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방산은 이제 대한민국 경제의 현재다

K-방산이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미래 산업이 아니라 현재 산업이다. 그 시작은 2020년 이후부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도화선이 됐다. 동유럽의 전운이 감돌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동남아, 아랍 수출 시장도 건재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수한 기술력이다. 전투기, 전차, 미사일 등이 세계적 수준이다. 미국 등 경쟁국보다 앞서 있는 가격경쟁력도 거들고 있다. 이런 호황이 2024년 1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K-방산 업체들이 1분기 영업 실적을 공시했다. 4대 방산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이다. 이들의 1분기 합산 매출은 총 4조3천993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3조7천269억원)와 비교해 18.0% 증가했다. 증가폭에는 차이가 있지만 4개 기업 모두 매출 증가를 보였다. 안정적인 수출 증가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증가 추세나 증가 폭에서 전 산업에서 가장 주목되는 실적이다. 제일 덩치가 큰 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1분기 매출이 2조1천31억원이다. 전년 대비 9.1%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투기 등 항공·우주 관련 기업인 KAI의 실적도 눈에 띈다. 초음속 전투기인 KF-21과 경공격기 FA-50 등을 생산한다. 1분기에 7천849억원의 매출과 39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38.0%, 이익은 102.6% 증가했다. 근래 가장 큰 폭의 매출·이익 증가다. 매출 증가는 당연히 수출 증가가 견인했다. 현대로템도 1분기 7천478억원의 매출과 44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은 9.3%, 이익은 40.1%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전운이 감도는 동유럽을 파고든 결과다. 재작년 폴란드와 K-2 전차 1천대 수출 기본 계약을 맺었다. 1차 계약분 180대에 이어 820대에 대한 잔여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루마니아와도 K-2 전차 수출 계약이 추진 중이다. 미사일 등 유도 무기 전문업체 LIG넥스원도 전년 대비 39.6% 매출 증가를 보였다. 무기 시장이 갖는 특징은 무기 체계 연동이다. 한번 사용된 무기는 추후에도 계속 사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보수 수요, 보충 수요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최근 늘고 있는 방산 수출도 오랜 기간 투자를 해온 결과다. 역설적으로 현재 형성된 수출 증가세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의 관심이 필요해졌다. 방산업은 국가와 함께 가야 할 산업이다.

[사설] 임교육감 “학생인권조례 폐지 능사 아니다”, 공감 크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개인적으로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지난 30일 이천 꿈빛공유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과거에는 절대 교권 시대여서 문제였다면 지금은 너무 학생 중심으로 치우치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교육 구성원끼리 존중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인권조례가 정쟁에 휘말렸다. 국민의힘 주도로 지난달 24일 충남도의회에 이어 26일 서울시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의결하면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반발해 천막 농성을 벌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인권에 대못박는 퇴행’,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에서 김상곤 교육감 때 처음 제정됐다. 이후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등 모두 여섯 곳에서 시행됐다. 조례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 보편적 학생 인권을 규정하고 있다.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강제 야간자습 및 보충수업 등이 사라지고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교원들이 교권 회복을 외치자, 교권 추락의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됐다. 보수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폐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교 현장에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서 교원의 교육활동이 위축됐다는 주장을 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 조항은 빠져 미흡한 부분이 있다. 조례로 상벌점제를 폐지해 교사들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말 펴낸 ‘학생인권조례 바로 알기 안내서’에 따르면 2017~2021년 교원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조례를 둔 지역이 평균 0.5건, 없는 곳이 0.53건이었다. 인권위는 “조례 여부와 교권 침해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교사와 학생을 경쟁하고 대립하는 관계로 보는 발상이다. 여야나 진보·보수 교육계가 학생인권조례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교육부의 교권보호 고시 내용과 충돌되는 내용이 있으면 개정하거나 보완하면 된다.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거나,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된다. 12년간 이어져온 조례를 학교 구성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임 교육감의 말처럼,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능사는 아니다.

