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문수, 야당이 친 덫에 스스로 목을 넣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국회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라고 규정했다. 문제의 발언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종북주의자다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답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말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입니다.” 야당이 들고 일어났고, 전해철 위원장이 국감에 방해된다”며 그를 퇴장시켰다. 김 위원장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과의 질의 응답에서도 충돌했다. 윤 의원이 “(제가)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는 생각에 변함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과거 같은 내용의 김 위원장 주장을 재확인하는 질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그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모욕감에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했고 야당 의원들이 항의했다. 전 위원장이 이때도 ‘국회 모욕’이라며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전제가 있기는 했지만 직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로 단정하는 발언이었다. 현직 야당 의원을 향해 ‘(당신이)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는 (내) 생각에 변함이 없다’는 직격이었다.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국정감사장은 국민 대표가 관장 업무를 감사하는 장소다. 피감 기관의 책임자는 업무를 설명하고 평가 받을 책임이 있다. 정치 문제로 비화할 만한 언행은 금해야 한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 경계를 명백히 벗어났다. 물론 객관성도 결여된 주관적 판단이다. 물론 야당 의원의 질의도 적절하지는 않았다. 윤 의원의 질문은 경사위 업무와 무관했다. 본인을 비난했던 전력을 상기시켜 굴복 받으려는 의도가 농후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 역시 해당 업무와는 상관 없다. 어찌 보면 야당이 김 위원장 앞에 덫을 놓고 기다린 셈이다. 그렇더라도 김 위원장의 답변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직답을 피해 갈 여지도 있었다. 그런데도 파문이 뻔한 선택을 했다. 개인 소신과 기관 책임을 구분하지 않았다. 이 파행으로 묻힌 김 위원장의 발언이 있다. 노동 현장의 문제를 지적하는 그의 견해다. ‘노동권과 기업할 권리, 재산권은 형평을 이뤄야 한다. 이게 기울어지면 안 된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노동자가 더 어려워진다. 노사는 반드시 상생해야 한다. 86% 이상의 미조직 근로자들도 있다. 그들을 찾아가서 말씀 듣겠다.’ 기업 현장에 대한 옳은 판단이다. 이런 판단이 정책으로 실현될 수 있으면 좋다. 안타깝게도 그런 기회가 김 위원장에서 멀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경기도지사였다. 많은 경기도민이 기억한다. 이번 사태를 보는 도민의 평가가 그래서 복잡하다.

[사설] 도박중독 청소년 증가, 교육당국 관심·지원 절실하다

도박은 더 이상 성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도박의 늪에 빠져 중독이 심각하다. 청소년들은 도박을 게임의 한 종류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한 또래문화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중독이 되고, 2차·3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도박 중독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기도내 10대 환자는 2017년 6명에서 2018년 19명, 2020년 16명, 2021년 24명으로 최근 5년간 4배 증가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도내 청소년의 도박 중독 상담을 접수한 건수도 2020년 54건, 2021년 61건, 올해 8월 기준 43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청소년들이 온라인 도박에 빠져드는 건, 도박 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인터넷,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는 세대여서 온라인 도박에 노출될 기회가 많은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적인 공간에서의 시간이 늘어 도박 중독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 ‘스포츠 토토’를 검색하면 수십개의 불법 사이트가 나온다. 이들 사이트는 계좌 명의가 일치하는지 등의 정보만 확인할 뿐 특별한 성인 인증을 하지 않는다. 청소년은 발달 특성상 심리적·신체적 불안정성이 높아 도박 중독이 심각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도박으로 인한 금전 피해를 사채나 극단적 선택 등으로 해결하거나, 절도·갈취 등 2차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경기남·북부경찰청에서 도박 문제로 청소년을 검거한 건수는 2019년 2명에서 지난해 14명으로 늘었다. 청소년기의 도박은 매우 위험하다. 문제 도박자의 50% 이상이 청소년기에 도박을 시작했다고 한다. 도박하는 청소년은 충동성, 알코올 남용, 불법약물 사용, 우울 및 불안 수준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청소년기 도박 습관이 학업과 교우관계, 성년기의 삶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도박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중독 증상이 심해져 삶이 망가질 수 있다. 청소년의 도박 예방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교육기관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 하지만 도박 예방교육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기도교육청은 소홀하다. 6월에 개정된 학교보건법에는 ‘도박중독 예방’을 위해 보건교육을 하도록 명시했다. 음주·흡연·마약·성교육 등 기존에 이뤄졌던 중독 교육에 도박을 포함시켰다. 부산시교육청과 전남도교육청은 예산을 편성해 도박중독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권고만 할 뿐이다. 예산도 확보하고 교육을 의무화해 청소년 도박 중독을 막아야 한다.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다.

