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경기도축구협회의 개혁

경기도체육회 55개 가맹경기단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경기도축구협회는 그동안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편파판정과 지도자 협의체의 양분, 협회내 각종 비위 등으로 인해 잠시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제20대 집행부가 출범한 뒤 1년여가 경과한 현재 경기도축구협회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안정 운영되고 있다. 단지 회장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불과 1년여 만에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이처럼 축구협회가 변모한 데는 취임 일성으로 클린 축구협회를 표방하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심판의 공정한 판정 등 고질적인 부패 척결에 앞장선 이석재 회장의 뚝심이 작용한 것이다. 그는 협회장 직을 걸고 축구협회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공언한 뒤 때로는 거친 언사로 인해 조폭 출신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부터 권위 의식을 벗어던지고 개혁을 주도해 안정적 발전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그는 도내 22개 권역에서 열리는 주말리그의 운영 상황을 직접 챙기는가 하면, 지난 27일 끝난 전국소년체전에는 이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부인의 선거운동도 중단한 채 매일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는 열정을 보였다. 오는 9월 열릴 인천 아시안게임의 축구경기 담당 부위원장직을 맡기도 한 그의 남다른 축구사랑이 문제단체의 오명을 썼던 축구협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축구협회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단체를 이끌고 있는 수장의 역할과 의지가 얼마나 큰가를 눈여겨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대한민국 체육계는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제도, 비위를 척결하려는 활발한 움직이 일고 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체육계 비리 문제를 계기로 만시지탄이지만 체육계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 변화의 움직임에 따른 결과가 주목된다. 체육계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선수, 지도자, 심판과 경기에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인사들이 주체가 돼 스스로 변화하고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이는 단체장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큰불 인재(人災)와 예방

시의의 화두는 안전이다. 이런 가운데 또 발생한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는 우리의 안전 의식을 의심케 한다. 식당가의 어느 음식점 공사장서 용접을 하다가 사망 7명, 부상 41명에 이르는 큰 불을 냈다니, 세월호 사고가 언제인데 안전은 입으로만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실로 어이 없다. 불똥이 내장재나 화공 약품에 튀어 불을 내는 용접사고는 기초적 안전수칙만 지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설마하며 기본적 안전수칙을 외면하다가 사고를 내는 것이다. 용접사고가 처음도 아니다. 수원 선경인더스트리에서 용접을 하다 불을 내어 여직원과 의경 등 3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를 일으킨 게 1997년 4월15일이다. 40명 사망에 12명의 부상자가 생긴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설비작업 중 불을 낸 사고는 2008년 1월10일의 일이고, 2008년 12월7일 역시 이천 로지스올 인터내셔널 물류창고에서 용접 중 불꽃이 큰 화재로 번져 7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 때마다 당국은 재발책을 강구했으나 구두선이 되곤했다. 이밖에 화성서 23명의 참사를 빚은 씨랜드 화재(1999년 6월30일), 부천 어느 개척교회 목사가 신도가 없다며 홧김에 교회에다 불을 질러 방화 혐의로 구속되고(2000년 4월18일) 광주 대입기술학원서 불이 나 8명이 숨지고 33명의 부상자를 냈다(2001년 5월16일). 인천에서는 동인천 상가 호프집 화재로 55명의 젊은이가 죽고 78명이 다쳤다(1999년 10월31일) . 또 70년 된 목조건물 여인숙서 불이 나 6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2002년 12월8일). 모 병원서는 강제입원에 앙심을 품은 알콜 중독자가 던진 화염병 불로 4명이 죽고 4명이 부상 했다(2005년 2월24일). 요컨데 용접사고 같은 사고 예방에 당국이 소홀한 것은 예방을 위해 일한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 사고가 없으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당연한 게 당연하지 못 한 것이 세상사다. 일반인의 일부 관계자나 관계 당국의 인식 결함으로 구조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되기 때문에 자꾸 이런 사고가 생기는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페이고 법안

