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살리려 퇴행한 학생 봉사 점수制/이제 원래 취지대로 되돌려 놔야 한다

경기도의 한 자원봉사센터에서 학생 봉사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단체의 청소년 방학프로그램 참가자가 지난해 0명이었다. 2019년에는 3천318명, 2020년에는 1천379명이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여기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상황을 보여주는 관련 통계가 있다. 1365 자원봉사포털 자료다. 2019년 175만여명에서 2021년 39만여명으로 급감했다. 시기적으로 코로나19가 원인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해야 할 근거가 사라졌다. 교육 당국이 2019년 11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4학년도 교육 과정부터 정규교육 과정 외 수상 경력, 개인 봉사활동 실적 등을 적는 비교과 활동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중학생은 의무 봉사활동을 60시간에서 15시간으로 줄였고, 고등학생은 2024학년도부터 대학에 입학하는 고1, 2의 개인 봉사활동을 인정하지 않게 했다. 1996년 시행 이래 가장 큰 퇴행적 변화다. 개정의 배경은 세상이 다 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허위 스펙 사건’이다. 스펙 논란을 없애겠다며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당시 조 전 장관 측이 주장했던 논리가 있다.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주장했다. “인턴 등을 어느 정도까지 ‘허위 스펙’으로 볼지, 어떤 경우에 형사처벌을 할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함께 기준을 세워나갈 문제이지, 곧장 구속할 사안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 개정됐다. 봉사활동 상당수가 허위 스펙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대입 관련 자료로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내포하고 있다. ‘허위가 만연하니 처벌하면 안 된다’는 조 전 장관 측 논리를 그대로 뒷받침한다. 말도 안 되는 판단이다. 전인교육, 인성교육의 기치로 23년을 시행하던 제도다. 역대 진보 정권에서 특히 강조된 부분이기도 하다. 거기 문제 있다면 보완해 나가는 것이 옳다. 이걸 갑자기 폐지 수준으로 바꿨다. 물론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었다. 입시의 핵심은 필기 시험이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능으로 이어져 온다. 이것도 매번 잡음이 있고 비난이 따른다. 현장에서의 부정 행위, 출제의 적정성 등이 없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시험지가 유출돼 시험이 연기되는 초유의 역사도 있다. 그렇다고 필기 시험이 폐지된 적이 있나. 그런데 봉사 점수제는 느닷 없이 축소됐다. 커닝 학생 한 명 잡았다고 대입 필기 시험을 없앤 꼴이다. 정치가 교육을 망친 예다. 다시 논의해야 한다.

[사설]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확대해 피해 예방해야

아파트 옥상 비상문을 열어라, 닫아라 논란이 크다. 소방은 화재 등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피를 위해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경찰은 범죄와 추락 사고 등의 예방을 위해 잠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설치하지 않은 곳이 상당히 많다. 건물 옥상에서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23층 아파트 옥상에서 5세 남자아이가 떨어져 숨졌고, 중학생이 5층 상가건물 옥상에서 다른 건물 옥상으로 뛰어 넘다 추락해 사망했다. 대학생이 대학교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고도 있다. 옥상은 청소년들의 범죄 장소로도 이용된다. 벽돌 등 물건을 투척해 지나가는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다. 각종 범죄 및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옥상 비상문을 폐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설명을 들으면 옥상문을 잠그면 안될 것 같다. 2020년 12월 군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로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일부 주민이 옥상으로 피했지만 비상문을 찾지 못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고층 아파트에선 화재 발생 시 지상으로 내려가는 게 불가능해 옥상으로 대피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옥상 비상문이 잠기면 피할 곳이 없어진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주거시설 중 공동주택 화재가 전체 1천17건 중 537건(52.8%)으로 가장 많았다. 고층 아파트 화재는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재난대피 공간인 옥상 관리가 필수다. 지난 3년간 화재로 인한 사망자 1천19명 중 92명이 옥상문과 같은 출입구 폐쇄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소방청 통계도 있다. 공동주택 옥상문 논란의 대안으로 등장한 게 ‘자동개폐장치’ 설치다. 자동개폐장치는 화재 등 비상 상황에서 소방시스템과 연동돼 잠김 상태가 자동으로 풀려 신속한 대피를 도와준다. 2016년 이후 지어진 공동주택은 자동개폐장치 설치가 의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은 의무대상이 아니어서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 도소방재난본부는 도내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가3만5천124개동 중 1만9천380개동(55.2%)에만 설치됐다고 밝혔다. 비상문 의무설치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의무설치 대상을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서 헬리포트가 설치된 건축물이나 옥상광장이 있는 1천㎡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 주민 안전과 사고 피해를 막기 위해선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자동개폐장치 설치 지원, 자동개폐장치 대상 건축물의 범위 확대, 건물주 및 관리주체 대상 교육 등 정부와 지자체, 관할기관 등이 함께 나서 제도를 보완·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설] 농업수출 보조금 내년 폐지, 후속 대책 시급하다

