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 잇는 학교 통폐합, 폐교 주민활용 방안 등 모색해야

심각한 저출생 여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수가 매년 크게 줄면서 통폐합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통폐합한 초·중·고교가 72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2021∼2023년 통폐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4개교, 2022년 27개교, 2023년 21개교가 통폐합했다. 통폐합한 72개 학교 중 80.6%(58개교)는 초등학교였고, 중학교 11곳, 고등학교 3곳이었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16개교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기도가 12개교로 초등학교 9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었다. 이어 전남 10개교, 경북·충남 각 8개교, 경남·충북·부산 각 4개교, 전북 3개교, 대구 2개교 순이다. 이 기간 인천은 문 닫은 학교가 없다. 학교 통폐합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초등학교 학생 수가 2021년 267만2천287명에서 지난해 260만4천635명으로 줄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2030년 초등학교 학생 수는 161만명으로 떨어진다. 9년 만에 100만 명 이상 줄어드는 것이다. 문을 닫지 않은 학교의 상당수도 전체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5곳 중 1곳은 전교생이 60명 이하로, 한 학년 평균 학생 수가 10명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 교육통계 연보’를 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6천175개교(분교장 제외) 가운데 23.1%인 1천424개교가 전교생이 60명 이하였다. 전남이 212개교로 가장 많고 경북 207개교, 전북 206개교 등의 순이었다. 경기는 107개교, 인천은 17개교다. 전교생이 30명 이하인 ‘초미니’ 초등학교도 많다. 지난해 584개교로 전체의 9.5%를 기록했다. 학교 통폐합은 저출생 가속화로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학교 통폐합으로 지역별 교육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농·산·어촌·벽지 학교는 통폐합으로 학생들이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하는데, 수도권·신도시 지역은 과밀학급과 교원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란 의미다. 이에 대한 교육당국의 대책은 부족하다. 과원 교사를 예측하고 대비 계획을 세우는 곳이 거의 없다. 통폐합을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니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살릴 수 있는 소규모 학교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활동을 위해 인력·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통폐합을 해야 한다면 폐교를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설] 공시가 현실화 폐지, 부자 감세·선거용 지적 많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전면 폐기된다. 정부가 지난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로드맵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으로 낮추더니, 아예 폐기를 공식화했다. 2025년 공시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공시가 현실화 폐지는 1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2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공시가격을 매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는 소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시행했는데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의 고통만 커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무모하다”고 비난하며 폐지하기로 한 공시가 현실화 계획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1월 발표한 ‘시세의 50~70%에 머무는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90%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 행정·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부동산 시세와 공시가의 괴리가 크고 지역별·주택유형별로 시세 반영률에 차이가 커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현실화 계획이 도입됐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2021년부터 적용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키로 한 것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안정성을 회복하고 국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가 도입된 이후 통상 연평균 3% 수준으로 오르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연평균 18% 상승했다. 특히 집값 급등기에 시세반영률을 높여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국민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됐다고 했다. 국토부 발표대로 공시가격 현실화가 폐지되면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경감될 것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의 주된 수혜자는 고가 주택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시가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세 부담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는 게 조세정의에 부합하는데, 공시가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형평성 개선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아지는 역전현상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현실화 계획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무기한 연기했다. 다시 외부 연구용역을 시작한 상태에서 폐지를 공식화한 것은 적절치 않다. 이는 법 개정 사안이기도 하다. 국회 협의가 있어야 한다. 시세 변동에 유연하게 연동되면서 시가와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형평성 차원에서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 주택 등 지역·유형·가격대별 시세 반영률을 맞추는 작업도 필요하다.

