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절반은 아직도 석면 철거 중, 학생건강 위해 속도내야

전국의 각급 학교에서 석면 철거 공사를 하고 있다. 안전한 교육 환경을 위해 ‘무석면 학교’ 실현을 목표로 2016년부터 매년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내 절반 이상의 학교가 아직도 석면 제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밖에 없다. 석면은 뛰어난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 내약품성 등으로 건축 내·외장재와 공업용 원료로 널리 사용돼 왔다. 하지만 198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위험 물질로 분류됐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은 폐에 흡입되면 배출되지 않고 평생 체내에 머물면서 조직과 염색체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한다. 석면이 인체에 흡입됐다고 모두 질병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폐에 들어온 석면은 체내에 축적되고 이로 인해 10∼40년 잠복기를 거쳐 흉막질환과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 등 치명적 질병을 일으킨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모든 제품에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전국의 학교에서는 이미 시공된 석면의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내 석면 제거 대상 초·중·고, 특수학교는 1천725곳이다. 이 중 지난해까지 석면이 제거된 학교는 828곳(48%)이다. 2016년 작업 시작 이후 7년 동안 석면 제거가 완료된 학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석면 제거가 안 된 학교는 초등학교가 503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중학교 227곳, 고등학교 165곳, 특수학교 2곳 등 모두 897곳이다. 석면 사용이 금지된 2009년 이전에 지어진 학교의 경우 석면텍스(마감재)를 사용한 곳이 많아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후화한 학교일수록 학교 내·외부 교육환경 개선 공사가 필요한데, 공사 과정에서 석면가루가 날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석면 제거 대상 학교 중 35년 이상 노후화한 학교는 65곳에 달한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편이다. 석면가루에 노출되면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전문성과 안전성, 정확성이 확보돼야 한다. 간혹 철거 공사를 마무리한 학교에서도 석면이 검출되는 등 부실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해체 작업을 하면서 작업장 밀폐 상태 부실, 음압기 미가동, 감리원 미상주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학부모들이 항의한 사례도 있다. 철저하게 안전 규정을 지켜 작업해야 한다. 7년 동안 석면 제거 작업이 절반도 안 됐다는 것은 문제다. 학생 안전을 위해 예산을 늘려 석면 제거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사설] 서울 ‘기후동행카드’보다 더 퍼주겠다는 ‘더 경기패스’

경기도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The(더) 경기패스’ 사업을 내년 7월 도입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내년 7월부터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한 더 경기패스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와 관련한 경기도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은희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한 것이다. ‘더 경기패스’ 시행은 국감에서 처음 발표됐다. 김 지사는 “더 경기패스는 경기도민 누구나 연령 제한 없이 어떤 교통수단이든 이용할 수 있다. 광역버스도 신분당선도 다 포함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이다. 월 6만5천원으로 서울 버스와 지하철, 공공자전거 등을 무제한 이용하는 카드다. 내년 1∼5월 시범사업 후 하반기에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시내에서 승하차하는 지하철과 서울 시내버스·마을버스만 사용 가능하다. 광역버스나 경기도 시내버스, 마을버스, 수도권 전철 중 신분당선 등은 제외된다. 더 경기패스는 경기도민이 전국 어디서나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사용한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정책이다. 기후동행카드처럼 따로 정기권을 구입하거나, 매달 충전할 필요가 없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기도는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추진하는 ‘K패스’ 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내년 7월 도입할 예정인 K패스는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매달 교통비의 20~53%를 환급해주는 사업이다. 19~34세 청년은 30%, 저소득층은 53%를 환급해 준다. 경기도는 여기에 별도 예산을 보태 혜택을 더 주는 ‘더 경기패스’로 운영할 방침이다. 도는 월 60회로 제한된 대중교통 이용 횟수를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청년 기준을 기존 19~34세에서 19~39세로 확대한다. 김 지사의 말대로, 서울시보다 ‘월등한’ 정책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도민 입장에서 보면 서울시민보다 경제적 혜택이 더 크다. 이를 반기는 이들이 많지만 부정적 여론도 있다. 이렇게 돌려줄거면 왜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경기도는 서울시가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발표하자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한 바 있다. 경기·인천·서울은 같은 생활권이라 협의가 필요한데 독단적인 교통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기후동행카드나 더 경기패스 모두 세금을 쏟아 누가 혜택을 많이 주나 경쟁하는 모양새다. 돈 퍼주는 교통비 할인 정책 대신 교통불편 지역의 노선 확대와 증차, 교통약자를 위한 환경 개선, 낙후 시설물 보수 등 사각지대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설] 당신의 아이 위로 15만V가 흐르고 있다

