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양시의회‚ 마비까지 갈 일 아니다/불안정한 ‘여야 동수 의회’의 부작용

고양특례시의회 정례회가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정을 보이콧했다. 계획대로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열려야 한다. 2023년도 예산안과 조직개편안 등 주요 현안도 많다. 제출된 예산안만 2조9천963억원 규모다. 이런 현안이 회의 마감을 이틀 앞둔 13일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양시의회 의석수는 국민의힘 17석, 민주당 17석으로 같다. 경기도의회도 여야 의석수가 같다. 6월 지방선거에서 78 대 78, 동석이 됐다. 황금 분할, 협치 명령 등의 의미를 말하며 출발했다. 실제 운영해 보니 시종일관 파행이다. 여야 동수에서 오는 대립과 파행이 끝도 없었다. 도 직제개편 통과에 ‘효력 기간 제한’이란 조건이 붙었다. 도의회 의장 선출을 두고는 개원도 못하고 파행했다. 파국 원인은 여야 충돌뿐만이 아니다. 특정 정당 내부 갈등에도 의회는 흔들린다. 현재 상황인 국민의힘 갈등이 그렇다. 상당 부분은 78 대 78의 대치 구도에서 비롯됐다. 그게 고양시의회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 파행의 직접적이고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다. 이동환 시장의 해외 출장, 시장 비서실장의 막말이다. 이 시장이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 해외를 다녀왔다. 이게 부적절하다고 민주당이 지적했다. 그 문제를 비판하는 현장에서 비서실장이 ‘들어가시라’ ‘신문도 안 보시나’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막말이라며 비판했고, 그게 지금에 온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갖는 감정의 크기를 함부로 평할 순 없다. 시장의 해외 출장이 적절했는지에 정답은 없고, 비서실장의 막말 논란 역시 잘못의 크기를 단정적으로 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있다. 시의회를 마비시킬만한 사안은 아니다. 정치권에서 쓰는 ‘사과’에 뒤따르는 단어가 있잖나. ‘진정성’이다. 이 애매한 단어가 늘상 정치 충돌의 중심에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정성 없는 사과’의 싸움이다. 이 논쟁에 고양시의회가 갇혔다. 다른 얘기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의 주장이다. “(민주당이) 저러는 건 결국 예산 문제다. 민주당이 원하는 예산(자치공동체지원예산)을 이동환 시장이 삭감해서 보복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턱없는 거짓말이라며 부인한다. ‘5급(비서실장)이 파행의 주범인데, 시장은 뭐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역시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각자의 주장이다. 결국 파행의 원인 어느 것 하나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이게 여야 동수 의석 의회의 현실이다. 한쪽만 작정하면 의회는 마비된다. 마비시킬 힘이 여야 모두에 있다. 협치는 사라지고 파행만 남았다. 여야 동수의 재앙 아닌가. 적어도 ‘78 동석 경기도의회’와 ‘17 동석 고양특례시의회’의 현 상황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사설] 법원이 ‘대표 선출 문제 있다’고 했다/화해·사퇴... 곽미숙 대표가 선택해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갖는 의미는 크다. 향후 전개될 본안 판결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많은 경우, 가처분 결정과 본안 판결의 방향은 같다. 이런 가처분 결정이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에 내려졌다. 국민의힘 비대위가 곽미숙 대표를 상대로 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다. 법원이 비대위의 이 신청을 인용했다. 결정이 나온 것은 9일이다. 그날부터 곽 대표의 직무는 정지됐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효력은 유지된다. 곽미숙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이 위법했다는 게 법원 입장이다. 비대위가 “국민의힘 당규에 의하면 당 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선출해야 하는데, 곽 대표는 재선 이상 의원 15명의 추대로 선출돼 60명이 넘는 초선 의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당 대표 출마 의향자의 피선거권도 박탈됐다고 했다. 당선인 상견례에서 추대 형식으로 대표를 선출했는데 “오지 않은 임상호 의원의 경우 출마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게 인정된 결정이다. 본안 소송은 시작도 안 됐다. 비대위가 아직 내지 않았다. 가처분은 사건의 시급성을 감안해 내린다. 본안 소송은 가처분과 다르다. 항소까지 해서 수년에 이르기도 한다. 도의회 당 대표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뉘어 선출된다. 현 곽미숙 대표 체제는 전반기 2년으로 봄이 타당하다. 곽 대표 직무 기간 모두를 쟁송에 매달려야 할 수 있다. ‘대표 대행 체제 국민의힘 2년’이 될 터다. 도민의 이익과 상관 없고, 도민이 허락한 적도 없는 2년이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가지 정치적 요소가 있다. 직접적 계기는 의장 선거 패배였다. 8월9일 의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5명 이상의 이탈표를 내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졌다. 78 대 78 의석에서 그 수가 훤히 보인 패배였다. 그 책임을 묻겠다며 정상화 추진단이 구성됐고, 2·3선 의원이 주축이 된 비대위로 전환됐다. 여기까지는 정치적 공세였다고 치자. 양비론으로 다뤄야 할 정치적 갈등이었다고 보자. 하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 시점에서의 법률적 해석이다. 곽 대표의 대표 선출 과정은 위법했고, 이를 근거로 시작된 직무는 중단돼야 한다는 법의 선언이다. 본안 재판까지 이 상태를 유지해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도의회가 아니다. 그러면 이런 법원 취지에 맞는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데도 당은 또 내분을 시작했다. 수석 부대표의 직무 대행을 두고 또 충돌한다. ‘헌법, 법률, 당헌을 준용해 대표 직무를 대행한다’는 쪽과 ‘당규에서 정한 도당위원장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쪽이 붙었다. 양측 모두 앞세우는 건 ‘도민의 뜻’ ‘산적한 현안’이다. 그런데 서로 말하는 해결 방향은 다르다. 집행부는 대행 체제를 말하고, 비대위는 재선출을 말한다. 어느 쪽이 옳은가. 가처분이 법원의 확정력 있는 판단인 만큼 그를 근거로 보는 우리의 판단은 이렇다. 곽미숙 대표가 풀고 가야 한다. 비대위 의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쟁송을 끝내는 방법이 하나고, 과감한 대표직 사퇴로 당에 새 출발 길을 열어주는 게 다른 하나다. 어느 쪽이든 곽 대표의 선택이다.

