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기교 갈등, 신임 시장 둘이 뭉쳤다

‘만성적 민원’인 고기교 갈등이 해결 국면에 들었다. 용인시와 성남시의 신임 시장 둘이 교량 확장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상일 시장과 신상진 시장은 18일 ‘그동안 두 시간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주민에 끼쳤던 불편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두 지자체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았던 교통 문제’는 고기교 확장 갈등이다. 용인시 고기동과 성남시 대장동을 잇는 길이 25m, 폭 8m, 왕복 2차선의 작은 다리다. 해결의 작은 조짐은 지난해부터 있었다. 경기도가 중재에 나서면서 대화의 물꼬가 텄다. 두 시가 참여하는 ‘고기교 갈등 해소 협의체’도 출범했다. 이재강 평화부지사, 정규수 용인시 제2부시장, 장영근 성남시 부시장이 이끌었다. 다만, 갈등을 풀 전격적인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상호 노력한다’는 원칙론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주민들에는 ‘또 길어지겠다’는 실망이 엄습하던 차였다. 이런 때 나온 이·신 시장 의 전격 협력 발표다. 고기교 다리는 경기도 전체에서 가장 악성으로 꼽히던 민원의 출발이다. 2021년 경기도가 해결이 시급한 경기도 장기 민원을 발표했는데, 거기서도 이 문제가 첫 번째로 꼽혔다. 용인시는 넓히자는 입장, 성남시는 넓히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교통체증을 풀려면 확장하는 것이 순리다. 이 뻔한 걸 반대하는 성남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근 용인 지역에 예정된 대규모 개발 계획이 있다. 이에 대한 교통 대책을 우선 주문한 것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교통량을 생성한다. 이 차량들이 고기교로 밀고 들어올 판이다. 고기동과 대장동이 교통 지옥으로 변할 건 뻔하다. 현 상태에서도 이 일대 차량들이 고기교를 꽉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성남시에서 이 대책을 주문한 것이다. 교통 문제가 아니라 종합적인 도시계획 문제다. 시장이 총체적으로 살펴서 풀어야 할 문제다. 이런 노력은 없이 되지도 않을 ‘3호선 연장’이나 붙들고 늘어졌다. 직무유기도 이런 직무유기가 없다. 지금도 고기교는 지자체간 교통 인프라 충돌의 피해가 적나라한 현장이다. 출퇴근·휴일마다 최악의 병목 현상이 빚어진다. 인근 도로를 다 넓히면서도 고기교에는 손도 못 댄다. 용인 쪽 3분의 1은 넓고, 성남 쪽 3분의 2는 좁다. 노후된 교량이 폭우 때마다 잠긴다. 이번 장마에도 아수라장이었다. 이런 ‘해외 토픽’감 현장을 주민들은 수년째 보고 있다. 이래서 시장의 능력·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일 게다. 취임 일성에 가깝게 ‘고기교 합의’를 발표한 이상일·신상진 시장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아울러 ‘경축, 고기교 확장 준공식’에 나란히 선 두 시장의 모습도 기대한다.

