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산 늘리는 경기도, 관건은 건전성이다

정부 재정의 기조는 긴축 또 긴축이다. 서울시도 13년 만에 예산 규모를 줄였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같은 처지다. 이런 때 경기도가 확장 재정을 선택했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김동연 도지사가 밝혀온 재정 철학이 있다. ‘살림이 어려울수록 과감한 확대 재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이래서 나온 2024년 본예산이 36조원이다. 일반회계 32조원, 특별회계 4조원이다. 올해 본예산 33조8천억원보다 3조원 늘었다. 역대 최대 예산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강화에 197억원을 편성됐다. 기후위기 및 미래에 대한 선제 대응에 394억원도 신규 항목이다. 어디서나 안심하는 복지서비스 강화에 278억원(+202억원), 반도체·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및 일자리 창출에 41억원(+34억원),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통한 민생경제 활력에 1천244억원(+175억원), SOC 투자 및 대중교통 서비스 강화에 1조317억원(+5천300억원), 저출산 극복과 미래세대 청년을 위한 기회 제공에 1천379억원(+85억원), 안전 및 반려동물 복지 강화에 654억원(+82억원)을 배정했다. 경기도 세수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원인이다. 여기서만 지방세수 1조원 이상 펑크 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가 이 구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출 구조조정과 기금 융자 등을 통해 늘어난 살림을 채워나가겠다고 한다. ‘상당히 파격적 예산 편성’이다. 이를 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과감한 재정 확대가 실제로 위기 돌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반대로 무리한 예산 편성이 적잖은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다. 긍정과 부정을 무 자르듯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도민의 뜻은 하나다. 경기도 살림이 넉넉해지기를 바란다. 36조원이라는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 예산의 구체적인 내용을 챙겨야 한다. 내수 활성화, 실질적 소득 증대, 고용창출 등의 승수효과로 이어지는 예산편성이냐가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는 판단이 정확했는지도 중요하다. 그런 것도 많이 보인다. 그렇지 않은 것도 보인다. 윤석열 정부 예산 운용에 대해 진보 보수 모두에서 비판이 나온다. 긴축 재정이라는 기본적 방향은 옳다. 그런데 많은 국민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걱정한다. 그 이유는 구체적 실행에 들어감에 있어서 부적합해 보이는 일들이 목격되기 때문이다. ‘깎으면 안 될 부분’을 깎고 있다. 과학 예산 무더기 삭감, 방위 산업에 과도한 긴축 유도 등이다. 반면 ‘깎아도 될 부분’은 안 깎고 있다. 정치에서 출발한 각종 선심성 예산이 대표적이다. 역대 최대 예산은 경기도의 역발상이다. 예산 집행의 성공적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더 다듬을 건 없는지, 쉼 없이 주판알을 튕겨 봐야 한다.

