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선 8기 지방자치, 협치·소통이 성공요건이다

지난 1일부터 민선 8기 지방자치가 출범했다. 폭우로 인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장 취임식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업무를 개시하게 됐다. 경기도의 경우, 김동연 지사는 지난 1일 오전 10시 경기도청 광교 신청사 대강당에서 마련됐던 ‘맞손 신고식’ 대신 오전 9시 재난현장 방문 등으로 도지사로서 첫 걸음을 대신했다. 특히 김동연 지사는 ‘경기도 비상경제 대응조치 종합계획’을 1호 사업으로 결재하며 민생살리기 행보에 나섰다. 이런 현상은 민선 8기 지방자치에 새로 출범하는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그리고 교육감의 경우도 유사한 형태로 취임식이 취소되거나 또는 약식으로 개최하면서 민생현장을 살피는데 우선을 두었다. 거창한 취임식보다는 현재 서민들이 처하고 있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 우선 실사구시 정신에 의해 민생현장부터 챙기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비록 이런 단체장의 행태가 다소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민생 우선의 단체장 자세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민선 8기 지방자치는 환경이 많이 변화됐다. 민선 7기 지방자치 때와는 달리 단체장을 비롯한 지방의회 구성이 상당히 변화됐다. 경기도의 경우, 기초단체장 대부분이 교체됐다. 더구나 도의회는 물론 기초의회는 대폭으로 의석 분포가 변화됐다. 경기도의회의 경우, 도의회 의석 분포가 78 대 78 동수로 구성됐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특정 정당에 의한 일방적인 의회 운영은 불가능하다. 양주시와 같은 기초의회도 동수로 구성됐다. 김동연 도지사는 인수위원회 활동 시부터 여야 정당 간 협치를 강조했다. 비록 인수위원회 구성 시 국민의힘에 요청했던 인수위 참여는 무산됐지만 이런 정신을 계속 살려 도정에 반영함으로써 협치를 통한 도정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제’를 강조하는 도정을 펼치려면 협치는 필수적이다. 도의회 운영 역시 마찬가지다. 여야 정당 의석수가 동수이기에 어느 정당도 주도권을 갖고 의회를 운영할 수 없다. 여야 동수로 의회가 구성됐기 때문에 의장단 선출 등 원 구성에 있어 정당 간 힘겨루기로 도의회 운영이 파행적으로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상호 협치정신을 발휘, 원 구성 협상을 통해 조속히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해 도의회가 김 지사와 소통을 통해 각종 민생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을 펼치게 되면 도민들로부터 신뢰받는 행정과 의회가 될 것이다. 지난해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지난 1월13일부터 실시돼 지방자치 환경이 상당히 변화됐다. 특히 도의회 권한이 강화됐다. 도와 도의회는 물론 중앙정부· 각 지자체 간 상호 협치와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여 새로 변화된 지방자치 환경에 부응, 민선 8기 지방자치가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설] 야권 정치와 함께 가는 노동계 하투/윤석열 정부 근본을 지적하고 있다

노동계의 강도 높은 하투(夏鬪)가 시작됐다. 서울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경남 거제에서도 영남권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서울과 거제에 집결한 참여 인원만 5만명을 넘는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노조도 찬성 71.8%로 파업을 가결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이트진로, 한국타이어엔테크놀로지 등 개별 사업장의 노조도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개별 노조, 또는 개별 사업장이 내놓는 요구 사항을 일일이 살필 여력은 없다. 대신 민주노총이 내세우고 있는 공식적 투쟁 구호만은 분명히 정리된다. 임금·노동시간 후퇴와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연금 교육 의료 에너지 공공성 후퇴 저지, 물가 폭등 경제 위기 민생 예산 투입과 재벌 부자 증세로 재원 확보 등이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은 ‘재벌·부자 천국, 노동자·서민 지옥’이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주목하는 요소가 있다. 이번 하투는 노동계와 정치권이 함께 가는 투쟁이다. 정의당이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이렇게 밝혔다. “곧 출범하는 윤석열 행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노동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차등적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무력화’ 등 반노동정책은 갈등 대결만 부추길 뿐이다” 여영국 대표는 “10일 후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선언했다. 정부 출범도 전에 선언된 경고다. 당연히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선 보이기도 전이었다. 여기에 지난달 말부터는 더불어민주당이 가세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을 ‘반노동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에 당 여론도 가세했다. 노동계 하투에 앞서 정치권이 가해 온 예열이다. 누가 봐도 노동과 정치가 함께 가는 정권 투쟁의 수순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구호 자체도 윤석열 정부 노동·기업 정책의 근본을 문제 삼고 있다. 후보 시절부터 주창했던 노동 정책의 방향을 포기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하투가 정부로서는 근본부터 포기하느냐, 계속 밀고 나가느냐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 셈이다. 사실 보름 전 운송 노조 파업 때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관심은 컸다. 특히 경총 등 기업의 시각에서의 목소리가 많았다. 결과는 업계의 실망이었다. 기업이 기대했던 노동시장 변화의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하투는 노동계와 정부 모두 정권 초기 기선 잡기의 성격이 강하다. 그만큼 쉽게 타협하거나 의견 도출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 면에서 과거 어느 하투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윤석열 정부의 의지 또는 방향을 지켜보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설] 택시비 지자체마다 제각각, 요금체계 단순화

