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월드컵 대표팀에 격려를

전반에 세 골이라니, 그것도 이기겠다던 팀에, 또 꼭 이겨야 할 팀에. 이길 수 있는 팀에 어이없이 2대4로 무너진 대 알제리 대표팀과의 축구 경기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수비에 역점을 둔 그간의 노력은 도대체 어디에 갔단 말인가-하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격려는 끝이 있어도 비난은 끝이 없다. 나라 안은 서울의 광화문광장, 영동대교 등지를 비롯한 곳곳에 응원 인구가 운집하고 나라 밖은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인 광장 심지어는 파라과이 등 해외교민들까지 성황을 이루는 길거리 응원을 했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은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계의 축구 벽은 엷어져 점점 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판이다. 전술도 다양다변성을 요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이번 대회 몰락 원인으로 남아공 월드컵 대회에서는 통했던 아시아 특유의 조직력이 다른 나라에 간파당 했기 때문이라고 말 한다. 오기나 우격다짐 등은 통하지 않는 게 스포츠다.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 실력을 키우는 방안으로 장차는 지도자에 대한 대우 문제 또한 연구해야 한다. 예컨대 홍명보 감독의 연봉은 8억원으로 국내 관념으로선 스포츠 재벌이라 할만 하다. 그러나 러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의 연봉 124억원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의 원인으로 러시아는 그만큼 시장이 넓다. 우린 비록 국토의 제약은 있다 할지라도 시장 확장을 고려할만 하다. 홍명보 감독은 런던올림픽서 숙적인 일본을 격파, 한국 축구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에 올랐던 나라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이미 예선 통과가 확정된 강호 벨기에를 우리가 3점차로 이기고 러시아가 알제리를 1점차로 이겨줘야 하는 비록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대표팀을 열심히 응원하자. 우리의 대표팀임으로. 팬은 항상 이기기를 원한다. 그러나 아무리 강팀이어도 패배할 때가 있고, 패배할 때가 있으므로 하여 승리가 빛나는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월드컵 유니폼

월드컵은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대회다. 국가주의ㆍ민족주의와 분리할 수 없다.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상징하는 색깔이나 로고에 그 나라 특유의 미의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월드컵은 유니폼 경연장이 되기도 한다. 영국의 일간지 메트로가 지난 4월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의 유니폼을 놓고 설문조사를 했다. 홈 유니폼 중에선 프랑스가 1위에 올랐다. 프랑스 유니폼은 자유ㆍ평등ㆍ박애를 상징하는 국기의 파란색ㆍ흰색ㆍ빨간색을 상하의와 스타킹에 배치했다. 상의엔 스폰서인 나이키와 프랑스축구협회 로고만 심플하게 배치했다. 2위는 포르투갈이 차지했다. 호날두ㆍ나니가 포진한 포르투갈 유니폼은 특유의 자주색 바탕에 가로 줄무늬가 들어갔다. 축구협회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엠블럼 양옆에 1914와 2014라는 숫자를 새겼다. 전차군단 독일은 3위에 올랐다. 흰색과 검은색을 바탕으로 가슴 쪽에는 붉은색 V자 라인을 넣었다. 엠블럼이 자동차 엔진 같다. 브라질은 상징색인 노란색과 녹색이 섞인 유니폼으로 5위의 평가를 받았다. 가장 개성 넘치는 나라는 카메룬이다. 대표팀의 별명인 불굴의 사자를 상징하는 엠블럼과 무늬가 들어갔다. 퓨마 특유의 강렬한 색상과 천진난만한 등번호 디자인이 매력적이란 평가다. 한국 대표팀의 유니폼은 26위를 차지했다. 빨간색을 주조로 파란색 조합을 했으며 가슴에 호랑이 로고가 새겨져 있다. 한국팀의 붉은색은, 대표팀 공식서포터즈 이름 또한 붉은 악마로 불릴 정도로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대표팀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은 1945년 해방 이후 대표팀 구성 때부터였다. FIFA 가입 후 첫 월드컵 출전이었던 1954년 스위스대회에서도 붉은색 상의와 흰색 하의, 그리고 붉은색 스타킹을 착용했다. 홍명보호가 이번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입고 싸우는 유니폼의 색깔은 붉은색과 흰색이다. 상ㆍ하의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선 본선 경기는 무승부 징크스가 있다는데 지난 18일 러시아전에서도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23일 열린 알제리전에선 붉은색을 입었는데 4:2로 완패했다. 또 다시 흰색 유니폼을 입는 27일 벨기에전은 어떻까?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벨기에를 무조건 이겨야 한다. 화이트 징크스를 깨고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김문수와 삼색 볼펜

