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폭등 공포, 민생 안정위해 정책 역량 집중해야

추석 연휴 이후에도 각종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됐다. 농산물 가격 급등세 속에 전기와 가스, 상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돼 있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9월 주요 농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상당 부분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배추와 무, 양파, 마늘, 시금치 등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는데 추석 이후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식·재배면적이 줄고, 고온다습한 날씨 영향으로 병해충이 발생하며 수확량이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태풍 ‘힌남노’로 인한 농작물 피해로 가격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라면과 과자, 유제품 등 식료품 가격도 인상을 앞두고 있다. 농심은 15일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 팔도는 다음 달 1일 대표 상품인 팔도비빔면, 왕뚜껑 등 라면 가격을 평균 9.8% 올린다. 오뚜기와 삼양식품도 라면 가격의 인상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폭등해 재료 수입단가가 올라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제과업체도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 원유(原乳) 가격이 오르면서 빵,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도 다음 달 동시에 오를 예정이다. 한국전력은 지난 4월 기준연료비를 kWh당 4.9원 인상한 데 이어 10월에 4.9원 더 인상할 계획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메가줄(MJ)당 지난 7월 1.23원에서 1.9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내달 2.3원으로 0.4원 더 올린다. 모두 더하면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의 올해 연간 상승률은 20%를 넘는다. 경기도내 지자체들은 상수도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오산시는 7월부터 상수도 요금을 t당 기존 540원에서 580원으로, 평택시는 같은 달부터 600원에서 640원으로 인상했다. 평택시는 올해에 이어 내년부터 2025년까지 상수도 요금을 8~12%씩 올린다는 방침이다. 시흥시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해마다 13%씩 전체 39%를, 의정부는 해마다 7%씩 전체 28%를 인상하기로 했다. 고물가·고금리에 서민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심각한 위기 상황인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부와 정치권은 서민들의 고통과 신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 물가·민생 안정을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품목별 물가 관리, 급하지 않은 요금 인상 자제, 재정 조기집행 등을 통해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사설] 성공적인 경기도 여야정협의체 기대한다

경기도, 경기도의회 여야가 함께하는 여야정협의체가 곧 출범한다. 도 집행부와 도의회 간의 협치를 구현하게 될 기구다. 도와 도의회 양 당 6명씩 모두 18명으로 구성된다. 공동 의장은 염태영 경제부지사와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등 3명이 맡는다. 경기도 집행부에서는 정무수석, 정책수석, 기획조정실장, 균형발전기획실장, 소통협치국장 등 5명, 각 당에서는 수석부대표 등 5명이 참여한다. 현안에 따라 경기도에서는 관련 부서 실·국장이, 도의회에서는 소관 상임위원장이 함께 한다. 여야정협의체가 다루게 될 기본 의제는 경기도정 일반이다. 실무를 논의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구성원이 참여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원의 구성은 잘 된 것으로 보인다. 실무 기구로 안건조정회의를 두기로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안건을 사전에 협의해 효율적인 운영을 기하려는 취지다. 합의사항은 공동 협약문으로 채택된다. 여야정협의체 구성은 사실상 김동연 지사의 취임 일성이었다. 7월4일 민선 8기 첫 간부회의에서 “(경기도와) 두 당이 함께 하는 협의체를 만들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즉시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측에서 ‘도지사 참여’ 등을 요구했었다. 협약문의 서명자 일방을 도지사로 특정한 것도 그래서 나온 듯 하다. 염 부지사 배치는 협의체 내 정무 역할에 대한 양 당 의견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당정협의회는 전국 어느 지방 의회든 있다. 지방 정부와 지방 의회의 일반화된 소통 수단이다. 이걸 조직으로 상설화 하는 게 이번 협의체 구성의 의미다. 그런 만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조건이 있다. 기존 ‘도-도의회 관계’와의 관계다. 유별난 소통 창구처럼 흘러가면 안 된다. 기존 도의회가 가진 토론, 결정 기능에 옥상옥으로 올라타면 안 된다. 일부 전문가들이 당정협의체에 대해 밀실 담합 창구 우려를 말하는 이유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기억해야 할 역사가 있다. 2008년 시도된 경기도-경기도의회 당정협의회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라는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아무 결과도 없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도지사와 도의원들간에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흐를 우려’만 키웠다. 당시 의회 다수가 한나라당, 도지사도 한나라당이었다. 특정 정당의 협의체로 흘렀고 무엇 하나 남긴 기록이 없다. 이번 협의체 출범에 앞서 잘 새겨야 할 역사다. 우리가 권해 보는 여야정협의체 성공 조건이 있다. 첫째, 모든 논의는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둘째, 견제라는 의회 책무를 벗어나면 안 된다. 셋째,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조율하는 기구임을 잊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전체 의원의 뜻에 반하는 협의는 안 된다. 별것 아닌 훈수일 수 있지만, 특별한 기구가 흔하게 범할 수 있는 월권이다. 이제 시작이다. 잘 되기 바란다. ‘78 대 78 대립’의 완충 지대를 기대한다.

