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출산 대책, 이대로 가면 국가 소멸 1호 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 0.7명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에 먹구름이 될 것 같다. 인구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너무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참으로 큰일이다. 올해 연간 출산율은 0.6명대로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합계출산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래 매년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는 최저인 0.78명이다. 이는 세계 평균인 2.32명의 3분의 1 수준이며, 저출산지역인 유럽의 1.48명, 북미의 1.64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최저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효과가 없다. 정부는 2006년부터 16년간 280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투입했지만, 오히려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 문제 석학인 데이비드 콜먼은 지구상에서 인구 소멸로 사라질 1호 국가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저출산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5% 이상 늘어난 17조5900억원을 편성했다. 내년부터 ‘만 0세’ 부모 급여는 월 100만원이며, ‘만 1세’는 월 50만원을 받게 된다. 유급 육아휴직 기간도 1년 반으로 6개월 늘려 부모를 합치면 최대 3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의 결혼·출산 기피다. 통계청이 지난 8월28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34세 젊은이 중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중은 36.4%에 불과하다. 여성의 65.0%, 남성의 43.3%는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한다. 현재 추세라면 아무리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주거·고용·육아휴직·출산장려금·보육비 지원 등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출산율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12일 경기언론인클럽 주최로 ‘지역소멸, 경기도 안전한가?’ 토론회에서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대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세계는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폐쇄적인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이민청을 조속히 설치해 부족한 노동력도 보충하고 인구도 늘려야 한다. 선진국들이 해외 이민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추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재정 투입이 능사가 아님을 인지, 인구 문제와 관련된 저출산 대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설] 친환경에너지 ‘경기RE100’ 성공, 시군과 함께 가야

김동연 지사의 친환경에너지 정책인 ‘경기RE100’이 난항을 겪고 있다. 컨트롤타워도 없고 시·군과 공공기관, 민간 참여가 이뤄지지 않아 지지부진하다. 여기에 ‘RE100 플랫폼’ 구축을 위해 편성한 추경예산까지 경기도의회가 모두 삭감했다. ‘경기RE100’ 사업 자체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RE(Renewable Energy)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경기RE100 비전 선포식’에서 임기 내 기관 건물, 유휴 부지 등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전체 전력 소비량의 10%에 해당하는 13GWh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도내 기관들의 연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4.7GWh 수준이다. 경기도 계획대로면 27개 기관이 3년 안에 현재 발전량의 2.77배에 달하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 운영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재생에너지 생산은 쉽지 않다. 양평군에 건물을 임차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과 경기연구원 등 인재개발원 건물을 빌려 쓰는 13개 기관은 실적이 없다. 남의 건물에 시설 설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 북부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인 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도는 현재 27개 기관별로 에너지 사용량 및 재생에너지 생산량,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 조성 여건, 기관 이전 여부와 실현 가능한 RE100 목표치 등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용역 결과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겠지만, 실현 불가능한 기관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RE100 플랫폼’ 구축사업도 쉽지 않다. RE100 플랫폼은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도내 전체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등 기후·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국 처음이다. 그런데 최근 도의회 상임위에서 추경예산 175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예결위에서 복구 못하면 추진이 어렵다. 기초단체와의 연계도 안 되고 있다. 도는 신재생에너지 부지 발굴에 적극적인 반면 기초단체 대다수는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다. 도는 지난해 9월 31개 시·군과 ‘탄소중립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시·군 실적은 없다. 특성별로 상이한 재생에너지 관심도, 전문 인력 및 조직 부족, 주민 수용성 문제 등 이유는 다양하다. ‘경기RE100’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도가 중심이 된 컨트롤타워 구축, 시·군 지원 정책 발굴 등 과제가 많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늘리기 위해선 시·군 부지와 주민 동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센티브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 31개 시·군과의 동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설] 방문규 장관 후보자, 능력·소신·도덕 모두 적합하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갖고 있는 ‘원전 소신’의 일단을 봤다. 14일 있었던 청문회에서의 질의 답변을 통해서다. 누적 부채 201조원, 올 예상 적자 47조원인 한전 위기에 대해 물었다. 방 후보자는 “전기요금을 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탈원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부분에 대해 야당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한전 적자 원인을 탈원전이라고 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을 하지도 못했다. 비과학적 논리 전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방 후보자는 “탈원전을 통해 당초 계획했던 6개 원전을 없앴고, 원전 가동 기간을 늘렸고, 그래서 (원전) 가동률도 줄이고 원전의 신설 개수도 (줄였다)”고 답했다. 짧지만 분명하게 밝힌 ‘원전 소신’이었다. 원자력 생태계 회복에 대한 금융 지원도 강조했다. 방향성이 분명해 보인다. 또 하나의 검증 목록은 도덕성이다. 야당이 주로 파고든 것도 이 부분이다. 자료제출 요구서의 80% 이상이 신상 질의였다. 과하다 싶지만 이 자체를 뭐라 할 건 아니다. 다만, 그렇게 훑을 것이라면 후보자가 걸어온 과거 전체를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방 후보자는 수원 출신이다. 경기지역 언론인 우리에게 많은 증언들이 전해지고 있다. 교사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모범생이었다. 고교 시절에는 ‘공부 잘하고, 농구 잘하고, 착한 선도부’로 기억된다. 서울대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자의 길을 걸었다. 고위 공직자 생활이 많다 보니 오래전부터 재산공개 대상자였다. 한 번도 문제 된 적이 없다. 기재부 차관 때는 모든 부처로부터 견제와 감시를 받았다. 수원시 등에서 집중 ‘예산 로비’를 받았다. 그때도 원칙에 따른 예산 편성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의 지역 내 위상 때문에 정치권 차출설이 따라다녔다. 이 유혹에도 눈길 주지 않고 공직자의 길에만 충실했다. 여러 증언으로 증명되는 도덕성이다. 게다가 야당의 반대가 자연스럽지 않은 이유도 있다. 2006년 9월 청와대 행정관에 임명됐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선택이었다. 퇴임 후 쉬고 있던 2019년 한국수출입은행장에 취임했다.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었다. 이제 와서 문제 있는 공직 인생으로 몰려고 한다면 자가당착이다. 소신과 전문성을 갖췄다. 많은 증언으로 도덕성이 증명됐다. 이념적 편향성이 전혀 없다. 민주당이 흔쾌히 동의할 장관 후보가 있다면, 그건 이번 방문규 후보자일 수 있다.

