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곳곳의 가금농장 등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는 용인·화성·평택·이천·안성·여주시 등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확진 판정이 잇따라 30여만 마리에 대한 긴급 살처분이 진행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3월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에 따른 살처분·매몰지 복원 관련 개선안을 발표했다. 가축전염병이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이뤄지는 부정부패,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이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긴급 살처분·매몰지 복원처리 업체 선정 시 공정성을 확보하고 살처분 시 동물보호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경기도가 가축전염병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공직사회와 살처분업체 간 ‘검은 유착’ 의혹 때문이었다.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도내 살처분 작업은 100% 수의계약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정 경쟁은 사라지고, 공무원 입맛대로 업체를 선정했다. 도내 살처분의 대부분을 충청도 업체가 독식했다. 매몰지 복원 역시 80%를 충청도 업체가 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대부분 관내 업체가 맡는데 경기도는 타 지자체의 배만 불려 도내 업체의 반발이 컸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는 ‘지방계약법 시행령’을 적용, 살처분 시 도내 중소기업과 우선 계약하도록 시·군에 권고했다. 또 시·군별로 생산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살처분 용역업체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우수한 능력을 갖춘 업체를 미리 복수로 선정, 긴급상황 발생 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특정 업체 몰아주기에 대해선 용역을 통해 가축과 처리 방법별로 ‘표준원가 기준’을 마련, 시·군이 활용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개선안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최근 도내에서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발생, 살처분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도내 살처분 업체들이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올가을 들어 발생한 6건의 AI 살처분 작업 중 4곳이 또 충청도 업체였다. 도내 기업은 2곳에 그쳤다. 도내 업체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경기도가 불공정 관행을 근절한다며 대책을 발표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생산자단체를 참여시켜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해놓고 이 역시 지키지 않고 있다. 표준원가 기준을 마련해 수의계약 과정에서의 불공정 계약도 차단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연구용역 중이다. 이런 지지부진한 행정으로는 불공정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없다. 행정의 신뢰도 떨어진다. 경기도는 다시 점검하고, 전국적인 표준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설
경기일보
2022-12-06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