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가족 전세 사기, 심상치 않다/실태 파악과 초동 대처, 중요하다

수원에서 빌라 전세금을 날렸다는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9월 말이다. 사건의 파장이 우려되는 만큼 경기남부경찰청이 직접 수사에 나섰다. 불과 10여일 만에 피해 고소인이 52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전체 피해 액수도 80여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전개 양상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피해 대상 지역이 수원지역 외로 벗어나고 있다. 법인을 통한 전문 사기 행태로 확인된다. 2021년 이후 불거진 대형 전세 사기의 전형이다. 경찰 수사로 드러난 범죄의 주체는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관련 법인이다. 정모씨가 대표, 정씨의 아내가 이사로 돼 있다. 여기에 정씨의 아들은 공인중개업을 하며 범행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일가족 전세 사기단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확인된 법인 주소지만도 18곳에 달한다. 수원에 7곳, 화성에 6곳, 용인 4곳, 양평 1곳 등이다. 이들 법인으로 소유한 빌라가 40채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정모씨와 아내, 아들 등이 모두 잠적한 상태다. 정상적인 경영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여럿 드러난다. 재무제표상 법인 부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수원과 화성의 4개 법인 부채비율은 93.8%에서 99.4%다. 담보에 담보를 이어가며 법인을 유지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런 비정상 대출의 한계가 오면서 연쇄 파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물건에 대해서는 이미 경매를 위한 압류가 시작됐다.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은 32가구 중에서 10가구가 권선구청 세무과로부터 압류 당했다. 지난 3월, 우리는 충격적인 전세 사기 사건을 목격했다. 이른바 ‘인천 미추홀 건축왕 사건’이다. 주거형 건물의 103가구가 모조리 경매에 넘어간 사건이다. 서민들의 피 같은 보증금이 모두 날아갔다. 2월에 30대 남성, 4월에 20대 청년, 같은 4월에 40대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되살리고 싶지 않은 충격적 사건이다. 수원에서 시작된 이번 ‘일가족 전세 사기 의혹’이 그래서 걱정이다. 피해 규모, 피해 범위, 피해 방식이 미추홀 사건과 닮았다. 우선 두 가지를 주문하려고 한다. 하나는 경찰의 신속한 수사 진행이다. 잠적한 가족은 출국 금지했다고 한다. 서둘러 전체 피해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수사력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해당 지자체가 함께 파악해야 한다. 둘째, 일부에서 시작된 경매 절차를 정지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앞선 유사 사례에서의 선례가 있다. 법원, 조세당국, 금융기관, 채권추심업자 등에 경매 절차 정지·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전세 사기 행위는 이미 이뤄졌다. 이제부터 할 일은 피해의 최소화다. 그걸 하는 게 경찰과 행정의 존재 이유다. 같은 비극을 또 보게 해서는 안 된다.

[사설] 21대 마지막 국감, 정쟁만 일삼는 구태 보고싶지 않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10일부터 시작됐다. 올해 국감은 79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다음달 8일까지 진행된다. 그 어느 때보다 일을 안 한 것으로 낙인 찍힌 21대 국회가 정쟁만 일삼으며 구태를 되풀이하는 게 아닌가, 많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 정책 감사를 제쳐두고 정쟁 소모전만 벌인다면 또 국감 무용론이 나오면서 거센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국감은 행정부의 예산 집행 적절성과 정책 수행의 효율성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입법부의 중요 역할 중 하나다. 그러나 해마다 보여준 국정감사는 여야의 싸움판이었다. 정책·민생 국감은 외면해 생산적인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올해 국감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극한 대결을 벌여온 데다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있어 정국 주도권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심판론 대 정권 심판론, 전 정부 책임론 대 현 정부 실정론의 대결구도 속에 상임위원회마다 격돌할 만한 쟁점이 수두룩하다. 법제사법위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기획재정위는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논란과 세수 결손 문제, 국토교통위는 김건희 여사 일가 관련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외교통일위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문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탈원전 후유증과 전기·가스 요금폭탄 책임, 국방위는 채 상병 사망 사건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첨예한 대결 이슈가 산적해 있다. 여야가 따질 건 따지며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건 맞지만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지지층만 염두에 두고 난타전을 벌여선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금융시장 불안이 커졌고, 국제유가가 급등해 물가를 압박하며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무력충돌로 중동 정세까지 불안해 어떤 연쇄적 파장을 몰고 올지 알 수 없다. 경제·안보가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인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이번 국감부터라도 고성만 지르다 끝내지 말고 생산적인 감사를 펼쳐야 한다. 정략적인 계산 속에 정쟁 공방만 벌이는 구태 국감에 국민들의 불만과 비판이 거세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막말·호통·비방은 자제하고 여야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정책·민생 국감을 펼치기를 당부한다.