[사설] 학생인권조례 개정만으로 교권 보호 미흡하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전면 개정된다. 조례 이름도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바뀐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의 권리만 강조된 학생인권조례에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 교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한다고 12일 밝혔다. 개정안은 12월 경기도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신설된 제4조 2항, 학생 및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한 부분이다.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과 동등하게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며 보호해야 한다’, ‘자유와 권리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보호자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생이 바른 인성을 가지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교육할 책임을 가진다’고 규정, 책임과 의무 대상에 학부모도 명시했다. 이와 함께 학습에 관한 권리는 다른 학생의 학습권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꿨고, 조례에 없던 학생에 대한 훈육·훈계 부분을 새로 넣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김상곤 교육감 때 전국에서 처음 만들었다. 당시 체벌 금지, 강제 야간 자율학습 및 보충수업 금지, 두발 규제 금지 등 관행을 깨는 내용들이 담겨 교육계의 파장을 일으켰다. 진보 교육감들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경기와 서울 등 6개 시·도에서만 시행 중이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등 교권 침해 사례가 잇따르자,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붕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도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며 조례 개정 계획을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 조항은 빠져 반쪽짜리 조례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조례로 상벌점제까지 폐지해 교사들의 학생 지도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조례는 전국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시·도가 더 많다. 때문에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면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교사와 학생을 경쟁하고 대립하는 관계로 보는 발상이다. 학생인권조례 일부 개정으로 교권이 얼마만큼 보호될지 미지수다.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교권 침해를 막을 수는 없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