경기도내 택시 요금체계가 지자체마다 다르고 복잡하다. 때문에 이용객들이 혼란을 겪고, 불만도 크다. 경기도가 몇차례에 걸쳐 요금체계를 단순화하며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복잡하다. 택시요금은 출발 지역, 시간, 사업구역 등 여러 기준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이용객과 택시기사 사이에 종종 마찰이 빚어진다. 같은 시간, 같은 거리라도 인접 시·군을 오간다거나, 자정을 넘은 심야시간이라면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특히 도시지역과 도농복합지역 여부에 따라 할증률이 10~20% 차이 나 분쟁이 일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까지 ‘수십개로 쪼개진 사업구역에다 제각각인 요금체계로 택시기사들도 요금을 부과하는데 헷갈린다’고 할 정도다. 이용객들은 요금을 덤터기 썼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택시 요금체계를 다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경기도는 2009년 시·군별로 19개 형태에 달하던 요금체계를 표준요금과 도농복합 가·나·다군 등 4가지로 단순화했다. 2013년에는 3단계로 더 단순화했다. 표준요금군에는 수원·성남·고양 등 15곳, 가군에는 용인·평택·화성 등 7곳, 나군에는 이천·안성 등 8곳이 있다. 표준요금을 기준으로 도농복합 가군은 109.1%, 도농복합 나군은 120% 요금이 부과된다. 이런 변화에도 요금체계는 여전히 복잡하고, 택시기사와 이용객 간의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도내 택시 이용 승객 및 택시 운수종사자 15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3월 택시요금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이용객의 64%가 ‘경기도 택시 요금체계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군 지역에선 77.8%가 단일화에 찬성했다. 택시 요금체계 문제점으로는 ‘불합리한 시계 외 할증요금’(39.3%)을 제일 많이 꼽았다. 이어 ‘복잡한 요금체계’(28%), ‘불합리한 심야 할증요금’(29%)이라고 답했다. 반면 택시 운수종사자들은 복잡한 요금체계(42.8%)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요금체계 희망 형태는 현행 유지가 50.4%로 요금체계 개편에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도농복합 요금군에 속한 지역은 높은 요금체계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은 3개 요금군으로 인해 이용객은 목적지에 따라 동일한 거리라도 다른 요금을 내는 불합리한 상황이라며 택시 통행량을 분석해 요금제 단순화 방안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용객은 물론 택시업계조차 복잡하고 어렵다고 지적하는 요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도 택시 요금체계의 전반적 손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는 ‘택시 요금체계 단순화’를 추진해야 한다.

