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 뒤 선거에서 경기북도지사 뽑을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경기북부도지사를 뽑게 하는 게 목표다.’ 김동연 도지사 측 인사가 밝힌 분도 구상이다. 김 지사의 경기북도 목표가 그렇게 잡혀 있다고 설명한다. 절차상 문제 될 것 없다고도 한다. 다음 지방선거라면 2026년 6월이다. 2년9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거대한 경기도를 나누는 일이다. 40년 가까이 꿈만 꾸던 숙원이다. 행정을 넘어 통치 차원의 판단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작업을 그렇게 빨리 실현할 수 있을까. 김 지사 측은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 절차라는 도식만 보면 불가능할 것도 아니다. 행위의 핵심인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 3건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기북도 설립은 급물살을 탄다. 21대 국회 임기가 내년 5월 말까지인 것이 변수다. 부정적으로 보면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수 있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보면 그 이전에 결판을 봐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 법적 선결 요건이 주민투표다. 경기도가 오늘 행안부에 주민투표를 요청하기로 했다. 소위 ‘분도론(分道論)’으로 불리는 이 문제는 40년 된 화두다. 정확히는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노태우 후보가 처음 제기했다. 그 후 중요 선거 때마다 등장했다. 지방선거에서는 거의 빠진 적이 없다. 2002년 경기도 인구가 1천만명을 넘기면서 분도론에 더욱 힘이 실렸다. 파주, 고양, 양주, 연천, 동두천, 의정부, 포천, 남양주, 가평, 구리가 대상인데 현 인구만 해도 360만명이다, 당장 독립해도 경기남부도, 서울시에 이어 전국 3위의 거대 광역지자체다. 물론 추진을 더디게 할 요소는 있다. 당장 인구 107만의 고양시의 입장이 변수다. 이동환 시장은 최근 ‘분도 이전에 경제공동체 구성부터 하자’는 의견을 말했다. 분도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타 시·군과 다소 결이 다르다. 여기에 주민투표의 대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남·북도 주민 참여, 북부 주민 참여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변수들이 그동안 경기북도의 결행을 멈칫거리게 해온 요소였다. ‘김동연 경기도’는 일단 주민투표 요청의 단계로 갔다.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치권은 북부지사 후보군을 언급하는 주장들이 부쩍 늘었다. 의정부시 정치권, 고양시 정치권 등에서는 특히 그렇다. 전체적으로 정치 수요가 늘어나는 데 대한 기대가 있다. 공무원들의 관심은 추후 승진 등과 연계돼 거론된다. 연공서열과 북부 출신을 중심으로 기대를 갖는 분위기다. 공직사회 역시 북도 신설에 따라 수요와 규모가 대폭 넓어지게 된다.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여론은 늘 사회적 방향의 키 역할을 했다. 경기도가 전례 없는 자신감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신설 문제를 시작했다. 여기에 정치·공직사회의 기대감이 전에 없이 크고 구체적이다. 지켜봐야 할 이유가 크다.