[사설] 서울시 일방적 교통정책, 독단 벗어나 수도권 협력해야

경기·인천·서울은 하나의 생활권이다. 전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수도권은 교통·주거·환경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교통에 관한 한 더욱 그렇다. 서울시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은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기 때문에 독단적인 교통정책은 있을 수 없다. 수도권 주민의 편리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위해 행정구역에 얽매이지 않는 광역교통 행정기구인 ‘수도권 광역교통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런 이유다. 서울시가 월 6만5천원으로 서울시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등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환승 교통카드를 도입한다고 11일 밝혔다.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를 내년 1∼5월 시범 판매하고, 하반기에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발표에 경기도와 인천시가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생활권으로 묶여 있는 수도권 특성상 협의를 해야 하는데 독단적인 교통정책을 펼치려 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3개 지자체는 2004년 수도권 통합환승제 도입 등을 계기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시내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때 관련 내용을 협의해 왔다. 특히 수도권은 광역버스와 지하철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연결돼 있어 서울에서만 적용되는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했을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중교통도 있다.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이용이 불가능하고, 서울 이외 지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제한적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인 ‘K-패스’ 제도와의 중복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비·지방비가 공동 투입되는 K-패스 사업은 내년에 전국 시행을 앞둔 상황이다. 지하철과 버스를 한 달에 21번 이상 이용한 사람들에게 교통비의 20∼53%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해주는 대중교통 활성화 지원 정책이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도입 여부는 수도권 3자 협의체를 통해 K-패스 제도와의 중복 문제, 추가 소요 예산 등을 논의해야 한다. 2천600만 수도권 주민의 교통문제를 사전 협의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일방 추진하는 것은 유감이다. 경기도나 인천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교통 수단 등에 차별적 요소가 되는 문제도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후 네 번이나 만났다. 이들은 “수도권은 하나의 공동생활권이자 공동운명체”라며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교통·주거·환경 등 산적한 현안 해결에 공동으로 나서 수도권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독단적인 교통정책을 편다고 한다. 수도권 교통 문제는 특정 지자체만의 일방적 노력이 아니라 공동 노력이 요구되는 난제다. 서울시는 실무협의체를 통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

[사설] ‘신라 유물’을 물류센터 공사로 뭉개고 가는가

안성시 미양면 마산리 일대 공사 현장이 있다. M사가 물류창고를 짓고 있는 현장이다. 연면적 4만7천642㎡에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다. 지난 7월19일 건축허가가 났고 토목 공사 중이다. 이 현장에서 토기 모양의 유물이 발견됐다. 발견자는 작업 중이던 덤프트럭 기사다. 현장에서 2.8㎞ 떨어진 흙더미 속에 있었다. 온전한 형태의 토기였다. 안성시가 신고를 받아 검증했다. 신라시대 굽다리 긴목 항아리의 한 종류로 추정된다. 발견된 유물은 항아리 말고도 석관 등 많다. 누군가 흙더미에 고의로 옮겨 방치한 것으로 보인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있다. 토지를 개발하는 사업자가 매장 유물을 발견할 때 책무다.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국가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문화재청은 현장에 대한 보전 및 후속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 유물 비중에 따라 조치는 다르다. 유물을 이전해 보전하는 조치가 있고 발굴 현장을 그대로 보전하는 조치가 있다. 업자들에는 경제적 손해가 되는 상황이다. 공사가 중단되니 지체 손해가 발생한다. 현장 보전 결정이 나면 그 타격이 엄청나다. 모든 사업이 중단, 축소, 백지화된다. 이 과정에 업체와 국가기관 간의 갈등이 늘 있어 왔다. 과거 오산지역에서는 유명한 사건이 있다. 아파트 건축을 하던 건설사가 현장을 묻어 버렸다. 발굴이 엉망이 됐다. 문화재청 등이 발칵 뒤집혔고 업체 실무자는 구속됐다. 업체에서 구속을 각오하고 한 행위였다. 이렇게 예민한 일이다. 안성시 조치가 이상하다. 발견자가 유물을 신고한 것은 안성시다. 검증을 통해 가치 있는 유물임이 추정됐다. 관련법에 따른 조치는 즉시 신고와 공사 중지 요청이다. 하지만 안성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유물 발견이 신고된 것은 8일이다. 본보 취재가 시작된 것은 11일이다. 그때까지 현장 점검은 없었다. 이 사이 M사는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유물이 발견된 적이 없다. 몰랐다”고 변명한다. 살폈듯이 개발업자에게 ‘유물 발견’은 달갑지 않다. 대개의 경우 숨기거나 덮고 가려고 한다. 그런 현실 때문에 강제 법률이 있는 것이다. 이번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성시 역할이다. 법에 따라 조치하고 결정했어야 했다. 그런데 즉시 하지 않고 지연했다. 단순 실수였는지, 우리가 모르는 곡절이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이런 경우가 가져오는 결과는 확실하다. 업체에는 이득이 돌아가고, 문화재에는 훼손이 가해진다. 신라시대 유물로 최종 확증될 경우 그 가치는 안성시민의 재산이다. 그걸 저렇게 처리하면 되겠나.