[사설] 철도지하화 사업, 실현 가능성 있긴 한가

4·10 총선에서 여야가 경쟁하듯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걸었다. 지역구 후보 696명 가운데 181명(26%)이 공약했다. 전국 8개 시·도에서 시행될 철도 지하화 길이는 총 537㎞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규모가 가장 크다. 경부, 경인, 경의, 경원, 경춘, 중앙, 경강, 안산선 등 8개 노선 360㎞에 이른다. 전국의 철도 지하화 사업이 실행 가능할지 미지수다. 사업 구상 단계부터 실현 가능성을 정확히 따지지 않고, 표를 의식해 마구 쏟아낸 선심성 공약이기 때문이다. 우선 예산이 어마어마하다. 철도 전문가들은 1㎞당 지상철도의 경우 순수 공사비가 250억원, 지하철도는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가 철도와 도로 지하화 사업에 65조2천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8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건설업계에선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가능성이 확대되고, 국가부채까지 폭증하는 상황에서 대형 SOC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국가채무는 1천126조7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4%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도 목표보다 56조원 덜 걷혀 역대 최대 세수 펑크가 났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철도는 시민의 생활권이 단절되고 소음·분진 등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하화 주장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역대 정부가 모두 철도 지하화를 검토했지만 결국 중단한 것도 막대한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해서다. 그럼에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SOC 사업을 너도나도 총선 공약으로 내지른 것은 경솔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1월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철도 지하화 특별법은 철도로 인해 단절된 도시를 연결하고, 철도부지 상부와 슬럼화된 주변 지역까지 종합개발(상업·주거·문화공간 등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가 도내 지자체의 철도 지하화 및 통합 개발 방향성 등의 자문을 위해 정책기술자문단을 꾸렸다. 12월까지 경기연구원 용역을 통해 도내 지자체에서 구상 중인 지하화 사업계획안을 검토, 국토부 선도사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건의할 계획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전체가 아니어도 추진은 될 것이다. 일단 시범사업을 선정해 개발 모델을 만드는 게 좋겠다. 성공적인 철도 지하화를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 기업, 공공기관,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재정 지원뿐만 아니라 법적 규제 완화와 토지 사용 허가, 투명한 정보 공유와 소통으로 시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투자로 공사 비용과 기간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사설] 한류 근본이 불법 창고·공장이라니

파주시 탄현면에 한 스튜디오가 있다. 건물 창문이 검은색으로 차광 처리됐다. 촬영 시 주의 사항 안내문도 붙어 있다. 내부에는 분장실, 대기실까지 갖춰져 있다. 조명 장치, 촬영 장비도 완벽하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스튜디오다. 다른 스튜디오는 파주시 월롱면에 있다. ‘TV 제작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역시 다양한 촬영 장비가 갖춰져 있다. 취재진이 두 건물의 용도를 확인해봤다. 놀랍게도 법률적 용도는 창고다. 불법 용도변경이 이뤄진 상태다. 경기 북부는 K-콘텐츠 산업의 중심을 자처한다. 이 지역 ‘스튜디오’ 20곳을 취재진이 확인해 봤다. 법률적으로 공장 또는 창고인 곳이 14곳이다. 확인 스튜디오의 70%가 불법 상태인 것이다. 앞선 탄현면 스튜디오는 불법이 적발된 상태다. 파주시로부터 원상복구 시정명령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스튜디오로 이용하고 있다. 적법하려면 방송통신시설로 등록해야 한다. 기준이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행강제금 내는 게 낫다고 보는 듯하다. K-콘텐츠는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 산업이다. 연관 산업의 동반 수출까지 이끄는 핵심이 되고 있다. 드라마, 공연 등 K-콘텐츠와의 연계가 국정 과제다. 관계 부처 합동 한류박람회 ‘2023 태국 K-박람회’, 해외 상설홍보관 인도네시아 ‘KOREA 360’ 운영, K-콘텐츠 내 연관산업 제품에 대한 간접광고(PPL)를 지원하는 ‘관계부처 합동 한류마케팅 지원 사업’ 등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가 전체 수출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오래된 일이다. 자연스레 방송 영상 독립 제작사 급증으로 이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를 보면 2022년 현재 753개사다. 그런데 제작사 중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것은 199개뿐이다. 나머지는 자체 스튜디오 시설이 없다는 얘기다. 스튜디오를 임대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다. 수요로 스튜디오를 빌려주는 임대업이 태동했다. 그리고 여기에 공급량이 따르지 못하면서 불법 스튜디오가 난립하게 됐다. 경기 북부가 ‘불법 스튜디오’의 온상으로 전락해버린 이유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콘텐츠 산업이다. 어느덧 한국 수출의 둘도 없는 효자 종목이다. 그런데 이 위대한 문화의 출발이 모두 불법이다. ‘불법 창고’, ‘불법 공장’에서 탄생하고 있다.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나. 적법의 영역으로 안을 방안을 고민할 때다. 필요 이상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면 손 봐야 한다. 합리적인 수준을 넘는 경비라면 살펴줘야 한다. ‘K-콘텐츠’로 돈 벌 생각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다.