아파트 단지가 이랬다면 어땠을까. 당장 시위하고 소송하지 않았을까. 다른 곳도 아닌 학교 위 모습이다. 그 공간에 복잡한 전선이 얽혀 있다. 가벼운 통신선에서 초고압선까지 다양하다. 본보 취재진이 안산시 상록구의 한 학교 인근을 살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함께 있다. 전봇대 6개가 학교를 둘러싸고 있다.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초등학교도 사정이 같다. 학교 담장 옆으로 전신주 4개가 서 있다. 용도를 달리하는 전선들이 복잡하게 늘어져 있다. 전봇대 쓰러짐은 태풍의 대표적 피해 유형이다. 초속 25~30m 정도의 바람에도 넘어간다. 전선과 각종 간판 등이 저항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상 누전 피해로 이어진다. 차량이 부서지고 행인이 감전되기도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런 위험 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더 아찔한 상황도 있다. 십 수만V의 초고압선이 지나가는 학교들이다. 올해 8월 말 현재 15만4천V 이상의 초고압선이 지나가는 학교가 도내 37곳이다. 학생 학부모는 알지 못한다. 고압선으로 인한 민원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두 곳의 현안도 아니다. 새 둥지로 인한 화재 우려, 태풍으로 인한 붕괴·화재 우려 등이 제기된다. 여기에 유해성 논란이 그치지 않는 전자파 문제도 복잡하다. 일반 아파트 단지의 경우 당장 예민한 민원이 된다. 통상 손해배상 청구와 이전 청구 소송이 이뤄진다. 한전과 건설사 측이 패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백~수천억원을 들여 이전해야 한다. 그렇게 예민한 문제가 학교를 덮고 있다. 수백명의 아이들이 등하교한다. 교실에서 수업하고, 운동장에서 생활한다. 붕괴·화재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도 그 학생들이다. 전자파 피해의 당사자들도 그들이다. 통상 전봇대·고압선 피해의 경우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6년 또는 3년의 학교 생활에서 결말을 보기 어렵다. 여기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이러다 보니 아예 논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시작해봤자 ‘우리 아이 졸업 때까지 옮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때마침 한국전력공사가 2021년 7월부터 해온 전선 지중화 사업이 있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이다. 지자체가 신청하면 한전이 조사해 추진한다. 더디기는 하지만 14건의 일반 지중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학교 전신주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시·군이 ‘심각한 학교’를 조사해 신청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런 조사와 그런 신청을 한 시·군이 아예 없다는 게 문제다. 어른들 죽어나갈 전자파가 아이들에는 괜찮다는 건가. 머리 위로 15만4천V가 흐르는 학교. 그런 학교가 지금 서른일곱 곳이다.