[사설] 교육엔 정치도 이념도 없다

교육에는 정치가 없어야 한다. 이념도 없어야 한다. 이 당연한 논리가 실종된 경기교육이었다. 그 출발이 2009년 무상급식이었다. 도비 600억원 지원을 놓고 난장판이 됐다. 달라는 교육감과 못 주겠다는 도지사가 충돌했다. 대한민국 진보와 보수의 진영 싸움으로 번졌다. 그도 그럴 게, 무상급식은 급식 정책이 아니었다. 선택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옮겨가는 사회적 실험이었다. 평등의 가치를 현장에서 가르치는 사회주의적 교육이었다. 사실, 진보 진영에서는 ‘교육에 이념이 없다’는 전제 자체가 거부된다. 비단, 경기도 교육에만 국한된 논제가 아니다.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이후 부르주아는 프롤레타리아의 타도 대상이었고, 그를 위해 노동자는 프롤레타리아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계급 투쟁의 예비군을 만드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선언됐다. 경기도의 진보 교육감 13년이 그런 교육의 시기였고, 이를 담당한 첨병이 바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었다. 임태희 당선인은 대표적인 보수 인사다. 6·1 지방선거에서 전국 보수 후보와 함께 ‘전교조 OUT’을 선언했다. 진보 교육의 근원부터 바꾸겠다는 의지의 천명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경기도 행정과의 관계로 모아진다. 교육청 행정은 도청 행정과 떼어 놓을 수 없다. 다양한 행·재정적 교류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그 파트너라 할 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가장 극렬한 대립을 보였던 ‘김상곤 교육감-김문수 도지사’ 시대의 재연이 우려됐다. 이럴 때 훈훈한 모습이 만들어졌다. 김동연 당선인과 임태희 당선인의 조찬 회동이다. 29일 시중 한 커피점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나눴다. 교육 협치를 위한 의견이 오고 갔다고 한다. “교육 문제 만큼은 정파와 이념을 넘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두 당선인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양측 인수위가 설명했다. 선거 이후 김 당선인의 다양한 협치 행보가 관심을 받아왔다. 우리는 그 중에 가장 가치 있는 시도가 이번 교육 협치라고 본다. 구체적 협치 움직임도 보인다. 교육감직 인수위는 이 날 ‘혁신학교 폐지 공약’의 수정을 밝혔다. 후보 시절은 물론, 당선 직후에도 강조했던 약속이다. 경기도와의 교육 협치를 위한 유화적 정책 선회라는 평이 나온다. 도지사직 인수위도 같은 날 결이 같은 발표를 했다. 프랑스의 에꼴(Ecole42)’을 벤치마킹한 ‘경기 파란 학교’ 설립을 제시했다. 임 당선인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학교와 상당 부분 닮아 있다. 협치로 풀어갈 대상이 생긴 셈이다. 교육 현장에 정치와 이념이 파고 들었던 십수년. 경기 교육은 파행과 역행을 거듭했다. 교육의 기본인 학력은 저하됐다. 남은 것이라곤 갈등을 주도했던 교육감 도지사의 개인적 성장 뿐이었다. 대통령 후보가 됐고, 부총리가 됐다. 학생에도 학부모에도 남긴 건 없다. 우리의 평가는 그렇다. 이제 막을 내려야 하지 않겠나. 그런 시대는 없는 게 좋다. 샌드위치 먹는 김동연·임태희 당선인에서 그런 가능성을 본다.

[사설] 경기도지사 국무회의 배석, 대통령 결단을 촉구한다

민선 8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경기도지사 국무회의 배석’을 윤석열 정부에 촉구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중 국무회의 배석 권리는 서울특별시장만 있는데, 경기지사도 배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인수위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구 1천400만이 거주하고 지역내총생산 전국 1위 등 대한민국 축소판인 경기도를 대변하는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도록 윤석열 대통령에게 적극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기도지사는 서울시장과 달리 ‘제한적’으로만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 개정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것이다. 현재 국무회의 위원은 국무회의 규정 제8조 1항에 의거해 정부부처 각료와 서울시장 등으로 구성하게 돼있다. 지방정부 입장을 국무회의에서 서울시장이 대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인구가 서울보다 많은 1천400만명의 도정을 책임지고 연간 30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는 경기지사도 국무회의에 배석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 있었다. 김동연 당선인도 지난 3월 경기지사 출마 기자회견에서 “서울보다 인구가 400만명이 더 많고 경제 규모도 큰 경기지사가 국무회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국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전 경기지사들도 여야를 떠나 국무회의 배석을 주장했다. 이재명 지사 시절에는 경기도의회까지 나서 경기지사의 국무회의 배석을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경기도 관련 현안이 있을 경우 도지사 배석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고, 이 지사는 2019년 12월 3일 박남춘 인천시장과 함께 처음으로 국무회의에 배석했다. 이후 경기지사의 국무회의 배석은 없었다. 법제화 돼있지 않으니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 주장대로, 서울시는 도시행정 위주라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 어촌, 산촌이 혼재한 ‘작은 대한민국’이어서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배석하면 수도권은 물론 전국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가진 현안을 가감없이 전달할 수 있다. 경기도 자체로 봐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 사업과 사안이 갈수록 늘고 있고, 31개 시·군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지역 현안이 날로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가 국정운영의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배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상시적 배석을 위해 국무회의 규정 제8조 1항 개정이 필요하다. 이 규정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해 왔다. 여야 협치는 물론 중앙과 지방의 협치도 중요하다.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배석은 효율적인 국가운영과 지방자치의 동반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사설] 학교폭력심의위, 전문인력·예산 확충 실효성 높여야

