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이재명 검찰'

“너, 소주병으로 ×××를 확 그냥.” 문 안에서 들려온 험악한 욕이다. 그도 그럴 게 오전 내내 난리였다. ‘김영삼 대통령 동서, 사기혐의 구속’. 수원지검 특수부가 전날 처리한 사건이다. ‘권력의 지시’로 보안 속에 처리했다. 직업 ‘무직’, 혐의 ‘사기’로 위장했다. 겉장에는 어떤 권력 냄새도 없었다. 영장 청구도 기자 없는 휴일을 택했다. 그걸 취재해서 썼고, 세상에 알려졌다. ‘노 부장검사’가 오전 내내 시달린 터다. 노기는 이내 농담으로 바뀌었다. ‘차라리 잘됐어.’ 그러면서 묻는다. “근데, 누가 알려줬어? ○○○?” 아니라고 했다. 1998년 초, YS 말기 때 일이다. 26년 전이니 ‘취재원 보호 시효’가 지났을라나. ‘노 부장검사’의 추측은 맞았다. 내게 알려 준 것은 ‘○○○’이었다. “오늘 치는 구속 영장, 잘 봐라”는 귀띔이었다. 대통령 동서, 청와대 방문, 서울정무부시장 동행, 금품 편취.... 검찰 수사 보안, 깬 이는 안에 있었다. 그 옛날 기억으로 현재를 설명할 순 없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다. 거기서 ‘술판 논란’이 불거졌다. 진술 조작을 위한 회유였다고 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가 주장한다.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한다. 검찰이 출정 기록, 관련자 진술로 반박한다. 여론은 정치를 따라간다. 한쪽에선 이화영 거짓말, 다른 쪽에선 검찰 거짓말이란다. ‘진실 공방’ 정도로 해 두자. 어차피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니까. “100% 사실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논란 초기에 말했다. 이 말이 논란의 비중을 확 키웠다. 당이 대응에 나선 것도 그때부터다. 그가 말의 무게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100% 가능’, ‘교도관 점검’을 던졌다. 당(黨) 행동의 지침이 됐다. 의원들이 수원지검과 수원구치소로 갔다. 이쯤되면 확신에 가까운 추론이다. 궁금하다. 이화영 진술만으로 이럴 수 있나. 다른 정보라도 있나. 검찰 또는 구치소 정보인가. 이화영 측 진술은 미덥잖다. 여러 번 바뀌고 있다. 술판 장소부터 그렇다. ‘창고’에서 ‘영상 녹화실’로 바뀌었다. 일시도 그렇다. ‘6월30일 직후’에서 ‘6월28일·7월3일·7월5일’로, 다시 ‘7월3일 유력’에서 ‘7월5일’로 변했다. 음주 여부도 바꿨다. 4일에는 ‘마셨다’고 했고, 18일에는 ‘안 마셨다’고 했다. 이렇게 바뀌면 이 대표도 당혹스러울만 하다. 그런데 꿈쩍 않는다. ‘검찰이 말 바꾼다’며 공격한다. 이런 느낌도 있다. 이화영 측 진술을 들으면 경험담이 아닌 목격담 같다. ‘내가 마셨다’(4일)는 경험담이다. ‘김성태가 마셨다’(18일)는 목격담이다. 직접 경험했다면 날짜도 기억하는 게 자연스럽다. 목격담·전언이라면 특정 못할 수 있다. ‘거울 뒤 CCTV’도 이상하다. 이화영 측에서 뒤늦게 꺼냈다. ‘영상 없다’는 검찰 해명에 던진 반박이다. 아주 적절한 시점에 내놨다. 검찰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사실이다. 지나간 대선(大選) 일화가 있다. 대장동 파문이 시작되던 때다. 이재명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얘기를 꺼냈다. 윤석열 후보가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그게 대장동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한참 뒤, 곡절이 알려졌다.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윤석열 대검 중수과장-박영수 변호사-검사 커피’, ‘김만배 작전’ 속에 있었다. 그래서 이번도 궁금하다. 이 대표는 어떤 근거를 갖고 있을까. 있다면 누구에게 받았을까. ‘1998년 ○○○’. 그는 그 뒤에도 그랬다. 수사 정보를 야당 대표 측에 건넸다. 그 보답으로 공천 받아 출마했다. 2024년 검찰은 어떤가. 175석의 거대 민주당이다. 당 대표 운명을 검찰이 쥐고 있다. ‘친명(親明) 검찰’의 유혹이 크다. 검찰이 달라졌다는 증명은 없다. 여전히 미래 권력은 누군가에겐 희망이다. ‘술판 논란’의 결말은 그래서 아직 어렵다.