[사설]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시급하다

정부가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내년부터 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정부가 일대 수술을 가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시키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실하게 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국가의 미래발전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과잉 이용 문제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청회 자료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에 의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얼마나 낭비됐는지를 실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예로 들면 한 40대 여성은 지난해 2천50회 병원을 찾았으며, 하루 5~6곳의 병원을 돌고 최대 10곳을 가기도 했다. 또한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 주사를 반복해 맞았으며, 여기에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만 2천690만원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드는 연평균 급여비 149만3천원과 비교하면 무려 18배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잘못된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4.7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OECD 평균 5.9일과 비교해도 2.5배 높다. 이런 의료 쇼핑 문제는 계속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발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연간 365회를 넘는 외래 진료를 받을 때는 본인 부담률을 90%로 높이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문제점이 지적된 ‘문재인 케어’도 개선돼야 한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초음파 검사의 건보 적용 확대로 2018년 1천891억원이던 MRI·초음파 검사비는 지난해 1조8천476억원으로 불어났다. 문 케어는 의료 접근을 확대한 측면은 있지만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가져온 요인도 됐다. 따라서 우선 뇌와 뇌혈관 MRI 건보 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현재 외국인은 국내 체류 6개월 후 건강보험에 가입했는데 피부양자는 이 요건이 없어 악용된 사례가 많다. 앞으로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외국인은 피부양자가 되려면 6개월을 거주해야 한다. 외국인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도 안 되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외국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좋은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하면 재정 악화가 돼 오히려 국민 부담만 늘 수 있다.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실기(失期)하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사설] 오산 2024 총선, ‘물류센터’ 선거 되나