문수야~ 수첩은 갖고 가야지. 아뿔싸~ 어쩐지 허전하더라. 빼곡 수첩에 삼색 볼펜은 나의 매력 포인트 .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재선에 도전한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 선거 로고송의 한 소절이다. 대중가요 슈퍼맨을 개사했다. 노래 가사처럼 삼색 볼펜은 김문수 지사의 상징물이다. 삼색 볼펜은 빨강ㆍ파랑ㆍ검은색 볼펜심이 하나의 펜에 들어있는 3천원짜리 볼펜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써온 메모광 김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은 물론 경기지사가 돼서도 회의 때나 현장에 가서나 수첩에 검정색으로 메모를 하다가 중요한 대목에서는 파랑, 빨강으로 색을 바꿔가며 꼼꼼히 적는 버릇이 있다. 농민의 하소연을 들을 때도,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을 때도, 시장 상인들을 만날 때도 그의 손엔 항상 삼색 볼펜이 들려 있었다. 정치부장으로 경기도청을 출입하던 시절, 김 지사의 해외 순방에 두차례 동행한 적이 있다. 한번은 미국 투자유치, 또 한번은 두바이와 유럽의 투자유치 취재를 위해서였다. 김 지사는 그 때도 삼색 볼펜을 들고 틈만 나면 수첩에 깨알같은 글씨로 뭔가를 적었던 기억이 난다. 현장 맨으로 불리는 김 지사는 늘 윗옷 안주머니에 수첩과 삼색 볼펜을 넣고 다니며, 가는 곳마다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삼색 볼펜으로 적었던 것이다. 두 번의 경기지사를 지낸 김문수 지사가 6월 말 퇴임한다. 경기도청 간부 공무원들이 지난주 송별 만찬 자리에서 떠나는 김 지사를 위해 삼색 볼펜을 선물했다. 고가의 명품 만년필은 아니지만 청렴하고 소박한 김 지사의 상징처럼 8년을 함께 일한 공무원들 마음 속에 각인된 삼색 볼펜이다. 박수영 행정1부지사의 아이디어로 마련된 삼색 볼펜 선물에는 깊은 뜻도 담겼다. 빨강색과 파란색은 보통 대지와 바다, 열정과 냉정, 혁명과 평화, 진보와 보수 등으로 상징된다. 검정색은 통합을 의미하는 색이다. 이에 8년간의 지사직을 마치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김 지사가 대한민국의 모든 세대와 이념, 사상과 갈등을 통합하는 큰 정치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3천원짜리 흔한 볼펜이지만 선물에 담긴 의미를 전해들은 김 지사는 감격스러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금장된 몽블랑보다 더 값진 삼색 볼펜이기에 김 지사는 가슴이 뜨거웠을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관사(官舍)

관청에서 관리에게 빌려 주어 살도록 지은 집이 관사(官舍)다. 민선 1기 기초자치단체장을 선출한 1995년 이전 관선 시장ㆍ군수들이 머물던 관사는 위엄있고 웅장했다. 하지만 민선 1기가 시작되던 1995년 수원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민선 1기 수원시장으로 당선된 심재덕 시장이 권위주의 상징인 관사는 필요없다며 주민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혁신이다. 1982년 3월 수원 연무동에 지어진 시장관사를 심 시장은 리모델링해 어린이집으로 탈바꿈시켰다. 4천여만원을 들여 영세가정 자녀 및 맞벌이 부부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립어린이집으로 탈바꿈 시켜 11월18일 수원 어린이 집 개원식을 가졌다. 당시 관사 규모는 대지 318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39평. 필자의 기억에 이 관사는 담장이 높고, 권위주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관사가 소재한 연무동 주위 건물들과 조화롭지 못하며 괴리감이 드는 건물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순간이었다. 20년이 지난 현재 시립어린이집을 통해 졸업한 어린이가 2천100명을 넘어섰다. ▶20년 후인 2014년 6월 민선 6기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지난 12일 경기도지사 공관을 개방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팔달산 자락에 위치한 정원이 아름다운 공관은 1967년 1천여평의 부지에 2층 규모로 자리잡고 있다. 남 당선인은 2층은 경기도를 방문하는 외국 내빈들이 사용하는 게스트 하우스로, 1층은 주말에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소외계층 등의 결혼식장으로 활용하는 다목적 시설로 개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당선인은 광주시장 관사를 매각해 매각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관사(官舍)를 개방하거나 매각하는 것이 정답이라 할 순 없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관사 활용에 박수를 보낸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남한산성

