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 의문투성인 두 시책

"제도개선은 사회변천에 수반되는 부단한 욕구다. 시대상의 진전에 따라 사회제도 또한 개선돼야 한다. 이렇긴 하면서도 제도개선은 대개가 생소하게 마련이다. 생소하긴 해도 설득력이 있는 것은 긍정적 합리성을 갖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생소한 이혼 전 상담절차 의무화와 세 자녀 둔 부모의 취업 및 승진 혜택이 이런 긍정적 제도개선의 생소함으로 보기에는 의문이 크다. 이혼율이 해마다 높아가는 병리현상은 비단 가정만이 아닌 사회적 병폐인 것은 사실이다. 이를 줄이기 위한 보건복지부의 고충은 능히 짐작한다. 그러나 상담절차를 의무화하는 것은 방법으로 보기가 어렵다. 상담기관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둔다고 한다. 학자나 시민단체를 센터에 참여케하여 가정해체 방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옥상옥의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한 가정의 부부 일에 책임질 수 있는 중재를 한다고 믿기엔 심히 우려스런 점이 많다. 무슨 시민단체를 참여케 한다는 것 역시 위인설관이다. 이 센터에서 인증서를 받아야 법원에 이혼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전치 요건화는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부당행위가 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이혼관련 특별법을 만든다고 하나 법률로 가정생활을 규제하는 덴 한계가 있다. 법만 만들면 된다고 보는 단순 발상은 정책일 수 없다. 이혼율 억제는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사회통념의 확산에 의해 기대할 수밖에 없고, 부득이한 이혼신청 조정은 법원의 심리만으로도 충분하다. 세 자녀 둔 부모의 취업 및 승진 혜택 부여는 실로 황당하다. 출산율 신장을 위해 권장하는 시책으로는 건강보험 확대나 육아비 지원 등은 능히 타당하다. 그러나 취업 및 승진의 인센티브 부여는 이와 상대적으로 관련되는 공조직이나 사기업에 대한 경영권 침해다. 또 세 자녀를 둔 부모가 다 그같은 특혜를 꼭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형평성 위배가 문제될 수 있다. 무엇보다 위헌의 소지가 많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혼 전 상담절차의 전치 요건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그리고 세 자녀 둔 부모의 취업 및 승진 특혜는 사회적 평등권에 위배될 공산이 높다. 목적이 좋다하여 방법에 무리가 있어서는 목적의 효과를 기할 수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좀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군 집 1천200채 무상으로 지어달라?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에서 미국이 오산·평택지역에 주한미군용 주택 1천200채를 무상으로 지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얼마전 서울에서 열린 ‘미래 한 - 미 동맹 정책구상’ 7차 회의에서다. 이 문제가 회의 결렬 요인의 하나가 된 미국측 요구는 부당하다. 한국이 부담할 이전비용이 수천억원이나 늘어나게 된다. 미국측의 무상 요구는 우선 우리에게 고압적인 느낌을 준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주둔군지위협정(SOFA)에는 미군과 미군 가족에 대하여 우리 쪽이 주택을 제공할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실정이 이런 데도 일본과 독일에서는 미군 및 가족들의 주택을 일본·독일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며 주택비용을 우리 정부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치 않다. 현재 주한미군 주택은 용산기지 안에 미군이 지은 주택 320여채와 대한주택공사가 지어 임대한 주택 400여채,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미군이 임대로 사는 400여채가 있다. 7차 미래동맹회의 직후 한·미 군당국자들이 실무협의를 통해 미군이 지은 320여채는 한국이 오산·평택지역에 새로 지어 무상으로 제공하되 나머지 임대주택 880여채는 한국쪽이 주택을 지어 임대하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은 양측에게 모두 무리가 없다. 그러나 미국이 계속 1천200채 무상을 고집한다면 외교적 마찰이 생길 우려가 크다. 미군주택 무상 제공 협상은 4월 중 경기도에 설치될 ‘미군기지 이전 추진지원단’과 평택시의 ‘국제교류사업단’에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들 기구는 미군기지 이전으로 예상되는 보상문제, 마을이주 대책, 소음 및 환경오염 피해, 미군범죄 등 각종 부작용과 피해를 예방하고 대응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미군 주택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군 주택 무상 제공 여부는 중차대한 한·미 양국의 현안사항이다.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미군기지 이전은 반미감정을 자극시킬 수도 있다. 미국측은 한국인의 정서를 거스르지 않는 가운데 한국측이 제시하는 이전계획안을 수용해야 한다.