[사설] ‘어르신 무료 버스’ 무산... 불가피한 공약 다이어트다

‘어르신들 시내버스 무료’ 공약이 있었다고 한다. 2년 전 민선 8기 인천시장 선거에서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현재 지하철 등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한다. 이 같은 교통 복지를 시내버스로까지 확대하는 공약이다. 처음 취지는 좋았으나 그 실현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역시 문제는 재원이다. 마침 지방세수 보릿고개까지 겹쳤다. 인천만 그런 게 아니다. 경기도는 세수 부족으로 추경 편성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선거 공약이라 해서 다 그대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인천 어르신 시내버스 무료화 공약이 사실상 폐기 수순이라 한다. 소요 예산 등을 검토한 결과 이대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처음엔 65세 이상 어르신 버스비 완전 무료화를 검토해 봤다. 지하철처럼 나이나 이용 횟수 제한 없는 무료화다. 연간 1천억원을 훌쩍 넘는 예산이 들어야 했다. 일단 완전 무료화는 백지화했다. 이어 1개월 1만원의 교통비 지원 방안을 검토했다. 65세 이상 인천 전체 어르신은 47만명이다. 월 1만원씩 지원해도 최소 500억원 이상이었다. 시내버스 이용 빈도가 높은 65~80세는 30여만명이다. 이처럼 지원 대상을 축소해도 연간 400억원이 필요했다. 세수 부족 시대에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사업비다. 1만원 교통비 지원에도 문제가 걸려 있다. 보건복지부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는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때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인천시는 곧 교통복지카드인 인천 I-패스를 도입한다. 이럴 경우 교통 복지가 중복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교통비 지원이 중복돼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내놓은 상태다. 결국 인천시는 ‘어르신 버스비 무료화’ 공약을 접기로 했다. 대신 인천 I-패스 사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인천 I-패스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한다. 일반 시민은 지불한 교통비에서 20%, 청년(19~39세)과 65세 이상 어르신은 30%, 저소득층은 53%씩 환급받을 수 있다. 인천시는 시내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어르신의 경우 월 1만원 지원보다 인천 I-패스 혜택이 더 클 것으로 본다. 대한노인회 인천시연합회 등에서는 서운해하는 입장이다. 노후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줄 기회가 무산돼서다. 그러나 복지야말로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한번 시작한 복지는 거둬들이기 어렵다. 어르신 지하철 무료화 논란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내버스를 무료화했다가 다시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 공약 실천도 중요하지만 공약의 현실화도 시민을 위하는 길일 수 있다. 공약 다이어트도 불가피한 세수 부족 시대다.

