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블루슈머

블루오션(Blue Ocean)은 수많은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레드오션(Red Ocean)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경쟁자들이 없는 무경쟁시장을 말한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광범위하고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블루오션이 공급자 측면에서 바라봤다면, 블루슈머는 소비자 측면에서 바라본 시장이다. 그동안 규모의 경제 도입에 따라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경제의 견인차 역활을 해왔다면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시장은 소비자 위주의 시장이 주도하게 된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기업이나 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결국 레드오션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만큼 소비자의 힘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블루슈머(Bluesumer)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경쟁자가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 그룹을 말한다. 전 세계 미개척 시장을 주도하는 블루슈머는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신소비 계층이다. 통계청이 2007년부터 주요 사회통계와 소비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기업과 창업준비자들이 주목할 만한 블루슈머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6대 블루슈머 분야로는 △과거 지우개족 △스몰웨딩족 △꽃보다 누나 △견우와 직녀 △반려족 △배려소비자 등이 꼽혔다. 과거 지우개족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대두하면서 인터넷에 떠도는 개인정보를 삭제하거나 관리해주는 서비스다. 소박한 결혼을 원하는 스몰웨딩족은 겉치례는 빼고 실속 위주로 결혼을 준비하는 젊은 예비부부들이다. 직장 등의 이유로 떨어져 사는 견우와 직녀족은 두집 살림을 하는 주말부부의 증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애완동물을 동반자로 여기는 반려족도 눈여겨 봐야 할 소비군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이미 1천만명을 넘어섰다. 꽃보다 누나는 루비족 또는 골드퀸이라 불리는 4050(4050대) 여성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소비의 주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배려소비자는 죄책감을 덜 느끼는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왕이면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한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블루슈머를 통해 변화하는 우리 사회와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신(新)고객, 블루슈머를 잡아라. 기업의 새로운 미션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악법, 수정법 폐기

법률은 시대의 거울이다. 법률을 보면 그 시대를 알 수 있다. 法은 삼수(물) 변에 갈 거 去자로 물이 가듯이 무리가 없음을 뜻한다. 그런데 시대에 아주 뒤떨어지는 법률이 있다. 무리가 극심한 법이 있다. 수도권 규제의 근본이 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이 법은 1982년 12월에 제정됐다. 무려 32년 전의 산업화시대다. 굴뚝산업에 초점이 맞춰진 법률이다. 지금은 정보화시대다. 산업화시대에 만든 법률을 정보화시대에 들어서도 준수를 강요한다. 굴뚝산업에 맞췄던 법률을 굴뚝이 없는 첨단산업에도 적용한다. 마치 열살 짜리 옷을 열 다섯 들어서도 억지로 입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론 중간에 고치긴 했다. 모법은 11번, 대통령령인 수도권정비계획법시행령은 23번이나 개정 했다. 왜 개정이 이토록 많았을까? 현실에 안 맞기 때문이다. 지금이라고 현실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는 동안 누더기가 다 됐다. 역대 정부는 이 누더기 법률의 시효가 다해 차라리 일몰처리 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러면 비수도권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들고 일어나곤 해 이도저도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기업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백지 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서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다. 대통령은 지난 22일 스위스 순방 중 그곳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총회에 참석, 한국의 밤 연설을 통해 창조경제가 성공하고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균형있게 성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중복 규제로 묶여 있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해답의 정답은 관측통들이 보는 그대로 폐기에 있다. 수정법이 폐기되면 기업환경이 개선되어 외자 유치뿐 아니라, 당장 재벌들 금고 속에 갇혔던 수십조 원이 투자되고 일자리도 그만큼 는다. 성장의 과실은 나라안 전역에 돌아간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정치권의 속 좁은 퇴행적 지역감정 폐해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인지?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초연결사회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겨울이면 걱정이 크다. 당뇨병과 고혈압 등 여러가지 질병으로 1주일에 서너번은 병원에 가야 하는데 춥고 길도 미끄러워 외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고통은 줄어들게 된다. 손목에 차는 시계 같은 기기로 혈당과 혈압 등 생체정보를 체크해 병원에 알려주면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다른 사람들과 교환했다면 앞으론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IT(정보기술) 기기나 스마트폰처럼 물건이나 제품이 알아서 정보를 교환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린다. 이처럼 사물 간 유무선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교환 기술을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라고 한다. 사물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B2B(기업간 거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를 넘어 기기와 기기가 정보를 나누는 M2M(Machine to Machine) 시대를 열면서 인류사회를 초연결사회로 바꾸고 있다.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는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초소형 컴퓨터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람과 사물, 데이터, 프로세스 등 모든 게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사회다. 초연결사회는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게 사람ㆍ사물의 상태나 주변 정보를 수집하는 원격 모니터링이다. 환자들은 보다 편리하게 집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빌딩의 냉ㆍ난방 시스템 등 설비나 기기를 손목에 찬 기기로 관리ㆍ통제하는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이동하는 사물의 위치정보와 연계한 원격 추적,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무선 신용카드 결제 등도 가능하다.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초연결사회와 우리의 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초연결사회에 대비한 핵심역량이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연결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연결성 지수, ICT 플랫폼화 가능성, 창의적 인재 수준, 빅데이터 경쟁력 등이 선진국에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초연결사회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정부는 초연결사회에 발맞춰 기술개발을 비롯해 역량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면서, 한편으론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과 갈등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문화가 있는 날

