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국가효율 위한 개혁이다

1988년 본보를 창간할 당시에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지 않았다. 권력에 길들여지지 않은, 권력을 길들이고자 하는 신생 경기일보가 그래서 정통 지방 민권언론의 전위로 일관되게 제기한 것이 조속한 지방자치제 실시의 촉구였다. 1991년 마침내 지방의회 구성을 시작으로 지방자치제가 부활됐고, 1995년엔 자치단체장 민선이 이어져 외형으로는 지방자치의 양대 축인 자치단체의 두 수레바퀴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지방자치의 내용면은 여전히 중앙집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방자치 발전은 하루빨리 중앙집권의 굴레로부터 해방되는 것으로 출발한다. 물론 지방자치의 강화 추진이 없었던 건 아니다. 국민의 정부는 1999년 1월 지방이양촉진법을 제정하고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했다. 그리고 3천600여개로 세분한 이양업무를 발굴한 가운데 27.7%를 이양했으나 실패했다. 이양업무의 대부분이 실질권한은 없는 보완업무로 껍데기 뿐이었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움켜 쥐어온 권한을 결코 내놓으려 하지 않는 중앙부처 관료사회는 수치놀음의 전시효과로 생색만 낸 게 당시의 지방업무 이양이었다. 참여정부 들어 국정 10대 과제의 하나로 지방분권화가 추진되고 있다. 지방자치 발전의 획기적 전기가 되는 지방분권은 물론 기대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중앙부처의 관료사회가 과연 이에 얼마나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인지는 역시 의문이다. 참여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아 염려가 없을 수 없다. 앞으로 지방분권화의 모법으로 추진될 지방분권법 제정은 이 점에서 분권다운 분권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우선 사무의 전반적 개편이 요구된다. 위임사무를 대폭 축소하고 지방의 고유사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팔당호 관리문제가 혼선을 빚는 가장 큰 이유는 업무 한계의 모호함에 있다. 지방정부의 전적인 책임으로 돌려 고유사무로 전환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가관리의 기본 정책개발 등에 치중하고 사회복지 분야를 비롯한 제반 민생문제 역시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같은 자치단체 업무 강화와 아울러 지방의회의 입법기능 또한 강화돼야 한다. 조례 제정의 폭을 자유롭게 확대하는 상위 법률의 재조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방자치의 획일화가 아닌 다양화, 지방자치의 수직성이 아닌 입체화, 지방자치의 기계화가 아닌 경쟁화를 각 자치단체별로 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참다운 의미의 지방분권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또 자치단체의 기구 재편에 대한 자율권이 보장돼야 한다. 무슨 실·국과를 어떻게 두고 지방공무원 수를 얼마를 두든 의회의 필수 의결로 지역주민에게 책임을 지고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제개편 역시 필요하다. 지방자치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국세 위주의 현행 세제를 지방세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 국가재정 대 지방재정이 64% 대 36%인 것을 일본의 45.4% 대 54.6% 수준으로 역조시켜 중앙의 재정지원 통제수단으로부터 탈피토록 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한마디로 국가운영의 효율을 위한 개혁 차원으로 추진해야 성공한다. 물론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이를 수용할만한 지방자치의 능력 배양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구실삼아 지방분권을 주저하는 것은 시대를 거역하는 중앙의 이기다. 지방분권은 지방정부에 엄청난 새로운 과제이긴 하지만 능히 소화해 낼 수가 있다. 본보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하여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위한 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 기구 운영의 자율권 세제개편에 따른 지방재정 우위 등 3대 초점의 지방분권 추진에 선도적 역할을 다짐한다.