페이고(Pay-go)는 Pay as you go를 줄인 말로, 돈을 벌어들인 만큼만 쓴다는 의미다. 정부나 국회가 의무지출 예산을 늘리는 사업을 추진할 때 이에 상응하는 재원조달 방안을 동시에 마련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으로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준칙의 하나다. 세입을 늘리든지, 아니면 다른 사업 항목의 예산을 깎는 등의 방법이 있다. 주요 선진국은 페이고 제도를 도입했거나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1990년에는 독일과 미국 등 5개국만 재정준칙을 운용했지만, 2012년에는 그 숫자가 76개국으로 늘었다. 미국은 1990년 페이고 원칙을 도입했다가 2002년 폐지했으나 재정 건전성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2010년 2월 다시 부활시켜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5월부터 페이고 원칙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법안을 발의할 때는 규제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 악화 여부를 평가받는다. 하지만 의원입법에는 페이고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2012년 10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페이고 법안에는 정치인들이 재원이 필요한 법안을 발의하면 재원확보 방안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법안을 양산해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페이고 법안은 1년 6개월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있다. 6ㆍ4 지방선거에서 또 선심성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료 간병에 무상 교복, 무상 통학버스, 무상 아침, 고교까지 무상급식, 대학입학금 폐지 등 달콤한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재정확보 방안은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채 표만 의식한 무분별한 공약들이다. 이에 페이고 법안이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법이 통과되면 선심성 포퓰리즘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지방선거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앙정부의 재정 악화로도 이어지게 된다. 선심성 공약 남발을 막고 안정적인 재정 운용을 위해서라도 페이고 법안은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세월호와 6ㆍ4 지방선거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38일째다. 아직도 16명의 시신은 수습되지 않고 있다. 팽목항에서는 남은 유족들이 여전히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이들 유족들의 간절하고도 애절한 마음을 헤아려 수색작업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잠수사들은 이미 목숨을 내놓았고 또다른 잠수사들은 연일 해상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또다시 시커먼 바다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돌아오지 못한 자도, 기다리는 자도, 찾는 자도 모두 아픔뿐이다. 세월호는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렸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의 책임을 물어 정홍원 총리의 후임 총리로 안대희 전 대법관을 내정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해경 해체와 안전행전부의 대대적인 개편의지를 표명, 큰 폭의 개각도 머지않아 단행될 전망이다. 국회도 뒤늦게 나마 관피아 척결을 위한 김영란법 처리를 서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전에 이같은 조치들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한켠으로는 이번 만큼은 제발 제대로 되길 하는 간절함도 있다. ▲세월호의 아픔과 치유 속에 6월 4일이 다가오고 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지난 22일부터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지만 후보들은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하고자 과거 선거와 달리 로고송, 율동, 유세차량 등을 자제하고 조용히 심판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일까, 유권자들도 그닥 선거에 관심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월호 침몰은 총체적 부정부패와 적폐가 불러 온 재난이다. 여기에는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하지 못한 국민들의 책임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눈물의 사과를 하는데서 보듯 제2의 세월호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옳은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은 가장 주민들이 가까이에서 만나는 또다른 지도자다. 절차탁마(切嗟琢磨)라 했다. 잘라내고 곱게 가는 정성이 있어야 보물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는 더욱 정성을 들여보자. 정일형 사회부국장

[지지대]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부뚜막에 앉아 찬밥 한 덩어리로 점심을 때우기 일쑤고, 난 배부르다 너희나 많이 먹으라며 더운밥 맛난 찬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한 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라는 시를 읽고 편한 딸들이 몇이나 될까. 시인은 서른한 살 되던 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리움에 사무쳐 시를 쓰게 됐다고 했다.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이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다는 시인은 엄마가 되고 엄마가 액자 속 사진으로만 남았을 때 비로소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다며 속없는 딸이었음을 고백했다. ▲지난 주말 딸아이가 엄마 생일이라며 사들고 온 케이크는 블루베리 크림치즈 케이크였다. 우유에 길들지 않은 세대여서 영 손이 가지 않는데도 딸아이는 내가 그 케이크를 좋아하는 줄 안다. 고구마 케이크를 사면 반 이상을 버리는 때가 잦아 입맛을 굳이 내세우지 않았던 거다. 핑계란 게 엄마는 단걸 싫어한다 였는데, 딸아이에겐 정말 단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이 됐다. ▲내 어릴 적 기억에도 엄마는 단 것을 싫어했다. 오빠들이 볼세라 내 입에 초콜릿을 넣어주면서 주문을 외듯 엄마는 단 거 안 좋아한다 라고 했다. 엄마는 밭일에 집안일에 산더미 같은 일들을 척척 해냈다. 뭐든지 잘하고, 뭐든지 참았다. 그러는 사이 손톱은 문드러지고 발뒤꿈치는 다 헤어졌다. 가슴은 검게 멍들었다. ▲24일 인천서구 문화회관서 공연되는 연극 어머니는 지난 1999년 정동극장 초연 때부터 주연을 맡았던 연극배우 손숙이 무대에 선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한국사를 배경으로 혹독한 시집살이에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한 우리네 어머니들의 한 많은 인생살이를 엿볼수 있다. 어머니의 조건 없는 사랑과 희생을 당연히 여기며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보게 한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세월호의 정쟁화