야생동물

"한국의 야생동물 가운데 호랑이, 늑대 등은 사실상 멸종된 지 오래다. 또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만도 43종에 이른다. 보호해야 할 동물은 151종이라고 한다. 까치와 청서(일명 청설모)를 제외하고는 개체 수를 조절할 만큼 과잉번식하는 동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야생동물들에게는 폭우·가뭄·폭설·지진·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보다 인간이 가장 무서운 천적이다. 불법 밀렵은 야생동물들의 최대 수난이다. 산돼지, 고라니, 너구리 등이 억센 올무(덫)에 걸려서 이를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친다. 더러는 다리가 부러졌거나 목이 졸려 죽는 장면이 TV를 통해 생생히 보도되기도 한다. 보기에 실로 안타깝다. 일정 지역과 기간을 정해 놓고 개체수 증가에 따른 수렵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야생동물의 잔혹사’다.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국의 산과 들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뱀·개구리·반딧불이·가재·잠자리 등은 깊은 산골이나 박물관에서 표본으로나 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무분별한 산림 개발과 환경 오염 등으로 먹이와 살아 가는 땅이 아주 척박해져 야생동물들이 살 곳을 점점 잃어가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산불은 야생동물들에게도 재앙이다. 강원도 지역은 특히 심하다. 지난 2000년 4월7일부터 9일간 강원 고성~경북 울진 동해안 지역에서는 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여의도 면적의 78배가 넘는 2만3천448㏊의 임야가 소실됐다. 산불로 나무와 숲이 사라지면 초식 포유류가 상당수 자취를 감추고 초식동물을 잡아 먹고 사는 ‘맹금류’들이 활개를 친다. 이런 일로 토끼는 간데 없고 살쾡이가 닭을 물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야생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과 지나친 보신문화는 야생동물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러나 야생동물의 피(혈액)나 고기를 함부로 먹으면 각종 기생충이나 잠복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야생동물이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다. 공생공존은 자연의 섭리다. /임병호 논설위원

