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영국 왕립연구원 원장이자 약학교수인 수전 그린필드가 BBC 다큐멘터리 ‘여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면’에서 “20년 뒤 여성이 모든 분야에서 남성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20년 뒤엔 ‘여인천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로 산업구조의 변화를 들었다. 근력을 요구하는 제조업에서 창의력을 요구하는 산업형태로 변화하기 때문에 ‘여성은 힘을 못쓴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는 요지다. 경제부문에서 여성의 성장세는 이미 뚜렷하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미국내 400대 부호’명단에 오른 여성들이 지난해 처음으로 평균 순(純)자산 보유액에서 남성들을 눌렀다. 영국의 맞벌이 부부 3쌍 중 1쌍 꼴로 부인의 소득이 남편보다 더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또 신규창업 3건 중 1건은 여성에 의한 것이다. 한국의 재계도 ‘여풍(女風)’이 당당하다. 이미 현정은씨가 재벌그룹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앉았고,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에서도 최근 여성임원들이 잇따라 탄생했다. 갈등을 빚는 직장과 출산·육아문제 해결은 기술발달로 가능해진다. 그린빌트 교수는 “18세기에 최상 상태인 난자를 채취해 냉동보관했다가 원하는 시기에 인공수정, 대리모를 통해 출산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란 다소 혁명적인 견해를 내놨다. 먼 미래에는 신체의 어떤 세포에서든 유전물질을 추출, 난자와 수정하는 것이 가능해져 출산에 남자가 필요없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남성의 추락’ 저자 스티브 존스에 따르면 정액 1㎖ 정자수는 1940년대 1억마리에서 1990년대에는 6천600만 마리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세가 이어질 경우 2100년 서구 남성들은 정자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다간 남성 불필요론이 나올 것 같다. 요즘 한국 각계각층에서 여성 리더들과 엘리트들의 활동이 대단하다. 여성시대가 도래하였다. ‘위기가 오면 여성에게 손짓한다’는 말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임병호 논설위원

기고/보건교사 송(頌)

"우리나라 교육사상 처음 97년부터 보건교사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율곡 교육 연수원 주관으로 수원 아주대 병원에서 실시했었다. 수강한 연수생의 경력이 적게는 15년 많게는 30년이 넘는 원로교사들이었다. 그 후 연수는 계속 이어졌고 그러한 만남으로 필자는 지금도 보건교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양심이 필자의 가슴에 남아 있기에 모든 교사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도 좋을 몇 가지 이야기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항상 깨끗하고 정돈된 보건실을 갖추고 따뜻한 미소와 사랑으로서 보건실을 찾는 학생들을 대하면 치료를 하지 않았는데도 보건실을 들어서는 순간 통증이 없어지더라는 말에 행복을 느끼고 ‘내가 프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보결시간, 체육시간을 가리지 않고 보건수업을 하였으며 학부모회에서 질병과 건강에 대한 강의를 하는 등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였다’는 말도 있었다. 또 대부분의 학생들은 몸이 아파서 찾아오지만 ‘바지가 터졌는데 꿰매 주세요’, ‘가정·기술 시간인데 바늘 좀 빌려주세요’ 하는 모습에서 엄마만큼이나 편안한 선생님이 곧 보건교사인가 보다라는 가슴 뭉클한 심정을 갖게 된다고 했다. 교내방송을 통하여 새로운 의학정보는 물론 학생의 체험을 통한 건강교육으로 가정에까지 파급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진정 뛰어난 사람은 남보다 나은 사람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면서 실천하는 그들은 필자에게 큰 감명이었다. 특히 어느 보건교사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먼저 배운 말이 엄마이듯이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엄마가 되었고 선생님이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생님 중에도 보건선생님! 그 이름은 엄마 같은 선생님이기 때문이다. 몸이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찾아가는 선생님, 보건선생님이 되어서 행복하다’는 말이었다. 불우학생 돕기 등의 일을 처리하는가 하면 소년소녀가장을 찾아서 엄마가 되어 주기도하고, 아이와 엄마가 모두 중한 병으로 시달리는 것을 돌보아 주며 같이 눈물을 글썽이던 일들! 이런 일들을 어찌 보건교사의 몫이 아니라고 외면할 수 있는가? 맞벌이 부모로, 그 부모의 사랑이 부족해서 관심 끌려고 배가 아프다고 자주 오는 아이들, 결손가정으로 정신적 의지처가 없어서 외로워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포근하고 아늑한 보건실이 되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모두 인류대 출신이고 동생은 같은 학교 1학년 전체 1~2등을 다투는 수재인데 자신은 중학교까지는 우등생이었으나 고교에 들어오니 성적이 자꾸 떨어진다는 것, 성적 떨어지는 딸이 안타까워 부모의 성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일요일마다 엄마, 아빠의 꾸중을 듣고 울고나니 월요일만 되면 머리가 아프다는 학생의 손을 잡고 등을 두드리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일기장을 만들어 주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쓰도록 했다는 보건선생님! 결국 학생은 차츰 표정이 밝아졌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보건실을 찾은 학생은 ‘선생님! 저, 서울 L여자대학교에 합격했어요,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 아직 아무에게도 말씀 안 드렸어요. 1년간 일기쓰느라 논술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감격적인 사연들도 많았다.필자는 그들의 순수한 고백과 양심적인 대화를 통하여 느낀 것이지만 그분들의 내면 세계야 말로 사명감에 불타고 있으며 그 불타는 사명감이 행동으로 표출되면서 감격적인 업무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재물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은 것은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은 것은 모두 잃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건강의 파수꾼이 되어 불타는 사명감으로 교직에 대한 보람을 갖고 생활하는 그 자세가 너무도 아름답기에 필자는 보건교사들을 향하여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드리는 것이다. 어찌 보건교사들의 사명감으로 불타는 그들의 마음과 태도를 이곳에서 일일이 열거할 수 있을 것인가! /양승본.서원고교장.소설가

