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에는 화성시에서 성폭행범 거주 논란/법률 부조화 방치는 법무행정 직무유기다

이번에는 화성시가 발칵 뒤집혔다. 화성시의 한 지역 원룸촌에 시민들이 모였다.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지로 공개된 곳이다. 주민들은 ‘성범죄자와 지근거리에서 도저히 생활할 수 없다’며 퇴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박병화는 지난 2002년 12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20대 여성 10명을 폭행한 성범죄자다. 15년형을 선고받고 31일 만기 출소했다. 여성가족부가 이날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그의 거주지를 자세하게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주민들의 공포가 당연하다. 해당 지역은 한 대학교 후문에서 불과 1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500여m 떨어진 곳에는 초등학교까지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크고 작은 공단도 밀집해 있다. 원룸촌에는 젊은 여성 대학생과 공단 여성 근로자들이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박병화의 범죄 대상은 주로 20대 젊은 여성이었다. 범죄의 가상 피해자 그룹이란 측면에서 대단히 위험한 노출이다. 물론 박병화 가족은 관련 사실을 모두 숨긴 채 계약했다. 이번에도 시장과 국회의원 등이 항의 시위에 가세했다. 시장은 강제 퇴거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안전 보장을 위한 대책 회의도 진행했다. 경찰도 비상에 들어갔다. 관할 보호관찰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여성·청소년 등 3명을 특별 대응팀으로 지정해 관리에 나섰다. 하나같이 대책 마련을 말하고는 있다. 하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나가 달라’는 촉구, ‘철저한 관리’ 약속이 전부다. 현행 법률 체계인 구멍이다. 연쇄 성폭행범의 출소 후 거주지는 공개하도록 돼 있다. 여기엔 구체적인 지번까지 포함된다. 주민들에게 알려 범죄를 사전 예방하자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위치는 전 국민에게 노출된다. 주민들의 반발이 너무도 자명하다. 이때부터 대책이 없다. 안산, 의정부 등에서 유사한 문제로 지역 사회가 홍역을 치렀다. 그때마다 법무부의 답변은 같았다. ‘법무부가 성범죄 전과자의 주거지 결정에 관여할 법적 근거가 없다.’ 무책임한 법치다. 주민 반발이 자명한 법체계를 그대로 두고 있다. 주민이 반발하고, 시장이 머리띠를 두르는 갈등을 남의 일로 본다. ‘의정부 사태’의 장본인 김근식은 별건 수사로 재구속됐다. 결코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다. ‘눈 감고 아웅’이다. 언젠가 출소할 것이다. 그때 가서 거주지 주민 폭동이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 머리를 맞대면 대안은 나온다. 이걸 고민도 안 하고 법무부 따로 여성부 따로 노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출소자 집 주소를 알려줄 테니 주민들이 알아서 피해 다녀라.’ 세상에 이런 법치가 어디 있나.

[사설] ‘마약과의 전쟁’, 철저한 예방과 사후 관리 필요

지난 27일 고양특례시 KTX 행신역에서 마약에 취해 소란을 피운 20대 남성 2명을 고양경찰서는 붙잡아 이 중 1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한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친구 사이로 알려진 이들은 행신역 대합실에서 맨발로 비틀거리며 돌아다녀,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마약류인 ‘케타민’을 발견해 압수했다. 이들은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최근 마약사범이 폭발적으로 증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마약은 중고생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페스티벌 공연에서 중고생을 포함한 젊은이들 사이에 암페타민과 같은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대형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은 물론 전국에 걸쳐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검찰청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2018년 1만2천613명에서 지난해에 1만6천153명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8월말까지 1만2천233명이 검거돼 빠른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마약사범의 60%가 미래세대인 20~30대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2017년 마약사범의 41% 정도가 20~30대 였는데, 지난해 약 60%까지 상승, 지난 4년 사이에 비중이 1.5배 높아졌다. 정부의 통계와는 달리 숨어있는 마약사범이 적게는 40만 명, 많게는 100만명을 상회할 것이라는 추산까지 나온다. 이에 정부는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26일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회를 개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문제가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데 당정이 공감하고, 1년간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가동해 단속·예방·재활에 유기적으로 대응키로 했다. 정부는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검경 등 유관기관 내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전국적인 마약 범죄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마약 문제는 이제 국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까지 왔다. 우선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철저한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현실에 알맞은 대상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구축이 중요하다. 국가적 교육과정을 통해 어린 연령대부터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마약을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불법 사범들을 경찰 등 관련 기관들이 철저하게 단속하고, 형량을 대폭 높여야 한다. 동시에 마약중독자에 대한 치료나 재활 등의 환경을 갖추도록 예산도 대폭 확대해야 할 것이다.