[사설] 국힘 도의회, 내홍 끝내라

7월께부터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쪽에서 흘러 나온 얘기가 있었다. ‘여야 동수 의석이지만 국민의힘 표가 내분을 겪을 것이다.’ 누가 나서더라도 소속 의원 78명의 모든 표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 전망은 실제로 8월9일 의장 투표에서 현실이 됐다. 총 투표수 156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염종현 의원이 83표로 선출됐다. 최소 7표가 국민의힘에서 이탈했다는 얘기다. 이때부터 시작된 국민의힘 내분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돼 대표단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핵심적인 주장은 곽미숙 대표 의원의 퇴진이다. 지난달 11일 비대위가 주도한 토론회에서는 곽 대표 불신임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소속 의원 40명이 찬성했다. 곽 대표는 퇴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당내 갈등이 점차 격화되고 있는 상태다. 이때 당의 지역 사령탑 역할을 할 경기도당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성을 잃었다는 일부의 지적도 나온다. 살폈듯이 국민의힘 표 이탈은 일찍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경기도의회는 물론 여의도 정가에서도 파다했다. 내분에 구조적 원인이 있었고, 그 실상이 밖까지 다 알려졌다는 얘기다. 당일 패배를 몇 몇 의원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고 이를 단속하지 못한 점을 책임의 전부로 풀이하는 것은 옳은 해석이 아니다. 당시 도당 지도부의 독주에 대한 일부 도의원들의 불만, 초선 의원들과 다선 의원들의 이견 등이 복잡하게 엮여 나타난 결과였다. 그럼에도 비대위의 쇄신 주장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여야 동수 의회에서 내분으로 맞은 의장 선거 패배다. 전반기 의회 운영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상황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게 막혀 있고 내부에서 풀릴 조짐이 없다. 결국 필요한 것이 경기도당의 역할이다. 양쪽의 의견을 경청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화를 벌컥 냈다’느니 ‘윤리위원회 회부로 협박했다’는 전언은 듣기 안 좋다. ‘개입해야 할 때 방치하고, 빠져야 할 때 불쑥 나서고, 내 사람 네 사람 편 가르고.’ 경기도당 전임 지도부가 당원의 원성을 샀던 이유다. 유의동 신임 도당위원장은 달라야 한다. 도의회 비대위와 지도부가 서로 안 볼 사람들처럼 대치하고 있다. 유의동 도당이 중재해야 한다. 의장 뺏기고 싸우는 모습이 도민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유의동 도당이 책임을 말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의 한심한 내홍을 보면서 누가 다음 총선에 또 표를 주겠나.