천자춘추/봄철 불청객 황사

"봄철만 되면 찾아드는 불청객 황사, 그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야 할 때다. 과거에는 황사하면 모래 먼지로만 인식돼 왔으나 최근엔 중국의 급격한 공업화로 인해 건강에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황사를 분석해 보면 세균, 중금속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그 심각성은 더해만 간다. 특히 황사가 발생되었을 때 대기 중에는 독성 중금속이 평상시에 비해 납 성분이 2배, 카드뮴은 3배나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카드뮴은 4년 전보다 무려 7배나 많아진 양이다. 그보다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중금속 외에 발견된 18종류의 세균과 10종 이상의 곰팡이다. 대기 중의 세균과 곰팡이의 밀도는 황사 발생시 엄청나게 증가돼 발원지인 중국의 토양 보다 세균이 43배, 곰팡이는 314배 증가 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리콘, 알루미늄, 구리, 납, 카드뮴, 세균, 곰팡이 등이 포함된 황사 흙먼지는 호흡기질환과 알러지 등을 일으킨다. 특히 면역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어린이나 노약자에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황사에 의한 대표적인 질환을 분류해 보면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첫째가 호흡기 질환이다. 주증상으로는 호흡곤란과 인후통, 기관지, 기도점막의 염증과 기침, 가래 등을 유발한다. 이때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닫아 외부의 공기유입을 차단하며 공기정화기와 가습기로 실내공기를 정화하고 습도를 조절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한 방법. 다음으로는 안질환이 꼽히는데 눈이 가렵고 눈물이 나며 충혈되는 등 이물감으로 통증을 유발한다. 외출할 때 보호안경을 끼고 콘택트렌즈 착용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귀가 후에는 반드시 눈을 깨끗이 씻는다. 재채기와 콧물, 특히 분비물 양이 많은 맑은 콧물 등의 이비인후과 질환 예방을 위해선 마스크를 사용하고 귀가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콧속을 씻어내야 한다. 피부질환 방지를 위해선 외출시 황사에 노출 되지 않도록 가능한 긴 팔 옷을 입는다. 귀가 후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으며 피부에 알러지를 예방하는 로션 등을 발라 직접 황사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혼란스런 정국 속에 찾아든 황사가 그 어느때보다 달갑지 않다. 이럴때 일 수록 자기 자신을 철저히 다스리는 지혜로 몸만큼은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건강한 육체가 건전한 마음을 만든다. /김경옥.경기도약사회장

독자투고/경제발전이 범죄 줄일 수도...