경기문화의 窓/화성행궁 일요상설 한마당

"전통의 향기 또다른 ‘즐거움’ 매주 일요일 수원 화성행궁에 가면 전통문화의 향기는 물론 장용영 군대의 늠름한 기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의 개혁군주이자 민본정치를 실현했던 정조의 사상이 한데 어우러진 화성행궁에서 ‘일요상설 한마당’이 펼쳐진다. 이 행사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2004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28일부터 11월 28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200여년전 화성에서 펼쳐졌던 장용영 수위의식(옛 수문장 교대의식)과 전통 무예 24기 시연, 각종 상설공연이 다채롭게 열린다. 매주 일요일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열리는 장용영 수위의식은 정조대왕이 화성행차시 펼쳤던 군례의식이다. 화성행궁의 수위의식은 서울의 정궁에서 펼쳐졌던 수문장 교대식과 달리 임금의 임시거처였던 특수성에 따라 독특한 군례문화를 선보인다. 수원시는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에 의뢰해 정조의 화성행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 등 관련문헌에 따라 복식과 기물 등을 복원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대북이 울리면 장용영 군사가 배치되고 군기하달과 왕명하달 등의 순으로 수위의식이 진행된다. 이어 성문을 여는 ‘개문의식’과 함께 정조대왕이 행차하며, 조선 군대조직인 5군영의 상징인 오방기를 세우는 ‘상기례’가 펼쳐진다. 또 ‘군례훈련’에는 검, 활, 조총 등의 시범이 이어지고 장용영 군사들의 우뢰와 같은 충성함성에 따라 하기례, 폐문의식, 예필의식으로 마무리된다. 근엄하면서 절제된 장용영 군사의 군례의식이 끝나면 용맹무쌍한 군사훈련이 관람객을 맞는다. 훈련원 군사를 훈련시키는 ‘강무’와 ‘시취의식’에 이어 임금이 군인들을 열병하고 장수를 파견하는 의식이 엄중하면서도 절도있게 열린다. 또 적장의 목을 베어 국왕께 바치거나 조선시대 궁궐 화재시 펼쳐진 긴급방제 훈련도 펼쳐진다. 오후 3시부터는 부국강병의 실학정신이 담긴 ‘무예도보통지’에 근거한 전통무예 24기 시연이 열린다. 무예 24기는 화성에 주둔했던 조선 최정예부대 장용영 외영 군사들이 익혔던 것으로 화성행궁 북군영과 남군영에 주둔했던 정조의 친위부대다. 이번 프로그램중 매주 레퍼토리를 달리하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일요상설 공연’도 크게 눈길을 끈다. 공연은 계몽군주이자 효사상을 실천한 정조의 화성행궁 건립배경과 능행차 모습 등을 소재로 진행된다. 첫번째 테마인 ‘화성의 태동’(4~6월)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는 효성 깊은 마음과 화성 건설의 배경을 담았다. 첫날인 28일 오후 3시30분 개막식에는 경기도립무용단의 ‘북의 제전’과 태평무, 농악무 등이 열리며, 국악퍼포먼스와 경축 팡파레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내달 4일 퓨전타악퍼포먼스 KATA를 비롯 합주, 합창, 전통과 현대무용 등이 다채롭게 선보인다. 또 (주)떼아시네의 ‘럭키 럭키 골든쇼’를 시작으로 정악·정재, 영화음악, 발레 등을 공연한다. 매주 공연에는 극단 시소가 화성행궁 건설을 배경으로 한 인형극과 난파소년소년합창단의 전래동요 무대를 마련했다. 두번째 테마인 ‘8일간의 대장정’(7~9월)은 화성행차길에 오른 정조의 화려한 어가행렬을 중심으로 공연이 펼쳐지며, 세번째 테마인 ‘화성의 탄생’(10~11월)은 화성축성과 탄생과정을 등을 소재로 공연이 열린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한은희 개인전 초록빛 계곡물… 얼어붙은 마음도 녹여 ] 사람의 자취가 사라진 계곡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불규칙한 계곡의 물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들리는 곳에는 선인이 아니라도 금세 자연과 벗이 된다. 설악산 수렴동이나 가야동 계곡 등 깊은 계곡의 풍경을 화선지에 담아 온 한국화가 한은희씨(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실경을 기본으로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화에서는 좀체 사용하지 않는 물을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거나 관념적 산수가 아닌 실경을 담은 것이 그렇다. 또 한씨의 매력은 푸근한 자연의 멋이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는 것. 계곡의 명징한 물과 그 속에 자리를 차지한 돌들이 정답게 어깨를 마주하고 안개가 자욱한 원경이 수묵담채화로 넉넉히 담아낸다. 특히 한씨의 그림은 인간을 압도하는 산세와 폭포수처럼 위협적인 자연이 아니다. 서정적인 계곡풍경이지만 물에 투영된 갖가지 사물들을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씨는 더욱 짙어진 초록빛의 물에 초점을 맞춰 초대전을 열고 있다. 내달 15일까지 가평 가일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내설악’전. 전시작품은 300호짜리 3점과 200호 6점 등 대작을 비롯 소품 등 총 29점이다. 지난해 9월 열린 개인전(서울 상갤러리)에서 ‘대담한 화면구성과 밀도감 있는 색조로 한국화를 현대적 조형어법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은 작가는 ‘순환(Circulation)’을 주제로 다시 내설악을 찾았다. “초록빛 계곡물은 봄을 맞아 겨우내 녹은 계류입니다. 계절의 변화와 순환을 통해 인간의 얼어붙은 마음마저 순화되기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죠” 전형적인 한국화라면 으례 등장하는 ‘여백의 미’. 그러나 한씨의 그림에는 공허한 여백이 아닌 색다른 여백이 존재한다.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는 초록빛 물이 바로 여백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순백이 아닌 깊이를 알 수 없는 초록빛을 머금은 계곡물이 여백을 대신한다. 지난해 개인전이 영원이나 꿈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생명성을 강조한 ‘순환’을 주제로 삼았다. 새로운 희망과 탄생을 상징하는 봄을 맞아 희망과 함께 얼어붙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다 풀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가의 소망. 전국의 오지를 찾아 다니며 계곡의 풍광을 담았던 작가는 환경오염이나 개발로 인해 사라진 오지에 대해 아쉬워했다. “지금은 내설악 말고는 자연의 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작품마다 ‘순환’이란 제목을 붙이고 생명의 소중함을 담고자 했습니다” 772-7071/이형복기자 bok@kgib.co.kr

