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제와 독재가 앗아간 수백의 어린 원혼/선감학원 조속한 발굴로 그 한 풀어줘야

선감학원의 인권 유린 역사는 어디까지였을까. 선감학원은 일제가 안산 섬에 만든 소년수용소였다. 태평양전쟁의 전사를 양성한다는 명분이었다. 해방 뒤에는 부랑아 갱생과 교육이란 이름으로 계속 운영됐다. 말이 교육기관이지 수용된 청소년들에게는 생지옥 그 자체였다. 노역과 구타가 이뤄지는 ‘소년판 삼청교육대’였다. 40년간 이곳을 거쳐간 아이들만 4천명이 넘는다. 구타와 강제 노역, 영양실조로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 나갔다. 고통을 피해 탈출하다가 바다에 수장된 생명도 숱하다. 학원이 1982년 폐쇄됐지만 제대로 된 발굴은 없었다. 그 현장에 대한 발굴 작업이 40년 만에 비로소 이뤄졌다. 예상대로 암매장된 소년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류품이 다수 발견됐다. 치아 20개 이상과 단추 4개 등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매장 추정지를 시굴한 지 사흘 만이다. 선감동에 있는 매장지의 봉분 4기를 확인해서 나온 결과다. 시범적으로 발굴한 작업이었는데도 이 정도의 유류품이 쏟아져 나왔다. 근처에서는 2016년 나무 뿌리에 엉켜 있는 아동 유골과 작은 고무신 한 켤레가 발견된 바 있다. 지난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생존자 190명 중 상당수가 암매장 장소로 이곳을 지목했다. 이들의 증언, 당시 기록 등을 토대로 150여구의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달 26일 개토제를 열고 28일까지 봉분 4기를 시범 발굴한 것이다. 생존자들은 발견된 단추가 당시 입었던 원복에 달렸던 것으로 확인했다. 이번 발굴은 말 그대로 시범 발굴이다. 진실화해위가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실시한 확인이다. 이를 토대로 진실 규명 결과를 발표하고, 전면적인 발굴을 권고하게 된다. 권고 대상 기관은 경기도다. 경기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계자는 “진실화해위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내용은 없지만, 도 역시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감도는 토양이 산성이다. 아동의 유해는 삭는 속도가 빠르다. 전문가들은 선감도 발굴에 절차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일제에 의해 유린 당하고, 독재 정권에 의해 유린 당한 어린 원혼들이다. 아이들이 이토록 참담하게 당했던 비극의 현장은 세계 역사 어디에도 없다. 발굴 과정에 어떤 참담한 장면이 시공을 초월해 우리 눈앞에 현시될지 공포스럽다. 유골 하나, 유품 하나마다 천추의 한이 서려 있는 아픈 현장일 것이다. 그 모습 하나하나가 나라 잃은 어른들, 인권 빼앗은 어른들이 떠 맡아야 할 업보다. 유해 한 구, 유품 하나까지 다 찾아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저들에게 다해야 할 작고 뒤늦은 책임이다.

[사설] 그린벨트 불법 근절, ‘개발제한구역법’ 손질 필요하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10년 사이 4배나 늘었다. 지난 2010년 적발 건수가 958건인데 2020년에는 3천999건이나 된다. 최근 3년간 불법행위 건수는 1만384건이다. 2020년 3천999건, 2021년 3천794건, 올해는 6월 기준 2천591건이다. 불법행위 유형은 다양하다. 창고·주택 등 무허가 건축, 토지 형질변경, 무단 용도변경, 물건 적치, 폐기물 무단방치, 공장 작업장이나 축사 건립 등이다.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영리 목적 또는 상습적으로 건축물을 불법 용도변경하거나 형질변경한 경우,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행위는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이 매년 그린벨트 내 위법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상습 불법행위, 영리 목적 기업형 불법행위, 시정명령 미이행 등을 단속한다. 사익을 위해 상습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 단속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시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원상복구 등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이행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중대한 사안이나 고질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선 행정대집행 등을 통해 원상복구 조치를 한다. 하지만 각 시·군에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말로만 불법행위 근절, 엄정 대응을 외칠 뿐이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시행된 행정대집행은 0건이다. 2년간 6천건 넘는 불법행위가 적발됐지만 단 한 차례의 행정대집행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군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지만, 법적 근거나 중대한 사안을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행강제금 징수도 저조하다. 최근 3년간 부과된 이행강제금 3천870건에 대한 징수는 2천742건에 그쳤다. 금액 대비 30%에 불과하다. 미납부해도 지체 가산금이 없어 징수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는 그린벨트 내에서 법률을 위반해도 묵인되고 용인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경기도가 오는 30일까지 특사경과 함께 그린벨트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을 한다. 또 단속·적발에만 그쳐선 의미가 없다. 위법행위자에게 부과하는 이행강제금과 행정조치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도는 불법행위자가 원상복구를 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법’을 개정해 달라고 국회와 국토부에 건의했다. 실효성 있는 법이 있어야 불법행위도 차단할 수 있다.

