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떠난다’ 소문 도는 부천 신한일전기/40년 사랑 시민에 설명은 해야잖나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이윤 추구다. 그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땐 더 말할 것도 없다. 우선 기업이 살아야 하고, 기업의 이윤 추구가 최우선 목적이어야 한다. 이 점을 분명히 하면서 부천의 신한일전기 논란을 전하려 한다. 지금 부천 시중에는 신한일전기(주)와 관련된 걱정이 나돌고 있다. 회사가 현 공장부지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아울러 해당 부지에 공동주택이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까지 있다. 꽤 많이 알려진듯 한데, 시민들 사이에 걱정이 많다. 신한일전기㈜ 부천 본사공장은 1968년부터 가동했다. 송내동 24번지 2만4천569㎡ 부지에 제조시설 면적만 1만4천31㎡다. 상주 직원 200명으로 연매출이 180억원 규모다. 생산 기반이 열악한 부천에서는 비중 큰 토착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문을 닫는다는 소문이다. 공장이 떠나고 아파트를 짓는다고 소문이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실망감을 얘기하고 있다. 행·재정적 교류를 이어온 부천시의 허탈감은 더 크다. 그도 그럴게 그간 얽힌 곡절이 많다. 선풍기 등을 생산하며 잘 나가던 회사가 규제에 묶인 건 1976년부터다. 공장부지 일부가 주거 지역으로 결정됐다. 그때부터 공장 증·개축이 불가능해졌다. 이후 40년 간 건물은 낡고 위험해졌다. 인천 남동공단 공장을 임차해서 사용했고, 급기야 해외 이전까지 검토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풀기 위한 노력이 부천시에서 이어졌다. 2012년부터 본격적인 규제개혁 방안을 중앙부처와 협의했다. 2014년에는 행안부 주관 경기지역 규제개혁 안건으로 만들었다. 결국 지난 2015년 시와 기업간의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이 맺어졌고 공장 증·개축 숙원이 풀렸다. 이를 근거로 2016년 신한일전기 측은 제조시설(공장) 1만4천31㎡를 증축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향토 기업과 지역 지자체의 대표적인 협력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바로 그 공장이 문을 닫고 아파트 단지로 변할 수 있다는 소문인 것이다. 밝혔듯이 기업에 절박한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은 인정한다. 우리가 그 핵심 정보에 접근해 있지 못함도 인정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대화와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여기서는 필요하다. 기업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도리가 있어야 옳다. 40년 애정을 품어온 부천시민이다. 그 정도 권리는 충분히 있다. 기업 입장에도 그렇다. 자산 처리에는 현실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소문대로 해당 부지를 공동주택 개발용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일체의 부지 개발 과정은 부천시의 인허가권에 속한다. 개변이 불허될 수 있음을 신한일전기는 알아야 한다. 듣기에 ‘부천시가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만 신한일전기 경영진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이면 대단히 실망스런 일이다.

[사설] 국가부채 1천조, 건전재정 반드시 실행해야

국가채무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천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말에는 1천75조7천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2017년 660조2천억원이었던 수치와 비교하면 무려 63%나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극복, 경제활성화, 고용 회복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빚을 낸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천조 원에 달하는 국가부채는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를 넘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일 충북대에서 개최된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방만한 국가재정을 안정적이고 건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기존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정책기조를 전면 전환한 것이다. 건전재정의 핵심은 긴축재정을 의미하며,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0% 이내로 유지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기 위해 재정준칙을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부터 2026년까지의 각국 재정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D2) 비율의 증가 폭은 18.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높다. 이에 정부는 건전재정을 통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 5년간 증가 폭인 14.1%의 3분의1 수준인 5~6%까지 낮춰 2027년엔 50%대 중반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영은 공공기관 운영 결과 분석에서 이미 문제점이 노출됐다. 일자리 창출이란 명목으로 무분별하게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비대화를 초래했다. 지난 5년간 공무원은 14.8% 증가했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더욱 증가했으니, 33만명에서 무려 44만명으로, 인건비는 22조9천억원에서 30조3천억원으로 32% 급증한 것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또한 공공기관은 28개가 증가해 350개에 이르렀고, 이들 공공기관 부채는 2017년 493조원에서 지난해 583조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4조3천억원 흑자에서 1조8천억원 적자로 반전됐으니, 국가부채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감당할 만한 규모의 부채는 국가운영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과도한 채무와 조직의 비대화는 국민의 혈세로 돌아오게 되므로 결국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즉, 국가와 국민이 동시에 빚더미 위에 놓이게 된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돈을 풀어도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경기회복이 어려운 상황인데, 긴축재정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국가부채가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축재정으로 인해 국민의 고통은 크겠지만 국가의 미래를 내다볼 때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현 국가부채 상황에 따른 문제점을 소상히 밝힘과 동시에 정부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할 것을 강력하게 요망한다.