지난 2000년 9월11일 미국 뉴욕에서 약 5천명이 희생되고 110층 짜리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린 자살테러가 있었을 때 오사마 빈 라덴을 필두로 하는 알 카에다에 대한 공화당의 과격성 정책을 민주당은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정부의 과격정책이 불러 들인 재앙이라고 꼬집을만한데도 비난은커녕 국가적 재앙으로 위기 극복에 협력했다. 304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대참사는 국가적 재앙이다. 사고의 해결책임은 분명히 박근혜 정부에 있다. 그러나 원인은 안전이 사각지대가 되어 구조적 부패가 누적, 관행화된 과거 정부에도 없지 않다. 역대 정권 역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정권을 그럼 맡겨 봤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당한 사고는 어느 정부인들 별 수 있었겠느냐는 불행한 생각이 든다. 현 정부가 쌓이고 쌓인 해운업계 병폐로 대참사의 사고를 당해 바가지를 뒤집어 쓴 국가적 재앙인 것이다. 이를 모르지 않을 일부의 정치인이나 지식인 중엔 얼씨구나 하며 좋은 건수가 생겼다 싶어 세월호 사고를 정쟁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있다. 남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아는자 들이다. 뉴욕타임스 등 외지 광고에 정부 비판으로 일관, 누워서 제 얼굴에 침 뱉는 그들이 누구인가를 똑똑히 보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미흡하거나 이견이 있으면 건설적으로 피력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대안도 없이 파괴적이고 무책임한 언사는 곤란하다. 선동적 언행은 국가 위기 극복에 아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안산 합동분향소를 가보면 청소년들이 아직도 저희들끼리 웃으며 재잘거리고 수다를 떠는 듯 싶어 마음이 더 아프다. 이 순진무구한 학생들을 어찌 감히 정략적으로 악용할 수 있단 말인가. 실종자들을 속히 찾아야 할 것이다. 혹여 처신을 잘못하여 인품을 못나게 드러내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란다. 지금은 국가위기 관리를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제 탓이오”

가톨릭엔 고백의 기도라는 것이 있다. 고해성사를 하기 전에 바치는 기도문이다.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고백의 기도는 사제가 먼저 전능하신 하느님과라고 하면서 시작하면, 신자들이 뛰따라 합송하는 형식을 갖고 있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는 부분에서는 가슴을 세 번 친다. 고백의 기도가 현대인의 의식을 일깨워 주는 중요한 점은, 자신이 죄를 짓거나 사회에 해를 끼친 것이 남의 탓이 아니라 바로 내 탓이라고 고백한다는 사실이다. 잘 안 되는 일은 다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잘 되는 일은 모두 자신의 공으로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남의 탓만 하고 자기 잘난 체만 하는 이기적인 사회에선 갈등과 불신만 난무하게 된다. 이런 사회는 결코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 어렵다. 지난 18일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먹을 쥐고 자신의 가슴을 치며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를 외치며 고백기도를 했다. 이날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살릴 수도 있었는데라며 울부짖던 한 어머니의 억울함에 공감한다며 무죄한 이들의 죽음은 살아있는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통감한다. 이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직 대통령이 명동성당 미사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교회 의식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가슴을 치며 제 탓이오를 고백한 것은 의미가 크다. 대통령은 19일 대국민담화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했다. 담화 발표 도중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도 흘렸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놓고 연일 네 탓 공방이다. 대통령의 고백처럼 제 탓이요를 외치며, 자기 허물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사회 구성원들이 많다면 제2의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평화열차 DMZ 트레인

전쟁의 아픔을 딛고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으로 다시 태어난 비무장지대(DMZ)로 떠나는 열차가 있다. 코레일이 지난 4일 운행을 재개한 평화열차 DMZ 트레인(Train)이다. 이 구간 열차 운행은 지난 2009년 관광객의 월북 시도로 2010년 6월부터 중단됐었다. 새롭게 단장된 평화열차는 통근형 디젤전동차를 개조해 만들었다. 136명 좌석의 열차는 서울역도라산역을 하루 2회 운행한다. 매주 월요일과 주중 공휴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오전 8시30분과 오후 1시40분 서울역을 출발해 능곡- 문산- 운천- 임진강역을 거쳐 1시간20분이면 종착역인 도라산역에 도착한다. 열차는 3량으로 각각 평화실, 사랑실, 화합실로 이름 지었다. 1호차 평화실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상징되는 장단역의 녹슨 증기기관차를 모티브로 장식됐다. 2호차 화합실은 남과 북의 화합을, 3호차는 평화와 사랑을 담았다. 각 객실에는 철도, 전쟁, 생태 등 테마별 사진 수십여점이 전시돼 있다. 카페 칸에서는 군용건빵, 전투식량, 주먹밥, 끊어진 철조망 등 군사ㆍDMZ 테마상품도 판다. DMZ 열차를 타면 우리가 분단국가 임을 실감하게 된다. 우선 임진강을 둘러싼 철조망이 이 지역이 민통선임을 알게 한다. 6ㆍ25 전쟁 때 국군포로 1만2천여명이 돌아올 때 건넜던 목조다리인 자유의 다리도 보인다. 전쟁 당시 폭격으로 교각만 남은 옛 철교도 있다. 도라산역은 DMZ 안에 있는 남한의 최북단 역이다. 역에서 300m 거리에 도라산평화공원이 있다. 공원은 경기도가 2008년 9월 110억원을 들여 9만9천545㎡ 규모로 조성했다. 한반도 모형 생태연못과 DMZ 자연 생태자료 등을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는 전시관 등이 있다.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1978년 발견된 제3 땅굴과 도라전망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해발 156m의 도라전망대에선 북한 최남단 마을인 DMZ 내 기정동 마을과 개성공단 등이 보인다. 열차는 개통이후 하루 평균 500여명이 이용한다. 주로 실향민들과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다. 코레일은 평화열차를 미완의 열차로 부른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유라시아횡단철도의 시작점이 도라산역이 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DMZ 평화열차가 평화와 화합과 사랑을 싣고 평양을 지나 유라시아 대륙철도를 달리는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안~녕하세요