프랑스는 1984년부터 매년 9월 셋째 주말을 문화유산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 엘리제궁ㆍ상원의사당ㆍ파리시청ㆍ총리공관 등 평소 문을 열지않던 공공시설을 비롯해 전국 주요 박물관ㆍ미술관 등이 무료 개방된다. 각종 사설 문화공간 및 시설들도 무료 또는 할인 관람이 가능하다. 유럽연합도 1991년 프랑스의 문화유산의 날을 벤치마킹, 유럽 문화유산의 날을 정했다. 회원국 간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2일의 행사 동안 각국 상호간 문화시설 무료 입장을 실시한다. 이탈리아는 매년 4월 중 일주일을 문화주간으로 정해 전국의 국ㆍ공립 박물관ㆍ미술관 등을 무료 관람토록 하고 있다. 영국도 매년 9월 오픈 하우스 런던을 실시하고 있다. 이 주간에는 런던 시내 800여개의 건물에 직접 들어가 내부 공간과 구조를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시민뿐 아니라 세계 건축가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했다. 오는 29일 수요일이 첫 문화가 있는 날이다. 국민이 생활 속에서 문화를 즐기며 문화융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문화가 있는 날에는 국공사립 전시 관람시설은 물론 영화, 스포츠, 공연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대폭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우선 국민 모두가 즐기는 영화 관람료가 할인된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직영관 등 전국 영화상영관에서 저녁 시간대(6~8시)에 상영을 시작하는 영화를 3천원 할인된 5천원에 볼 수 있다. 농구와 배기 경기장에 초등학생 이하 자녀와 부모가 동반 입장하면 입장료가 반값 할인된다. 국립공연시설에선 공연 관람료를 무료 또는 할인 가격에 볼 수 있다. 전국 국공립사립 박물관미술관, 과학관 등 전시관람 문화시설도 무료 또는 할인해 이용할 수 있다. 기업들의 참여와 후원 활동도 확대될 전망이다. CJ E&M은 문화가 있는 날에 뮤지컬 등 주요 공연을 할인하고 다양한 문화 나눔 활동을 한다. 신세계그룹도 3월부터 전국 백화점 문화홀에서 문화가 있는 날 특별공연을 무료 개최하고 문화소외계층을 초청할 계획이다. 문화와 함께 하면 삶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문화가 있는 날이 일회성ㆍ전시성 이벤트가 아닌 내실있고 지속가능한 행사로 자리매김해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왜 하필 대통령 없을때…

2008년 5월 29일. 정운천 농림부 장관의 발표가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적절한 시기라고 환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이었다. 통합민주당이 비난 성명을 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부재중이다. 장관은 고시 강행을 중단하라. 공교롭게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이런 대통령 부재중 현안 처리가 여럿 있었다. 그때마다 야권은 대통령 없는 틈을 타 예민한 현안을 처리하려는 꼼수라는 정부 여당을 공격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첫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 15일부터 인도와 스위스를 오가며 펼친 8박9일간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인도에서는 쌍용차 최대 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의 아난드 회장을 접견했다. 앞으로 4년간 1조원의 투자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는 특별 연설을 통해 창조경제의 개념 과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역설해 큰 박수를 받았다. ▶내실 있고 국격을 높인 순방이었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 효과와는 전혀 다른 여론이 있다. 이 부재 기간 동안 밀어붙여 진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묵살에 대한 비난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위헌성이 있는 정당공천폐지는 안 된다. 당론을 결집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이 서울공항을 출발한 다음 날이었다. 그리고 2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사실상 정당 공천 유지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대통령이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하루 전이었다. ▶야당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새누리당은 대통령 부재중에 처리하려는 비겁한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의 기억을 되짚었다. 박 대통령이 유럽순방 중이던 당시 정부 여당은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안을 처리했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예민한 문제를 처리한다는 의미의 부재의 정치학 논란도 그때 나왔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한 공약이다. 그 공약이 대통령도 없는 일주일 사이에 사실상 폐기처분됐다. 대통령의 묵인 또는 허락 없이 이게 가능한 일일까. 그래서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공천폐지 약속을 정말 저버린 것인지, 그랬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듣고 싶어한다. 박 그 한 마디가 있어야 공천 폐지 논란은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지구 어느 곳에 있어도 대통령이 부재인 순간은 없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안중근 의사 기념관