"가구당 금융부채가 3천만원을 넘어서고 외환위기 이후 엥겔계수가 처음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접할 때 치안 일선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생계형 범죄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범죄의 행태도 경제사정에 따라 변천하게 마련인데 요즘 들어서는 소위 말하는 생계형 범죄가 눈에 띄게 많이 보인다. 이를테면 소액의 생필품이나 맨홀뚜껑, 철문을 훔쳐가는 파렴치범도 있으며 술에 취해 싸움을 하거나 가정에서 화풀이성 폭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범죄발생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함을 생각할 때 근본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경찰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취약한 시간대와 장소를 과학적으로 분석 검토하여 이를 바탕으로 부단한 예방순찰을 실시하여 범죄를 줄이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요건이 구비된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는 훈방권도 행사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 또 자체 개혁을 통해 어두웠던 과거사를 뒤로 하고 국민앞에 한발짝 다가서는 경찰로 거듭나고 있으며 보다 친근한 경찰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범죄도 줄어들고 국민들 개개의 가정이 평안해 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종욱·화성경찰서 경무계장

"4월 2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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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잃은 탄핵관련 방송 성찰해야

"방송위원회 보도교양 제1심의위원회가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신중성과 공정성을 촉구한 권고조치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방송위의 심의는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날부터 15일까지 방송3사가 정규 뉴스를 비롯, 교양 등 시간대 편성을 통해 일방적으로 집중 부각시킨 탄핵소추 반대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 가운데는 여론조사를 빙자해 ‘탄핵 사유가 안된다’느니, ‘총선 전에 재판을 마쳐야 한다’느니 하는 등 자의적 예단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을 거듭거듭 되풀이한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다. 방송3사의 탄핵관련 방송은 탄핵에 대한 찬·반을 떠나 기본적 객관성의 양식이 의심될만큼 공정성을 잃은 건 부인될 수가 없다. 비단 이번 심의 대상에 든 것만 그런 것도 아니다. MBC-TV가 탄핵찬성 집회에서 나왔다는 대통령 영부인 비하 발언도 그 진실이 규명되어야 한다. 문제의 발언이 어떤 전제 뒤에 부정적 가상 의제로 비유한 것을 방송사측이 전제 발언은 삭제, 비유되지 않은 진짜 비하 발언인 것처럼 둔갑시킨 게 맞다면 이야말로 정말 영부인을 모독하는 제작 태도인 것이다. KBS가 단순히 방송사고라고만 우기는 어느 토론 프로그램의 배심원 투표 불방 의혹도 해명돼야 한다. ‘탄핵무효 촛불집회, 사법처리 논란’의 토론에서 배심원들의 투표 결과를 제대로 내보내지 않고 서둘러 끝낸 것은 방송사측 의도에 반한 불리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 아니냐는 강한 의문을 사고 있다. 방송사측은 대체로 ‘기계적 중립은 배격한다’느니, ‘편집권의 자유’라느니 하는 말로 반박하지만 당치 않다. 기계적 중립배제를 하고자 하여 적어도 이성적 여론정립의 형식을 빌렸다면 또 모르겠다. 이도 아닌 감성적 여론 몰이로 군중재판 하듯이 한 게 방송윤리규정에 과연 합당한 것인 지 의문이다. 편집권이라는 것도 그렇다. 예컨대 앞서 말한 대통령 영부인에 대한 비하발언이 본의와 다르게 말의 앞뒤를 잘라낸 게 사실이라면 이는 방송사측이 입맛에 맞춰 조작한 것이 지 편집권이라 할 수 없다. 텔레비전 방송이 대중매체로 갖는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이렇다 해서 행여라도 자만심을 갖는다면 신뢰를 자해한다. 탄핵관련 방송에 대한 용기있는 내부의 성찰이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경기부양책 제대로만 된다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취임 후 쏟아져 나온 각종 경기 부양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있다.‘부동산·신용 거품’을 야기한 2000년 하반기 이후의 ‘금융 살포’정책과 달리 이번 부양책은 대부분 감세로 이뤄져 버블식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은 적지만 재정부담, 소비와 경기 왜곡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소지가 없지 않다. 이 부총리는 취임 후 1개월만인 지난 3월 10일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대통령 탄핵 가결 후엔 “경제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며 서비스업 육성대책(3월 19일), 특별 소비세 인하(23일), 창업지원방안(25일)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또 신용불량자 대책의 핵심인 배드뱅크 출범을 한달 앞당기고, 상반기 중 예산을 최대한 집행한 뒤 6월 이후엔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거론키로 했다. 여기에 26일엔 ‘일자리만들기위원회’에서 청년실업자 채용 기업에 대한 장려금 지원방안도 나왔다. 이러한 대책은 정부가 경기부양에 ‘올인’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적절한 경기 조절대책은 ‘약’이 되겠지만, 자칫 무리할 경우 일시적인 통증만 완화시키고 근본 치료를 가로막는 ‘모르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 몇 푼 깎아준다고 금세 투자가 살아나기는 힘들다. 시장의 무딘 반응에 정부가 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는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엔 뒷감당이 정말 어려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일례로 특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승용차 판매가 부진한 것은 최근 수년간 특소세 인하조치를 너무 자주 써 그때 앞당겨 구매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부양책을 자주 쓰면 세계 경제회복 사이클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보고서에서 2000~2001년 무차별적 소비부양의 결과로 우리 경제가 지난해까지 ‘더블 딥’(이중 침체)을 거쳐왔다고 주장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정부는 많은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강박관념을 갖고 조급해 하는 인상을 보이지 말기 바란다. 감세정책 남발은 재정적자를 야기할 뿐 아니라 도리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경기부양책의 성과가 가시화되기를 기대한다.