국민소득이 수백달러에도 못미치던 1970년대. 컬러TV가 나오기 이전으로 라디오가 가정에서 인기있는 매체로 자리잡던 때였다. 핵가족이 아닌 3~4세대가 모여 살던 대가족 시절에는 라디오가 가족애를 느끼고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던 시절이다. 초등학교 시절 매일 아침 라디오를 통해 듣던 한 멜로디가 요즘들어 자꾸만 입가에 맴돈다. 멜로디를 들으며 일어나고, 할머니, 부모님, 4남매가 밥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식사를 하며 매일 듣다보니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가사또한 생생하다. 멜로디와 가사가 가정의 달이라 그런지 가슴에 와닿는다. 40대 중반이상의 성인들에게는 익숙한 라디오 가족드라마였던 것 같다. 바로 즐거운 우리집.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365일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어도 우리집은 언제나 웃으며 산다. 최근에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역린. 이 영화의 여러 장면중 주목을 끌고 있는 글귀과 있다. 왕의 서책을 관리하는 내관(정재영분)이 읊는 중용 23장.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수 있는 것이다. 오는 16일이면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벌써 한달이다. 지난 14일 5구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하면서 사망자 281명, 실종자 23명에 이른다. 여전히 23명의 실종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차디찬 바다속에 있다. 중용에 나오는 이 글귀를 잊지 않고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자.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64 지방선거에서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자.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5월의 꽃말

꽃말은 꽃의 특징이나 꽃색, 향기, 모양 등에 따라 생겨난 말로, 동양이나 서양 또는 나라, 지역에 따라서도 서로 상이한 경우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꽃에 대한 전설이나 신화가 있어왔고 문학작품이나 고사내력, 일화 같은 것에 의해서도 꽃말이 생겨났다. 꽃말의 대부분은 서양의 중세 때 기사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꽃을 보내어 말 없는 뜻이나 감정을 전하는 풍속을 만든 것과 종교적인 상징으로 생겨난 것이 대부분이다. 같은 꽃에 대해서도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다소 다른 경우가 있는데 그 예로 사과는 영국에서는 유혹(이브가 에덴동산의 사과를 먹은 사실을 뜻함)의 의미이나, 프랑스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에게 라는 의미로 그리이스 신화의 헤라,아테네,아프로디테의 삼여신 앞에 내던져진 황금의 사과를 뜻한다. 꽃의 빛깔에 따라서도 각각 다른 꽃말이 생겨나는데 노랑은 로마시대까지 애호되고 존중되는 색이었으나 그리스도교의 발흥에 따라 교파의 분쟁 속에서 구종교에 속하는 자를 축출하기 위해 이제까지 존중되어 왔던 노란색에 대한 동경을 가장 천한 것으로 비하하고 대신 파랑을 최고의 영예 있는 색으로 삼았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노랑을 불길한 색으로 보고 황혼,퇴폐,질병,죽음,질투 등을 연상하게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노랑은 귀중한 색으로 숭배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황금빛깔의 복수초가 장수와 행복의 상징으로 됐다. 또 다른 예로 빨강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쁨의 색깔이지만 인도에서는 노여움의 의미로 통한다. 이렇게 꽃말은 그 특징이나 색깔 등에 따라 그 나라의 역사적 환경으로 인해 나라마다 서로 상이한 경우가 많지만 5월에 기억할 만한 꽃말이 있다. 붉은 카네이션의 꽃말은 건강을 비는 사랑과 존경이다. 붉은 장미는 열정적인 사랑, 열정과 기쁨을 뜻한다. 노란색 민들레는 행복의 의미를 지니고, 노란색 개나리 꽃말은 희망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자기 선전(宣傳)