오산IC 인근에 풍농물류센터가 들어선다. 대지면적 4만3천151㎡, 건축면적 1만7천168㎡, 연면적 9만8천333㎡ 규모다. 2019년 12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준공 예정 시점은 내년 1월이다. 매일 1천100여대의 화물차가 드나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본물류센터도 들어섰다. 대지면적 2만9천935㎡, 건축면적 5천969㎡, 연면적 3만9천919㎡ 규모다. 2011년 12월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루 예상 출입 화물차는 200~300대로, 지난 1일 준공 승인을 받았다. 지역 정치권이 ‘물류 비방전’에 나섰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더본물류센터 준공 승인 철회를 요구했다. “아무런 (교통)대책 마련 없이 준공을 승인했다”고 비난했다. 주민공청회 실시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특혜와 의혹을 검증할 운암뜰 검증위원회 구성도 촉구했다. 오산시가 특정 업체에 혜택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오산시지역위원회(위원장 안민석)도 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사실상 오산시 민주당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자 시의회 국민의힘 측에서 반박하고 나섰다. 이상복·조미선 의원이 성명서를 내고 ‘건축허가’를 문제 삼았다. “(두 물류센터) 건축허가를 내준 당사자는 지난 오산시 민주당 정부였다. 이제 와서 준공 승인을 하지 말라고 시에 요구하는 것은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건축허가 당시 국민의힘이 교통대란을 우려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폈었는데, 곽상욱 시장이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정치공작’이라고도 했다. 오산지역의 물류창고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운영 중인 물류창고만 이미 10곳에 이른다. 주변 아파트·주택 단지의 차량과 뒤엉켜 곳곳이 교통지옥이다. 시민들로서는 물류창고가 새로 들어서는 것 자체가 걱정이다. 물류창고 허가 때마다 조건을 붙이며 시민 편의를 챙기는 듯 말하지만 ‘피해 없는 물류창고 신설’이란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이 현실적 차선이다. 더본·풍농물류센터로 인한 시민 피해가 그래서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오산 정치권은 서로 책임이 없다고 한다. ‘내 잘못은 없고 네 잘못만 있다’며 설전 중이다. 더본·풍농물류센터의 시작은 건축허가다. 당시 민주당 소속 시장의 허가였다. 그렇게 해서 물류창고 건립이 출발했다. 민주당은 이 건축허가만 쏙 빼고 준공 승인만 문제 삼고 있다. 말이 안 된다. 국민의힘 주장도 말장난이긴 마찬가지다. 이권재 시장의 민선 8기 인수위원회 때 물류창고 문제를 거론했다. 대책 필요하다더니 별 대책 없이 준공 승인했다. 건축 허가 내주고 준공 승인만 트집 잡고, 준공 승인해 주고 건축허가만 트집 잡고.... 초등학생도 웃고 갈 억지 쓰기다. 아마도 선거가 다가오니까 이런 것 같다. 총선 현장에 시민 분노로 폭발할 물류창고 교통지옥을 덮어 보려고 이러는 것 같다. 그 유치한 정치 셈법은 알겠는데, 그런다고 진실이 바뀌나. 이럴수록 2024년 오산 총선만 ‘물류창고 총선’으로 몰려 가고 있다.

[사설] 셀프점검 등 부실 안전조치, 화학사고 계속될 수밖에

산업현장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인명피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인천지역에는 화학물질 취급 업체들이 많다. 이들 업체에서 작업 시 부주의, 시설 결함, 안전점검 미준수 등으로 사고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9월 도내 한 제조업체에선 5t 용량의 철제 반응기에서 아세톤 물질이 유출돼 화재와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원인은 ‘안전기준 미준수’였다. 지난 4월에도 회로기판 제조공장에서 독성가스가 유출돼 8명이 다쳤다. 이 중 3명은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기억이 소실되는 중상을 입었다.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지난 9월 독성물질인 수산화칼륨 3t이 쏟아져 작업자가 화상을 입었다. 화학물질 사고는 경기도가 전국에서 제일 많다. 9월 기준 올해만 13건으로, 전국 사고의 절반가량(44.2%)에 해당한다. 13건 중 8건은 작업자가 안전기준을 안지켜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에도 26건(사망자 2명, 부상자 24명)의 사고 중 14건이 안전기준 미준수로 일어났다.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는 대규모 중독 사태, 대형 화재 등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는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등을 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을 1월2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업체와 작업자의 안전 부주의다. 위험물질을 다루는 만큼, 안전기준을 잘 지켜야 하는데 방심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와 환경부의 안전대책도 문제다. 환경부가 화학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는데 부실하기 짝이 없다. 업체가 스스로 한 안전점검 결과만 넘겨 받는 식이어서 ‘셀프 점검’ 비판을 받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도 1년에 한 번 포스터를 나눠주는 데 그치고 있다. 경기도도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 주 1회 안전진단 관련 문자를 보내는 게 고작이다. 사고 예방 안전장치와 방제장비 적정성 검토는 환경부와의 합동점검 외에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문자, 포스터, 셀프 점검 등 기업 자율에 맡기는 안전으로는 화학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 이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못 된다. 유해화학물질 컨설팅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인력과 시설 지원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안전 강화를 위해 허점이 있는 관련 법의 손질도 필요하다.

