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살당한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2일 구속됐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8억4천7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이 관련 증거, 진술 등을 제시했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돌려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돈의 성격을 대선자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수사가 이재명 대표를 정조준할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동규 전 본부장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여러 매체가 유 전 본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기한 검찰의 회유 의혹에 대해 “저는 회유 협박 안 당할 사람”이라고 했다. “제가 좀 미련해서 숨길까 생각했는데...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대가를 치르면 된다. 억울한 사람이 생겨도 안 되고 누명을 써서도 안 된다.” 그러면서 아주 특별한 표현을 했다. 신병 보호 요청 계획을 묻자 “자살당한다는 말도 나오고....” 주목할 부분이다. 자살(自殺)의 주체는 본인 스스로다. 죽음을 초래할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다. 적어도 문법적으로는 ‘자살당한다’는 표현은 대단히 어색하다. 유 전 본부장이 “자살당한다는 말도 나오고 별말 다 나오는데 인명재천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뒤 잇따라 자살한 관련자들의 죽음과 연계되어 받아들여진다. 사건 초기인 지난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개발1처장이 자살했다. 둘 모두 대장동 사건을 풀 중요한 인물들이라 여겨졌었다. 김 처장은 실무자가 사업협약서 검토 의견서에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었다가 7시간 뒤 이 조항을 삭제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았고, 유 전 개발사업본부장은 김 처장의 상급자의 위치에 있으면서 사업협약서 수정 등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받았다.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만큼 당시에도 자살 이유를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자살당했다’는 표현은 그때 처음 나왔다. 두 자살 사건 모두 부검을 실시했다. 결과는 사망한 형태에 ‘부합하는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부검 결과가 ‘자살당했다’는 의혹까지 풀어줬을까. 유족들도 두 사람의 사망 형태가 타살 아닌 자살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단지 왜 자살에 이르렀느냐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당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부검으로 다 풀릴 수는 없는 부분이다. 사망 전 동선, 통화한 내용, 만남의 상대 등을 탐문해야 할 수사였다. 과연 충분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유동규가 다시 그 표현을 꺼냈다. ‘나는 자살당하지 않을 것이라 신변 보호 필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대장동 주범이자 1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 사람의 표현이다. 소름 돋게 들리고 께름칙해지는 게 우리만의 해석인가. 앞서의 자살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사설] 10대 폭력조직원 급증, 처벌∙교화∙예방 모두 중요하다

올해 상반기 경찰에 검거된 조직폭력배 10명 중 7명은 30대 이하 청년층으로 나타났다. 조직폭력배도 세대 교체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4~7월 조직폭력 범죄를 대상으로 100일간 특별단속을 벌여 총 1천630명을 검거하고 그중 307명을 구속했다. 검거 연령은 30대 이하 청년층이 68.7%를 차지했다. 20대가 34.4%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0대(28.2%), 10대(6.7%) 순이었다. 경찰은 “나이 든 조폭 ‘고문’들이 나가고 젊은 조직원들을 신규 영입하면서 형법상 폭력,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받는 조직원이 다수 검거됐다”고 말했다. 최근 조직폭력 범죄는 서민들의 생계를 침해하고, 갈수록 광역화·지능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조직성 폭력 범죄는 폭력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검거는 조직폭력 범죄의 사전 예방 효과가 있다. 기존 폭력조직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고, 신규 조직에 대해 엄중 수사하는 등 지속적 단속과 체계적 관리를 통해 조직폭력 범죄에 강력 대응할 필요가 있다. 10대 조직폭력원이 크게 늘었다는 보도다. 경기도에서만 지난 5년간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검거된 10대 폭력조직원은 187명이다. 이 중 3분의 1인 62명이 경기지역에서 붙잡혔다. 도내에서 검거된 10대 폭력조직원 수는 2018년 11명이었으나 2019년 38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62명이나 됐다. 30대 이하 폭력조직원 검거도 경기지역에 집중됐다. 올해 검거된 폭력조직원이 2천789명인데 30대 이하가 1천844명(66.1%)으로 절반을 넘겼다. 이 중 경기도 인원이 691명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기준 국내 207개 폭력조직의 조직원 5천465명 중 30개 조직, 807명이 경기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대 조직원의 증가에 대해 경찰과 우리 사회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범죄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10대 조폭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0대 중에는 조폭들이 비싼 술을 마시고, 외제차와 고급시계 등으로 재력을 과시하는 모습이 영화나 유튜브, SNS 등에 비치면서 폭력조직 문화를 동경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비대면 방식의 조직원 유입, MZ세대 조폭 증가 등 폭력조직의 변화에 능동 대처해 청소년들이 범죄 조직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조직폭력배나 폭력조직원의 단속과 검거, 엄중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한 사회화 등 시스템 마련에 힘써야 한다.