안중근 의사는 원래가 학자다. 일본의 조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1909년 을사늑약을 강제체결, 외교권을 빼앗아 분연히 나선 의병에 참여하기 전에는 고향 해주서 학문에 몰두했다. 나중에 일본의 초대 총리가 되어 만주 침탈을 위해 하얼빈에 간 이토를 역에서 저격, 살해한 뒤에 1910년 사형이 집행된 여순 감옥에 있을 때 비록 자기 나라 사람을 죽였지만 학자로서 안 의사의 인격에 감화된 일본인이 적지 않았다. 안 의사는 일본 사람에 의해 재판을 받을적에도 조선 의병의 자격으로 동양의 평화를 해치는 이토를 처단 했다고 말 했다. 그의 동양 평화론은 적중하여 일본은 마침내 그 마각을 드러내는 중국 침략의 마수를 벌렸었다. 하얼빈 역에 울려 퍼진 안 의사의 세발의 총성, 그것은 우리 민족혼이 살아 있음을 세계에 알렸을 뿐 아니라 잠자는 중국 국민들을 일깨웠다. 이듬해인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져 손문이 총통에 취임한 것이다. 그 하얼빈역에 얼마전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 됐다. 안 의사의 흉상이 건립되고 안 의사가 권총을 쏜 자리와 이토가 총맞은 자리까지 표식을 한 것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신사 참배로 입장이 미묘할 때 안 의사의 기념관이 개관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0일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관방 장관이 토를 달고 나섰다. 안중근은 일본 초대 총리를 살해, 사형 판결을 받은 테러리스트라며 우리 나라와 중국에 항의했다. 중국은 물론 일축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토 히로부미는 대한제국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무력을 동원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침탈을 주도했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짓밟았다며 일본 집권세력이 아직도 제국주의 침략사를 미화하고 정당화 하는 퇴행적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외교부의 이 같은 표현은 외교 관행을 넘어선 것이나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먼저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폄훼한 것은 우리의 성역을 건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의 역사 도발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2014 세계수학자대회

그레고리 페렐만(1966~)은 리치 흐름의 전문가인 러시아 수학자다. 100년 넘게 풀지못한 수학계의 밀레니엄 난제였던 푸앵카레의 추측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이에 대한 업적으로 2006년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는 페렐만을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했다. 이 문제에 걸려있던 미국 클레이연구소의 상금 100만 달러도 거부했다. 그는 현재 노모의 연금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즈상은 캐나다 출신 수학자인 존 찰스 필즈(1863~1932)가 창시했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ICM) 개막식에서 수학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수학자에게 주는 영예로운 상이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부른다. 필즈상은 현재와 특히 미래의 수학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학자에게 수여되기를 바라는 필즈의 뜻에 따라 연령이 40세를 초과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지금까지 모두 52명의 수학자가 필즈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아직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올해 필즈상 수상자는 서울에서 나온다. 수학올림픽인 세계수학자대회가 8월13일부터 9일간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수학자대회는 1897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기초과학분야 최대 국제학회다. 19세기에 시작돼 21세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유일한 국제학회다. 한국에서 처음, 아시아에서 네번째로 열리는 올해 대회에는 100개국 수학자 6천여명이 참가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는 세계수학자대회와 때를 같이 해 2014년을 한국 수학의 해로 선포했다. 이 대회를 수학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생각한 것이다. 정부는 서울 대회의 성공적 개최 여부에 따라 현재 세계 11위권인 우리나라의 수학 연구 역량이 크게 향상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학 국제논문 숫자가 세계 10위 밖이던 중국은 2002년 대회를 유치한 뒤 현재 세계 2위로 성장했다. 수학은 자연과학분 아니라 경제ㆍ산업ㆍ기술ㆍ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를 넘어선 혁신의 언어이자 미래 산업의 돌파구라고도 한다. 세계수학자대회가 보다 많은 한국의 수학 인재들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고 과학기술 발전에 초석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대통령의 공약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에 관한 한 철두철미한 분이다. 그 한가지 사례로 세종시를 교육도시로 바꾸려고 할 때 국민과 한번 약속한 이상 그대로 해야 한다며 당론을 거스르며 국회 표결에서 반대했던 분이다. 그런 분이 당의 대통령 공약 철회에 입장을 어떻게 표명할 것인지 주목된다. 새누리당은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 공천제 유지를 위해 대선공약에서 기초단체의 정당 공천을 폐지한다고 한 것을 당에서 공식 철회한 것이다. 의문이다. 당이 감히 대선 공약을 멋대로 철회할 수 있는 것인가, 있다면 지금 선거 중도 아니고 다 끝난 일인데 과연 철회가 유효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박 대통령의 평소 신념대로라면 도저히 되지 않을 소리다. 그래서 굴절능신의 정치적 제스쳐를 쓸 것인지 소신을 밝힐 것인지 관심사다. 또 당의 입장에 선다면 평소의 지론을 어떻게 변명할런지도 궁금하다. 이 문제는 사설, 칼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새삼 장단점의 논의단계가 아니고 대선공약의 실천단계가 정상이다. 지금쯤은 기초단체의 공천 폐지로 지방자치법이 개정돼 있어야 한다. 국민이 기초단체의 정치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왜 20년 공천 비리의 개연성에 아직도 연연해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다. 공천 유지에 갖다 댈 말이 궁하다보니 이제 당치도 않은 위헌론을 꺼낸다.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본질은 같은 데 기초의원만 공천을 폐지하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지만 한마디로 궤변이다. 정당 공천은 법률에 의거한 정치행위일 뿐, 공무담임권 자체를제한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 역시 같은 위헌론이겠지만 말이 안되기에는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공천 유지로 가닥을 잡고 금주 안에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공약을 파기한데는 부담이 없을 수 없다. 소탐대실이란 말이 있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장기 기증

