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선(多選)의 첫째 무기는 중량감이다. 정치적인 무게를 뜻하는 게 아니다. 정부를 상대로 하는 영향력을 일컫는 것이다. 지역 공약의 상당 부분이 정부와 연동된다. 이를 풀어갈 영향력이 다선에서 나온다. 상임위원회 직책이 대표적인 위상이다. 상임위원장, 정당 간사가 그런 자리다. 대부분 2, 3선 이상의 다선이 차지한다. 22대 총선에서도 다선 의원들이 배출됐다. 6선(조정식·추미애), 5선(김태년·윤호중·정성호), 4선(안철수·윤후덕·이학영)이다. 다선의 또 다른 무기는 탄탄한 지역 기반이다. 지역구 선수는 지역 유권자가 만든다. 선수가 쌓이는 것은 선택이 쌓이는 것이다. 선택 기준의 하나는 ‘일 잘하는 의원’이다. 선거 때마다 이를 검증받게 된다. 제도화된 점검 시스템이 있다. 선관위, 시민단체 등이 공개하는 매니페스토 공약 평가다. 유권자에게 주어지는 객관적 채점표다. 다선이 됐다는 것은 이런 검증 과정을 계속 거쳤다는 말이다. ‘공약 지켜서 또 기회를 받았다’고 당사자들은 자부한다. 22대 경기지역 당선자는 모두 60명이다. 재선이 19명, 3선이 10명이다. 4·5·6선은 살폈듯이 8명이다. 반면 초선이 23명이다. 비율이 38%로 상당히 높다. 벌써부터 이런 초선 과다 분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 공약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분석이다. 다선의 ‘대정부 중량감’, ‘지역 내 기반’이 초선에게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다선과 초선의 능력을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이런 정치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다. 1월 발표한 매니페스토운동본부의 공약이행 분석이 있다. 경기도 전체 공약완료율은 51.96%다. 전국 광역지자체와 비교하면 상위 9위, 하위 8위다. 주목할 건 전체 1%인 폐기된 공약이다. ‘안산~목감~KTX 광명역 버스노선 부활’, ‘남양주 금곡역 환승 역세권 개발 추진’, ‘안양 1번가 사후면세점 설립’ 등이 폐기됐다. 공교롭게 공약했던 의원들이 모두 초선이다. 시민단체 등이 선정하는 공약 이행 우수 의원에 다선 의원이 많은 것과 대조적이다. 초선의 장점은 열정이다. 초선의 핸디캡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다. 이를 어렵게 하는 ‘여의도 법칙’이 있다. 정치 투쟁의 전면에 초선들을 세운다. 정치 싸움에 소모되는 총알받이로 희생시킨다. 폐기 공약의 당사자들도 그랬다. 4년 내내 정치 싸움에 등장한 면면이다. 거역 못할 정당 내 질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갈 것이 지역 공약 이행임을 잊어선 안 된다. 뜨거운 열정을 정치 싸움이 아니라 공약 이행에 쏟아붓기 바란다.
사설
경기일보
2024-04-1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