조선시대 임금 인조(仁祖) 14년 1636년 12월 겨울. 청나라가 조선에 침입해 왔다. 인조는 급하게 한양 남쪽을 지키기 위해 축성한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그러나 청나라 수만 군사에 포위된 채 고립된 인조와 조선왕실은 추위와 배고픔에 시름하다 결국 이듬해 1월 청나라 태종에게 항복하고 만다. 40여 일의 짧은 기간 겪은 이 전란을 우리는 병자호란이라 부른다. 전쟁을 끝내면서 인조는 항복의 증표로 3배 9고두라는 의식을 해야했다. 3배9고두는 3번 큰절하고 9번 땅바닥에 머리를 박는 의식으로 청 태종을 왕으로 모신다는 의미를 담은 치욕적인 의식이다. 이후 조선은 청나라의 신하 나라로 전락해 조공을 바치는 등 고통을 당해야 했고 이 사건을 우리민족 굴욕의 역사 중 한 장면으로 꼽힌다. 우리민족의 굴욕의 역사가 서려 있는 남한산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초읽기에 들어갔다.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지난 15일부터 25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 MOS)가 유네스코에 제출한 남한산성에 대한 평가보고서에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려 남한산성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등재가 확실시되고 있다.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우리나라에서 11번째 세계유산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석굴암ㆍ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까지 10개의 세계유산을 등재했다. 이번에 남한산성이 등재된다면 경기도는 수원 화성에 이어 2번째 세계 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외형적 문화재의 가치뿐만 아니라 혼란스런 현 세태 속에서 굴욕의 역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신적 교훈까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문창극 총리후보

어제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언론이 보기 드문 사람으로 극찬한 문창극씨를 국무총리로 하는 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냈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 식민지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과거 문 후보 교회 강연 내용을 소상하게 소개했다. 그의 하나님은 얄궂게도 수많은 희생자를 낸 독립운동의 순국 선열과 625 전몰 장병의 희생을 일부러 냈다는 것이 된다. 시련을 이겨낸 민족정기를 말하려 했다는 문 후보의 해명은 무시된 채 한국의 수상 후보가 일제치하를 그저 하나님 뜻이라고 말했다는 것만 크게 보도했다. 문 후보는 또 과거의 칼럼을 통해 위안부 문제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받아야 끝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필자도 칼럼을 써 알지만 평소에 늘 이렇게 생각한다. 칼럼은 주관의 표현이지만 독자의 평가는 객관적으로 받는다고. 강연은 말 한대로, 글 같으면 쓴대로 평가 받는다. 사후에 따로 설명이나 해명 따위는 필요 없다. 독자 등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후보의 위안부 문제에 이미 끝난 일이라는 것과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과는 같을 수가 없다. 논지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하나님 의향론 역시 말한 것과 해명이 맞는 지 심히 의문이다. 단순히 일본 언론에서 극찬을 해 문 후보를 의문시 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강조한 책임총리를 처음 들어 본다는 후보자다. 그런 역사관, 그런 시국관으로는 개혁의 국정 책임자로 적합하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국무총리 자리에 미련은 남는지 사과할 뜻이 없다던 처음과는 달리 태도가 누그러졌으나 본성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를 잇달아 낙마케 하고 이 정부 들어 여덟명째 청문회 낙마인 것은 유감이나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시기다. 그로부터 모든 국민이 심적 고통을 받았다. 국회의 처리가 사뭇 주목된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출산율 OECD 꼴찌