[사설] 양주시새마을회 업무차량은 사무국장 것이다

업무용 차량의 운용 원칙은 무엇인가.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가. 자체 심의로 결정하면 정당화되는 것인가. 최근 양주새마을회에서 불거지고 있는 논란이다. 현직 사무국장이 공용 차량을 사용하고 있다. 출퇴근 자가용처럼 전용하고 있다. 조직 내 동의를 받아 문제 없다고 한다. 시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지역을 위한 공익 실천 정신에 위배된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런 지적에 반성도 하지 않는다. ‘계속 사용하겠다’고 한다. 양주시새마을회 S사무국장이 단톡에 의견을 올린 건 2일이다. 업무용 차량으로 출퇴근하겠다는 내용이다. 동의 또는 부동의를 알려 달라고 했다. 승인을 위한 정상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공적 조직에서 이런 안건 처리는 듣도 보도 못했다. 단톡방이 공식적인 논의의 장일 수 없다. 새마을회 운영을 좌우할 어떤 공신력도 없다. 제대로 된 토론 기회가 보장됐을 리도 없다. 그저 일방적인 의견 관철을 위한 절차 맞추기다. 이런 걸 갖춰 놓고 절차를 거쳤다고 한다. S국장 측이 드는 이유라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양주새마을회관 주차 공간 부족, 임시 주차장 주차비 연간 30만원 납부, 사무국장 개인차량 주차 시 주차공간 부족과 이로 인한 직원 차량 주차 불편 등이다. 새마을회에 1대 주차 공간 마련하려고 본인 집으로 가져간다는 게 말이 되나. 1년 주차비 30만원 아깝다면서 자택 출퇴근 유류비 공금은 안 아까운가. 직원들의 주차 불편은 얘기하면서 편법 이용을 바라보는 직원 분노는 살피지 않나. 전임 때부터 관행이라고 핑계 댄다. 지금까지 모두 출퇴근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은 궤변이다. 위법·편법은 시행의 시점을 따지지 않는다. 전임자 시대부터 관행이었다고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결정에 동참한 ‘단톡 의결 간부들’은 또 뭔가. 새마을회장,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새마을부녀회장, 새마을회지도과장 등 6명이라고 한다. 예외 없이 ‘동의’했다고 전해진다. 회원·시민 뜻은 안중에도 없는 짬짜미 담합의 전형이다. 본인은 잘못을 시정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시청 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 등을 확보할 때까지는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업무용 차량을 계속 출퇴근용으로 쓰겠다는 의도다. 1984년 새마을운동중앙회 양주군지회가 설립됐다. 새마을 지도자 양주시 협의회, 양주시 새마을 부녀회, 직장 새마을 운동 양주시 협의회, 새마을문고 양주시 지부를 회원 단체로 두고 있다. 고귀한 40년 역사다. 이 역사를 더럽힐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사설] 젊은층 중소기업 기피, 안 가는 이유 많다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취업자 연령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 취업자 중 청년층은 3명 가운데 1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 취업자 중 39세 이하 청년층은 781만7천명으로 전체의 30.9%에 그쳤다. 이 중 29세 이하가 13.5%, 30대는 17.4%로 집계됐다. 반면 60세 이상 비중은 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23.8%), 40대(21.3%) 순으로 50대 이상이 절반을 차지했다. 생산현장 노쇠화는 중소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중소기업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데, 청년들은 취업난을 호소하면서도 중소기업에 갈 마음이 없다고 한다. 대기업 취업만 준비하다 안 되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쉰다니 뭔가 잘못됐다. 청년층 대부분이 대기업을 선호한다. 지난해 대기업의 39세 이하 취업자(46.6%)는 중소기업의 1.5배에 달했다. 대기업 선호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2배 이상 나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기준 대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은 월 591만원(세전 기준)으로 중소기업(286만원)의 2.1배다. 임금 격차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더 커졌다. 20대는 대기업이 340만원으로 중소기업(215만원)의 1.6배로 나타났으나 30대 1.9배, 40대 2.2배, 50대 2.4배 등으로 점점 더 벌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근로조건에서도 격차가 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 5천38곳을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누구나 쓸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52.5%였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95.1%에 달하지만 5∼9인 사업체는 절반인 47.8%에 그쳤고 10∼29인 사업체는 50.8%였다. 여성의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다른 일·가정 양립 제도도 비슷했다. 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활용이 잘되는 편이고, 중소기업은 어려웠다. 대기업과 임금 격차가 2배나 나고, 근로조건도 열악하니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을 살릴 근본 해법은 경쟁력 강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중소기업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처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는 스토리가 자주 나오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안 갈 이유가 없다. 유망 기업에 대한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 근무환경 개선 등이 절실하다.

