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TV ‘심야토론’을 보고

지난 주말 KBS-1TV ‘심야토론’ 프로그램이 설정한 ‘국가균형발전인가, 수도권 역차별인가’라는 토론 제목은 제목부터가 편향적이다. 우리가 말해온 이 법의 잘못은 상향균형이 아닌 하향균형이라는 점이다. 상대적 개념에 속하는 역차별이란 말은 우리 역시 주장했고 또 할 것이지만, 이것이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의 정부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이런데도 반대하는 이유가 마치 지역이기심 때문인 것처럼 주제를 붙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산자위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 이 법안의 통과를 각별히 당부한 조찬회동을 가진 직후에 편성된 토론 제목이 그러한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박종희 의원(한나라당)과 한현규 경기도 정무부지사는 정부 법안을 옹호하는 이강래 의원(열린우리당)과 이현재 산자부 국가균형발전추진단장이 주장하는 역리를 논리 정연하게 반박하는 선방을 보였다. 예컨대 정부 법안에 명시된 수도권 대 지방의 분리 개념을 이분법이 아니라고 우기는 옹호론은 실로 황당한 것이었다. 정부가 신도시로 유발한 인구 증가의 책임을 호도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수도권 대 지방의 그같은 이분법 논리 등에 대해 거듭 재론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법안을 국가이익 차원에서 비추어 보자는 것이다. 정부 법안이 국가의 균형발전을 가져오면서 국가이익이 극대화된다면 그 성장동력이 비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우리는 그런 것을 굳이 가릴 생각은 없다. 그러므로 이러할 것 같으면 마땅히 찬성해야할 법안을 극력 반대하는 것은 겉무늬만 균형발전일 뿐 속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말로 비수도권인 지방을 위한다면 수도권 공장을 빼돌리기 위해 규제 강화에 혈안이 되기보단 지방에 기업의 자생적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순리다. 중국은 쥐를 잡는데 흰고양이 검은고양이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경쟁력의 중추가 되는 성장동력이 수도권에 있다고 해서 쥐를 잡을 생각보다 어느 지역 고양이냐를 먼저 따지는 정부의 총선 선심정책은 해도 너무 지나치다. 수도권에서 빠져나간 공장이 가는 곳은 지방이 아니고 중국이다. 정부 법안의 반대 이유를 흔히 기득권 고수라고 역공하지만 당치않다. 그들 말대로 기득권이란 것을 포기하면 국부만 유출되어 균형발전은 커녕 국민사회가 함께 어려워진다. 국가균형발전은 지역이기가 아닌 국가이익 중심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이에 반한 정부 법안은 마땅히 국회에서 폐기돼야 하는 것이다.

거짓말

플래치 리드는 소송에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말을 일 삼는 변호사다. 그는 또 일 때문에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항상 변명만 한다. 거짓말 때문에 그는 이미 아내와 아들 맥스에게 신용을 잃었다. 플래처는 아들의 생일 파티에는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한다. 아들은 기대에 부풀어 친구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거액의 수임료를 챙기고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아빠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실망한 아들은 생일 소원으로 아빠인 플래처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플래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룻동안 정직한 말만 하면서 생활이 뒤죽박죽된다. 그러다가 법정에서 진심으로 아이를 사랑하는 상대편 의뢰인을 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미국의 코미디 영화 ‘라이어 라이어(Liar Liar·감독 톰 새디악)’의 줄거리다. 미국의 37대 닉슨 대통령(재임 1969∼1974)은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물러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1972년 6월 대통령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몰래 들어가 도청장치를 하려다 들킨 사건이다. 닉슨은 처음에 “아니다” 또는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나중에 들통나 결국 탄핵을 받고 물러났다. 미국과 일본의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 가장 무서워 하는 낙인이자 최상급의 욕은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거짓말쟁이로 한번 낙인 찍히면 닉슨 대통령처럼 공직생활은 끝장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나라별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33개국 중 50위로 지난해보다 10계단 떨어졌다. 모든 부패는 거짓말에서 비롯된다. 우리나라에서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계층이 정치인들이라고 하면 아마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요즘 한국정치판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면 거짓말들을 하도 많이 하여 국민이 오히려 불안하다. 영화 ‘라이어 라이어’의 플래처 아들처럼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해도 씨가 안먹힐 게 분명하다. 우리 정치판, 도대체 왜 이러는가. /임병호 논설위원

기고/우리도 '떼법'을 써야 통할까?