한하운 문학상

‘나병 환자 시인’으로 생전에 세상의 화제를 모았던 한하운(韓何雲·1920~1975)의 작품 중 ‘전라도 길’은 특히 유명하다. 소록도로 가는 길에 쓴 詩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낯선 친구 만나면/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천안 삼거리를 지나도/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룸거리며/가는 길…//신을 벗으면/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발가락이 또 한개 없다”는 대목은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과 더불어 화자의 나병이 절망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 언어는 마치 남의 일을 말하듯 하는 객관성을 견지하고 있다. 그 객관성은 화자의 비통한 체험에 대한 상상적 추체험(想像的 追體驗)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함경남도 함주(咸州) 태생인 한하운은 중국 베이징 대학을 졸업하고 함남도청 축산과에 근무했으나 1945년 한센씨병(나병)의 악화로 사직하고 1948년 월남, 유랑생활을 하였다. 6·25전쟁 후 보육원장·출판사 대표·농장장·농업기술학교장 등을 역임하면서 나환자 구제운동에 공헌했다. 다행히 나병이 완치됐는데 1949년 첫 시집 ‘한하운시초(韓何雲詩抄)’, 1955년 제2시집 ‘보리피리’, 1956년 ‘한하운시전집’을 펴냈다. 그의 작품은 나환자라는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감상성으로 흐르지 않고 객관적 어조로 유지한 특징이 있다. 또 온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서정적이고 민요적인 가락으로 노래하였다. 이러한 한하운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한국시연구협회, 월간 ‘시와 시인’, 도서출판 ‘청학’이 한하운 문학상을 공동 제정, 시상하고 있는데 올해 제4회 한하운문학상 대상은 수원에 거주하는 김우영(金禹泳) 시인이 수상했다. 김 시인은 육군 일등병 시절인 1978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을 통해 등단했다. 한하운 문학상이 권위있는 문학상으로 전통을 이어 갔으면 좋겠다./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신주류의 '신당' 3대 거짓말

많은 사람들이 이젠 신물나게 여겨 재밋살 없는 신당 얘기를 한다. 민주당이 신당 논의에 담판을 짓기 위한 전당대회 소집을 두고도 신·구주류 간은 계속 첨예하게 맞서 여전히 난항이다. 이런 가운데 개혁신당이다 통합신당이다 하다가 이제는 리모델링신당론이 나온다. 리모델링형은 이를테면 신장개업이다. 그래서 신주류 강경파 일각에서는 “그럴바엔 굳이 신당을 할 게 뭐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는 모양이다. 어떻든 신당론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전후를 통틀어 반년 이상이나 끌어 ‘망건 쓰다가 장 파한다’는 속담을 생각케 한다. 요즘엔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이 유리하냐, 아니면 신당 간판이 유리하냐를 두고 당내 각개 간에 속앓이가 적잖은 것 같다. 신당을 어떻게 하든 말든 남의 당 일에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영일이 없는 그같은 신당 혼선의 당내 사정이 더 이상 국민에게 국정 실종의 피해를 주어선 절대로 용납될 수가 없다. 그리고 신당 부진의 이유가 신당파의 세가지 큰 거짓말이 자승자박이 된 객관적 사실을 간과키 어렵다. 그 첫째가 보혁구도를 부인한 점이다. 신당파가 진보성향의 세력인 것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기회있을 때마다 신당의 진보정당 성향을 극구 부인하곤 했다. 개혁당이라고 우겼지만 개혁은 그들만의 독점 구호가 될 수 없다. 개혁은 누구나 다 주체가 되고 객체가 돼야하는 시대적 소명이다. 지역타파의 새로운 정치를 편다는 개혁당론 또한 공허하다. 지역타파 역시 이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절실한 소망이다. 유독 신당만이 지역타파 정치가 가능하고 지역타파는 구호로 말만 앞세워서 되는 것은 아니다. 신주류는 신당의 성격을 솔직히 진보정당으로 표방하고 나섰으면 명분도 서고 탄력도 받았을 것이다. 국내 정당체제를 보수·진보 양대정당으로 개편하는 기회를 갖고도 자신이 없어서인 지 주저하다가 놓쳤다. 보수정당인 민주당에서 또 보수정당인 신당을 만드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둘째는 인적청산의 일관성을 부정한 점이다. 신주류 중심의 신당이 구주류를 배제코자 한 새판 짜기인 것은 이 역시 다 아는 일이다. 아는 일을 두고 굳이 모호한 입장을 취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호남을 크게 의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어설픈 태도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 후보시절 소극적이었던 구주류를 포용하거나 결별하는 것은 신주류측의 정치적 선택으로 가능한 재량권 행사인데도 이 또한 포용도 결별도 아닌 채 기회를 놓쳤다. 호남에 신진인사를 대거 공천하여 총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당당한 입장을 보였어야 했다. 그 셋째는 노무현당임을 부인한 점이다. 신당이 노 대통령의 의중 정당인 게 뻔한 사실을 두고 애써 아니라고 우겼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것 같은 아둔함이다. 그들은 대통령이 새로 취임할 때마다 당을 새로 만든다는 소릴 듣지않기 위해 그랬던 게 되레 자충수가 됐다. 신주류의 신당 중심 세력이 청와대서 나온 말로 다 코드가 맞는 사람들인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대통령을 돕기 위한 ‘노무현당’이 바로 신당이라고 천명하고 나섰으면 오히려 떳떳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늦었다. 누구 말대로 총선에서 단 10석을 차지해도 신당을 할 것인지, 신장개업한 민주당 간판을 유지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예컨대 이런 객관적 전망은 가능하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정작 정치권 재편의 무서운 회오리 바람은 내년 4월 총선 이후에 불어 닥친다는 점이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교육과 호주제