[사설] 중기 ESG 경영 도입, 정부·지자체가 적극 지원해야

중소기업 절반 이상은 자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수준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소기업 1만4천228곳이 ESG 수준을 자체 진단한 결과 절반 이상이 E·G 부문에서 ‘미흡’ 등급인 4~5등급을 받았다. E 부문의 경우 65.5%인 9천324곳이 4~5등급을 받았고, G 부문도 56.6%(8천52곳)가 4~5등급이었다. 중소기업 절반이 ‘미흡’ 평가를 받았지만 업체들은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기후위기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으로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기업에 대한 ESG 경영 압박이 속도를 더하며 공고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ESG 공시기준의 국제표준 제정을 위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했다. 대내적으로는 코스피 상장사 기업들이 ESG 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대기업들은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의 ESG 경영은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됐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ESG 경영이 큰 부담이다. ESG 경영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정보 부족과 예산·전문인력 등의 문제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모양새만 갖춰 놓고 손 떼고 있을 게 아니라 전문가 컨설팅 등 촘촘한 ESG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의 25%가 수도권에 소재하는데 경기도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도는 올해부터 일부 산하기관과 함께 중소기업 ESG 도입을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 ESG 경영 도입 기반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총 1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우수 중소기업 ESG 진단평가 지원, ESG 경영 기본교육 과정, ESG 교육 콘텐츠 보급 등을 지원한다. 하지만 도 산하기관에는 ESG 전담조직이나 인력이 없어 정책 추진이 쉽지 않다. 도내 중소기업의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해선 경기도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이 ESG 경영을 도입하기에는 조직·인력·재정 등 제반 여건이 상당히 열악하다. 경영구조상 비재무적 사회적 가치인 ESG보다는 이익 창출이라는 재무적 가치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현실이다. 도 차원의 지원을 대폭 확대해 실무교육이나 우대금리 적용, 세금감면 등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으로 ESG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ESG 컨설팅 전문업체 등 민간단체를 활용하는 것도 해법이다.

