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상회에 ‘세 모녀’ 막을 순기능 있다

‘수원 세 모녀 비극’을 지자체 책임으로 볼 수 있을까. 복지 사각지대라는 포괄적 개념으로는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행정에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월부터 두 달간 ‘제3차 복지 사각지대 발굴 확인 조사’를 했다. 복지 혜택이 절실한 빈곤층을 찾기 위한 조사다. 매년 6차례씩 시행되고 있다. 이때 대상을 정하는 위기 정보는 건강보험료 체납, 단전, 단수 등 34가지다. 현장 행정에서 검수하는 가장 섬세한 시스템이다. 544만명이 위험군이었고, 그중 20만5천748명이 고위험군으로 추려졌다, 각 읍면동의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가동됐다. 여기서도 1천177명이 빠져나갔다. 주소지에 살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수원 세 모녀의 경우다. 주소지를 담당 공무원이 방문했지만 허사였다. 이쯤되면 현행 행정 시스템을 근거로 화성시의 잘못을 지적하긴 어렵다. 실제 거주지인 수원시 행정에 책임을 묻는 것은 더더욱 제한적이다. 그러면 이 구멍을 어쩔 것인가. 우리는 그 대체 제도로 반상회 활성화를 들까 한다. 완벽하지는 않으나 보완제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본다. 반상회는 우리의 것이다. 조선시대 오가작통법이 역사의 시초였다. 중앙정부와 사림, 백성을 연계시키는 제도였다. 17세기에 자리를 잡아 대한제국 시기까지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의 통치수단으로 ‘반’이 악용됐다. 해방 이후 민초 조직으로 이어지다가 새마을운동 이후 국민적 조직으로 크게 활성화 됐다. 2000년 이전까지였다. 이 반상회가 정작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존재감을 잃었다는 건 아이러니다. 정부 정책의 일방적 홍보 수단 등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면서다. 현재는 사실상 소멸됐다시피 하다. 무엇보다 행정에서 손을 놓았다. 주민 자치를 담당하는 부서가 다루는 조직은 통장까지다. 반장에 대한 관리, 지원, 파악은 없다. 반상회는 아예 행정 목적에서 사라진 개념이다. 반상회의 조직, 개최 여부를 파악하는 통계조차 없다. 공무원이 ‘반상회 업무는 없다’고 한다. 한 수 더 떠 아예 반상회를 금지하는 법률도 있다. 공직선거법 제103조 제4항이 ‘선거 기간 중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상회를 개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옳은가. 때마침 참고할만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 21일 있었다. 동법 제103조 제3항(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당연히 제4항(반상회 금지)도 문제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다. 반상회 부정적 요소는 ‘우려’다. 세 모녀 참변은 ‘현실’이다. ‘우려’가 있다고 ‘현실’을 방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공무원이 챙길 수 없음이 명확하다면, 그래서 민간의 영역에 기대야 할 것이 불가피하다면 그 대체재로 ‘반상회’가 있다. 시장, 군수가 결심하면 이달부터 반상회는 열린다.

[사설]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보완 절실하다

수원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중증질환과 채무에 시달리며 어려운 삶을 이어가다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했다.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었던 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경기일보가 최초 보도해 알려졌다. 이 사건은 2014년 ‘송파 세 모녀’와 흡사해 여전히 복지시스템에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수원의 세 모녀는 복지행정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긴급생계지원이나 주거지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혜택 대상에 해당될 수 있었으나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실제 주거지와 주소 등록지가 달라 복지서비스에서 완전히 소외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 모녀는 2020년 2월부터 보증금 300만원에 월 42만원짜리 수원의 주택으로 옮기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원래 살던 화성시는 이들의 건강보험료가 약 16개월 치 밀린 사실을 확인해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안내문을 우편으로 보내고, 이달 초 직원이 주민등록상 주소로 방문했지만 거주하지 않는 사실만 확인하고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았다. 수원 세 모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따라 위기 가구로 지정될 조건이 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상황을 인지했거나 당사자들이 복지서비스 신청을 했다면 월 120여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의료비 지원 혜택,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좀 더 촘촘한 복지행정제도를 마련해 도움을 줬더라면, 이런 참담한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복지제도는 당사자가 복지서비스를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위기 가구를 찾아내 서비스하도록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삶의 벼랑 끝에 선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는 ‘도지사 핫라인’ 구축을 약속했다. 수원 세 모녀처럼 주소가 불분명한 경우, 행정 당국이 적극적으로 이들의 행방과 상황을 파악해 챙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생활고를 겪고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채무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고도 사는 곳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위기가구 발굴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단전, 단수, 단가스, 건보료 체납,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복지시설 퇴소, 금융연체,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 등 34종의 위기정보를 수집·분석해 복지 사각지대 가구를 예측, 고위험군(상위 2∼3%)을 선별해 지자체에 통보한다. 그런데 정부는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가 ‘고위험군’인데도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있으나마나다. 특단의 조치든 핫라인이든 말로만 하는 것은 소용없다. 실효성 있는 복지 사각지대의 발굴·지원체계 보완이 절실하다.