최요삼은 1993년 프로 권투선수로 데뷔해 1999년에 WBC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2007년 9월엔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에 등극했다. 같은해 12월 25일 1차 방어전에 성공했지만, 경기 직후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져 2008년 1월3일 사망했다. 그의 나이 35세였다. 링 위에서 맞선 상대 선수와의 싸움보다도 힘들고 고독했던 자신과의 싸움에 끝까지 굴하지 않고 파이팅을 외치던 그의 인생은 마지막 순간에도 아름다웠다. 최요삼은 사망 후 폐, 간, 신장, 심장, 각막, 췌장을 기증해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최요삼의 아름다운 삶은, 올해 1월 1일 캘리포니아에서 새해 축하 행사로 열린 로즈 퍼레이드에서도 빛났다.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타인의 생명을 살린 장기 기증자 81명의 초상화를 내건 도네이트 라이프(Donate Life) 꽃차에 한국인 최초로 최요삼의 얼굴이 걸린 것이다.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전 세계인들에게 전한 로즈 퍼레이드를 지켜본 그의 어머니는 감격스러워 했다. 최요삼은 더이상 비운의 챔피언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눈이 되고 심장이 되고 숨결이 됐으니까. 장기 기증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같은 일이다. 얼마 전 뇌사 상태의 4살 여자아이가 장기 이식을 통해 중증환자 4명에게 새생명을 주고 천국으로 떠난 소식이 전해졌다. 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자신의 생명을 나눠준 후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사후에 장기 기증을 약속한 한국 사람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장기 기증 희망자 수가 105만3천196명을 기록했다. 장기 기증 희망자 수는 2004년 10만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 후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해에만 18만5천여명이 장기 기증을 약속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참 적은 수치다. 한국의 장기 기증 희망자 수는 인구의 2%에 불과하다. 뇌사 기증자 수도 인구 100만명당 8.4명으로 주요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생전에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더라도 뇌사 때나 사후에 경황이 없거나 유족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기증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장기 기증이 숭고하고 보람있는 나눔이라는 인식이 더 확산돼야 할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정창섭의 자치제도

정창섭 전 행안부 차관의 별명은 행정의 달인이다. 해박한 이론과 철저한 현장감을 겸비했다. 정치인 출신의 단체장들에겐 늘 영입 1순위였다. 2002년 취임한 손학규 도지사가 그를 맞으려고 인사까지 늦췄다. 곧 부지사가 됐고 도정 4년을 책임졌다. 이어 김문수 호가 출범하자 주요 간부들은 전부 바뀌었다. 하지만 부지사 자리만은 그대로였다. 손 지사에 이은 김 지사의 선택이었다. 결국 2008년 전국 최장수 부지사라는 기록을 남기고 행안부로 영전했다. ▶그에겐 독특한 이미지가 있다. 지독할 정도로 독실한 신앙심이다. 부지사 시절, 그가 소속 교회에서 장로에 보임됐다. 좀처럼 자랑이 없는 그였지만 그때만큼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출입 기자단에게 중국 요리로 한 턱내면서 장로 시험에 합격했다며 자랑까지 했다. 평소 생활도 신앙심 그대로였다. 요란한 술자리에서 그를 본 사람은 없다. 일요일 골프장에서도 목격된 적 없다. 그의 고위 공직 인생을 지켜준 신앙심이다. ▶신앙을 갖게 된 동기에 대한 그의 설명은 이렇다. 청와대 근무하면서 지방자치제도를 만들었어. 그런데 내가 만드는 이 일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생각에 잠이 안 오더라고. 경외심이라고 할까. 그래서 무언가에 의지라고 해야겠어서 찾게 된 게 교회야. 실제로 그랬다. 지금의 지방자치는 그가 만든 제도다. 1989년부터 청와대에서 비밀리에 이 업무를 처리했다. 지금도 그는 범위의 경우의 수 4개, 공천의 경우의 수 16개 등 당시 검토 내용을 줄줄 왼다. ▶서울 법대 합격, 고시 합격, 최장수 부지사, 정부부처 차관 등 화려했던 그의 이력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가장 무섭고 경외로웠던 일은 지방자치제도를 만들 때다. 종교를 갖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정도의 책임감과 불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그랬던 정창섭의 자치제도가 지금 수술대에 오르려 하고 있다. 과연 그때 그가 느꼈던 만큼의 책임감과 경외심이 우리에게는 있을까. 종교를 찾을 정도의 경외심은커녕 밥그릇 싸움의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인 그와 만났다. 만남 김에 물었다. 어떻게 보세요.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따지기 전에)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지 않나 싶어. 충분히 시간을 갖고 고민하고 논의해야 하는 문제인데, 결국 정치적 입장들 때문이겠지. 대한민국 자치제도의 25년 전 설계자인 정창섭 전 차관. 그가 안타까운 것은 공천 폐지냐 유지냐의 방향이 아니라 문제에 접근하는 정치권의 경솔함인 듯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귀성문화