[사설] 무관심 서수원 선거, 산적한 현안 어쩌려나

수원을은 과거 권선구로 구획되던 곳이다. 선거구 조정 이후 일부가 변경됐다. 현행 행정구역은 평동, 서둔동, 구운동, 금곡동, 호매실동, 입북동(이상 권선구)과 율천동(장안구)이다. 이 지역은 오랜 기간 서수원권이라고 불렸다. 수원특례시에서도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수원 과거를 상징하는 낙후 지역이다. 수원의 현재를 가늠할 개발 투자지다. 수원의 미래를 책임질 개발 희망지다. 지역의 과거, 현재, 미래가 전부 있다. 입북동에 R&D 사이언스파크가 추진 중이다. 면적 35만7천㎡, 투자 비용 2천955억원이다. IT·BT 분야 연구집약시설이 구상되고 있다. 해당 면적의 98%가 개발제한구역이다. 수원특례시가 2014년부터 추진했는데 잘 안 됐다. 또 다른 개발제한구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컸다. 다행히 전체 면적의 90%를 소유한 성균관대가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할 시점이다. 국토부 협조 등 대정부 과제가 많다. 기업유치를 해낼 땅도 모두 이 지역에 있다. 민선 8기 수원특례시의 목표가 기업유치다. 이재준 시장의 1호 공약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업을 데려올 만한 땅이 없다. 2022년 수원이 배정받은 공장총량은 350㎡가 전부다. 전년도 공장 유치를 기준으로 배정한 크기다. 그래서 추진하고 있는 부지가 탑동 이노베이션 밸리다. 지난해 6월 개발계획 고시를 했다. 여기에 기업을 유인해내야 한다. 역시 수원을 지역이 풀어 갈 현안이다. 신분당선 초기 착공도 지역 숙원이다. 서둘러 광교 등 신도심과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수원 군공항 이전, 이것도 이 지역 한(恨)이다. 소음 피해 반세기, 절차 답보 십수년이다. 풀지 못하면 ‘낙후된 수원을’로 남는다. 풀어 내면 ‘잘 사는 수원을’로 큰다. 현안의 중대함이 수원의 갑, 병, 정, 무와 비교도 안 된다. 지방 정부, 중앙 정부와의 협조가 절대 필요하다. 이를 풀어낼 힘이 정치력이다. 중대한 총선이다. 너무 조용하다. 전국 최대 관심사가 수원이라고 한다. 여기서도 ‘수원을’은 안 보인다. 이유야 뻔하지 않겠나. 흥미 위주의 보도 선택 때문이다. ‘수원을은 재미가 없다’는 여론이 있다. ‘해보나 마나 민주당’이라는 얘기도 있다. 백혜련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신출내기를 공천했다. 홍윤오 전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이다. 지역과 특별한 연고도 없는 신인이다. 지역 국민의힘조차 아직 시큰둥하다. 이러니 열기가 없고, 보도도 없다. 그렇다고 지역민이 눈감고 귀닫는 것은 아니다. 얼핏얼핏 비치는 댓글에 치열한 의견이 나온다. ‘백혜련 의원이 했던 공약은 뻥카냐’, ‘홍윤오 후보가 수원을 아느냐’. 필설로 옮기지 못할 거친 표현도 양쪽을 향한다. 지나친 선거 과열은 나쁘지만 지나친 선거 무관심도 나쁘다. 그게 ‘서수원’ 수원을 지역구라면 더 그렇다. ‘50년 낙후의 땅’으로 남느냐 ‘500년 미래의 땅’으로 가느냐는 선거다. 검증 안 한 선거가 4년을 까먹는다.