[사설] 도의회 파행 추경 난항, 민생 팽개치면 안된다

경기도의회가 민생은 팽개친 채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가 ‘78 대 78’로 여야 동수를 이루면서 민선 8기 도의회는 시작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양 당의 같은 의석은 협치를 이뤄내지 못하면 의장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부터 각종 조례와 안건 의결까지 사사건건 대립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 예견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7월부터 시작된 제11대 경기도의회는 전반기 의장 선출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아직도 원 구성을 못했다. 양 당 대표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여야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경기도 정책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도의회는 원 구성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의사 일정 파행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의장 선출의 경우 국민의힘은 전·후반기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전·후반기에 양 당이 돌아가면서 의장을 맡자고 주장하고 있다. 도의회 회의 규칙에 따르면 의장 선거는 무기명투표로 진행된다.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가 의장이 돼 국민의힘이 유리하다. 상임위 배분도 운영위, 기획재정위, 교육행정위, 경제노동위 위원장 자리를 서로 양보하지 않으며 갈등을 빚고 있다. 원 구성 협상과 맞물려 국민의힘은 도-도의회 협치의 선제 조건으로 ‘경제부지사 추천권’, ‘산하기관장 50% 추천권’ 등을 도 집행부에 요구했다. 사실상 ‘연정’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연정이 아닌 협치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남경필 전 지사 때처럼 연정 운운하며, 정무직 부지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협치나 연정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 도의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양 당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행태가 유감스럽다. 19일로 예정된 제361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무산돼 그 피해가 도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민선 8기 경기도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난항을 겪으면서 민생회복 정책들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도는 1조4천억원(국비 약 1조원 포함) 규모의 민선 8기 첫 추경안을 도의회에 제출하려 했다. 이 중 2천500억원은 격리자 생활지원금과 같은 국비 매칭 사업비이고, 1천500억원은 고금리 대환 및 저금리 운영자금 지원과 중소기업 수출 관련 지원 등을 위한 자체 사업비다. 모두 시급한 예산이다. 서울시는 지난주 6조3천709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는데 도는 추경안 제출도 못했다. 서민들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심각한 민생고를 겪고 있다. 코로나19가 재유행 국면에 들어서 민생경제는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 도의회는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인지 답답하다. 갈등을 접고 조금씩 양보하고 수용하면서 진정한 협치를 이뤄내야 한다. 민생이 먼저다.

[사설] ‘청년들에 취업 공정성 불신 조장 죄질 나쁘다’/판사의 경고, 자녀 취직 빌미 사기 법정 구속

법원이 50대 대기업 직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취직을 빌미로 지인에게 8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수원지법 형사11단독(부장판사 김유랑)은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인 B씨에게 “내가 C 주식회사 노조위원이고 노조위원들을 잘 알고 있다”며 “퇴직 전 당신 아들을 무조건 취직시켜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에게 취업 비용 목적으로 3차례에 걸쳐 8천만원을 은행 계좌로 송금 받았다. 하지만 A씨는 B씨의 아들을 취업시킬 의사도 없었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은 것으로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단지 대기업에 다닌다는 사실만으로 B씨는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렇게 받은 돈을 생활비 등에 사용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에는 피해자와 합의도 하지 않았다. A씨는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단순한 ‘8천만원 사기’일 경우 구속되지 않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번에 법정 구속됐다. 담당 판사가 판결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청년 실업률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시기에 피고인의 범행은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취업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해 죄질이 나쁘다”며 “또 실제로 대기업에 근무 중인 피고인의 언행이 피해자에게 취업에 대한 신뢰를 부여한 것으로 그 가담 정도가 경미하지 않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취업 불신 풍조 조장을 경계한 판사의 선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취업 면접 AI가 등장했다. AI가 응시자의 답변을 들은 뒤 내용을 분석한다. 응시자의 맥박, 눈동자 움직임, 표정변화까지 체크한다. 면접이란 기본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그런 과정을 지나치게 기계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AI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은 늘어난다. 지금까지 400여개 기업이 AI를 이용한 채용시험을 치른다. 하반기에는 100여개 기업이 AI 도입을 예고했다. 청년 구직자 상당수가 반긴다. 환영하는 이유는 ‘주관 배제’다. 사람의 면접을 ‘못 믿겠다’는 얘기다. 취업 불신 풍조의 극단적인 모습이다. 사회 각계에서 빚어지는 취업 비리가 결국 ‘면접 AI’까지 등장시킨 것이다. 통상의 경우 피해금액 8천만원의 사기 피의자는 불구속하는 경우가 많다. 동종 전과가 없다면 재판 결과도 집행유예가 일반적이다. 수원지법의 이번 법정구속과 준엄한 판시는 이런 사회 풍조에 던지는 일벌백계다. 이제 세상은 ‘아비의 역할은 자식의 취직까지다’라는 자조까지 왔다. 오죽했으면 ‘대기업 노조원’이라는 신분만 믿고 수천만원을 넘겨주겠나. 이런 부모의 처지를 약점 삼는 취업 사기는 무거운 벌에 처함이 옳다.