[사설] 반려동물지도사 첫 국가시험, 구체적 가이드라인 내놔야

강형욱씨는 유명한 동물훈련사다. 반려견 전문가로 ‘개통령’ 또는 ‘견문가’으로 불린다.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많은 사람들은 ‘제2의 강형욱’을 꿈꾼다. 반려동물 행동지도 관련 민간 자격증은 올해 10월 법인 기준 66종에 이른다. 2015년 4개였던 민간 자격증은 반려동물이 크게 증가하면서 우후죽순 늘어났다. 개인이나 단체에서 발행하는 자격증까지 포함하면 반려동물 행동 교정·상담·관리 관련 자격증은 130개가 넘는다. 민간 자격증은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종합관리사, 반려동물행동상담사, 반려동물행동상담지도사,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등 다양하다. 해당 업계에 종사 중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직종에 따라 자격증을 선택해 취득해야 한다. 이 중엔 필기와 실기 자격 모두 검정하는 자격증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 강의 이수 시간 충족 뒤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이렇듯 민간 자격증의 교육과정과 검정 내용이 제각각이고, 자격증이 난립하자 일원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가 반려동물지도사 자격증을 국가 공인 자격증으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를 국가시험으로 선발하는 내용이 포함된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6월 첫 시험 예정으로 매년 1천500여명을 선발한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 국가시험을 신설한 것은, 개 물림 사고 등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 외에 반려동물의 체계적 관리, 무분별한 민간 자격증 난립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반려동물 훈련, 반려동물 보호자 훈련, 동물병원, 반려견 훈련소, 미용실, 펫시터 등 반려동물 연관 산업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 반려동물행동지도사에 도전하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가 자격증 시험을 치른다면서 아직까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행 규칙과 과목은 물론 등급제 적용 여부 등 관련 정보가 없어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난립한 반려동물행동지도 관련 민간 자격증을 국가 공인으로 격상시켜 일원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시험이 8개월도 안 남았는데 아직 가이드라인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대학이나 교육기관에서 관련 자격증 교육과정을 수정·보완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자격증 시험 발표만 해놓고 안일하게 늑장을 부려 혼란과 불편을 겪게 해선 안 된다. 하루빨리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

[사설] 국힘 ‘수도권 약진’, 관건은 공천·내실인데

국민의힘에 ‘김기현 2기’ 체제가 시작됐다. 보궐선거 참패가 불러낸 지도부다. 계파색이 옅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남 일색을 탈피한 배려라는 분석도 있다. 그중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수도권 중용이다. 정책위의장에 유의동 의원(평택을), 여의도연구원장에 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 조직부총장에 함경우 당협위원장(광주시갑)이 임명됐다. 여기에 서울 출신 윤희석 선임대변인까지 임명직 8명 가운데 절반이 수도권이다. 15일 의원총회에서 예고된 부분이다. 김기현 대표가 임명직 인선의 방향을 밝혔다.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된 형태로 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윤곽까지 예고했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가운데 최소 한 자리는 수도권·중원 출신으로 채운다고 했다. 나머지 자리에도 수도권 인사를 중용하겠다고 했다. 지역 언론이 이를 주목했고 김성원·송석준·안철수·유의동 등 다수의 도내 의원 이름을 보도했다. 그중 유의동·김성원 의원이 선택된 것이다. 외형상 수도권 중용의 약속은 이행된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1기’ 임명직 당직자 분포와 지역적 차이가 크다. 정책위의장 박대출(경남 진주갑), 전략기획부총장 박성민(울산 중구), 여의도연구원장 박수영(부산 남구갑), 지명직 최고위원 강대식(대구 동구을), 수석대변인 강민국(경남 진주을) 등이 모두 영남권 출신이었다. 8명 가운데 무려 5명이다. 여기에 김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까지 영남권이 싹쓸이한 포진이었다. 그때와 달라진 수도권 위상이다. 야권이 문제 삼는 부적격 논란은 있다. 김성원 의원의 여연원장 임명이다. 수해복구 현장에서 있었던 부적절한 설화 전력이다.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황당한 말로 공분을 샀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는 판단이 필요하다. 이보다 큰 아쉬움도 있다. 사무총장 인선이다. 사무총장은 총선의 공천 실무를 책임진다. 이 자리에 TK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을 임명했다. 공천은 계속 영남이 좌우하겠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지난 4월 우리는 국민의힘의 영남 편중을 지적했다. 경기도에서의 참패를 경고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6개월 지났다. 보궐선거라는 바로미터를 통해 그 경고가 현실이 됐다. 뒤늦게나마 수도권 중용을 인식한 것 같다. 내실에 이르는 평가는 남았으나 산술적 균형이라도 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노력을 평가한다. 우리의 이 주장과 기준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경기도스럽게 다가올 정당, 그것이 경기도민이 지지할 정당이다.

