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대책·전세난 등도 꼼꼼히 챙겨야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이 드디어 추진된다. 정부가 오는 11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내에 최소 2만6천가구를 재건축 선도지구로 선정하기로 했다. 분당이 8천가구로 가장 많고 일산 6천가구, 평촌·산본·중동이 각각 4천가구다. 여기에 1기 신도시별로 지자체가 선도지구를 1~2개(2천~4천가구) 추가 선정할 수 있게 허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분당의 경우 1만2천가구, 일산 9천가구, 평촌·중동·산본 각 6천가구 재건축이 가능해 최대 3만9천가구 규모가 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시행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선도지구의 구체적인 규모와 선정 기준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다섯 곳에서 재건축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일종의 시범단지다. 선도지구가 되면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적률 상향, 용도지역 변경 등 각종 규제가 완화된 상태에서 재건축이 이뤄진다. 선도지구는 내년에 재건축을 시작해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1기 신도시는 상하수도 배관 부식이나 누수, 도로 침하 등 노후화로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해 왔다. 때문에 재건축을 통해 입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생활·교통 인프라를 갖춘 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노후 신도시 재건축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고, 연관 산업을 활성화하고,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주민 동의부터 시작해 분담금 문제, 이주대책으로 인한 전세난 등 우려되는 점이 여러 가지다. 업계에선 정부 예상대로 2030년 입주가 가능할 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규모 이주로 인해 사업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 8천가구 물량이 확정된 분당의 경우 2027년부터 이주에 들어가는데 기존 주택 철거에만 최대 3년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대규모 정비가 한꺼번에 이뤄져 전세대란이 걱정인데 이번에 이주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대규모 이주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전셋값이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도지구 선정 기준 중 배점이 60점으로 가장 높은 주민동의율도 큰 잡음이나 시비없이 잘 진행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주민 간 이해가 상충돼 소송이 난무하고 사업 추진이 중단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건설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수급 등도 신경 써야할 문제다. 공사비 상승이 사업 진행의 발목을 잡고, 분담금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대규모 재건축에 따른 과제가 많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사설] 생계형 절도 ‘현대판 장발장’ 급증,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안산에 사는 한 고등학생이 등교 전 편의점에 들러 수시로 삼각김밥을 훔쳤다. 삼각김밥 절도는 한 달 넘게 이어졌고, CCTV 확인을 통해 꼬리가 잡혔다. 이 남학생에겐 딱한 사정이 있었다. 남학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원하는 다가구주택에서 장애를 가진 아버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다. 부모에게 용돈이나 밥값을 달라고 말 못하는 처지라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인근 편의점에서 종종 삼각김밥을 훔치게 된 것이다. 안산상록경찰서는 이 남학생의 범죄 대신 열악한 생활 형편에 주목했다. 무조건 처벌하기보다 온정을 베풀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청소년선도위원회를 개최, 어려운 형편을 참작해 즉결심판에 넘기기로 했다. 선도 차원에서 처벌을 감경받을 수 있게 한 조치다. 경찰서는 이와함께 협력단체인 천사봉사단을 통해 남학생이 끼니를 거르지 않게 졸업 전까지 쌀을 지원하기로 했다. 배가 고파 삼각김밥을 훔친 고등학생에게 무조건 처벌 대신 선도를 하고, 쌀을 지원키로 한 온정이 감동이다. 안산상록경찰서의 조치는 현명했다고 판단된다. 경기일보 22일 자 1면에 이런 기사가 실리자, 인터넷판에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이란 글이 수백건 올라왔다. 도와주고 싶다, 청소년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지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등의 응원 댓글도 이어졌다. 삼각김밥을 훔친 이 청소년 같은 생계형 범죄자, 일명 ‘현대판 장발장’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침체 속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등 ‘3고’ 현상 심화로 서민들의 경제 고통이 커진 가운데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3월 강원 원주시의 대형마트에선 한 여성이 분유와 기저귀 등 생활용품을 들고 계산대를 지나치다가 적발됐다. 경찰에 붙잡힌 이 여성은 비혼모였다. 같은 해 12월 경남 밀양시에선 70대 홀몸노인이 마트에서 우유와 아몬드 등 1만7천원어치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노인은 배가 너무 고파서였다고 했다. 절도는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쪽에선 ‘오죽하면...’이라는 동정론이 나온다. 생계형 범죄의 경우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자체와 국가 등 우리 사회의 책임도 크다. 전문가들은 절취는 분명한 범죄 행위이지만 그 사안에 따라 형사적 제재보다 복지 차원의 도움이 재범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망을 더욱 촘촘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빈곤 홀몸노인들의 절도 문제가 심각한 만큼 경제·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사설] 임기 1년 정책지원관이 일할 수 있겠나

