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말과 증오가 아닌 미래 향한 정책으로 경쟁해야

22대 국회의원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금요일부터 사전투표도 실시된다. 유권자가 붐비는 거리에는 각 정당과 후보자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작한 후보자들의 선거벽보가 곳곳에 부착됐다. 유세차랑이 거리를 누비면서 후보자들은 스피커를 통해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각 정당과 후보자들은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 않다. 유권자들은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는 선거운동에 대해 과연 그들이 무엇을 위해 사생결단식의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식상해 있다. 그만큼 한국정치가 유권자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선거운동 과정에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선거운동의 핵심 구호가 여야 모두 과거에 대한 심판에서 시작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위해 과거 업적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과거에만 얽매여 이를 심판하는 데 주력하면서 오히려 희망의 미래를 향한 국가발전의 청사진에 대한 구체적 정책은 등한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을,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각각 민생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선거는 일차적으로 상대방을 심판하기보다는 내가 당선되면, 또는 우리 정당이 국회에서 다수당이 되면 얼마나 국민의 삶이 좋아지고 국가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제3정당들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심판에만 집착하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막말과 증오의 정치 언어도 유권자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상대방을 최악의 저질 용어를 구사하면서 공격하는가 하면, 구체적 증거도 없이 막말로 상대방을 무조건 비판하고 있다. 갈등을 부추기면서 편가르만 하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런 막말과 증오를 동원해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자가 국민의 대표자로 될 수 있는지 유권자는 냉철히 심판해야 한다. 각 정당과 후보자는 이제부터라도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에 주력하지 말고 포지티브 캠페인으로 전환해 희망의 미래를 제시하는 매니페스토(Manifesto)를 발표하는 정책 경쟁하기를 유권자는 원하고 있다. 증오와 막말로 과거에만 매몰돼 미래가 실종된 국회의원선거가 되면 대한민국은 정치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사설] 의협 대표, 이번엔 ‘20, 30석 흔들겠다’ 정치 협박

의협회장 당선자가 이번에는 총선판을 흔들겠다고 말했다. 임현택 차기 회장은 28일 “의협 손에 국회 20~30석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의사에 모욕 준)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날 ‘한 명이라도 건들면 즉시 총파업하겠다’던 협박에 이른 막말이다. 거듭되는 정부 협박, 사법 우롱 발언이다. 정부의 ‘유연대처 기조’가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반복해 강조했다. 가장 출발이 된 논점은 의대생 증원이다. 2천명으로 정했고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그 근거도 분명하고 반복해서 밝혀 왔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임 당선자가 저출산으로 의대 정원을 되레 500~1천명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서로 대화해야 한다”며 일축했다. 그 규모를 갑자기 줄이면 국민이 혼란스럽다. 정부의 권위는 또 어떻게 되나. 정부 권위는 대통령 또는 장관의 것이 아니다.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것이다. 앞서 임 당선자가 복지부 차관의 파면을 조건으로 걸었다. ‘해임이 아니라 파면’이라고 꼭 집었다. 복지부 2차관이 파면될 사안이 있나. 의료 개혁을 밀어붙인 것이 파면 사유는 아니다. 그 논리면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 결국 맘에 안 드는 공직자를 치우라는 얘기다. 이런 주장을 했던 대한민국 집단이 있었나. 농락당한 사법 질서는 또 어쩔 건가.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조롱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내가 처벌 못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 웃음이 나온다.” 그의 주장은 의사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준이 아니다. 의사들이 위법하지 않았다는 전제는 아예 없다. 결국 의사들이 위법한 행위를 했어도 대한민국 정부는 처벌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다. 권리를 주장하다가 처벌받는 국민은 각계에 많다. 그들은 힘 없어서인가. 의사는 왜 특별해야 하나.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유연 대처를 주문했다고 알려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당과 정부가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70%, 혹은 80%에 육박하는 의료 개혁 지지 국민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들 국민에 다시 물어야 한다. ‘증원 줄일까요’라 묻고, ‘불법 의사 처벌하지 말까요’라 물어야 한다. ‘의료계 협박을 어찌 봅니까’라 물어야 한다. 의료개혁의 출발은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사설] 공공 조형물 관리라도 제대로 해보자