‘농업 수출 보조금’이 내년까지만 지원된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회원국들의 공정한 수출 경쟁을 위해 2015년 철폐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수출 농가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지원받던 농식품 수출 마케팅비·물류비 지원이 끊기게 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농가들은 다른 방식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농가들이 도산에 처할 수도 있는 위기다. 경기도를 포함한 한국의 농산물은 코로나19 여파에도 한류 열풍을 타고 호황을 누렸다. 최근 5년 연속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 농수산식품의 수출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억달러(113억5천만달러)를 넘었다. 농식품이 85억3천730만달러로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액의 75.17%를 차지했다. 올해는 지난 7월 현재 누계 수출액이 72억달러에 근접, 지난해 수출액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과일·채소·화훼류 등을 중심으로 수확·선별·포장·국내운송·해외운송에 소요되는 표준물류비를 산정해 일정 비율의 액수를 보조해 왔다. 정부가 농식품 수출업계에 지원하는 마케팅비·물류비는 연간 3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농산물 자유화, 농업의 공정 경쟁 등의 이유로 2024년부터 농식품 수출 물류비 지원이 끊기게 돼 농가의 시름이 깊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WTO 회원국에 비해 우리는 농식품 수출농가 및 수출단지 규모가 작아 물류비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에 물류비 지원이 클수록 흑자를 내는 데 도움이 됐는데, 지원이 사라지면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조금 지원 중단은 예견된 것이어서 그동안 한국농업의 체질 개선 등 대비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였다. 정부는 물류비 폐지 등에 대비해 생산자와 수출업체가 함께하는 ‘수출통합조직’ 구성을 장려하고 있다. 재배단계부터 품질을 관리해 수출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 업체 간 과당경쟁을 피하면서 수출을 견고히 하려는 것으로 수출통합조직을 통한 간접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생산자 단체와 유통업체간 마찰에다 허점이 많아 적절한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부도 명확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농업 수출 보조금 폐지는 심각한 문제다. 자조금 단체를 통한 간접적인 지원책 등 시급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관계기관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선제 대응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사설] 탈·편법으로 골목 상권 잡아먹는 마트킹/‘방법 없다’ 뒷짐 진 지자체는 방조범이다