[사설] 90년대생들에게 이어지는 참변의 역사/안 그래도 힘든 세대인데… 왜 이렇게

지켜보는 국민마저 질식하게 만든 악몽같은 사고였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핼러윈을 앞두고 최소 수만명의 인파가 몰린 현장이었다. 목격자들은 이태원 중심에 있는 해밀톤 호텔 옆 내리막길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폭 4m 정도의 좁은 길이다. 오후 10시가 넘어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전한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압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지옥이었다. 곳곳에서 질식 당한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폈으나 턱없이 손이 부족했다.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슴압박, 인공호흡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을 알리는 천이 곳곳에서 덮여졌다. 희생자들 대부분이 20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다양한 파티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20대 젊은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더욱 초조하고 고통스러웠던 이들이 있다. 서울 지역에 사는 2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안부를 묻는 전화가 밤새 빗발쳤다. 사상자 확인에 시간이 걸리면서 가족들의 가슴은 더 타들어갔다. 서울시가 전화 20개 회선을 통해 실종자 접수를 받았지만, 20대 자녀를 둔 가족의 고통은 밤을 꼬박 새웠다. 20대 희생자 상당수가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 출생이다. 안 그래도 씨랜드, 세월호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가는 세대다. 씨랜드 사건은 1999년 6월30일 새벽에 일어난 참변이다.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놀이동산 씨랜드’에서 발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났고, 잠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생각하기도 참담한 이 사건의 희생자 유치원생 19명은 5세 전후로 1993~1994년 전후생들이었다. 또래 자녀를 둔 전 국민들이 눈물로 이 사고를 지켜봤다. 그 ‘90년대생’들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세월호 사고가 났다. 2014년 4월15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에 배가 침몰한 참변이다.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4명이 사망·실종했다. 희생자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1996~1998년생들이다. 우리 역사에 남은 최악의 인재로 기록된 사고다. 당시 사고로 전국의 90년 중반 출생 학생들과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 했다. 안 그래도 1990년대생들은 한국사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깝게는 코로나 팬데믹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취업난 등의 고통을 그대로 맞고 있다. ‘부모보다 못살게 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받아든 것도 이들이다. 이들 앞에 왜 자꾸 이런 참혹한 역사가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사설] 반인륜적 직계비속 살인도 가중처벌해야 한다