[사설] 주택 가격 기준 종부세 개편, 조속 입법 추진해야

지난주부터 각 가정에 ‘2022 주택 1기분 재산세’ 고지서가 해당 지자체로부터 배달되고 있다. 최종 납부 기한은 8월1일까지다.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 본 각 가정의 표정은 어둡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기침체로 인해 가뜩이나 가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받아든 재산세 고지서는 각 가정이 부담하기에 벅찬 금액이라 과연 기한 내에 제대로 낼 수 있을지 또는 연체되면 가산금까지 물어야 되기 때문에 세금 마련에 걱정이 태산같다. 그동안 주택 가격이 대폭적으로 상승했다. 살고 있는 주택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이는 실질적 가게 소득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부과되는 재산세만 올라 서민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과세는 가게 운영에 다소나마 보탬을 위해 전세 또는 월세를 받고 있는 조그마한 아파트라도 한 채가 더 있으면 다주택소유자로서 세 부담은 대폭 증가하고 있으니 서민들은 불만이 더욱 크다. 푹증하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도입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 부과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주택 가격도 안정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서민들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 서초 등 서울 중심부에 있는 아파트 한 채 가격은 수십억원이 넘지만, 오히려 종부세 부담은 수원과 같은 서울 외곽이나 지방 2주택자보다 적게 부과되고 있어 현행 과세 체계는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과세 체계로 인해 임대주택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증가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가 하면, 징벌적 과세를 피하게 위해 서울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만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에 서울 집값과 전·월세값은 급상승하는 반면 지방 부동산은 침체되는 양극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과세 체계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이번 주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을 포함한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겠다는 것은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올바른 정책이라고 본다. 즉, 다주택자가 부담하는 종부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보유한 주택의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겠다는 내용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현행 종부세 체계는 1가구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인 중과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다주택자는 1주택 기본 세율 0.6∼3.0% 보다 높은 1.2∼6.0%의 중과세율로 세금을 내야 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종부세율이 인상되면서 다주택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윤석열정부는 대선 공약을 통해 초과이익환수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은 물론 전·월세값까지 급등하는 문제를 낳은 만큼 윤 정부는 조속한 세법 개정을 통해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망한다. 국회 역시 이런 세법 개정에 적극 협조해야 된다.

[사설] 110명, 6시간 투입해 찾은 오류 2표/‘기대, 그건 삐뚤어진 눈 때문이었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안산시장 투표지를 재검표했다. 결과 이민근 시장의 당선이 재확인됐다. 미세한 차이는 있었다. 당초 181표 차이에서 2표가 줄었다. 안산시장 투표지는 모두 26만586장이다. 181표는 경기도 시장군수 선거 가운데 가장 근소한 표 차이였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제종길 후보가 ‘안산시장 당선 무효’ 소청을 냈다. 제 후보의 소청은 잠정 무효표를 검표하는 과정에 대한 이의에 맞춰졌다. 또 소를 제기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번 재검표는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5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이뤄졌다. 소청 당사자 등 참관인이 참석한 가운데 보관 상자의 포장 봉인 상태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그 뒤 상자를 열어 100매씩 묶여 있는 투표지를 한장 한장 확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검증은 전체 투표지 계수, 후보자 별 투표지 검증, 이의제기 투표지 처리, 위원 검열, 검증 결과 공표 순으로 이어졌다. 투표지 검증을 위해 투입된 인력만 선관위 소속 직원 110여 명이었다. 선거에서 개표 이의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야의 박빙 대결이 많은 경기·인천에서는 특히 많다. 그 중에 ‘박세표’라는 별칭을 남긴 경기 광주 총선 역사도 있다. 박혁규 후보가 상대 후보에 3표 이겼다. 재검표 결과 3표가 2표로 줄었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2016년 총선에서는 인천 부평갑이 재검표를 했다. 26표 차이로 패배한 쪽이 소송을 제기했다. 23표 차이로 줄었지만 역시 결과는 그대로였다. 재검표로 뒤집힌 선거 역사가 없다. 이번 재검표가 갖는 의미는 조금 다르다. 개표 불신 분위기가 팽배한 환경이다. 2020 총선 이후 계속되는 개표 부정 주장이 있다. 쏠림 현상이 나타난 부재자 투표지 개표에 대한 의혹이 발단이었다. 점차 전자 개표 자체에 대한 의혹, 권력에 의한 부정 의혹으로까지 확산됐다. 권력이 교체되면서 의혹 자체가 정당성을 잃은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부정을 주장하는 일부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때 치러진 재검표였다. 상징하는 바 크다. 패배한 후보자들에 재검표 요구는 권리다. 하지만 이런 권리 행사에는 결과와의 등가성이 있어야 한다. 턱 없는 요구로 인력·예산이 소비되고 선거 불신 풍조가 조성된다면 그건 정당한 범주를 넘는 요구다. 이럴 때 새길 말이 있다. 2020 총선 인천 동·미추홀에서 남영희 후보가 171표 차이로 졌다. 이에 재검표를 요청했다가 곧 취소했다. 결과에 승복하면서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으나 그건 삐뚤어진 눈 때문이었다.” 재검표 요구는 수백명의 공무원에게 수만, 수십만표를 세어 보게 하는 일이다.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눈이 삐뚤어지지는 않았는지 숙고해 보길 권한다.