[사설] 급기야 ‘경기도 포기정당’ 소리 듣는 국힘

양평은 대표적인 보수의 땅이다. 21대 총선에서 김선교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경기도내 보수 의석은 7석이었다. 측근 선거법 위반으로 김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했다. 경선을 통해 공천을 받아 다시 출마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김 후보는 당선됐다. 국힘의 경기도 당선자는 6명이었다. 많은 이들이 양평을 보수 텃밭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당사자인 김 당선인이 이런 말을 했다. “나도 부재자 투표에서 고전했다. 본투표로 겨우 이겼다”. 군(郡) 지역인 양평에서 감지되는 표심 변화도다. 당선자가 다음 선거를 장담키 어렵다고 말한다. ‘경기도 0석’의 정치 구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 적나라한 분석을 본보 기자들이 내놨다. 22대 총선 득표율을 2년 전 대선, 2020년 총선과 비교한 결과다.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5.62%,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50.94%를 얻었다. 표차는 5.32%포인트다. 이게 2년 만에 11.73%포인트로 벌어졌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도 12.91%포인트 차였다. 국민의힘이 1.75%포인트 증가했지만 민주당도 0.57%포인트 증가했다. 의석수는 더 벌어졌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51석, 국힘은 7석이었다. 당시 전체 의석은 59석이었다. 22대 경기도 의석이 60석으로 늘었다. 민주당이 53석으로 늘었고, 국힘은 6석으로 하나 줄었다. 개혁신당이 1석을 차지했다. 국힘엔 최악이라던 21대 총선보다도 쪼그라든 결과를 받은 셈이다. 결국 당내에서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라는 자조가 나왔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한 총선 토론회에서다. ‘경기도를 포기하고는 1당이고 다수당이고 불가능하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대통령 부부 모습이 싫다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김종혁 조직부총장). 서울 도봉구 김재섭 당선인은 ‘당에서 하라는 것과 반대로 한 것이 (승리 비결이었다)’고까지 했다. 이미 결정돼 있었던 몰락이었다. ‘경포당’의 조짐이 어찌 어제오늘 일이겠나. ‘5.32%포인트 진 윤석열 대통령’부터 시작됐다. 대통령실을 둘러싼 이른바 실세들은 경기도와 거리가 멀었다. 이후 당내 선거는 영남당 독식으로 내달렸다. 당 대표를 포함해 요직은 모조리 영남 차지였다. 선거 앞두고 갑자기 경기도를 얘기했다. 고위 관료 출신들을 전략공천했다. 반도체 벨트 투자 약속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떠난 경기표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후반부로 간다. 정권 후반부는 지지세가 더 퇴조한다. 지금보다 열악해질 경기도 판세다. ‘6석’조차 그리워질 때가 올 수도 있다.

[사설] 尹·李회담, 불안 정국 해소하는 협치 계기돼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갖는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통화해 만나기로 한 지 열흘 만에 단독회담을 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와의 단독 회담은 2018년 4월13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만남 이후 6년 만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단독 회담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만남 성사 과정에서도 여러 곡절이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2차에 걸친 실무회동 과정에서 의제 등을 놓고 진전이 없어 회담이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실무회동 결과를 보고받은 이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이에 윤 대통령도 참모진에 즉각 회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해 오늘 회담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오늘 회담은 차를 마시면서 대화하는 차담회로 진행되며, 비서실장 등 각각 3명의 배석자 참석하에 1시간을 기본으로 하되 시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두 분의 뜻을 감안했다”고 했으며, 민주당 관계자도 “자유롭게 대화하는 데 차담이 더욱 더 좋다”고 말했다. 지난 22대 총선 이후 정국의 향방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여소야대의 정국하에 21대 국회가 보여준 정국 난맥상을 경험한 국민들은 오는 5월30일부터 시작되는 22대 국회 역시 여야 간 갈등 심화 속에 정치가 표류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번 영수회담에 국민들의 기대는 크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여야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사사건건 대치의 연속이었으며, 이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고 민생 문제도 정치권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따라서 영수회담의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으나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여야의 대치만 계속된 것이다. 영수회담 형식과 의제를 놓고 서로 기싸움을 하기보다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우선 만나 대화의 물꼬를 뜨고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 만남에 우리는 큰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상호 허심탄회하게 민생 문제를 비롯한 국정 현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기를 기대한다. 영수회담을 기점으로 여야가 협치정치의 기틀을 마련할 것을 간곡히 요망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4·10 총선 민심을 수렴해 실타래같이 엉킨 정국을 풀기 바란다.