안토니우스에게 추방당한 로마의 정치가이며 철학자인 키케로는 말했다. 벼슬하겠다고 설치는 것은 몹쓸 풍습이라고. 정치가로서 결국 실패한 이 철학자는 고대 민주정치의 선거 제도를 이렇게 꼬집었다. 그러나 선거에서 자기 선전은 고대나 현대나 필수다. 유권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드디어 64 지방선거의 본선이 다가왔다. 자기 선전의 시대다. 자기 PR이라고도 한다. PR은 public relation의 약칭이다. 공중홍보의 뜻이 담겼다. 자기 PR을 혐오시한 예로 왕소군의 고사가 있다. 한(漢)의 효원황제 BC 33년의 일이니 클레오파트라가 죽기 3년 전이다. 왕소군은 미모에 자신이 있었기에 궁중 화공에게 뇌물을 받치지 않을뿐 아니라 황제에게 자기 소개까지 소홀히 했다. 뇌물을 쓰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어도 자기 소개를 소홀히 한 건 잘못이었다. 이때 북방 오랑케인 흉노족 유목민 출몰에 골치를 앓던 한 나라 조정은 가짜공주를 흉노 추장에게 시집보내기로 하고 이 정략 결혼의 주인공으로 추물로 그려진 왕소군을 정했다. 뒤늦게 왕소군이 뛰어난 미인임을 안 황제는 화공을 처벌하는 등 후회했으나 돌이킬 순 없었다. 일이 이처럼 꼬인 덴 중간의 농간도 농간이지만 자만심에 빠져 자기소개를 소홀히 한 잘못도 없지 않다. 후에 이태백은 이렇게 읊었다. 소군, 백옥안장을 털었다/말위에 오른 홍안은 울고 있다/오늘은 한궁 사람이지만/내일은 호지의 첩이 될 몸 왕소군은 결국 호지에서 자결한 것으로 고사는 전한다. 각급 후보자들은 유권자에게 자기 소개를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한다. 그 옛날 키케로나 왕소군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 개인의 생각이나 어떤 단체의 주의(主義) 주장(主張)인 자기 PR은 공중성을 담보로 한다. 자신의 인격을 거는 것이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나 허무맹랑한 소리로 민심을 현혹하는 허풍이 있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각급 후보자들의 말이 허풍인지 여부를 잘 가려 걸러 내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안전 교육

지난달 30일 미국 전역에선 150여개의 프리페어톤 행사가 열렸다. 프리페어톤은 Prepare(대비)와 Marathon(마라톤)의 합성어로 지역 단위의 재난 대비 캠페인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난 대비 강화를 목적으로 서명한 정책명령 8호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재난관리청(FEMA)이 매년 4월과 9월에 주최하는 프리페어톤은 다양한 재난 대비 프로그램을 마치 축제 하듯 한다. 이날 행사엔 전국적으로 500만여명이 참여했다. 딱딱한 강의가 아닌,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훈련 위주의 교육이어서 시민 참여율이 높다. 행사에선 소화기를 들고 사용법을 배운다든가, 심폐소생술 훈련을 받는다. 재난관리청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9%는 학교에서 재난 대비 훈련을 받았으며, 65%는 주정부가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상용품을 챙기고 대피연습을 하는 안전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도 안전교육 수준이 높다. 도쿄에는 3개의 방재(防災)관이 있다. 재해를 직접 체험하고 대처법을 배우는 곳이다. 1995년 한신대지진 이후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역에 설치돼 있다. 방재관에 설치된 체험시설은 지진, 수해, 화재, 연기, 응급구조, 폭풍우 등으로 학생,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찾아 안전교육을 체험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안전교육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일반인뿐 아니라 안전담당자 교육마저 부실하다. 감사원이 지난해 10개 지방자치단체 재해담당 공무원의 방재교육 이수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수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47.4%, 가장 낮은 곳이 11.1%에 달했다. 민방위훈련도 유명무실하다. 한남대 행정정책대학원의 한 논문을 보면, 훈련생 설문 결과 실생활에 도움이 안된다는 답변이 83.9%에 달했다. 지난해 법에 규정된 안전 보건 수업을 실시한 초중고교는 전체의 36.4%에 불과했다.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교사들이 비전문가여서 매뉴얼만 읽어주는 수준에 그치는게 다반사다. 어려서부터 안전을 생활화하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은 엉터리다.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안전은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혀야만 평소 위험이 닥쳤을 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안전교육은 글이나 입으로 하는게 아니라 실제 행동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매뉴얼