광명 세 모자 사망사건의 범인은 이 사건을 신고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광명경찰서는 26일 살인 혐의로 40대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5일 부부싸움을 했던 A씨는 아내가 외출하자 초·중학생인 두 아들을 흉기로 살해하고, 뒤이어 귀가한 아내도 살해했다. 그는 범행 후 증거를 은폐하고 “외출 뒤 귀가해 보니 가족이 숨져 있었다”며 직접 경찰에 신고까지 했으나 결국 들통이 났다. 아버지의 비정한 범행으로 또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에 온라인에는 시민들의 분노와 비난이 넘치고 있다. ‘아이들이 무슨 죄냐’, ‘자식을 죽이고 어떻게 태연하게 신고를 하느냐’는 등의 반응이다.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력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부모에 의해 폭행당하거나 숨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지만 사회적 논의는 수년째 답보 상태다. 형법 제250조 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상해·폭행·유기·학대·체포·감금·협박 등 거의 모든 종류의 강력범죄에 대해 존속(尊屬) 대상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조항을 따로 두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를 살해하는 패륜 범죄를 엄하게 처벌하려는 취지다. 반면 자녀, 즉 비속(卑屬)에 대한 범행을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형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가 있지만, 오히려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다. 자녀 살해는 별도 가중처벌 규정 없이 일반 살인사건으로 다루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가 해마다 얼마나 발생하는지 통계조차 제대로 없다. 2016년 신원영 군(당시 7세) 사건, 2017년 고준희 양(당시 5세) 사건 등으로 비속 살인죄의 형량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긴 했지만 법제화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관념의 영향으로 존속범죄는 패륜으로 간주해 가중처벌하고 있지만, 비속 대상 범죄에 대해 별도의 가중 형량이 없는 것은 ‘자식은 부모 소유물’이라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자기방어 능력이 약한 어린 자녀를 대상으로 한 범행은 죄질이 나쁠 뿐더러 끔찍한 일이다. 가족 공동체를 붕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미성년자인 비속에 대한 살해도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존속 범죄가 그렇듯, 비속 범죄 또한 단순히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비속 범죄도 당연히 가중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설] 그래도, 법무장관의 의원 고소는 아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김의겸 의원을 고소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심야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대응이다. 한 장관은 25일 입장문에서 ‘유튜브 방송과 김 의원에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 국감장에서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명과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대행 등의 녹취록도 틀었다. 유튜브 방송 ‘더 탐사’는 같은 날 같은 취지의 방송을 내보냈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새벽까지 술판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함께한 일행이 법무장관 업무와 직결되는 변호사 수십명이다. 사실일 경우 불법 여부를 떠나 국민에게 주는 실망과 분노가 상당할 수 있다. 그런데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청담동 고급 바’가 어딘지 특정되지 않는다. 주장을 처음 했던 당사자는 계속 침묵이다. 녹취록의 주인공 이세창씨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설익은 상태에서 제기된 의혹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재명 리스크를 덮으려 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그렇더라도 고소는 다르다. 법무장관의 방어권으로 형사 고소가 적절한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공교롭게 같은 날 불거진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사건이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그의 아들의 병역 이탈 의혹 수사의 해석 문제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등에서는 이해충돌 관계라고 주장했다. 아들을 수사할 검사를 지휘하는 엄마의 지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권익위 내부에서 ‘이해 충돌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고 한다. 이를 부당하게 바꿨다며 전 위원장이 수사 의뢰됐다. 참고할 예는 또 있다. 조국 법무장관 시절, 조 장관의 딸 입시 부정 수사가 이뤄졌다. 조 장관의 자격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국민이 법무부의 업무 처리 객관성을 의심케 하는 부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사실 한 장관의 경우도 비슷한 논란이 있다. 검사 시절 유시민 작가를 고소했다. 장관 취임 이후에는 ‘엄벌에 처해 달라’는 취지를 공개적으로 유지했다. 조 전 장관, 추 전 장관의 그것이나 다를 게 없다. 법무 장관이 사건 당사자라는 위치는 똑같다. 우리는 이미 논평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4일 국감장에서 한 장관은 할 만큼 했다. 장관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걸겠다며 “(김의겸)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냐”고 다그쳤다. 다소 거칠었다는 평도 있지만 우리는 이해한다. 질의의 수준과 방식이 충분히 그럴만 했다. 하지만 형사 고소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현직 법무장관이 자기 손에 든 칼을 휘둘러 상대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아니라고 해도 현실이 그렇게 돼 있다. ‘개인 자격’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현직 장관’이라는 신분이 바뀌는 건 없다. 굳이 고소해야겠다면 장관 퇴임 후에 하라.

[사설] 산재 사고 줄이려면, 근로감독권 지방정부도 공유해야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해 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1월27일 이후 9월 말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443건, 사망자는 446명에 이른다. 하루 1.8명꼴로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를 일컫는 사망사고 만인율은 지난해 0.43으로 낮아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9)보다 높다. 지난 21일 안성시 저온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로 작업자 3명이 숨졌다. 공사 현장 4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거푸집이 3층으로 내려앉으면서 근로자 5명이 10여m 아래로 추락했다. 지난 15일에는 평택에 있는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청년이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졌다. 이어 23일에도 SPC 계열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했다. 그 얼마 전에는 화성의 한 제약회사 공장 폭발로 청년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사고가 줄어들까 했는데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처벌 수위를 높이기보다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우리 기업들의 안전의식은 여전히 낮다. 대기업 10곳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교육을 하지 않아 최근 2년8개월간 낸 과태료가 8억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통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한 처벌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질타했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여기저기 허점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제조·건설 위주 산업구조와 원·하청 이중구조 등으로 산업재해를 줄이기 쉽지 않은 실정이지만, 후진국형 안전사고의 재발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상당수 사망사고는 안전설비 점검 등 예방활동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지방정부에 근로감독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 산업현장에서의 산재 예방과 감독을 규율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지자체에 산업재해 예방 책무를 부여했지만 근로감독 권한은 없다. 경기도는 ‘노동안전지킴이’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데 이는 강제성 없는 행정지도만 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 이에 지방정부에도 근로감독 권한을 부여해 산업안전을 위한 적극 행정을 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재 예방에 중앙과 지방정부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제도 개선을 통해 근로감독권을 중앙·지방가 공유, 산재 사고의 비극을 줄여야 한다.