호주제 폐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많은 이들이 통과하길 기대하고 있다. 호주제는 호주를 중심으로 하여 가족을 구성하는 제도로 여성 차별 조항이 문제가 되어 그 동안 논란이 많았다. 가정은 가족이란 구성원들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통해 맺어진 우리 사회의 핵심 단위이다. 가정과 가족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은, 호주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다면 호주제가 없는 나라보다 이혼율이 낮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호주제와 비슷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가 폐지한 일본이나 스위스보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높은 것을 보면 호주제가 가족관계를 유지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주제는 가부장적 사고를 유발하여 부부 갈등을 조장하며 가족 해체를 촉진하고 불합리한 호주 승계 순위로 인해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뿐만아니라 남아선호사상을 고착화시켜 태아 생명의 존엄성이 위협을 받으며, 남아와 여아의 성비(性比) 불균형을 초래한다. 따라서 호주제가 폐지된다면 평등한 부부관계·가족관계가 확립되는 계기가 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찾게 된다.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호주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제도임을 많은 남성들도 인식하여 호주제 폐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남녀평등’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강조하고 있고, 유아 교육 현장에서도 반편견교육의 일환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우리의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 그들이 교육을 받은 내용과 사회 현실이 상이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과연 나이가 많아 물러앉은 우리에게 무엇이라 할까? 호주제가 폐지되어 어린이들이 현실과 괴리가 없는 교육을 받고, 상위법과 하위법이 상충되지 않으며, 모두가 존엄성을 가진 행복한 사회에서 살게 하고 싶다.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국회 통과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가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고대해 본다. /정원주.협성대 아동보육과 교수

8월 7일 경기만평, 당구公

{Image}

병원식당이 위생불량이라니

경기·인천지역 병원과 대학교, 대기업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집단급식소 대부분이 위생상태가 불결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집단급식소의 위생상태가 불량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단속을 강화하는데도 개선은 커녕 오히려 점점 나빠진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 더구나 도시락 업체 상당수도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로 음식을 조리한다니 집 밖에서는 안심하고 먹을 음식이 없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경인지방청이 지난 5월부터 6월 10일까지 도시락 제조업체와 집단급식소 등 68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생점검 결과를 보면 위생불량 상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1회 400인 이상 음식을 제공하는 힘찬병원, 가톨릭대 성모자애병원, 인천의료원, 용인정신병원, 안양병원 등 대규모 의료기관에서 제조일자가 없는 식품을 취급했거나 조리장내 위생상태가 불결한 것으로 지적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하대 기숙사, 인천대, 경인교대, 경찰대학, 용인대, 협성대, 한국외대 기숙사, 총신대, 경기대(수원), 성균관대(수원), 한양대(안산) 등 경기·인천지역 소재 대부분의 대학교 식당이 원산지 표시가 없는 고기류를 취급하거나 영양사를 선임하지 않고 조리행위를 폈다는 것도 묵과할 수 없다. 병원·대학교 뿐만이 아니다. 롯데쇼핑 부평점, 동양제철화학, INI스틸, 동국제강, (주)리바트, 한국가스안전공사, 국가전문행정연수원 등 대기업과 국가연구소도 식당을 불결하게 운영했다. 특히 파라다이스 인천 등 호텔과 대한제분, 오뚜기라면 등 식품제조업체가 포함됐다. 이들 업소나 병원, 학교 등 집단급식업소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제품이나 재료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조리실을 불결하게 운영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위반행위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이때 식품제조업소와 집단급식소가 위생관리에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은 기본 의무다. 당국이 적발된 업소를 특별관리대상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집단급식업소들의 위생 관념이다. 철저한 위생관념으로 임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인천 경제특구 보완책 필요