마트킹이라는 유통 매장이 있다. 탈·불법이 영업 기술이다시피 하다. 인접한 하나의 필지를 쪼개서 건축허가를 받는다. 소매점 등 여러 용도로 신고한다. 준공을 받은 뒤에 통로를 연결해 거대한 매장으로 쓴다. 지자체에 적발되면 강제이행금으로 때운다. 연결 통로의 사용 승인 허가를 받기도 한다. 거대한 불법 매장이 합법화되는 과정이다. 수원(권선·북수원·서수원점), 용인(구성점), 화성(수원대점), 안성(안성점)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로 분류되면 의무 휴업을 해야 한다. 골목 상권을 위해 법률로 강제된 규정이다. 마트킹은 식자재 마트, 중형 마트로 분류돼 휴업의 의무가 없다. 골목 소상인들과 똑같이 365일 영업이 가능하다. 주변 골목 상권을 초토화시키는 주범이 되는 것이다. 마트킹 주변 지역 상인들이 다 죽는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훤히 보이는 이런 탈·불법을 단속해 달라는 민원이 그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는 대형 매장의 이의 제기도 많다. 꽤 오래된 민원이다. 그런데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게 지자체 답이다. 수원 서수원점이 지난 2020년 6월 강제이행금을 납부했다. 연결통로 불법(건축법 위반)이 수원 권선구에 적발돼서다. 그 후 연결 통로 사용 승인 허가가 나갔다. ‘법적 요건이 맞아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안성점 등 나머지 마트킹의 처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불법 행위 근절은커녕 불법을 양성화해주는 일이 다반사다. 해당 지자체에 두 가지만 묻자. 첫째, 정말 현행법으로 취한 최대치였나. 다들 ‘법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 조치가 얼추 같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것 같지 않다. 부과하는 이행강제금도 지자체에 따라 다르다. 어디는 고발까지 끌고 가 마트킹을 기소했고, 어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불법 시설의 양성화 과정도 개운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봐주는 지자체’, ‘안 봐주는 지자체’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지자체 불신의 원인이다. 둘째, 대책을 마련해보려는 근본적인 노력은 했는가. 지금 상인들의 생계를 직격하는 것은 의무 휴업 면탈이다. 이걸 피한 마트킹이 골목 상권을 잡아 먹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자체가 설명한다. 이를 해결할 노력은 해봤는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청원은 해봤는가. 자체 조례 제〈2219〉개정을 통한 방법을 법률 전문가에게 물어는 봤나. 주변 상인 다 죽어가는데, 그 정도 노력은 해야 시장, 공무원이라 할 것 아닌가. 마트킹이 하는 행위는 법치를 농락하는 짓이다. 골목 상권을 죽이는 짓이다. 어떻게 구경만 하고 있나. 시장님들 스스로 방조범이 되려 하는가.

[사설] 안철수는 경기도 정치인이다

안철수 의원이 당권 도전을 향해 기지개를 켰다. 본인의 정치 입문 10년을 회상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제 앞에는 국민의힘을 개혁적인 중도 보수 정당으로 변화시켜서 총선 압승을 이끌고 대한민국을 개혁해서 정권을 재창출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위해 제 온 몸을 던지는 것이 제가 국민 앞에 약속한 헌신”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것으로 본다. 이날 특히 다가온 말이 있다. 수도권 정치의 현황과 이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부분이다. “우리는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역사적 참패를 당했다.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지도부 전원을 수도권에서 뽑았다. 수도권 전선 사수의 의지가 느껴진다. 우리도 수도권 전선을 승리로 이끌 경험 많은 야전사령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중 있게 강조한 말이다. 성남 분당갑에 3선 의원이다. 6월1일 보궐선거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텃밭과도 같은 곳이다. 전체 구도가 녹록한 것도 아니었다. 함께 치러진 지방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 졌다. 전국 이기고, 서울 이겼지만 경기도에서 졌다. 그 와중에 그는 유권자 선택을 받았다. 총 득표율 62%, 선거구 내 11개 동 모든 지역 1위라는 압도적 지지였다. 그럼에도 경기 이방인 취급 받는 게 현실이다. 정치적 고향은 부산으로, 출신 지역구는 서울로 분류한다. 고향이 부산이고 서울 지역구를 가졌었으니 분석은 맞다. 하지만,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한 기업은 경기도가 기반이다. 안랩은 창사 이래 성남을 지켜온 향토 기업이다. 정치 입문 직전 원장으로 보임했던 서울대융합기술원도 수원에 있다. 황당한 철새 정치인이 많다. 그와 다른 당당한 연고다. 경기도는 대통령 선거의 거대 표밭이다. 이 거대한 경기도 정치 지형은 완전히 기울어 있다. 민주당의 절대 우세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출신이 당 대표다. 당의 전면에 수도권 의원들이 포진했다. 국민의힘은 보수 영남권 색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선 참패, 지방 선거 참패로 경기도 보수는 질식 상태다. 2024 총선에 좋아지리라는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다. 그런 걱정이 안철수를 찾게 한다. 어제 원내대표 도전을 포기한 도내 의원 얘기가 돌았다. 그를 포기로 몰아간 현실이 바로 경기도 보수의 현실이다. 의도적으로 판을 바꿀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에 많다. 그리고 그 방법 가운데 한 주장이 안철수 중심론이다. 잠룡 안철수를 경기도 대표로 끌어올리고, 그를 따라 경기도 보수도 무게를 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때 그가 말하는 ‘수도권 역할론’이라 더 울림이 큰 것 같다.