"3월 27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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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정치활동 제한 합헌’ 결정

“미군 놈들이(우리 나라에서) 나가야 잘 산대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초등학생 아들의 뜬금없는 말에 부모는 아연했다. 미군 철군의 찬반이 문제가 아니다. “원쑤(원수)의 남조선 미제국주의 군대를 몰아내자…”고 하는 북측 인민(초등)학교 학생들의 말과 거의 비슷한 말을 왜 우리의 아이가 하게 됐느냐가 문제다. 그렇다고 우리의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들려준 이가 북에 동조하는 공산주의자 라고는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초·중(고)등 교사의 정당가입 및 정치활동 제한의 관련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결정을 내렸다. 교육법은 초등교육을 ‘국민생활에 필요한 기초적 초등보통교육’, 중학교는 ‘초등교육의 기초위에 중등보통교육’, 고등학교는 ‘중등보통교육의 기초위에 고등보통교육과 전문교육’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육과정은 학습단원과 교안에 의해 진행된다. 교원의 수업에서 수업 외적인 자신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것은 양심의 자유다. 그러나 그같은 생각으로 들려주는 말 중엔 감수성과 모방성·수용성이 왕성한 학생들의 인격형성 및 생활습관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는 수가 있다. 이 점에서 교원의 정치활동을 수업권의 침해로 본 합헌 결정 이유는 심히 타당하다. 일부의 교원들 중에는 심지어 교안 작성까지 거부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듣는다. 머리띠 두른 점퍼차림의 가두시위를 일삼으며, 정치적 선명성 경쟁으로 치닫는 편가르기 경직화의 개탄이 자심한 실정에 비추어 헌재결정이 시사하는 의미는 매우 크다. 파병에 반대하고 무슨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특정 정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하는 것 등은 초·중(고)등 교원이 취할 수 있는 본연의 궤도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초·중(고)등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을 절대적으로 요구받는 것은 정치상황은 가변성인 데 비해 교육가치는 불변성인 데 있다. 교육이 정치세력의 간섭을 거부할 권리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은 또 정치세력에 개입하지 않고 초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교원의 사명은 현실 참여가 아닌 미래 가치의 창출이다. 일부 교원의 의식화교육, 그리고 무소불위의 정치세력화에 많은 학부형들은 매우 걱정스런 시선을 갖고 있다. 헌재 결정을 수용하는 겸허함이 있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결핵 후진국에서 벗어나자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결핵사망률, 신규환자 발생률 1위라는 것은 수치스러운 노릇이다. 대표적 후진국 병으로 알려진 결핵환자가 22만여명으로 추산되고 매년 3천300여명이 사망하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매년 3만여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결핵이 다시 고개를 듦에 따라 과거 ‘출생 후 1년 미만 접종’에서 ‘1개월 미만 접종’으로 접종지침을 변경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한해 200만여명이 결핵으로 생명을 잃고 우리나라도 결핵환자가 일본의 3.1배, 미국의 16.6배에 달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는 터에 예산이 수반되는 일도 아닌데 이제야 접종지침을 변경했다니 한심하다 아니 할 수 없다. 결핵이 심각한 것은 결핵균이 감염자의 기침이나 가래 등을 통해 공기 중으로 전염돼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핵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것도 불행을 자초한다. 결핵에 유의할 점은 초기엔 특별한 증세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은 땀, 미열, 체중감소, 피곤, 식욕부진과 같은 전신증세가 먼저 오기 때문에 대단치 않게 여기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4~8주 정도가 지나면 기침.가래. 객혈 등의 호흡기 증세가 나타나므로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위험에 처한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초기에 약물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5세 이하 어린이는 집안에 결핵환자가 있을 경우 병원을 찾아 결핵진단을 받고 예방목적으로 결핵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65세 이상 고령자나 당뇨, 만성 간질환, 신부전증, 알코올 중독, 영양 결핍 등 면역력이 평소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결핵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약물처리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여 방심하면 치명적으로 악화되는 질환이 결핵이다. 특히 신생아의 경우 병원 당국은 물론 부모들이 결핵예방접종(BCG)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핵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보건당국과 국민이 함께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 여우?