[사설] 성범죄 제일 많은 철도역이 수원역/특례시 ‘수원’ 이미지에도 치명타다

철도범죄를 지자체가 근절시킬 수는 없다. 철도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에 논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철도역 범죄는 지자체를 직격한다. 철도역 명칭이 곧 그 지자체 관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수원역 성범죄 실태는 충격이다. 전국의 모든 철도역 중 성범죄 발생이 제일 많다. 그것도 다른 철도역의 그것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수원특례시 원년을 시작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대책을 내고, 촉구하고, 요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선교 의원(국민의힘·여주양평)이 자료를 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제출한 철도범죄 현황이다. 201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1만2천734건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성범죄 36.4%(4천631건), 점유이탈물횡령 재물손괴 등 기타범죄 30.8%(3천921건), 상해·폭행 15.6%(1천9897건), 절도 14.4%(1천837건), 철도차량 파손, 승무원 직무방해 등 철도 안전법 위반 7.4%(948건)다. 다양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범죄가 가장 많은데, 그 지역이 주목된다. 수원역에서 발생한 성범죄가 가장 많다. 2017년 이후 173건이다. 어느 통계든 최다는 있게 마련이다. 그 차이가 미미하고 해마다 바뀐다면 딱히 그 역만을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수원역은 다르다. 다른 지역 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두 번째 많은 곳이 미금역인데 71건이다. 2.5배에 가깝다. 대전(67건), 안양(57건), 서울(54건) 등 어딜 봐도 그렇다. 뭔가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을까. 시급한 건 범죄 예방이다. 구조적인 방범 체계가 있어야 한다. 결국 예방 및 단속 인력인데, 이게 너무 부족하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철도 역사는 127개다. 주·야간 2인 역무원 체제로 운영되는 역사가 70개다. 2021년 기준 전체 철도 공무원 1인이 담당하는 여객수는 약 1만7천622명이다. 관할 범위도 4천281㎞에 달한다.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 세분화된 범죄 예방 대책도 필요하다. 김선교 의원도 취약시간대, 사각지대별 집중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수원역이 가장 우선돼야 할 곳이다. 우선 수원역에 왜 성범죄가 많은지 분석해야 한다. 다음으로 수원역에 특화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안 보인다. 수년째 같은 지적이 있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전국 최악의 성범죄 발생 수원역’이다. 밝혔듯이 수원역의 오명은 수원특례시의 오명이다. 몇 해 전, 수원시가 수원역 주변 사창가와의 전쟁을 했다. 왜였나. 수원 관문을 정화하겠다는 의지였다. 수원역 성범죄에도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철도범죄에 지자체가 직접 책임 없음은 우리도 잘 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수원이 받게 되는 타격이 심각한 것 또한 현실이다.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 강력한 대책을 코레일에 주문해야 한다. 분담할 역할이 있으면 기꺼이 나눠 져야 한다. 정조대왕 효의 도시, 수준 높은 인문학의 도시다. 특례시라는 차별화된 행정 체계까지 갖게 된 도시 아닌가. 시민들의 이런 자부심이 ‘성범죄 왕국 수원역’으로 침해 받는 것을 구경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설] 민선 8기 100일, 허니문은 끝났고/이제부터 시민의 냉험한 채점이다

기본적인 인사도 마무리 되지 않은 곳이 많다. 시·군 산하 공공기관 인사 과정이 특히 그렇다. 전임 시장 때 취임한 인사들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현 시장·군수 측 인사들과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다. 선임 과정 자체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곳도 많다. 능력 본위 선발, 공정한 과정 확보라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어느 경우든 인사 무능이다. 인사에 대한 분명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명분보다 훨씬 중요한 게 시정이다. 이제 인사를 마무리하고 행정을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공약도 이제 정리해야 한다. 작금의 흐름이 그랬듯이 유난히 교통 SOC공약이 많은 민선 8기다. 철도 신설·연장, 도로 확·보장 등이 숱하다. 교통 SOC 특성상 공약 하나 실천에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민선 임기 4년에 끝낼 수 있는 공약은 없다. 구상부터 완공에 십수년이 걸리게 십상이다. 최소한의 결과를 만들려면 서둘러야 한다. 임기 말에 용역 보고서 한 장 내놓는 예가 허다하다. 이제 시민들도 그 꼼수를 다 안다. 4년을 쪼갰을 때 지금쯤 시작해야 할 분량이 있다. 예산작업은 이미 밑그림이 나왔어야 한다. 도로 SOC못지 않게 많았던 공약이 복지다. 남녀노소,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공약이다. 모두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시민 입장에서는 1년 뒤 복지 흐름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그 시기가 차기 년도 예산 편성 작업이다. 올해 그 편성 시기가 시작됐고 기본 틀이 짜여지고 있다. 시민들에게 그려진 복지 예산서를 보여야 한다. 시민들이 해당 예산의 내역서를 보자 할 것이다. 이게 없다면 내년 복지는 없는 것이다. 기업유치 등에 대한 결과도 현시되기 시작해야 한다. 수도권에서의 기업 유치는 현실의 벽이 높다. 국토균형발전은 여전히 국가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여전히 수도권 기업은 빼앗아갈 대상이다. 새로운 기업을 가져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시장·군수 혼자 뛰어서 맺어질 결실이 아니다. 근래 가장 큰 기업 유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과연 용인시장 또는 경기지사의 역할로 가능했었나. 자칫하면 4년 뒤 ‘유치 기업 0개’의 민망한 결산서를 내놓게 될 것이다. 주민 민원 사업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을 막론하고 선거 때 쏟아진 민원이 있다. 장례시설·혐오시설·환경시설 등의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특히 많다. 아주 많은 경우, 시장·군수들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 내놓는 꼼수가 있다. ‘공론화’라는 이름의 말장난이다. 정직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태도다. 민원 해결의 주체는 시군이다. 공론화는 시군의 자기 책임을 민간에게 떠 넘기는 짓이다. 취임 100일까지는 너그러웠다. 유권자가 봐 넘겨준 시간이었다. 이제부터는 아니다. 따져 묻고 평가하는 평시 행정으로 갈 것이다. 전혀 다른 각오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아주 많은 시장·군수들이 이 냉험한 경계를 구분 못한다.