[사설] 예산 아낀대도 공격 받는 탄천교량사업/성남 신상진號는 왜 시민 동의 못 받나

손봐야 할 탄천 교량은 모두 15개다. 4월 실시한 보도부 정밀안전진단 결과다. 들어갈 공사비가 엄청나다. 당초 조사에서 1천61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산정됐다. 성남시가 이 돈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내놨다. 7월이다. 공법, 방식, 규모 등을 다 바꾼다고 했다. 절감되는 예산 규모가 종전 50%를 넘을 것으로 설명했다. 새로 제시한 예산 규모는 770억원이다. 여기에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공사 방식 변경도 밝혔다. 정자교 붕괴 이후 문제가 된 캔틸레버부를 제거한 뒤 차도부 양측에 보도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방아교, 서현교, 돌마교, 미금교, 수내교, 궁내교 등에 적용키로 했다. 한쪽은 차도 내에 보도를 조성하고 반대쪽에만 보도교를 만드는 방식도 사용된다. 정자교 등에 적용한다고 했다. 양측 캔틸레버부만을 철거한 뒤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 다리도 있다. 보행전용교인 신기보도교와 백궁보도교가 해당된다. 당연히 전문가 검토를 거친 방안들이다. 시의 설명에서 잘못이나 오류를 찾을 수는 없다. 절반을 훨씬 넘는 840억원을 줄였다. 예산 절감의 크기가 눈으로 확인된다. 팍팍한 시 살림에 고무적인 일이다. 공사 기간 단축 역시 시민에게 도움 되는 일이다. 시민 불편의 최소화는 시 행정의 기본 책무다. 변경된 방안의 기술성에 대해서도 딱히 문제 될 견해가 나온 것은 없다. 시는 ‘향후에도 여러 의견을 협의해 가겠다’고도 했다. 살필 때 ‘변경안 절대 불가’를 외칠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성남 분위기는 다르다. 반대와 비난이 계속된다. “분당구 주민을 경기하고 더 큰 위험성을 유발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시민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매표 행위를 하지 말라”, ‘신상진 시장의 무능과 무대책, 무책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처음에는 지역 정치권이었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선창했다. 그러다가 점차 시민 불만으로 옮아 가는 추세다. ‘안전을 볼모로 하고 있다’거나 ‘시민 의견을 무시하고 규모를 축소했다’는 여론이다. ‘목적 옳은데 동의받지 못하는 시정’. 이것이 작금의 성남시다. ‘청년기본소득’ 폐지도 그랬다. ‘퍼주기’를 근절하겠다는 결단이다. 신상진 시장의 공약이고 소신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크고 역행 움직임이 거세다. 탄천 교량 사안이 그렇게 간다. 예산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다. 방향 옳고 취지 좋다. 법·령·규칙에도 합당하다. 그럼에도 시민 지지는 없거나 부족하다. 민주당 선동 탓만 할 건가. 소통 되는지 챙기고, 눈높이를 맞출 때다.