[사설] 경기도 영토 문제, 경기도의회 목소리 높여야

김포 하나로 시작했다. 더 있을 것 같다. 하남, 광명, 과천, 구리, 고양 등의 요구도 나오고 있다. ‘우리도 하겠다’는 ‘편입 2호’ ‘편입 3호’ 요구다. 여권에서도 광명·구리·하남·고양 등이 공공연히 얘기된다. 일부에서는 새로운 서울지도가 유포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높은 서울 통근 인구 비율이다. 전철 등 교통편에서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다. 구체적인 여론조사는 아직 나온 바 없다. 하지만 서울 편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많지 않을까 싶다. 동전의 앞뒤 면과 같은 측면이 있다. 기타 지역의 소외감과 불안감이다. 메가시티 구상은 서울 중심의 사고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지역 축소, 인구 축소, 산업 축소를 의미한다. 당장 경기도가 추진하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의 운명부터 주목된다. 메가시티의 폭발성이 워낙 강해 북자도 논의를 흡수했다. 경기북부 지역 주민들엔 아쉬움일 수 있다. 여기에 북자도의 핵심이라 할 고양시 여론이 북자도에서 서울 편입으로 쏠리는 흐름이 있다. 경기남부 주민들도 조심스레 상황 전개를 보고 있다. 경기도의 중심 인프라는 경기남부권이다. 수원의 행정 인프라, 용인과 화성, 안산 등의 산업 인프라가 워낙 공고하다.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이 기존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 한다. 경기도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경기남부권의 축소로 이어진다는 부정적 전망이 있다. 반면, 경기남부의 경제적 토대는 수출 등 국제 경제의 영역이기 때문에 전혀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정답을 떠나 이런 여론이 가리키는 한 가지 방향이 있다. ‘불안’이다. 이 불안을 해소해주고 대변해줄 대표적인 집단이 있다. 효력 있는 유일한 대의 기관, 경기도의회다. 메가시티 정국에서 경기도의회가 중심에 치고 들어가야 한다. 지역 특성상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점은 있다. 그러면 권역별 의견이라도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 경기도를 쪼개는 문제에 경기도의회가 침묵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의원 한 둘이 균형 발전을 요구하는 수준의 의견을 말하는 게 전부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반대라는 기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수위는 중앙당에 비해 현격히 작다. 국민의힘의 침묵은 더 문제다. 메가시티는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이 던진 화두다. 그리고 그 대상이 경기도다. 좋든 싫든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당사자가 된다. 의견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활발히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 눈치볼 게 따로 있지. 김포에서 의정부, 수원, 안성 등 모든 지역 의원들은 의견을 말해야 한다. 이럴 때 역할하라고 도의원 시켜 준 거다.

[사설] 은행은 돈 잔치 말고 서민금융지원 확대해야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으면서 돈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반대로 서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이에 대한 비판이 크다. 지난달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일 열린 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한국의 은행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또한 3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서도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끊임없이 대출금리와 인건비로 생사기로에 있다”고 말씀했다. 5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자 이익은 30조9천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8조8천52억원보다 7.4% 늘어났다.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은 은행들은 임직원들을 위한 돈 잔치에 사용했다. 지난해 5대 은행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고, 희망퇴직자에겐 위로금 명목으로 1인당 3억5천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2천여 명의 은행원이 기본 퇴직금 외에 별도의 희망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떠났다고 한다. 한편 서민과 소상공인들은 고금리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10곳 중 4곳에 이르는가 하면, 기업의 부채비율은 122.3%로, 2015년의 128.4%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의 가계대출 부담 탓에 생계유지가 곤란한 서민이 무려 300만여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지난 9월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책까지 종료됐으니, 민생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은 이제 서민과 소상공인 대출 이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3일 하나은행은 소상공인에 대한 1천억원 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은행들도 하나은행 같이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벼랑 끝에 몰린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대출이자 탕감은 물론 원금 납부 유예와 같은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은행은 금융 위기가 발생하면 국민 세금과 마찬가지인 공적자금으로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막상 많은 이익이 나면 은행원들 돈 잔치에 사용하는 잘못된 관행은 바꿔야 된다. 이번 비판을 계기로 은행은 서민·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사설] 서울 편입 도시에 기피시설 입지 가능성도 생각해야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불쑥 꺼내더니, 이를 논의할 ‘수도권주민편익특위’ 위원장에 5선의 조경태 의원을 2일 선임했다. 김기현 대표가 ‘김포 서울 편입’을 띄운 지 4일 만이다. 여당은 조만간 특별법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특별법이 일반법 상위에 있어 다른 관련 법안들을 일일이 개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김포시와 광명·하남·구리·부천·고양시 등 서울 인접 도시를 편입하는 ‘메가 서울’은 장기적 국가발전 전략 차원에서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당은 속도전에 나섰다.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든 아니든 우려가 크다. 많은 혼란과 논란, 갈등이 예상된다. 가장 큰 우려는 서울시 혐오·기피시설이 편입 도시들에 입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이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어 각종 혐오·기피시설 집하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 기피시설 문제로 서울시와 갈등을 겪고 있는 지자체가 여러 곳이다. 서울시민을 위한 기피시설들로 피해를 보는 상황에 또 쓰레기 처리 등의 시설이 들어오면 인근 주민의 주거환경 및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포시의 경우 수도권 매립지 일부가 있어 서울시 입장에선 매립지 종료라는 난제를 풀 수 있다. 수도권 매립지는 2025년 종료를 앞두고 있다. 경기도, 인천시, 서울시 등 수도권 3개 시·도와 환경부는 협의체를 운영하며 대체 매립지 등 대안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되면, 서울시는 김포에 제4 매립장을 설치할 수도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 편입 후 건폐장·소각장 등 기피시설을 떠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서울시와 편입 얘기 과정에서 쓰레기라든지 매립지라든지 이런 문제를 얘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한 행사에서는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서울시는 서해를 통한 항만개발, 수도권 4매립지 활용 등 상생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해 매립지 활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 편입 가능성이 제기된 고양시와 광명시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 경기도에 소재한 서울시 기피시설 중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대문구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설, 서울시립승화원 등이 모두 고양시에 있다. 서울시가 건립계획을 발표한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도 고양시 경계와 가까워 갈등이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시가 서울로 편입되면 기피시설 이전 및 신규 설치 명분이 약해진다. 광명시에는 서울시와 갈등을 겪은 ‘구로 차량기지’가 이전해 올 가능성이 높다. 광명시의 강한 반발로 차량기지 이전이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서울시가 광명시 서울 편입을 조건으로 차량기지 이전을 제시할 수도 있다. ‘서울시민’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조건으로 인접 도시가 각종 기피시설을 떠안을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신중히, 꼼꼼히,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