[사설] ‘청년 농부 3만명 육성’ 정책, 경기일보 기획보도 역할 컸다

정부가 농업인 고령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청년농업인 3만명을 육성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5년간 청년농 2만6천명을 농촌에 유입한다는 목표 아래 영농정착지원 규모를 키우고 맞춤형 농지 공급과 금융 등 자금 지원을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장기로 청년농의 비중을 전체 10%까지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2020년 기준 40세 미만 청년농은 1만2천400명으로 전체 농업 경영주의 1.2%에 그친다. 프랑스(19.9%), 일본(4.9%) 등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농은 56.0%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령농의 이탈과 40세를 초과하는 청년농 규모를 감안, 내년 4천명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총 2만6천명의 유입을 추진키로 했다. 청년농부 3만명 육성은 비싼 땅값, 생활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청년농부들이 농어촌에 정착하지 못하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다. 경기일보 K-ECO팀의 ‘청년농부 잔혹사’ 연속보도 이후 3개월여 만에 나온 조치로 본보의 역할이 컸다. 농촌에 정착하려는 청년농부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상세히 보도해 정부의 대책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농식품부가 5일 발표한 ‘제1차(2023~2027년)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을 보면, 청년농 육성을 위해 창업 준비단계부터 성장단계까지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한다. 우선 재정지원을 확대한다. 영농정착지원금 지원 대상을 내년 4천명까지 2배로 늘리고 금액도 월 110만원으로 10만원 증액한다. 또 청년농이 원하는 농지를 30년간 빌려 농사를 지은 뒤 매입할 수 있도록 ‘선(先)임대-후(後)매도’ 제도를 내년 중 도입한다. 임대형 스마트팜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청년농스타트업단지도 2023년 조성한다. 이와 함께 청년농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사업 융자금 상환기간을 15년에서 25년으로 늘려주고 금리를 2%에서 1.5%로 인하한다. 첫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청년농에게 공공 금융기관이 담보없이 직접 투자하도록 하고 청년농 전용펀드를 2027년까지 1천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재정 지원 외에도 자연재해,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원예·축사의 30%를 스마트화한다. 청년층은 우리 농업의 혁신 동력이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다. 청년들이 농업에 안착할 수 있게 생활여건·보육·주거·농촌인프라 등 사안별로 각 부처가 협의해 차질없이 뒷받침해야 한다. 필요한 부분의 규제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늙은 농촌, 쇠락해 가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사설] ‘기회의 수도’, 복지 틀을 바꾸는 일/도민에 취지 알릴 홍보가 부족하다