[사설] 이재명 단식, 종료 명분도 어색했다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기록이 남았다. 정치인의 단식 투쟁 기간이다. 이재명 대표가 23일 단식을 종료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해 24일 만이다. 가장 길었던 정치인 단식은 23일이다. 1983년 5월18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3일간의 단식투쟁 역사가 있다. 민자당의 내각제 개헌 추진에 대한 항거였다. 이 대표의 이번 단식은 적어도 기간에서 최장 신기록이 됐다. 그런 만큼 대략의 정리가 필요한 역사 속 사건이다. YS는 언론 통제 해제, 정치범 석방, 해직 인사 복직, 정치 활동 금지 해제, 대통령 직선제 등을 요구했다. DJ는 민자당의 내각제 개헌 추진 포기를 내걸었다. 겉으로는 정치 개혁을 향한 거창한 구호였다. 공교롭게 두 김씨 모두 훗날 대통령이 됐다. 성공한 정치인의 역경을 상징하는 전설처럼 남아 있다. 하지만 명분까지 그렇지 못했다. 다분히 느닷없고, 억지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이 대표의 단식 명분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의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를 요구했다. 국정 쇄신 및 개각 등을 요구했다. 이 역시 느닷없고 막연한 정치 구호의 측면이 있다. 대통령 사과가 야당 대표의 단식 명분일 순 없다. 일본이 결정할 오염수 방류도 한국 야당 대표가 목숨 걸 일은 아니다. 야당 대표가 장관 바꾸라고 단식하나. 잘 와닿지 않았다. 명분이라는 측면에서 두 김씨와 이 대표를 차별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확실하면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단식하는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 진행이다. 두 김씨에게는 본인 또는 가족과 연루된 형사사건이 없었다. 이 대표에게는 바로 이게 있었다. 검찰 출두, 체포동의안 등이 예정돼 있었다. 실제로 단식 중에 소환, 구속 영장 청구, 체포동의안 의결이 다 진행됐다. 체포동의안 의결을 앞두고는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본인 신병에 대해 직접 선처를 요구한 셈이다. 이러다 보니 단식 종료의 명분까지 이상해졌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하루 뒤 단식을 종료했다.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26일을 3일 앞두고서다. 검찰 수사와 다르다. 본인 또는 변호인의 치열한 항변이 필요한 절차다. 단식 종료 이유를 ‘의료진의 강력한 단식 종료 권고’라고 했다. 글쎄다. 세상에 단식을 종용하는 의사는 없지 않겠나. 성남시장이던 2016년 6월에도 단식했다. 지방재정개혁에 반대하는 투쟁이었다. 11일 굶은 이재명 당시 시장이 이렇게 말했다. “죽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다 같이 살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켜온 선배들의 희생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목숨 건 투쟁’이 아니라 ‘살기 위한 투쟁’이라는 설명이다. 어쩌면 ‘어색한 단식과 종료’를 이해시켜주는 발언이 아닐까 싶다.

[사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삭감은 시대적 역행이다

최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해 예산안을 보면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안이 전액 삭감돼 내년부터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도내에 있는 의정부거점센터 등 9개소,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등 소지역센터 35개소 등 전국에 44개소가 산재해 있으며, 이들 센터는 외국인 노동자의 귀와 입이 돼 길게는 20년 가까이 활동해 왔다. 그러나 이들 센터가 내년부터 예산 삭감으로 폐쇄될 위기에 있어 이에 대한 불만의 여론이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들 지원센터는 정부로부터 운영비로 매년 70억원 정도를 지원받고 있으며, 위탁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거주 인원에 따라 지원센터를 찾는 외국인 수는 차이가 있지만, 많게는 하루 500여명이 상담하는 센터도 있다. 이들의 상담 내용은 임금체불에서부터 산재 처리까지 다양하다.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문화적 차이와 언어 소통의 한계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고충상담, 한국어·생활법률·정보화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이들의 국내 생활 적응 지원 및 원활한 취업활동 촉진과 중소기업 사업주의 인력 활용 도모 등을 하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 국내 기업들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조선소 같은 일부 사업소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현장이 안 돌아간다고 할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내년부터 대규모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예정이며, 인원은 12만명 정도이다. 정부가 이같이 외국인 노동자 수를 증가시키면서 이들을 위한 지원센터 예산을 삭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원센터 대신 지역노동청 등의 상담업무를 확대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는 평일에는 시간 내기 힘들어 주로 주말에 이들 센터를 찾아 대면으로 상담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소지역센터는 이들을 위한 장터나 문화행사를 열면서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까지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과연 지역노동청이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고 한국은 점차 다민족·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보면 더욱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확대해야 함에도 오히려 줄이는 것은 시대적 역행이다. 국회는 예산심의 시 지원센터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라도 센터를 유지하기를 요망한다.