우리지역에는 오현(梧峴)리라는 마을이 있다. 말 그대로 오동나무 고개라는 뜻에 걸맞게 흔한 공장하나 없고 농사만을 천직으로 알고 순박하게 살고 있는 전형적인 우리네 농촌마을이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 귀절이 어울리는 그런 곳이랄까. 그런데 이 곳이 겉보기에는 평온한 마을 그대로이나 주민들은 7년여 동안이나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며 태산 같은 걱정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것은 96년부터 추진하는 국방부의 ‘군부대종합훈련장조성계획’이라는 국가사업으로 인하여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하므로 앞으로의 진로와 생계 걱정이 이만 저만 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훈련장으로 편입되는 모든 토지를 조기에 수용하고 아울러 이주 및 생계대책을 제시하여야 함에도 7년여 동안 건축행위가 일절 제한되고 수용된다는 소문에 전혀 토지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부대에서 극히 일부 매수하는 금액으로는 10평 팔아도 인근 지역 어디를 가나 단 1평의 땅을 사지 못하는 실정에 있다. 이에 삶의 터를 잃고 마을을 떠나야하는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파주시, 경기도, 25사단, 제1공병여단, 제1군단, 육군본부, 국방부, 각 정당, 청와대 등에 방문, 탄원, 진정을 통하여 7년여 동안이나 생계대책을 호소하여왔다. 이런 딱한 사정을 알기에 지역의원으로서 주민들과 함께 관련기관,부대등을 방문하고 국방부에 재차 민원을 제기한데 이어 국방부장관에게 지역주민을 대변한 호소의 글도 올렸었다. 주민과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뛰어 다녔으나 이에 대한 답변은 “노력해 보겠다”는 1군단 훈련장 담당관을 통한 몇 줄의 원론적인 답변 뿐이었다. 이어 국회의 국방위원회 소속 18명의 국회의원들에게 호소의 글을 모두 올렸으나 지금까지 이렇다 저렇다 한마디 없다. 700여명의 순박한 농민이나 지역을 대표하는 기초의원의 절박한 호소는 이렇듯 옆집 개소리보다 못하단 말인가? 손에 총을 들고 나라 지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최신식 무기를 도입하고, 군부대 막사 등을 현대화 하는 것만이 국방의 최우선 정책이고 그런 국군을 위해서 자자손손 대대로 지키던 고향을 내주고 떠나야하는 힘없고 순박한 농민들은 죽든 말든 예산부족과 규정만 따지는 것이 국방부가 지향하는 국민을 위한 국방정책이란 말인가? 그들이 국방부 공무원의 형제, 가족일지라도 이렇듯 무성의한 답변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였을까? 우리나라는 가장 상위법이 [떼법]이라는 웃어넘기지 못할 말이 있다. 그래서 민원 해결이 안 되면 폭력시위와 집단행동으로 치닫는 것이 작금의 행태가 아닌가. 정말 이 순박한 농민들이 국회의사당, 국방부, 청와대 등에 집단으로 몰려가 시위하고 집단행동을 해야만 민원에 대한 성의가 보여 질까? 이제는 바뀌어야 된다. 힘 있는 사람을 통 할줄 모르고 시위나 실력행사를 할 줄도 모르고 7년여 동안이나 건의하고 호소하는 힘없고 순박한 농민들의 절규어린 소리는 더욱 성의 있게 해결할 자세가 필요하다. 힘없고 순박한 농민들도 때에 따라선 무섭게 돌변하여 실력행사에 돌입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제 [떼법]이라야 통하는 웃지 못할 현실을 바꾸어야 할 때다. /김영기.파주시의회 의원