[사설] 수원 출신 유튜버, 김용호의 극단 선택

기자 출신 유튜버 김용호씨(47)가 12일 숨졌다. 부산의 한 호텔에서 투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씨는 최근 한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지난 2019년 7월 부산의 한 식당에서 발생했던 일이다. 김씨는 가벼운 스킨십만 있었을 뿐 강제성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김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및 성폭력치료 강의 프로그램 수강도 부과했다. 재판이 11일이었고, 극단적인 선택은 다음 날 이뤄졌다. 김씨는 방송 연예계를 대표하는 유튜버다. 유튜브 채널 ‘연예부장 김용호’를 운영했다. ‘가로세로연구소’에도 출연해 인기를 모았다. 최근에는 강용석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KNL’에도 출연했다. 수원의 명문 사립 고등학교 출신이다. 지난 8월 부친상을 당해 동문들이 찾기도 했다. 유가족인 초등학생 딸을 얘기하는 지역민도 있다. 그를 잘 아는 동문 선배는 그를 이렇게 추억했다.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여린 친구였다. 죗값을 치르고 열심히 살면 됐는데.” 유튜브는 완벽히 자리잡은 매체 방식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폭로·폭력·선정성이 극단화로 흐르고 있다. 자연스레 그에 따른 리스크도 높아졌다. 적극적 반박과 민·형사 소송에 상시로 노출돼 있다. 김씨의 죽음에도 이런 정황들이 발견된다. 이근 대위, 조국과 딸 조민, 가수 김건모의 전 부인, 한예슬·박수홍·홍가혜 명예훼손, 이재명 관련, 일부 연예인에 대한 공동 공갈 등 7건의 법적공방을 계속 벌여 왔다. 성추행 논란은 그 일부일 뿐이다. 김씨가 극단 선택을 한 같은 날, 동료 유튜버 강용석씨도 수원지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다. 지방선거 당시 회계 처리 관련이다. 자신과 가족, 친족이 설립한 회사로 선거비용을 빼돌렸다는 등의 혐의다. 이 문제도 사실은 유튜브 여파다. 모금, 홍보, 집행 등과 관련된 모든 행위 중심에 ‘가로세로연구소’가 있었다. 함께 출연한 김모씨도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유튜버 동료 3명에게 한꺼번에 닥친 죽음 또는 불행이다.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이 우리 사회에 갖는 비중은 불가역적이다. 그 비중이나 점유율은 갈수록 커진다. 그런 만큼 스스로 감당해 나갈 위험성도 커졌다. 민사송사를 통한 몰락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형사소송을 통한 파멸로 끝나기도 한다. 가장 비참한 형태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머지않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전면에 등장할 우려가 다분하다. 그 우려되는 극단의 모습이 수원에서, 수원 사람에 의해 목도된 셈이다. 모두에게 안쓰러운 일이다.

