 관심사란다. 너희들의 자유의지와 멋낼 권리도 중요하지만 뒷바라지하는 어른들의 교육적 시각도 중요하니까. 만약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70% 정도만 찬성한다면 나는 그렇게 하겠다. 곧 교사-학부모-학생 대표회의를 열어서 결정하겠다”고 답변하였다. 물론 회의 결과는 머리길이를 약간 자유롭게 하는 선에서 자율성을 부여하자고 결론이 났고 그렇게 시행하였다. 얼마 전에는 관내 중학교 교장 선생님과 운영위원장님으로부터 학생들을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석시켜야 한다는 일부 교사들의 운동에 애를 먹고 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물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 전적으로 학생들의 성장·발달을 조력해 주는 활동이므로 학교 교육과정의 편성·운영 및 과정과 평과 전반에 걸쳐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교경영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학교 운영은 학생들이 관여할 부분과 그렇지 못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대통령을 뽑았다고 해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회의에 가서 감놓으나 배놓으라 할 수 있는 것인가.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일일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것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것이 합리적이고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지. 가령, 아이들이 어떤 과목을 쓸모없으니까 없애자고 하건, 어떤 선생님은 실력이 없다느니, 재미없다느니 하면서 선생님을 바꾸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주어야 한단 말인가. 과연 자율적인 것만이 능사인가. 그리고 학생들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길러주는 활동이 꼭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여 발언하는 것 밖에 없는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지혜를 활용하는 창구가 그런 형태일 수 밖에 없는가. 아이들의 자율성을 주장하면서 아이들을 운영위원회에 참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사의 생각에는 혹 어른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려는 마음이 끼어든 건 아닌지, 아니면 직장에 나가기 때문에 아이를 잘 돌볼 수 없는 엄마가 자녀에게 과보호나 과잉 제스처를 쓰는 것처럼 아이들의 인심을 얻으려는 건 아닌지, 그리고 만약 우리 학교에서도 그런 제안이 나온다면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는지 잠시 걱정을 해보았다. 아이들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길러주는 교육,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현옥.수원 수일중교장.시인

천자춘추/유권자가 원하는 유세전 펼쳐라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말이 쏟아지고 있다. TV 화면에 소위 말 잘하고 카메라 잘 받는 인사들이 나와 자기 당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거리마다 수많은 후보들이 유세 차량에 말 잘하는 사회자(?)를 앞세워 말 말 말을 토해 놓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가 대여섯 이상인 지역에서는 하루에도 60~70회 정도의 말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유권자를 낚겠다는 것인데 낚이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대체 국회의원이란 누군가. 우선은 무엇인가를 대표하는 존재다. 인물 선거냐, 정책 선거냐, 심지어 탄핵 선거냐를 말하기 전에 ‘누가 나를 대표했으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유권자를 배려했으면 하는 점이다. 설원(說苑)이란 고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천이라는 벼슬아치가 임지(任地)인 성보 땅으로 가는 도중 양주라는 인물을 만나자 “그대는 내게 무슨 선물을 주려고 하는가?” 하고 물었다. 양주가 대답했다. “저는 어린시절 가난한 탓에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경험으로 낚시질 하는 두 가지 방법을 아는데 이를 알려드리는 것으로 선물에 대신할까 합니다.” “낚시하는 방법이라니?” 하고 궁금해 하자 양주가 설명했다. “낚시에 미끼를 달아 내려뜨리면 덥석 무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는 양교라는 물고기입니다. 이 놈은 살도 별로 없고 맛도 형편없지요. 그런데 물린 것 같기고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미끼를 삼킨 것 같기고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있지요. 이는 방어라고 하는 물고기입니다. 이놈은 살도 많고 맛도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노련한 낚시꾼들은 방어를 잡으려고 애쓰지요.” 자천이 고개를 끄덕이고 성보 땅 부근에 이르렀을 때였다.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마중을 나와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를 본 자천은 마부에게 “빨리 수레를 몰아라. 양주가 말했던 양교라는 물고기 떼가 몰려오고 있다” 하고는 피해 갔다. 당락의 여부가 표수로 계산되니 양교든 방어든 많이 잡아야 장땡인 처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회의원쯤 되려고 하시는 분들이 덥석덥석 물어대는 양교 같은 유권자만을 찾아다니는 자세라면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니다. 좀 더 유권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무엇을 대표할 생각인지 소상히 전하는 유세전을 펼쳤으면 싶다. /나채훈.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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