[사설] 건설 현장 치안 확립, 100% 경찰 몫이다/노조 불법 엄단, 피해 신고 해결 지켜보자

경찰청이 건설 현장 특별 단속에 나선다고 밝혔다. 단속 대상 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노조 집단 위력을 과시한 업무 방해·폭력행위, 조직적 폭력·협박을 통한 금품 갈취, 신고자에 대한 보복 행위 등이다.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건 경찰의 기본 책무다.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선언이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이 되묻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는 그런 행위를 처벌 안 했다는 것인가. 혹은 외면하고 모른 척했다는 것인가. 마침 설명하기 좋은 경찰청 통계가 있다. 올들어 11월까지 처리한 건설 현장 불법 행위다. 모두 61건, 594명을 수사했다. 이 중 8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죄명별로는 429명이 폭행·강요·협박이다. 135명은 출근 방해, 장비 출입 방해다. 말 안되는 결과다. 우선 61건이 대한민국 건설 현장 불법의 전부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에서는 건설 현장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이나마 구속자가 단 1명에 불과하다. 수사 의지가 없었음이다. 본보가 보도했던 사례가 하나 있다. 남양주시 호평동의 한 공사 현장이었다. 형틀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오후 1시에 현장을 떠났다. 민주노총과 한노총 간 충돌이 벌어진 서울로 달려갔다. 오후 4시쯤 돌아왔고, 출퇴근용 안면 인식기를 찍었다. 하루 일을 했다는 증거를 남긴 셈이다. 현장 감독관들이 있건 없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회사 측이 문제를 호소했고, 본보가 현장을 특정까지 해서 보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개선 된 것은 없다. 노조 세력에 의해 건설 현장이 무법천지가 된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자기 소속 노조원 쓰라며 건설 현장에 확성기를 틀어 댄다. 고통을 받는 주민이 신고해봐도 시원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60dB(데시벨)을 넘었느니 안 넘었느니 따지다 끝난다. 상대 노조원에 대한 위력, 협박은 경찰 목전에서도 이뤄진다. 업무 방해 피해자인 건축주는 보복이 무서워 고발도 못한다. 그러면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돌아간다. 현실이다. 치안 유지는 경찰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건설 현장의 불법 근절 역시 경찰의 권한이고 책임이다. 지금껏 이게 사라진 대한민국이었다. 모든 게 친노동 정권에서 시작된 것임은 세상이 다 안다. 이제 그 무법천지에 대한 단속 의지를 윤석열 정부가 천명했다. 법치에 맞는 의지고 다수 국민이 원하는 방향이다. 이제라도 경찰은 건설 현장 치안 유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경찰도 다른 때와는 다른 의지를 보인다. 우선 특별 단속 기간을 공개 선포했다. 내년 6월25일까지 무려 200일간이다. 중한 범법 행위자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수사 주체도 경찰서에서 경찰청 수사국장이 단장을 맡도록 했다. 시·도경찰청의 강력범죄수사대·광역수사대를 투입하기로 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신고 전화도 별도로 운용하기로 했다. 분명히 달라질 것 같기는 하다. 그 변화된 모습을 기대 속에 지켜보자.

[사설] 한국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지원 손길 절실하다

국제사회 난민 정책을 총괄하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필리포 그란디 최고 대표가 지난달 한국을 찾았다. 그란디 대표는 “현재 전 세계에 1억300만명의 강제실향민(난민)이 있는데 이 중 1천400만명이 우크라이나인”이라며 “전쟁으로 인한 난민 발생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에게 가장 혹독한 겨울이 시작됐다”며 한국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올해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0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로 국내외 피란민이 2천만명에 육박한다. 국경을 넘어 해외로 피란을 간 난민은 1천400만명에 이른다. 국외 피란민은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 등 주변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피란민의 대부분이 노약자, 여성, 아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제사회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미등록 무국적자를 포함한 고려인이 약 3만명 거주하고 있다. 봄에 폴란드로 떠나면서 우크라이나 출신 무국적 고려인의 안전을 고려해 정부에 군 전용기 투입을 촉구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민간 차원의 항공권 지원을 위한 모금 수준에 그쳤다. 고려인은 한민족이다. 고려인 난민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입법 대응이 필요한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난민 인식이 부족하다. 유엔난민기구 그란디 대표도 “한국은 선진국 중 난민 수용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러시아발 전쟁 후 한국으로 온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2천5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상당수가 안산, 안성, 평택, 화성 등 고려인이 다수 거주하는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안산시에는 240가구 600여명의 피란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은 특별 보호조치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쟁으로 인한 피란민은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다. 2012년 제정된 난민법의 ‘난민’ 인정 기준에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만 넣고 전쟁을 포함하지 않아서다. 난민 인정자는 기초생활과 교육 등 기본적인 처우를 보장받지만, 전쟁으로 인한 난민은 규정이 없어 국가나 지자체가 외면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난민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피란민에 대해선 봉사단체나 NGO 차원에서 돕고 있지만 해외 구호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거주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생활에 지쳐 있다. 더 이상 모른척 방관해선 안 된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등이 인도적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참혹한 비극 앞에 법과 관할 부서만 따지며 외면해선 안 된다.