[사설] 채용비리 선관위, 권위·신뢰 다 잃다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가 무더기로 제기됐다. 권익위가 지난 7년간 경력 채용을 조사했다. 부정 합격 의혹 58명 등 353건이 적발됐다. 이 기간 선관위가 자체 진행한 경력 채용은 162회다. 이 가운데 64%인 104회에서 절차 위반이 드러났다.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적으로 부실채용을 진행한 28명을 고발키로 했다. 또 가족 특혜나 부정 청탁 여부 등 사실 관계 규명이 필요한 312건은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선관위는 독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이다. 민주 질서 확립에 차지하는 비중도 크고 자긍심도 높다. 그런 기관에서 들통난 채용 비위 백태다. 믿기 어려울 정도다. 선관위 공무원 경력 채용에서 특혜와 부당 결정이 있었다. 임기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비위투성이였다. 절차를 무시하고 서류·면접·시험도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채용 공고를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게재해 ‘아는 선관위 직원’만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멋대로 합격자 결정 기준도 바꿨다. 당연히 멀쩡한 서류·면접 전형 합격자가 탈락하고 다른 예비 합격자가 채용됐다. 응시 자격 기준을 과도하게 제한하기도 했다. 역시 혜택을 본 것은 선관위 근무 경력자들이다. 선관위 관련자에게만 문호를 개방한 경우도 있었다. 채용 공고 기간을 단축해 특정인을 합격시켰다. 이게 가능했던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중앙선관위가 정례 인사 감사를 하지 않았다. 면접위원을 내부 인사로만 채웠다. 일반 공채였다고 보자. 채용 기간 멋대로 단축하면 그 자체로 난리가 날 일이다. 내부 게시판에만 올린 공고는 공고(公告)도 아니다. 합격 기준을 중간에 바꾸면 그 순간 무효다. 단 한 개 기관·기업에서, 단 한 번만 생겨도 경찰에 잡혀 갈 일들이다. 현재 공직 사회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 이런 게 그게 다른 곳도 아닌 선관위에서, 그것도 관행처럼 이뤄졌다. 그리고 많은 경우가 ‘직업 대물림’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초 선관위는 감사와 조사를 거부했다. 권익위 조사단 활동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감사원 감사’를 핑계 삼거나 ‘특혜 채용 부분’만 수용하겠다고 버텼다. 그때만 해도 많은 국민은 선관위를 믿었다. 독립성 훼손을 걱정해줬다. 그 믿음의 결과가 이 난장판이다. 온갖 채용 비위가 망라돼 있다. 그나마 이번 조사 결과도 비협조 속에 겨우 도출된 것이라고 한다. ‘선관위 비협조로 채용 당사자간 가족 관계는 점검 못했다’는 발표다. 선관위는 민주 질서의 보루다. 활동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한다. 선거 행정의 권위는 존중돼야 한다. 그런 기관이 온 국민을 실망시켰다. 젊은이들 갈 일자리를 편취했다. 가족끼리 주고받으며 대물림했다. 이런 선관위를 어찌 신뢰하고 존중하겠나. 거대한 둑은 작은 구멍에 의해 무너진다. 국민의 실망이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다. 그간 선관위를 향해 무조건 신뢰를 보냈던 일련의 선거 부정 의혹들, 그 신뢰는 어찌 될 것인가.