천자춘추/제2의 바보상자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가 우리 앞에 전개되어 있다. 우리가 필요한 정보, 더욱 전문화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정보선택의 정확성과 신속성차원에서 우리의 삶을 급변하는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니 어느 경우에는 정보화 시대가 우리에게 매우 바람직하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는 매우 전문화된 새로운 매체가 많이 발달하고 있어서 이를 통해 전문화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예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위한 게임전문 웹사이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위한 스포츠전문 웹사이트,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경제전문 웹사이트가 만들어졌고, 홈 쇼핑, 패선안내, 증권정보, 부동산정보, 관광정보, 각종 어학학습정보 등의 웹사이트가 운영되고 있고 많은 웹사이트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문제는 이렇게 운영되고 있는 정보 운영은 획일적이고 운영자의 불리한 점은 감추고 유리한 쪽만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는데 있다. 그런데 그러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정보가 객관적이고 정확한지의 신뢰성 검증 없이 자유롭고 신속하게 얻기만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얻어진 정보를 종합적이고 다른 상황과의 협력을 이루게 하여 어떤 사안을 조화 있게 판단하는 능력이 상실되어 가고 단지 얻어진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려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특히 초고속 정보화시대에 누구보다도 젊은 세대들은 손쉽게 컴퓨터에 익숙해져 있어서, 어떤 생각이나 판단 없이 모든 것을 컴퓨터에 의존 하다보면 자신의 사고력이나 창의력은 정체되어져 버리고, 오직 컴퓨터의 키보드 버턴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흑백의 극단사고 논리로 빠져들기 쉽게 되어, 인간의 경험이나 관계 등을 통한 판단과 조화롭게 사회의 의사결정에 적응해 가는데 미흡한 점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가까운 과거에 우리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하여 많은 문제점을 분석하였고 경계를 해왔다. 이제는 컴퓨터를 잘못 과용하고 맹목적으로 이용함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면밀히 분석하고 대처하여 컴퓨터의 오용의 결과를 대처해야 한다. 만일 그리하지 않는다면 컴퓨터는 텔레비전보다도 더한 바보상자로 우리 앞에 놓여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병폐는 심각해질 것이다. /김재평.대림대학 전자정보통신과 교수

독자투고/무인카메라 단속 사고예방효과 '톡톡'

내년부터 경찰청에서는 매년 800대씩 무인단속카메라를 추가 설치, 2006년에는 전국의 도로에 4천700여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이 정도라면 전국 어느 국도나 지방도로에서 단 1분의 과속질주도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시설보완과 예산투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묘안과 요령, 편법 속에서 경찰의 과학적 단속을 비웃으며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 불능한다니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전자감지기를 차량에 장착하여 미리 무인카메라 설치장소를 알아낸 뒤 단속을 피하는 방법에 차량의 속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자동으로 번호판이 접혀 들어가 식별을 못하게 하는 장치까지 개발되어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불법이 또 다른 불법을 낳는 준법 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준다. 무인카메라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불법용품들이 인터넷과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또 이런 불법용품을 장착하다 적발되어도 과태료(5만원 이하)가 무인카메라 단속에 의한 범칙금(4만~9만원)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하는 착각 중에 하나는 이같은 불법용품들이 도로상의 모든 위험과 불행을 막아준다는 미신과 이를 믿고 도로를 질주하고 다니는 사이 본인의 생명은 물론 무고한 남의 생명까지 담보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무인단속카메라는 세금을 거둬 들이는 기계가 아닌, 사고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한 약속의 증표라 믿고 규정속도를 지키는 당당한 준법 운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조헌호·가평경찰서 남부순찰지구대장

11월 22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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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질환, 정부지원 넓혀라

국내 희귀난치질환 종류가 100종이 넘고 실제 환자는 47만명선에 이르는데도 정부가 8종 질환에만 의료비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고통 받기는 다 마찬가지인데 특정 질병만 지원해 주는 것은 차별대우라는 다른 희귀난치병 환자들의 주장을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아직 난치성 희귀질환자나 장애인들을 위한 국내 지원과 보험 혜택이 미흡해 대다수 환자와 가족들이 심각한 고통과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 파킨슨병과 혈우병 외에도 베체트병 크론병 쿠싱신드롬 주버트신드롬 등 일반인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 너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공식적으로 등록돼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는 지난해말 현재 1만1천469명으로 정부는 그동안 2001년부터 이들 중 일부인 만성신부전증과 근육병, 혈우병, 고셔병 등 4종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지원 사업을 시행해 왔다. 2002년에는 베체트병과 크론병이 포함됐으며 올해에는 다발성경화증과 아밀로이디증이 추가됐다. 이들은 1인당 월 20만원~426만원의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으나 워낙 고가의 치료비가 들어 고통을 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8종에서 제외된 환자와 가족들은 더욱 비참한 투병과 간병에 신음하고 있다. 더구나 희귀질환은 환자수가 적어 민간병원의 투자와 연구활동이 부진하고 전문의도 드물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희귀의약품들은 값이 비쌀 뿐더러 구하기도 힘들어 환자와 가족들이 이중 삼중으로 고초를 겪는다. 정부 예산상 모든 희귀병에 대해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복지부의 입장은 충분히 안다. 하지만 지원을 요청한‘윌슨병’환자 가족모임의 회장에게 복지부 관계자가 “‘환우회’ 활동이 활발해야 지원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선정기준에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모든 희귀질환에는 당장 안되더라도 본인치료비 부담이 많거나 아동 환자의 발병 비율이 높은 질병 등을 우선적으로 선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일부터라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장기적이면서도 고가의 치료를 요하는 희귀난치질환 치료를 위주로 의료보험을 개편하는 일도 아울러 추진하기 바란다.

