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축구 메카 지킨 수원FC, 고맙다

축구 메카 수원이 축구 불모지로 갈 뻔했다. 맏형 수원삼성은 이미 2부 리그로 강등됐다. 2023 정규리그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떨어졌다. 아우 수원FC도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부 리그 잔류를 위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했다. 상대는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 아이파크다. 첫 번째 원정 경기에서 암울한 상황이 전개됐다.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해 역전패했다. 2골 이상 차로 이겨야 하는 부담 속에 수원에서 2차전을 가졌다. 모든 언론이 ‘기적’이라 칭송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기 시작 15분 만에 부산에 선제골을 내줬다. 종합 전적이 2골 차로 벌어지면서 강등이 현실화됐다. 이때부터 선수들의 경기는 투혼 그 자체였다. 승리의 기운은 자꾸 수원FC를 외면했다. 두 차례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어렵사리 들어간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에 무효가 됐다. 모두가 골대 불운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기적이 시작됐다. 후반 33분과 추가 시간, 극적으로 두 골을 넣었다. 이즈음 TV 화면에 관중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찾아온 수원시민들이다. 어린아이부터 나이든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1부 잔류로 충분히 자랑스럽다’는 펼침막을 들고 있었다. 후반 동점골에 열기는 극에 달했다. 여기저기 눈물을 쏟아내는 시민들이 목격됐다. 비록 대기업 축구 서포터스와 같은 통일성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볼 수 없는 투박하지만 진한 애정이 넘쳤다. 연장전의 승부는 급격히 기울어 갔다. 수원이 이겼다. 수원FC는 부족한 게 많다. 재정적 지원에서 특히 그렇다. 몸값 비싼 용병을 쓰기 버겁다. FA시장에 나온 거물 영입도 어렵다. 경기장도 황량한 공설운동장을 쓴다. 그래서 지자체 소속 축구팀 대부분이 2, 3부 리그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수원 FC는 이겼다.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이 눈물을 흘렸다. TV로 경기를 지켜본 수원시민들도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김현, 이영재, 이광혁, 정재용....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다. 이들이 만든 결과다. 동호회처럼 시작한 수원FC의 역사다. 그 긴 세월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시민이 잊고 있어도 그들은 역사를 썼다. 그 역사의 한 지점이라서 더욱 소중하다. 이제 그 감동에 우리 모두가 보답할 차례다. 수원시도 지원을 늘릴 고민을 해보길 바란다. 1부 리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시민들의 사랑도 넓어져야 한다. 시민 후원의 손길은 선수들에게 더 없는 응원이 된다. 시민의 자산인 월드컵경기장 사용 문제도 토론할 필요가 있다. 수원FC의 투혼에는 그런 보답을 얘기할 자격이 충분하다.