경기도의회가 또 정책지원관을 모집한다. 15명을 뽑는 데 148명이 응시했다. 평균 경쟁률 9.9 대 1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명 모집에 29명이 지원했다. 보건복지위원회도 2명 모집에 25명, 건설교통위원회가 3명 모집에 15명이 지원했다. 많은 도민이 이번 선발을 궁금해한다. 불과 1년 전 요란하게 정책지원관을 모집했다. 높은 경쟁률 속에 78명이 임명됐다. 그랬는데 15명을 또 뽑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불과 1년짜리 짧은 임기 때문이다. 정책지원관에는 정부 가이드 라인이 있다. 등급, 정원, 임기에 대한 범위를 정했다. 광역의회 6급 이하, 기초의회 7급 이하다. 정원은 의원 정수의 50% 이내다. 임기는 1~2년이다. 경기도의회는 직급과 정수에서 가이드 라인의 최상한선을 택했다. 직급은 6급, 정원은 의원의 50%다. 임기는 하한선인 1년에 맞췄다. 인접한 서울시의회가 2년 임기를 택한 것과 대비된다. 5년까지 재임용 될 수는 있다. 매년 휘두를 재임용 무기를 의원들이 쥔 셈이다. 지난해 선발된 정책지원관은 78명이다. 이 중 15명이 재임용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여기엔 스스로 사임한 경우도 있다. 다 포함해 5명 가운데 1명은 1년 만에 잘린 것이다. 사실 정책지원관의 임기 문제는 가이드 라인 때부터 있었다. ‘1~2년’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물며 경기도의회는 이 중에도 하한인 1년이다. 1년마다 의원들의 평가를 받도록 해놨다. 주종 관계가 불가피하다. 소신 있는 연구나 부당 지시 거부도 어렵다. 정책지원관의 본업은 의정 활동 지원이다. 자료 수집·조사·연구 업무를 수행한다. 주민 의견을 수렴·검토도 하고 회의·토론회 개최도 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개인 보좌관으로 이해한다. 도입 1년도 안 된 경기도의회에서도 계속 불거진 화두다. 도의원 지역구 민원 해결에 동원되고, 의원 표창장 발급 업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해서도 안 되고 시켜서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한다. ‘20% 탈락’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첫해 모집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정책지원관이다. 전직 지방의회 의장도 지원했고, 고위직 공직자들도 있었다. ‘의원 위에 지원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5명 중 1명이 1년 만에 잘려 나갔다. 능력이 없어서였을까. 애초에 잘못 뽑은 것일까. 당사자들로부터 곡절을 경청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도한 고용 불안은 아닌지. 의원 예속의 부당함은 없었는지. 임기 1년이 문제는 없는지. 당사자들이 말할 답이 있을 것이다.

