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책명이 정무부지사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민선 이인제(1기)·임창렬(2기)·손학규(3기)·김문수(4기) 지사 때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사회단체인 등이 거쳐갔다. 말 그대로 정무(政務)에 역할이 맞춰졌다. 정치인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맡았다. 언론인과의 소통 또한 그들의 역할이었다. 역사 속 평가는 천차 만별이다. ‘사통팔달의 소통 천재 부지사’ ‘자신의 정치에만 매달린 부지사’ ‘집무실 속 아낙군수 부지사’ 등이다. 어떤 경우든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이게 달라진 건 김문수 Ⅱ였던 민선 5기부터다. 정무부지사에 도정의 상징성에 맞는 특정 역할이 부여됐다. 직책명부터 경제부지사(김문수 지사), 연정부지사(남경필 지사), 평화부지사(이재명 지사)로 바뀌어갔다. 도지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부지사 명칭에 직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경제, 연정, 평화가 바로 그런 화두였다. 하지만 실제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수한 영역에 맞춰진 특수한 일이 없어서였다. 결국은 이름만 바뀐 정무부지사들이었다. 김동연호의 정무직 부지사가 경제부지사로 정해졌다. 이재명 전 지사 시절 평화 부지사를 바꾸기로 했다. 이에 걸맞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현재 행정2부지사 소관인 경제실, 행정1부지사 소관인 도시주택실, 공정국, 농정해양국을 담당하게 했다. 도정을 경제 회생에 두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당선인이 선택하게 될 예측 가능한 직제의 개편이었다. 벌써부터 염태영 공동인수위원장 등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폈듯이 도정을 상징하는 부지사직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에 맞는 역할을 다 한 부지사는 많지 않다. 연정 부지사가 연정에 꽃을 피웠다고 보기 어렵고, 평화 부지사가 평화의 열매를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많겠지만, 우리가 지적할 것은 기존 조직과의 괴리다. 경제, 연정, 평화, 어느 것 하나 혼자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도청 내 관련 조직의 힘을 극대화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조직과 융합하고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경제는 경기도 가까이에 있다. 김동연 당선인 본인이 경제도지사다. 기획과 구상을 쏟아낼 것이다. 도정의 선장은 그 하나로 족하다. 경제부지사는 그 기획과 구상을 실천하는 자리다. 도청 내 경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자리다. 실·국장부터 주무관까지 누수 없이 끌고 가는 자리다. 책임감 강하고, 흡입력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성공하는 경제부지사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 가능성을 높이는 시작은 좋은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사설
경기일보
2022-06-28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