[사설] 男 공무원, ‘휴게 공간 없고, 숙직 도맡아’/신청사 경기도 답게 이 문제들 풀어 내자

잘 지은 경기도 신청사다. 2만6천227㎡ 부지에 25층 규모다. 전망대, 스마트오피스, 융합형프로젝트오피스 등이 있다. 청사 앞에는 4만5천㎡ 규모의 대규모 정원도 있다. 청사의 상징적 의미, 도민을 위한 휴식 공간 등을 자랑하는 시설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가 논란이다. 우선 남성 공무원들을 위한 휴게시설 문제다. 현재 청사에 8·14·18층 세 곳에 휴게실이 있는데 모두 여성 전용 휴게실이다. 남성 전용 휴게실은 없다. 휴게소 구비는 가장 기본적인 근무 복지다. 남녀 차이로 접근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휴게소를 흡연 전용 공간으로 여기던 시절도 아니다. 피로 해소와 활력 재충전을 위한 필수 공간이다. 비좁고 낡았던 ‘팔달산 구청사’ 시절조차 남녀 모두에 1곳씩 제공됐었다. 적어도 남성 공무원들에는 ‘거꾸로 가는 근무 복지’인 셈이다. 성남시, 화성시 등에서도 이런 문제가 불거져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더욱 본을 보여야 할 경기도다. 서둘러 해결해줘야 한다. 아울러 제기되는 것이 숙직 제도다. 숙직 요원은 간부급 당직 사령과 일정 이하 당직원으로 구성된다. 숙직 시간은 오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다. 이걸 경기도에서는 남성 공무원들이 전담하고 있다. ‘여성 숙직실이 없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언제부터 제기된 얘긴데, 이런 답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상황이 더 열악한 일선 시군도 개선한 문제다. 파주시, 용인특례시 등 남·녀 통합당직제를 운영하는 시군이 10여곳이다. 여건이 경기도와 닮은 서울시를 보자. 이미 2018년 12월에 여성 공무원 숙직 근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당직 근무 제외 대상자도 ‘임신(출산)자’에서 ‘성별 불문 만 5세 이하 양육자, 한 부모 가구 미성년자 양육자’로 확대했다. 인천시와 일부 산하 구청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중앙부처 가운데는 여성 가족부가 2012년부터 시작했고, 법제처도 2015년부터 시작했다.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해당 기관의 여성 직원 비율 증가가 있다. 여성가족부는 직무 특성상 여성 직원 비율이 남성의 두 배다. 경기도청 여성 공무원 비율도 50.8%다(2021년 12월 31일 기준). 부산(53.9%)·서울(51.7%)·인천(51.3%)·광주(50.3%)·울산(50.0%)시도 전부 50%를 넘는다. 숙직 제도에 변화를 주지 않고는 지탱하기 힘든 상황에 온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여성 공직자들도 그리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준비를 잘 하면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고, 그런 선례가 모든 지자체에서 확인되고 있다. 시작해야 한다. 지금 해도 다른 곳에 비해 늦었다.