[사설] 남양주문화재단, 당장 설립해도 많이 늦었다

1992년 지자제가 실시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문화 행정이었다. 그도 그럴 게, 지방 자치를 계기로 가장 폭발한 게 문화 욕구였다. 여기에 문화 외에는 접근할 방법이 없는 반쪽 지자제의 한계도 한몫했다. 그 욕구와 한계를 현실로 받아들인 곳이 수원시였다. ‘문화도시 창달’을 기치로 내세웠다. 독자적인 행정의 중심을 문화 행정에 집중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화성(華城)을 등재시킨 것도 그때다. 지자체의 이런 노력은 전담 기구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지자체 문화재단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기도에서 첫 등장은 경기문화재단이었다. 1997년 경기도가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이후 기초 지자체의 문화 수요는 계속 팽창했다. 경기도 차원의 재단으로는 31개 시군 욕구를 감당키 어려워졌다. 이런 여건 속에서 먼저 치고 나간 것이 성남시였다. 2004년 성남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지역 문화의 산실 역할을 해냈다. 한 발 늦게 수원시도 2011년 문화재단을 출범했다. 이제 시흥, 의왕, 안성, 연천, 가평, 양주, 파주, 동두천, 남양주 등 9곳을 제외하면 모든 시군이 문화재단을 갖고 있다. 대체로 인구, 예산 등이 따라주지 못하는 시군에는 없다. 단 한 곳이 의외다. 남양주시가 문화재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이채롭다. 인구 74만명, 경기 동북부 최대 도시다. ‘정말 남양주시에 문화재단이 없느냐’는 반문이 나올 만큼 의외다. 별내·다산 신도시에 이어 왕숙신도시까지 개발되고 있다. 인구 증가 요인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문화 수요가 그만큼 폭발하고 있음을 뜻한다. 경기일보가 보도한 통계 하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 10만명 당 문화기반시설수가 남양주는 3.6곳이다. 경기북부 10곳 지자체 가운데 8위다. 경기도 전체 평균 4.2곳보다도 낮다. 문화재단은커녕 문화와 관련된 기반 시설 자체가 열악하다는 객관적인 증명이다. 문화재단을 만들려는 움직임은 있다. 2021년 10월 경기연구원에 설립 타당성 예비검토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원이 같은 해 12월부터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아직 결론이 없다. 타당성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결론내면 된다. 그런데 2년 넘게 끌고 있고, 방향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좀 더 신속하게 결론을 낼 수는 없는지 아쉽다. 뜻 있는 시민과 관련 공직자들이 목 빠지게 결과를 기다린다. 성남시의 급부상은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였다. 2000년대 초 전국 최초의 ‘2조원 예산 지자체’가 됐다. 하지만 그 부(富)가 곧바로 시민의 삶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획기적인 삶의 향상은 문화였고, 그 요람이 성남문화재단이었다. 역사로 남은 문화재단의 순기능이다. 여기에 문화재단이 들어서면서 생길 일자리도 많다. 지역 생산 유발 효과도 물론 크다. ‘74만 남양주시’가 뒤늦게 몸에 맞는 옷을 걸치는 것이다. 당장 설립돼도 많이 늦은 남양주문화재단이다.

[사설] 확산되는 외국인 마약범죄, 철저한 단속과 교육 필수

지난 4월부터 정부는 경찰과 검찰 등 범정부 기관으로 구성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조직, 운영하고 있으나, 마약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마약범죄 특수본이 올해 10월까지 단속한 마약사범은 2만2천393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1만8천395명보다 무려 47.5% 증가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마약범죄 증가에 있어 특히 외국인들의 범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7일 수원지검은 마약류 밀수범을 집중 수사한 결과 조직적으로 마약류를 밀수한 외국인 A씨(28) 등 15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적 A씨 등 2명은 지난 3월 말레이시아에서 국제우편을 통해 필로폰 502g을 들여오려 했으며, 태국 국적 B씨 등 2명은 지난 6월 태국에서 국제우편으로 야바 3천900여정을 밀수하려 한 혐의다. 또한 지난 7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 인천지역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552명이다. 지난 2019년 99명, 2020년 128명, 2021년 108명, 지난해 104명, 올해(10월 기준) 113명으로 해마다 외국인 마약 사범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중 태국인이 188명(34%)으로 가장 많으며, 베트남인은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38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속된 인원만 나타난 것이며, 음성적인 마약 투약자는 더욱 많다. 최근 외국인의 경우,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마약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태국의 경우 마약이 합법이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와서도 범죄 의식없이 마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마약을 사탕 포장지나 영양제 통 캡슐, 비누, 단백질 파우더 봉투 등에 숨겨 국내에 들여와서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단체로 마약을 투약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지난 달 19일 인천 계양구의 한 노래클럽에서 베트남 국적 외국인과 종업원 13명이 향정신성 마약류인 케타민을 집단으로 투약해서 적발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소위 ‘환각파티’를 하면서 마약을 투약하는 집단투약이 증가하고 있다. 마약 범죄는 자신은 물론 국가도 망치는 망국행위다. 외국인 마약범죄 증가에 따라 내국인들도 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마약 투약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정부는 마약범죄 퇴치를 위해 더욱 강력한 단속과 처벌은 물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마약 교육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