[사설] 물가는 민생경제 핵심, ‘특단의 조치’ 최선 다해야

먹거리 물가가 폭등해 떨어질 줄 모른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과·배 1개 가격이 4천~5천원씩 하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 채소 가격도 마찬가지다.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꺾이지 않는 가운데 외식비, 가공식품 부담도 만만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외식부문을 구성하는 세부품목 39개 중 1년 전 대비 가격이 떨어진 품목이 하나도 없었다. 이 중 70%인 27개 품목은 평균 상승률(3.1%)보다 높았다. 라면·우유·빵 등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 정도다. 정부가 농산물을 비롯한 주요 식료품 물가를 잡기 위해 나섰다.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내놨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간, 품목,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할인 지원을 전폭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정부 대책에는 사과·배 수요를 대체할 수 있도록 수입 과일·농산물·가공식품에 대한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물량도 무제한으로 풀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지난 15일 마련한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 1천500억원의 즉각 투입이 필요한 경우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정부가 뒤늦게 과일·채소 납품단가 지원 규모를 늘리고 전통시장 농산물 할인상품권 추가 발행에 나섰지만 효과는 불확실하다. 사과 값을 잡겠다고 큰소리치면서 국내에 보관 중인 사과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비상 대응책으로 물가가 빠른 시일 내 안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고, 국제 유가도 오름세다. 대내외적인 물가 불안 요소들이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가격 안정을 위한 지원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민생경제의 핵심은 물가다. 정부는 말로만 ‘특단의 조치’를 언급할 게 아니라, 시장에서 체감할 수 있게 물가 안정을 위해 정책 역량을 쏟아야 한다. 생산과 소비, 유통 과정 전반에서 물가 불안을 초래하는 요소가 있는지 감시하면서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간에서도 수입 비용에 비해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거나 담합 행위를 하지 않는 등 물가 안정에 동참해야 한다.

[사설] 의료대란, 여야 정치는 주판만 튀기고 있다

의사 파업, 올 것이 오고 있다. 경인지역 의대 교수들도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 수원 아주대 의대가 12일부터 설문조사를 했다. 소속 교수 400여명 가운데 261명이 응했다. 응답자의 96.6%가 단체 행동에 공감했다. 이 중 77.8%는 사직서 제출 의향을 밝혔다. 인천 인하대 의과대 교수회도 성명을 발표했다. ‘협박’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직서 제출 등 단호한 행동에 나설 것을 확인했다. 기폭제가 될 전국 의대교수비대위 3차 회의가 22일이다. 대학병원의 의료진 구멍은 이미 심각하다. 아주대병원은 전공의 225명 중 다수가 사직서를 내고 이탈해 있다. 치과 의사를 제외하면 650명이다. 전체 30%가량이 빠져 있는 상태다. 인천에서도 지난 15일 오후 기준 11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540명 가운데 471명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이들 중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전공의는 365명이다. 병상 가동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상급종합병원 57.5%, 종합병원 76.8%, 공공의료기관 64.2%다. 의사 파업-정부·의료계 갈등-도 한 달을 넘겨간다. 파업 참여 의사들의 반응이 극과 극이다. ‘2천명 숫자 포기’를 정상화의 조건으로 말하는 이도 있다. ‘영원히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틈바구니에서 환자 고통만 커져 간다. 수술 지연과 진료 취소 등 환자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 피해신고 사례가 1천300건을 넘었다. 의료 불편 등의 일상적 피해는 훨씬 많다. 여기에 교수 파업까지 목전에 온 것이다. 때마침 정치는 총선판이다. 민원 있는 곳마다 정치인들이 찾아 다닌다. 되는 공약, 안 되는 공약을 막 던진다. 의사 파업은 가장 큰 현안이다. 국민의 건강·생명이 걸려 있다. 세계 의사들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런데 희한하다. 정작 우리 정치는 입 닫고 피해 다닌다.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이다. 무한 책임이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관련 얘기는 없다. 민주당은 거대 야당이다. 이재명 대표도 음모론 비판 이외에는 별 의견이 없다. 표(票) 계산이 아직 안 끝난 것이다. 환영 받을지 욕 먹을지 확신이 안 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침묵할 수가 없다. 전국을 이 잡듯 뒤지고 다니는 각 당이다. 유독 이 문제에만 말을 아끼는 이유가 이것 말고 있나. 여기서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2002년 11월 노무현 대선 후보가 ‘전국 농민 대회’에 갔다. 쌀 수입으로 분노가 극에 달했던 농민이었다. 달걀이 날아와 얼굴에 맞았다. 그가 말했다. “어떻게 환영받는 곳에만 가겠나.” 이게 국민을 위한 정치 아닌가. 이게 국민에게 부여받은 의무 아닌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양당의 대표자들. 모두 직무 유기다. 이제 그만 외면하고 문제 핵심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리고 비방이 아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천명이 맞나. 너무 많은가. 그러면 몇 명이어야 옳은가.