[사설] ‘169석’이 휴지조각 만든 법원의 영장/이런 모습 반복되면 유권자 등 돌린다

민주연구원은 여의도 민주당사에 있는 직속 정책연구소다. 검찰이 이곳에 압수수색을 들어간 것은 19일 오후 3시5분께다. 소식을 접한 박홍근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긴급 공지를 보냈다. 진행 중인 국정감사를 중단하고 당사로 집결하라는 지시였다. 이에 수십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당사에 도착해 검찰 관계자들을 막았다. 정치 탄압 등을 주장하며 7시간 넘게 대치했다. 결국 오후 10시47분 검찰이 돌아갔다. 압수수색에 앞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됐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의 혐의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다. 복수의 언론이 이런 내용을 검찰발로 보도하고 있다. 김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8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20억원을 먼저 요구했다고 한다. 남욱, 정민용 등이 자금을 마련했고 다시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게 알려진 내용이다. 돈이 전달되는 시기 및 정황도 전해진다. 김 부원장이 20억원을 요구한 시기는 지난해 2월이라고 한다. 4월부터 8월까지 여러 차례로 나눠 8억원이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5~6월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했다. 본격적인 레이스가 7월에 시작됐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 것은 10월이다. 자금 흐름이 대선 일정과 겹친다. 수사 방향이 심상치 않다. 유 전 본부장이 진술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쯤에서 되짚어볼 전날 법사위 국감 장면이 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따져 물었다. “유동규가 구속 만료되면 석방되는가”, “검찰이 유동규를 다루는 데 이상한 흐름이 있다”, “유동규를 회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송 검사장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에게는 느닷없어 보였던 ‘유동규 문답’이다. 민주당에서 이미 수사 흐름과 상황 전개 방향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짐작하게 한다. 우리가 유〈2219〉무죄 판단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강제 수사를 대하는 자세를 지적하려고 한다. 압수수색을 비난하는 것과 압수수색을 막는 것은 다르다. 일반 국민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물리력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상상도 할 수 없다. ‘169석 거대 집단’이 막은 것임을 국민이 다 안다. ‘이재명 대표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체포, 압수, 구속 등 강제 수사는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 그때마다 이렇게 무력화시킬 것인가. 국민의힘에서 나오던 얘기가 있다. ‘민주당이 무리한 방탄으로 나올 것이고, 이를 본 국민이 실망할 것이고, 결국 총선 표심으로 연결될 것이다.’ 다소 엉성해 보이는 이 논리의 첫 번째 전제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어제 민주당사 앞 집단 행동이었다. 국민의힘이 기다리던 덫에 민주당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특정인의 사법적 사망보다 무서운 건 특정 정당의 정치적 사망이다. 민주당은 이걸 고민해야만 한다.