2020년 시행된 개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학교폭력 사건은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심의위)에서 다루고 있다. 기존의 교내 학교폭력위원회가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해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교사, 학부모, 판사·검사·변호사, 경찰공무원, 의사 등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심의위원들은 학교폭력 사건 조사와 분쟁 조정 과정 전반에 관여하고, 가해학생에 내릴 처분을 결정한다. 학교폭력을 예전엔 학교에서 쉬쉬하며 덮는 경우가 있었다. 이젠 교내에서 처리하지 않고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심의위에서 담당하다보니 학부모들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신뢰감을 더 갖게 됐다. 교사들의 짐도 크게 덜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연령이 낮아지고, 사이버·비대면 폭력 등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이 생겨나면서 학폭심의위 위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경우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심의위가 유일하다. 문제는 학폭심의위 업무가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폭주한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으로 제때 심의를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학폭심의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내 인원은 145명이다. 상담사 25명, 장학사 74명, 일반직 공무원 46명 등이다. 이들이 소화한 학폭심의위 건수는 지난해 3천531건(초 867건, 중 1천720건, 고 944건)이었다. 올해(3~4월)는 총 327건으로 집계됐다. 많은 양의 심의를 적은 전문위원이 맡다보니 심의위 개최가 늦어지고, 가해·피해 학생 구분은 물론 학생들의 피해 회복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폭심의위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가해·피해 관련 학생들은 교내서 마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심의 결과가 늦어 제재(사회봉사 등 1~9호 처분)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의위에 몰리는 학교폭력 사건을 제때,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심의위원도 상담사나 장학사 외에 변호사나 경찰,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소한 다툼까지 학폭심의위 안건으로 접수되지 않게, 사전에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갈등을 중재할 전문센터 설치를 제안한다. 학교폭력 발생 시 36시간 이내에 교사와 가해·피해 학생의 부모 간 대화를 의무화한 덴마크 프리스홈 학교 사례도 고려해볼 만하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학교폭력의 실효성 있는 대책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

[사설] 경제 도지사 밑에 경제 부지사/그 직에 맞는 조건은 무엇인가

직책명이 정무부지사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민선 이인제(1기)·임창렬(2기)·손학규(3기)·김문수(4기) 지사 때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사회단체인 등이 거쳐갔다. 말 그대로 정무(政務)에 역할이 맞춰졌다. 정치인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맡았다. 언론인과의 소통 또한 그들의 역할이었다. 역사 속 평가는 천차 만별이다. ‘사통팔달의 소통 천재 부지사’ ‘자신의 정치에만 매달린 부지사’ ‘집무실 속 아낙군수 부지사’ 등이다. 어떤 경우든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이게 달라진 건 김문수 Ⅱ였던 민선 5기부터다. 정무부지사에 도정의 상징성에 맞는 특정 역할이 부여됐다. 직책명부터 경제부지사(김문수 지사), 연정부지사(남경필 지사), 평화부지사(이재명 지사)로 바뀌어갔다. 도지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부지사 명칭에 직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경제, 연정, 평화가 바로 그런 화두였다. 하지만 실제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수한 영역에 맞춰진 특수한 일이 없어서였다. 결국은 이름만 바뀐 정무부지사들이었다. 김동연호의 정무직 부지사가 경제부지사로 정해졌다. 이재명 전 지사 시절 평화 부지사를 바꾸기로 했다. 이에 걸맞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현재 행정2부지사 소관인 경제실, 행정1부지사 소관인 도시주택실, 공정국, 농정해양국을 담당하게 했다. 도정을 경제 회생에 두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당선인이 선택하게 될 예측 가능한 직제의 개편이었다. 벌써부터 염태영 공동인수위원장 등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폈듯이 도정을 상징하는 부지사직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에 맞는 역할을 다 한 부지사는 많지 않다. 연정 부지사가 연정에 꽃을 피웠다고 보기 어렵고, 평화 부지사가 평화의 열매를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많겠지만, 우리가 지적할 것은 기존 조직과의 괴리다. 경제, 연정, 평화, 어느 것 하나 혼자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도청 내 관련 조직의 힘을 극대화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조직과 융합하고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경제는 경기도 가까이에 있다. 김동연 당선인 본인이 경제도지사다. 기획과 구상을 쏟아낼 것이다. 도정의 선장은 그 하나로 족하다. 경제부지사는 그 기획과 구상을 실천하는 자리다. 도청 내 경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자리다. 실·국장부터 주무관까지 누수 없이 끌고 가는 자리다. 책임감 강하고, 흡입력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성공하는 경제부지사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 가능성을 높이는 시작은 좋은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사설] 최후의 주거지 고시원... 희망의 사다리가 중요하다