[사설] 애국심은 같은데 보훈수당은 차별받고 있다

참전용사 등 국가유공자에게 지급하는 경기도 지자체들의 보훈수당 및 참전수당이 지역별 격차를 보이고 있다. 모두 나라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인데 거주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당을 차별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건 애국심에는 차이가 없는데 수당은 차별받고 있어 형평성 논란과 함께 불만이 크다. 보훈 대상자들은 국가보훈기본법에 따라 국가수당 외에 지자체로부터 참전 또는 보훈수당을 받는다. 대상자가 사망할 경우엔 유가족이 명예수당을 받는다. 보훈 대상자나 유족들에게 각 지자체가 지급하는 보훈명예수당은 지자체가 재량을 갖고 있다. 그 수당이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지자체의 재정여건이나 지자체장의 의지, 조례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보훈명예수당은 군포·여주·포천시와 가평·연천군 등이 월 10만원, 의왕시 월 8만원, 용인·부천·과천·양주·의정부·남양주시 및 양평군 등이 월 7만원, 수원·평택·김포·이천시 등은 월 5만원이었다. 예산뿐 아니라 수당을 지급하는 나이 기준도 차이가 난다. 안성시는 만 60세 이상, 용인·성남·부천·의정부·양주·동두천시와 연천군 등은 만 65세 이상에 보훈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고양시와 용인시, 평택시 등은 80세가 넘은 유공자에게 추가 보훈수당을 준다. 제각각인 보훈수당은 전국적인 사안이다. 적은 지역은 3만원, 많은 곳은 30만원 등 그야말로 다양하다. 같은 시·도에서 시·군·구별로 보훈수당에 차이가 나면 당연히 형평성 논란이 일게 된다. 지역에 따른 보훈수당 격차는 오래 전부터 지적돼온 사항이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광역지자체는 기초단체의 문제라고 나몰라라 할게 아니라 개선해야 한다.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예우와 대우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국가보훈처와 광역시·도지사협의회 그리고 시·군·구청장협의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지가 부족한 것이지, 협의 창구도 있고 해결책도 있다. 경기도는 보훈수당과 관련해 시·군별 실태조사를 통해 통일된 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시·군에만 미룰게 아니라 예산 지원도 하고 지원 기준과 방안, 조례 정비 등도 논의하길 기대한다. 보훈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앞장서 챙겨야 한다. 국가유공자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지고 각별한 예우를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자체는 행정적 지원만 하고 국가가 체계적으로 통합관리 하는게 옳은 방향이다. 나라 위해 헌신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대우는 결코 차별 받아선 안된다.

[사설] 김동근 시장의 여성 자치국장 임명/‘마지막 유리천장’ 의정부시가 깨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의 인사가 공직사회에 화제다. 시 자치행정국장에 여성 공무원을 선택했다고 해서다. 김희정 흥선권역국장을 자치행정국장에 보임했다. 당초 하마평에 시의회 A국장을 비롯해 본청에 B, C국장이 있었다. 모두 남성이었는데 김 시장은 여성인 김 국장을 선택했다. 자치행정국장은 시청 내 인사, 예산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공식적인 서열도 시장, 부시장에 이어 세 번째다. 14명의 지방서기관, 국장급의 최고 선임이다. 의정부시에서 자치행정국장(舊총무국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김 국장의 개인적 역량에 대해서는 청내에서도 이견이 없다. 전산직 7급으로 출발해 정보통신, 회계, 기획예산과장을 거쳤다. 지난 2020년 7월에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해 호원권역, 흥선권역국장으로 재임했다. 공정한 업무 처리로 정평이 있다. 행정가 김동근 시장의 인사철학을 뒷받침할 적임자란 내부 평가도 많다. 그럼에도 그의 발탁이 주목되는 것은 여성이라서다. 경기도청 5급 이상 공직자 중 여성은 20% 중반이다. 이 비율은 ‘민선 7기’ 이재명 지사 시절 만들어졌다. 이 지사 재임 중 5급 승진 여성 비율이 34.2%에 달했다. 전임 남경필 지사의 민선 6기 21.7%를 훨씬 뛰어 넘는다. 불과 십여년 전, 도의회 속기록에 남아 있는 한 여성 도의원의 발언이 흥미롭다. 2010년 11월, 유미경 도의원은 “(경기도) 5급 이상 공직자는 총 485명 중 여성은 32명으로 6.5%에 불과하다”며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제 그런 상황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보직이다. 산술적 공정은 됐는데 실질적 공정은 안됐다. 이른바 ‘힘 있는 보직’, ‘비중 있는 보직’은 여전히 남성이 많다. 그 대표적인 자리가 일선 시군의 인사국장-자치행정국장-이다. 이번 김 시장의 여성 자치행정국장 임명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남성 위주의 구도가 여전한 공직 사회에서 여성 인사국장 선택이다. 결국 김 시장의 의지 없이는 설명될 수 없다. 그의 의지를 높이 사고, 실천을 평가한다. 중요한 것은 의지와 목표다. 살폈듯이, 경기도의 5급 이상 여성비율은 민선 7기에 높아졌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니다. 이재명 지사 스스로 여성 고위직 비율을 목표로 정했다. ‘2022년까지 관리직 여성공무원 비율을 20%로 늘리겠다’고 공약으로 발표했다. 명확한 목표를 그렇게 공개했기 때문에 4년 만에 결과를 만든 것이다. 의정부 김동근시장의 이번 인사도 여성 공직 사회의 ‘핵심 중책 유리천장’을 깨는 모두의 본(本)이 됐으면 좋겠다.