[사설] “굴착기도 자동차”, 민식이법 개정 필요하다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쿨존 내 횡단보도에서 어린이 사망 사고가 이어지자 ‘민식이법’을 만들어 처벌을 강화했지만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민식이법은 지난 2019년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초등 2년생인 김민식 군이 차에 치여 숨지면서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법이다. 김 군과 같은 희생을 막기 위해 학교 앞에 과속단속카메라와 무인교통단속 장비, 신호등, 과속방지턱 등의 설치도 의무화 됐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법 제5조의13(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은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했을 때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법에 헛점이 있다. 지난 7일 평택시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여학생이 굴착기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민식이법 적용이 안됐다. 현재 굴착기 기사는 구속됐지만, 굴착기가 법이 규정하는 자동차 종에 속하지 않아 이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사현장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쓰이는 기종이 굴착기다. 그런데 민식이법에는 자동차나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 11종이 포함되고 굴착기는 빠졌다. 유가족과 학부모, 교사, 시민 등이 모두 분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법률이 산업 현장과 도로 환경 등 변화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엔 굴착기를 화물차에 실어 공사 현장에 투입했지만, 지금은 바퀴식 굴착기가 늘면서 도로를 일반 차량처럼 운행하는 게 보통이다. 굴착기를 단순히 건축·해체 등에 사용하는 건설기계로만 봐선 안 된다. 보행자들은 승용차보다 굴착기 같은 건설기계를 더욱 위험하다고 느끼는데, 법률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민식이법 개정에 나섰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1일 교육부 장관과 시·도교육감 간담회에서 법안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임 교육감은 민식이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다행히 국회에서도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식이법 적용 대상을 굴착기, 불도저 등 모든 건설기계 운전자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정부와 국회가 민식이법을 세밀히 살펴 시급히 보완·개정해야 한다. 운전자들도 학교앞 속도 30km 이하, 횡단보도 일시정지 등 법 준수를 생활화해야 한다.