[사설]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행위, 신상공개 등 처벌 강화해야

음주운전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10명 중 4명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뒤에 또 음주운전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경기도에서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총 18만3천240건이다. 2019년 3만6천485건, 2020년 3만6천649건, 2021년 3만3천30건, 2022년 3만8천784건, 지난해 3만8천292건 등 매년 3만건 이상이다. 적발 건수가 3만여건이지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이 기간 재범률은 2019년 41.5%(1만5천176건), 2020년 38.9%(1만4천284건), 2021년 42.7%(1만4천106건), 2022년 39.8%(1만5천460건), 지난해 39.6%(1만5천190건) 등이다. 연평균 재범률이 40.5%에 이른다.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또 하고, 또 한다. 세 번, 네 번씩 하는 상습범도 있다. 음주운전자가 줄지 않고, 재범률이 높은 것은 처벌이 약해서다. 술을 먹으면 어떤 이유로든 운전대를 잡아선 안 된다. 그럼에도 또다시 운전을 하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이 꼽히고 있다. 부산 해운대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2019년부터 시행됐다. 그런데도 음주운전은 물론 재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 수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이는 음주운전에 관대하고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사망·상해사고를 내고도 운전자가 범행을 인정하거나,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지 않거나, 피해자 및 유족과 합의하면 많은 감형을 받는다. 음주운전으로 숨지거나 다쳐도 90%가 실형을 면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와 달리 미국의 일부 주에선 음주 사망사고는 최고 무기징역이고, 영국도 1년6개월∼14년형을 선고한다. 한국에선 ‘과실에 의한 사고’로 취급하지만 선진국에선 ‘부주의에 의한 살인’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면허 취소 기간도 한국은 최대 5년인 데 비해 미국 독일 호주 등은 영구 박탈까지 한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건 잠재적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음주 상태에서 모는 차량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흉기’로 돌변한다. 음주운전자들에 대해 더 이상 관대해선 안 된다. 더 무겁게,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사망 사고 시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하거나, 상습 음주운전자의 신상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을 하면 평생 불이익을 받는다는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사설] 김호중이 갈 곳은 무대가 아니라 경찰서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19일 창원 공연을 마친 뒤 낸 사과문을 통해서다. 그는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며 “크게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범죄 가담 의혹이 있는 소속사 역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경찰 출석 날짜는 현재 협의 중”이라고도 했다. 연예인의 음주운전 잡음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특정 음주운전 사건을 특별히 비난할 의도는 없다. 절차에 따라 수사받고, 법에 따라 처벌받으면 된다. 문제는 김씨가 지난 10일간 국민 앞에 보여준 추한 범죄 행각이다. 음주 정황이 명백함에도 끝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국과수 조사가 음주 가능성을 지목했지만 여전히 굽히지 않았다. 사고 후 강행한 공연에서는 팬들을 앞에 두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장담까지 했다. 돌아보면 언행 하나하나가 범죄 연속이다. 9일 밤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사고 후 미조치 범죄다. 사고 직후 매니저가 김씨 옷을 입고 경찰에 허위 자수를 했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통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다. 정황 증거, CCTV 화면, 식당 측 진술 등이 모두 음주운전을 가리켰다. 그런데도 음주운전은 없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음주 운전 시인도 빼도 박도 못할 상황에 이르러서야 나왔다. 국민의 분노 유발은 이게 끝이 아니다. 오는 23~25일 예정된 공연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슈퍼 클래식으로 불리는 관객 2만명 공연이다. 외국 유명 악단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공연이다. 주최사인 KBS가 손을 뗐다. 하지만 그대로 강행한다고 밝혔다. 15만~23만원짜리 티켓으로 2만명이다. 4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두세 가지 혐의로 곧 소환될 처지다. 구속영장 신청까지 검토되고 있다. 이런 때 보란듯이 공연을 하겠다는 것이다. 소속사 측의 ‘출석 날짜 협의’라는 설명이 불편하다. 증거인멸, 짜맞추기, 거짓말로 점철된 열흘이었다. 그 모든 과정은 범죄 은닉을 위한 증거인멸이었다. ‘증거인멸 우려’는 중요한 구속 사유다. 그런데 무슨 소환 날짜를 협의하나. 개그맨 이창명은 뺑소니 범죄였다. 가수 김상혁은 음주운전이었다. 가수 이루는 운전자 바꿔치기였다. 모두 퇴출당했고, 그 후 유죄였다. 세 명 죄목이 다 더해진 김호중 사건이다. 갈 곳은 무대가 아니다.