[사설] ‘장애인 의무고용’ 어겨 세금 낭비하는 공공기관들

고용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 상당수가 법으로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인턴이나 계약직 채용 등 꼼수를 부리거나, 부담금으로 땜빵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의 취업 기회를 늘리기 위해 1991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은 장애인을 3.6%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비율은 다르지만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반하면 부담금을 내야 한다. 또 장애인 고용실적이 현저히 낮은 곳은 공표해 경각심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의무고용은 여전히 부진하다. 제도 정착을 선도해야 할 정부 부처와 지자체도 그렇고, 산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공공기관 24곳 중 경기도의회와 경기의료원 등 13곳이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않았다. 지난 7월 기준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곳은 6곳으로, 상반기에만 2억원이 넘는다. 부담금 액수가 가장 큰 경기도의료원의 경우 2천여명의 상시 근로자 수에 비례해 69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7월까지 47명밖에 채우지 못해 누적된 부담금만 1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경기도인권센터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을 조사했다. 당시 장애인 의무채용을 미이행한 곳은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연구원, 킨텍스, 경기도의료원, 경기대진테크노파크 5곳이었다. 이들 기관 중 경기도의료원과 경기연구원,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대진테크노파크는 지난해 시정 권고를 받았는데 올해도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않았다. 경기연구원도 상반기에만 5천500여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안 해 비판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을 받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공공기관들의 의무고용 이행률이 민간기업 못지않게 낮다는 점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담금 납부로 장애인 의무고용을 회피한다. 부담금은 바로 국민 세금이다. 법을 어기고 몇 억원씩 세금으로 메우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한 해 수백억원이다. 국민 혈세를 이렇게 낭비하면 안 된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대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지금처럼 법 규정을 위반하고 부담금으로 대체하는 잘못된 행태가 되풀이되면 안 된다. 제도의 취지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 있다. 부담금을 납부했다고 책임을 다하는 게 결코 아니다. 개선 노력을 안 하는 공공기관은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 의무고용을 실천한 기관과 기업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장애인 고용을 확산시켜야 한다.

[사설] 김근식 재구속 다행이지만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의 재구속은 천만다행이다. 초등학생 등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해 15년간 복역한 김근식은 출소 하루 전 또 다른 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 16일 다시 구속됐다. 검찰은 김근식 출소를 코앞에 두고 추가 범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범죄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근식은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근식은 출소하면 의정부 소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에서 숙식하며 생활할 예정이었다. 이 시설은 학교 밀집지역에 있고 도보 10분 거리에 의정부 여자청소년쉼터가 있다. 의정부와 연고가 없는 김근식이 온다는 소식에 지역주민들은 불안해하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김동근 의정부 시장은 이송 구간의 도로 통행을 차단하는 긴급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들이 김근식의 의정부 거주를 극렬히 반대한 이유는, 아동 성범죄자의 상당수가 재범자이기 때문이다. 출소 후 또 범행을 저질러 재수감되는 사례가 허다하다. 김근식도 15년 징역형을 선고받기 전에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 죄로 징역을 살고 출소한 지 보름 만에 범행을 반복했다. 범행 대상 11명 중 9명이 초등학생이었다니 학부모들이 경악할 만하다. 김근식의 출소가 취소되면서 불안해하던 시민들은 한숨을 돌렸다. 그의 재구속으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성범죄자에 대한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성폭행범에 대한 처벌이 너무 낮다. 재범이 자꾸 발생하는 이유다. 성폭력처벌법 시행 전이라지만 미성년자를 11명이나 성폭행한 김근식에게 15년 징역형은 가볍다. 미국이나 유럽은 아동 성폭행범에게 중형을 선고한다. 미국은 성폭행범에게 집행유예가 없으며, 각 주에 관계없이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에게 무기징역에 처한다. 2018년 미국에서 10~30대 여성 150여명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한 범인에게 징역 175년을 선고, 사회와 영구 격리 조치했다. 영국도 무조건 무기징역에 처하고, 중국은 총살이나 거세형에 처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성폭행 처벌수위는 낮다. 2020년 기준, 성폭력의 양형 기준은 3~30년이다. 기본 형량은 2년6개월~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 성범죄자에 대한 양형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다. 성폭행은 피해자뿐 아니라 그 가족의 삶까지 망가뜨리는 극악한 범죄다.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선 안 된다. 인권을 파괴하는 성범죄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화학적 거세도 적극 검토하고,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출소 후 전자발찌 제도도 손볼 필요가 있다.