[사설] 안산환경재단, 인사·회계에 문제 많다

안산시는 서해 바다와 면한 자연 생태계의 보고다. 준공 30년을 맞는 시화호가 있다. 해양 생태계와 습지 생태계가 공존한다. 이런 특징과 역할을 담당하는 시 출연 기관이 안산환경재단이다. 2008년부터 15년째 운영 중인 중요 기관이다. 지속가능한 안산 발전, 생태도시로의 비전 실현 등을 목표로 한다. 업무 성취도도 좋았고, 경영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출자출연기관 경영 실적 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런 전력 때문에 본보가 취재 보도한 내용이 의외고 놀랍다.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 정도가 크고 범위가 넓다. 지난해 1월 생태관리 분야 신규 직원으로 A씨를 공개모집해 채용했다. 생태관리 분야는 재단의 핵심 업무이면서 전문적인 업무다. 그런데 같은 해 3월 A씨를 생태관리업무와 무관한 경영기획팀으로 전보했다. 채용 당시 업무 분야와 전혀 다른 회계 업무를 담당하게 한 것이다. 본인의 의사에 반했다면 부당 전보 행위다. 재단의 주먹구구식 승진 업무도 구설을 타고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자인 B씨를 지난 2021년 4월 3급에서 2급으로 승진 임용했다. 그 과정에 문제가 지적된 듯하다. 그러자 같은 해 10월 승진을 취소했다. 그 후 단서 조항을 일부 개정했고 이를 근거로 취소 다음 달인 11월 재승진 임용했다. 승진과 승진 취소, 이후 조건을 맞춘 뒤 재승진 등이 멋대로 이뤄진 것이다. 공공 기관은 물론 소규모 기업체에서도 쉽게 목격되지 않을 인사 행태다. 호봉 책정 문제도 있다. 신규 직원에 대한 초임 호봉은 채용 분야별 직무기술서가 제시하는 직무와 연관된 근무경력만 인정한다. 신규 직원인 C씨는 달랐다. 회계·인사·계약관리 및 예산운영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까지 다 포함했다. 회계 처리에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성과급 등 수당을 부적절하게 지급했다. 회계 결산 담당 직원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회계 시스템을 개선했다. 그러고도 관련 업무를 외부 관계자에게 위탁했다. 예산 낭비다. 환경재단을 두고 있는 지자체는 안산과 화성 등 일부다. 환경·생태계가 안산, 화성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는 방증이다. 그런 기관에서 불거진 잡음이다. 생태 보전, 습지 관리 등의 업무는 오랜 기간 민간 단체의 영역이었다. 그들이 해온 역할과 성과도 많다. 하지만 안산·화성환경재단은 그 성격이 다르다. 엄격한 규율과 투명한 운영이 중시되는 공적 출연 기관이다. 혹여 이를 구분 못한 습성이 있다면 안 된다. 의혹을 엄히 살피고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

[사설] 정신장애인 재활 위한 경기 ‘위기지원쉼터’ 절실하다

극심한 경쟁체제와 양극화 등 복잡다단한 현대사회가 정신질환자를 양산한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100만744명이다. 2018년 대비 32.9% 증가했다. 국민 정신건강의 심각한 위기 징후다.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은 크다. 가족·지역사회와의 연결이 단절되고, 경제위기와 생존의 불안에 노출된다. 우울증 환자 중엔 20대가 많다. 이는 개인 문제라기보다 청년 취업난·경제적 곤란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다.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청소년, 가족과 교류 없는 노인들의 우울증 발병도 늘었다. 이들 중엔 벼랑 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타인을 해하는 경우도 있다. 한 해 100만명을 넘긴 우울증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되고,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대응은 상당히 미흡하다. 정신질환·정신장애인에 대한 의료적 접근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위기지원쉼터나 정신재활시설 확대를 통한 지역사회 내 회복이 필요한데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이 지난해 기준 10만4천여명에 달한다. 장애인복지법상 정신장애인은 정신적 결함으로 일상생활에서 제약을 받는 자로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반복성 우울장애 등이 포함된다. 경기도내 정신장애인은 지난해 2만146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위기지원쉼터는 전국에 세 곳뿐이다. 위기지원쉼터는 정신질환자가 병원 입원 대신 안전한 장소에서 회복과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한 곳으로, 위험한 상태로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영된다. 세 곳의 위기지원쉼터는 모두 서울에 있다. 경기도나 인천시에는 한 곳도 없다.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직업활동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취업 등 각종 재활 활동 및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재활시설은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349곳이 있다. 경기도에는 63곳이 있다. 도내 31개 시·군 중 12개 시·군에는 한 곳도 없다. 가평·과천·광명·광주·구리·동두천·양평·여주·연천·의왕·이천·하남 등의 정신장애인들은 인근 지역으로 원정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 정신건강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돌봐야 한다. 거주지 근처에 위기쉼터나 재활시설이 있어야 쉽게 방문해 치료·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시설을 대폭 확충, 정신건강 약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설] 구한말 항일의병, 경기도도 독립유공자에 포함시켜야