[사설] 온통 윤석열 대통령 방문 여부에만 관심/본질은 반도체클러스터 조속 착공이다

용인특례시 반도체클러스터 착공식이 연기됐다. 연기 자체는 이미 지난주부터 알려져 있었다. 언론이 연기 가능성을 보도했고, 용인특례시가 이를 최종 확인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기 사유로 날씨를 들었다. ‘우천’이 적절치 않아서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SK하이닉스도 같은 이유를 말하고 있다. 이상하긴 하다. 시기적으로 장마철은 맞다. 하지만 14일은 비가 오지 않았다. 착공식이 날씨와 직결되는지도 의문이다. 해당 산단 조성 사업 시행자는 용인일반산업단지㈜다. 지난 4월에 용인특례시에 사업 착공계를 제출했다. 그동안 경계 펜스 설치와 부지 정리 등 기초적인 공사를 진행했다.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행사인 착공식을 치르기에는 무리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착공식은 연기됐고, 이유는 비 때문이라고 하고, 언제 한다는 기약이 없다. 415만㎡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만 120조원을 넘는 사업이다. 이즈음에서 나오는 얘기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 여부와 이를 둘러싼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관련 산업을 안보 전략 자산의 가치까지 격상시켰다. 당선인 시절에는 용인을 찾아 “용인이 반도체 도시에 가담하게 됐다...중앙정부에서 적극 지원하겠다...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착공식 참석이 예상됐던 이유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도 “대통령실과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었다. 용인특례시는 물론, 경찰까지도 이른바 ‘VIP 행사’로 기정 사실화하고 준비한 듯 보인다. 이번 착공식이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경제 행사라는 상징성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석연찮은 착공식 연기다. 대통령의 일정과 연결 짓는 분석이 무리한 것은 아니다. 지역 관가에는 ‘대통령실에서 용인시 측에 대통령 불참을 통보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이와 맞물려 이상일 시장과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추론하는 정치적 해석까지 있다. 대통령의 행사 참여는 보안상 사전 공개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상당한 기간을 앞둔 일정이라면 더욱 확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착공식 연기를 대통령 불참으로 단정해 연결시키는 것은 정확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행사의 본질은 정치가 아닌 경제다. 촌각을 다투는 반도체 국제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일이고, 지역민을 3년째 묶고 있는 재산권 규제와 직결되는 일이다. 대통령 참석 여부를 정치적으로 계산하는 것 자체가 한가한 셈법이다. 비가 오면 어떤가. 대통령이 못 와도 괜찮다. 급한 것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착공이다.

[사설] 코로나19 재유행, 지자체도 선제적 대응조치 나서야

코로나19가 다시 무섭게 퍼지고 있다. 1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4만266명 늘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4만명을 넘긴 것은 5월11일 이후 63일만이다. 1주 단위로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앞으로 더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재유행을 주도하는 우세종은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다.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재유행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방역이 느슨해진데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동량이 많아졌다. 무더위에 냉방으로 인한 실내감염 위험도 커졌다. 여기에 백신 효과가 줄어드는 가운데 BA.5 변이는 전염력이 세고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항체를 무력화하는 능력도 강해 돌파감염과 재감염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갖고,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60세 이상’ 및 ‘면역저하자’에서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확대한 것이다. 또한 요양병원·시설과 장애인시설, 노숙자시설까지 백신 접종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어 중증 입원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고,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들이 동네 병·의원에서 검사·치료·처방을 한꺼번에 받게 ‘원스톱 진료기관’ 1만개소를 7월 말까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확진자의 의무 격리 7일은 유지하되 현 단계에서 거리두기 의무화 조치는 시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유행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경우 선별적·단계적 거리두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악몽같은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 일상회복이 되는가 싶었는데 상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9월 중순~10월 중순 하루 최대 2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확진자가 폭증할 가능성에 대비하지 않으면 큰 피해와 혼란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백신 접종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미흡하다. 아직 BA.5 예방에 적합하도록 개량된 백신이 없다. 감염 후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정도다. 정부는 유행이 더 확산되기 전에 방역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병상과 전담 인력을 서둘러 확보해 의료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확진자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체계 복원도 필요하다. 재유행은 이미 시작됐다. 정부 지침과 별도로 각 지자체도 위기의식을 갖고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선별진료소 확대와 병상·인력 확보, 고위험군·취약 계층 보호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전세금 떼인 세입자 속출, 근본대책 신속히 마련돼야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사고가 전국적으로 줄을 잇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세보증금이 집값보다 높아지는 ‘깡통전세’도 속출하고 있다. 세입자들의 걱정과 불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발생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는 1천595건으로 집계됐고, 금액은 3천407억원에 이르렀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이 임대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1년 미만 전세 계약이나 일정 금액(수도권 7억원·지방 5억원)이 넘는 고액 전세는 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접수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2019년 3천442억원, 2020년 4천682억원, 2021년 5천790억원으로 해마다 피해가 늘고 있다. 2022년엔 6월까지 3천407억원으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6천억원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올 상반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를 주택 유형별로 보면 다세대주택 세입자의 피해가 1천961억원(92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파트 세입자 909억원(389건), 오피스텔 413억원(211건), 연립주택 93억원(47건)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10건 중 8건이 서울·경기·인천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수도권의 피해가 컸다. 서울의 피해액이 1천465억원(6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도 1천37억원(420건), 인천 582억원(335건) 등이었다. 전체의 약 30%가 경기도다. 부동산 광풍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깡통전세가 늘고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렇잖아도 집없는 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들의 피해가 불어나게 된다. 여기에 임대인이 보증금을 가로채는 전세사기 범죄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 전세금을 둘러싼 사고와 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2030 청년세대와 경제적 약자인 서민들이다. 이들에게 사기를 치고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 것은 한 개인, 또는 한 가정의 삶을 망가뜨려 피눈물 나게 하는 일이다. 정부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 사기에 대해선 철저한 수사와 적극적인 법 적용을 통해 환수 조치를 해야 한다.