[사설]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 후퇴’, 주민들 뿔날 만하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예정보다 늦어질 것으로 발표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과 비난이 거세다. 지난 16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에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이 2024년으로 미뤄져 ‘공약 후퇴’ 논란이 크다. 이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에 냉기가 돌면서 매물이 늘고, 아파트값도 하락으로 돌아섰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인 올해 1월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만들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는 등의 규제완화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했다. 올해 5월 일산 수도권광역철도(GTX) 건설 현장 방문에서도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인 4월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중장기 사업으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말 바꾸기’ 논란과 함께 반발이 거셌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특별법을 만들어 즉시 마스터플랜 작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고, 인수위도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마스터플랜에 따라 질서있게 지역마다 재정비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16일 발표에서 ‘도시 재창조 수준의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면서 시점을 2024년이라고 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마스터플랜 수립이 재차 연기되자 실망감을 보이며 반발했다. 1990년대 들어선 30만 가구 규모의 1기 신도시는 30년 넘은 노후 단지가 늘고 있지만 지구단위계획상 용적률 제한 규정에 묶여 있다. 윤 대통령의 특별법 제정 공약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컸으나 계속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하는 행태를 보여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투기 수요 유입, 가격 상승 우려, 이주 대책, 지역 형평성 문제 등이 얽혀 있어 속도를 내기에 어려움이 있다.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정부는 공약 추진 과정이 늦어지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해당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현실적인 계획으로 양해를 구해야 한다. 적당히 넘어가려고 말 바꾸기만 하면 정권의 신뢰를 잃고 분노를 키우게 된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해당 지역 주민뿐 아니라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주는 국민적 관심사다. 정부는 신중하고 진실되게 대응해야 한다. 적극적인 설명과 소통이 필요하다. 2024년 수립이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쟁점이 될 수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 우려처럼 ‘총선에 공약을 재탕’해선 안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주거 문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게 해야 한다.