[사설] 코로나로 망친 경제, 돼지열병 또 왔다/과한 규제가 불렀던 경제 위축 경계하라

축산 농가를 초토화시키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경기도내 발생 지역과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28일 하루 동안에만 파주, 평택, 김포 등 세 지역에서 발생했다. 파주 농장에서는 돼지 7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발생 농장 3~10㎞ 내의 농가 7곳이 4천805마리를 키우고 있다. 평택 농장은 3천400마리를 키우고 있고, 3~10㎞ 내의 56개 농장이 13만3천134마리를 키우고 있다. 동시에 확인된 점을 감안하면 감염은 이미 확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수본이 긴급 방역 상황 회의를 개최했다. 농림축산식품부·행정안전부·환경부·농림축산검역본부·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 관련 기관 및 지자체가 참석하는 회의다.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반을 현장에 파견해 외부인·가축·차량의 농장 출입 통제, 소독 및 역학조사 등 긴급방역 조치에 나섰다. 관련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발생 농장에서 사육 중인 전체 돼지에 대한 살처분도 결정했다. 방일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도 철저한 방역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긴급 조치가 내려질 해당 지역이 방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방제기, 살수차 등이 동원되는 직접 소독 지역이 경기도(강원 철원 포함)와 인천시 일부다. 김포·파주·강화·고양·양주·연천과 동두천에는 소독을 한층 강화해 실시하고 있다. 또 10월1일 오전 4시까지 48시간 동안 경기(강원 철원 포함), 인천, 충북, 충남, 대전, 세종의 돼지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등 축산 관계 시설 종사자 및 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령해 시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상 통제가 2년을 넘고 있다. 실외 활동, 집단 행사 등이 금지된 것도 그만큼 오래다. 제한적으로나마 규제가 완화된 것이 여름부터다. 지역 경제가 겨우 숨통이 트여 가던 중이었다. 이런 때 등장한 돼지열병이다. 농장 주변 지역을 오가는 것이 통제될 것이고, 사람이 모이는 행사도 금지될 것이다. 지역 소상공인의 생활까지 급격히 위축될 것이 뻔하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결코 코로나의 그것에 못지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통제는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그간의 방역 경험이 중요한 행동지침이 될 것임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당부하고 갈 게 있다. 통제를 최소화하는 방역 활동을 연구해야 한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의 문제점이 계속 지적됐다. 과잉 대응 측면이 있었고, 이로 인한 도를 넘는 국민 피해가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정부도 이 점을 감안해 ‘통제 최소화 방역’으로 바꿨던 것 아닌가. 돼지열병 방역에서 또 반복해서는 안 될 오류다.

[사설] 도민 정신건강 적신호, 심각성 인식하고 적극 대응해야

건강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신체적·정신적 건강 모두 중요하다. 신체건강이 안 좋으면 정신건강까지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 이상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얘기가 틀리지 않는다. 경기도민 10명 중 7명은 일상생활 속에서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민 ‘건강생활 실천율’은 평균 32.4%였다. 건강생활 실천은 개인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행동으로,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 필수 예방접종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경기도민은 정신건강 지표로 분류되는 스트레스 인지율·우울감 경험률·우울증상 유병률 등도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도민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8.1%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세번째였다. 또 다른 정신건강 지표인 우울감 경험률은 7.1%(전국 평균 6.7%), 우울증상 유병률은 3.6%(전국 평균 3.1%)였다. 질병관리청은 도의 정신건강 사업을 지역보건사업 3순위로 분류했다. 3순위는 전국 수준보다 나쁘거나 유사한 경우, 또는 지난 14년간 악화된 경우에 해당한다. 경기연구원 조사에서도 도민 10명 중 7명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스트레스 심화를 호소했다. 경기도민뿐 아니라 국민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로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을 겪었다고 했다. 신체활동 저하와 사회적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 이유는 다양하다. 정신적 문제는 극단적 선택인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3천352명으로 2020년보다 157명(1.2%)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자살률)는 26명으로, 역시 전년도(25.7명)보다 1.2% 늘었다. 하루 평균 37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전히 자살률이 가장 높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10대부터 30대까지가 자살이었다. 자살 비중은 10대 43.7%, 20대 56.8%, 30대 40.6%에 이른다. 청소년·청년층의 자살률 증가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청년층의 정신건강 악화와 자살 원인은 그동안 쌓여온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과열된 경쟁, 높은 실업률, 빈곤의 악순환, 절망감 등이 그들에게 과중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정신건강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정부 대책은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국민 정신건강을 보다 면밀히 살피고 자살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적극적 개입 노력을 해야 한다. 생명존중문화 확산, 자살 고위험군 선제적 발굴·개입, 자살예방 전달체계 확대 등 보다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사설] 농식품 수출 보조금 지원, 해법찾기 나선 경기도