조형물의 첫째 조건은 도시 미관이다. 목적이 어디에 있든 이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이 기본적 조건이 무너지고 있다. 쓰레기에 뒤덮인 조형물이 곳곳에 있다. 부서진 채로 방치된 조형물도 수두룩하다. 낙서로 어지러워진 조형물도 많다. 이를 관리할 행정 기관의 역할은 실종됐다. 시민들의 원성이 여간 아니다. 흉물로 변한 조형물을 철거하라는 주장도 많다. 애초부터 관리 못할 거면 설치하지도 말라는 요구도 있다. 현장의 기자들이 봤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 호수공원에 조형물이 있다. 공원 내 시 테마동산에 흉물스럽게 서 있다. 철제 조형물이라고 하는데 그 본래 형체를 알기 어렵다. 민망한 비속어 낙서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수원특례시 장안공원에 기념비도 비슷한 처지다. 수원성복원정화기념비다. 1970년대 수원화성을 복원한 기념으로 세웠다. 그 후 ‘수원성’ 명칭은 ‘화성’으로 바뀌었다. 명패도 ‘화성복원정화기념비’로 바뀌었다. 그 흔적이 흉하게 남아 있다. 조형물 방치로 인한 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니다. 전국에 설치된 조형물은 2020년 기준 1만5천여점에 이른다. 작품의 20% 정도는 평균 가격 1억~2억원에 이른다. 상당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발주해 설치한 것이다. 또 건축주가 법적 의무에 의해 설치한 것들도 많다. 관리 주체는 당연히 행정 기관이다. 공공 소유는 물론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작품도 그렇다. 2014년에는 ‘지자체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 방안’이 권고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자체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2018년 전국 243개 지자체의 권고 사항 이행 현황을 점검한 적이 있다. 60%가량인 146개 지자체가 권고를 무시하고 있었다. 주민 대표가 참여하는 건립심의위원회 구성을 하지 않았다. 50% 가까운 지자체는 조형물 사후 관리를 위한 조례마저 마련하지 않았다. 올해 기준 경기도에는 1천446개의 공공조형물이 있다. 역시 관리하는 지자체가 드물다. 곳곳에 흉물 조형물이다. 경기일보가 들은 지자체의 해명은 이렇다. “관리 의무가 단체나 개인에도 있어 지자체 판단만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자체의 영역을 벗어난 조형물이 있다는 얘기 같다. 그러면 공공의 관리 책임이 있는 조형물부터라도 철저히 관리 하면 된다. 이를 통해 민간의 관리 인식을 유인하는 것도 방안이다. 그렇게 하고 있나. 공공 조형물이라도 제대로 관리하고 있나. 그렇지 않으니 문제다. 관리 자신 없으면 모두 뜯어내고 다신 설치하지 않는 것도 답이다.

[사설] 조롱•협박 의료계 인사들, 국민 분노 자극 말라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자의 일성이 놀랍다. 임현택 당선자는 취재진에게 당선 소감,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의료인에 대한 불이익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 표현이 듣기에 부담스럽다. “면허정지나 민·형사 소송 등 전공의·의대생, 병원을 나올 준비를 하는 교수 중 한 명이라도 다치는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다.” 의료계 이익을 대변하는 위치에서 나온 발언이겠지만 수위를 한참 넘었다. 당장 복지부로부터 강한 비판이 나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그런 주장은 의사 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주장”이라며 “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임 당선자는 박 차관의 파면을 대화의 전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인사 사항’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대신 그런 게 전제조건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조롱 섞인 주장도 있었다.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전공의 처벌 못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보류한 데 대한 견해다. 그는 “선처는 없다느니, 구제는 없다느니, 기계적으로 돌아간다느니, 이번 주부터 처벌할 거라느니 그동안 큰소리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고도 말했다. 누가 봐도 정부에 대한 조롱이자 사법 절차를 소재 삼는 희롱이다. 주목할 건 임 당선자. 노 전 회장의 주장이 나온 시점이다. 지난주부터 정부에서 ‘유연한 처분’이라는 기조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제시한 방향이다. 여기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건의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의료 사태 장기화에 대한 국민 피로감, 우려 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런 정부 결정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조롱과 협박을 해대는 것이다. 의대생 증원에 찬성하는 다수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이런 갈등 조장 언행이 누구에게 도움이 될는지 묻고 싶다. 오늘자 본보를 보면 병원들의 경영난이 현실화되고 있다. 성빈센트병원이 25일부터 일반 직원 2천명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한양대구리병원도 지난주부터 직원 1천명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원이었던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1천억원까지 늘렸다. 의사들의 직장이고, 언젠가 돌아갈 곳이다. 이게 남의 일인가. 궁극적인 조롱•협박의 대상은 다수 국민이다. 정부 여당도 양보의 경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유연한 대처’로의 전환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재고도 필요해 보인다.