[사설] 파주시민의 성매매 근절 노력을 지지한다

속칭 ‘용주골’로 불려온 성매매 집결지는 없어지는가. 파주시민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향한 결기다. 24일 반성매매 시민활동단 클리어링 발대식이 있었다. 성매매 피해자 인권 회복 등을 위해 지난 2월 출범한 자발적 단체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성매매에 대한 범죄 인식을 강조했다.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닌 불법 성착취 행위라고 천명했다. 인신을 매매 수단으로 하는 업주의 비인도적 만행도 규탄했다. 발대식에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함께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파주지회, 학부모 단체, 성매매 예방 교육 강사단,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지지하는 시민 모임, 파주읍 주민 등이다. 파주시도 ‘이동시장실’을 열어 시민 동참을 촉구했다. 김경일 시장은 시민께 드리는 동참 호소문을 배포했다. 호소문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억측과 오해, 음해와 루머 등이 조장되고 있다”며 ‘파주시의 진심’을 믿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시장이 언급한 ‘오해·음해·억측’의 의미를 짐작한다. 성매매 집결지는 검은돈이 오가는 지하경제다. 대부분 폐쇄적이고 음성적으로 움직인다.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각급 기관과 연계되는 ‘연줄’을 무기로 삼고 있다. 이는 집결지 폐쇄 때마다 강력한 반발 수단으로 작용한다. 수원, 평택 등의 성매매 집결지 폐쇄 때 경험도 그랬다. 행정기관 또는 경찰 등을 음해하는 루머가 양산되고 뿌려졌다. 저항이자 협박이다. 우리는 파주시 행정의 일관성을 믿는다. 지난해 성매매 집결지 정비 사업을 시작했다. 김 시장이 그해 결재한 첫 번째 사업이었다. 이후 시민단체와 협력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AV 성인페스티벌’로 개최 측과 일전도 벌였다. 수원에서 퇴짜 맞고 파주로 옮겨 개최하려던 행사다. 김 시장은 이 문제도 파주의 성매매 척결 의지와 연결했다. ‘행사 불법성 확인이 먼저’라는 헛소리에 ‘파주라서 더 안 된다’고 호통쳤다. 불가능한 일 아니다. 수원시는 50년 넘은 성매매 집결지도 없앴다. ‘삼리’라고 불리던 평택 사창가도 개선됐다. 두 곳 모두 활력 넘치는 거리로 탈바꿈했다. 시립 문화공간이 들어서 시민의 휴식처로 변모했다. 마지막 남은 성매매의 오명이 파주 ‘용주골’이다. 왜곡된 군사문화의 찌꺼기로 반백년을 왔다. 이걸 파주시와 파주시민들이 없애자며 들고 일어났다. 성공할 수 있다. ‘여성친화도시 파주’를 지지한다.