[사설] 개 식용 종식 사회적 논의 또 연장

아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라는 긴 이름의 위원회가 있다. 농식품부 주관으로 지난해 말 출범한 민관합동의 사회적 논의기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정부와 동물보호단체, 육견협회를 대변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당초 지난 4월 말까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목표였지만 한 차례 연장돼 지난 4일 다시 열렸다. 이 날 회의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다고 한다. 앞으로는 별도의 기한을 두지 않고 개 식용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간 위원회는 개 사육 등 관련 업계 현황조사, 개 식용 국민인식조사 등을 진행했다.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는 이론이 없는 공감대도 이뤘다. 다만 개 식용 종식 시기와 종식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시한에 구애 받지 않고 보다 깊이 있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는 방침만 내놓았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는 대만식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만은 20여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단계별로 개 식용을 종식했다. 먼저 1998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공공장소에서의 개 도살을 금지했다. 3년 뒤에는 경제적 목적의 반려동물 도살행위를 금지했다. 2007년에는 개·고양이를 도살하지 못하게 했다. 다시 10년 뒤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최종적으로 개 식용 자체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즉각적인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해 온 단체 등의 입장은 다르다. 대만은 우리와 상황이 달라 그런 식으로는 종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개 식용 시장과 관련 산업이 형성돼 있어 점진적 모델의 적용이 힘들다는 것이다. 개 식용 관련업계의 생계를 어디까지 보장하는가 등의 논의에 끌려다니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 식용 금지법을 바로 만들자는 주문인 셈이다. 개 식용 식문화는 하루 이틀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그만 둘 때도 됐다는 인식 또한 시대적 흐름이 돼 있다. 그렇다고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에 대해서까지 국가가 과도하게 간섭하고 나서는 것은 지나치다. 어떤 식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감옥 보내겠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법은 사회적 비용만 초래했다. 안 그래도 개 식용은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여기 인천만 해도 과거 흔했던 보신탕집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 수요 공급이 작동하는 시장의 힘이다. 대만이 앞서 간 점진적 모델은 충분히 검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사설] 반도체 메카 경기도, 사업 속도내야 민생 도움된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본격적인 경제 행보에 나섰다. 5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을 방문한데 이어 6일에는 글로벌 반도체장비 제조기업과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연구개발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7일에도 비메모리 신소재 개발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가진 기업과 차세대 전력반도체 연구소 설립 투자협약을 체결한다. 김 지사는 취임 후 민생을 챙기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흘 연속 반도체 산업 현장을 찾는 것도 “반도체 산업이 주요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5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상생 협력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용인·이천·안성·여주시장과 관련기업 대표, 대학·산하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합의문에는 정부의 ‘K-반도체 벨트’ 완성을 위한 반도체 산업 핵심기반 확충, 규제·행정절차 간소화, 지역 상생협력 체계 구축, 기업-지역 동반성장을 위한 소통,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긴밀한 협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122조원을 투입해 죽능리 일원 415만㎡에 조성된다. 오는 14일 착공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는 이곳을 차세대 반도체 산업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반도체 공유대학 추진, 특화단지 기술개발, 테스트베드 구축 등을 추진해 인력·공급망·인프라 등 다방면의 혁신을 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기 동남부 8개 시가 참여하는 ‘미래형 스마트벨트 연합체’와 소통하며 대·중·소 상생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전문인력 양성, 테스트베드 운영 등의 협력을 도모할 방침이다. 문제는 얼마만큼 빠른 시간내 추진하느냐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주도하는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장 4개를 세운다고 2019년 2월 발표했는데, 3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예외로 인정받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치는데 2년 반이 걸렸다. 토지 보상을 둘러싼 주민 반발에 땅 사는 것도 힘들었다. 3월 말에야 가까스로 국공유지를 포함해 65.6%를 매입했다. 여주보에서 물을 끌어오는 용수 문제도 난제였다. 세계 반도체 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K반도체는 사면초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는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이다. 대만 TSMC를 비롯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내부 경쟁이 격화하고, 세계 주요국이 반도체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K반도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를 확장하고,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에 나섰지만 정부 규제와 토지 보상에 발목이 잡혀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미국·중국의 한국 반도체 공장은 허가에서 완공 후 가동까지 약 2년이 걸렸다. 우리나라는 규제와 복잡한 행정절차, 각종 갈등으로 훨씬 오래 걸린다. 이로 인해 투자를 적기에 못해 경쟁력을 잃게 된다. 현장 간담회, 업무협약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신속한 실행이다.