[사설] 축구 왕국이었던 수원이다

올해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세 경기가 수원에서 치러졌다. 홈팀 kt위즈가 패넌트 레이스에서 2위를 기록했다. 수원 팬들의 열기는 막판까지 뜨거웠다. 30, 31일 이틀간 수원 위즈파크는 팬으로 가득 찼다. 창단 10년에 불과하다. 여전히 10개 구단 중 가장 신생팀이다. 그럼에도 역사를 쌓았다. 우승 1회, 포스트시즌 진출 4회다. 이제 kt위즈는 명가다. 수원의 산업이 됐다. 지역 정체성 확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담당하고 있다. 야구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또 다른 공간에서 벌어지는 축구다. 본디 수원은 축구의 도시였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했다. 경기장 건립에 시민들이 십시일반했다. 경기도비와 수원시비가 투입됐다. 전국 월드컵 경기장 어디에도 없는 구조다. 이후 삼성블루윙즈라는 구단이 등장했다. 고등학교 선수 육성 등 지역 시스템도 구비했다. 여기에 박지성 등 스타플레이어도 탄생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수원삼성은 수원의 자산이었다. 수원FC의 등장도 그 열기에서 기인했다. 2003년 3월 수원시민프로축구단으로 출범했다. 3부 리그 우승을 거쳐 2부 리그로 승격했고, 결국 1부 리그에 올랐다. 국내 축구팀 가운데 3부에서 시작해 1부에 오른 팀은 수원FC가 유일하다. 시민의 사랑이 유별났다. 식당, 문구점, 정육점 등 순수 시민들의 후원이 끊이지 않았다. 수원FC의 1부 리그 승격은 삼성블루윙즈와 함께 ‘수원 형제’ 시대를 열었다.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옛이야기가 됐다. 삼성블루윙즈가 축구 명가의 저력을 잃었다. 중위권 시대를 지나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달 29일 강등권 탈출을 가늠할 경기가 있었다. 대전과의 경기였는데 반드시 이겨야 했다. 먼저 두 골을 넣으며 승세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 잇따라 골을 허용하며 무승부로 끝났다. 여전히 강등 위기에 놓여 있다. 아우 수원FC도 강등권에 몰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남은 세 경기서 연승을 못하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처지다. ‘수원의 축구 전설’을 기억하는 많은 시민이 있다. ‘수원 형제 동반 몰락’이라는 기사가 아프게 다가온다. 현대 프로스포츠의 관건은 투자다. 투자 대비 결과의 공식이 지배한다. 유럽 축구의 유로 파워, 중동 축구의 오일 파워가 이를 증명한다. 수원삼성의 몰락은 모기업의 투자 위축에서 출발했다. 수원FC의 고난은 시민 구단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이 명백한 원인을 팬들은 잘 안다. 그럼에도 많은 팬들이 ‘버릴 수 없는 수원 왕조’를 추억한다. 수원삼성과 수원FC가 정상에서 만나는 꿈같은 ‘수원더비’를 상상하고 있다. 수원시와 구단, 팬, 시민이 머리를 맞대볼 필요는 없을까. 소통으로 대략의 방향이라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축구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여전히 많다.