"여우는 전설과 민담 속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계절에 따라 들쥐·멧토끼·벌레·과일 등을 먹는 잡식성으로 식육목(食肉目) 개과(科)에 속한다. 한자어로는 호(狐)라 한다. 우리나라에 분포된 여우는 유럽·북아프리카·아시아·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레드 폭스(vulpes vulpes Red Fox)’로 통칭되는 종류이다. 형태적으로 일본산 여우와 비슷하다. 다만 다른 점은 주둥이의 색채가 일본산 여우에 비하여 엷어서 황갈색에 가깝다. 다리는 개보다 짧고 몸길이는 52~76㎝, 꼬리 길이는 26~42㎝, 몸무게는 4~7㎏ 정도다. 여우의 번식은 겨울철인 1,2 월에 암컷이 선택한 수컷과 짝을 지은 뒤 52~56일의 임신기간을 거쳐 4월 중순에 초산에는 서너마리, 그 뒤에는 대여섯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갓난 새끼는 눈을 감고 있지만 12~14일 뒤 눈을 뜬다. 새끼 옆에는 항상 수컷이 암컷과 같이 새끼들의 양육과 먹이의 운반을 도와 준다. 1개월 후면 새끼들이 굴밖으로 나와 놀며, 2개월 후에는 젖을 먹이지 않는다. 새끼들은 늦은 여름이나 가을이 되면 어미로부터 독립하여 생활을 하게 된다. 남한에서는 해방 전까지는 비교적 많은 여우가 서식했으며 1960년까지만 해도 야산에서 번식, 어느 정도 개체군을 유지했다. 그러나 남획과 전국적인 ‘쥐약 놓기 운동’의 2차적·3차적 피해를 입은 데다 국가적인 보호대책이 강구되지 않아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23일 강원도 양구군 동면 덕곡리 뒷산에서 죽은 여우 수컷 한 마리가 발견됐다. 여우가 발견되기는 1978년 지리산에서 밀렵꾼에 의해 한 마리가 포획된 이후 처음이다. 비록 사체로 발견됐지만 아직은 여우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새끼들의 먹이를 구하러 나왔다가 인간이 놓은 올무에 걸렸거나 독극물로 죽은 소형 동물을 먹고 숨졌을 것이다. 여우는 술수와 변화를 부리며 인간을 괴롭히는 동물로 인식돼 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원도 어느 산속에서 수컷을 기다리는 암컷과 갓 태어난 새끼들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3월 26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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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또 끌려가는 개성공단

"북한 측이 ‘개성공단 토지의 평당 사용료를 (기존 협상액보다)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남북문제가 좀 순탄하게 진행되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런 무리한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황당하다. 개성공단 개발사업의 청사진이 ‘공단분양가 인상’이라는 복병을 만나 당초 3월말 착공이 불가능해져 실로 난감하다. 남북은 그동안 토지사용료를 평당 1만원 안팎으로 책정하기 위해 협상해 왔다. 1만원으로 합의되면 남측은 1단계 조성공단 100만평에 해당하는 현금 100억원을 북측에 제공해야 한다. 토지사용료와 장애물 철거 비용으로 구성되는 개성공단 분양가 중 전신주, 농가, 비닐하우스 등 기존시설 철거비용은 평당 10만~12만원이다. 남북간에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북측은 100만평에 대한 비용 1천억원~1천200억원을 현금으로 요구한 반면 남측은 “남측 기업과 용역 계약을 해 직접 철거하도록 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중이다. 북측이 요구한 토지이용료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북측의 인상요구를 일부분만 수용하더라도 (장애물 철거비용을 포함한) 평당 임대료는 10만원대 후반으로 오른다고 한다. 이같은 가격은 현재 전남 대불공단(22만9천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분양가 인상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엇갈리는 시각이다. 분양가가 올라간다면 개성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가 하면, 인건비가 싼 북한 노동력을 활용할 경우 분양가가 높아지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손해보지 않는 장사나 협상에 능수능란한 북측이 남측의 이런 시각차이를 십분 이용하여 토지사용료의 과다한 인상과 함께 전액을 현금으로 요구하는 것이 계획적이라는 분석은 어렵지 않다. 싫으면 그만두자는 식의 협상인 것이다. 현재 협상의 진척을 위해 총액 기준으로 분양가에 먼저 합의한 뒤 토지임대료와 철거비용을 나중에 결정하는 식으로 협상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방식도 나중에 북측이 또 딴소리를 하거나 상상 밖의 금액을 요구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기일이 걸리더라도 금액을 확실히 정한 뒤 착공하는 게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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