[사설]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 마련해 약속 지켜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지난 13일 회의를 개최, 국민연금 개혁 보고서 최종안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도 단일 연금개혁안 마련에 실패하고 소득대체율 인상을 포함한 복수의 개편안을 최종 보고서에 담기로 함으로써 과연 국민연금 개혁안이 제대로 마련될지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지난달 2일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안에 의하면 ‘더 내고 늦게 받는’ 18가지 시나리오였는데, 최종안에서는 ‘더 받는’ 안이 추가돼 경우의 수가 더 증가하게 됐다. 지난달 공청회에서 내는 돈(보험료율)을 12∼18%로 인상하고 연금 수급 시작 연령은 66∼68세로 늦추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최종 보고서에서는 김용하 위원장이 “소득대체율을 45%와 50%로 올릴 경우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서에 넣을 계획”이라고 말함으로써 받는 돈을 45∼50%로 인상하는 안을 추가해 개혁안의 가짓수가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소득대체율 상향과 관련한 내용을 최종 보고서에 포함하기로 한 것은 연금의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일부 학계나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일단 반영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득대체율 상향 시나리오가 추가되면서 위원회가 제시하는 시나리오는 18개에서 최소 20개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회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 금년 4월까지 자체 개혁안을 내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활동 기한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재차 연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조차 단일안 마련에 실패하고 무려 20개가 되는 다수안을 거론하고 있으니, 국민연금 개혁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을 개혁해 연금재정의 고갈을 막고 미래세대의 노후를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 자문기구가 제대로 된 연금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으니, 이는 정부의 책임이다. 문재인 정부도 4개 개혁안을 가지고 논의만 하다가 결국 무산된 전례를 보면, 이번 정부 역시 다양한 개혁안만 가지고 논의만 무성할 뿐, 결국 개혁안을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연금의 소득 보장 수준과 재정의 안정성을 감안하는 최적의 개혁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게 되면, 또다시 연금 개혁은 물거품이 될 수 있으니, 조속히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설] 국힘 “수원 5곳 중 4곳 바뀔 수 있다”/보궐 참패, 공천 혁명 외 희망은 없다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했다. 17%포인트 넘는 격차로 진 참패다. 민심을 겸허히 듣겠다며 반성 모드에 들어갔다. 김기현 당대표가 “패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참패의 현장이 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크다.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우리 당이 약세인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패배에 따르는 당연한 반성과 다짐이다. 그런데 이를 접하는 여론은 싸늘하다.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지적이 많다. 수도권을 ‘상대적으로 약세’라고 전제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패배를 본질적 구도의 문제로 돌리는 듯하다. 사실과 맞지 않다. 적어도 2022년 3월 대선 이후 서울은 보수가 압도했다.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5%포인트 이상 앞섰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의 쏠림은 더 커졌다. 25개 구청장 가운데 17곳을 국민의힘이 이겼다. 시장선거에서는 오세훈 후보가 25개 모든 구에서 이겼다. 이번에 패배한 강서구도 구청장과 시장 모두 국민의힘이 이겼었다. 거기서 참패한 것이다. 생생히 기억하는 이 사실을 묘하게 왜곡하는 속내는 뻔하다. 자연스럽게 책임 소재가 감춰졌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 것도 그렇다. 김 후보자의 부적절성, 처신 등이 영향을 줬을 수는 있다. 하지만 17%포인트 이상의 참패를 그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국정 파행, 이재명 영장 기각, 독선적 인사에 당 지도부 무능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다. 이런 보궐 참패와 후속 조처 미흡의 타격은 그대로 경기도가 받게 된다. 경기도는 서울과는 같은 수도권으로 엮을 수 없는 상반된 지형이다. 윤석열 후보가 5%포인트 이긴 그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5%포인트 이겼다. 지역 내 많은 언론이 내년 총선은 민주당 승리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보궐선거까지 참패했다. 총선에 나설 인재 영입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패배 확률 높은 경기도 국민의힘을 누가 선택하겠냐는 현실적 고민이다. 당 지도부의 내적 고민도 이 부분이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공천 혁명이다. 공천 혁명이라도 꾀하지 않으면 전멸한다는 절박함이 주는 역설이다. 경기도 사정에 밝은 당 관계자도 같은 주장을 폈다. 공천 혁명을 이뤄내야 경기도에서 압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 5개 지역구에서 4곳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로 총선 물갈이 규모를 전망했다.