‘농식품 수출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 등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본보 K-ECO팀의 ‘WTO 지원 종료, 비극의 카운트다운’ 연속보도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경기도가 대안 모색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자칫 도산할 수도 있는 수출 농가들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회원국들의 공정한 수출 경쟁을 위해 ‘농업 수출 보조금’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4년부터 정부·지자체를 통해 지원받던 물류비·마케팅비 지원이 중단된다. 수출 보조금이 중단되면 물류비 의존도가 높은 농가들에게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경기도를 포함한 한국의 농산물은 한류 열풍을 타고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13억5천만달러를 넘었다. 경기도 수출액도 최근 5년간 12억9천여만달러에서 15억7천여만달러로 증가했다. 정부가 농식품 수출업계에 지원하는 마케팅비·물류비는 연간 300억원이다. 하지만 이 보조금이 중단되면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농가들엔 큰 위기다. WTO 협약으로 정부가 보조금 지원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충남도는 ‘비관세장벽 해소지원사업’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자체적인 수출 인프라를 구축한 충남도는 국내 최초로 인도 시장을 개척했으며, 인도네시아 배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본보 보도 이후, 경기도도 WTO 협정문에 위배되지 않게 농식품 업체들을 지원하는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대폭 줄인 해외시장개척 사업 예산을 다시 증액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줄었던 사업비(2021년 7억원→2022년 3억5천만원)를 다시 7억원으로 늘린다. 사업의 다변화도 모색한다. 농식품 수출의 해외시장개척 사업은 해외판촉전 개최, 맞춤형 해외마케팅, 국제화훼박람회, 온라인 수출상담회, 수출탑 시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경기도는 여기에 미디어 마케팅, 해외 정보조사, 온라인 모바일 마케팅 등의 사업을 추가 운영할 계획이다. 기존에 진행하던 수출전문 인력·전문단지 육성, 콜드체인 구축 등의 사업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경기도의회도 농식품 수출 보조금 폐지와 관련, 경기도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현재 도는 수출 농민단체 등과 직간접 지원책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의회, 관계기관 등이 협력하고 지원하면 수출 농가를 살릴 수 있다. 이는 농민과 농촌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사설] 이성희 회장 “소비자 부담 덜어드리겠다”/농협 김치 가격 동결, 국민이 높이 평한다