정부가 경제성장을 위한 민자 및 외자유치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었다. 일명 경제특구로 불리는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인천시 송도와 영종도·청라지구 6천336만평이 약14조원의 막대한 개발비 투입과 함께 오는 2020년까지 인구 49만명의 계획도시로 개발된다. 인천의 경제특구 지정은 그동안 인천시가 추진하여 온 최대의 역점사업이기 때문에 경제특구 지정은 인천시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인천시 송도 등은 앞으로 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이 수반될 것이다. 송도지구는 국제업무와 IT산업, 영종지구는 항공산업, 청라지구는 관광 및 레저산업 등으로 지역특성에 맞게 발전시킬 계획이며 또한 각종 세제혜택도 주어진다. 우선 이 지역에 입주하는 외국인 기업은 3년간 소득세와 법인세를 전액 면제받을 뿐만 아니라 그후 2년간은 50%를 면제 받는 등 여러가지 특혜가 주어진다. 이번 경제특구지정은 인천지역이 동북아 중심도시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그러나 이 지역이 명실공히 경제특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앞으로 경제특구 지정 못지 않은 더욱 많은 노력을 인천시는 물론 정부도 기울여야 한다. 경제특구로서의 지정은 성장을 위한 출발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앞으로 범정부적 지원과 노동계 등 관련 구성 주체들의 합의를 이끌어 성공적 동력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특히 노동계의 경제특구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경제특구의 성공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된다. 노동계는 그동안 경제특구법안이 근로기준법 등 각종 노동관계법을 위반하고 있다면서 이 법안의 폐지를 주장하였기 때문에 노동문제에 대한 합의 도출은 필수적이다. 특히 최근 노동운동이 상당한 파고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노동문제의 해결은 경제특구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각종 노동관계법 등 경제특구 실시에 따른 법규에 세심한 검토를 통하여 문제점을 조속히 보완하여 경제특구가 21세기의 아시아·태평양시대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지역이 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여름더위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계곡과 바다는 피서객들로 꽉 차고 고속도로는 어디를 가도 차량 행렬로 뒤덮였다. 이런 TV화면을 보면서 통풍이 잘되는 집 안방이나 거실에 큰대자로 드러누워 망중한의 휴가를 즐기는 실속파 피서도 있다. 삼복 중이니 더운 건 당연하다. 염제다 폭염이다 혹서다 하지만 대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오곡백과를 무르익히는 것이 찜통 더위다. 논물이 쩔쩔 끓어야 새파란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땅김이 뜨겁게 솟아야 밭곡식 또한 하루가 다르게 열매가 여문다. 우물속에 수박이며 참외를 시원하게 냉장시키던 시절에는 동네 정자나무밑 돗자리나 뒤뜰 감나무 그늘아래 대나무 평상에서 늘어지게 낮잠 한숨 자는 것도 참 좋은 피서법이었다. 이젠 냉장고 없는 집이 없다시피된 세태이니 그같은 구식피서는 시골에서도 좀처럼 즐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 더위를 피하는 피서도 좋지만 더위와 맞서는 망서(忘暑)는 더욱 좋다. 더위속에 비지땀을 뻘뻘 흘려가며 더위를 잊는 가운데 일하고 나서 멱감고난 뒤의 개운함이란 마치 하늘을 날을듯한 기분인 것이다. 덥다 덥다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여름이 거의 다 되어간다. 오는 8일이면 벌써 입추다. 그리고 15일은 말복이다. ‘모기 입이 무디진다’는 처서가 오는 23일이다. 다음달 11일이 추석이니 한달 남짓 남겨놓고 있다. 자연의 조화속은 바다의 조류 역시 오묘하여 오는 15일을 지나면 어디를 가든 어김없이 냉수대가 덮치기 시작한다. 해수욕도 다음 주말이면 사실상 종친다. 잔서(殘暑)를 피하는 산행이 많아지게 된다. 세월이 빨라서인지, 다 되어가는 여름 보내기가 아쉬운 생각이 든다. 계절은 태고적 법리따라 한치 어김없이 순리대로 가는데, 인간사엔 역리가 심해 이 여름 더위가 더욱 더 덥게 여겨진다. /임양은 주필