정부와 학계에선 항일독립운동을 1895년 전후부터 1945년 광복까지로 규정한다. 국가보훈부는 독립유공자법에서 독립유공자 적용 대상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나눠 구체적 시기를 일제의 국권침탈(1895년) 전후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로 설정했다. 구한말 의병부터가 대상이다. 서울시와 전남, 울산광역시 등도 독립운동 관련 대상에 구한말 의병을 포함시켰다. 2020년 제정된 서울시의 항일독립운동 관련 조례에는 지원 대상을 ‘일제강점기 또는 그 직전에 일제의 민족차별 및 국권 침탈 등에 반대하거나 항거한 활동’으로 명시했다. 2017년 제정한 전남의 항일독립운동 기념사업 지원 조례도 지원 대상 시기를 ‘일제의 국권 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14일’로 했다. 의병을 위한 조례를 따로 제정한 지자체들도 있다. 충남·전북·전남·경남·경북·광주광역시 등 6개 광역지자체와 경기 양평군을 비롯한 7개 기초지자체가 그렇다. 광주광역시는 2015년 ‘한말 의병운동 기념사업 지원조례’를 제정, 명성황후 시해부터 단발령에 이르는 시기까지의 한말 의병운동과 관련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 ‘남도의병 선양사업 지원 조례’를 제정, 의병 생가 등 각종 의병 기념시설물을 유지 보수하고 이름을 남기지 않은 의병에 대한 기록물 등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의병활동에 대해 무관심하다. 항일운동 관련 조례에 의병이 빠져 있다. 도에는 ‘항일독립운동 유적 발굴 및 보존에 관한 조례’(2016년 제정), ‘독립운동기념사업 지원 조례’(2019년 제정)가 있는데 지원 대상 시기가 일제강점기(1910~1945년)로 국한돼 있다. 구한말 항일운동에 나섰다가 순국한 이들을 발굴하거나 기념하는 사업은 안 하고 있다. 의병들은 대한제국 말기 국권을 지키려고 투쟁에 나섰다 불꽃처럼 사라진 이들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만주나 연해주로 가 독립군이나 광복군과 연계해 독립운동의 모태가 됐다. 때문에 구한말 의병에 대한 조명과 함께 기념사업, 지원사업 등은 중요하다. 경기도는 구한말 ‘의병 역사의 산실’이자 ‘의병 격전지’였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촉발된 을미의병 발생 후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105곳에서 일본군에 맞선 전투가 벌어졌다. 6천명 가까운 의병이 전투에 참가했고, 1천명 넘는 의병이 사망했다. 일제가 기록한 ‘조선폭도토벌지’에 나온다. 경기도 출신으로 전쟁에 참여해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의병은 216명뿐이다. 전투에 참가한 의병, 순국했거나 옥고를 치른 의병의 대부분은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이들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무명의병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이들을 기리는 기념사업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설] ‘경기도 딸’ 신유빈, 21년만 탁구 금메달/경직된 은메달 북한, 불편하고 안쓰럽다

탁구 여자 복식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땄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이다. 우승의 주인공은 전지희·신유빈 선수다. 전지희는 1992년 중국 태생으로 중국명 톈민웨이다. 2011년 한국 국적을 획득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번 금메달은 한국 국적 획득 12년 만이다. 귀화한 중국 출신 선수로는 처음이다. 평소 성실하고 친근감 있는 생활로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그의 금메달을 향하는 축하가 많다.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현재와 미래다. 어릴 적부터 탁구 신동으로 기대를 받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는 8강 진출을 견인했다. 띠동갑 전지희와 짝을 이룬 여자 복식에서 현재 세계 랭킹 1위다. 여기에 주목을 끄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신유빈은 ‘경기도의 딸’이다. 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운영하는 탁구장에서 성장했다. 수원 청명중학교 시절 만 14세 때부터 국가대표에 올랐다.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에게 주는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남다른 이유다. 그래서 더 많은 도민이 지켜본 모습이 있었다. 결승에서 제압한 상대가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선수였다. 경기 내내 서로 불편해 보였다. 눈을 마주치거나 손짓을 하는 통상적 소통도 없었다. 경기 후에도 마지 못해 손만 스치고 지나갔다. 메달 시상식에서는 북한 선수들이 시종 침통한 표정이었다. 전지희·신유빈이 시상대 오르기 전 3위 팀과 악수를 했다. 북한의 두 선수는 겨우 손바닥만 내줬다. 시종일관 우리 선수들의 환호를 편하게 지켜볼 수 없었다. 괜한 불안감이 아니었다. 대회 초반 사격 남자 단체전에서 남북 대결이 있었다. 한국 금메달, 북한 은메달이었다. 애국가가 나오자 북한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기념 촬영을 위해 1위 자리로 초대했다. 말로 청했고, 어깨를 잡았고, 등도 두들겼다. 하지만 끝내 오르지 않았다. 결국 한국팀과 3위 인도네시아팀이 바닥으로 내려와서야 촬영할 수 있었다. 북한 선수단의 경직성은 대회 기간 내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폭력이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70년대 남북은 스포츠에서도 전쟁을 했다. 선수단은 종목을 가릴 것 없이 충돌했다. 패배에 승복하지 않는 선수들의 폭력이 다반사였다. ‘남북 대결에서 패배하면 아오지 탄광’이라는 소문이 퍼졌던 것도 그때다. 돌아보면 세계인에게 민망한 남북한의 현실이었다. 그런 과거가 2023년에 재연되고 있다. 눈 부라리고, 승복하지 않고, 악수 피하고, 상대 국기 외면하고, 분함을 표하며 오열까지 한다. 이런 북한 선수들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너무 안쓰럽다. ‘북한 선수들과 불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나이 어린 신유빈은 또 무슨 죄인가.