[사설] 코로나 방역전사로 띄울 때는 언제고/舊전담 병원 위기 오자 정부는 손 뗐다

지난 6월10일부터 감염병전담병원 지정이 해제됐다. 코로나19 환자 감소와 방역 정책 변화에 따른 조치였다. 병원에 대한 손실보상금, 인력 파견 등 지원도 사라졌다. 적어도 정책적으로는 평시 의료 체계로 돌아간 모습이다. 그런데 해당 병원들의 사정이 안타깝다. 사실상의 감염병전담병원 책임은 계속 맡고 있다. 지역 보건소, 다른 의료기관 등이 계속 전담병원처럼 소개하고 있다. 의료진도 부족하고, 경영도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확진자 재급증이다. 감염병전담병원 해제 조치가 결정된 것은 지난 4월이다. 확진자가 많지 않았는데 그 이후 크게 늘었다. 경기도의 경우 6월 확진자가 6만857명, 8월 22일 현재 62만5천315명이다. 이들 대부분이 감염병전담병원 이력이 있는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 지정 해제 이전과 다르지 않은 업무량이다. 이러면서 병원마다 인력 부족, 의료진 사직, 수당 체불 등의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부도 우려까지 나온다. 한 병원의 예를 보자. 전담병원 지정 당시 방역 당국으로부터 35명의 의사와 간호사 지원을 받았다. 간호사들이 2시간 근무·휴무 시스템으로 확진자들을 돌봤다. 그 인력이 모두 빠져나갔다. 업무가 포화상태에 빠졌다. 또 다른 병원은 격무 끝에 사직한 직원만 전체의 20%에 달한다. 손실보상금이 사라졌으니 경영은 경영대로 악화됐다. 그렇다고 찾아오는 확진자를 돌려 보낼 수도 없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꼴이다. 의료계의 분노는 더 근본적인 부분에 있다. 돌변하는 정부 정책이다. 감염병전담병원을 처음 지정했을 때는 이러지 않았다. 손실보상금도 지급했고, 인력도 지원했다. 해당 병원을 ‘코로나 퇴치의 전사’ 쯤으로 추켜세웠다. 정부를 믿은 병원들도 이런 사회적 역할을 기꺼이 맡았다. 병상을 다 비웠고, 진료 기기를 들여놨고, 일반 환자는 받지 않았다. 이랬던 정부 신뢰가 지난해 말 한 번 꺾였다. 병상단가를 16만원에서 대폭 깎는 등 지원을 확 줄였다. 그러더니 이번엔 전담병원 지정을 취소하고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밝혔듯이 확진자들은 여전히 전담병원으로 알고 찾는다. 이 엄연한 현실을 정부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 대책이 없다. 7년여 전 있었던 병의원의 ‘메르스 줄 파산’이 떠오른다. 메르스에 맞서 싸웠던 병의원들이 줄줄이 망해나갔다. 그때도 정부는 손 놓고 외면했다. 감염병 사태는 언제든 또 터질텐데, 이래 가지고야 어떤 병원이 정부 정책을 따르겠나.

[사설] ‘동물학대보호 주장자’의 또 다른 동물학대/‘신고 들어왔다’면서 마구잡이로 침입·강탈

논평에 앞서 분명히 구분할 것이 있다. 대다수 동물보호단체는 노고가 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만 1천만명이다. 국민 다섯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학대는 여전히 사회문제다.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다 관리하기 어렵다. 공권력의 한계를 보충하는 사회적 체제가 필요하다. 이걸 동물보호단체가 하고 있다. 관련법이 동물보호의 관리 주체로 경찰·지자체 외 동물보호단체로 규정해 놓은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이들의 역할은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우리가 지적하는 것은 이 범위를 일탈한 단체 또는 개인이다. 이해를 돕게 할 실제 사례를 본보가 제시했다. 60대 후반 반려견주가 알려온 내용이다. 최근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찾아 왔다. 동물보호단체에서 나왔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동물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며 집에 들어왔다. “학대와 동물보호법 위반 정황이 포착됐다. 개를 넘겨주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소유권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요구했다. 결국 개들을 모두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 욕설 등이 오갔다고 한다. 반려견주는 지금도 반발하고 있다. “개를 가족처럼 키웠다...(억울해서) 고소를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여주에 사는 또 다른 70대 반려견주의 사연도 있다. 몇 달 전, 동물보호단체 회원을 주장하는 이들이 들이닥쳤다. 동물을 촬영한 뒤 반려견을 데리고 갔다. 동물보호시설로 간다고 일방 통보만 했다. 이 동물보호단체에 입장을 들었다. 제보를 받아 찾아간 것이라며 ‘매뉴얼대로 진행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재산의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그렇다고 반려동물에 대한 사적 소유권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다. 엄격한 규정과 절차에 의해야 한다. 소속 단체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행위자들의 신원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접수됐다는 동물학대 신고 내용도 충분히 고지해야 한다. 반려견주의 해명 또는 방어권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절차다. 사람 구속에도 미란다 원칙이 있듯이 반려견 포획 또는 반출에도 방어권은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 충격적인 얘기까지 있다. 후원금 모금을 목적으로 강제 반출 행위를 한다는 제보다.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국내 유명 동물보호단체 대표의 말이 있다. ‘후원금을 목적으로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단체는 극히 일부다.’ 그의 표현을 빌리더라도 그런 단체와 행위자들이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런 단체나 회원은 절대 없고, 있을 수 없다’고 해야 옳은 것 아닌가. 이걸 경찰 또는 지자체도 알고 있나. 차제에 진지하게 따져 볼 일이다. 현실을 몰랐다면 직무태만, 알았다면 방조다. 반려견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위법 행위일 수 있다. 반려견주 재산에 대한 강탈일 수 있다. 학대를 매개로 돈을 벌려는 또 다른 동물 학대일 수 있다. 선의의 동물보호단체와 회원들을 위해서라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 경찰의 엄격한 수사, 법원의 엄벌을 요구한다.