[사설] 막힌 도로 뚫는 게 행정의 으뜸이다

경기도가 확정해 놓은 지방도 건설 사업이 있다. 지난 2021년 고시한 ‘제3차 경기도 도로건설계획’이다. 파주, 양평, 연천 등 도 전역에 20개 도로다. 총 연장 64.33㎞, 사업비 8천111억원이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다. 계획대로라면 여러 곳에서 착공돼 있어야 한다. 이미 준공된 곳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준공된 지방도가 한 곳도 없다. 착공된 도로도 2개에 불과하다. 18개는 여전히 밑그림단계다. 용인 완장~서리 지방도 확장 사업이 있다. 지방도 321호선 확장 사업으로 지난해 착공했어야 했다. 640억원의 예산 투입이 늦어지면서 투자 심사 중이다. 파주 축현~내포 4차로 확장 사업은 2022년 시작됐어야 했다. 안전기준 변경 문제로 아직 노선을 그리고 있다. 착공 지연은 자연스레 준공 지연으로 이어진다. 기대했던 준공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마련이다. 착공 지연 사유는 예산 늑장 투입이다. 경기도도 ‘예산 투입이 여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올해 편성한 관련 예산은 4천445억원이다. 지난해보다 2천181억원이나 늘어난 규모다. 지방도 건설에 대한 의지는 반영했다고 본다. 문제는 사업 지연으로 늘어나는 토지 보상 비용이다. 총 사업비 가운데 토지 보상 비중이 크다. 공사가 지연될 때마다 이 보상비가 급등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도내 토지 가격이 12.31% 상승했다. 도로 인접 토지는 대체로 이보다 높다. 공사 지연에 따른 전체 공사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입 예산의 효율적 편성을 주문했다. 진세혁 평택대 교수는 “지방도 사업별 시급성을 따져 도 자체적인 자원 조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수 단국대 교수는 “토지 비용 상승을 감안해 우선적으로 토지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산 투입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고, 긴급한 분야에 대한 집행을 우선해야 한다는 권고다. 여기에 지방도 건설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 편성도 요구된다. 지역 도로망의 차이가 곧 지역 경제력의 차이다. 20개 지방도 선정의 기준도 그런 것이었다. 도로가 막혀 낙후된 지역, 도로가 없어 못 사는 지역이었다. 해당 지역민에게는 어떤 복지보다 시급한 도로 복지다. 도정의 집행 순위에서 당연히 앞에 놓여야 한다. 이게 착공 지연, 보상비 증가, 사업비 부담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예산 집행에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다. 도로별•사업 단계별 우선순위 등을 전면적으로 살펴야 한다.