[사설] 한글날 정부 행사, 세종대왕의 도시 여주에서 개최해야

제577돌 한글날 경축식이 지난 9일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렸다. 서울이나 경기 여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한글날 정부 공식 행사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 ‘세종시’라 했지만 이곳이 세종대왕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두드리는 한글의 힘!’을 주제로 열린 한글날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해외 순방 중이라며 불참했다. 대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 총리의 축사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한글날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글날을 기념하는 메시지도 없었다. 지난해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한글날 경축 행사는 야외 빗속에서 치러졌는데 동네 주민센터 행사보다 못할 정도로 초라해 비난이 거셌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글을 홀대한다, 한글날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한글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지방정부, 문화기관·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세종대왕과 한글의 도시’ 여주에서도 훈민정음 반포 577돌을 기념한 한글날 문화행사가 세종대왕릉 일원에서 열렸다. 행사는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주최, 여주시 주관으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여주시의 한글날 기념행사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예전엔 문화재청과 경기도 등이 주관해 대통령과 국무총리, 문화재청장,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여주시 주관으로 바뀌면서 타 지자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동네 행사로 전락했다. 올해 행사에는 이충우 여주시장과 정병관 여주시의회 의장 외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김유열 EBS 사장 등의 내빈 정도만 참석했다. 여주시민뿐 아니라 경기도민은 정부 기념행사에서 여주시 자체 문화행사로 쪼그라든 한글날을 지켜보는 마음이 좋지 않다. 경기도지사나 도내 국회의원들마저 무관심해 안타깝다. 누가 뭐래도 세종대왕의 도시는 여주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이 잠든 영릉(英陵)이 여주에 있다. 영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여주에는 ‘세종’이란 이름이 수두룩하다. 세종대왕면이 있고, 세종대왕릉역, 세종대교, 세종대왕우체국, 세종대왕파출소, 세종국악당, 세종도서관 등등 ‘세종’을 빼고 여주를 얘기하기 어렵다. 최근 여주시는 정부와 경기도 등의 무관심으로 세종대왕과 한글의 도시라는 명성이 잊혀져 가는 듯하다. 한글날 행사는 반쪽이 됐다. 퇴색되면 안 된다. 명맥을 잇기 위해 정부의 한글날 경축행사의 여주 개최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국립한글박물관, 세종시 등을 왔다갔다 할 게 아니라 여주로 정하는 게 맞다.

[사설] 세수 59조 결손, 지방정부 재정위기 더 심각해졌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대 최대 규모인 59조원에 달하는 올해 세수 결손 파장이 지방재정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국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자 기획재정부는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 23조원을 삭감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지방세 수입도 줄었다. 경기·인천 등 광역지자체들이 비상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지출을 줄이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어 각종 사업을 중단·축소해야 할 상황이다.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에 연동돼 세수 상황에 따라 정산해야 한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올해 세수 결손은 2년 뒤인 2025년 지방교부세를 덜 주는 방식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내년부터 교부세를 깎겠다는 것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처사다. 지방의 연구개발(R&D) 예산도 3분의 2 줄었다. 정부가 전체 R&D 예산을 13.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지방 예산의 삭감 폭은 지나치다. 시·도교육청의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예산도 대폭 깎였다. 지방재정 비상에 정부는 각 지자체가 그동안 적립해온 안정화기금, 순세계잉여금 등으로 교부세 감소분을 충당할 방침이다. 안정화기금은 지자체가 여유 재원이나 예치금을 모아 놓은 일종의 비상금이다. 중앙정부의 세수 펑크를 지자체 비상금으로 막겠다는 것은 황당한 대책이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지자체 여유자금 현황’(10월4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여유자금 총액의 67.6%를 이미 소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정화기금과 순세계잉여금을 더한 여유자금 총액은 62조6천억원 규모인데 현재는 20조2천억원만 남았다. 국세 결손에 대한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세가 덜 걷혔지만, 지방세도 마찬가지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경기도는 2조원, 인천시는 1천100억원 규모의 세입 결손이 생겼다. 정부의 지방교부세 감소까지 감안하면, 재정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각 지자체가 각종 기금을 차입하고 지방채를 발행하고 있다. 경기지역 지방채 총액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8천42억원, 2021년 1조6천8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1조4천52억원이었는데 내년도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시 등 도내 시·군들도 재정난 속 주요 사업 이행을 위해 신규 지방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방정부들이 재정 부족액을 부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면서 지방채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 어떻게 감당하고 해결하려는지 걱정스럽다. 부동산 세액에 의존하는 지방세수 개편, 국세의 지방 이양 확대 등 지방재정 구조 개선이 절실하다. 중앙정부는 세수 결손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생긴 지방재정 위기의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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