[사설] 정부는 쌀값 폭락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추석 명절이 지난 농촌은 쌀농사 등 가을 추수를 하느라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고생을 하면서 지은 들판에 펼쳐진 벼를 보면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농민들의 표정은 기쁘기는커녕 오히려 폭락하는 쌀값으로 인해 수심이 가득하다. 다른 물가는 모두 오르고 있어 정부는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한 상황에 오히려 쌀값은 폭락하고 있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 20㎏당 4만1185원으로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놓은 1977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작년 10월 쌀값 20kg당 5만6803원에 비교하면 무려 27.5% 하락했다. 쌀값이 지난해와 같은 가격이 되어도 인건비, 비료 등 다른 생산비가 올라 적자를 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쌀값이 더욱 떨어지고 있으니, 과연 농민은 어떻게 생존하라고 하는 것인지 참으로 분통하다는 표현 밖에는 없다. 물론 쌀값도 시장원리에 의해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농민도 알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간 소비량보다 많은 쌀이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 톤으로 추정 수요량 361만 톤에 비해 27만 톤이나 과잉 공급됐다. 금년도 역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인 380만 톤 안팎의 쌀이 출하될 것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에 따라 매년 40만8700톤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쌀값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쌀과 같은 식량은 단순하게 시장 원리에 따른 수요와 공급 원칙만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쌀은 전략자원으로 국가안보에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은 식량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불과 19.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인 상황에서 쌀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이 벼농사를 기피하게 되면 식량안보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쌀값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농촌지역의 경제상황이 좌우되는 것은 물론 전체 국민생활 안정과 번영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금년에는 지난해보다 10만 톤이 많은 45만 톤을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경기도 등 쌀 주산지 8곳 도지사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쌀값 안정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키는 등 여러 가지 움직임이 있으므로 정치권은 중지를 모아 긴급 쌀값 폭락 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우선 쌀값 폭락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긴급 처방을 내려 쌀값을 안정시킨 후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사설] 주민들 걱정에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법’ 내세워 레미콘 공장 허가한 광주

광주시 직동에 D아스콘 레미콘 공장 건축허가가 났다. 직동 102-20 일대 6천326㎡ 부지 중 4천998㎡에 공장 2개동(건축연면적 1천115㎡)과 시멘트 생산제품을 보관하는 사일로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13일 건축 허가를 신청했고, 시가 지난달 12일 허가를 내줬다. 신축 예정지에 현재 비어 있는 기존 공장 건축물 4개 동을 철거한 후 레미콘 공장 시설 2개 동을 새로 지은 뒤 레미콘 차량 35대를 두고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인근 주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크다. 공장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꾸려졌다. 직동과 인근 태전지구, 삼동, 중대동, 목동, 오포읍 등 6개 지역 주민이 참여했다. 광주시 전체는 16개 읍면동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우려되는 분진, 악취, 폐수, 덤프트럭 통행 등으로 환경 오염, 주민 불편, 건강 악영향 등을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국민청원 등을 통해 반대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 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민원만 500건을 넘었다. 공장 하나 설립을 두고 벌어진 광주 지역 반발로는 기록적이다. 반발 지역 분포가 그렇고, 주민들의 반발 정도가 그렇다. 허가 적법성 여부를 떠나 살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레미콘 공장에 대한 거부감은 일상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분명하다. 직동 공장 반대 여론이 올해 초부터였다. 시의회에서 박현철 당시 의장이 허가 반대를 천명했었다. 그럼에도 시는 건축 허가를 내줬다. 적법 허가라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별 수 없이 적법성 여부를 살필 상황에 왔다. 비상대책위원회가 “광주시의 건축허가 검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며 “허가 승인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과 감사원 감사청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공장 운영 구상도 논쟁거리로 보인다. 발생하는 폐수를 위탁업체에 맡겨 처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많은 레미콘 업체들이 돈을 들여가며 공장 안에 자체 폐수 처리 공정을 갖추고 있다. 왜 그렇게 하겠는가. 우리가 이번 허가의 적법성 여부를 예단하려는 건 아니다.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공장 지역에 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내줬다”는 시의 설명이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이 그런 법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주민들의 요구에 일반적 타당성이 있다면 당연히 존중되고 반영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 민심을 살피라고 시간과 돈 들여 민선 시장 뽑는 것이다. 결국 방세환 시장이 결정해야 할 듯하다. 주민들이 계속 목격하게 될 민원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덮여질 민원이 아니다.