[사설] 용적률 높여 3만가구 추가, 3기 신도시 제대로 가고 있나

정부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인허가·착공 물량 감소로 2∼3년 뒤 주택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에 5만5천가구의 공공주택 물량을 추가 공급할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을 위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한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 규모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올해 목표인 47만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발표에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오피스텔·연립·다세대 등 비(非)아파트 공급 방안과 3기 신도시 공급 확대, 신규 택지 조기 발표 계획도 밝혔다. 입주 시점이 1~2년 늦춰진 3기 신도시 일부 지역에 공공주택 3만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신규 물량은 용적률(188∼203%)을 높이거나 공원녹지 비율(34%), 자족용지 비율(14%)을 줄이는 방식으로 추가 공급(36만4천가구→39만4천가구)을 추진한다.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 중 올해 착공하는 곳은 인천 계양뿐이다. 당초 계획은 부천 대장 2026년, 이외 4개 지구는 2025년 입주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지 보상, 철거 사업권 갈등 등으로 입주 예정 시기가 다 돼서야 착공 단계를 밟게 됐다. 3기 신도시 공급 시기 및 물량은 사업 추진 상황에 따라 추가 변동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어디에 얼마의 공급을 늘린다는 세부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추가 3만가구가 해당 지자체와 협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물량보다 속도를 높이는 대책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교통이나 학교 관련 계획은 그대로인데 아파트만 더 짓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3기 신도시는 자족기능을 갖추고 주거환경도 쾌적하게 한다더니 3만가구가 더 들어서면 열악해질 수 있다. 정부는 신규 공공택지 조성 물량을 15만가구에서 17만가구로 늘리고, 이 가운데 발표되지 않은 8만5천가구 후보지를 11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신규 택지 관련 대책이 오락가락이다. 올해 말까지 1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다던 지난해 8·16 대책 당시 입장은 1년도 안돼 2024년 상반기로 후퇴하더니 다시 올해 11월로 당겨졌다. 지자체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후퇴 이유가 사라졌고, 물량도 2만가구 추가됐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공급 정체와 사업 지연으로 인한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기 어려워 보인다. 신뢰 가는 실효성 정책이 절실하다.