[사설] 동두천의 ‘미군 기지 피해’, 분노가 시작됐다

작은 도시 동두천에서 큰 분노가 표출됐다. 현수막을 손에 든 시민 2천명이 모였다.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특별법 제정해 피해 보상하라’. 미군기지 잔류에 대한 보상 요구다.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시민 궐기다. 국회의원, 시장, 시의장 등도 모두 참석했다. 범시민대책위원장과 일부 시민이 삭발까지 했다. 시민 분노가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뜻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시민 대표들이 밝혔다. 동두천이 분노할 이유는 충분하다. 정부가 미2사단 잔류를 결정한 것은 2014년이다. 언제나처럼 시민 뜻과 상관 없는 결정이었다. 전국에 남은 미반환 기지는 현재 11개다. 이 가운데 4개가 동두천에 있다. 면적으로 따지면 17.42㎢에 달한다. 11개 기지 25.4㎢ 가운데 69%에 달한다. 동두천 전체 면적의 18%를 차지한다. 대표적 미군기지인 평택의 3%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정부도 미안했던지 약속한 사업들이 있다. 동두천시가 제안했던 건의들이다. 그런데 이뤄진 게 없다. 피해 강요는 더 늘었다. 지난해 정부가 미군 공여지 반환 협상을 했다. 시장이 국방부를 찾아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미군기지 반환 명단이 나왔다. 동두천 내 미군 기지는 단 한 평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날 시위에서 시민들이 다섯가지를 요구했다. 10년 전 정부 약속 전면 이행, 동두천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동두천 국가산업단지 국가 주도 개발,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의과대학 설립, 국제스케이트장 동두천 유치 등이다. 이게 무리인가. 미군 기지의 존재 이유는 모두가 안다. 5천만 국민의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 동두천시민들도 이런 현실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피해가 오롯이 동두천시민만의 몫이 되고 있는 현실은 합리적이지 않다. 동두천이 추산하는 피해만 연간 5천278억원이다. 안 그래도 전국 최하위 고용률이다. 5년 연속 경기도 최하위 재정자립도다. 그 핵심 요인이 미군기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별법으로 천지개벽한 평택과 차이가 나도 너무 난다. 정부가 해야 할 기본 도리가 있다. 미군 공여지 반환 일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군 장기 주둔이 불가피하다면 동두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가가 이 기본을 하지 않고 눈 감고 있는 것이다. 산업단지나 의대 설립 등은 입도 뻥끗 안 한다. 이미 반세기 이상을 국가 안보에 희생해 왔다. 이렇게 오랜 희생을 대가 없이 강요 받는 지역은 이제 동두천 한 곳뿐이다. 잠깐 모였다가 해산한 시위로 보면 안 된다. 분노와 저항이 시작된 신호로 여겨야 한다.

[사설] 의사들은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해야

정부가 당초 고수하던 의대 증원 규모를 2천명에서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정책 전환을 하면서 의사들에게 대화를 제의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뒤 브리핑을 통해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에 한해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이 증원분의 50~100% 안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입장 선회는 6개 거점 지방 국립대 총장들이 지난 18일 의대 증원 규모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으며, 이에 정부가 총장들의 요청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의사들과의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정부가 대학 전체에 자율 모집을 허용키로 한 것이므로 의사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월6일 ‘의사인력 확대방안’ 브리핑을 통해 19년 동안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천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대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의사단체들의 강경대응, 그리고 의대 교수들도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등 의료대란이 발생했다. 지난 11일 부산에서 급성 대동맥 박리 환자가 병원 10곳에서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지난 16일 경남 함안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환자는 50여곳의 외상센터와 대학병원 50곳을 헤매다 3시간30분이나 걸린 도내 아주대 외상센터로 와서 수술을 받는 등 환자들의 고통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규모 정책 변화에 따른 대화 제의에 대해 의사단체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의료단체들은 “무리한 증원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폄훼하면서 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있다. 전공의협의회는 기본 입장이 전면 백지화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20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공식적으로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여하한 상황에도 의료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의사들의 본업은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정부가 비록 의료정책 입안 과정에서 잘못이 있더라도 의료현장을 떠난 투쟁은 결국 의료붕괴를 가져와 정부와 의사 모두 패자가 되며,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하게 된다. 정부가 사실상 의대 2천명 증원 고수 방침을 철회한 것이므로 의사단체들은 중지를 모아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의료 붕괴를 막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사설] 악취 수원천, 급기야 물고기 죽어 뜬다