[사설] 아동 성범죄자가 학교주변 거주하며 활보해도 되나

전국 초·중·고 2곳 중 1곳 반경 1㎞ 안에 신상정보가 등록된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올해 9월 기준 도내 초·중·고 2천492곳 중 1천332곳(53.5%) 주변 1㎞ 안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다. 학부모 등 주민들의 걱정과 불안이 클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성범죄자의 주거지 제한은 없다. 아동 성폭행 등 전과 18범 조두순이 2020년 12월 출소해 ‘전자발찌 7년 착용’ 명령을 받았지만, 안산에 거주하는 그의 집 1㎞ 반경에 아동·청소년 시설 수십 곳이 밀집해 있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해 15년을 복역하고 출소를 앞둔 상태에서 다시 구속된 김근식이 의정부에 거주하려 했던 곳도 학교 밀집지역이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26.8%, 13~18세 청소년 대상 재범률은 34.1%에 달한다. 아동 성범죄자의 상당수가 재범자로, 출소 후 또 범행을 저질러 재수감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주민들은 주변에 성범죄자 거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불안해하고 있다. 성범죄자가 출소 후 아동을 상대로 재범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 판결에 따라 ‘성범죄자 알림e’에 신상정보가 등록된다. 범죄 사실과 함께 이름과 사진, 거주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매번 확인해 안전조치를 하기는 어렵다. 경찰도 관리가 쉽지 않다. 1명의 경찰이 성범죄자를 수십명씩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업무만 맡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학부모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건, 성범죄자들의 어린이보호구역 출입 위반 건수가 연간 7천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위 서동용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 등의 출입 및 접근 금지를 위반한 성범죄자는 2018년 6천842건, 2019년 7천357건, 2020년 6천817건, 2021년 6천609건, 2022년 8월 현재 4천183건에 달했다. 성범죄자가 학교 주변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에 떨고 있는 실정인데 어린이보호구역 등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사례가 연간 7천건에 달한다니 걱정이 크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들에 대한 어린이보호구역 출입, 접근 금지 명령도 전체의 30%에 그쳐 재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솜방망이 처벌로 아동 성범죄를 막기 어렵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거주 요건도 강화하고, 안전관리 대책도 보완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설] 국회는 연설 파행, 도의회는 추경 파행/경기도민이 정치 걱정하는 하루였다

25일 국회가 대통령 시정 연설 파행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장 입장을 단체로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 연설 청취 거부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시정 연설 청취 보이콧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169석이 비워진 가운데 연설했다. 이날 시정 연설은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과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 중요한 행사를 외면한 민주당은 본회의장 밖에 있었다. 민주당은 앞서 대통령이 입장할 때도 침묵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사과다.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사과하라고 했다. 한 방송이 불 지핀 논란인데 실체적 진실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당초 핵심 주장도 ‘국회 모독’이 아니라 ‘바이든 모욕’이었다. 종북 주사파 발언도 사과 요구 대상이다. 이 역시 ‘종북 주사파라면 민주당을 칭한 것일 것이다’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의 수사·감사는 애초 대통령 사과의 대상도 아니다. 결국 다수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한 파행이다. 공교롭게 같은 날 경기도의회도 파행을 이어갔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불발이다. 지난 21일 제 364회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렸다. 추경안 처리를 위한 회의였다. 여기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갈등을 빚었다. 직접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국민의힘이다. 추경 처리를 위한 도 집행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버스 유류비 지원 사업과 관련된 설명을 민주당에만 했다는 점도 비난한다. 억지 냄새가 풍긴다. 추경안 하나하나는 도민 삶과 직결된다. 지역화폐 발행예산 385억원이 있다.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저신용, 저소득자 지원을 위한 대환 대출 예산 114억원도 있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121억원도 처리할 대상이다. 남양주 화도~운수 확포장 사업 200억원 등 장기 미추진 SOC사업 예산도 포함돼 있다. 모든 예산이 특정 계층 도민 또는 특정 지역 도민에게는 한시 바삐 지원돼야 할 예산이다. 이 중요한 사업들이 집행부를 길들이는 볼모로 쓰이는 모양새다. 파행의 원인을 무조건 탓하려는 건 아니다. 시정연설을 거부해야 한다고 믿는 국민도 있다. 임시회 파행에 이유가 타당하다고 여기는 도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 파행 자체를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다. 시정 연설을 거부할 만큼의 대통령 잘못이 아니고, 추경안을 팽개칠 정도의 경기도 잘못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 걱정을 하는 나라’라는 자조가 있다. 지금이 딱 그 격이다. 도민이 국회 파행·도의회 파행을 걱정하게 만든 날이다.