김장 담그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 김장 비용이 최근 5년 사이에 35%나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4인 가구 기준 김장 재료 소비자 가격이 2017년(11월 기준) 24만원에서 지난해(12월 기준) 32만4천원으로 증가했다. 핵심 재료인 배추와 고춧가루 가격 변동이 김장 비용 상승 폭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배춧값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올라 있다. 김장 비용이 40만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 1∼15일 배추 10㎏ 평균 도매가는 3만4천644원이다. 1년 전(1만3천354원)과 비교해 2.6배 증가했다. 무는 20㎏ 평균 도매가가 3만3천96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다른 주재료인 건고추(30㎏)와 깐마늘(20㎏) 도매가도 1년 전보다 각각 9.5%, 6.2% 상승했다. 배춧값이 특히 걱정이다. 20일 기준 배추 한 포기 소매가가 9천738원으로 1년 전(5천683원)보다 무려 71% 올랐다. 생육기 고온현상, 수확기 폭염·장마·태풍 등의 영향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부터 ‘비비고’ 김치 가격을 채널별로 평균 11% 수준으로 순차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의 마트 가격이 3만800원에서 3만4천800원으로 올랐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대상도 내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대상은 3월 각각 김치 가격을 올려 올해만 두 번째 인상이다 이런 가운데 김치 가격 동결을 선언한 곳이 있어 주목된다. 김치 브랜드 ‘한국농협김치’를 판매하고 있는 농협이다. 26일 ‘김치 가격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배춧값이 1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것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그 취지를 밝혔다. “김장철을 앞두고 원재료비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우리의 필수 먹거리인 김치 구매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한국농협김치 가격을 동결하기로 했다.” 절임배추를 싼값에 판매하는 곳이 있기는 하다. 롯데마트가 29일부터 진행하는 ‘절임배추 반값 판매’ 행사다. 절임 배추 20㎏이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4만원대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판촉의 성격이 강하고, 예약한 일부 고객에게만 제공된다. 농협의 김치 가격 동결은 이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판매되는 모든 김치의 가격을 상당 기간 동결하는 결정이다. ‘팔수록 손해’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 물가 인상 공포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가계 부담이 아닌 것이 없다. 바로 이런 때 농협이 내린 결정이라서 더욱 크게 다가온다. 농협의 이번 결정이 모든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사설] 중앙당 이어 경기도의회도 가처분 사태/국민의힘, 스스로 법원예속을 부르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도 내부 소송전에 돌입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법원에 곽미숙 대표의원(고양6)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곽 대표 선출이 당규를 지키지 않아 위법 행위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당규에 당 대표는 의원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돼 있다. 곽 대표는 재선 이상 의원 15명의 추대로 선출됐다. 6월17일 11대 도의원 당선인 상견례를 겸한 자리였다. 초선 의원 60여명의 선거권이 박탈된 셈이라고 비대위는 설명했다. 아울러 당 대표 출마 의사가 있었던 임상오 의원(동두천2)에 대한 피선출권 박탈 문제도 주장했다. 임 의원은 당시 상견례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곽 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에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처분 신청이 철회되지 않는 이상 곽 대표의 대표직 자격은 수원지법의 결정과 판결에 의해 결정나게 된다. 법조계 의견은 갈린다. 곽 대표 선출 과정이 당규에 따르지 않은 정황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을 재판부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곽 대표의 직무 정치 신청은 인용될 수 있다. 반면, 상견례에서의 선출을 당에 부여된 자율권의 범주로 본다면 신청은 기각된다. 어떤 쪽으로 결정 나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래저래 당 내분이 판사의 손으로 옮아간 상황이다. 국민의힘 중앙당 내분 사태와 판박이다. 국민의힘 중앙당은 일찌감치 소송전에 돌입해 있다. 1차전은 이준석 전 대표가 이겼다. 주호영 비대위의 출범이 위법하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이어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가 3건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 정지가 핵심이다. 소송 시작 이후 국민의힘은 돌이킬 수 없는 내분에 들어갔다. 유승민 전 대표 등 친 이준석계와 반 이준석계의 갈등이 최고조다. 신당 창당 등 파국을 예고하는 전망이 끊임없이 나온다. 28일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당내 분열은 확정적이라는 것이 모두의 전망이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사태도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비대위 측은 가처분 신청 사실을 밝히면서 다시 한번 대표단을 맹비난했다. “곽 대표의 일방적 행보는 교섭단체로서의 국민의힘 역할을 무력하게 만들었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급급한 대표의 행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표단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관망하고 있고, 경기도당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표단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언론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상초유의 대표 직무집행정치 가처분 신청 사태를 도민에게 알리지 말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의장 빼앗긴 내분’은 이미 한 달을 넘겼다. 가처분·본안의 송사를 시작했으니 또 얼마나 더 갈까. 국민의힘 문밖에 쌓여 가는 경기도 현안이 산더미다.

[사설] 정부는 외환위기와 무역적자 대비책 철저히 준비해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미 예상된 것이지만 연준은 지난 6월 이래 사상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함으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해 14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물가상승이 2% 이내로 잡히지 않으면 또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밝혔다. 문제는 이로 인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영향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그동안 2.50%로 동일했던 한·미 기준금리가 한 달 만에 미국이 오히려 0.75%포인트 높아지는 큰 폭의 ‘금리 역전’이 재연됐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천400원은 물론이고 장중 1천410원대까지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로 진입하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이러한 원화가치의 하락에 이어 최근 수출까지 6개월 연속 부진해 무역적자가 무려 3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한국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암울하다. 한국 경제는 수출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는데, 지난 4월 이래 계속 적자다. 특히 반도체 불황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또한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경제 위기가 오고 있음에도 정부는 안이한 인식에 따른 대처를 하고 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 저지선이 뚫리자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 쏠림”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원화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22일 개최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연준의 긴축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탓에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말하고 있을 뿐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만 치부, 소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한다면 이는 잘못된 인식과 대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율 1천400원 선 돌파, 무역적자 지속, 한·미 간 금리 역전, 주가 2천300선 붕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 적극적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 한은 기준 금리를 빅스텝으로 올리는 동시에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추진, 안전판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적극적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