대한민국은 안전에 관한한 완전한 후진국이다.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수십년째 계속되고 있다.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훼리호 침몰(1993년), 32명이 숨진 성수대교 붕괴(1994년),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192명이 숨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2003년). 그리고 올해 2월 10명이 목숨을 잃은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4월엔 304명의 사망자 및 실종자를 낸 세월호 침몰까지 끔찍한 참사가 끊이지 않고있다. 서울시는 삼풍사고 백서에서 대형참사 때마다 지적돼 온 비상구조체계의 문제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또 소방, 군부대, 경찰 등에 대한 통합 지휘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역할 분담이나 책임 한계가 불분명했다. 이런 혼선은 사고 수습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다고 적고있다. 전라북도는 서해훼리호 침몰 백서에서 승선인원의 철저한 확인과 승선인원 통제가 있어야 했다. 감독을 소홀히 한 당국의 과실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지적된 문제점들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재발방지책을 앞다퉈 발표했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세월호 사고 후 제대로 된 재난대응 매뉴얼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매뉴얼은 많다. 정부 매뉴얼만 3천20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실효성은 낙제점이다. 재난대응 매뉴얼이 있어도 이를 숙지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판단해 행동하는 사람도 시스템도 없다. 3천개가 넘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현장에서 내용을 잘 모르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의 재난대응 매뉴얼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매뉴얼에 현실성을 불어넣고 매뉴얼을 운용하는 인력을 전문화해야 한다. 매뉴얼은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미리 가정하고 그에 대한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교범이다. 민방위훈련 역시 전쟁이나 재해 상황을 가정하고 관계부처와 국민이 어떻게 행동할지 연습하는 매뉴얼 훈련이다. 예기치않은 사고에 대비해 희생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안전 관련 매뉴얼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월호 사고를 통해 처절하게 깨달았다. 하지만 지키지 않는 매뉴얼은 소용이 없다. 아무리 잘 만든 매뉴얼이라도 서랍에 처박혀 있다면 소중한 목숨을 지켜 낼 수 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아이로 느끼는 어버이

매년 5월 8일은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어버이날의 유래는 1913년 미국의 한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교회에서 사람들에게 흰 카네이션을 나누어준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어 30년이 지난 1934년 5월 미국에서 어머니날 기념우표가 발행되면서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풍습이 시작됐다. 우리 나라에서는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해 기념해 오다가 1973년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공포되면서 1974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됐다. 어버이날이 제정된 것은 평생 효도를 해도 어버이 은혜에 대한 보답을 다할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일년중 하루 만이라도 어버이의 은혜를 기리고 감사드리자는 데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어버이날 아침 네살 된 늦둥이 딸로부터 어린이집에서 만든 카네이션을 생전 처음 가슴에 달았다. 일반적인 화려한 카네이션 생화가 아닌, 종이로 만든 꽃이었지만 이 세상 어느 꽃보다도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이었다. 딸래미가 건넨 꽃을 가슴에 달고보니 오래전 세상을 뜬 부모님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다. 부모님 살아 생전 효도를 다하라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려운 가정에서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효도를 한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에 회한의 눈물이 난 것이다. 흔히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속을 썩일 때면 너도 자식 낳아서 키워봐라. 그래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들 하신다. 40대 후반에 얻은 딸을 키워보니 이 말이 실감이 난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고 말썽을 피우거나 특히, 아이가 몸이 아파 힘들어 할 때 부모님이 하시던 말씀이 더욱 생각나고 어버이 은혜에 보답을 못한 것이 한스럽기만 하다. 자식을 통해 느끼는 어버이의 사랑과 소중함. 부모님이 살아 계신다면 더 잘해 드릴 수 있을텐데 이제야 후회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련 만은 네살 딸아이가 다시금 불효의 죄를 뉘우치게 한 하루였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국가안전처 신설