[사설] 경기도 들쑤셔 놓는 행정구역 개편, 졸속 그 자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표에 시끌시끌하다. 김포시뿐 아니라 광명·하남·구리·과천·부천·고양시 등 서울 인접 도시를 편입하는 방안도 당 안팎에서 거론된다. 서울시 편입 ‘깜짝 발표’가 경기도 곳곳을 들쑤셔 놓고 있다. 거론되는 지자체들은 “금시초문”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황당하고 비상식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른 ‘서울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 편입’을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 이벤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 강서구청장선거 패배로 확산된 ‘수도권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를 갈라치기 하려는 정략적 계산”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물론 여당은 선거용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설사 그렇다 쳐도 졸속이다. 전문가 의견이나 지자체·주민의 여론 수렴 없이 국가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를 뜬금없이 발표해 혼란을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면적이 인구 대비 좁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존 대도시가 주변 소도시들을 편입해 광역화하는 ‘메가시티’ 논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국 주요 도시와 경쟁하려면 서울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라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주요 선진국은 여러 대도시가 균형 있게 발전했지만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만 인구가 집중됐다. 경기도 주요 도시의 서울 편입은 부동산·교통·환경·교육 등 여러 면에서 부작용이 예상된다. 벌써 부동산 시장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우려된다. 행정구역 개편은 국가의 지도를 바꾸는 중요한 정책이다. 국민의힘은 당론이라면서 국민의힘 경기도당이나 경기도의회 의원들과 논의 한 번 없었다. 경기도와 인근 지자체들과도 마찬가지다. 관계기관의 의견 수렴과 가능성 검토 등의 사전 절차를 무시하고 어느날 갑자기 발표해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 편입 문제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가 얽혀 있기도 하지만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도 국토 관리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 국가 발전 전략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서다. 때문에 정부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국민들에게 장기적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다. 행정·재정적 문제,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 따져 볼 게 많다. 지자체와 주민,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 청취도 중요하다. 폭넓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설] 전지적 영남시점, 수도권 차출론/경기도 자존심 건드리면 안 된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경기도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변화를 강조하며 던진 영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론이다. 구체적으로는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는 ‘제안 받은 바 없다’며 ‘정식으로 제안해오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도 “혁신위가 당의 혁신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김 대표나 윤 원내대표 모두 떨떠름한 반응임은 틀림 없어 보인다. 영남 중진의 수도권 차출론은 아주 식상한 주제다. 영남이 중심인 국민의힘이 선거 때마다 고민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영향이 적지 않게 있을 것 같다. 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으로 탄생한 혁신위다. 당 지도부 교체론을 덮어 주고 있다. 여전히 수면 아래 꿈틀댄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에서 당 지도부가 혁신위 의견을 뭉개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 그래도 ‘김기현 지도부 얼마 못 간다’며 굿판을 벌이는 주변 인사들이 여럿 있다. 5개월 남은 총선 일정도 혁신위 측에 유리한 시간표다. 이래서 살피게 되는 것이 경기도 정치의 자존심이다. 지금 영남권 의원 수도권 차출론의 시점은 철저히 영남 중심이다. 영남 중진들을 향해 ‘수도권으로 옮기라’고 명했다. 영남 중진들이 ‘생각해보겠다’며 수용 유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으로 가라고 명령 받은 것도 영남, 갈지 안 갈지 결정할 것도 영남이다. 출마하라는 곳은 ‘수도권 험지’다. 그런데 그 수도권 험지의 목소리는 없다. 영남이 결정하면 되고 그러면 수도권은 군말 없이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건가. 인요한 위원장의 관련 인터뷰를 다시 살펴보자.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분명히 수도권이 아니라 서울을 특정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 등이 이걸 ‘수도권 험지’로 슬그머니 넓혀 놓은 것이다.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인가. 아니면 수도권인가. 수도권이라면 경기도를 포함하는가. 경기도 포함에는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 경기도는 서울과 다르다. 도농 복합적 전통이 남아 있다. 지역 정서가 무시 못할 요소다. 경기도에 먹힐 ‘영남 스타’도 웃기는 표현이다. 경기도가 우습나. 김기현 당 대표가 수원에서 당선될 수 있을까. 윤재옥 원내대표가 성남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변방 시·군에 차출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59개 경기도 선거구를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지역구마다 유권자가 있고, 고유 정서가 있고, 기존 정치인이 있다. 섣불리 건드리면 역풍 맞는다. 선거 때 역풍은 곧바로 참패다. 경기도를 포함하는 수도권 차출론, 이 표현에 정치권도 언론도 조심해야 한다. 영남 거물입네 하며 경기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본선도 못 간 아무개의 실례가 있다.