[사설] 폭염 고통 에너지 빈곤층, 명확한 기준도 없다니

폭염이 기승이다. 에어컨 없이는 숨쉬기 힘들 정도의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무더위에 부채나 선풍기에 겨우 의지하는 이들도 있고,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료가 무서워 켜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저소득 독거노인 등 에너지 빈곤층에게 폭염은 생사를 가르는 심각한 문제다. 경기도는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사업으로 저소득 독거노인 790가구에 벽걸이형 에어컨을, 공동 전력량계를 사용 중인 취약계층 80가구에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는 개별 전력량계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도 냉방비를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비롯해 전기요금 복지 할인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빈곤층 비율은 줄지 않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에너지 빈곤층 가구 비율은 에너지 바우처 사업 기준 2006년 7.2%, 2012년 9.7%, 2015년 10.2%로 확인됐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효율적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안되는 계층을 ‘에너지 빈곤층’이라 하는데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지원도 주먹구구식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서울을 제외하고 전국 에너지 바우처 미사용액이 가장 많은 지역이 경기도(약 52억6천만원)였다. 에너지 빈곤층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데 기준이 모호하고, 제각각이다보니 적정한 곳에 지원을 못하는 실정이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사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에너지 빈곤층의 기준부터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 에너지 빈곤층을 단순히 경제적 요인으로만 정의하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빈곤층과 저소득층의 분리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제적 요소뿐 아니라 주거환경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 지역별, 계절별, 에너지원별 특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통합된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야 적절한 지원 대책과 장기적 대안을 마련하고, 정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6.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건 IMF 환란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만이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 상승했다. 통계청은 향후 물가 상승률이 6%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7~8%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고물가에 폭염으로 더욱 고통받게 될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당장 올여름부터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사설] 여야 다른 ‘78 대 78’ 도의회 의미/공통의 길은 ‘법대로, 원칙대로’다