[사설] 지사-산하기관장 임기 통일, 문병근 조례안/道, 무조건 반대 말고 깊이 있게 고민해보라

경기도의회에서 도 산하기관장 임기를 손보는 조례안이 마련됐다. 경기도지사와 기관장 등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국민의힘 문병근 의원이 낸 ‘경기도 정책보좌공무원,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특별 조례안’이다. 정책수석·기회경기수석·정무수석 등 정책보좌공무원은 지금도 도지사와 임기를 같이한다. 지방공무원 임용령(대통령령)에 따라서다. 결국 조례안은 산하기관의 장과 임원의 임기를 조정하는 역할에 맞춰진다. 산하기관장 등의 임기는 그동안 민선 교체기 때마다 논란이었다. 대표적인 폐단이 전임자에 의한 알박기 인사와 그 후유증이다. 사퇴 요구와 임기 고수가 맞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상당 시간 해당 조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잡음의 원인이 됐다. 문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도 상당수 조례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례안에 서명한 의원 16명 가운데 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경기도의회에서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 드문 예다. 일응 당연해 보이기도 하다. 처음 하는 시도도 아니다. 전국에서는 대구시가 제일 먼저 같은 취지의 조례를 만들었다. 도내에서도 이천시가 지난 9월 유사한 조례안을 마련했다. 시 출자·출연기관장 임기를 2년으로 하되 임명 당시에 재임 중이던 시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경우 기관장의 임기도 자동 종료되도록 했다. 이천시의 해당 산하기관은 이천시청소년재단, 이천시자원봉사센터, 이천문화재단 등이다. 경기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27개 기관이 있다. 경기지사 교체기의 산하기관장 임명 문제는 그래서 이천시의 그것보다 중요하다. 지사 취임 석 달을 넘긴 현재 11개 도 산하기관의 장이 공석이다. 임기가 만료된 곳도 있지만 임기에 앞서 스스로 사퇴한 곳도 많다. 작금의 공석 사태를 ‘지사-기관장 간의 임기 불일치’ 때문으로만 볼 순 없다. 장기간에 걸친 도의회 파행도 원인이고, 적정 후보자를 찾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그런 때문일까. 경기도는 이번 조례안에 반대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무 공백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관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도 걱정한다. 능히 고민할 수 있고, 제기할 수 있는 이견이다. 하지만 판단을 달리하는 시각이 있다. 사퇴 종용과 거부로 갈등하는 것 자체가 업무 공백이다. 이런 갈등기에 오는 공백이 훨씬 크게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자율성 침해 우려를 말하는데, 과연 현재 임기는 기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 볼 수 있나. 그 역시 도·도의회의 견해 아니었나. 이 역시 조례의 합목적성에 앞선다고 보기 어렵다. 김동연 지사가 했던 약속이 있다. “기존 임기를 보장하겠다. 측근 내리꽂지 않겠다.” 그 후 많은 ‘이재명 기관장’이 떠났다. 임기가 남았는데도 스스로 떠났다. 결과적으로 전임 지사와 임기를 같이했다. 이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조례를 맞추자는 것이다. 우리는 ‘문병근 조례안’을 지지한다.

[사설] 문제 많은 땅인데 왜 서둘렀을까/안산시, 연수시설 매입 이상하다

안산시가 지난해 12월17일 리조트 부지 하나를 매입했다. 대부도동 해안가에 위치한 개인 소유 리조트다. 토지는 총 16필지로 매입가격만 38억9천만원이다. 토지 1만3천500여㎡에 연면적 1천660㎡, 건축면적 355㎡ 규모다. 본관 및 생활관과 세마나실을 갖추고 있다. 시는 이 시설을 소속 공무원들의 연수용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이 부동산에 여러가지 불법 행위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을 시의회에 알리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단지 내 농지 1천650여㎡ 중 일부가 연못으로 쓰이고 있다. 불법이다. 나머지 농지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역시 불법이다. 임야 3천640여㎡도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불법이다. 부동산에 진행 중인 불법은 부동산 거래 시 중요한 요건이다. 원상복구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원상복구가 부동산의 본래 성격을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시 집행부가 이를 시의회 공유재산 취득 관련 관리계획안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 큰 문제점도 있다. 리조트 진입로 부존재다. 연수원 사용을 위해서는 너비 6m 이상 진입로가 확보돼야 한다. 해당 리조트의 현재 진입로는 너비 3~4m밖에 안된다. 진입로를 개설하려면 부지 매입 등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주변 지역 여건상 진입로 확충이 어려울 수도 있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이런 매입 조건이 시의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앞서 농지 및 임야 훼손과 진입로 문제까지 사인 간의 거래였더라도 거래 취소 등의 요인이 됐을 것이다. 타 후보지와의 비교 검토 등의 절차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 관계자가 “당시 자료를 확인해 보니 여러 후보지를 보고 결정한 것 같지는 않다”고 전언했다.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민선 7기를 6개월여 앞둔 시점이다. 40억원에 달하는 비중 있는 자산 매입이다. 농지·임야 불법과 시의회 미고지, 진입로 미해결과 역시 시의회 미고지, 경쟁지 없는 단독 후보지 검토 등 부적절한 과정이 한둘이 아니다. 도대체 이런 부동산 거래를 왜 한 것인가. 안산시가 감사에 착수했다. 일부 시의원들도 매입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무분별한 의혹 확산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속하고 명쾌한 조사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한다. 복잡한 일도 아니다. 40억원을 투입하는 공무원 연수시설 매입은 통상의 행정이 아니다. 누구의 지시에 의해 시작된 매입 작업인지가 밝혀져야 하고, 부적합 요소들이 시의회에 숨겨진 과정이 밝혀져야 하고, 혹시 모를 당시 리조트 소유자와 시의 연결고리가 밝혀져야 한다.