[사설] 박지원·김종인을 여전히 찾는 게 한국 정치

2016년 4월에도 선거가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이 파란을 일으켰다. ‘74세 박지원’이 당선자 중에 있었다. 20대 국회 지역구 최고령이다. 인사말이 모두를 미소짓게 했다. “우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그분 덕에 제가 젊어 보인다.” ‘76세 김종인’은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이렇게 둘은 8년 전에 고령 경쟁을 했다. 그 후로도 둘은 왕성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란했다. 또는 여의도에서, 또는 대선판에서 중심이었다. 엊그제 박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해남·완도·진도 경선에서 이겼다. 30대, 40대도 나가떨어지는 경선판이다. 물론 나이가 공천의 기준일 순 없다. 그래도 82세 박 의원 공천은 언론 뉴스감이다. 일성이 그답다.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당당히 공천 받았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더 막강한 위치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이다. 이낙연을 기획 퇴출케 하고 앉았다. 당 인기가 없어 인물난이라지만, 그래도 그는 공천권자다. 모두가 아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범죄 전과자들이다. 박 전 의원은 기업 두 곳에서 뇌물을 받았다. SK 3천만원, 금호 7천만원이다. 2006년 징역 3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 받았다. 감옥에 갔다가 특별사면 받았다. 김 위원장은 1993년 동화은행 사건으로 구속됐다. 청와대 경제수석 때 2억1천만원을 받았다. 역시 유죄로 징역형을 받았다. 수십 년 전 음주 전과에도 날아가는 게 정치다. 하물며 뇌물에 징역형이다. 그래서 둘이 놀랍기까지 하다. 공통점이 또 있다. 변절의 달인이다. 박 전 의원은 DJ의 적자를 자처하며 잘나갔다. 그 이후 역대급 변절이 시작됐다. 대통합민주신당, 민생당, 대안신당, 무소속, 민주평화당, 국민의당이다. 이번에 다시 더불어민주당이다. 대개가 정치생명을 위한 변절이었다. 김 위원장의 변절은 차라리 자산이다. 90년 ‘신군부’의 국보위에 참여했다. 민정당, 민주당계를 오갔다. ‘박근혜-문재인’ 캠프를 번갈아 오갔다. 선거 기술이다. 김종인 매직이라고 불린다. 이번 총선에서 나돈 말이 있다. ‘올드 보이 귀환’이다. 76세 이인제, 71세 정동영, 70세 천정배 등에게 나온 표현이다. 나이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다. 개인적 탐욕과 부정적 발자취를 지적한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박지원·김종인에의 평가가 이들과 달라야 할 이유가 있나. 화려한 언변으로 혹세무민했다. 말초적 감각으로 정치를 어지럽게 엉클어 놓았다. 그 결과로 남은 것은 하나다. 변절, 왜곡, 혹세무민이 판을 치는 정치를 만들었다. 아닌가. 우리가 기억하는 70대, 80대 세대의 모습이 있다. 광복과 전쟁의 폐허에서 나라를 구했다. 산업화 현장을 배 곯며 뛰었다. 노년에도 일 못 놓고 자식을 위해 산다. 박지원·김종인에게는 찾을 수 없는 모습이다. 그런 둘을 또 보게 된 2024년 총선이 씁쓸하다.