새삼 78 대 78의 의미를 새기게 된다. 경기도의회에 전에 없던 분포다. 100석이 넘는 다른 의회에서도 유래가 없다. 이런 구도를 놓고 정당별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당은 ‘싸우지 말라는 명령’을 강조한다. ‘경기도민이 만들어준 희망의 씨앗’이라며 ‘협치를 잘해서 싸우지 말고 민생을 위해 전력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국민의힘은 ‘똑같이 하라는 명령’을 강조한다. ‘상임위원장직 배분 등 무엇이든 똑같이 해야 한다’며 ‘그러면 문제될 게 없다’고 해석한다. 한쪽은 ‘싸우지 말라는 명령’, 다른 쪽은 ‘똑같이 나누라는 명령’이라고 한다. 언어에 유희에 빠져 분석할 일은 아니다. 둘 다 잘못된 해석도 아니다. 딱히 구별할 해석도 아니다. 다만, 정략을 떠나 지켜보는 도민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넓은 의미의 ‘싸움’은 정당 정치의 현실적 출발이다. 싸움 없는 의정이 반드시 도민의 이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각종 자리의 동수 배분도 유권자의 뜻이라 보기 어렵다. 애초 도민은 의회에 무슨 자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차이가 시작부터 사달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조직개편안 논란이다. 도의회가 지난달 28일 심의 처리했다. 정무직인 ‘평화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바꾸는 개편이다. 임기를 이틀 앞둔 10대 도의회가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11대 도의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10대 도의회가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항의 표시로 도지사와의 만남 등 이후 협치 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다. 최대 현안인 전반기 도의장 선출 논의도 여기 묶였다. 민주당에 잘못이 있다. 뭐가 급해서 10대 도의회에서 처리했나. 정무직 부지사 인선이 늦어진 예는 과거에도 많다. 11대에서 처리하면 좋았다. ‘평화’에서 ‘경제’로 직책명을 바꾸는 작업도 그렇다. 국민의힘이 반대할 일이 아니다. 결국 민주당이 자초한 분란이다.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도 그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과된 조례를 공포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 때까지 집행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협치를 위한 나름의 양보와 제안이라고 우리는 평가한다. 그런데 제자리 걸음이다. 국민의힘이 계속 막고 있다. 1차 실무 협상을 중단했고, 2차 협상도 결론이 없다. 개편안 추인, 의장 선출 등 어떤 것도 결론 나지 않는다.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이 4일 밝힌 입장이 있다. “(협치를 한다면서) 아직 한번도 국민의힘과 만난 적 없다.” 글쎄다. 이게 무슨 말인지 와 닿지 않는다. 도지사와 만남이 문제였다는 건가. 김동연 지사가 5일 국민의힘을 만났다. 그러면 풀리는 건가. 개원까지 막힌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혹시 우리가 모르는 다른 연유라도 있나. 이쯤에서 의회 주변에 번지는 소문이 있다. 국민의힘이 정무직 부지사 자리를 원한다는 소문이다. 국민의힘이 도의장 선출 과정의 배신표 가능성을 걱정한다는 소문도 있다. 정무부지사직 양보는 연정 수준의 형식이다. 협치와 다른 얘기다. 배신표 걱정은 당 내부서 풀어 갈 일이다. 어느 소문이든 도의회 파행의 이유로는 턱 없다. 정무부지사는 김동연의 것이 원칙이고, 도의장 선출은 투표가 법이다. 원칙과 법대로해라. 그게 ‘78 대 78’에 투영된 표심이다.

[사설] 김진표 의장의 일성 ‘개헌하겠다’/그에겐 아주 오랜 정치 소신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취임했다. 4일 국회에서 인사말을 했다. 주목되는 부분이 ‘개헌’이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35년 된 낡은 헌법 체계를 시대에 맞게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21대 국회 임기 안에 개헌을 이뤄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정치 중립, 삼권 분립 등 익숙했던 국회의장 인사말과는 구분되는 대목이다. 이날 인사말만 놓고 보면 개헌의 직접 동기는 5·18이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광주를 방문했던 지난달 18일에도 천명했었다. 당시 그는 “내가 국회의장이 되면 5월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고 말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광주 정신을 계승한 민주당이 이를 거부할 이유도 없다. 헌법 개정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을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김 의장의 개헌 의지는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3년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개헌을 주문한다. 당시 그가 주장했던 개헌의 필요성은 제왕적 대통령제·승자 독식 구조의 종식이다. 2018년에는 개헌을 위한 토론회까지 국회에서 주관했다.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기도 했다. 국정자문위원장 출신으로 실행의 전면에 섰던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개헌안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안이었다. 예산권과 감사권, 인사권을 상당 부분 국회로 넘기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개헌은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김 의장의 이날 개헌 주장은 이런 과거를 조명해 볼 때 결코 가볍지 않다. 밝혔듯이 윤석열 정부 역시 헌법을 고쳐야 하는 ‘공약’을 던져 놓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급진전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개헌이라는 것 자체가 최상의 정치 행위다. 여야 정치권, 집권 권력층, 사회적 여론 등이 함께 가야 성사된다. 발언 한 번에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정성과 합리성이 증명된다면 파장은 얼마든지 확산되고도 남는다. 5선 국회의원의 주장이 아니라 국회의장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개헌을 ‘국민의 삶’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런 개헌을 중앙 정치만 전유할 것은 아니다. 김 의장의 지역구인 수원·경기도에서 토론해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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