[사설] 의대생 증원, 의료계 반대 지나 입시계 찬성 오나

대학 입시가 의대 증원을 전제로 재편되고 있다. 상위권 대학 재학생들의 의대 도전 움직임이 전해진다. 일부 지방권 의대생들의 상위권 의대 진학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각 대학 1학기가 다음 달 중순께 마무리된다. 이를 기점으로 이른바 반수(半修) 도전자들이 늘어날 조짐이다. 여기에 일부 직장인들의 의대 도전 움직임까지 전망되고 있다. 폭발력 큰 대입 시장이 이미 ‘의대생 증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관심을 모았던 의대 증원·배분 집행 정지 신청 재판은 끝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16일 ‘각하’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의료계가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신청이다. 의대 교수, 전공의, 준비생의 신청은 ‘당사자 자격 없음’을 이유로 각하됐다. 의대생들에 대해서만 판단했는데 재판부는 “집행 정지가 필수의료, 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의료계는 대법원에 재항고할 뜻을 밝혔다. 세 번째 판단을 구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항고가 인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선 두 번의 판결 논리를 뒤집을 만한 대법 논리가 나오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여기에 대법원 결정이 내려지는 시기 문제도 있다. 대학입시 요강은 한두 달 내로 확정된다. 이 안에 결정이 나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법정 다툼을 끝났고, 2025년 의대 정원은 1천469명이 될 전망이 커졌다. 기존 정원에 50% 정도가 한꺼번에 늘어나는 셈이다. 전체 입시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강남의 입시학원 관계자들의 증언이 비슷하다. ‘상위권 대학 재학생의 반수 문의가 30%가량 늘었다’고 전한다. ‘동맹 휴학 중인 일부 지방 의대의 저학년생도 반수반 등록을 했다’는 전언도 있다. 의대 도전 수험생은 최상 계층 학생이다. 여기서의 변화는 입시 전체에 연쇄적 영향을 준다.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이 모두 하락하게 된다. 대학교육협의회가 곧 대입전형 계획을 대학에 통보한다. 대학이 이를 반영한 요강을 발표하면 의대 증원은 확정된다. 그 순간부터 의대생 증원은 수험생에 대한 확정적 약속이다. 대입은 ‘입학한’ 학생이 아니라 ‘입학할’ 학생의 영역이다. 의대생과 달리 수험생은 의대생 증원에 찬성한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증원 백지화가 전체 입시에 줄 파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의료계 반대보다 큰 입시계 찬성의 목소리가 가까워 온 듯하다.

[사설]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모델 조속 제시해야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노인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노인문제가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다. 이런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인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는 노인 등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사회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보건·의료 요양·돌봄서비스를 통합한 정책을 말한다. 케어 제도는 스웨덴, 일본 등 선진 복지국가에서 이미 시행돼 노인은 물론 장애인·정신질환자 등의 사회정착에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일명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불리는 커뮤니티 케어의 경우 정부는 2018년 11월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2019년 이에 대한 선도사업 실시 후 단계별 계획에 따라 2026년부터 전국적으로 보편화할 계획이다. 이에 2021년에는 전국 16개 지자체에서 국비 181억8천여만원을 소요했다. 지자체는 대상 유형 중 1개를 선택하거나 여러 개를 융합해 사업을 운영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케어는 전국적인 실시가 불과 2년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의 기본적인 틀이 마련되지 않아 과연 2026년에 목표한 전국적인 실시가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란 명칭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으로 바뀌었는가 하면, 2023년에는 사실상 만 75세 이상 노인에 한정해 불과 35억원을 사용했을 뿐이다. 경기도의 경우 선도사업 당시 부천시 등 4개 지역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부천시와 안산시만 실시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 대한 일관성 없이 추진된 결과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도 제일 많고, 더구나 노인 인구는 지난 4월 기준으로 271만4천125명으로 최고다. 따라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를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제시하면 도내 시·군의 혼란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26년 전국적 실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 키워드는 ‘지역’이며 지역에서 출발해 지역 실정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 시행해야 한다. 일본은 10년 전에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해 지역실정에 따라 고령자가 가능한 한 자기가 살던 정든 지역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돌봄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노인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지 않고도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을 원하고 있음을 돌봄정책에 최우선 반영하기 바란다.