[사설] 사회적 관심도 못 따라가는 들쭉날쭉 판결/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하라

동물 학대자에게 징역형이 잇따라 선고돼 주목을 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 3단독이 21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지역 내 대학교 캠퍼스, 초등학교 인근에서 길고양이 10여 마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전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같은 법원에서는 20일에도 길고양이 16마리를 학대하고 살해한 이른바 ‘폐양어장 길고양이 학대’ 피고인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학대·살해 방법이 잔혹해 지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검찰은 동물보호법 외에 절도, 재물손괴 등 여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단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판결문은 ‘수법의 잔혹성과 생명 경시의 잠재적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에 제기됐던 우려와 공포심을 충분히 반영한 판시로 해석된다. 이날 형량을 보면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전국 법원에서 내려지는 동물학대에 대한 형량이다. 재판부에 따른 차이가 너무 크다. 현행 동물학대죄의 법정 최고형은 3년이다.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들쭉날쭉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법무부 등으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가 있다.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은 전체 4천221명 중 4명이다. 1천965명(46.6%)은 불기소, 1천372명(32.5%)은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122명(2.9%)이 정식재판으로 넘겨졌는데, 실형은 19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징역 2년6개월, 1년4개월이다. 우리가 동물학대 사범에 대한 형량을 일률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처벌이 지나치게 솜방망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도 그대로 존중한다. 문제는 불기소, 벌금, 실형을 오가는 처벌 편차다. 동물 살해의 구체적 상황은 자세히 보면 다 잔혹하다. 검찰에 의해 정식 기소될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처벌의 편차, 특히 재판부에 따른 형량의 편차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 만일 인명의 문제였더라도 이럴 수 있었을까. 정부가 지난해 대법원에 동물학대 관련 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작년 4월 출범한 제8기 양형위원회가 다른 시급한 양형기준 대상보다 법정형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동물학대 관련 양형기준은 설정 대상에서 뺐다. 하지만 이제는 시기가 됐다. 설정해야 한다.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엄청나게 높아졌고, 그 적용을 두고 벌이는 사인간의 충돌도 심각하게 늘었다. 이 과도기적 혼란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가 엄격하고 예측 가능한 처벌 형량이다.

[사설] LH 건설폐기물법 위반·과태료 ‘1등’, 공기업 맞나

대다수 건설사들이 건설폐기물법을 지키지 않아 ‘환경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7년간 공공·민간업체를 통틀어 건설폐기물법 위반 건수와 과태료가 가장 많았다. 정부투자기관이 ‘불법 1등’이라니 황당하다. 국회 환경노동위 김영진 의원(민주당·수원병)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건설폐기물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공공기관과 민간업체의 위반 내역은 총 7천448건에 달했다. 보관기준 위반이 3천64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처리기준 위반(921건), 무허가 처리(101건), 관리대장 미작성(79건), 불법투기(39건), 기타(2천686건) 등의 순이었다. LH의 위반 건수는 총 184건에 달했다. 다른 공기업들도 많다. 국가철도공단(25건), 수자원공사(23건), 한국도로공사(22건), 한국전력공사(19건), 한국농어촌공사(16건), SH공사(13건), 인천도시공사(7건), 한국가스공사(6건), 경기도시공사(6건) 등이다. 민간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건설은 7년간 총 134건을 위반했다. 이어 포스코건설(108건), 대우건설(107건), 롯데건설(93건), GS건설(92건), 서희건설(72건), 현대산업개발(72건) 순이다. 건설폐기물법 위반으로 7년간 부과된 과태료는 공공기관과 민간업체를 합해 76억1천300만원에 달했다. LH의 과태료는 4억2천640만원이다. 민간업체는 현대건설이 3억5천500만원, 포스코건설 2억9천780만원, 대우건설 3억790만원, 롯데건설 2억2천790만원, GS건설 2억950만원 순이다. 공공기관과 국내 대표 건설업체의 건설폐기물법 위반 행위는 상습적이다. 건설폐기물법은 건설사가 공사 시작부터 완료 때까지 발생하는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거나 재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처리 기준 및 처리업, 처리시설 등을 규정해 두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과태료로 때우면 된다는 듯 매년 법을 어기고 있다. 과태료는 국민의 세금이거나 아파트 분양가 등에 포함돼 결국 서민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환경부는 “업계에서 참고할 수 있는 공사현장 건설폐기물 분리·배출 및 보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불법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건설업계의 불법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5t 미만 폐기물의 신고의무 면제다. 건축폐기물에 대한 지속적이고 보다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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