민선 7기 도정과 민선 8기 도정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복지에 대한 접근 방식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세를 이루는 것은 현금성 복지다. 2010년 ‘무상급식’ 이후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다만, 그 대상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7기 복지가 모두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라면 8기 복지는 필요한 곳에 주는 선별적 복지다. 그걸 이재명호는 ‘기본 복지’라고 했고, 김동연호는 ‘기회 복지’라고 한다. 이미 시작된 정책들이 꽤 된다. ‘긴급복지 핫라인’도 그중 하나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동기였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벌어진 참변이었다. 이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한 장치다. 어렵고 소외된 도민이 정책의 대상이다. 지금까지 397건이 접수됐고, 218건은 해결됐다. 중증 장애인을 위한 ‘경기누림통장’도 있다. 10만원씩 저축하면 10만원을 얹어준다. 2년 뒤면 최대 5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자활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중증 장애인만이 대상이다. 이미 975명이 신청했다. 이런 취지를 포괄하는 개념이 기회소득이다. 김 지사가 도의회에서 그 취지를 설명했다. “우리 주변 곳곳에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작 보상은 받지 못하는 도민이 많다.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 보전의 기회를 주고 싶다.” 앞선 경기누림통장 역시 기회 복지의 하나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문화예술인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김동연 기회복지는 그 본질이 분명해진다. 가난하고, 소외된 도민을 지원해 공정한 경쟁의 무대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복지의 기본틀을 완전히 바꾸는 일이다. 복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다. 1천300만 도민의 이해와 지지가 필요하다. 여기서 김동연호가 풀고 가야 할 과제가 생긴다. 취지를 알리고 설득하는 홍보다. 선별 복지의 대상은 특정한 집단 또는 계층이다. 누림통장의 대상은 중증 장애인이고, 복지 핫라인의 대상은 소외된 계층이다. 중증 장애인도 아니고, 소외계층도 아닌 도민에게는 남의 일이 될 수 있다. 관심 밖의 도정이라는 얘기다. 이래선 성공할 수 없다. 직접 수혜자가 아니어도 동참해야 한다. 취지를 이해하고 목적에 동의해야 한다. 집중과 선택의 과정을 필히 겪는 예산 편성이다. 불가피하게 줄어드는 복지와 계층이 생긴다. 그들이 기회 복지에 동의 못 하면 어떻게 되겠나. 도정을 불신하고 비난할 것이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홍보다. 그런데 많이 부족했다. 항간에 도는 ‘김동연호가 구상은 좋은데, 실천이 부족하다’는 평도 결국 이 때문이다. 홍보 부족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홍보의 기능, 조직, 인력, 예산을 모두 늘릴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과감한 조직 개편까지 검토해야 한다. 취임 100일에 손보지 못한 홍보가 향후 4년을 허송하게 할 수 있다.

[사설] 공무원 초과근무수당 부당수령, 처벌 미약해 계속되다

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은 고질적이다. 정부와 각 자치단체에서 감사활동을 벌이지만 구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초과근무수당을 받기 위해 퇴근 후나 저녁식사 후 늦게 사무실로 돌아와 근무 기록을 허위로 입력하거나,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 근무한 것처럼 하는 게 보통의 사례다. 공무원 초과근무수당은 ‘지방공무원법 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지급되는 것으로 시간외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 휴일근무수당 등이 있다. 수당은 지방정부 예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 월 최대 57시간까지로 정해져 있다. 일부 공무원들은 이 수당을 받기 위해 거짓으로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꾸미고 있다. 최근 5년간 경기도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시·도별 시간외근무수당 부정 수령 환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간외근무수당을 부정 수령해 적발된 지방공무원이 1천789명에 이른다. 환수 금액은 약 2억1천176만원이다. 적발된 지방공무원은 2018년 452명, 2019년 207명, 2020년 224명이었다. 지난해는 740명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3.3배 늘어났다. 올해는 최근 집계 결과 166명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457명으로 가장 많았다. 2018년 151명(환수액 749만3천원), 2019년 66명(1천295만7천원), 2020년 33명(273만9천원), 지난해 139명(785만4천원), 올해 68명(302만5천원)으로 5년간 457명, 환수액은 3천406만8천원에 달했다. 경기도가 부당 수령 1위라니, 불명예스럽다. 지방공무원의 시간외근무수당 부당 수령자가 여전히 많지만, 처벌은 경미하다. 처벌이 미약하다보니 부당 수령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5년간 적발된 1천789명 중 처벌받은 공무원은 83명에 불과하다. 처벌률이 고작 4.64%다. 경기도의 경우도 2018년 5명, 2019년 8명, 2020년 2명, 지난해 2명, 올해 2명 등 5년간 19명으로 4.16%에 그쳤다. 위법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봐주는 행위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어느 조직보다 청렴하고 정직해야 할 공직사회에서 부정 수령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상시 감사와 함께 처벌 기준 재정비가 필요하다. 위법·부당한 행위는 엄정한 조치를 해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공직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의식 변화다. 이와 함께 초과근무에 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사설] 전기•가스 요금 인상, 에너지 취약계층 부담 배려해야