[사설] 성인 엑스포 논란, 이재준 시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수원지역 여성·시민단체의 걱정이 크다. 4월 개최 될 예정인 ‘성인 엑스포’ 때문이다. 이들이 문제 삼는 것은 행사의 선정성이다. 명백한 성 착취 행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성의 신체를 놀이로 소비한다고 규탄한다. 심각한 성폭력이라는 결론이다. 나선 단체가 한 둘이 아니다. 지역 내 7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가 앞장섰다.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도 합류해 있다. 우려를 더하는 것은 개최 장소다. 초등학교로부터 반경 50m에 위치해 있다. 학교로부터 200m 이내는 교육환경보호구역, 50m 이내는 절대보호구역이다. 유해업소 등이 들어설 수 없다. 단체들은 이번 행사를 아동 유해 상업 행위로 보고 있다. 실제로 행사는 일정한 입장료를 받고 운영한다. 영업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 교육 당국의 우려도 크다. 수원교육지원청이 수원특례시와 수원서부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교육청이 시에 요청한 협조는 시설물 철거 명령이다. 아직 시의 본격적인 대처 움직임은 없다. 시 나름대로 고충이 있기는 한 것 같다. 민간 전시장에서 민간이 개최하는 행사다. 시가 개최 여부를 강제할 근거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에는 광명시에서 같은 행사가 열렸다. 1천여명이 관람객까지 모여들었다. 그때도 우려는 있었지만 광명시가 관여한 부분은 없다. 수원특례시는 현재 여성가족부에 유해업소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정말 유권해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시가 할 선도 조치는 없는 것일까. 모든 행정이 반드시 법률에 근거하는 것만은 아니다. 시민 정서라는 게 있고, 이 역시 존중될 행정의 기준이다. 수십개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이 걱정하고 있다. 공기관인 교육청까지 나서서 막고 있다. 이쯤에 이르렀다면 시민 공론으로 봐야 한다. 작년에 광명에서 했다고 올해 수원에서도 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건이 다르고, 분노가 다르다. 지난해 퀴어축제 현장을 대구시 공무원들이 덮쳤다. 도로 점용 요청을 불허하고, 시설물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대구시는 대회 주최 측·경찰과 아직도 송사를 벌이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 없는 퀴어 축제였다. 그걸 막아선 홍준표 시장의 논거는 시민 정서였다. 많은 시민이 홍 시장을 지지했다고 전해진다. 하물며 학교 코앞에서 하는 성인 엑스포다. 여성단체·학부모·교육청이 난리다. 막을 수단을 찾아보는 것이 행정의 도리로 보인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의 판단이 기다려지는 요 며칠이다.