[사설] 거주자 우선주차, 순환배정으로 바꾸고 주차면도 늘려야

도심 주택가의 주차난이 심각하다. 주차 문제로 이웃 간 다툼이 종종 일어나고, 칼부림 사고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도심지역 주차공간 확보는 오랜 과제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만성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거주자 우선주차’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주택가 이면도로 등에 주차구획선을 긋고 인근 주민이 우선적으로 주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대부분 주간, 야간, 전일제 등 세 종류로 운영한다. 한 달 이용 요금이 1만5천~3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어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다. 경기도내에선 11개 시·군이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은 많은데 주차면이 적어 심각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기존 이용자가 기간 제한없이 주차구역을 독점해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수원특례시의 경우 총 1만7천436면의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4개 구의 평균 배정률은 98%(1만7천81면)로 거의 포화 상태다. 수원에서만 우선주차를 배정받으려 대기하는 시민이 1만7천143명에 이른다. 이 중 5년 이상 기다린 대기자가 4천391명(26%)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4명 중 1명은 5년 넘게 기다려도 주차구역을 배정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하남시 덕풍동과 신장동 등 거주자 밀집지역에 397면의 우선주차구역이 운영된다. 이 지역 주민이 새로 우선주차면을 배정받으려면 평균 3년은 대기해야 한다. 우선주차면을 배정받지 못한 주민들은 퇴근 이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매일 전쟁을 치러야 한다. 도로와 좁은 골목에 주차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웃 간 분쟁이나 접촉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주민들은 한번 배정받으면 이사를 가거나 차량을 없애기 전까지 계속 사용하는 고정배정제 대신 기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순환배정제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산도시공사는 장기 대기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년 단위로 거주자 우선주차장을 순환배정하고 있다. 거주 기간, 대기 기간,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을 평가해 고득점자 순으로 배정한다. 그러나 순환배정제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장기 대기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누군가는 또 주차를 못해 헤매야 한다. 주차면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는 유휴공간을 주차공간으로 확보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주변의 학교, 공공기관, 종교 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불법주차도 문제지만 주차할 곳이 없는데 무조건 과태료만 부과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사설] 주거는 인권, 곰팡이 지하방에서 아이들 구해내야

경기도내 주거빈곤 아동이 최소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지하, 옥탑방, 쪽방 등 비주택이나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서 생활하는 만 19세 미만 아이들이다.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곰팡이가 피어 있는 집,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 한겨울에도 보일러 작동이 안돼 추위에 떨며 찬물을 써야 하는 집, 누전 등 사고 위험에 노출된 집.... 대한민국이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라지만 취약계층의 주거빈곤 현실은 참혹하다. 이런 곳에 사는 아이들은 집이 무섭다고 한다. 주거빈곤 아동들은 열악한 환경 탓에 알레르기와 천식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 주의력 저하, 감정 기복 등 정서적 어려움도 호소하고 있다. 학업 성취도와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품어줘야 할 집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는 혐오스러운 공간이 됐다. 주거환경이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환경 개선과 지원이 절실하다. 경기도의 아동 주거빈곤 가구는 2021년 기준 10만1천657가구로 추정된다. 이는 가구당 비율로 예측한 것으로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아이들이 미래’라면서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다는 게 부끄럽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방치된 아이들을 발굴해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주거환경은 아동의 신체·인지·정서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주거빈곤 아동은 우울증, 분노 등 기분장애 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일반 아동의 3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동결핍지수가 높은 나라로 꼽힌다. 국가의 경제적 수준에 비해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출생률을 걱정하며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태어난 아이들의 기초적인 권리인 집다운 집에서 살 권리는 등한시하고 있다. 청년 주거대책에는 힘을 쏟으면서 아동 주거빈곤 문제는 신경을 거의 안 쓴다. 정부와 지자체는 아동 주거빈곤 가구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이후 임대주택 배정이나 임대료 지원 때 아동 가구에 우선순위를 두는 등의 대책도 실행해야 한다. 지자체별 주거빈곤 아동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도 중요하다. 국외에선 ‘아동 우선 주택’ 같은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영국 주택법은 주거위기 가구에 거처를 제공할 의무를 지방정부에 두는데, 임신 여성과 19세 미만 아동 가정은 우선 대상이다. 또 영국과 미국은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주택기준을 법제화했다. 정부가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의 비전을 ‘아동이 행복한 나라’로 정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빈곤가구 아이들의 주거환경부터 살펴야 한다. 주거도 인권이다. 곰팡이가 가득한 지하방에서 꿈을 잃어가는 아이들을 구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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