주주에게 손배책임 인정된 총수 ‘비자금’

기업의 경영 판단은 존중하는 반면에 비자금에 의한 뇌물공여는 민사상의 책임을 물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서울고법의 이같은 항소심 판결은 매우 주목된다. 이천전기의 인수 실패가 설령 경영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 할 지라도, 이에 책임을 묻는 건 경영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경영의 틀을 크게 본 것은 설득력이 아주 높다. 실패한 경영이라 할 지라도 고의가 있었거나 현저한 과실이 없는한 적법한 경영 판단으로 간주한 것은 경영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재계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결이 관행적 비자금을 부정적으로 본 것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촉구한 준엄한 문책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88년 3월부터 1992년 8월 사이에 삼선전자를 통해 조성한 75억원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공여한 것을 어떻게 보느냐가 다툼의 요지였다. 이에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끝난 5억원만 제외하고 70억원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주주들이 기업 총수를 상대로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트였다 할 수 있다. 비자금 공여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경영의 관례라며 배상 책임을 적극 부인했던 이회장측 주장은 판결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기업 경영의 판단부분은 삼성이 완전승소한 반면에 비자금 공여엔 완전패소한 이번 판결은 앞으로 재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대기업 총수들의 검찰 소환이 줄을 잇고 있다. 또 검찰 수사는 이들 기업의 상당한 비자금 조성 단서를 이미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식회계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비자금 조성 관행은 더 이상 관행이 될 수 없다. 대기업들은 정권에 대한 보험료로 비자금에 의한 불법 대선자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을 전혀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권에 영합하기 위해 비자금 공여를 즐겼던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대선자금 수사로 대기업의 불법자금 조성 사실이 드러나면 주주대표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는 관측은 당연하다. 재계의 사고방식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이번 삼성전자 관련의 항소심 판결은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경기도 기념물 19호

수원의 ‘노송지대’는 딸기 집단재배지 ‘푸른지대’와 함께 관광지로 각광받았던 명소였다. 노송지대는 210여년 전 조선조 22대 임금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참배하기 위한 능행차 길목에 소나무를 심은 지역이다. 현재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1번 국도 인접 5㎞ 구간이다. 정조대왕이 내탕금 1천량을 하사해 1789년 낙랑장송 500그루를 심은 노송지대는 1960 ~ 70년대 들어 이 일대에 교통량이 급속히 증가, 매연 등으로 인해 노송들이 병들거나 고사(枯死) 했다. 1973년 경기도와 수원시가 소나무 전수조사를 실시, 살아 남아 있는 137그루를 ‘경기도 기념물 19호’로 지정해 관리인까지 두어 소나무에 영양주사를 주입하는 등 정성을 다해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노송들의 고사가 계속돼 현재 39그루만 남아 있다. 수원시가 1990년대 후반부터 노송지대에 500여그루의 후계목(後繼木)을 심고 연간 3천만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집중 관리하고 있지만 인근에 중고차 매매단지와 음식점들이 즐비한 데다 최근엔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정자지구까지 생겨 하루 종일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군데 군데 남아 있는 노송들은 줄기가 크게 휘고 자동차 매연으로 검게 변색해 안타깝기 그지 없다. 송정초등학교 앞 2그루와 인근 10여그루의 노송은 정상적인 지탱이 어려워 철근기둥에 의존, 그 옛날의 정취와 기풍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노송지대 보호의 근본 대책으로 차량통행 금지나 제한을 내놓았다, 그러나 인간편리 우선인 요즘 세상에서 이런 조치를 취하기는 당국으로써도 사실상 어려운 노릇이다. 탄식하자면 인간 의사도 늙고 병 들면 죽는데 산도 아니요 바위도 아닌 식물 소나무가 어찌 영생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늙으면 노인이 되듯 청송(靑松)도 이제 노송(老松)이 됐지 않은가. “매연때문에 사람도 목이 아픈데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서있는 소나무야 오죽 하겠느냐”는 주민의 걱정이 고마울 뿐이다. 후계목들이 세월이 수백년 흐르면 노송이 될테니 그나마 다행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광교산의 아침/고속철 평택역 당위성