[사설] 철도지하화, 정치보다 경기도가 먼저 출발한다

지상철도 지하화가 현실화되는 느낌이다. 수원 정치권에서 공약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수원지역 여론에 불을 지핀 건 국민의힘이다. 근거는 21대 국회가 마련한 철도지하화법이다. 한때 더불어민주당이 ‘공약 베끼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당략을 떠나 사업 실천에 방점을 찍자는 주장으로 흘러갔다. 이제는 민주당 경기도당의 공식 공약이다. ‘누가 되든 실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옳은 흐름이다. 그렇게 가길 바란다. 정부가 움직인다. 철도지하화 밑그림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22일 경부선·경인선·경원선 일부 구간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사업 공법, 도시개발 방향 도출을 위한 종합계획이다. 올 상반기에 관련 사업 가이드라인도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사업을 시작할 선도사업지 선정이다. 오는 12월까지 희망 지자체로부터 제안을 받는다. 안양시, 부천시, 군포시, 안산시 등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가 합류했다. 인천시, 서울시와 함께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철도지하화 사업은 국내에서는 선례가 없다. 그만큼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한 영역이다. 수도권 3개 광역단체가 힘을 모으자는 게 경기도의 취지다. 해당 지자체와의 협조체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경기도내 지자체와의 협의체 구성이다. 철도 노선별 협의를 맡게 된다. 시가 도시관리계획을 맡고, 도가 기술·행정적 지원을 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정치적 경쟁 영역은 남는다. ‘선도 사업 선정’이다. 구간별 사업 기간이 길다. 계속 추진을 장담키 어렵다. 우선 착수는 그래서 중요하다. 이 결정이 정부와 정치의 영향하에 있다. 선거를 통해 유권자 선택을 받아야 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현 단계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는 충분하다. 수원이라는 지역에서 총선 공약으로 불이 붙은 사업이다. 국민의힘·민주당이 구분 없이 실천을 다짐했다. 그 공약을 경기도가 견인하게 된 것이다. ‘주민 좋을 공약’에 당이 따로 있나. 굳이 선거일까지 기다릴 필요 있나. 좋은 공약이면 공유하는 것이 옳다. 필요한 순간이라면 삽을 뜨는 것이 좋다. 이것이 선거의 순기능이다. 주민을 위한 선거다. 모처럼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 철도지하화가 그 표본이다. 시작이 경기도, 수원이라서 더욱 좋다. 여야가 사생결단한다는 지역이다. 이 난타전 속에서도 지역에 선물을 남기고 있다. 이런 모습을 지역 정치의 수준이라 평해도 좋을 것이다.

[사설] 김동연 분도론 지뢰, 이재명 대표가 밟았나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 흐름이다. 김동연 지사가 주창한 사업이다. 2022년 지방선거 공약이다. 취임 후 북자도로 다듬어졌다. 김 지사의 추진 의지는 강하다. 신년 인사회도 북부에서 했다. 2023년과 2024년 연거푸 그랬다. 국민의힘 메가시티에 정면으로 맞섰다. 지난해 등장한 총선 카드다. 올 연초 기자회견에서도 이를 거듭 확인했다. 총선에서의 북자도 공통 공약 채택 캠페인을 선언했다. 총선 이슈로 띄우겠다는 의사표시였다. ‘메가시티는 정치쇼’라고 비난했다. 북자도는 이와 차원이 다름도 강조했다. 당연히 대척점은 국민의힘을 상정했을 것이다.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이 분도를 전격 수용해 버렸다. 분도와 메가시티를 둘 다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김 지사는 이런 결정을 다시 맹비난했다. ‘(졸속 수용이) 개탄스럽다’고까지 했다. 이 사이 주제는 맥이 빠졌고 선거에서 묻혀 가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이슈가 불거졌다. 같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23일 의정부 유세에서 이견을 말했다. “북부가 현 상태로 분도하면 경기 북부에서 연간 8천억원, 각 시•군에서 4천억원, 총 1조2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장기 과제까지 부정하지는 않았다. 단계적 분도론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이 틈을 비집었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며 압박했다. 북부지역 민심을 충동하고 있다. 여기에 ‘강원서도’ 발언까지 등장했다. ‘강원서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표현이다. 국민의힘이 곧바로 총공세에 나섰다. 강원도 비하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강원도 정치권에서도 들고 일어났다. 급기야 이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진화에 나섰다. “표현을 과도하게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말 실수와 사과는 흔한 일이다. 이 표현을 굳이 판단하고 갈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주목한다. 이상하게 꼬여 버린 분도론이다. 사실 예견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분도 반대 소신을 알고 있었다. 지난 2월 한동훈 위원장이 이런 요구를 했다. “이재명 대표는 분도 입장을 밝히라.” 이런 노림수에 ‘강원서도’까지 겹쳐 꼬인 셈이 됐다. 분도론, 즉 북자도는 김동연 지사가 총선에 놓은 덫이다. 국민의힘을 향한 승부수였다. 그런데 여기에 이재명 대표가 걸려든 상황이다. 지역 비하 설화까지 겹치면서 이 대표가 사과하는 지경까지 왔다. 당초부터 공통 공약 채택 캠페인에 이견은 있었다. 이 대표가 분도 반대론을 갖고 있다는 점, 민주당 의원들의 참여가 불편하다는 점 등이었다. 그럼에도 김 지사는 캠페인을 강행했다. 그러다가 이 상황에 왔다. 단순한 공약의 미스매치로 끝날지 선거 후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지 지켜보게 되는 대목이다.