[사설]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예산, 국회가 책임지고 살려내길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지역화폐 예산 항목을 아예 없앴다.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과목 설치와 국비 반영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민생을 제일 우선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이런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와 소상공인, 국민 대부분이 반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당초 내년 예산에 지역화폐 지원 명목으로 국비 4천억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같은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전액 삭감해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취약계층 직접 지원에 쓰는 게 우선순위로 보여 보조금을 예산안에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보조금을 2020년 8% 지원한 뒤 2021년 6%, 올해 4%(6천53억원)로 계속 축소해 왔는데 내년엔 이마저도 없애버린 것이다. 지역화폐는 2년 반 동안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경제 백신’ 역할을 해왔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 정지·제한을 받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생활형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10%라는 캐시백 혜택을 앞세워 지역민들이 동네 음식점이나 식료품점, 미용실 등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소상공인 매출에 도움을 줬다. 지역화폐가 어려운 시기에 지역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온 것은 여러 연구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기연구원의 조사에선 도내 소상공인 67.6%가 지역화폐로 매출액 회복·증가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70.9%가 지역화폐 정책 전반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정부가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지원한 예산을 정상화하는 조치’라는 등의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 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경기침체는 더 심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경기도 지역화폐 국비 지원은 사업 예산의 30%를 차지한다. 그런데 지난해 2천187억원에서 올해 1천60억원으로 줄면서 수원, 화성 등 5개 지자체가 인센티브 비율을 10%에서 6%로 낮췄다. 국비 지원이 감소하면서 자체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고육책이다. 이번 추석에는 한시적으로 10%로 상향했지만, 국비 지원이 끊기면 인센티브 비율을 더 낮춰야 한다. 지자체 여건에 따라 사업을 중단해야 할 지도 모른다. 지역화폐는 영세업체나 지역상권에서만 사용토록 해 지역순환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정부는 지역화폐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국회가 여야를 떠나 민생과 직결된 지역화폐 예산을 살려내길 바란다.

[사설] 침수차량 유통은 불법, 법·제도 보완해 근절해야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마다 많은 차량이 물에 잠긴다. 지난 8월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1만2천여대의 침수 차량이 발생했다. 여기에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전국에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힌남노로 인한 침수 피해는 아직 최종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침수 차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침수 차량은 폐차해야 한다. 정부는 침수차의 중고차시장 유입을 막기 위해 수리비가 보험금을 넘는 ‘전손 침수차량’의 폐차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손 침수차량이 적당한 수리를 거쳐 하자가 없는 것처럼 둔갑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불법 유통되는 침수 차량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돌발 사고도 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말 전손 침수차량 불법 유통 방지를 위해 침수이력 공개, 정비·매매업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침수 사실을 속여 중고차를 판 업자는 영업을 취소시키고, 피해 이력을 기재하지 않은 성능상태 점검자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기로 했다. 전손 침수차량 폐차 의무를 따르지 않은 원소유자에 대한 과태료도 3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하지만 국토부의 대책은 ‘처벌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기준과 근거를 정비·보완하는 게 중요한데 업계에 침수차 유통 피해 발생의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침수이력을 공개하겠다지만 소비자들은 어떤 차량을 구매하지 말아야 하는지, 정비업자는 침수차량을 어떻게 수리하고 점검받아야 하는지, 매매업자는 어떤 차를 팔지 말아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기준이 없다. 침수차량 소유자와 정비업체, 매매업자 등이 입을 맞출 경우 불법 유통 감시망을 피해 갈 꼼수가 여전히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김포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난 2일 침수차 유통 피해 방지를 위한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침수차의 이력을 숨기거나 수리하지 않은 채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침수차의 불법유통을 막겠다고 나섰지만 침수 차량에 대한 기준도 없고, 보험 미처리 차량의 유통을 막을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침수 차량의 단속 강화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미비한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지적대로 침수차에 대한 개념과 기준을 정의하고, 수리 및 검사 방법을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리 검사 제도 도입을 통해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피해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민 안전과 피해와 직결된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설] 오염된 흙 처리비용만 50억 든다니/기관 이전 ‘정치 쇼’가 남긴 뒤처리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전 작업이 난제를 만났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전부지 정화 부담이다. 새로 옮겨갈 부지는 동두천시 미군 공여지 캠프 님블이다. 장기간 군부대로 사용되면서 누적된 토양 오염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6월부터 조사를 했는데 엄청난 처리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왔다. 누가 처리할 것인지를 두고 경기도, 동두천시, 재단 등이 고민에 빠졌다. 재단 노조는 전면 재검토를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토양오염의 심각성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다. 해당 부지에서 페놀 및 불소 등 오염 물질이 확인됐다.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구체적 면적은 6천145㎡다. 이 흙을 양으로 산정하면 25t 트럭 약 650대 분량이다. 치우는데 드는 비용만 최소 53억7천만원에서 최대 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부지 매입 비용이 62억원이니까 땅값보다 흙 치우는 돈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정화에 소요되는 기간도 최소 2~3년이 예상된다. 당장의 문제는 이 엄청난 정화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출연 기관으로 보면 경기도가, 유치 장소로 보면 동두천시가, 행위 주체로 보면 재단이 해야 한다. 어느 곳 하나 선뜻 나서기 어렵다. 지난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일자리재단 등 3개 기관이 모였다. 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회를 갖고 정화비용에 대한 부담비율 산정방식 등을 논의했다. 예상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빠른 시일 내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정치가 만들어낸 행정 패착의 전형이다.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은 대통령 선거용 쇼였다.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북부의 민심을 얻으려는 표심 잡기였다. 산하기관 이전 발표를 이재명 지사가 직접했다. 추진 일정도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북동부 지자체들을 모두 경쟁시키는 컨벤션 효과도 도모했다. 그 결과 이전부지가 북부 전역에 뿔뿔이 흩어졌다. 이 기세 앞에 도청 누구도 기관 직원들의 의견, 경기도 행정 효율성 등을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니 재단 노조는 이전 재검토를 말한다. “지금이라도 경제적 효과성을 따져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 이전부지를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 게 최적화인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백지화나 재검토는 아니다. 그 경우 받게 될 동두천 시민의 실망감 또한 크기 때문이다. 다만, 도정 백년에 남을 부끄러운 교훈으로 삼아야 함은 지적해 둘까 한다. 발암물질에 오염된 땅보다 더욱 위험한 것이 이런 정치에 오염된 행정이다. ‘특별한 보상’을 받기는커녕 ‘특별한 부담’만 떠 안은 행정이다. 하기야, 정치가 망쳐 놓은 경기도 행정이 어디 이것뿐이겠나.