[사설] 코로나·독감 유행 ‘트윈데믹’, 또 방역 위기다

코로나19 등장 이후 잠잠했던 독감(인플루엔자)이 다시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이라는 감염병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이 예고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보건당국은 조만간 트윈데믹 대비책을, 다음 주에는 독감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윈데믹 대비책의 경우 독감 진단과 치료, 예방접종 등 전반적인 방역 및 의료대응책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과 2021년에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마스크 착용·손 씻기 등 개인위생이 강화돼 독감 발생이 급감했다. 그러나 올해는 최근 5년 새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독감은 보통 11월 말께 유행하는데 올해는 지난달 말부터 증가 추세다. 거리두기가 없어지면서 다시 증가, 더 확산될 전망이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14일 브리핑에서 “두 감염병의 동시 유행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뿐 아니라 독감 유행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올해 36주차(8월28일~9월3일)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를 보면,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가 외래환자 1천명당 4.7명으로 집계됐다. 유행 기준치(4.9명)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도 연일 수만명씩 발생하고 있다. 15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7만1천471명 늘었다. 전날 9만3천981명보다 2만2천510명 감소했지만 추석 연휴 기간 이동량과 대면 접촉이 늘어 당분간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독감은 둘 다 호흡기 감염병으로 증상이 유사하다. 발열, 기침, 인후통, 두통, 근육통, 피로감 등의 증상을 보이고 기침, 재채기 등 비말을 통해 전염된다. 두 감염병은 증상이 비슷해 일반인들이 구분하기 쉽지않다. 때문에 트윈데믹 상황이 되면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방역당국은 동시 진단체계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독감 백신 접종률도 높여야 한다. 독감과 코로나19 모두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은 질병 예방뿐 아니라 중증과 사망을 낮추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올해는 독감 환자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늘고 있어 접종 시기를 당길 필요가 있다. 트윈데믹으로 고통과 피해를 겪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대비태세를 철저히 해야 한다. 국민들도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키고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사설] 도로·철도 공약하며 당선된 국회의원들/국비 못 따내면 배지 내놓는 게 순리다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이 있다. 경기일보가 그 중에 도로·철도 등 SOC를 분석했다. 예산 배정이 형편 없어 걱정인 곳이 여럿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서~광주, 월곶~판교, 인덕원~동탄, 신안산선, 서해선(송산~홍성) 등이다. 도가 신청한 예산의 절반도 배정 안 됐다. 대부분 올해 받아 쓴 예산보다 크게 줄었다. 모두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이다. 하나같이 개통에 대한 주민 기대감이 높다. 월곶~판교 복선전철은 도가 3천709억원을 신청했다. 실제 반영된 것은 22.9%인 850억원이다. 시흥·광명·안양·과천·성남 지역민의 실망이 걱정이다.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사업비도 도 신청액의 24.8%인 1천103억원만 배정됐다. 과천·안양·의왕·수원·용인·화성 지역민이 걱정이다. 화성과 홍성을 연결하는 서해선도 신청액의 43.4%인 1천3억원만 반영됐다. 수서~광주 복선전철도 503억원을 신청했는데 84억원만 배정됐다. 내년 또는 2024년 등 개통이 정해진 사업들이다. 개통 지연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당연하다. 경기도는 현 상태에서 공사 지연은 없다고 설명한다. 올 사업비 중 내년으로 이월된 예산 등을 말한다. 하지만 인덕원~동탄, 수서~광주 선처럼 적정성 재검토에 들어간 곳에서는 큰 변수가 엄연히 존재한다. 최대 1년6개월이라는 적정성 재검토 기간은 분명한 지연 요소다. 만의 하나 적정성 부적절 판정이 나올 경우 상황이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다. 예산 부족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전부 이렇지는 않다. 