연중 설과 추석 두 차례다. 귀성은 뿌리 찾기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대이동의 사회적 현상이다. 어떤 이는 귀성으로 인한 소비와 차량 정체에 의한 시간소비 유류낭비 등 경제적 손실을 폐습의 예로 들지만 경제적 부담 이상으로 사회적 이득을 보는 것이 귀성문화다. 농경시대에는 귀성이라는 이동이 따로 없었다. 한겨울 내내 농한기에는 서로 친인척 찾기의 왕래가 일과였다. 이 시절엔 지금처럼 교통도 발달 안돼 도보가 많았다. 하루에 백리 걷기는 예사였다. 약 50년 전 우리 사회의 생활상이다. 귀성문화가 생긴 것은 산업사회 들어서다. 각종 산업의 발달에 따라 여기저기 객지로 이동하면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제 정보화시대 들어 문안쯤은 아침 저녁으로 나눌 수 있지만 죽은 사람과는 제사, 산 사람과는 만남을 통해 내가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귀성문화다. 귀성이 혼잡하다 해도, 그래도 고향에 갈 시골집이 있다는 것은 다복 하다. 근거가 되는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고향을 아주 떠나 고향과 인연이 끊겨 도시의 부평초 같은 생활을 하는 실향민 아닌 실향민이 많은 것이다. 실향민 얘길 하다 보니 북에 고향을 둔 진짜 실향민이 생각난다. 실향민 1세들은 안타깝게도 거의 고인이 됐다. 2세들도 38선이나 625 때 월남할 당시 10대였다면 지금쯤 80세 전후가 됐을만큼 긴 세월이 흘렀다. 2세들은 생전에 통일되어 고향에 가 볼 수 있을까, 이들은 올해도 임진각 망배단에서 두고 온 고향을 하염없이 그리워 할 것이다. 다가오는 설은 1월31일이다. 그런데 30일부터 2월1일까지 공휴일인데다 2일은 일요일어서 4일간의 황금 연휴다. 기차표 예매를 사 둔 귀성객은 느긋하겠지만 그러지 않은 귀성객 역시 좋은 고향 길을 좋은 마음으로 잘 다녀 왔으면 한다. 가진 것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즐거운 것이 명절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正祖의 孝 실체

수원을 효원의 도시 라고 말한다. 불세출의 효행을 남긴 조선 제22대 정조(1752년~1800년 재위 1777년~1800년) 임금의 효를 말하는 것이다. 서얼제 타파에 이어 승하하기 직전엔 노비제도 혁파를 기도했을 만큼 개혁주의셨고 실학사상을 꽃피우는 등 문화적 황금기를 구가했으며 오늘의 수원을 이룬 화성을 축조한 분이다. 그러나 막상 정조의 효 실체가 뭣이냐는 물음엔 그의 효를 강조하는 웬만한 사람도 고개를 갸우뚱 한다. 과연 무엇일까?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양주에서 지금의 융릉인 화산으로 이장, 능침을 만든 것일까. 화산 능침을 11년 동안에 13번이나 배알한 극진한 효성일까.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인 을묘원행을 능침과 가까운 화성행궁에서 베푼 것일까. 물론 이도 큰 효행이나 실체는 아니다. 당파 싸움으로 아버지를 희생당한 뒤에도 세손시절 얼음판 13년을 조심해야 했던 그다. 드디어 즉위했으면 왕권을 강화하여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당이나 세손시절 은근히 핍박했던 무리들에게 무자비한 복수를 할 수 있었다. 그 일당에는 외조부인 홍봉한 등도 포함됐다. 인간적인 고민도 권력적인 갈등도 많았을 것이다. 아마 연산군 같았으면 피비린내를 풍겼을 것이다. 그러나 정조는 누구에게도 보복을 하지 않았다. 복수하고 싶었던 원한을 오로지 아버지에 대한 효행 일념으로 승화시킨 것이 정조 임금의 효사상 실체인 것이다. 이는 관용이다. 오늘날 효가 강조 되는 것은 어른 대접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사람이 사람다운 인성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짐승들에게는 효가 없다. 인간에게만 있는 인성의 근본이 효다. 인성이 가득한 사회는 효로부터 시작된다. 정조의 효 사상과 관용정신이 현세에도 절박하다. 실사구시의 제반 개혁 역시 시급하다. 정조대왕이 이 시대의 소임에 비추어 아직도 가슴속에 살아 있는 이유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염수정 새 추기경

추기경은 가톨릭교회에서 교황 다음 가는 성직이다. 추기경에서 추기(樞機)라는 말은 중추가 되는 기관을 말하며, 경(卿)은 높은 벼슬에 대한 경칭이다. 그레고리오 대교황(590604년) 때 교회법 용어로 채택됐다. 추기경에 대한 서임은 전적으로 교황이 한다.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공개 추기경회의를 열어 서임장을 낭독해 새 추기경을 서임하면, 새 추기경은 신앙 고백과 교회에 대한 충성 서약 등을 한다. 교황은 새 추기경에게 추기경의 고귀한 품위를 표상하는 붉은 모자를 씌워준다. 다음날 교황은 새 추기경과 함께 미사를 공동 집전하며 이때 추기경 반지를 수여한다. 추기경의 신분상 지위는 종신직이다. 하지만 80세가 되면 법률상 자동적으로 교황 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직무가 끝난다. 현재 전 세계 추기경의 수는 218명이다. 이중 교황 선출권을 갖는 80세 미만은 123명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71) 대주교가 새 추기경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 염수정 대주교를 한국의 세번째 추기경으로 임명했다. 서임식은 2월 22일에 열린다. 한국은 1969년 고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첫 추기경으로 임명됐으며, 2006년엔 정진석(83) 추기경이 두번째로 임명됐다. 하지만 정 추기경은 2012년 서울대교구장을 은퇴했고, 만 80세가 넘어 교황 선거권이 없는 상태여서 한국 천주교계는 새 추기경 임명을 강력하게 염원해왔다. 염수정 새 추기경은 1943년 안성에서 5남1녀중 셋째로 태어났다. 집안은 조선에 천주교가 전래될 때부터 신앙으로 받아들였고, 4대조 할아버지는 1850년 순교했다. 염 추기경은 가톨릭대 신학대를 나와 1970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동생 수완ㆍ수의 형제 등 삼형제가 신부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의 천주교 신자는 531만명으로 아시아에서 5번째 규모다. 하지만 재정 분담금은 가장 많이 낸다. 또 세계에서 드물게 천주교 신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번 추기경 임명은 한국 가톨릭의 존재감과 위상이 반영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 교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과 기대가 담겨있다는 관측이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위하고, 낮은 곳을 지향하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뜻에 따라 한국 가톨릭이 새 추기경과 함께 교회 본연의 역할과 사명에 더욱 충실하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관용없는 사회