[사설] 서울행 출퇴근 승차난 해소책 시급히 마련해야

경기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출근은 물론 퇴근 시 버스와 택시를 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해소책이 시급하게 요망되고 있다. 특히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광역버스는 무려 30분 이상 기다려도 타지 못해 버스를 환승하더라도 ‘환승요금’이 아닌 다시 ‘승차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해 서울행 직장인들은 승차난에 요금까지 이중으로 부담,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내 광역버스 이용객은 7천913만6천명으로,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지난해 상반기 6천638만3천명보다 1천275만3천명으로 19.2% 증가했지만, 오히려 도내 버스업체(마을버스 제외)의 운전기사 수는 2019년 2만3천명이었으나 최근 2만명 수준으로 15%에 해당하는 3천명 정도가 줄어 버스난을 가속시키고 있다. 버스기사의 감소 현상에 따른 광역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부족 현상은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는 많은 버스기사들이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인해 배달업종 등으로 이직, 운행버스 수가 감소했으며, 자연적으로 버스의 배차간격은 길어지고 있다. 반면 유가인상 등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버스와 승객 수 간의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 승객들은 승차난을 겪지 않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 택시 역시 마찬가지로 부족 현상이 발생, 승차난을 겪고 있다. 직장인들은 지하철과 버스가 끊기거나 이동 수요가 몰리는 심야시간대 및 출퇴근시간대 택시를 이용하게 되는데, 택시 승차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경기도 법인택시 운전기사는 1만1천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 1만4천968명보다 26.5%에 해당되는 3천968명의 운전기사가 줄어들어 택시 승차난을 가속시키고 있다. 택시 운전기사들도 버스 운전기사와 마찬가지로 수입이 조금 나은 택배 업종으로 이직하고 있다. 또한 개인택시들의 경우, 기사들의 고령화로 인해 택시 운행시간이 과거보다 감소하고 있는 것도 요인의 하나이다. 버스와 택시 운송업계 관련 조합에 의하면 운전기사를 채용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별로 없어 심각한 인력난 해소는 당분간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경기지역 운전기사들의 월 수입이 서울과 인천에 비해 50만~70만원 정도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우선 운전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운전기사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광역버스 등에 대한 지자체 지원도 확대하고, 전세버스 추가 투입과 증차, 제도 보완을 통한 중간 배차 도입 등도 검토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응급처방은 물론 국토부, 서울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등과 협의, 서울로 진입하는 ‘버스총량제’ 운용도 개선해 탄력적 수요와 공급이 가능하도록 장기적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사설] 세월호 보고 수사는 마녀 사냥이었나/대법 판단으로 극명한 일단 드러났다

아주 간단하게 접근해 보자. 그래야 더 정확히 진실이 구별될 수 있다. 이번에 대법원이 다룬 사건의 피고인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세월호 상황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보고했다고 국회에서 보고했는데, 그 국회 보고 내용이 허위라는 혐의였다. 공소사실의 주체는 김 전 실장이고, 이 공소장에서 박 전 대통령은 ‘공소 외 3자’다. 이 공소사실이 대법원(주심 안철상 대법관)에서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세월호 당시 대통령 보고’ 문제로 함께 기소됐던 청와대 참모진이 두 명 더 있다. 김장수·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이들은 원심에서 이미 무죄였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판시는 이렇다. “사실관계를 밝힌 부분은 실제 대통령비서실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부속 비서관이나 관저에 발송한 총 보고 횟수, 시간, 방식 등 객관적 보고 내역에 부합하기 때문에 사실에 반하는 허위가 아니다.” 검찰 수사가 오류라는 지적이다. 달리 평할 부분은 없다. 대신 주목할 것이 대법원 판시의 또 다른 부분이다. 대법원은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 내용을 사실 확인 부분과 의견 부분으로 나누어 판단하고 있다. 앞선 판단은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이다. 나머지 ‘의견 부분’은 국회 답변 보고서에 ‘(박근혜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실 확인에 대한 대상 자체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지적하는 마녀사냥의 일단이다. ‘대통령께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은 누가 봐도 김 실장의 주관적 판단이다. 그 판단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이는 형사법으로 처벌할 범위 밖의 일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를 ‘거짓말을 했으니 형사범죄로 처벌해달라’며 공소사실에 넣었다. 과연 검찰의 오판이었을까. 김 전 실장이 판단한 ‘주관’의 상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김 실장의 주관이 틀렸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론도 틀린 게 된다. 다시 말해 ‘박 전 대통령이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있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이런 기류가 2017년 수사 이후 우리 사회의 정설이 됐다. 바로 이 부분을 대법원은 ‘기소의 대상도 아니다’고 선언한 셈이 됐다. 김기춘 전 실장이 기소된 사건이다. 기소로 인한 신체적·재산적·사회적 파탄의 피해도 김 전 실장이 받았다. 그렇게 모든 걸 유린당한 뒤 4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 그리고 그 원인의 절반이 ‘마녀사냥식 기소’임이 확인됐다. 마녀사냥에 앞장섰던 검찰, 그를 냉철히 가려내지 못했던 1·2심, 무엇보다 이를 ‘참담한 국정 농단’이라며 부추겼던 문재인 정부 시절 특정 집단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보상할 생각이 있기나 한가.