신청 예산이 대거 반영된 곳도 많고, 심지어 신청 예산보다 많이 받는 곳도 있다. 수도권 제2순환 김포~파주, 파주~포천, 양평~이천 구간 예산안은 도가 신청한 금액의 각 98.5%, 100%, 106.4%를 받았다. GTX와 관련해서도 A(삼성~동탄, 파주~삼성)·B(인천대입구~마석)·C(수원~덕정)노선 사업비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국비 지원 실태가 지역·사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작금의 선거를 교통 선거라 했다. 철도·도로 공약에 모든 걸 건다. ‘전철을 연장시키겠다’ ‘고속도로를 만들겠다’ ‘GTX를 연결하겠다’ 등이다. 하도 많아 여기서 정리하기도 힘들 정도다. 분명한 것은 그 공약 이행률이 상당 부분 부실하다는 것이다. 애초부터 능력 밖의 거짓말 공약이고, 실상을 무시한 과장 공약이다. 국비 확보에 실패하는 공약도 그렇다. 국비 확보 능력 없었으면 거짓말이 되고, SOC 정책 방향을 오판했으면 과장이 된다. 총선이 1년 반 뒤다. 3년 반 전 도로·철도 공약을 채점 받을 때다. 잘했으면 또 당선되는 것이고, 못했으면 낙선되는 것이다. 이번 ‘2023년 도로 철도 SOC 국비 배정현황’이 그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사설] 복지사각 구제할 ‘긴급복지 핫라인’은 생명줄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가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회안전망 재점검에 나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도지사 ‘핫라인’ 전화번호(010-4419-7722)를 공개했다. 김 지사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정말 힘드신 분들이 연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제가 직접 응대하지는 못하지만, 특별히 지정한 저희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다”고 했다. 경기도의 ‘긴급복지 핫라인’은 생활고로 고통받는 위기 이웃이 전화 한 통만으로 긴급 상담·복지지원 연계·사후관리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임시 개설한 전화다. 도는 ‘120 긴급복지 상담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이달 5일 이후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분간 120 콜센터와 함께 운영하기로 했고, 다시 지속해서 운영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김 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긴급복지 핫라인, 개선하고 또 개선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휴대폰 번호 라인을 기존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휴대폰 번호여서 기계가 아닌 사람이 바로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수요자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핫라인으로 접수된 상담은 모두 354건이다. 이 중 복지 분야가 241건으로, 도는 97건의 복지 서비스 지원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120번은 계속 활용하면서 문제를 고치고 개선하겠다”며 “녹음된 안내 멘트에 따라 번호 누르는 것을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긴급구호가 절박한 분들이 쉽게 접근하고, 우선적으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ARS 안내 제도를 빠른 시일 내에 바꾸겠다”고도 했다. ARS 안내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나 은행 등의 ARS는 사용자를 지치고 힘들게 한다. 인내심이 없으면 사용을 못한다. 나이가 많거나 청력이 좋지 않은 이들은 안내 멘트도 이해하기 어렵고, 버튼을 누르기도 쉽지 않다. 긴급 전화일수록 상담원과 빨리 연결돼야 한다. 긴급복지 핫라인이든, 120 상담콜센터든 모두 절박한 이웃을 위한 것이다. 전화만 개설해 놓고 연결이 제대로 안 되면 무용지물이다. 벼랑 끝 도민의 생명줄 역할을 하는 긴급 전화인 만큼 즉각적인 응대가 중요하다. 지속적인 운영도 필요하다. 복지급여 미신청과 전입 미신고 등 사회보장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소재 파악이 어려운 취약계층 발굴을 위한 보완책도 절실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 도움이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지만 연락이 닿지 않은 이들이 전국에 1천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이와 관련해 민관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경기도가 복지혜택 신청의 문턱을 낮추는 등 실효성 있는 복지정책을 선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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