KTX는 바람보다 빠르다

"오늘 개통한 KTX(고속철)는 Korea TraineXpress의 약자다. 주행가능 최고 속도는 시속 330㎞이다. 최고 상업운행속도는 시속 300㎞이다. 초당 83㎞다. 지난해 영남지방을 휩쓴 태풍 ‘매미’의 순간 최대풍속(초속 60m)보다 빠르다. ‘KTX는 바람보다 빠르다’는 말이 실감난다. 바람보다 빨리 달리려면 곡선과 오르막 또는 내리막이 가능하면 없어야 한다. 그래서 터널과 교량을 많이 건설했다. 가장 긴 터널은 경북 영동~김천 구간 황학산을 관통하는 황학터널이다. 이 터널의 길이는 9천970m이다. 그러나 KTX는 불과 2분만에 여기를 통과한다. 가장 긴 교량은 천안~오송 구간에 있는 풍세교다. 6천850m나 된다. KTX는 시속 300㎞로 달리다 700㎏의 장애물과 충돌해도 객실에는 충격이 없다. KTX의 동력원은 전기다. 전력은 한전에서 전기를 공급 받아 철도청 전철변전소를 거쳐 차량에 공급된다. 전기를 공급하는 과정은 3중화 개념으로 설계됐다. 전기를 공급하던 변전소에 문제가 있으면 인접 변전소에서, 그곳에 문제가 있으면 다음 인접 변전소에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 정전이 돼도 KTX는 바람보다 빨리 달린다. KTX 1개 열차의 좌석수는 특실 127석, 일반실 808석으로 모두 935석이다. 수요가 늘어 4분 간격으로 운행시 시간당 15회, 1일 16시간 운행시 총 240회 운행이 가능하다. 왕복 480회 운행이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좌석이용률 1.15를 곱하면 하루 최대 51만6천120명이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해동안 1억8천838만명을 실어나를 수 있는 셈이다. 요금은 서울 ~ 부산까지 4만5천원, 용산 ~ 목포는 4만1천400원이다. KTX는 총 46편성으로 구성돼 있다. 1편성은 열차 20량이다. 이중 12편성을 프랑스로부터 도입했고 나머지 34편성은 국내기술(95%이상·로템)로 제작됐다. 그러니까 KTX는 국산이다. KTX의 생명은 무사고, 무탈이다. 인생은 바람과 같다. 한번쯤 바람에 몸을 실어봄직 하다. /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가슴을 열고 창공을!