[사설] 침수재난 무방비 지하차도... 개별 책임자 정해 내년 대비해야

기상 이변은 이제 더 이상 이변이 아니다. 한곳에만 쏟아붓듯 하는 집중폭우도 통상의 기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물난리도 그 정도와 양상이 이전 같지 않다. 산이 통째로 마을을 덮치는 산사태도 낯선 재난이다. 과거에는 보기 힘들던 반지하주택 침수 재난도 그렇다. 지난 7월 충북 오송의 지하차도 침수는 지역사회 전체를 덮친 재난이었다. 평소처럼 통과하던 차량 15대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출근길의 시민 14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상기후를 등에 업은 수마(水魔)가 생각지도 못했던 취약점을 노리는 시대다. 이런 재난이 더 이상 일회성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 가운데 인천의 지하차도들은 여전히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인천지역 지하차도 10곳 중 8곳꼴로 진입차단시설조차 없다는 실태조사가 나왔다. 만약의 침수 사태에 대비, 시민안전을 지키는 가장 초보적인 시설이다. 인천 지하차도는 모두 37곳에 이른다. 진입차단시설이 있는 곳은 8곳(21.6%)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4곳을 침수 중점관리 지하차도로 정해 놓고 있다. 고속종점·간석·인천대공원·송내 지하차도 등 규모가 큰 곳이다. 이들 중점관리 대상 중에서도 고속종점 지하차도만 진입차단시설을 갖췄다. 인천대공원 지하차도의 경우 1개 방향만 갖추고 있다. 부평구 십정동 동암지하차도의 경우 내부 바닥에 배수구조차 없다. 물이 들어차도 빠질 곳이 없는 것이다. 지난 7월에도 바닥이 빗물에 잠겨 소방당국이 진입을 막은 곳이다. 간석지하차도는 내부가 곡선 구간 형태로 통과 거리도 꽤 길다. 그러나 침수에 대비한 안내 표식도 갖추지 못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취약점도 안고 있다. 인천 지하차도 대부분이 배전반을 지하에 두고 있다. 배수펌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 설비가 침수돼 작동하지 않을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국 지하차도의 절반 이상은 배전반을 지상에 두고 있는 형태다. 인천에선 남동구 장아산로 지하차도 1곳만 지상 배전반이다. 배수펌프 작동 기준도 너무 느슨하다. 30㎝나 차올라야 배수펌프가 돌아간다. 반면 부산은 15㎝, 서울은 10㎝다. 지하차도 침수 참사는 오송만이 아니다. 2020년 7월 부산 초량에서도 지하차도가 잠겨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의 주 원인이 출입통제시스템 고장이었다. 그간 인천은 다만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고 봐야 한다. 이제 큰비가 올 일은 없을 테니 할 때가 아니다. 돌아서면 금방 닥쳐 올 장마철이다. 어영부영하다가는 시민안전이 벼랑에 걸린다. 침수에 취약한 지하차도는 지금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지하차도별 책임자를 지정하는 실명관리제로 가야 한다.