2017년 1월, 수원에 손님들이 왔다. 부산시 공무원들과 상인들이다. 들른 곳은 화성(華城)도, 삼성전자도 아니다. 시내를 관통하는 수원천을 살폈다. 당시 부산에서는 부전천 복원이 계획 중이었다. 그 개발의 모델로 수원천을 삼은 것이다. 주변 상권과의 연계 등도 면밀히 살폈다.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손님이 왔다. 인천광역시의회 ‘환경복지 구현을 위한 생태하천 연구회’다. 인천지역 하천 복원을 위한 현장 답사였다. 그렇게 수원천은 하천 행정의 표본이었다. 광교에서 발원해 황구지천으로 흘러든다. 오랜 세월 시민과 함께한 14.5㎞의 자연천이다. 70년대 주차장 한다며 하천을 덮었다. 어두워진 하천은 악취에 동물 사체까지 뒤섞였다. 이 불쾌한 역사가 1995년 바뀌었다. 민선 수원시가 대대적인 복원을 시작했다. 자연천의 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설계였다. 그러자 수질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2001년 이후 BOD 2.4ppm, 2~3 등급까지 정화됐다. 온갖 물고기가 서식하기 시작했다. 환경부가 우수 복원 사례로 뽑았다. 그랬던 수원천이 다시 썩어가고 있다. 진동하는 악취는 이미 오래됐다. 번들거리는 기름띠까지 엉켜 있다. 최근에는 물고기가 죽어 떠 오른다. 환경정화 활동을 하는 시민이 증언한다. “시민들이 하천이 더럽고 냄새가 난다고 하소연하고 죽은 물고기들과 쓰레기들을 건져내도 악취는 여전하다.” 주목할 건 물고기 폐사다. 물고기 폐사는 단기간에 등장한 오염 현상이다. 오래됐다면 죽을 물고기도 없어야 맞다. 그동안 없던 오염원 또는 오염농도가 생겼음을 말한다. 의심되는 오염 원인으로 합류식 관이 지목된다. 오수와 우수가 함께 처리되는 방식이다. 비가 오면 여기에서 오수가 흘러 나온다. 하지만 이 분석으로 현 상태를 설명하기는 무리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봄철에 오염되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하천 바닥에 찌꺼기 퇴적을 의심한다. 지나치게 느린 유속도 문제로 보고 있다. 이 역시 문제 해결의 출발로 삼을 수는 없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기름 띠가 설명되지 않는다. 생활하수 또는 공업폐수를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심각한 일이다. 전문적이고 대대적인 조사를 권한다. 하천 상류 구간을 특히 살펴야 한다. 악취 원인, 물고기 폐사 원인, 기름띠 원인을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 결과를 놓고 시, 환경단체, 전문가가 함께 분석해야 한다. 1995년부터 20여년 걸려 살린 하천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염되고 있다. 이런 수원천을 부산 손님, 인천 손님들이 찾을까 두렵다. 진동하는 악취, 기름띠, 물고기 사체를 보고 뭐라고 하겠나. ‘실패한 복원의 사례’라 하지 않겠나. 수원천 오염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을 것 아닌가. 국장 있고, 과장 있고, 팀장 있을 것이다. 깨끗한 수원천을 부탁한다.