기고/성남 인하병원 폐쇄 대책 없나

‘성남 인하병원’이 폐원한지 한달째 돼간다. 성남 구도시 최대 의료기관이자 서민형병원으로 수정·중원구민을 상대로 한 의료서비스중 가장 큰 몫을 담당해왔던 인하병원의 폐쇄소식은 지역주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때문에 그동안 시민단체를 비롯, 성남시·시의회, 그리고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까지 한 목소리로 “폐업만은 안된다” “인하병원을 살려야 한다”고 아우성쳤건만, 끝내 무위로 그친 채 입원환자들은 인근 분당의 대형병원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옮겨갔다. 1985년 수정구 태평동에 ‘한미병원’으로 개원했다가 86년 ‘인하병원’으로 개칭, 인수되었으나 뒤늦게 병원설립자와 한진그룹간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왔으며, IMF사태와 의약분업이후 내원환자 감소로 병원 측은 경영난에 직면해 왔다. 경영악화로 입은 손실만도 연간 80억원, 누적적자가 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병원은 지난 6월20일, ‘폐업안내문’을 통해 “경영악화로 적자가 누적돼 온데다, 건물과 대지를 원매도자에게 반환토록 결정한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더 이상 병원운영은 불가능하다”고 밝힌 채 결국 7월10일 문을 닫고 말았다. 인하병원 외에 성남병원도 내부적으로 폐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인구 60만명을 가진 성남 구 도시에 종합병원이라곤 이제 292병상을 가진 중앙병원 한 곳만 남게 되었다. 이에 비해 인구 40만명이 채 못된 인근 분당 신도시에는 서울대학병원(541병상), 차병원(592병상), 제생병원(621병상) 등 3개 종합병원에 총 1천754병실을 갖추고 있어 구도시 환자들이 자연 신도시로 몰려들게 돼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들을 더욱 허탈감에 빠지게 하는 것은 ‘인하병원이 폐쇄된 그 자리에 복합상가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또한 지난 82년 설립된 성남병원도 내부적으로 폐원을 결정하고 이미 아파트 191가구 사업승인을 받아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건강권 확보를 위한 성남시민모임’(인하·성남병원폐업 범시민대책기구)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재명 변호사는 “관내에서 대형병원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병원운영보다 수익성이 좋은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 건설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관련병원들이 명백히 의료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시 당국은 주상복합건물과 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하병원 폐쇄에 맞서 강구할 대책은 과연 없을까?’ ‘병원폐쇄’라는 돌발적 상황을 맞아 그 대책을 마련해 가는데는 해당병원의 노조와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건강권보호를 위해, 필자는 책임있는 관련인사들에게 다음의 ‘3가지 대안’을 범시민운동차원에서 모색해 볼 것을 제안한다. 첫째, 시장이 대책마련을 위해 전면에 나서 주었으면 한다. 그 동안 성남시 당국은 인하병원노조와 시민단체가 해결중재를 위해 볼멘소리로 시장면담요청을 하면 마지못해 만나준 측면이 있었다. 시장이 그렇게 피동적으로 움직여서는 안된다. 지자체하에서 시정부를 대표하고, 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이 전면에 나서 구 성남시민과 제시민단체의 진정한 목소리를 담은 대안을 마련, 제시하면 무게중심이 달라질 것이다. 둘째, ‘병원폐쇄철회’를 위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주지하다시피 인하병원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은 대학과 굴지의 대기업을 거느린 유명그룹으로,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시민 건강증진’과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병원폐쇄를 번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중앙부처를 상대로 한 ‘범시민 대책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시 당국은 이미 정부를 향해 성남병원폐쇄에 따른 국립병원신설을 요구해 놓고 있으나,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범시민적인 대안을 마련해 가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남 구 도시에 ‘병원폐쇄철회’나 ‘새로운 대책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 당국은 물론이고 유관기관, 시민을 대표한 지역구 선량들, 그리고 제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범시민적 참여’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캠페인을 펼쳐갈 때라야 그 실현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동수.성남미래포럼 대표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