[사설] 이한규 행정2부지사의 용퇴가 필요하다

경기도 인사는 31개 시군 인사와 맞닿아 있다. 일선 시군의 부시장·부군수 인사와 엮인다. 통상적으로는 7월 초에 정기 인사가 있다. 올처럼 선거가 있는 해라도 7월 중순이면 이뤄진다. 그런 경기도 인사가 오리무중이다. 인사안 자체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김동연 도지사는 관료 출신이다. 거대한 기재부를 책임졌다. 경기도는 결코 버거운 규모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지체되는 것일까. 최근 공직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얘기가 있다. 이한규 행정2부지사다. 많은 이들이 이 부지사를 인사의 병목으로 말한다. 이 부지사는 행정직의 최고위층이다. 인사 구조상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직위다. 이 자리에 변동이 생겨야 인사에 숨통이 트인다. 역으로 이 자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인사폭은 대폭 줄어든다. 부시장·부군수부터 도 실·국장까지 인사가 연쇄 경직된다. 이 부지사가 용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항간에는 ‘연말까지 근무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다는 전언도 있다. 경기도 공직자로 살아온 이 부지사다. 그에게 법적 근원 없는 용퇴를 말하는 것은 편편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문제를 공개 지적하는 데는 배경이 있다. ‘이 부지사 용퇴론’이 이미 경기도 공직사회 내부에 파다하다. 부단체장 협의가 시급한 일선 시군까지도 이 부지사 거취를 말한다. 한 술 더 떠, 이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며 행정1부지사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온다. 우리의 지적은 그 숱한 공직사회 여론을 뒤늦게 정리하는 것이다. 법 이전에 고민해야 할 현실도 있다. 관행이다. 행정2부지사의 통상적인 근무 연한은 1년이다. 이용철(6개월)·이화순(12개월)·김진흥(12개월)·김동근(11개월) 부지사가 다 그랬다. 그 짧은 근무의 이유는 ‘후임 인사를 위한 결단’이었다. 이 부지사는 이미 그런 관행의 기한을 넘겼다. 1년6개월째다. 관행에 근거한 결단 요구가 가혹한 주문이 아닌 이유다. 1급 공무원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면직이 가능하다. 이 역시 앞선 공직 관행과 무관치 않다. 우려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이 부지사를 발탁한 것은 이재명 전 지사다. 이 부지사가 성남 부시장으로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그래서 이 부지사를 ‘이재명의 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부지사 거취 문제가 자칫 전·현 도지사 간 갈등의 소재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안 그래도 반(反)이재명 당권주자들이 줄을 서는 김동연 지사다. 한 개인의 인사 논란이 조직 내 신구 권력 갈등으로 돌변할 정치적 환경이다. 경기도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 후배들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 ‘잃는 것이 있는 상태’에서 떠나니까 용퇴라는 것 아닌가. ‘알토란같이 다 챙긴 뒤’에 떠난다면 그건 그냥 은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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