[사설] 최고치 기록한 사교육비, 실효성 있는 해법 제시해야

사육비가 3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3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무려 27조1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조2천억원인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수는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줄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 총액은 늘어났다. 이는 N수생 17만명이 재수학원에 쓴 학원비 3조원이 빠져 있는 수치로 이것까지 포함하면 30조원이 넘는 액수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히는 등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동시에 공교육을 더욱 강화해 초중고 사교육비를 전년 대비 6.9% 줄어든 24조2천억원으로 감소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는 증가해 정부의 정책 목표가 무색해진 것이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들이 쓴 사교육비가 1인당 월평균 43만4천원으로 1인당 사교육비는 전년도보다 5.8%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을 웃돌았고,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하면 4년 만에 30% 증가했다. 이런 사교육비 증가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지난해 킬러문항 배제 논란으로 수능 출제 기조가 변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진 대학 입시를 앞둔 많은 고교생들이 학원을 찾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7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으며, 이는 전체 사교육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속도로 증가했다. 특히 경기지역의 경우 일반계 고교생 월 사교육비는 61만7천원으로 2009년 이후 최고치다. 높은 사교육비는 국가 발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최근 국가 소멸론이 대두될 정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의 요인 중 하나가 높은 사교육비 지출이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는 저출산 현상(2015~2022년)의 약 26%가 사교육비 증가에 기인한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치솟는 사교육비 부담이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니, 지난해 출산율은 0.72명이며, 금년에는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우리 사회의 높은 교육열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발전의 동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높은 사교육비가 저출산과 같은 요인으로 작용해 국가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선 공교육의 혁신적 개혁이 없이는 사교육 시장의 카르텔을 잡을 수 없다. 정부는 사교육 시장의 증가 요인이 되는 수능을 비롯한 입시제도의 개혁과 함께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학벌주의와 학력주의를 극복할 실효성 있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사설] 수원 군공항 공약, ‘안 될 약속’은 걸지도 마라

수원지역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공항 공약을 발표했다. 수원 군 공항 이전, 경기국제공항 유치 연계, 군 공항 종전부지 첨단산업 거점화 등이다. 김영진 국회의원(수원병)은 “민주당 후보 모두 수원 군 공항 이전을 통한 첨단 산업 경제 특구 조성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김준혁 예비후보(수원정)도 “공통 공약 제시는 다섯 의원이 합심해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21대에 이어 두 번째 공통 공약 채택이다. 국민의힘도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공항 이전이 장기 과제인 점을 감안했다. 인접 지역 고도 제한 완화와 소음 피해 보상 강화를 약속했다. 방문규 수원병 예비후보는 “시민에게 (화성시와의) 합의 난항에 따른 어려움을 밝히고 주민 재산권 침해, 피해 보상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책임도 거론했다. 박재순 수원무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석권한 10여년간 수원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정부 공항 계획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1954년 공군 관할이 시작됐다. 1980년대 이후 민원이 시작됐다. 2013년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2015년 국방부의 이전 승인이 있었다. 예비 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가 결정됐다. 매 역사를 따라 정치가 공약했다. 우리 정치사에 이런 공약이 또 있었을까 싶다. 수를 세기 힘들 정도로 반복됐다. 하나같이 거짓말 공약이 됐다. 그게 또 시작된 것이다. 서로 ‘우리가 현실성 있다’고 한다. ‘반드시 지키겠다’고 한다. 두 정당의 공약이 다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은 주로 공항 이전의 청사진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 상태의 피해를 구제하겠다고 약속한다. 각 당 지지자들의 평가는 당연히 편향적이다. 민주당의 공약이 미래를 연다고 평가하거나 국민의힘 공약이 실현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는 어떤 판단도 하지 않기로 한다. 신뢰도 없고, 기대도 없다. 수없이 스쳐간 공항 공약에서 얻게 된 교훈이다. 어차피 추상같은 판단은 유권자의 권한이다. 작금의 ‘공항 정치’에는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검증하지 않고 무조건 받았다. 비판하지 않고 무조건 믿었다. 큰 잘못이다. 이 무책임과 무관심의 역사를 이제 끝내야 한다. 과거의 실패 이유를 물어야 한다. 공약이 날아갔다면 따지는 게 당연하다. 미래 공약을 분석하고 추궁해야 한다. 임기 4년에 할 수 있느냐, 얼마를 주겠냐고 따져 물어야 한다. 후보자에겐 공약을 던질 권리가 있다면 유권자에겐 그 공약을 따지고 채점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끈 문제라고 수십 년 끌진 않는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공항 선거’일 수도 있다.