똘레랑스(tolerance)는 프랑스어로 관용이라는 뜻이다. 포용력, 이해, 인내심이라는 뜻도 포괄한다. 당신의 정치적종교적 신념과 행동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우선 남의 정치적종교적 신념과 행동을 존중하라. 이것이 똘레랑스의 출발점이다. 똘레랑스는 홍세화씨의 저서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를 통해 한국에 퍼뜨려졌다. 홍씨는 책에서 프랑스 사회는 똘레랑스가 있는 사회다. 흔히 말하듯 한국 사회가 정이 흐르는 사회라면 프랑스 사회는 똘레랑스가 흐르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관용은 원래 서양의 종교 갈등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가톨릭 중심의 중세 사회에서는 이단 심문, 마녀 재판이 횡행했고 종교개혁 이후 구교와 신교간 전쟁이 벌어져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어 계몽주의를 주창하고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길로 나아갔다. 관용은 근대이후 사상의 자유를 살리는 방향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부르주아와 노동자 등 계층간 갈등을 협력으로 전환하는 개념으로 정착됐다. 오늘날 인종, 성, 동성애 차별 등의 금지도 관용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관용이 부족한 사회다.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인색한 정치문화, 그래서 늘 대립하는 정치권, 계층간 갈등, 지역간 이기주의, 개인주의의 팽배,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 등 사회 구석구석에서 그 증거들이 포착된다.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지나친 경쟁사회 속에 살면서 성장과 효율성에 집중된 사회문화가 이러한 결과를 낳은 듯 싶다. 실제로도 한국사회의 관용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박명호 한국외대 교수가 발표한 지표를 활용한 한국의 경제사회발전 연구:OECD 회원국과의 비교분석 논문에 따르면, 1995년 25위였던 한국의 관용지수가 15년이 흐른 2009년 31위로 추락했다. 타인에 대한 관용, 장애인노동자 관련 법률수, 외국인 비율 등으로 측정한 것인데 부끄럽게도 꼴찌다. 관용지수는 한 나라의 사회통합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관용지수 꼴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말로만 사회통합을 외쳤지 실상은 사회통합이 위기 수준이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 못지않게 타인에 대한 관용과 존중이 절실하다. 이제 관용과 배려를 통한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은 같이 가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조선일보·한겨레신문

조선일보가 6일 공천 폐지와 관련된 사설을 내보냈다. 제목이 구청장 직선하고 區 의회만 없애면 비리 더 커질 것이다. 전날 새누리당이 밝힌 지방자치 개선안에 대한 사측 입장이다. 기초의회를 없앤다는 구상을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게 기초단체장들의 자질과 비리 문제다. 직선 구청장은 자기 지역을 소(小)왕국으로 만들곤 한다고도 밝혔다. 교육감 비리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공천 여부가 아니라 직선제에 있다며 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공천 폐지에 대한 입장은 빠져 있다. ▶한겨레 신문은 8일자에 관련 사설을 내보냈다. 제목이 새누리당, 기초선거 공천폐지 여부 빨 리 결론 내라다. 도입부분이 이달 말로 예정된 활동 시한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다. 결론날 가능성이 없다는 부정적 예상이 깔려 있다. 새누리당의 구상을 문제는 현시점에서 전면적인 지방자치제도 개편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데다 주장 자체도 매우 어처구니없다는 점이다라며 비판했다. 역시 공천 폐지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보수를, 한겨레 신문은 진보를 대표한다. 같은 현안을 두고도 극과 극의 논조를 보일 때가 많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 분명하고도 확고한 사시(社是)를 내보였다. 그런 지면을 보면서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후련함을 느꼈다. 그런데 정당 공천 문제에 대해서만은 두 신문 모두 이제와 다른 모습이다. 정당 공천 폐지가 옳다는 것인지 그르다는 것인지 아무리 봐도 알 수 없다. ▶정당 공천 폐지를 바라는 국민 여론은 일방적이다. 경기일보도 이런 지역민의 여론에 충실히 쫓아가고 있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의 주요 언론도 한목소리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에게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현안이다. 지금처럼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중간지대를 고집하면 안 된다. 안 그래도 중앙 언론을 또 다른 중앙 권력의 축이라고 보는 지방의 시각이 많다. 얼마 남지 않은 논의의 시한, 조선일보와 한겨레 신문이 그들다운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모습의 방향이 국민 60~70%의 바램과 맞아들어가기를 바란다. 김종구 논설실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