[사설] 반도체 마이스터高, 정부가 인력·예산 전폭 지원해야

경기도교육청이 미래 전략산업인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을 추진한다.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하이테크(High Tech) 고등학교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가 발간한 백서를 토대로 임태희 교육감이 내린 결단이다. 임 교육감은 지난 달 6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100만 반도체 인력 양성의 중심은 경기도가 맡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도체와 바이오 등 우리 산업의 중추가 대부분 경기도에 있는데 이런 기업들과 교육 현장을 연결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고급인력으로 충분히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을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교육부에 과학기술 인재 공급을 주문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교육부는 최근 10년간 반도체 인력 15만명을 양성하는 내용의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가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인력 문제 해결을 주문한 뒤 나온 대책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은 경기도가 제격이다.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수원, 화성, 이천, 용인, 평택 등에 밀집돼 있어 산학연 협력 등 효율성이 크다. 교육감직인수위가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마이스터고 설립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다. 폐교 부지 등을 활용해 전국 단위의 학생을 모집하는 기숙형 학교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선 해결할 과제가 많다. 우선 반도체 관련 지식을 가르칠 교사가 전무하다. 연수기관도 자체 연수가 아닌 외부로 한정돼 있어 정책 추진 과정에 어려움이 많다. 현재 반도체 관련 연수는 한국과학기술대, 한국나노기술원 등 전문 기관 또는 일부 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학교 교육일정과 맞지 않아 교사들이 학기 도중 연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억대에 달하는 값비싼 반도체 장비와 전기세 등 장비 유지비만 연 2억원이 넘어 학교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교육부도 반도체 인재 육성의 밑그림을 내놨지만 예산, 인력, 실험·실습 장비 부족 등으로 고민이 깊다. 교원만 확보하면 대학의 반도체학과 신·증설, 고교 신설 등을 허용하겠다는데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실험·실습 장비도 상당히 부실하다. 도교육청은 경기도와 협업, 교사 및 학생 연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등의 연구 장비를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협업만으로 한계가 있다. 산학연 협력이 절실하다. 정부는 교원 확보, 시설·장비 투자, 연구비 등에 재정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사설] 지역 현안 생략하는 대통령 기자회견/역대로 그랬는데 이번에도 또 그랬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통령 기자회견이 그랬다. 철저하게 중앙 중심의 문답으로 진행됐다. 어쩌다 지역 현안이 양념처럼 들어갈 뿐이었다. 지역민은 매번 실망하며 돌아섰다. 중심과 변방의 극명한 차이를 확인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모두 발언과 질의응답이 오갔다. 그 60여분간 지역 현안은 얼마나 언급이 됐을까. 포괄적으로라도 지방은 나왔을까. 결론은 이번에도 부족했다.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기자 질의다. 모두 12명의 기자가 질의에 나섰다. 재경 언론이 8명, 외신 3명이었다. 지방 언론은 단 1명만 지목됐다. 질의응답이 자유 형식이긴 하다. 하지만 실제 운영의 묘는 얼마든지 있다. 진행자가 균형을 감안해 선택을 유도한다. 그게 없었다. 이날 진행은 강인선 대변인이 맡았다. 재경 언론 논설위원 출신이다. 그래서 재경 언론을 더 지목했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는 재경 언론만의 회견이었다. 대통령실 전체의 지역 인식을 엿볼수 있는 측면도 있다. 통상 대통령 모두 발언은 사전에 준비한다. 국정 전반을 고려하는 조언을 반영한다. 거기에도 ‘지역’이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미리 배포된 ‘100일 성과’ 책자가 있다. 거기에도 지역 관련 언급은 없었다. 말이 나오자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렇게 설명했다. “(언급된) 정책마다 지역의 정책이 다 녹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 어디에 뭐가 녹아 있는지 ‘숨은 그림 찾기’라도 하라는 것인가. 100일 전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균형 발전 정책들이 있다. 아무것도 추진하지 않았다고 해석해도 좋은가. 급기야 하루 뒤인 18일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이해를 구했다. “어떤 부분이 (100일 동안) 변했는지에 중점을 두다 보니까 (그랬다)”며 “지역균형위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장에서의 ‘지역’ 실종과 대통령의 뒤늦은 해명. 모두 다 잘못됐다. 준비 부족이고 국정 균형감 부족이다. 또 이러면 안 된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의 대부분이 이랬다. 중앙 위주로 채워졌고 지방은 무시됐다. 가까이 문재인 정부 기자회견도 자주 그랬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2017년 8월17일 있었다. 그때도 모두 발언에 ‘지방’은 없었다. 질의응답에도 단 한 명의 지방 언론에만 기회가 주어졌다. 본보 기자가 물은 국세와 지방세율 개편 구상이 전부였다. 마지막이었던 2021년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지방’은 없었다. 이번만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러면 안 된다. 대통령 후보 때 전국을 돌며 표에 호소한다. 쏟아낸 약속만 지역마다 한 보따리다. 그 약속이 진솔하다면 기자회견에서 ‘지방’을 생략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사고 전환을 하기 바란다.