[사설] 리멤버월드파크는 안성시민의 최종 복지다

안성지역 최초의 화장·장사시설이 얘기되고 있다. 시에 접수된 사업은 가칭 리멤버월드파크다. 화장·봉안·자연장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시설의 추진 방식은 100% 민간투자다. 환경·행정 친화적 구성요소들이 포함됐다. 조각공원, 힐링숲 푸른 공간, 원스톱 시스템 등이다. 제안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안성시민의 편의를 위한 배려다. 안성시민 무료 화장이 제안돼 있다. 또 안성 1가구 봉안시설 무료 제공도 포함돼 있다. 화장·장사시설은 곧 복지다. 생을 마감하는 단계에 주어지는 편의와 배려다. 이미 장사시설이 완비된 지역이 많다. 화성·안양·부천·안산·광명·시흥시는 함백산추모공원을 공유하고 있다. 용인시는 평온의 숲, 수원시는 연화장이 있다. 평택시도 독자적인 장사시설을 준비 중이다. 돌아보면 경기 남부권에서는 안성시만 없다. 그래서 안성시민은 천안은 물론 경북까지 원정 화장을 한다. 화장장을 못 구해 4일장을 치르는 일까지 다반사다. 장사시설 건립에는 현실적인 장애가 많다. 화성 함백산추모공원도 인근 수원 주민들과 소송까지 갔다. 5년 가까이 고초를 겪었다. 이천 시립화장시설도 인근 여주시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주시에 가깝다는 이유가 화근이었다. 가평군도 인근 4개 시·군 공동 장사시설을 계획했지만 무산됐다. 이 역시 장소 선정에 대한 반발이 큰 이유였다. 예에서 보듯 장사시설은 시민들에게 여전히 거북하다. 함부로 예단 못할 지역만의 사정이 있다. 우리가 안성 리멤버월드파크 제안과 내용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시작 단계부터 안성시민을 위한 파격 조건이 제시돼 있다. 무료 화장과 무료 봉안시설 제공이다. 안성시민이 타 지역에서 화장을 할 경우 60만~1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봉안시설 사용료도 40만원 이상이다. 해당 지역민은 반만 낸다. ‘화장장 없는 안성’이라 겪게 되는 불이익이다. 이 비용을 할인이 아니라 전액 무료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없었다. 이제 시·군별 화장장은 피할 수 없다. 안성시는 지금 시작해도 이미 늦었다. 이때 제시된 제안이다. 토론할 만하다. 생애 마지막을 위해 타 지역을 가지 않아도 된다. 19만 시민에게 화장과 봉안시설 비용이 무료다. 가장 완벽한 ‘장례 복지’가 될 수도 있다. 시민 공론의 장에 올려 볼 가치가 충분하다. 안성시의 과감한 선택, 시의회의 활발한 토론, 시민의 미래를 대비하는 집단 지성이 필요한 장례 행정이다.