[사설] 이재명 ‘행정 비리’, 처음으로 사법 판단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가결 149표, 부결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였다. 총 투표수는 295표로 절반을 넘겼다.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 148표를 넘겼다. 국민의힘, 정의당, 시대전환 등 이른바 찬성 쪽으로 분류된 게 120표였다. 기권 포함 39표 정도의 이탈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결 자체보다 민주당 지도부에 준 충격이 클 것이다. 표결에 앞서 병상의 이재명 대표의 부결 입장표명이 있었다. 검찰 독재를 국회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안 먹혔다. 최고위원회는 부결을 ‘사실상 당론’으로 밝혔다. 안 통했다. 표결 전부터 적지 않은 의원들이 찬성 의사를 공개했다. 이상민·설훈·김종민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가결 필요성을 밝혔었다. ‘법원에서 떳떳이 기각 받으라’는 논리였다. 그때부터 양쪽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우려와 가능성이 현실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이재명 의혹’이 처음으로 사법 판단을 받게 됐다. 대장동 의혹, 위례신도시 의혹,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검사사칭 관련 위증 교사 의혹 등이 있다. 의혹들이 처음 본격화된 것은 2021년 대선 정국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고 수사도 그 즈음 시작됐다. 대선이 끝나도 수사는 계속됐다. 거의 하루도 이슈에서 빠진 적 없는 화두였다. 그 긴 시간, 진원지는 언론과 검찰·경찰이었다. 사법(司法)의 영역에서는 결정 또는 판결된 사실이 없다. 30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었다.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발부되는 영장이다. 의혹 본질에 대한 판단이라 볼 수 없다. 2월 처음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역시 사법부 판단으로 가지 못했다. 이제 구속영장 실질 심사다.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판단한다. 유무죄를 묻는 판결(判決)과는 다른 결정(決定)이다. 하지만 수사의 모든 정황, 증거, 증언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당연히 유무죄에 대한 심리적 판단도 개입된다. 바로 이런 사법 절차가 ‘모든 이재명 사건’을 통틀어 처음으로 개시된 셈이다. 그 결과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당리당략으로 미리 정해진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때와는 비교도 못할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생명은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 윤석열 정부가 받을 타격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이제부터 '이재명 의혹'은 판사의 손으로 갔다.

[사설] 졸업생 취업률 0%, 누가 특성화高 가려 하겠나

전문 직업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낙제점이다. 일반고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신입생이 매년 감소해 정원을 못 채우는가 하면, 일부 학교 특정학과의 취업률이 0%인 경우도 있다. 전문계고와 산업계의 협력 강화와 취업률 제고를 위해 2010년 ‘고등학교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이 발표됐다. 전문계고를 분야별 특화된 직업교육기관으로 개편하고, 졸업 후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이후 다양한 변화와 혁신을 꾀하며 중등 직업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전환 등 시대 흐름 속에 쇠퇴하고 있다. 취업률 하락이 이를 말해준다. 경기도에는 109개의 특성화고가 있다. 이들 학교의 지난해 졸업생 취업률은 22.6%로 집계됐다. 2019년 30.1%, 2020년 27.4%, 2021년 30.0%에서 지난해는 크게 떨어졌다. 최근 4년간 평균 취업률이 30%를 넘지 못한다. 취업률이 0%인 학과도 있다. 도내 109개 특성화고의 377개 학과 중 취업률 0% 학과는 66개나 된다. 학교 전체 졸업생의 취업률이 0%인 곳도 있다. 화성(4개 학과 졸업생 84명)과 파주(4개 학과 졸업생 76명)의 한 특성화고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여주에선 5개 학과 졸업생 164명 중 1명만 취업을 했다. 졸업 후 취업이 안 되고, 어떤 학과는 취업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데 누가 특성화고에 가려 하겠는가. 인문계고 선호에 학령인구 감소까지 겹쳐져 빚어진 현상이라 설명하지만, 정부의 고졸자 취업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입증한다. 예산 지원을 늘려도 효과는 별로 없다. 올해 경기지역 특성화고에 투입된 예산은 총 616억원이다. 산학연계 직업계고 교육력 강화에 224억5천여만원, 취업지원센터를 통한 취업역량 강화에 43억여원이 편성됐다. 또 하이테크 직업계고 운영에 163억원, 하이테크 실습환경 조성에 204억여원이 반영됐다. 그런데도 취업률은 여전히 20~30%에 그치고 있다. 특성화고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취업률 하락과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실업계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몫한다. 취업 문턱을 넘어도 승진이나 임금 등에서 차별받는 사례가 많다. 특성화고 실습생이 숨지고,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성화고를 살리려면 단순한 취업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구축하는 정책이 절실하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낮은 급여에 대한 개선, 학과 개편 등 재구조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사설] ‘살인예고’ 글 범람, 처벌 강화 등 안전장치 시급하다