[사설] 김동연, 새 경제자유구역 만들기 시동/받는 지역엔 100년 먹거리 될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기도에 들어서야 한다. 이는 경기도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결코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이 설립되는 기본 취지에 견줘 당연한 결론이다. 경제자유구역의 국제적 모델은 20세기 중국이다. 상하이와 선전에 들어선 경제특구가 효시다. 국외 투자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개발을 유인하는 정책적 목표가 적용되는 특별한 구역이다. 첫째 조건이 외국 경제와의 원활한 유통이다. 세계 최대 시장 중국과의 교역에 경기도만 한 곳은 없다. 국내와 고급 두뇌에 대한 접근성 역시 경기도가 제일이다. 여기에 규제 완화로 인한 시너지 역시 ‘규제의 동토’ 경기도에서 일어날 수 있다. 현재 운영되는 전국의 경제자유구역 실태만 보더라도 그렇다. 평택의 포승(2008·204만6천㎡)·현덕(2008·231만6천㎡)과 시흥의 배곧지구(2020·87만8천㎡)가 가장 활성화돼 있다. 더 들어서도 능히 소화할 수 있음이 다양한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이런 때 경기도의 추가 경제자유구역 지정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평택, 시흥의 그것 외에 또 다른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일선 시군을 상대로 신청을 받는 방식을 채택하고 1일부터 이미 접수를 시작했다. 도에서 사실상 지정하던 과거의 방식과는 다른 프로세스다. 시군 여건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해 정하겠다는 뜻이다. 좋은 절차라고 생각한다. 여기엔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한 도 행정의 순발력도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은 5~7년을 주기로 일괄 공모했다. 이 방식이 수시 신청·지정으로 바뀌었고, 경기도가 순발력 있게 시작한 것이다. 향후 일정도 속도감 있게 잡혀 있다. 다음 달 중으로 연구용역 대상지 선정 평가위원회를 개최한다. 개발계획 변경 연구용역 등 절차를 거치면 내년 12월에 산자부에 지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고양특례시, 김포시(대곶지구), 안산시(대부지구), 시흥시(정왕지구) 등이 물망에 오른다. 고양특례시는 신임 시장 취임 직후 경제자유구역 추진단까지 구성했다. 나머지 세 곳은 과거에 추진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모두 열정이 대단한 만큼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왜 안 그렇겠나. 평택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해 환황해권 경제 중심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시흥 역시 가파른 성장이 뚜렷하다. 민선 2기 경기도의 도정을 가장 후하게 평하는 전문가가 많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경기도 미래 발전의 토대를 구축해 놓았다는 점이다. 그때 밑그림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해당 지역에는 경제 보배 역할을 하는 게 많다. 물론 그때 핵심도 평택항, 경제자유구역 등 대규모 SOC 유치였다. 맨날 퍼주기에만 익숙했던 경기도에서 모처럼 들려온 ‘100년 먹거리 구상’이다. 경기도민이 기대를 갖고 지켜볼 것이다. 해당 시군의 멋진 경쟁을 기대한다.