[사설] 김포시 서울 편입, 총선 앞두고 표 얻으려 분란 일으키나

국민의힘이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0일 김포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해 밝힌 내용이다. 김 대표는 “김포시가 시민들 의견을 모아 서울시로 편입하겠다는 절차를 거친다면 주민 의견을 존중해 편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또 ‘주민이 원할 경우’ 서울 생활권인 다른 도시의 서울 편입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당이 밝힌 경기도 주요 도시의 서울시 편입 구상은 메가톤급 정책이다. 서울 강서구청장선거 패배로 확산한 ‘수도권 위기론’ 타개를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과 박진호·홍철호 김포갑·을 당협위원장이 당 지도부에 건의한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본격 추진하면서 나왔다. 경기 북부 시·군을 떼 자치도로 만드는 것은 김 지사의 공약이다. 이에 김병수 시장은 김포가 경기 북부와 연결성이 낮고, 과거 김포 일부 지역이 서울로 편입된 사례를 들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대신 서울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 김포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가 서울로 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정책 수립에서 서울과 협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구역만 나뉘어 있고 실제는 서울 생활권·문화권이라는게 김포시의 주장이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되기 위해선 김포시가 편입안을 제출하고, 경기도와 서울시가 동의해야 한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경기도와 서울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본회의 의결로 편입이 결정된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서울시와 경기도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김포시민의 의사가 확인되면 특별법을 통해 서울 편입을 결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는 “11월 초 오세훈 시장이 김병수 시장을 만나 공식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는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시도 간 경계를 조정하는 데 경기도는 배제한 채 정치권과 김포시 간의 개편 논의에 황당해하고 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이 추진되면 서울에 인접한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통근자가 많은 과천·광명·구리·하남·고양·성남시 등이 거론된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이 국민의힘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여당은 선거용 정책을 내놓기 전에 김포골드라인 혼잡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지적을 새겨 들어야 한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역을 갈라치기 하며 민심을 뒤흔들고 분란만 일으킨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설] 청춘의 빚, 청춘의 덫으로 코 앞에 왔다