온라인 공간에 살인·흉기난동을 예고하는 글이 넘쳐난다. 지난 7월 서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8월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을 기점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묻지마 칼부림에 살인예고 글이 폭주하고, 어디서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외출을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 지난 한 달간 경기지역에서 접수된 살인예고 글 신고는 총 92건이다. 이 중 56명은 검거했고, 나머지 36명은 경찰이 추적 중이다. 살인예고 글 범람에 경찰이 작성자를 속속 잡아들이고 있지만, 처벌까지는 쉽지 않다. 현행법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범죄를 예고한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 경찰은 협박죄나 살인예비죄를 적용하려 하지만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살인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 재판에서 법원은 “글을 직접 본 사람들은 몰라도,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협박이 인정될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여기에 현행 형법은 살인 등 중한 범죄를 음모한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지만, 범죄를 예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살인예비죄는 구체적인 살인 계획 등을 입증해야 돼 적용이 어렵다. 관련 법이 부실하다 보니, 익명이라는 가면 속에 숨어 살인 운운하며 주변인을 괴롭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살인을 예고하고도 “장난이었다”고 주장하면 무죄로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다. 독일은 온라인 살인예고를 혐오범죄로 규정,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에서는 ‘허위 협박’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우리도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사이버 범죄를 엄벌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공중협박죄’ 신설이다. 정부가 공중협박죄 신설을 위해 의원 입법을 통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에 유포하거나 게시해 공중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혐오 발언 방지법’ 도입 얘기도 나온다. 온라인상에 표현의 자유를 넘어 협박과 명예훼손, 모욕 등 타인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행위가 부지기수다.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사이버 범죄는 백약이 무효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 관련 법 제정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과 공공의 안전 및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인식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세 모녀 비극’ 방조범 되려나

지난해 모두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원 세 모녀 사건이다. 가난과 지병으로 고통받던 어머니와 두 딸이다. 수원시 권선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엉성한 복지 사각지대가 노출됐다. 세 모녀의 주소지는 화성시, 실제 거주지는 수원시였다. 건강보험료가 체납됐고, 병원 진료까지 받았지만 이들의 실상을 행정기관은 쫓지 못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 보도 이후에도 파악을 못해 우왕좌왕했다. 그때 등장한 대책이 ‘희망 보듬이’ 사업이다.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핫라인에 제보케 하는 장치다. 복지 행정의 한계를 보완해 줄 대책으로 평가됐다. 지금까지 3천200명을 뽑았고, 민선 8기 동안 5만명을 뽑는다. 하루빨리 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 가동될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지난달 31일에는 5개 종교단체가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제 모든 기능을 시작하게 할 법률적 근거만 남았다. 그게 ‘경기도 위기 이웃 발굴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다. 윤재영 의원(용인10)이 대표 발의했고 이달 임시회에 제출됐다. 당연히 통과돼야 할 이 조례안이 심의도 못한 채 11월 정례회로 넘어갔다. 두 달을 더 발목 잡혀 있게 됐다. 세 모녀 죽음 앞에 경기도의회가 약속했었다. 긴급 기자회견까지 하며 대책을 다짐했다. 그런 대책을 미룬 것이다. 이유가 참으로 어이없다. 도의원들의 ‘자리 신경전’이다. 보건복지위원회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재배치됐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정족수를 못 채웠다. ‘사보임 사보타주’는 도의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소속 기획재정위원장은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상임위 교체에 대해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 “(사과가 없으면) 이번 임시회가 끝날 때까지 연좌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기재위 부위원장의 상임위 교체 과정에서 상임위 동의가 없었다는 게 이유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위원장이다. 그가 회의를 개최하지 않으면 못한다. 이번 임시회에서 한 번도 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었다. 생활고에 지친 엄마와 딸 둘이 목숨을 버렸다. ‘복지천국’은 거기 없었다.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으로 이어졌다. 가난한 엄마와 병약한 두 딸이었다. 역시 복지는 없었다. 이런 비극을 막아보자는 ‘희망 보듬이’다. 한시가 급한 사업이다. ‘상임위 자리’가 뭔데 ‘없는 사람들’ 생명이 걸린 이 조례안을 뭉개고 있나. 이렇게 미룬 두 달, ‘세 모녀 비극’이 생기면 경기도의회, 특히 국민의힘이 그 방조범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해둔다.