[사설] 교권 침해 실상, 필설로 표현 못할 정도다

예상대로 학교 현장의 교권 침해는 많았다. 경기지역 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를 봤다. 2020년 253건, 2021년 499건, 2022년 750건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2배, 3배 증가했다. 2023년에도 7월20일 현재 436건이다.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건수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도 급증하고 있다. 2020년 10건, 2021년 34건, 2022년 41건이다. 내용이 심각하다. 필설로 다 옮기기 어려운 사례들도 수두룩하다. 초등학교 교사는 체험학습에서 학생에게 밥을 사줬다. 학생이 ‘밥을 사달라’고 요구를 했다. 얼마 뒤 학부모가 정신적 피해 보상과 사과를 촉구했다. ‘우리 아이를 거지 취급했다.’ 어떤 초등학생이 친구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를 말리던 교사도 폭행했다. 학교 측이 학부모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자 학부모의 항의가 돌아왔다. ‘왜 내 아이를 화나게 했느냐.’ 고등학교에서는 통제가 더 불가능하다.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던 학생을 적발했다. 선도위원회 개최 사실을 학부모에게 통보했다. 학부모가 말했다. ‘가정에서 잘 지도하고 있으니 관여하지 말라.’ 얼마 뒤 이 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등교했다. 면허증도 없는 상태였다. 사실을 알리자 이번에도 학부모의 반응은 어이 없다. ‘사고도 안 났는데 학교가 무슨 권한으로 문제를 삼는 것이냐.’ 사례 중에는 여기에 옮기기 어려운 참담한 일도 많다. 공통된 모습이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내 식구 감싸기다.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고 학부모는 교사를 협박한다. 학교의 공적 기능, 이를테면 선도위원회 개최 통보는 아무 소용도 없다. 의정부 호원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의 예도 참담했다. 수업 도중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등을 다쳤다. 이 일로 학부모는 반복적으로 연락을 했다. 조사 결과 8개월간 매달 50만원씩 40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건넸다. 제자와 제자 부모로부터 받는 모욕, 협박, 갈취다. 이런 교직에 더 있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들의 나약함을 지적하는 소리도 있다. 하지만 교권 침해의 실사례들을 보면 그런 소리 할 수 없다. 무력감, 수치심, 배신감,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앞서 살핀 사례 대부분이 결론도 없이 끝났다. 교사에게 상처만 남기고 종결됐다. 교권보호 4법이 통과됐지만 무너진 공교육이 하루아침에 바로 설 것 같지 않다. 교권 회복은 구호와 선언에 멈춰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서이초 충격’에서 멀어지고 있다. 교실은 여전히 무질서와 희롱에 일렁거리고 있다. 그 교실로 교사들을 들여보내고 있다. 눈으로 보이는 실질적 대책을 내라.

[사설] 외국인 범죄 증가하는데 ‘외사경찰’ 줄여서 되겠나

잇따르는 흉악범죄에 경찰청이 민생 치안 등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한다. ‘범죄예방대응’ 총괄 부서를 만들어 경찰 조직의 중추로 삼고, 교통·정보·외사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감축해 확보한 인력 2천900여명을 바탕으로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전국의 경찰서에 범죄예방과 112신고 대응, 지구대·파출소를 총괄하는 범죄예방대응과가 신설된다. 순찰 인력을 강화해 범죄 예방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을 길거리에 많이 깔아 놓으면 범죄가 예방된다는 인식은 원시적 패러다임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치안은 ‘범죄 예방’과 ‘범죄 수사’ 두 바퀴로 굴러간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범죄 예방에 경찰력이 집중된다. 경찰 일각에선 수사 부서 약화가 현실화했다는 반응이다. 외사·정보·사이버수사 등의 기능이 크게 위축된 부분에 우려를 표한다. 외국인이 늘고, 외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주춤하더니 지난해부터 국내 체류 외국인이 다시 늘어났다. 국내 외국인은 2019년 177만8천918명, 2020년 169만5천643명, 2021년 164만9천967명, 2022년 175만2천346명 등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경기도내 외국인은 2022년 기준 60만925명에 이른다. 외국인 범죄도 계속 늘고 있다. 2020~2022년 경기지역 외국인 범죄자 검거 건수는 3만6천901건이다. 매년 1만2천300여건에 달하는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고, 국적도 다양해져 이들을 대응하는 ‘외사경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외사경찰은 여권 위변조·밀출입국·외국간첩·다문화가정 치안 지원 등 외국인 범죄를 예방·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가뜩이나 부족한 외사경찰을 줄이겠다고 한다. 경찰청 조직개편안을 보면 3개과로 구성된 외사국 명칭을 국제협력관으로 변경하고,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과 국제협력담당관 등 2개과로 축소한다. 외국인 대상 치안 활동인 외사정보와 외사보안 업무를 각각 치안정보국, 안보수사국으로 이관하는 내용도 담겼다. 경기남·북부청(경찰서 포함)에서 활동 중인 외사경찰은 모두 193명이다. 최근 3년 평균 경기도내 외국인 범죄자 검거 건수를 볼때, 경기 외사경찰 1명당 63.7건의 사건을 맡고 있는 셈이다. 외사경찰이 모자라는 상황에 감축하겠다니, 업무 과부하에 내실있는 수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외국인 관리시스템 강화와 경찰 통역요원 충원 등 해결 과제가 많다. 치안을 강화한다고 다른 분야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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