[지지대] 民選의 힘

관선시절 장관 지낸 이를 시도지사로 발령 내면 아마 좌천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 하려고 안달이다. 삼정승이라고 하면 영의정, 좌, 우의정들로 모두 정일품이다. 경제부총리겸 경제기획원 장관이면 지금의 좌의정이나 우의정에 해당한다. 이에 당한 사례로 임창열 전 부총리가 경기도지사를 지냈고 이어 전 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이 이 자리를 노리고 있다. 경기도지사면 전에 경기관찰사에 비유된다. 관찰사는 종이품으로 정일품에 비해 품계가 3품이나 낮다. 그런데도 시도지사직은 여전히 상종가다. 이뿐인가.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본인의 부인에도 끊임없이 나돈다. 국무총리가 어떤 자린가, 헌정상 대통령 유고시엔 대통령 직무대행을 하지 않은가. 옛날에도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로 정일품이었다. 국정을 총괄하는 의정부의 최고위직이다. 전 영의정으로 비유되는 전 국무총리가 종이품에 지나지 않았던 한성 부윤 자리를 노린다는 것이다. 환경부 장관의 각료를 역임했으면 예전 육조 관아의 판서를 지낸 이와 같아 정이품의 품계다. 이런 분이 결국은 실패했지만 도내 시장직에 도전한 일이 있다. 그 시장 자리는 예전 같으면 종육품의 현감이 다스렸던 곳이다. 품계는 정종 각 9품이 있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장인 시, 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인 시장 군수직은 여전히 정치권의 인기직이다. 임명 됐던 관직보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관직을 우대하는 것은 민선의 힘이다. 선택되는 것은 신뢰의 상징이며 영광인 것으로 보장된 임기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예비후보자 저마다 이의 영광의 주인공이 되고자 한다. 그런데 민선독재라는 말도 나온다. 예컨대 관선 시장 군수는 구설이 두려워 몸을 사렸으나 민선시장 군수 중에는 임기를 빌미로 안하무인의 독재를 일삼는 이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소신과 독단은 구분 된다. 민선의 힘이 제대로 작용되는 선거를 치르는 것은 유권자의 책임일 것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법과 현실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올해부터 접객업소의 흡연 금지구역 대상이 100㎡ 면적에서 150㎡로 확대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도내에서 1만4천548곳의 흡연금지 시설이 더 늘게 된다. 또 오는 2015년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전 접객업소로 흡연 금지구역이 확대 된다. 이를 어기면 사업주는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고 흡연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혐연층 고객도 많으나 끽연자 고객도 상당하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양쪽 고객을 다 무시할 수 없다. 흡연자는 또 나라에 당당히 세금 내가며 담배를 태우는 것이다. 그래서 두는 것이 흡연금지시설내의 흡연실이다. 흡연실을 따로 만들려면 칸막이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에 드는 돈이 1~3천만원이라고 한다. 장사도 되는 둥 마는 둥 하는데 흡연실을 만들려면 업주로서는 생돈이 들어가는 셈이다. 자본이 많으면 7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소상공인 업주들은 이 때문에 애를 먹는 모양이다. 그러나 법은 준수돼야 한다. 흡연실 자금의 신용대출을 자치단체나 정부에서 알선하는 방법을 검토해보면 어떨까 싶다. 얼른 보기엔 가당치 않아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면 방법이 모색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 이행이 현실의 실정과 거리가 있는 것도 문제다. 형식적으로 흡연금지 또는 흡연실 안내만 됐을 뿐 아직도 뒤죽박죽인 곳이 많다. 즉 과태료 부과 감의 사업주와 고객이 지금도 많은 것이다. 법 실행의 해이가 또한 법의 권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금연지구로 지정된 공원 쓰레기에서 담배 꽁초가 수북히 쏟아져 나오고 정류장 같은 공공시설에서도 담배를 예사로 핀다. 사회적 준법 정신이 요구된다. 특별히 누가 단속하는 이가 없어도 스스로 알아서 법을 지키는 것이 사회적 준법 정신이다. 금연 시설내의 흡연실 자금에 신경을 써 보다 이의 법을 실질적으로 지키는 진전이 있기 바란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통행세

통행세는 말 그대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불되는 돈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도, 수입품에 매겨지는 관세도 일종의 통행세다. 통행세는 그 옛날부터 있었다.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왕은 중계무역과 통행세로 부를 축적해 이스라엘을 막강한 왕국으로 이끌었다. 중세 라인강 주변의 영주들은 강변 요새에 경쟁적으로 성을 쌓고 소금배와 상인들에게 통행료를 받아 챙겼다. 오스만제국이 죽기 살기로 이스탄불을 빼앗은 것도 상인들에게 통행세를 징수하기 위해서였다. 조선 후기 고종때 흥선대원군도 성문세(城門稅)를 받았다. 한양의 4대문을 통과하는 물품과 수량에 따라 각 군영(軍營)에서 세금을 징수한 것이다. 군비를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1867년 2월부터 1873년 10월까지 6년 8개월간 시행했다. 백성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주게 돼 원성을 샀으며, 세금은 당초 목적과 달리 경복궁 중수 비용으로 쓰였다. 통행세는 일종의 불로소득이다. 거둬 들이는 사람 입장에선 거저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통행세를 내야하는 사람 입장에선 불만이 크다. 돈을 떼이거나 도둑 맞는 느낌이다. 대기업들에선 아직도 이런 통행세가 횡행한다. 중소기업과의 물품이나 서비스 조달 과정에서 엉뚱한 계열사를 끼워넣는 식으로 통행세를 챙긴다. 거래과정 중 실질적인 역할도 없고 경제적 효율도 없는데 숫가락만 올리는 수법으로 중간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얼마전 삼양식품이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면서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내추럴삼양(주)를 거래단계에 끼워넣어 통행세를 챙기다 적발됐다.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내추럴삼양이 통행세로 받은 거래 규모는 총 1천612억원이며,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7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2천400만원을 부과했다. 롯데그룹도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데도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을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통행세를 챙겨 과징금 6억4천9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처럼 계열사 간 거래에 부당하게 통행세가 오가면 어느 한 쪽은 그만큼 피해를 보게된다. 이는 대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이익을 편취하는 갑의 횡포다. 대기업들의 고질적 비리인 통행세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새해 사자성어