10월1일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일제히 올랐다. 전기요금은 주택용과 산업용, 일반용 모두 ㎾h당 2.5원 인상됐다. 일반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올해 기준 연료비 잔여 인상분 4.9원까지 합치면 전체 인상액은 1㎾h당 7.4원이다. 4인 가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2천27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요금도 메가줄(MJ)당 2.7원 인상됐다. 주택용 인상률은 15.9%, 서울시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 인상액은 5천400원가량이다. 한 가구가 1년 동안 내야 하는 전기·가스요금이 10만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원유·천연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한국전력의 적자 누적 등 대내외 요인을 감안할 때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에너지 공공요금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 서민들의 부담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기·가스요금은 생산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거의 전 산업 부문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여타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을 올린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추가 인상이 있을 것 같다니 걱정스럽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근 “전기요금이 독일의 2분의 1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보다) 훨씬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단계적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많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전이나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의 적자는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합리적 정책이 아니다. 이번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에너지 취약계층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다.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세심하게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취약계층의 전기·가스요금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했는데 정비가 필요하다. 올해 1인 가구 기준 13만7천200원을 지원한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동절기 등에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지원책이 된다. 올해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금액이 17만1천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내년이다. 에너지 바우처 예산이 올해 2천34억원에서 내년 1천580억원으로 22.3% 삭감됐다. 전기·가스요금은 또 큰 폭의 인상이 예상되는데, 취약계층의 예산이 줄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에너지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도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

[사설] 중증 장애인 위한 ‘경기 누림통장’ 시작/오랜만에 ‘정치 셈법’ 없는 복지를 본다

‘경기도 누림통장’이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신청을 통해 접수한 가입자 975명을 품었다. 이들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그 액수만큼 도와 시·군이 매칭한다. 최대 24개월에 월 저축 한도 10만원이다. 2년 만기 땐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만원까지 마련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현금성 복지다. 일부의 비판을 사고 있는 퍼주기 복지와 틀은 같다. 하지만 그 대상과 취지가 다르다. 감히 ‘가장 복지 다운 복지’라고 우리는 본다. 장애인복지법상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대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증 장애인에게 허락된 경제활동은 없다. 서울시가 요란하게 내놓은 대책이 있다. 중증장애인을 우선 채용하는 정책이다. 주 20시간 일하는 시간제 일자리, 주 15시간 일하는 복지형 일자리가 있다. 각각 95만여원, 71만여원을 받는다. 2020년 처음 도입됐다. 그 후 경기, 경남, 전남, 전북, 춘천 등으로 확산됐다. 그래서 채용된 일자리가 몇 개일까. 그래봐야 겨우 690개다. 취업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은 정부, 지자체는 없다. 실업 상태 국민에 대한 지원도 많다. 희망키움, 내일키움, 청년희망키움통장, 청년저축계좌(이상 복지부), 일하는청년통장, 청년연금(이상 경기도), 청년내일채움공제(고용노동부), 미래행복통장(통일부) 등이다. 대상, 조건 등에서 사업 간 차이는 다소 있지만, 자산형성지원사업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중증 장애인은 없다. 정치로 되돌아올 표가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누림통장의 입안자는 김동연 지사다. 그 스스로 가난과 역경을 이겨낸 삶의 표본이다. ‘희망이 넘치는 경기도’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절절히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림통장의 출발을 알리는 행사가 있었다. 거기서 김 지사가 또 한번 강조했다. “이번 누림통장은 가입자 975명(중증 장애인)에게 드리는 작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작은 발판이 됐으면 한다.” 관련 지원을 확대해 갈 것도 약속했다. 우리 사회가 현금 복지로 빠져든 지 오래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논쟁도 이제는 식상하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가 벌인 짓이다. 오로지 표밭을 향한 정치 셈법뿐이다. 이런 때 접하게 된 누림통장이다. 적어도 우리 판단에 이 속에 정치 셈법은 없다. 공공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그럼에도 그동안 외면당했던 영역에 대한 자각이다. 조금 과하게 확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납세자인 도민도 능히 공감하고 참여할 것이다. 화성시가 거들고 나섰다고 한다. 지원 대상을 비중증 장애인까지로 확대했다고 한다. 나머지 시·군도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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