[사설] 전세사기, 철저한 조사와 보완대책 시급하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더불어 전세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방지대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토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합동으로 전국의 전세사기 의심사례를 수집, 분석해 경찰청에 제공한 자료는 무려 1만3천961건에 달한다. 전세사기의 수법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유형은 깡통전세 관련 사건에 연루된 경우로 임대인은 총 825명으로, 이들 사건의 보증금 규모는 1조5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임대인 A씨는 공인중개사와 짜고 500여명을 대상으로 총 1천억원가량의 깡통전세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임대인에게 주택을 매도하고 잠적해 수사 대상이 됐다. 또 다른 유형은 먼저 HUG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대위변제한 이후에도 채무를 장기간 상환하지 않고 있는 집중관리 채무자 정보 3천353건을 경찰에 넘겼다. 이에 해당하는 임대인은 총 200명으로, 대위변제액은 6천925억원에 달한다. 국토부는 이 중 26명의 임대인(2천111건·4천507억원)에 대해서는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에서도 최근 아파트나 오피스텔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주민 고소가 무더기로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인천경찰청은 8월26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까지 미추홀구 등의 부동산중개업소와 임대업자 주거지 등 10곳을 압수수색했으며, 이를 통해 전세에 관한 계약서 등 사기 관련 자료를 확보, 조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세사기가 조직화·지능화되면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이 검찰에 보낸 사기 건수는 2020년 97건에서 지난해 187건으로 2배가 됐고, HUG가 대신 갚아준 보증금이 2018년부터 금년 7월까지 1조6천억원이 넘는다. 전세사기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정보 부족을 악용한 사례로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크다. 이러한 전세사기에 대해 1일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전세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전세사기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피해자를 촘촘하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우선 임차인에게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집의 적정 전세가와 매매가, 악성 집주인 명단, 공인중개사 등록 여부 등이 담긴 ‘자가진단 안심전세’(가칭) 앱을 내년 1월 내놓다는 것이다. 또한 세입자가 체납, 선순위 보증금 등의 확인을 요청하면 집주인은 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집주인이 거부할 수도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 공인중개사협회, 국회 등과 논의해 이런 의무를 강제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단속한 뒤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철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입법, 시행해야 할 것이다.