[사설] 야당 대표 세탁소 수사, 영부인 몰카/검찰·정치, 졸렬함의 끝판을 보이다

‘졸렬하다’를 사전은 이렇게 풀고 있다. 옹졸하고 천하여 서투르다. 최근 대한민국 검찰·정치가 그렇다. 영부인을 그렇게 취재하고, 야당 대표를 그렇게 수사한다. 몰카라고 해도 부적절한 행위는 팩트라고 주장한다. 야당이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는 논리다. 샴푸 세탁소도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한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는 논리다. 주장도 행위도 모두 졸렬하다. 옹졸하기 그지없고, 천하기 그지없고, 서투르기 그지없다. 지난 4일 검찰이 경기도청·도의회를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대표 부부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수사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영장에 따른 법 집행임을 강조했다. 언론은 김 지사와 검찰의 충돌로 묘사했다. 이날 검찰은 시중 과일 가게, 식당 등 10여곳도 압수수색했다. 그중에 구(舊) 도청사 인근의 세탁소도 있다. 이 대표가 와이셔츠 등을 맡겼던 곳으로 알려졌다. 사장이 잠적해 경찰이 나서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경기도정에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압수수색이다. 제1야당 대표 부부를 정조준하는 수사다. 그 영장으로 과일 가게, 식당, 세탁소를 뒤졌다. 격에 안 맞아 보이는 게 우리에만 그런가. 앞서 국감장에 샴푸가 등장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들고 나왔다. 8만3천원짜리 일본 제품이었다. 도비로 산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한 동안 이 일제 샴푸는 국민의힘의 야당 공격용 무기로 쓰였다. 샴푸 정치인가.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면 잘못된 일이다.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건 너무 하다. 검찰의 과일 가게, 세탁소 압수수색은 어색하다. 이재명 대표 의혹만 7가지 사건에 10가지 혐의다. 수백억원대 수뢰가 얘기되는 대장동부터 기업을 이용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는 쌍방울 사건까지 즐비하다. 국민은 이런 거에 관심 있다. 이런 거악을 밝히기를 기대한다. 이런 검찰이 과일 가게, 세탁소를 압수수색했다. 급(級)이 맞나. 김건희씨에 대한 도촬 취재도 있다. 한 나라의 영부인이다. 지인을 이용해 함정 취재를 했다. 촬영 장비 사주고, 전달 뇌물도 사줬다고 한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상상도 못할 방식이다. 불법적 취재 책임으로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그렇게 채집된 몰카 영상을 야당이 금과옥조처럼 써먹고 있다. ‘뇌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통령을 향해 공세를 취하고 있다. 샴푸·세탁소 압수수색이 졸렬한 검찰이라면 이는 졸렬한 야당 정치다. 검찰은 검찰다워야 한다. 검찰스러운 수사를 해라.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야당스러운 정치를 해라.

[사설] 항일 무명의병 기억·지원 조례, 의미있고 중요하다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발의됐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 발의, 21일 도의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조례안은 구한말 국권침탈을 막기 위해 의병전쟁에 참가했다가 산화한 경기도의 무명의병을 발굴하고 관련 기념사업 등을 지원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순국선열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이다. 황 의원은 “경기도의 기존 조례에서 빠져 있는 구한말 의병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름 석 자를 남기지 못하고 돌아가신 무명의 순국선열을 재조명하기 위한 의미있는 조례”라고 강조했다. 조례안에선 구한말 의병운동을 1895년부터 1910년대 초반까지의 구국 활동으로 규정했다. 경기도의 기존 독립운동 관련 조례가 지원 대상을 일제강점기(1910~1945년)로 국한해 구한말 항일운동을 하다 순국한 이들을 발굴하거나 기념하는 사업이 없어서다. 황 의원의 조례안이 통과되면 1910년 이전의 의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정부와 학계에선 항일독립운동을 1895년 전후부터 1945년 광복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독립유공자법에서 독립유공자 적용 대상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나눠 구체적 시기를 일제의 국권침탈(1895년) 전후부터 1945년 8월14일까지로 설정했다. 구한말 의병부터가 대상이다. 서울시와 전남, 울산광역시 등도 독립운동 관련 대상에 구한말 의병을 포함시켰다. 충남·전북·전남·경남·경북·광주광역시 등 6개 광역지자체와 경기 양평군을 비롯한 7개 기초지자체는 의병을 위한 조례를 따로 제정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경기도의회에서 구한말 의병의 항일운동에 관심을 갖고 조례를 추진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경기도는 구한말 ‘의병 격전지’였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으로 촉발된 을미의병 발생 후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105곳에서 일본군에 맞선 전투가 벌어졌다. 6천명 가까운 의병이 전투에 참가했고, 1천명 넘는 의병이 사망했다. 그런데 경기 출신으로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은 의병은 216명뿐이다. 전투에 참가한 의병, 순국했거나 옥고를 치른 의병의 대부분은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이에 경기일보는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란 기획을 통해 무명의병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경기도가 무명의병 전수조사와 함께 기념사업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황대호 의원이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조례안을 발의했다. 도의회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돼 무명의병 재조명과 기념·지원사업이 활발히 펼쳐지길 기대한다.