경부고속철도에 역이 많은 게 좋은 건 아니다. 역사 하나 짓는데 1천200억원이 들기도 하지만 정차에 7분이 소요된다. 이번에 울산·오송·김천역이 추가돼 역이 모두 11개로 늘었다. 역 정차에 모두 70여분이 소요되므로 고속철이 아니고 ‘저속철’이란 말이 이래서 나올법 하다. 그러나 역사 지정이 고속철의 효율이나 국가경영의 효율면에서 타당하다고 보기에는 심히 어렵다. 역의 수는 적고 효율적인 측면은 높아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역의 수가 많으면 효율은 그만큼 떨어진다고 판단되기 때문일까. 도대체 역 지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심히 의문이 많다. 평택은 동북아 물류의 신 거점인 평택항이 있으며 포승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서해안시대 배후 도시다. 해가 갈수록 그 역할의 비중이 높아갈 것이다. 여기에 미군 용산기지가 이전된다. 경기도는 미군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화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미 공군부대를 합쳐 수많은 미군 및 가족들이 특유의 생활벨트를 형성한다. 송탄관광특구를 비롯한 새로운 국제관광 도시로의 도약이 기대된다. 어느 모로 보든 경부고속철도의 평택역 추가 지정은 당연하다. 이런데도 제외됐다. 예를 들면 천안 같은 곳은 전부터 고속철도 역이 지정됐다. 천안뿐만이 아니다. 충남지역엔 아산과 대전을 합쳐 세군데나 된다. 정부의 신행정수도와 연관이 있다고 치더라도 이는 경기도에 비하면 차이가 나도 너무 엄청나다. 광명역은 거의 출발역이나 다름이 없다. 도내에는 광명역 하나뿐이다. 수부도시인 수원도 서지 않는 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택은 경제적·국제적 입지 조건과 다른 도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서라도 당연히 추가 지정에 포함됐어야 한다. 이런데도 제외된 게 천안역이 가까운 이유라면 당초부터 잘못됐다. 천안이 평택보다 고속철도 역이 우선할 수 있는 객관적 판단은 있을 수 없다. 이에 평택지역사회는 실망과 분노 속에 고속철도역 설치를 중앙 요로에 재건의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점도 없지 않다. 평택지역 사회만이 아니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정치권과 지방경제인들도 함께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도는 정부로부터 여러가지로 역차별당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고속철도 역마저 당위성이 무시되는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건 묵과될수 없다. 앞으로 서해안 물류의 배후도시를 드나드는 외국인 평화도시의 미군과 그 가족, 그리고 외국 관광객들이 고속철도 역이 없어 겪게 되는 불편을 정부는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평택역이 세워져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내국인 승객 입장에서도 평택역은 경기도 남부의 500만 인구를 승차 시장으로 포용하고 있다. 이같은 거대 시장을 외면하는 건 고속철도의 채산성을 스스로 외면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가능하다면 경부고속철도의 역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역의 수는 적으면서 효율은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수치의 돈을 투입하는 국가 기간교통의 사회간접자본에 부당한 지역이기주의 입김이 작용되선 효율의 극대화가 어렵다. 이미 지정된 역 가운데 이같은 폐단이 없는 곳이 없다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이다. 만약 재조정이 불가능하다면 평택역만이라도 조속히 추가돼야 한다. 이는 결코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국민경제와 고속철도의 효율화를 위한 것임을 정부 당국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이수영.경기남부권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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