새해가 되면 각계에서 새해 희망과 각오를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사자성어는 하나의 단어로 의미를 압축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 사회 각 분야에서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 활용한다. 교수들은 갑오년 새해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를 선택했다. 전미개오는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자는 뜻으로, 번뇌로 인한 미혹(迷惑)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불교 용어다.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는 지난 한 해 있었던 속임과 거짓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고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자는 의미에서 이 사자성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박재우 한국외대 교수는 정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원래대로 회복시킨다는 의미라며 가짜와 거짓이 횡행했던 지난해 미망에서 돌아 나와 깨달음을 얻어 진짜와 진실이 승리하는 한 해를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 그룹들도 새해 경영 방침과 화두를 사자성어를 내놓으며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삼성은 해현경장(解弦更張)을 경영화두로 삼아 혁신과 도전을 추구한다. 해현경장은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다라는 뜻으로 느슨해진 것을 긴장하도록 다시 고치고 개혁함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초심불망(初心不忘)을 꼽았다. 처음 가졌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뜻이다. LG그룹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는 뜻을 지닌 극세척도(克世拓道)로 정했다. 불투명하고 어려운 글로벌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시장선도를 향해 나아간다는 LG의 결연한 의지가 배어있다. SK그룹의 새해 사자성어는 일념통천(一念通天)이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열중하면 하늘도 감동해 일을 성취한다는 뜻이다. 그런가하면 구직자와 직장인들은 새해 소망과 각오를 드러내는 사자성어로 교룡득수(蛟龍得水)와 득의지추(得意之秋)를 꼽았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와 직장인 2천758명을 대상으로 한 새해 소망 및 각오를 축약하는 사자성어 설문조사 결과다. 구직자들은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는 뜻의 교룡득수(16.2%)를 가장 많이 선택했고, 직장인의 경우 43.6%가 바라던 일이 뜻대로 이뤄질 좋은 기회를 잡겠다는 득의지추를 선택했다. 모두 새해에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다. 말의 해, 새 희망과 각오를 담은 사자성어대로 만사형통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국민참여재판 개악(改惡)

2012년 4월, 오원춘(42ㆍ중국명 우위안춘)이 살인을 저질렀다. 길 가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했다. 온 국민이 분노했다. 잔혹한 범죄 수법과 경찰의 잘못까지 밝히라며 들끓었다. 모두들 국민참여재판 대상이라고 봤고, 검찰도 그렇게 준비했다. 하지만 사건은 일반 재판으로 진행됐다. 오원춘이 거부해서다. 분노한 여론 앞에 본인에게 유리할 게 없다고 본듯하다. 이후 비상식적인 재판태도도 얘깃거리였다. 부인(否認)도 없이 조속한 진행을 원했다.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항소했다. 그리고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무기 징역을 받아냈다. 여론의 뭇매를 덜 맞으면서 목숨도 부지하겠다는 그의 불순한 의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국민참여재판에의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최종 형량이 바뀌지는 않 았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한 심리라도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사건 담당 검사-현재 유학 중-는 검찰도 준비 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이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어이없지만 이것이 피고인(오원춘)의 권리다. 그렇다고 법무부가 흉악범을 강제로 국민참여재판에 회부하는 일회용법을 만들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이 국민참여재판이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안도현 시인 사건과 나는 꼼수다 사건 때다. 대통령 선거 기간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후보자를 비방한 혐의다. 국민참여재판 결과 두 사건 모두에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국민참여재판을 흔들었다. 평결의 객관성 문제부터 제도의 무용론까지 들먹였다. 법원을 내 편으로 만들겠다는 이념적 속내가 다분한 여론몰이였다(2013. 11.1일 자 지지대). 그리고 두 달여, 여론에 타협한 듯 보이는 입법 예고가 나왔다. 국민참여재판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공정성 시비를 피해가자는 취지로 보인다. 난센스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 이견 없는 판결도 없다. 국민참여재판 평결에 지고도 웃으며 승복할 피고인은 없다. 그런 취지라면 평결 논란이 생길 때마다 국민참여재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배심원 재판의 원조인 미국에서도 엉터리 배심 평결은 늘 골칫거리다. 로드니 킹 사건과 OJ 심슨 사건은 전 미국인을 화나게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심원 법이 바뀌지 않았다. 평결이 갖는 개별적 가치보다 법의 안정성이 갖는 사회적 가치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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