[사설] 인구 급증 양주시, 교육지원청 분리 신설 목소리 높다

양주시는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양주시 인구는 26만명으로 머지않아 3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6월 기준 학령인구는 2만8천여명이다. 학교 수는 개교 예정인 학교를 포함해 65개다. 도시 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늘다 보니 학생 배치, 학교 신설 등 교육 관련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그런데 양주시에는 교육지원청이 없다. 양주시를 관할하는 곳은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이다. 양주의 학부모와 학생, 교직원들은 교육 민원을 해결하려면 동두천까지 가야 한다. 양주시와 시의회, 시민들은 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의 분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양주시는 2018년 3월 경기도교육청에 양주교육지원청 설치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2020년 5월 양주교육지원센터가 문을 열었으나 별로 역할이 없다. 양주시 인구는 9만여명인 동두천시 인구의 3배가 넘는다. 학생 수도 동두천보다 3배 많고, 학교 수도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여러 수치를 비교할 때 교육지원청이 동두천보다는 양주에 있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지리적 여건상 두 곳에 따로 교육지원청이 있어야 한다. 양주시도 동두천에 소재한 교육지원청을 옮겨 오는 걸 원치 않는다. 분리,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양주시는 양질의 교육 지원을 위해 양주교육지원청이 절실하다며 신설을 촉구하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9월부터 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는데 현재 1만5천여명이 동참했다. 양주시의회도 지난 9월 ‘양주시 교육지원청 신설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양주교육지원청 신설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통합교육지원청의 분리 신설은 교육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때문에 도교육청은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시행령(대통령령) 개정을 요청한 상태다. 통합교육지원청 분리, 신설은 양주시뿐 아니라 화성·하남·구리·의왕·과천시에서도 요청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도 ‘1시·1교육지원청’ 설립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통합교육지원청은 2개 지자체를 아우르는 교육정책을 펼쳐야 해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정책을 펴기 어렵다. 지자체별 이질적인 지역색과 시정 방향에 따라 교육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지역 간 거리, 교통수단 등 물리적인 여건으로 원활한 대민 서비스와 공무 수행이 쉽지않다. 교육지원청 내 위(wee)센터, 특수교육지원센터 등 취약계층 학생의 경우도 불편이 많다. 특히 신도시 개발로 학령인구가 급증하는 곳은 늘어나는 교육수요에 적극 대응하기가 힘들다. 통합교육지원청을 분리, 신설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사설] 손 前지사, 이 前지사를 작심하고 비판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 논리의 매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후퇴 조짐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회귀가 얘기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공고화하고 정치적 대결 구조를 심화시키는 커다란 후퇴”라고 지적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태동에는 손 전 지사의 흔적이 뚜렷하다. 2018년 12월 이 문제를 두고 단식 농성을 했다. 그로서는 의견을 말하고 나설 충분한 ‘지분’이 있다. 그럼에도 주목을 끈 것은 그의 비판이 향하는 탄착점이다. 여러 건의 탄핵안을 처리한 민주당을 거론하며 ‘왜 위성정당 금지법은 못하냐’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과거에 비해 ‘패기와 지사적 열정이 없어졌다’고도 했다. 가장 눈길 가는 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격이다. ‘당 전체가 (사법리스크) 올가미에 엮여 있는 데 대해 (당 대표로서) 책임 의식을 가지라’고 비판했다. 적어도 이재명 대표 또는 친명 일색 지도부를 향해 작정하고 날린 쓴소리다. 언론은 당장 정치적 셈법을 들이댄다. 그럴 만한 여건은 있다. 민주당 OB들의 목소리가 공교롭게 겹쳐진다. 이낙연 전 대표, 김부겸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 등이다. 이 전 대표는 일찌감치 비명계 노선을 택했다. 신당 창당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는다. 최근 ‘정세균·김부겸도 매우 깊은 문제의식’이라며 둘을 소환했다. 이런 가운데 손 전 지사의 일성이 더해졌다. 연대를 통한 이재명계 견제라는 추론이 많다. 이를 넘어 정치 연대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거론되는 4인방이 모두 대선 주자급 거물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정치 재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 전 총리도 언제든 대선판에 뛰어들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다만, 손 전 지사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5일 기자회견에서 ‘쉬다가 나라 걱정돼 나왔다’고 전제했다. 총선 출마나 신당 창당 등 정치 참여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 내가 무엇을 하겠나”라고 잘라 말했다. ‘정치는 생물이다’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두 정치인에게 ‘전 경기지사’라는 호칭을 붙여본 이유가 있다. 중앙정치 논리를 떠나 경기도민에게 다가오는 정서가 특별하다. 둘 다 1천300만 도민을 대표하던 도백이었다. 시차를 두고는 있으나 대권에 가까이 갔던 공통점도 있다. 그들이 총선 정국을 앞두고 갑자기 대립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누가 옳은지를 따질 필요 없다. 그보다는 대통령 한 번 만들지 못한 ‘정치 변방’ 경기도에서 정반대로 갈라선 주장을 펴며 맞붙게 될 모습이 더 유감이다.