[사설] 지역민 앞에선 ‘수산물 먹자’ 예산 투입/정치 계산에는 ‘죽음의 오염수다’ 선동

경기도가 후쿠시마 오염수 피해 기업 실태 조사에 나섰다.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효율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 분석한 피해 소상공인 실태가 있다. 일반 음식점 4천500곳, 한식 해산물 요리점 4천900곳, 냉동 및 수산물 소매업 1천400곳, 건어물·젓갈류 판매업 660곳 등 1만1천여곳이다. 경기도가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해 기초 자료를 만들 계획이다. 지원 예산 규모를 산출해 내년 예산안에 편성하려는 것이다. 경기도는 수산업 지원 활동도 계속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 7월29일 화성시 궁평항수산물센터에서 행사가 있었다. 구입 금액의 20%를 할인해 준 행사다. 8월3~6일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과 안산탄도항수산물직판장에서도 할인 행사를 했다. 수산물 구매 금액의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준 행사다. 10월부터는 시흥 오이도, 화성 궁평항, 수원 옛 도청사, 온라인 등에서도 수산물 판촉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모두 예측 못한 예산이 쓰인다. 일선 시·군도 나설 수밖에 없다. 오산시 정책이 있다. 지역화폐를 통한 할인 묘안을 냈다. 오산 지역화폐인 오색전에 7%를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종전 10% 추가에서 이번 적립이 이뤄지면 17%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것도 돈이다. 시흥시가 어업인 간담회를 통해 각종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화성시도 민간 단체들이 요청한 공공시설물 전기·수도 등 사용료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시흥·화성시 모두 여유롭지 않다. 정부에 정책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인천시도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소래포구 등 전통어시장에서 할인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구매 금액의 최대 30%(2만원)를 온누리 상품권으로 환급해준다. 10월에는 수산물 직거래 장터도 연다. 다른 지역 노력도 눈물겹다. 강원도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치고 올라왔다. 전남도도 서울에 올라와 수산물 장터를 연다. 부산시는 공공배달앱을 통한 수산물 할인·무료 배달 이벤트를 했다. 모두 예산이 들어간다. 올 초에는 예상에 없던 예산이다. 모든 지방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와 싸우고 있다. 증명도 되지 않은 괴담 때문이다. 아직 우리 땅에 오지도 않은 해류 때문이다. 그 선동을 정치는 지금도 하고 있다. 그 타격과 책임을 지방정부에 넘기도 있다. 각종 수산물 판촉 행사에 드는 행정력이다. 더 기막힐 노릇이 있다. 많은 지방자치단체장도 그 정치 선동에 동참한다. 한 편에서 ‘수산물 사가면 할인해주겠다’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수산물 먹으면 큰일난다’고 선동하는 꼴이다. 정상이 아니다.

[사설] 고엽제 국내 민간인 피해자, 더 이상 외면하면 안 된다

파주시의회는 지난 8일 제241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개최, 고엽제 후유증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파주시가 지난 6월 입법 예고에 나선 지 3개월 만에 통과된 것으로 민간인을 피해자 대상에 포함시킨 조례는 파주시가 전국에서 최초다. 이번 조례안 통과로 폐암, 방광암 등 각종 질환으로 고통을 받아온 고엽제 살포지역인 비무장지대에 있는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57년 만에 보상과 지원을 받게 됐다. 대성동 주민 중 고엽제 피해자들은 내달부터 피해 지원 신청 접수에 이어 오는 12월 피해자 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원 수준이 결정되며, 내년 1월부터 질환증상별로 매월 10만~30만원씩 받게 된다. 월남전에 참전한 고엽제 환자는 1993년 제정된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상과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월남전 참전자와 달리 국내에서 발생한 고엽제 피해자는 아직도 보상과 지원에 관한 것이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특히 민간인에 대한 지원과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본보는 이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문제점을 부각시켰다. 국내 고엽제 피해자는 2개 유형으로 남방한계선 일대 전방에서 근무한 군인과 이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다. 1967년부터 1972년까지 국방부와 미군이 남방한계선 일대에서 비무장지대 철책선을 통해 침투하는 간첩 등을 막기 위해 우거진 숲과 나무에 대한 제거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엽제를 군인과 민간인에게 알리지도 않고 살포했다. 그 당시 고엽제에 노출된 사람들 상당수가 그 후 후두암, 폐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지역에 근무했던 군인과 군무원들은 2000년 2월 개정된 고엽제 관련법에 따라 고엽제 피해자로 인정될 경우, 보상과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런 보상과 지원도 월남전 참전자와 비교하면 7년이나 늦은 것이다. 더구나 보훈부나 국방부도 이에 대한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아직도 이런 제도 자체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어 이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번 파주시의 사례와 같이 현재 고엽제 관련법에 따라 군인과 군무원만 피해자로 분류돼 있지만, 민간인의 경우 해당되지 않아 국가로부터 질병 치료는 물론 보상과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고엽제 관련법을 국회에서 조속히 개정, 남방한계선 철책작업 시 필요한 지뢰제거 작업을 한 민간인 등을 포함시켜 고엽제 민간인 피해자들 모두에게 보상과 지원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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