[사설] 심각한 병폐 ‘가짜뉴스’, 법·제도 강화해 근절해야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각하다. 실제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 특정 의도를 가지고 조작한 허위 정보인 가짜뉴스는 공동체를 갈라 놓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정치적·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경제적 피해도 준다. 국격까지 추락시키는 사례도 있다. 가짜뉴스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달로 아주 빠르게 확산된다. 무분별하게 퍼뜨리는 가짜뉴스는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시민들을 불안에 빠뜨린다. 일례로 지난 8월4일 포천시 내손면 종합버스터미널에서 흉기 난동 및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만취한 40대 남성이 벌인 것으로 시민 36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었다. 포천시에는 내손면이 없다. 확인 결과, 가짜뉴스였다. 이런 종류의 가짜뉴스는 비일비재하다. 어떤 이는 장난삼아, 어떤 이는 악의적 의도를 갖고 가짜뉴스를 생산한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가짜뉴스로 인해 이념·세대·성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특정 장소, 시간, 대상에만 머물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불규칙하게 유포되는 탓에 문제의 근원지를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로 정의된다. 하지만 무엇이 가짜뉴스이고, 가짜뉴스가 얼마나 생산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짜뉴스를 분별하는 기준이 없다 보니 관련 통계나 자료 등도 없다. 국민 3명 중 2명(66%)은 가짜뉴스 등을 포함한 온라인 허위 정보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1월13일부터 2월8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60%)보다도 6%포인트 상승했다. 허위 정보에 대한 우려는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60대 이상이 73%로 가장 높고 이어 50대 69%, 40대 63%, 30대 58% 순이었다. 정치 성향에선 중도(65%)나 보수(71%)보다 진보(77%) 측이 온라인 허위 정보를 우려했다.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퍼져 개인과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을 방치해선 안 된다. 법적·사회적 해결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뉴스 생산자, 이용자, 매개자 등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장치와 근절을 위한 차단 방법도 마련돼야 한다. 고의적·악의적인 가짜뉴스는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게 강력한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 근간을 흔드는 가짜뉴스가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사설] 단식 투쟁, 구속 영장, 총리 해임, 내각 사퇴/과연, 이 중 어떤 것이 민생과 관련 있는가