2018년 11월 서울 종로 한 고시원의 화재는 큰 충격파를 던졌다. 삽시간에 7명이 죽고 11명이 다쳤다. 한 명이 겨우 비켜갈 만한 복도에 하나 뿐인 탈출구마저 불길에 막혔다. 생존자들은 창문으로 뛰어 내리거나 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그래서 월세 4만원 차이의 창문방이냐 아니냐가 삶과 죽음을 갈랐던 사고였다. 이 사고는 또한 ‘고시생 없는 고시원’의 민낯을 보여줬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휩쓸린 ‘경제 난민’들 최후의 피난처였다. 지난 주 본보에 ‘좁디좁은 방 한 켠에...매일 삶을 욱여넣다’(23일자 1·3면)라는 제하의 르뽀기사가 실렸다. ‘닭장같이 비좁은 방’ ‘창문은 사치’ ‘오늘도 벼룩잠’ 등에서 그 응달진 곳의 삶이 여전함을 새삼 확인케 했다. 고시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도시빈민층의 주거지로 전락한다. 이후 고시원은 우후죽순 늘어났다. 인천지역만 해도 2010년 169곳이던 것이 2021년에는 5배로 늘어났다. 2013년 제정된 주거 기본법은 1인 가구가 인간 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공간 기준을 14㎡로 규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빈민들은 좁디 좁은 고시원에서 생을 마친다. 강제 조항이 아니다 보니 14㎡는 먼 나라 이야기다. 고시원 대부분의 방 하나 면적이 4~5㎡인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최소한의 생활집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벼룩잠을 잘 공간만 허락된다. 창문조차 없는 방에서는 압박감이 온 몸을 조여온다. 그래서 방문을 닫지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인천 계양구의 한 고시원 거주자는 “인생 마지막에 찾아오는 곳”이라 했단다. 칠흙같이 어두운 방에서 삶을 영위하다 세상을 떠난 친구 두 명을 떠올린 탓이다. 유명무실한 주거기본법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는 건축조례를 손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공간이나 창문 확보 등은 기본 인권의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 그칠 일은 아니다. 그들이 참으로 두려워하는 바는, 내일의 희망이 없는 삶 그 자체일 것이다. 그곳으로부터의 탈출에 대한 기약이 없다면 어떻게 삶을 영위해 나갈 것인가. 종로 고시원 화재 때 한 생존자의 외침들이 떠오른다. “또 다시 경제위기가 오지 않도록 정치 똑바로 해야 합니다.” “국가는 나에게 패자부활전 기회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세금이 넘쳐나는 세계 유수의 경제대국이다. 가난구제는 나라도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다. 흔한 말로 국가와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그 어두운 곳에서 그들이 타고 올라 올 희망의 사다리를 내려주는 일에.