청년층의 가계빚 악화가 예사롭지 않다. 채무부담율, 연체율, 취약차주 비율 등 모든 수치가 악화되고 있다. 올 2분기 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262%다. 2019년과 비교하면 39%포인트 상승했다. 중장년층이 35%포인트, 고령층이 16%포인트 였다.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연체율도 악화되고 있다. 90일 이상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다. 같은 올 2분기 청년 연체율이 0.58%로 지난해 동기 대비 0.17%포인트 늘었다. 더 걱정인 것은 청년층의 취약차주 추세다.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상태이거나 저신용자 상태다. 연체율 가운데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5.80%에서 8.41%로 치솟았다. 잠재 청년 취약차주 비율도 많아졌다. 지난해 2분기 17.2%에서 올 2분기 17.8%로 상승했다. 0.6%포인트라고 가벼이 볼 게 아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층의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0.3%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모든 지표가 청년 빚의 심각성을 가리킨다. 대책을 내라고 말한다. 고용 사정 악화나 주거확보 정책 등의 거대 담론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가. 통계가 도출하는 결론은 다르다. 냉정하게 말해 청년층 스스로의 자각 외에 답 없다. 올 2분기 청년 1인당 가계 대출금이 7천900여만원이다. 이 중에 주택 관련 대출금이 70%를 차지한다. 자금조달계획서 기준 연령별 주택 매입 비중도 그렇다. 청년층이 33.1%로 가장 높다. 여전히 젊은층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으고, 빚 내서 던지는’ 투자에 빠져있다. 과거엔 이렇지 않았다. 주택 대출의 핵심은 40대였다. 20, 30대 시드머니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40대에 주택 구입을 본격화했다. 더구나 최근처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때는 2030 대출은 크게 위축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경향성이 이와는 정반대다. 이런 예는 없었다. 2030 청년층 대출이 광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주택 마련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청년층까지 국가와 사회가 보전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청년층 빚은 사회의 시한폭탄이다. 미래 불확실성을 높이는 불안 요소다. 그렇더라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놓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다. 레버리지(대출)로 (투자)하는 분이 많은데 경고하겠다.” 이 경고의 중심에 2023 청년층의 영끌, 빚투가 있음은 물론이다. 청춘의 빚이 청춘의 덫으로 다가오고 있다. 모든 통계가 이 길을 가리키고 있다. 시간이 임박함도 알리고 있다.

[사설] 공공기관 이전 퇴사, 우려대로 현실이 돼 간다

‘공공기관 이전’은 이재명호의 대표적 치적이다. 시·군 간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내세웠다. 그 목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근무지 변동에 따른 직원들의 불이익이다. 갑작스러운 원거리 근무로 받게 될 고통이 우려됐다. 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사서원)이 지난 8월 여주시로 이전했다. 2020년 1월 출범한 사서원은 그동안 수원특례시에 있었다. 도 단위 기관의 이주에 여주시와 시민들은 환영했다. 업무는 여전히 수원에 소재한 경기도와 절대적으로 연결돼 있다. 당장 지난주말 열린 복지사 등 300명 워크숍도 화성시 라비돌에서 있었다. 이런 가운데 퇴사자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현재까지 과장·주임급 직원들 7명이 그만 뒀다. 퇴사 사유는 주거·육아 환경 악화다. 또 있다. 2021년 양평군으로 옮겨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다. 2019년 10월 수원컨벤션센터 5층에서 개원했다. 이재명 지사의 대표 사업인 지역화폐를 비롯한 상공인 지원 업무를 한다. 개원 당시 직원 규모는 54명이었다. 공공기관 이전 대상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이주한 기관이다. 이재명 지사 재임 중 이주라는 점이 주목됐다. 지금까지 직원 8명이 퇴사했다. 전체 15%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역시 똑같은 퇴사 이유를 얘기했다. 사서원과 경상원은 설립된 지 3년여밖에 안 된다. 비교적 사업이 단조롭고, 소속 직원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퇴사율을 나타냈다. 경기도 전체 산하 공공기관 27곳 중 56%인 15곳이 경기 북·동부지역으로 옮겨간다. 사서원, 경상원보다 훨씬 큰 기관들의 이전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관광공사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2025년까지 고양특례시로 간다. 경기교통공사도 2025년까지 양주시로 이전한다. 도가 준비한 대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이전 기관 구성원에게 △매달 60만원씩 1년간 주거비 지원 △이주 시 이사비 지원 △기관 수요에 따른 통근버스 지원 등을 전개하고 있다. “갑작스레 생활 기반에 커다란 변화가 온 직원에게 이주를 유도하는 한시적 지원은 대안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해당 기관 직원이 호소한다. 안 그래도 팍팍한 도 살림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추가 대책을 경기도에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참여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이론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공공기관을 경기도에서 지방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직원들을 위한 지원책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다. 준비 기간도 십수년씩 소요했다. 그런데도 직원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와 비교하면 어떤가. 경기도의 기관 이전은 보안 작업하듯 갑자기 발표됐다. 그 발표문 속에 직원 이주대책은 어느 것도 없었다. 그 발표문 속에 이미 내재된 문제였다. 그 문제가 이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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