"그는 이렇게 질타했다. “젊은이들은 바깥 세상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도전에 너무 무관심하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좋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과 근사한 집 뿐이다”라고 했다.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수상의 말이다. 어느 삼류 영화의 장면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힘을 내세운 남자의 폭력에 전전긍긍하던 여자가 재빨리 주방의 칼을 낚아 움켜잡고 남자의 목에 들이댔다. 상황은 역전됐다. 여자는 복수심에서 자신의 발등을 혀로 개처럼 핥으라 했고, 예리한 칼끝의 감촉을 목덜미에 느낀 남자는 ‘킹킹’대는 소리를 내며 시키는대로 했다. 형편이 불리하면 이런 수모도 감내하면서 위압적 폭력을 앞세우는 것은 정말 못난 짓이다. 말로는 큰 소리치는 젊은이들이 좋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과 근사한 집을 갖기위해 패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싱가포르의 사정인 것 같다. 잘난 척 하다가도 어떤 잇속에서는 한량없이 비겁할 만큼 나약한 폐쇄적 현실 탐닉을 싱가포르 수상은 개탄한 것이다. 이는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바깥 세상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도전에 너무 무관심하기는 우리의 젊은이들 역시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신시대의 주역임을 자처하면서도 새로운 비전은 커녕 구시대가 개척해 놓은 지식산업의 먹거리만 축내고 있다. 개혁을 말하면서도 남이 안보는 데선 여자의 발등을 개처럼 핥아낸 그 남자 못지않은 추악한 짓을 일삼는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엔 뭘 수출해 먹고 살 것인 지 지금의 처지로는 실로 막막하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내고 나면 거대한 경제공룡의 면모를 드러낼 것이다. 이를 위해 버릴 것은 미련없이 버리고 끌어들일 것은 과감히 끌어들이고 있다. 중국에 대해 갖는 국내 일부의 우월감은 큰 착각이다. 일본은 10년 뒤면 완전히 우경화한다. 세계 정상급 장비로 무장된 강병의 자위대는 ‘자위대’ 명칭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정식 군대로 개편될 것이다. 일본의 장래를 평화적 시각으로 보는 것은 큰 오산이다. 토인비는 일찍이 ‘역사는(나사 모양의) 나선형(螺旋型)으로 발전한다’고 하였다. 북 핵 관련의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불가피하긴 하다. 하지만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의 참여는 마치 100여년 전에 있었던 열강의 각축을 연상케 한다. 또 반미·친미니 하는 가운데 들먹이는 자주·민족공조의 어휘 범람은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방불케 하고 있다. 한마디로 모순의 시대다. 지난 19세기 말에 겪었던 모순의 시대를 21세기 초 들어 토인비의 말과 같이 한 단계 더 올라 제자리에 돌아온 나선형처럼 또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초반에 당했던 나라의 불운을 절대로 되풀이 할 수는 없고, 이를 거부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젊은이들이다. 탄핵정국의 찬·반이 어떻게 끝나든 이로 인하여 나라가 거덜나진 않는다. 젊은이들이 시대의 정체성을 잃을때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좋은 일자리와 높은 소득과 근사한 집을 갖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므로 젊은이들의 이런 현실 추구를 탓할 수는 없다. 설령 당장은 백수일지라도 젊은 인생이 그대로 끝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삼류 영화의 남자 주인공 같은 젊은이가 되어선 도태의 표적이 된다. 진보는 개혁이고 보수는 수구인 것처럼 말하는 세태이지만, 반면에 진보의 수구세력이 있는가 하면 보수의 개혁세력도 있다. 이를 잘 헤아리는 것이 이 시대의 시대적 정체성이다. 시대의 변화는 감성적 변화가 아닌 이성적 변화다. 이를 가리지 못하면 진보도 보수도 말 할 수가 없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미로만을 헤맨다. 좀 더 나라안 일을 통찰하고, 좀 더 나라밖 사정을 관찰할 줄 아는 깊은 시각과 넓은 시야와 도전 정신을 가져야 한다. 젊은이들이여! 가슴을 열고 창공을 바라보라! 그 속에 자신의 젊음이 존재함을 발견할 것이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신용불량

"외국의 한 경제학자는 ‘국민소득 1만달러에 갓 진입한 한국인의 소비는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국민과 비슷하다’고 과소비 풍조를 경고한 바 있다. 적절한 소비활동은 생산을 부추겨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소득을 훨씬 뛰어넘어 감당할 수 없는 ‘쓰고 보자’는 풍조는 개인과 사회에 모두 무거운 짐을 지운다. 젊은층 사이에 불고 있는 ‘일단 놀고 쓰고 보자’는 분위기는 20, 30대 사회초년병들을 신용불량이라는 금융전과자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20, 30대 신용불량자가 약 160만명으로 이 연령대는 전체인구의 10%나 된다. 10명 가운데 1명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20, 30대가 전체 신용 불량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약 50%를 차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왜냐하면 40, 50대 연령대의 신용불량자는 대부분 가정형편에 따른 ‘생계형’이라면 20, 30대는 씀씀이가 헤픈 ‘소비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 신용불량자들은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상품을 카드로 구매하면 나중에 반드시 갚아야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금융자산이 있으면서도 금융기관의 채무를 갚지않는 양심 불량 연체자들이 상당수 존재해 정착단계에 들어선 한국 신용사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와 같이 젊은층의 소득없는 ‘거품소비’는 카드대금의 상환기일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속칭 ‘돌려 막기’로 나타나고, 결국 원금과 이자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된다. 이런 신용불량자의 대량 탄생은 20, 30대의 과소비 현상에 따른 것으로 자기 자신이 철저한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 1차적인 책임이지만, 신용정책 당국의 느슨한 관리정책도 이런 풍조를 부추겼다. 개인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없애고 대신 개인별 신용정도에 따른 차등화 정책 도입, ‘길거리 회원모집’ 허용 등 무리한 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소득이 없는 젊은층의 과소비 풍조를 부추겼다. 소득 없는 소비는 젊은이를 신용 불량자로 전락시키고 카드사는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부의 지원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빌린 돈을 반드시 갚아야 하며, 신용이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사실을 깨우치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김병옥.신흥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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