18일 하루의 시작은 실려가는 이재명 대표였다. 오전 7시10분쯤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됐다.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단식한 지 19일째다. 민주당이 이송된 이 대표의 상태를 전했다. ‘혈당이 급속히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고 했다. 헝클어진 머리, 덥수룩한 수염, 몸을 감싼 두툼한 이불,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모습이 전해졌다. 정치적 의미를 떠나 지켜보는 ‘국민들의 월요일’이 참담했다. 곧이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들렸다.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이다. 단식 중인 현직 야당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돼서는 안 되고, 피의자에게 법령상 보장되는 권리 이외에 다른 요인으로 형사사법에 장애가 초래돼서는 안 된다.”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불안하다. 민주당이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이날 오전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총리가 장관을 제대로 추천하지 못한 잘못’ 등의 이유를 들었다. 2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보고되고 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내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또 이날 정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도 열었다. 21일 본회의에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 대표의 단식 중 병원 이송은 흔한 일이 아니다. 검찰의 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 야당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출도 흔한 일이 아니다. 내각 총사퇴 촉구도 마찬가지다. 몇 년 또는 몇 십 년 만에 보는 일이다. 그게 18일 하루에 일어났다. 다들 입으로는 국민을 말하고 민생을 말한다. 정치 쇄신을 위한 단식, 정의 실현을 위한 영장, 국정 쇄신을 위한 총리·내각 사퇴 건의라고 한다. 과연 국민에게도 그런 하루였을까. 누구는 실려가는 야당 대표를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 국민에게는 ‘민생 단식’이 맞다. 누구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 국민에게는 ‘민생 법치’가 맞다. 누구는 총리 해임건의안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에게는 ‘민생 내각 사퇴’가 맞다. 하지만 그렇게 봐주지 못하는 국민이 있다. 자기를 위한 민생팔이, 자기 집단을 위한 민생팔이로 보는 국민이다. 그런 국민에게 18일은 충돌 정치의 끝을 보여준 하루였을 수 있다.

[사설] 김현준 前국세청장, 수원 국힘 출마설 있다

김현준 전 국세청장은 경기 출신이다. 수원 명문 수성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19년 제23대 국세청장에 취임했다. 한승희 전 청장에 이은 수원·화성 출신의 역사다. 국세청 근무 경력에서도 경기지역과 인연이 깊다.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조사1국장과 조사4국장을 이어서 맡았다. 퇴임 후인 2021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까지 근무했다. 그 경력만큼이나 지역에서는 정계 진출설이 이어졌었다. 거론됐던 지역은 수원 또는 화성이었다. 김 전 청장의 고향은 화성시갑 지역이다. 현재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현역이다. 국민의힘에서 최근 홍형선 국회사무처 사무차장이 활동을 시작했다. 역시 수원 수성고등학교 출신으로 김 전 청장과 동문이다. 지난 7월 사직하고 지역에 내려와 연구소까지 출범시켰다. 김현준 전 청장의 수원 출마설이 구체화된 것이 그 즈음이다. 김 전 청장의 모교인 수성고등학교가 있는 지역구가 수원시갑이다. 현재 민주당은 김승원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이창성 당협위원장이다. 김 전 청장의 출마설에 특정 지역구가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애매한 출마설이 오히려 수원권 전체를 관심 갖게 한다. 수원시는 지역구가 5개인 전국 유일의 기초단체다. 경기도, 특히 경기남부권에 미치는 정치적 파장이 크다. 이런 5개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이다. 2012년 19대 총선 이후 민주당 안마당이다. 내년을 준비하는 국민의힘 후보군이 미약하다는 자체 평도 많다. 무능 후보, 무명 후보, 겹치기 후보, 철새 후보, 뜨내기 후보 등의 지적이다. 이런 정치적 현실을 반영하듯 인지도 높은 유명인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게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수원 출마설이다. 수원을 거점 삼아 2026년 경기지사에 재도전한다는 설정이다. 본인은 본래 근거지인 분당 지역을 희망한다는 본보 보도가 있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수원 투입설도 있다. 물론 본인은 어떤 확인도 한 적 없는 ‘지역 분석’ 수준의 추론이다. 범죄심리 전문가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거론된다. 지역 언론인 출신 당직자도 거명된다. 관건은 정당 지지율이다. 호남을 제외하고 야권이 가장 강한 곳이 경기도다. 현재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이 추세는 유지된다. 우수한 인재가 국민의힘에 올 리 없다. 야당판 수원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이런 궁한 상황에서 듣게 되는 국민의힘의 김현준 전 청장의 수원 출마설이다. 출신 고등학교 등 지역 내 인맥이 장점일 것은 틀림없다. 공천을 좌우할 정치권과의 인연도 많이 닿아 있는 것으로 얘기된다. 여야 모두에 신경 쓰일 카드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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