[사설] 환자 볼모로 극단 치닫는 의•정, 합리적 타협점 찾아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만2천여명이 병원을 집단 이탈한 상황에서 의과대학 교수들도 집단 사직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서울대, 연세대, 아주대 등 19개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 복귀를 위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들은 15일까지 학교별로 교수들의 사직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4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동맹 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유급 처리가 임박했다. 전체 의대생의 75%인 1만4천여명의 휴학 신청자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수업일수 부족으로 집단 유급을 당하게 된다. 의대 교육이 파행하고 의사 배출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진다. 이에 의대 교수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의료 공백 사태 해결과 전공의·의대생 보호를 위해 나서고 있다. 의대생 집단 유급은 의료 공백 사태의 장기화를 불러오게 된다. 의대 교수들은 “비대위의 목표는 의대생과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해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것”이라며 정부에 협상을 요청했다. “의대 증원을 1년 늦추고 논의를 계속하자”는 제안도 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단호하다. “흔들림 없는”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의대 증원에 대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대화 의지가 없는 듯하다. 정부는 “어렵고 힘들어도 미래세대를 위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전공의와 의사협회 등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답답한 형국이다. 의사가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전공의가 이탈한 병원에서 중증·응급환자를 보고 있는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의료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환자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부 탓도 크다. 정부도 환자를 볼모로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비상 진료체계는 허술하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자리를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진료보조(PA) 간호사들이 메우고 있다. 은퇴 의사도 불러들이고 있다. 이런 임시방편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정부의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은 해법이 아니다. 의·정 갈등이 심각한데 여야는 총선에 몰두하느라 관심도 없으니 한심하다. 정치의 실종이다. 의·정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기 전에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사협회·여야·국민·교수·전공의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협의체가 의·정 대치의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치킨게임은 안 된다.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사설] 퍼주기식 총선 공약, 실현 가능성 얼마나 될까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각 정당의 총선 10대 공약은 14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책, 격차 해소, 기후위기 대응 등 세가지 기조를 중심으로 △일·가족 모두 행복 △서민·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 △교통·주거 격차 해소 등 10대 분야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 미래 희망, 민주 수호, 평화 복원 등 네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민생 지원 △저출생 해결 △기후위기 대처 등 10대 분야 정책을 내놨다. 양당은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65를 기록하는 위기 상황을 반영하듯 ‘저출생 해결’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구체적 방향에선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은 ‘인구부’ 신설과 아빠 출산휴가 1개월(유급)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200만원으로 인상, 초3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 신설 등 일·가정 양립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은 신혼부부 1억원 대출과 자녀 수에 따른 원리금 차등 면제, 다자녀 부부 공공임대주택 지원, 아이 1명당 월 20만원 아동수당 등 현금성 지원 중심의 대책을 발표했다. 기후위기 대응도 공통 공약이다. 여당은 기후위기 대응기금 두 배 확대, 기후테크 사업 육성을 약속했다. 야당은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기업 RE100 지원 개선을 내놨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도 양당 모두의 공약이다. 차별화된 공약도 있다. 경기 분도와 김포·고양 등 서울 편입을 띄운 국민의힘은 노후한 옛 도심 개발 등 국토 개발 공약이 많다. 경부선·경인선(인천역∼구로역) 등 철도·주요 고속도로 지하화를 추진하고, 전국 주요 권역에 GTX 등 광역급행열차를 도입한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개혁, 공영방송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 보장, 대통령 거부권 및 사면권 한계 명문화, R&D 예산 국가예산 대비 5% 확보 등을 내세웠다. 양당의 공약은 전반적으로 ‘퍼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재원 마련 대책은 국가재정운용계획(2023~2027년)에 따른 예산증가분, 지출 구조조정, 세입증가분, 민간 개발로 발생한 이익 활용 등으로 대동소이하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원 펑크 났다. 민자유치도 쉽지 않다. 재원 마련이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공약의 상당수가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다. 여야 공약이 형식적 발표에 그쳐선 안 된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국민을 우롱해선 안 된다. 네 편·내 편 갈라치기 하며 특정층 감성에만 호소하는 구태정치를 지양해야 한다. 일례로 공약을 믿고 간병비 보험 적용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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