무려 302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침몰 대참사 사고와 관련된 후속 조치의 보도를 보노라면 우리의 시스템이 이런 수준 밖에 안 되는 나라의 국민인가 싶어 자괴심이 절로 든다. 해수부 안전행정부 해경 등 해운과 안전 관련의 정부 부처가 조사 대상이 된 사고 내용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업계와 감독 기관의 유착 관계가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운문화의 부패가 일시에 생긴 것은 아니다. 이번 사고는 생환을 위한 구조작업에서는 한 사람도 살리지 못해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평가가 의심되는 박근혜 정부에 직접책임이 있지만 간접원인은 건국이래 역대 정권의 사각지대로 부패가 싹 트고 자란 데 있다. 간접원인으로 말하면 이 정부가 희생자를 내면서 바가지를 뒤집어 쓴 셈이다. 해운업계의 수술과 함께 실정에 맞는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해운업계만도 아니다. 대형 사고의 우려는 항공 분야에서도 간과할 수 없다. 항공 분야 역시 사각지대가 없는지 점검을 요한다. 육지라 해서 안전한 게 아니다. 세월호 침몰에 이어 벌써 하왕십리역의 신호기 고장으로 열차 추돌사고가 났다. 특히 평소 고장이 잦은 고속열차는 안전운행이 필요하다. 예고된 인재란 말이 있다. 예고된 인재를 면하기 위해서는 육해공의 전방위 안전점검 또는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과 연관된 접객업소 출입 또한 소방법이 문제다. 지하실 업소의 통로 하나, 2층 이상이라고 해 야 창문마다 불나면 독성 풍기는 내장재로 막힌데다 미로같은 통로 하나이기 예사다.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같은 불이 또 날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는 인명을 운에 맡기고 이런 업소에 드나든다 할만 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이를 단속하면 국민의 생업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방치하면 인명 손상이 우려된다. 한국적 현상이다. 박 대통령이 말한 국가안전처 신설이 이래서 필요 할지 모르겠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옛 속담에 그 아버지를 알고 싶거든 먼저 그 아들을 보라고 했다. 그 아버지가 그 아들을 길러낸다는 말도 있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는 모습이나 행동에서 닮은 데가 많아서 아들만 봐도 그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속담도, 아들이 여러 면에서 아버지를 닮았을 경우를 이른다. ▲어린 조카인 단종(端宗)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하위지의 재주를 높이 샀다. 하위지가 단종 복위(復位)를 꾀하다 체포돼 모진 고문을 받자 세조는 다른 사육신과 함께 정변을 일으킨 것을 시인하고 사죄하면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하위지는 그의 회유를 뿌리쳤다. 그가 처형되자 어린 두 아들도 사형을 받았다. 죽음 앞에서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세상 사람들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감탄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의 아버지 하워드 호먼 버핏은 주식중개업을 하다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을 지냈다. 하워드는 196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 유산으로 56만 달러를 남겼다. 재산 대부분은 병원과 대학 등에 기부했다. 현재 버핏의 재산 중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은 한 푼도 없다. 버핏은 그의 자녀들에게도 큰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자신은 결국 목숨을 잃은 고(故) 정차웅군도 아버지를 닮았다. 정 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인 장례마저 국민 세금으로 치른다는 이유로 간소화했다. 고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장례용품 담당자에 따르면 정군의 아버지는 정부에서 장례비를 전액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값싼 장례용품만 고집했다. ▲정 군이 마지막 가는 길에 입은 수의는 최하 등급인 41만6천원짜리 였다. 최고등급 수의 가격은 400만원을 웃돈다. 27만원짜리 관(棺) 역시 180㎝를 넘는 체구를 고려한 특수관 중 가장 싼 것이다. 정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식이 치러진 날에도 인근 식당에서 테이블마다 소주 한 병씩을 돌리며 국민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정 군의 행동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失言失人

세월호 침몰사고를 두고 곳곳에서 실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것도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거나 귀감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연일 실언을 하고 있다. 공자는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이라 했다. 말을 해야할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말을 해야하지 않을 사람에게 말을 하면 말만 잃게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男兒 一言 重千金이란 말이 있다. 사나이 대장부의 한 마디 말은 천금보다 무겁고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입밖으로 나온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기에 신중해야 한다. ▶권은희 국회의원이 지난4월20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 SNS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는 내용의 글과 동영상, 사진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권 의원이 말한 SNS 동영상 주인공은 실제로 안산 단원고 학생의 가족으로 알려졌고, 사진은 합성사진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망신을 샀다. 정책발표를 위한 국회 기자회견이 아닌 사과의 기자회견을 하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선 김황식 전 총리는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몽준 의원이 (아들의 부적절한 발언을)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의 아들은 4월18일 SNS인 페이스북에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것 아니겠냐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급기야 정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 나선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60~70대는 투표를 안해도 괜찮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각종 공세에 빌미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말실수 주의보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행한 조치일 것이다. 경기지사 후보 한 캠프의 관계자는 항상 선거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있다. 말이나 행동 등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말로 민심을 얻을 때도 있지만 민심을 잃을 때도 있다. 실언을 말 실수로 순화하기보다는 해서는 안 될 말로 생각해야 할 때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2題 有感