[사설] ‘세컨드 홈’ 정책, 인프라•일자리 늘려야 실효성 높다

정부가 지방소멸 위기 대응책으로 ‘세컨드 홈(두 번째 집)’ 정책을 발표했다. 수도권 등에 1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공시가 4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해도 1가구 1주택자로 인정돼 세제 혜택을 받는 게 핵심이다. 세컨드 홈 특례 적용 대상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를 낼 때 1가구 1주택자로 분류돼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특례 대상 지역은 범위가 넓다. 전국의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부산 동구·서구·영도구와 대구 남구·서구, 경기 가평군을 제외한 83곳이 해당된다. 경기 연천군과 인천 강화군·옹진군도 포함됐다. 이번 대책은 인구나 거주자를 바로 늘리기는 어렵지만 생활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 방문인구, 정주인구를 늘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소규모 관광단지 10개 조성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지역특화형비자 할당 인원(쿼터)을 현재 1천500명에서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방에 집 한 채를 더 사도 다주택자로 간주하지 않고, 지방경제의 숨통을 트이게 하려는 시도가 괜찮다는 것이다. 인구감소로 소멸예정 지역이 늘어나는 것보다 도시 사람이 주말이라도 지방에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응이다. 인구소멸지역에선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 활성화를 위해 체류인구, 생활인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때문에 세컨드 홈 정책이 인구 소멸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쉬운 것은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인구감소지역은 투자 이점이 거의 없고, 연천이나 강화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 수요 확보가 어렵다. 지방에서 이름이 알려진 주요 도시나 관광지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활용될 가능성이 커 일부 지역에 편중될 수 있다. 세컨드 홈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지방 인프라 확충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인구를 유입할 만한 기반시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안전과 교통, 의료시설, 상하수도, 공공서비스 등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 한시적·계절적인 사용 특성에 따른 영향에도 주목해야 한다. 조건과 상황이 열악한 곳일수록 더 많은 혜택과 보완이 필요하다. 세컨드 홈 정책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목표를 모두 담아내기에 무리가 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인구 유입을 위해선 일자리 등 다양한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입법과 정책으로 세밀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사설] 당선인들 정쟁보다 지역 현안 챙기는 데 주력해야

22대 총선은 서로 상대를 심판한다는 프레임 공방이 극심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 심판’을 강조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공약 경쟁은 안 보이고 막말·선동·헐뜯기 등이 난무해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선거였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 전략으로 ‘김포시의 서울 편입’ 공약을 내걸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목련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것”이라고 선동했다. 여당이 참패했고, 목련꽃이 졌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포의 서울 편입은 사실상 폐기됐고, 김포시는 여전히 경기도에 속해 있다. 선거 때 나온 말들이 ‘오로지 당선’을 위한 것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지만 유권자를 우롱한 꼴이 됐다. 총선 공약 중 전 국민에게 돈을 뿌리고, 세금을 깎아주고, 여기저기 개발하겠다는 공약이 수천 건이나 된다. 특히 경쟁하듯 쏟아낸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은 수백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재정 여건과 실현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내건 공약들이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다. 또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일보가 22대 총선 경기도 당선인들의 주요 공약을 분석했다. 도내 당선인 대부분이 윤석열 정권 심판과 관련, 정치·검찰 개혁 공약과 법안 제출 계획 등을 앞다퉈 제시했다. 민주당 당선인이 많기 때문이다. 도민 입장에서 보면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지역 현안 관련 공약이 적어 아쉬움이 많다. 그나마 수도권 규제 해소 공약 및 관련 법안 제출 계획은 이중 삼중의 규제로 지역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 동북부 당선인들이 주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당선인(이천)은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 규제개혁’ 방안으로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허용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 안태준 당선인(광주을)은 “팔당상수원 중복 규제 등의 합리적 조정 추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김성원 당선인(동두천·양주·연천을)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상 등을 공약했다. 민주당 박정 당선인(파주을)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통한 중첩 규제 해소와 군사시설보호구역 70%대로 축소를 약속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이 경기도 9대 총선 공약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추진’을 제1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도당은 수정법 개정을 통한 경기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 성장촉진권역 신설, 과밀억제권역 일부 지역 성장관리권역 지정을 약속했다. 이 공약이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당론으로 정치·검찰 개혁에 나설 수 있지만, 지역구 당선인들은 이와 별도로 지역 현안을 챙겨야 한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은 지역 발전이고 삶의 질 향상이다. 지역 유권자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힘, 감투싸움 2년에 다 잃었다