[사설] 농식품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 선제적 대응책 마련해야

최근 세계 각국에 휘몰아치는 경기침체로 인해 농촌의 경제적 어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을 끝으로 농식품 수출물류비 지원이 종료됨으로써 농가의 시름은 더욱 심화될 것 같다. 이미 본보에서 지난 9월 수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세계무역기구(WTO) 제10차 각료회의(2015년 12월) 합의에 따라 2024년부터 그동안 지원 가능했던 농식품 수출물류비 지원이 불가능하게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는 세계무역기구의 합의에 따라 그동안 순차적으로 수출물류비 지원을 감축해 왔으며, 내년을 끝으로 지원을 중단한다. 수출물류비 감축은 2017년 35%에서부터 점차 감축돼 왔다. 즉, 2018년 29%로 감축되다가, 2022~2023년은 15%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기준 농식품 수출물류비 지원 규모는 7억2천500만 원으로 도내 수출업체와 농가 111곳에 지원하며, 이는 경기도 수출지원사업 전체 예산 중 18.6%에 해당된다. 이런 수출물류비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12일 경기도·경기도의회가 경기도청에서 ‘수출 보조금(물류비)중단 관련 경기도 대응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인 남종섭 의원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 경기지역 수출농가 및 단체 등이 참석,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논의했다. 상기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농식품 수출물류비 지원이 중단되면, 수출 농가의 물류비용 부담 증가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이에 대한 경기도 차원은 물론 중앙정부도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간담회에서 안성원예농협 조합장, 화성시포도수출협의회 회장 등으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남종현 대표, 김충범 도 농정해양국장 등은 간담회에서 건의된 내용을 적극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말함으로써 도와 도의회 차원에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 것은 다행이다. 농식품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은 경기도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충남 경남 등에서는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 왔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을 위한 지역만의 비관세 사업 등을 준비 중이다. 또한 농가 인력 부족과 외국인 노동자 인건비 부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 중이라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코로나 종식 시점 대비, 선제적 대책이 필요하다. 수출물류비 지원은 WTO 타결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회적 지원 방법을 모색해야 하므로 우선적으로 WTO가 허용한 지원 내용을 조속히 파악, 관계기관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농촌의 경제사정을 감안, 중앙정부는 물론 경기도·도의회가 수출물류비 지원 중단에 따른 선제적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해 농식품 수출농가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사설] 의미 없어진 ‘다주택자 승진 배제 원칙’/포퓰리즘·초법 행정, 과감히 폐지하라