[사설] 尹정부 첫 부동산정책, 구체적 후속대책이 관건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 정책은 후속 대책이 관건이다. 1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은 두루뭉술한 청사진만 제시됐다. 세부 내용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빠져 있어 앞으로 발표될 후속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5년간 전국에 주택 27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수도권은 경기·인천 108만호를 포함해 모두 158만호다. 원활한 주택 공급을 위해 불합리한 규제는 풀고 민간 활력은 높이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안정과 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8·16 주거안정대책에서 국토부는 주택 공급의 주체를 ‘민간’으로 강조했다. “과도한 규제로 도심 공급의 핵심인 민간 정비사업이 크게 위축돼 왔다”는 진단에 따른 해결방안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을 내세워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대부분 긍정 평가했다. 그동안 공공주도로 진행했던 사업들이 지연되거나 사업 자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민간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면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책에선 1기 신도시부터 역세권 고밀개발, 정비구역 확대까지 현실에서 동원 가능한 공급안을 총동원했다. “정책의 초점을 공급자 위주의 단순 물량 확보 중심에서 수요자 위주의 양질의 거주환경 제공에 맞추고, 민생·주거 안정과 서민·중산층 삶의 질 개선까지 목표로 하는 포괄적 주거공간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8·16 대책은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 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크다. 정부는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노후주택이 많은 1기 신도시를 ‘재창조’ 수준으로 재정비하기 위해 본격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출퇴근 교통 체증 지옥에 허덕이는 2기 신도시 주민을 위해선 광역버스 신설, 출퇴근 전세버스 투입 등 맞춤형 교통대책을 세운다. 신도시 교통난 해소를 위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도 속도를 낸다. 집중호우로 쟁점화된 반지하 등 재해 취약주택은 거주자 실태조사를 거쳐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반지하 거주민의 80% 정도가 타 지역 공공임대 이전 제의를 거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반지하 대책은 면밀한 조사와 효율적 대안이 필요하다. 이번 대책은 주택 공급안의 큰 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후속 대책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세부적이냐에 따라 실현 여부가 결정된다.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공급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선 여러 건의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손질 등이 대표적으로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책만 요란하게 발표하고 흐지부지해선 안된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후속대책을 마련해 약속한 주택 공급과 규제 완화를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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