[사설] 3년 유예한 중대재해법, 또 미루는 게 옳은 건가

정부와 여당이 다음 달로 예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전면 시행을 2년간 더 유예하기로 했다. 현재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지만 내년 1월27일부터는 유예 기간 종료와 함께 업종과 무관하게 적용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었는데 또 연기되는 것이다. 3년 유예에 이어 2년간 더 유예다. 중소기업은 반기는 분위기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회사가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노동자가 숨질 경우 경영책임자인 사업주를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 후 2년 만인 2021년 제정돼 지난해 1월부터 상시 노동자 5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됐다.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은 2년간 유예해 다음 달 2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9월 ‘2년 추가 유예’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도 80만여개 대상 기업이 충분히 준비하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되면 영세기업들의 폐업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명분이었다. 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논의에 진척이 없었는데 입장을 선회했다. 최근 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사과와 유예 기간 중 안전확보 계획 수립, 2년 후 전면 시행 확약’이 전제되면 2년 유예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이 결국 2년 유예에 합의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중대재해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 사망사고의 60.2%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났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644명 중 388명이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경영계 목소리만 듣고 법 적용을 미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미흡하기 때문에 법 적용을 유예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3년간의 유예 기간 동안 손 놓고 있다가 이제 와서 기업 경영활동 위축을 염려하며 법을 개정하려는 정부 태도는 무책임하다. 80만 넘는 소규모 사업장들이 2년 뒤에는 충분히 준비됐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때도 ‘준비가 덜 됐다’며 추가 유예를 요구할 수 있다. 당정이 총선에 몰두하느라 정책을 후퇴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가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관리에 힘쓰라는 것인데, 정부가 기업 경영을 걱정해 법 적용을 미루자고 하는 게 옳은 건가.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는 약속과 정책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사설] 삼성 축구 꼴등, 이게 삼성의 모습인가