[사설] 억대 연봉 道기관장에 또... 또... 前도의원들/도민이 이 실태 알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의원 출신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속속 채워지는 도 산하기관장 임명 얘기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장에 안혜영 전 의원이 내정됐다. 3선 도의원 출신이다. 경기복지재단 대표이사에는 원미정 전 도의원이 내정됐다. 역시 3선 도의원을 했다. 경기교통공사에는 민모 전 의원이, 경기도교통연수원에는 김모 전 의원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도의원 출신의 도기관장 취업은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그동안도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 도산하 기관장 선임에 대한 도민의 관심은 높다. 김동연 지사의 약속 때문에 더욱 그렇다. ‘측근 채용은 없을 것’이라며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고민을 짐작하게 하는 정황도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다. GH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둘을 올렸다. 경기도가 ‘적격자 없음’ 결정을 내렸다. 도민에게는 ‘전문가 엄선’이라는 약속을 이행해 가는 과정으로 보였다. 그러더니 이게 뭔가. 줄줄이 전직 도의원이다. 의정 활동을 통해 도정 감시 역할을 해왔다. 기본적으로 행정에 대한 이해력은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경험만으로 기관 책임자의 충분조건을 갖췄다고 평할 순 없다. 경기도 행정을 30년 해온 공무원 출신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정부 투자 기관의 본부장을 했어도 함량 미달이라며 퇴짜 맞았다. 사회서비스원장·복지재단 대표에 두 전직 도의원이 과연 경쟁자 없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기준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의회에서 ‘도민 삶’을 입에 올렸을 그들이다. 그 ‘도민 삶’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그들이 마치 ‘맡겨 놨다가 찾아가듯’ 기관장 자리에 밀고 들어오고 있다. 도민은 꿈도 못 꿀 일자리다. 27명의 기관장 가운데 억대 연봉자가 20명이다. 전체 74%가 1억원 이상을 받는다. 그보다 적다고 해도 모두 8천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다. 꿈의 직장이자 선망의 직책이다. ‘왜 전 도의원이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 ‘왜 전 도의원밖에 없냐’를 묻는 것이다. 곧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대상 기관이 20개 기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도의원 카르텔’의 한 부분이다. 도의원 출신들은 늘 무탈했다. 도의원 출신 기관장 후보가 낙마한 예를 본 적이 없다. 민선 30년, 많은 도산하 기관장 자리가 도의원 출신들에게 세습되고 있다. 거기에 ‘도의원 출신은 모든 도정의 전문가’라는 증명되지 않은 전제까지 깔려 있다. 경기도를 10년 취재한 기자가 행정 전문가라고 자청한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것이다.

[사설] 안전 불감증과 노동 경시 풍조, 근본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

지난 21일 오후 1시5분께 안성시 원곡면에 있는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추락했다. 이 사고로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공사 현장 4층에서 노동자 8명이 시멘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거푸집이 무너져 내리며 5명이 5~6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도내에는 노동자 사고가 또 있었다. 즉, 안성 사고 6일 전인 지난 15일 평택시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사인 SPL제빵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다. 노동자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숨졌으며, 수사 당국은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들어 노동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29일 레미콘 제조 기업인 삼표산업이 양주시 채석장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 도중 토사 30만㎥가 무너져 내려 작업 중이던 천공기·굴착기 운전원 3명이 매몰돼 숨졌다. 그뿐 아니다. 올해 1월 광주광역시 동구 화정 아이파크 건설붕괴 현장 사고, 2월 전남 여천공단 폭발 사고 등 계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과연 언제까지 이런 일이 노동현장에서 되풀이 돼야 하느냐는 탄식만 나온다. 노동현장에서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있지만 아직도 노동현장은 안전 불감증과 노동 경시 풍조가 만연돼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한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경우, 중대산업 재해에 해당하지만 과연 이런 법의 취지를 사업주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평택 SPC그룹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후속 처리 과정은 더욱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게 했다. 사망사고가 있었던 다음 날에도 사고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남은 기계 2대의 가동을 곧장 재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고인의 빈소에 경조사 지원품이라며 자사의 빵 두 상자를 보낸 것은 노동자를 조금이라고 존중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잘못된 사업주의 행태다. 21일 SPC그룹 회장의 사과 후 발표된 안전경영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구체적 내용이 없어 믿기 어렵다. 우선 노동현장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이 근본부터 변해야 한다. 노동자의 인권보다 이윤을 중시해 안전 불감증과 노동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한 노동자들의 불행한 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도록 노동현장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과 노동가치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있기를 절실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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