[사설] 경기북부 공동물류센터, 물류 수요·교통망 확충 선행돼야

경기북부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건립이 표류하고 있다. 경기도가 남부와 북부의 균형발전, 중소기업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북부에 공동물류센터를 계획하고 있으나 진척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민선 8기 경기도는 북부지역 인프라 확충을 위해 집중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건립도 그 일환이다. 물류비 절감으로 북부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는 물류 인프라 확충이 어려운 중소 물류기업이 저렴한 임대료로 공동 이용하는 기지다. 공동화, 대형화, 정보화된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스마트 공동물류센터 건립을 통해 남·북부 균형발전과 기업 투자유치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지난해까지 물류센터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2026년까지 착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런 구상과는 달리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북부권에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공공 주도로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려는데 이것도 나서는 기관이 없어 장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상황이 악화돼 사업 타당성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도는 현재 물류센터 사업 대상지도 선정하지 못했다. 도내 주요 물류센터는 28곳이 있다. 이 중 18곳이 경부·영동고속도로가 인접한 경기 동남부 권역에 위치해 있다. 물류센터가 들어서려면 기업이 많아 물류 수요가 넘치고 교통 인프라가 좋아야 한다. 물류센터는 기업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데 경기 북부권은 교통 접근성이 낮고, 생산·수요자가 남부에 비해 열악해 투자 경쟁력이 떨어진다. 경기도는 “물류센터 건립은 기업 의사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지속해서 사업 참여 기업을 찾고, 공공이 민간과 함께 추진하는 방향 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부권은 기업 등 물류센터와 직접된 수요가 많지 않은 만큼 교통 인프라 확충과 충분한 물류 수요 확보를 위한 경제·산업 활성화가 우선돼야 한다. 경기연구원의 스마트 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진단이다. 연구원은 도내 유휴부지나 기존 산업단지 및 물류단지 등 미활용 용지를 발굴, 활용하는 개발 방식의 도입 검토도 강조했다. 북부에 공동물류센터 건립은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건물만 짓는 것은 문제다. 물류 수요가 별로 없고, 교통도 불편한데 건물만 요란하게 지어선 안 된다. 기업 투자 유치와 교통망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이 늘어야 물류도 증가하고 물류센터 활용도도 높아진다.

[사설] ‘다시 교직 선택’ 20%뿐, 교권보호 법•제도 강화해야

교권침해 문제 등으로 교직 인기가 시들해진 가운데 현직 교사 10명 중 8명이 ‘다시 태어나면 선생님을 안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만 다시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하니 교직생활 만족도가 상당히 낮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천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19.7%에 불과했다. 교총이 2012년부터 실시한 아홉 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자 첫 10%대 기록이다. 2016년 52.6%에서 2022년 29.9%, 2023년 20.0%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교직생활에 만족하느냐’고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는 응답이 21.4%에 그쳤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1.7%)였다. 그 다음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4.0%),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잡무’(22.4%)였다. 교원의 26.9%는 ‘몰래 녹음’을 직간접적으로 겪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62.7%가 몰래 녹음 방지기기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올해 3월부터 ‘교권보호 5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67.5%가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26.6%만이 ‘이전보다 교육활동을 보호받고 있다’고 답했다. 교권보호 5법 시행 뒤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초등교사 9천361명을 대상으로 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직무 불만족도가 높았다. ‘현재의 교직생활에 만족한다’는 초등교사는 22.3%였다. 교권 관련 법령 개정 후 근무 여건이 좋아졌냐는 질문에 78.9%의 초등교사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63.9%는 ‘최근 1년간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했다. 실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도 많다. 20~30대 청년 교사들이 빠듯한 임금과 악성 민원 탓에 교단을 떠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올해 기준 초임교사 기본급은 227만원이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한 달 살기 빠듯한 임금이다. 여기에 악성 민원이 많아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우니 이직을 하는 사례가 많다. 일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 현장의 미래가 어둡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데 미래가 밝을 수 있겠는가. 갈수록 교원들이 긍지, 사명, 열정을 잃어가는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교사들이 체감할 수 있게 교권보호 법·제도를 보완하고 행정업무 폐지·이관 등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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