[사설] 金지사 “(도•의료원의) 목적은 도민 건강권”/‘수익성 평가 철회’ 등 노조와 합의 잘했다

경기도의료원의 마비되는 파업 우려가 해소됐다. 경기도와 경기도의료원 노조가 전격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기존 경영평가의 복지부 평가 대체, 의료원 정원 증원, 직급 상향 등 세 가지다. 타결은 지난 1일 새벽에 이뤄졌다. 앞서 노조는 1일 오전 7시를 기해 전면 파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고했었다. 자칫 수원·안성·이천·파주·의정부·포천 등 6개 병원이 모두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상 최초의 파업을 2시간30분 앞두고 이뤄진 합의다. 도의 입장이 상당히 전향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공공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서 이룬 합의다. 김동연 도지사가 협상 타결 이후 SNS에 직접 의견을 적었다. “도내 6개 병원 의료진은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의 최전선에서 힘겨운 분투를 해오셨다. 모자란 인력과 부족한 시설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책임을 다해주셨기에 대한민국은 힘든 고통의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협상에 임했던 도의 정서적 배경이 됐다고 본다. 이번 파업 예고는 통상의 쟁의 행위와 구별되는 부분이 있었다. 수익성 평가 기준과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특히 그랬다. 경기도 경영평가에서 마 등급을 받았다. 매년 도내 기관 중에 최하위를 맡아 놓다시피 했다. ‘수익성 평가 항목’ 때문이다. 의료 기관에 수익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코로나19 업무에 기진맥진한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유일한 수익 시설인 장례식장도 문 닫았다. 코로나 전문 병원 역할 때문이었다. 이래서 서울의료원은 코로나19 공로를 인정한다. 대구의료원은 마 등급을 나 등급으로 높여줬다. 전라남도 의료원들은 도 평가를 하지 않는다. 유독 경기도만 수익성 항목의 경영평가를 해오고 있었다. 노조 아니라 누구라도 이 부당성은 지적해오고 있었다. 우리도 앞서 ‘도민 생명 상대로 돈 벌어오라는 평가 방식 바꾸라’고 논평했었다. 이 요구에 경기도가 전향적으로 답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남도가 하는데 아무 문제 없다. 정원도 늘려주기로 합의했는데, 이 역시 잘된 결정이다. 방역 행정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쏟아붓는 관련 예산도 천문학적이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싸우는 의료원에는 의료인력이 부족하다. 진작 늘렸어야 했다. 이달 말까지 1단계로 39명을 증원하고 병원별 병상 가동률이 60~70%에 도달하면 추가로 증원할 수 있게 됐다. 평가하고 갈 김 지사의 말이 있다. “우리의 하나된 목적은 도민의 건강권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맞다. 경기도의료원은 경기도민의 건강, 생명을 지키는 기관이다. 이 숭고한 목적은 어떤 행정 행위보다 위에 놓여야 한다. 의료원에 들이대는 ‘수익성 평가’를 대단히 합리적인 행정처럼 여겨온 그동안의 잘못이 크다. 이제라도 고쳤으니 다행이다.

[사설] 추락한 교권 회복, 경기도교육청 선도적 역할 기대한다

교사들이 교단에 서는 게 두렵다고 한다. 교권 침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누워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크게 퍼졌다. 영상을 보면, 제지하는 학생은 없고 웃고 떠들 뿐이었다. 웃통을 벗은 채 수업을 듣는 학생도 있었다. 해당 교사는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수업을 이어갔다. 참담한 풍경이다. 교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제도적 방안 없이는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땅바닥으로 떨어진 교권을 바로 세울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교권 침해는 한 해 수천건에 달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2021년 전국에서 접수된 교육활동 침해행위 건수는 총 6천128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2천662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1천197건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다시 2천269건으로 급증했다. 경기도가 1천479건(24.1%)으로 제일 많았다. 모욕 및 명예훼손 831건, 상해 폭행 160건,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 느끼게 하는 행위 134건 등의 순서였다. 이 중 형사고발까지 이어진 것은 극히 일부다. 3년간 시·도교육청이 ‘교원지위법’ 위반 혐의로 학생 또는 학부모를 고발한 경우는 14건(0.002%)이다. 2019년 개정된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벌어진 경우 학교장 등이 필요한 교권회복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사에 대한 불법 영상물 촬영·유포, 폭행 등 형법상 범죄, 성폭력 범죄 등이 발생하면 관할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학생이나 학부모를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생이 수업 중에 문제행동을 해도 교사가 제지할 방법이 없다. 학교가 학부모와의 마찰, 소송 등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쉬쉬하는 경우도 많다. 상당수 교사가 끙끙 앓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도입으로 학생 친화적인 학교 환경이 조성됐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에 못지않게 교권과 학습권 보호도 중요하다. 문제 학생에 대한 교사 지도권을 강화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인수위가 교권보호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교권침해 신고 메뉴 신설, 교권보호지원센터 확대, 교권보호 전문인력 채용 등 3가지 방안이다. 학생 인권과 교권의 균형 지원을 통해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구상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교권보호를 거듭 강조한 만큼 추락한 교권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경기도교육청이 교권 강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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