[사설] 이민청 유치, 5천억원 가져 올 공약이다

통계청 ‘2023년 출생·사망 통계’와 ‘2023년 12월 인구동향’을 보자. 지난해 출생아 수 23만명으로 전년(24만9천200명)보다 1만9천200명(7.7%) 줄었다. 지난해에 이어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이다.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졌다. 인구 절벽에 백약이 무효다.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노동력 감소로 이어진다. 3D 업종 현장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경기도 산업 현장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그 단기적이고 확실한 대안이 외국인 유치다. 법무부가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까지 마련했다. 일정 조건을 갖춘 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제도다. 해당 지역은 인구감소 지역이어야 한다. 경기도에서는 연천군과 가평군이 적용 지역이다. 지난해 각각 49명, 20명이 취업했다. 올해는 70명, 50명까지 늘어날 것 같다. 인근 포천시도 2만명의 외국인이 거주 중이다. 전체 인구의 12%에 달한다. 외국인이 이들 지자체들의 생존 조건인 셈이다. 필요성이 시급해진 게 이민청 설치다. 외국인 정책을 총괄할 기구다. 21대 국회도 움직였다.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등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이 핵심이다. 아쉽게도 21대 마감으로 폐기될 것 같다. 누가 해도 해야 할 입법 과제로 남았다. 모두의 관심은 이민청을 어디에 설립하느냐다. 이민청의 수요자는 외국인이다. 외국인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외국인 수 및 수요는 경기도가 가장 크다. 안산은 그중에도 외국인이 가장 많다. 사실상 외국인 행정의 수부도시다. 전담 기구 행정 체제 운영과 다문화 마을 특수 지정 등의 효시다. 김포시는 접근성에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김포국제공항, 경인항, 인천항 등이 모두 30분 내에 위치해 있다. 이민청 유치 제안서를 가장 먼저 제출해 놨다. 고양·화성·광명·동두천 등도 이민청 유치전에 뛰어들 태세다. 저마다 장점은 다르다. 중요한 필요충분 조건은 경기도라는 점이다. 지역 호응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때마침 민의를 모으는 총선이다.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다. 사실 이 점에서 볼 때 더 없는 공약은 이민청 유치다. 앞서 경기연구원이 밝힌 공식 자료도 있다. 이민청 유치의 기대효과다. 생산 유발 5천150억원, 부가 가치 유발 3천530억원, 취업유발 4천198명이다. 웬만한 중견 기업보다 큰 ‘돈 보따리’ 아닌가. 확실한 일자리·경제 공약이다. ‘이민청 유치하겠다’고 해라.