국민의힘 참패는 경기도의회도 뒤흔들었다. 10일 치러진 도의원 보궐선거 결과다. 안산8, 오산1, 화성7 등 3개 지역에서 있었다. 민주당 소속 후보(이은미·김영희·이진형)가 모두 이겼다. 안산8은 국민의힘 의원이 있던 자리다. 민주당이 1석 늘고, 국민의힘이 1석 준 셈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77석, 국민의힘은 76석이 됐다. 개혁신당은 2석이다. 이런 경우 1석은 의미가 다르다. 도의회 주도권을 완전히 잃은 것이다. 당장 후반기 도의장 선출이 있다. 거론되는 차기 의장 후보군이 많다. 민주당의 경우 시흥 출신 4선 김진경 의원이 유력한 후보다. 국민의힘에서도 김규창·김호겸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의석수대로 진행된다면 민주당의 차지가 된다. 전반기 의장도 민주당 소속 염종현 의원이었다. 변수로 개혁신당 2석을 얘기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지 않다. 2명 모두 민주당에서 탈당한 의원이다. 이준석 당선인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한다. 이쯤에서 2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전반기 의장을 선출할 때 모습이 생생하다. 경기도의회 회의규칙에 1차, 2차, 결선 투표가 규정돼 있다. 결선에서 동수라면 연장자가 맡는다. 연장자는 국민의힘에 있었다. 그런데 1차부터 국민의힘 내부 분열이 생겼다. 의장 선출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 양해를 얻어 뒤늦게 투표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었고, 2차 투표로 갔다. 거기서 민주당 의원이 83표를 얻었다. 국민의힘 이탈이 최소 다섯 표다. 이렇게 ‘연장자 찬스’를 걷어찬 국민의힘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내부 싸움이 있었다. ‘의장 감투 싸움’이 아니라 ‘당 대표 감투 싸움’이었다. 일부 소속 의원들이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법원이 대표 선출을 부정하는 결정을 했다. 사상 초유의 ‘1당 2대표’ 상황이 됐다. ‘78 대 78’이라는 황금 비율에는 균형을 명한 유권자 뜻이 있다. 그 신성한 명령을 국민의힘은 내부 갈등에 쏟아부었다. 탐욕이 줄줄 흐르는 감투 쟁탈전에 썼다. 그러다 이렇게 됐다. 보궐선거 3곳을 모두 잃었다. 소수 야당으로 전락해 주도권을 잃었다. 후반기 도의장 자리도 잃을 판이다. 갈등이 여전해 76석 결집조차 난망하다. 혹시, 이런 결과를 남 탓으로 보고 있나. ‘중앙당’ 탓하고, ‘대통령’ 탓할 건가. 씨도 안 먹힐 소리다. 2년 전, 그 ‘중앙당’ ‘대통령’ 덕에 단 게 지금의 배지다.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는 경기도에서 유난했다. 그 배경에 국민의힘 도의회가 보여준 ‘난장판 2년’이 있다. 경기도의원 의석은 경기도민이 준다. 2018년, 자유한국당에 4석을 줬다. 2022년, 국민의힘에 78석을 줬다. 2026년, 몇 석을 줄 거라고 보는가. 닷새 전 잣대로 2년 뒤를 상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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