2020년 7월 경기도에 다주택자 승진 배제 원칙이 도입됐다. 1가구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 승진에서 배제시키는 내용이다. 도청 4급 이상 공무원과 도 산하 공공기관 임원급이 해당된다. 그해 연말까지 초과분 주택을 매각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행위가 사회 문제로 대두 대던 시기다. 이미 당시부터 사회 이슈에 지나치게 편승한 포퓰리즘적 조치라는 지적이 있었다. 법률을 넘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소송으로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5급 공무원이던 A씨의 4급 승진이 취소됐다. 공직 사회에서 승진 취소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사법처리를 받거나 감사에 비위가 적발된 경우 등에 볼 수 있다. A씨는 초과 주택 소유로 사법처리를 받거나 감사에 적발되지 않았다. ‘주택을 두 채 가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2018년 청약에 당첨돼 2021년 입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누가 봐도 과도하고 근거 없는 불이익이다. 결국 반발하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엄중했다. 부동산 투기 행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엄청났다. 정부 차원에서 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에 관심을 가졌다. 일정 기간을 정해 초과분 주택을 매각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대상자 가운데 138명은 문재인 정부 막판까지 매각하지 않았다. 그때 경기도가 들고 나온 대책이 ‘승진 인사 배제’였다.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또 한번의 ‘사이다 행정’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이로 인한 ‘잘못 없는 피해’가 곳곳에서 꿈틀댄다. 집값이 폭락했다. 주택 보유자들의 고민과 고통이 커지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들의 그것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포퓰리즘·초법적 정책을 가능하게 했던 현실성마저 사라진 것이다. 이제 경기도가 이 방침을 손 보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내로 공직자 등을 상대로 설문을 한다고 한다. 5억원 미만 주택을 소유한 공직자는 적용하지 않거나, 5급 이상 공직자에게 적용하던 규정을 4급 이상 공직자부터 적용하는 등의 개선 방향도 들린다. 절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이럴 필요가 있을까싶다. 다주택자 승진 일괄 배제는 옳은 정책이 아니다. 극과 극을 달리는 부동산 시장에서 일관성을 기할 수도 없다. 수정이 아니라 폐지로 가는 것이 옳다.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는 수단은 이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자체 조사, 감사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간부직 승진에는 인사 검증이란 절차도 있다. 거기서 엄중히 조사하고 걸러내면 된다.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정이다.

[사설] 신도시 교통대란 ‘특별관리’, 근본 해결책도 빨리 시행해야

수도권의 교통 문제는 심각하다. 정부가 여기저기 신도시만 조성해 놓고 교통망 확충에 소홀한 탓이다. 신도시 건설 때마다 주택과 교통, 일자리를 충족시키는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 말만 믿고 입주했던 주민들은 출퇴근시간이면 교통지옥을 겪게 돼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수도권 2기 신도시는 입주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교통난이 여전하다. 계획했던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과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심각한 교통 문제를 안고 있는 신도시에 대해 ‘특별관리’를 한다는 소식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2기 신도시를 포함해 128개 지구의 광역교통 현황을 전수조사해 교통난 개선이 시급한 37곳을 집중관리지구로 지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입주가 진행됐거나 1년 내 입주 예정지 중 철도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되는 등 특별대책지구 요건에 해당하는 곳(24곳)과 교통 서비스 하위 지구로 분류된 곳(13곳)이다. 집중관리지구에는 남양주 별내, 하남 감일, 위례, 화성 동탄2, 평택 고덕, 수원 호매실·광교, 파주 운정3, 인천 검단, 고양 향동·지축·원흥 등이 포함됐다. 국토부는 이들 지역에 광역버스를 늘리고, 출퇴근 전세버스와 2층 전기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시내버스·마을버스를 늘리고 운행노선·횟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수요응답형 버스(DRT)를 도입해 출퇴근 교통 문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GTX·지하철 개통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버스부터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집중관리지역별 교통 대책은 이달 중 수원 호매실과 화성 동탄2가 먼저 발표된다. 두 지역은 2020년 말 특별대책지구로 지정됐지만, 코로나19로 광역교통 수요 예측이 어려워 대책 수립에만 2년여가 걸렸다는 변명이다. 국토부는 내년 1분기까지 10개 집중관리지역에 대한 교통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광역교통개선대책 전반을 손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효과를 당장 내기도 어렵다. 때문에 버스 증차나 마을버스 확충, DRT 도입 등 당장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단기 대책이라도 시행하는게 다행스럽다. 아쉬운 점은, 이 정도 대책이라면 벌써 시행할 수 있었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방치하면서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 이번 단기대책은 근본 해결책이 못 된다. 도로·철도·환승센터 등 광역교통 시설 확충과 대중교통 서비스 등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되도록 빨리 시행해야 한다.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난 문제는 향후 조성될 3·4기 신도시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앞으로 신도시 광역교통 정책은 ‘선교통·후개발’로 전환해야 한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