[사설] 유권자를 우롱하는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22대 총선을 향한 선거운동이 오는 28일부터 13일 동안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지난 22일 마감된 총선 후보자를 보면 지역구 후보자는 총 699명으로 2.7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자를 등록한 정당은 38개, 후보자는 253명으로 투표용지의 길이가 역대 최장인 51.7㎝가 돼 자동개표 아닌 수개표를 해야 한다. 22대 총선 공천 과정을 살펴보면 과연 세계 10위 경제권에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 이렇게 후진적인 것인가에 한탄이 절로 난다. 각 정당은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 시스템 공천을 통해 정치개혁성, 도덕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은 발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공천해 후보 등록 당일에 후보자가 사퇴, 교체하는 사례 등 일일이 지적할 수 없는 무원칙한 공천이 진행됐다. 더욱 가관은 비례대표제도다. 21대 총선 시 경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급조된 비례 위성정당 등 여러 가지 꼼수정치가 난무해 22대 총선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주요 정당이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파기하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정치공학적 계산에 눈이 어두워 국회의원 꿔주기 등을 통해 21대 총선과 같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다시 채택,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21대 총선 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에 앞장선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연합이라는 이름하에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을 급조해 이념과 노선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잡탕 정당을 만들었다. 심지어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 인사도 당선권에 배치해 더불어민주당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미래라는 위성정당을 야권보다도 먼저 창당했다. 또 정당 창당에 관한 공직선거법 규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총선 후보 등록 마감에 임박해서야 자신들이 원하는 기호 4번을 배정받지 못함을 알고 등록 마감 직전에 지역구 의원 5명을 추가로 제명시켜 국민의미래에 입당케 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제3지대 정당도 기존 정당과 비슷하다.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이념에 관계없이 주요 정당에서 공천 받지 못한 후보자를 급히 입당시켜 공천했다. 특히 조국개혁당은 각종 범죄 혐의로 하급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인사들이 급조해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했는데, 상급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설령 당선되더라도 의원직은 자동 박탈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총선에서 유권자의 엄정한 심판을 받아야함은 물론 22대 국회가 개원되면 즉시 폐지 또는 개선해야 한다.

[사설] 교통카드 논란, 이제 시장 정당 따라 휩쓸리나

교통 정책이 정치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주민 편의여야 한다. 행정 전반에 적용돼야 할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 이에 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시 간의 교통카드 갈등이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정기권 ‘기후동행카드’로 치고 나갔다. 경기도는 경기도민의 이익에 반하는 독선이라고 비난한다. ‘4자 협의 정면 파기 행위’라는 강도 높은 비난까지 내놓고 있다. 경기도만의 ‘경기패스’로 맞설 준비도 하고 있다. 그런데 기후동행카드에 동참하는 경기도 지자체가 늘고 있다. 김포시가 오는 30일 기후동행카드 시행에 들어간다. 서울과의 연계성이 큰 김포골드라인부터다. 카드 가격은 월 6만2천원으로 서울과 동일하다. 김포·서울 간 비용 분담률 협의가 완료되진 않았다. 김포시 관계자는 “일단 김포 출발 열차는 김포시가, 서울 출발 열차는 서울시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추후 방향별 수요 및 비용을 분석해 구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포시 선택에도 나름대로 객관성을 갖고 있다. 연계성, 주민 편의, 경제성 등을 든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메가시티’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로의 편입이 공식적으로 거론된 김포시다. 시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작이다. 메가시티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이유로 풀이된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사이에서 정치적 또는 정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있다. 고양시도 기후동행카드 동참 협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가격과 적용 범위를 정하기 위한 실무 논의가 예정된 상황이다. 여기에 구리시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백경현 구리시장이 서울시장과 도입 방안을 논의해 동참을 예고했다. 앞서 과천시도 서울과 관련 협약을 맺었다. 고양시와 구리시, 과천시도 김포시와 닮은꼴이다. 메가시티를 희망하고 있는 지역이다. 기후동행카드가 메가시티에 흡수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또 눈여겨볼 공통점은 시장들의 소속 정당이다. 김포·고양·구리·과천시장이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메가시티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군포시도 기후카드에 동참을 선언했다. 군포시장 역시 국민의힘이다. 모두 오세훈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이다. 교통 카드는 순수 행정의 영역이다. 정책 자체에 정치적 색채가 있을 리도 없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시장의 소속 정당으로 구획되고 있다. 카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걸 옳다고 봐줄 수 있겠는가. 서울시의 독자 강행, 경기도의 강 대 강 대치, 시장들의 당파적 선택. 모든 게 위민 행정과는 거리 먼 교통카드 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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