[사설] 살처분 ‘불공정 관행’ 뿌리 뽑겠다, 약속 왜 안 지키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곳곳의 가금농장 등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는 용인·화성·평택·이천·안성·여주시 등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확진 판정이 잇따라 30여만 마리에 대한 긴급 살처분이 진행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3월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에 따른 살처분·매몰지 복원 관련 개선안을 발표했다. 가축전염병이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이뤄지는 부정부패,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이다.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긴급 살처분·매몰지 복원처리 업체 선정 시 공정성을 확보하고 살처분 시 동물보호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경기도가 가축전염병 관련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공직사회와 살처분업체 간 ‘검은 유착’ 의혹 때문이었다.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도내 살처분 작업은 100% 수의계약이었다. 그러다 보니 공정 경쟁은 사라지고, 공무원 입맛대로 업체를 선정했다. 도내 살처분의 대부분을 충청도 업체가 독식했다. 매몰지 복원 역시 80%를 충청도 업체가 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대부분 관내 업체가 맡는데 경기도는 타 지자체의 배만 불려 도내 업체의 반발이 컸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는 ‘지방계약법 시행령’을 적용, 살처분 시 도내 중소기업과 우선 계약하도록 시·군에 권고했다. 또 시·군별로 생산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살처분 용역업체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우수한 능력을 갖춘 업체를 미리 복수로 선정, 긴급상황 발생 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특정 업체 몰아주기에 대해선 용역을 통해 가축과 처리 방법별로 ‘표준원가 기준’을 마련, 시·군이 활용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개선안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최근 도내에서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발생, 살처분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도내 살처분 업체들이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올가을 들어 발생한 6건의 AI 살처분 작업 중 4곳이 또 충청도 업체였다. 도내 기업은 2곳에 그쳤다. 도내 업체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경기도가 불공정 관행을 근절한다며 대책을 발표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생산자단체를 참여시켜 용역업체를 선정한다 해놓고 이 역시 지키지 않고 있다. 표준원가 기준을 마련해 수의계약 과정에서의 불공정 계약도 차단한다고 했지만, 아직도 연구용역 중이다. 이런 지지부진한 행정으로는 불공정한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없다. 행정의 신뢰도 떨어진다. 경기도는 다시 점검하고, 전국적인 표준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설] 부천시 보안시스템, 특정업체 4년 독식/官의 편의성에 묻힌 企業의 생존권이다

부천시의회 곽내경 의원이 주목할 만한 지적을 했다. 청사 보안시스템 용역업체 계약의 옳지 않은 내막이다. 최근 4년간 주요 청사 보안시스템 용역이 수의계약됐다. 전체 123건 중에서 93건(75.6%)을 A업체가 받았다. 나머지 계약 가운데 12건은 B업체, 10건은 C업체, 8건은 D업체가 맡았다. 쏠림 현상은 청사별로 보면 더 명확해진다. 29개 부서 가운데 무려 25개 부서가 A업체에 관련 사업을 맡겼다. 곽 의원은 “업체 유착이라 볼 수 있다”며 경고했다. 각 부서가 매년 갱신하는 계약 형태는 수의계약이다. 발주 부서의 자체 판단에 따라 경쟁 없이 계약했다. 타 업체에는 비교 견적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다수 부서들이 대는 이유는 비슷하다. 기존 장비 교체 비용이 추가되고, 관리가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부천 청사인데 경쟁으로 업체 선정을 한 곳도 있다. 심곡동 행정복지센터가 그 중 하나다. 경쟁을 통해 다른 업체를 선정했다. 수의계약을 한 다른 부서와 차이는 없지만 그랬다. 관급 공사·사업의 발주는 공정 경쟁을 생명으로 한다. 공개적인 참여 기회, 견적 비교가 핵심이다. 당연히 업체 변경에 따른 불편함은 있다. 시스템 변화에 따른 번거로움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공개 경쟁을 원칙으로 권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관급공사 발주를 관이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접근하라는 취지다. 각 분야에는 경쟁하는 다수 업체가 있다. 공정한 경쟁은 그들의 생존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보장이다. 관의 편의성보다 소중한 가치다. 작아 보일 수도 있는 이 문제를 주목하는 이유도 있다. 부천시만 이런 것이 아니다. 다른 지자체도 수의계약 편의에 빠져 있다. 청사 보안시스템 관리 업무만 이런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다양한 관급 공사·사업도 이렇게 아름아름 처리되고 있다. 한 번 진입한 업체들이 장기간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 이런 것이 다 반칙이다.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이유가 특혜 계약을 묵인하기 위해서는 아니지 않은가. 조용익 부천시장은 경제자족도시 달성을 유독 강조한다. 4차 산업 융합단지 조성을 약속했다. 대장도시첨단산업단지도 곧 본궤도에 오른다. 150개 청년스타트업 기업 육성, 경기거점벤처센터 조성, 금형산업 지원 육성 등 구체적 구상도 얘기했다. 모든 게 ‘먹거리가 넘치는 부천’을 만들겠다는 포부일 것이다. 방향이 옳다.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공정한 관급 사업 발주 정착이 중요하다. 고른 기회 제공만큼 중요한 기업 환경은 없기 때문이다. 보안시스템 계약을 싹 조사하고, 열린 경쟁 선택으로 고치면 좋겠다.