# 타이밍 얼마전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했다. 야구로 치면 적시안타여야 한다. 산발안타는 점수가 나지 않는다. 문책성 인사 따위는 더욱 그렇다. 예를 든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고 수습 후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청와대 발표는 하나마나 한 소리다. 아니, 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표 수리예정의 동력상실 총리가 얼마나 총괄 활동을 할 수 있겠는가. 기왕 바꿀려면 기민하게 사고 수습도 신임 총리가 했어야 한다. 사고의 수습 선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것도 문제다. 지난 얘기지만 국정원 댓글사건도 그렇다. 당시 박 대통령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나면 관계자를 문책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옳지 않다. 공권력의 대표기관인 검찰이 기소한 혐의 사실을 대통령 자신이 믿지 않은거나 진배 없다. 즉각 조치 했어야 했다. 청와대 동향에 답답해 하는 국민이 많다. 일러둔다. 일을 처리 하는데 앞으로는 타이밍을 살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신록 내일부터 5월이다.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 등이 끼어 있다. 5월을 가리켜 신록의 달이라고도 부른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여 연중 으뜸으로 친다. 그런데 올해는 절후가 빠르다. 4월에 이미 신록이 우거졌다. 4월 중순께 가로수의 떡잎이 솟더니 4월 하순 들어 활엽수가 활짝 피어나 신록의 달 5월이 할 일이 없게 됐다. 지금 가로수마다 신록이 우거져 풋풋하다. 예년에 비해 약 2주 정도 빠른 셈이다. 올해만의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금세기 중반에 한반도가 차츰 아열대성 기후에 들 것이라는 기상학자들이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생활 양상도 달라져 있던 직종이 사양화 하고 없던 직종이 새로 생겨날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세월호 의사자 청원

세월호 침몰을 최초로 신고한 사람은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인 고(故) 최덕하 군이다. 그는 침몰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 52분 휴대전화로 전남소방본부에 배가 침몰한다고 알렸다. 이는 세월호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에 보낸 첫 신고보다 3분 앞선 것이다. 해경은 최 군의 신고전화를 소방본부에서 건네받고 구조선과 헬기 등을 보내 승객 174명을 구조했다. 최 군은 수많은 승객을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정작 자신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자신을 희생해가며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한 의로운 이들이 여럿 있다. 단원고 정차웅 군은 자신이 입고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줬다. 검도 3단의 유단자로 체육학도의 꿈을 키우던 정 군은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희생됐다. 단원고 남윤철 교사는 침몰 마지막까지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가 끝내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교편을 잡은 최혜정 교사 역시 끝까지 제자들을 구조하다가 자신은 배에 남게 됐다.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는 배가 침몰하자 승무원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를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고 걱정하는 학생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대홍 사무장은 아내와 전화통화에서 수협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 모두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의인들이다. 포털사이트와 SNS에선 잊어선 안될 세월호 의인들에 대해 국가가 의사자 지정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청원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인천시도 고 김기웅ㆍ정현선 연인에 대한 의사자 인정을 보건복지부에 청구했다. 세월호 아르바이트생과 승무원으로 만나 결혼을 약속한 이들은, 탈출을 마다하고 승객들을 구하려 기울어지는 선내에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다. 의사자 지원제도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을 구하다가 숨진 사람이나 그 유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유족에게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ㆍ취업 보호 등의 예우가 주어진다.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이 가능하다. 살신성인으로 많은 목숨을 살려낸 세월호 의인에 대한 의사자 인정은 당연하다. 이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우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마피아와의 전쟁

마피아(Mafia)는 19세기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을 근거로 하는 강력한 범죄 조직이다. 조직의 일부가 19세기 말~20세기 초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ㆍ시카고 등 대도시에 범죄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마약ㆍ도박ㆍ매춘 등 불법행위를 일삼으며 법과 정의를 비웃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마피아가 판을 치고 있다. 원전마피아ㆍ철도마피아ㆍ산피아ㆍ국피아ㆍ교피아에 이어 해피아까지 관료 마피아들이 수두룩하다. 고위 관료들은 퇴직 후 유관기관ㆍ단체에 재취업을 한다. 전관예우를 통해 관료들이 대를 이어 자리를 챙기고, 관련업계와 공생을 한다. 이 과정에서 대형 사고와 부실ㆍ부패ㆍ비리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변종(變種) 마피아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초래한 배경에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마피아를 소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객선의 안전운항을 점검해야 할 해운조합ㆍ한국선급ㆍ선박안전기술공단 등에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면서 겉핥기 식의 부실 검사가 여객선 침몰이란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실제 해수부 출신이 산하 공공기관과 단체 14곳 중 11곳에서 기관장ㆍ단체장을 맡고 있다. 관료 출신이 산하 기관ㆍ협회의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해수부뿐이 아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정부 부처의 마피아 행각은 해피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금융ㆍ증권 분야는 모피아(옛 재무부(MOF)+마피아)가 휩쓸고 있고,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마피아)는 산업부 산하 60개 협회ㆍ재단ㆍ진흥회ㆍ연구원에 포진하고 있다. 국피아로 불리는 국토교통부 퇴직 공무원도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한국주택협회 등의 핵심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신은 제약업계와 식품업계 협회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많다. 저마다 해당 분야에서 철밥통 지키기와 전관예우 관행을 통해 자신의 배를 채워온 것이다. 원전 비리와 코레일 방만 경영에도 원전마피아, 철도마피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부패의 고리는 제2, 제3의 세월호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마피아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한 차례의 정치쇼가 아닌, 확고한 의지로 기존의 관료 시스템을 확 뜯어고치는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