축구 하면 떠오르는 기적의 역사가 있다. 프랑스 4부리그 소속 칼레 축구팀이다. 1999~2000 시즌 ‘쿠프 드 프랑스’ 결승에 올랐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최강팀을 가리는 토너먼트 대회였다. 비싼 몸값의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슈퍼마켓 사장, 할인마트 직원, 항만노동자 등이 주전이었다. 명문 낭트와의 결승전을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참관했다. 칼레가 패하자 시라크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다. ‘낭트는 결승전의 승리자이며, 칼레는 정신력의 승리자다.’ 수원삼성 축구단이 2부 리그로 강등됐다. 2023 시즌에서 1부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를 응원하러 수많은 서포터스가 찾았다. 강등이 확정된 뒤 경기장은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했다. 선수들은 울었고 서포터스들도 울었다. 일부 관중은 경기장에 난입을 시도했다.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한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대표이사 퇴진, 감독 퇴진 등 구호가 난무했다. 왜 안 그렇겠나. 창단 28년 만에 겪게 된 수모다. 축구 왕국의 몰락이다. 칼레의 기적? 정신력의 승리? 그건 FA컵 같은 단기전에서나 가능하다. 40여차례 경기를 치르는 시리즈에서는 불가능하다. 호화 멤버로 꾸려진 강팀이 결국 모든 걸 가져간다. 수원삼성이 쌓아 올린 금자탑은 화려하다. 1995년 창단 이후 곧바로 명문팀이 됐다. 네 차례의 리그 우승, 다섯 차례의 FA컵 우승, 아시안슈퍼컵 2연패, 아시안클럽컵 2연패 등의 역사를 썼다. 그 시절 수원삼성은 투자도 1등이었다. 몸값 비싼 선수는 모두 삼성에 있었다. 2014년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었다. 투자가 사라졌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축구단에 대한 투자를 삼성그룹에 강제할 논리는 없다. 그 또한 기업의 선택이고 방향이다. 그럼에도 서포터스의 분노, 수원시민의 실망이 전하는 유감은 분명하다. 한결같이 곁을 지킨 삼성 블루윙즈 서포터스다. 강등이 유력한 마지막 경기까지 찾아가 목청 높여 응원했다. 수원시·시민의 지지 또한 변함없다. 시민 재산인 빅버드 축구장을 내주며 약속을 지켰다. 보자. 텔레비전 만드는 회사가 있다. 매출 1등 달리다가 매출 꼴등으로 추락했다. 기업이라면 이때 취할 조치가 있다. 신뢰도 추락에 대한 뼈를 깎는 자성이다. 부문 사업장에 대한 엄격한 문책이다. 그래도 안 되면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이 원칙을 지켜온 게 다름 아닌 삼성그룹이다. 그런데 축구단에는 철저히 예외인 것 같다. 꼴등으로의 추락을 10여년째 보기만 했다. 축구계, 팬, 시민의 지적에 아무 대응도 없었다. 그러다 진짜 꼴등까지 왔다. 이제는 좀 묻고 싶다. 어제 이후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명문 구단 부활의 꿈은 남았는가. 2부리그 유지에 만족할 생각도 있나. 아니면 28년 축구에서 손 뗄 생각인가. 투자를 강권하는 게 아니다. 방향이라도 듣자는 것이다. 팬과 시민에게 이 정도 권리는 있지 않나.

[사설] 마사토 운동장 비산먼지가 건강에 안 좋다는데

운동장에 깔린 마사토는 유해한가. 학생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가. 이근원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가 조언한다. “작은 입자의 마사토를 흡입하게 되면 30~50년 후 진폐증 등 각종 폐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이 먼지를 흡입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이외에도 마사토 미산먼지의 폐해를 지적하는 전문가는 많다. 대책을 내야 한다는 공감대도 오래전에 형성됐다. 학교 현장의 실태는 어떨까. 대책은 이뤄지고 있을까. 마사토 운동장에는 장점이 있다. 물이 잘 빠지고, 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 도내에서만 2천500여개 학교가 마사토 운동장을 쓴다. 농구장, 족구장, 트랙 등 용도도 다양하다. 마사토 미세먼지에 노출된 학생이 그만큼 많다. 아이들은 성인의 호흡률보다 2~3배 많다. 흡입되는 미세먼지가 그만큼 많아진다. 그런데 도 교육청 차원의 건강 대책이 없다. 업무를 담당할 부서도 명확하지 않다. 문제를 지적하자 그제야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관심 밖에 있을지는 몰랐다. 이미 해수 살포 등이 대책이 이뤄지는 학교가 많다. 2017~2019년 남양주지역 5개 초등학교의 개선 사업이 그런 경우다. 친환경 먼지 억제제를 살포했다. 당시 사업을 주도했던 것은 경기도다. 어찌된 일인지 2020년부터는 그나마 사라졌다. 시·군이 직접 대책에 나서는 곳도 있다. 구리시가 그런 예의 하나다. 관내 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예방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치가 있다. 사업 대상이었던 한 학교에서 분석된 개선 효과 수치다. PM10(미세먼지) 농도(g/㎥)가 70.1에서 15.1로 줄었다. PM2.5(초미세먼지) 농도는 43.1에서 9.9까지 감소했다. 아이들의 건강 개선 수치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작업이 어렵거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해수를 살포하거나 소금을 섞어 깔아주는 정도의 작업이다. 아이들과 학부모가 학교 생활에 걱정을 덜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과거 인조잔디 운동장 유해성 논란 때를 보자.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소리에 온 나라가 발칵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며 뜯어냈다. 그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마사토 운동장 유해 논란이다.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당연한 걱정이다. 관심을 갖고 대책을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꼭 학부모들이 들고일어나야 들여다볼 것인가. 잠깐 하다가 손 뗀 경기도, 업무 관장조차 정하지 않는 경기도교육청, 모두 반성하고 사업에 나서라.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