[사설] 2020년부터 모든 선거 졌던 국민의힘/‘경기 이재명’ 맞설 ‘경기 대표’라도 내야

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앞두고 ‘수도권’이 불쑥 등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했다. 대구지역 강연에서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조경태 등 영남권 후보군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다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도 했다. 특정 후보군을 직접 저격했다는 점도 이채롭다지만 무엇보다 관심은 경기·인천·서울을 아우르는 ‘대표’를 말한 점이다. 주 대표의 발언에 관심이 커지는 환경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지도부, 윤핵관 4인방과 만찬을 했다. 주 대표는 지난달 25일과 30일 두 차례나 윤 대통령과 회동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후보군 실명까지 거론하며 ‘수도권 대표론’을 선창하고 나섰다. ‘윤심’(윤 대통령 마음)이 아니냐는 추론이 단박에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수도권·비수도권 후보군들의 반응이 극명하다. ‘동의한다’(수도권)고 하고, ‘틀렸다’(비수도권)고 한다.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경기도 선거 표가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 졌다. 호남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패배다. 그 앞선 결과는 3월9일 대통령선거다. 거기서도 경기도 표심은 5% 넘게 국민의힘을 외면했다. 거대 표밭 경기도의 ‘5%’는 전국을 휩쓴 윤석열 후보의 완승을 ‘0.7%’로 좁혔었다. 이에 앞선 2020년 총선도 있다. 경기도에서 민주당 51석(86.4%)·미래통합당 7석(11.9%)이었다. 일방적이었다.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은 ‘패배 전문 정당’이다. 경고음은 매번 있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전국 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늘 앞섰다. 하지만 본보와 경기지역 언론의 조사는 달랐다. 5%가량을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계속 앞서갔다. 국민의힘은 ‘경기지역 조사가 틀렸다’며 외면했다. 도지사선거 때도 그랬다. 경기지역 언론의 전망은 시종일관 ‘초박빙’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때도 외면했다. 그러다가 출구조사가 뒤집히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영남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주 대표 발언을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글쎄다. 경기도민 몇이나 이 말에 동의할까. 수도권 총 의석의 절반도 안 되는 영남권이다. 그 영남권이 반세기 넘게 보수당 역사를 독점하고 있다. 권력이 창출되면 그 권력의 중심을 차지했다. 지역주의란 이런 걸 뜻한다고 해석함이 합리적이지 않나. 유권자가 많은 경기도에 그에 걸맞은 관심을 두자는 것이다. 표에 대한 기본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의 주장을 굳이 반박하려는 게 아니다. 영남권의 입장도 충분히 표현됨이 옳다. 똑같은 필요로 우리도 경기도민의 의견을 표하고 있을 뿐이다. ‘수도권 대표’가 뭐 그리 대단한가. 도민의 눈길 한 번 끄는 작은 이벤트일 뿐이다. 도민, 적어도 보수를 지지하는 경기도민이 원하는 모습은 수도권이 명실상부한 주인 되는 당이다. 경기도의 86.4% 의석을 석권하고 있는 민주당, 지금도 민주당 대표와 대표 얼굴들은 다 경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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