[사설] 결국은 취소된 남양주 폐기물업체 공모/정치 또 할 조광한 시장, 뭣하러 이랬나

남양주시가 폐기물 업체 선정 공고를 취소했다. “행정절차 이행에 따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 신규허가 공개경쟁 모집 공고를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였다. 공고 절차가 진행된 이후 취소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이에 따른 피해 업체가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행정 신뢰에 준 손상이 크다. 그럼에도 남양주시는 일련의 공모 절차를 취소했다. 그만큼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본질은 시장 교체기 권력의 충돌이다. 경기일보도 지적했던 문제점을 보자. 첫째, 공모 시기가 대단히 부적절했다. 시가 ‘대형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공개경쟁모집 공고’를 한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투입되는 사업비만 3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고다. 그런 사업의 공고를 하필 시장 선거 하루 전에 했다. 현직 시장은 이번 선거에 안 나섰다. 무조건 차기 시장에 시정을 넘겨줘야 하는 입장이다. 그걸 굳이 선거 하루 전에 맞춘 이유가 이해 안 된다. 현·차기 시장 간 신뢰에 어긋나는 결정이다. 둘째, 공고 기간 및 심사 시점이다. 본보도 가장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부분이다. 시가 정한 공모 기간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6일까지다. 대형 사업의 공모임에도 채 한 달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촉박하게 정한 이유는 뭘까. 여기 일반 시민도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 있다. 사업자 선정위 개최일이다. 현 시장의 임기 종료일 이틀 전으로 잡았다. 선거 하루 전 공고하고, 퇴임 이틀 전 업자를 선정하는 일정으로 짜 놨다. 우연한 택일이라고 볼 수 있나. 셋째, 응모 업체의 자격 제한도 자연스럽지 않다. 참가자격 및 제한요건으로 공고일 현재(5월31일) 지역에 주된 사업장(본점 소재지)을 둔 사업자로 정했다. 그런데 ‘현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무를 수행 중인 법인(대표자 및 임원 포함)은 제한된다’고 했다. 공고일 이전에 사업장이 있지만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법인만 참가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대상이 훤히 보이는 제한을 걸 필요가 있었나. 잡음이 당연하다. 문제 핵심은 적절치 않은 공고 택일이다. 실무진이 결정한 일정일 수 있다. 시장이 밀어붙인 일정일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정보가 우리엔 없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비난은 시장을 향하게 돼 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공고 책임자도 시장이고, 업체 결정자도 시장이고, 임기 끝날 것도 시장이니까. 재임 중 고생을 많이 했던 조광한 시장이다. 경기도의 부당한 감사에 맞서 투쟁했다. 그의 정치 여정이 여기가 끝이 아닐 거라는 예상이 지역에 많다. 뭐하러 이런 잡음을 남겼는지 모르겠다. 조금 일찍 손 떼는 것이 뭐가 그리 아깝다고. 안 남겨도 될, 안 남겨야 될 구설수만 남았다.

[사설] 정부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대한 비상대책 마련해야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달러당 1301.8원으로 마감했다. 24일 환율이 약간 하락, 1296.00원으로 마감했지만, 환율이 1300원을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13일 이후 12년11개월 만이다.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2차에 걸쳐 비상경제장관회의까지 개최, 외환시장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고환율만이 아니다. 물가는 수개월째 폭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 수입 물가가 36% 폭등했으며, 수입 물가 폭등으로 6월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리까지 치솟고 있어 서민은 물론 기업들이 높은 대출 이자에 울상이 되고 있다. 이런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증시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연저점을 갈아치우며 추락하고 있으니, 지난 24일 코스피 지수는 2366.60을, 코스닥은 750.30을 기록, 1년 사이 약 30% 하락했다. 원화 가치와 증시의 동반 약세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실물 물가 상승)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은 오히려 이득을 봄으로써 수출에 의존도 높은 한국경제는 그런대로 방패막이 됐다. 수출제품을 같은 달러화 가격에 팔아도 원화로는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는데, 지금은 원자재와 에너지,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따라서 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하여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우리의 산업구조에서는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수출경쟁력 증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최근 무역 적자가 약 155억 달러로 증가한 현실이 말해주고 있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5월 말 기준 4천477억1천만 달러로 3개월 새 140억6천만 달러 줄었다. 주가와 원화 가치가 더욱 추락하면 외국자본은 더욱 이탈해 외환위기도 올 수 있으며, 이런 3고(高)현상에 의해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맞을 우려가 크다. 이런 경제비상사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더욱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은 최악의 상황으로 전제하고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달러 부족을 막는 방법으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경제비상사태를 해결할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비상사태 해결책은 적기를 놓치면 무용지물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정치권 모두 경제비상사태 해결책 마련에 최우선 하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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