북한엔 무슨무슨 영웅이 많다. 영웅은 슈퍼맨처럼 용감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자기 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주로 붙이는 수식어다. 북한에서의 영웅은 그동안 육탄영웅이나 자폭영웅 등 군인들 속에서 많이 배출됐다. 최근엔 모성영웅이 등장했다. 자녀를 10명이나 출산한 다산모(多産母)에게 붙여진 칭호다. 실제 평안북도 천마군 서고리에 사는 박금옥씨(44)는 지난달 26일 10번째 아이를 순산했다. 박씨는 2012년 11월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 참가, 9남매를 낳아 키운 공로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아 그때부터 모성영웅으로 불리며 사회적 우대를 받았다. 북한이 모성영웅 칭호까지 주며 출산을 장려하는 것은 북한 역시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다. 북한 여성의 1인당 출산율은 1975년 5.1, 1980년 4.4, 1985년 3.6, 1990년 2.9, 1991년 2.8, 1992년 2.6명 등으로 계속 감소 추세다. 특히 1990년대 중후반 들이닥친 심각한 경제난으로 영유아를 비롯해 수백만의 주민이 굶어 죽으면서 인구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노동력과 군 병력 유지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북한은 모성영웅 제도까지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아이를 많이 낳는 여성에겐 강력한 인센티브라도 줘서 출산율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25명에 그쳐 분석 대상 224개국 중 219위를 기록했다. 북한은 1.98명으로 129위였다. 합계출산율 1위는 아프리카 니제르로 6.89명에 달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엔 꼴찌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粗)출생률도 8.26명으로 일본을 제외하곤 최하위다. 세계 224개국 중엔 220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이 전 세계에서 꼴찌 수준인 것은 그만큼 아이 낳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지며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을 한다해도 육아부담이 만만치않아 출산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연애ㆍ결혼ㆍ출산 3가지를 포기하는 소위 삼포세대라는 말까지 생겼다.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차세대리더’ 청년 상인

평범한 한 청년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미래와 일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우연히 오징어 행상을 만난다. 그는 좋은 물건으로만 승부하면 인정받을 수 있는 장사가 정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1년여간 오징어 행상을 따라다니며 장사의 기본기를 익힌다. 수년 후 이 젊은이는 야채 트럭 행상을 거쳐 서울 대치동에 과일과 야채를 판매하는 18평짜리 점포를 차린 뒤 대한민국에서 평당 최고 매출을 올리는 가게로 키워낸다.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사장의 얘기다. 장사라는 꿈에 대한 열정, 과일도 A/S를 해주는 무한 책임, 일이 즐겁지 않으면 인생도 즐겁지 않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일하며 성공신화를 이뤄낸 이 사장의 스토리는 많은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다. 총각네 야채가게 얘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주위에 많은 변화가 어났다. 몇년째 대기업 입사시험 준비에만 목을 매던 청년들이 리어카를 끌고 가락시장으로 향했다. 어렵고 딱딱한 마케팅이론만 공부하던 기업의 마케팅 사원들은 단체로 견학을 와서 이 가게의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배워갔다. 대기업 리더들도 이 사장과 총각네 직원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리더의 역할에 대해 새롭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경기도가 최근 경기도판 총각네 야채가게에 해당하는 청년상인의 감동적 성공스토리를 공모, 3명의 차세대 리더 청년상인을 선정했다. 시흥 삼미시장에 위치한 오빠네 과일 야채 김건우(28) 대표는 김 대표를 비롯한 18명의 청년들이 저렴한 가격과 철저한 고객관리로 삼미시장뿐 아니라 수도권 5개 점포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수원 파장시장에 위치한 농민유통 한대진(39) 대표는 박리다매의 최저가 판매 방식으로 대형 슈퍼마켓과의 경쟁을 이겨냈으며, 시장내 봉사활동도 적극적이다. 하남 신장시장 시루본 떡집의 이종익(36) 대표는 고객 맞춤형 제품 디자인으로 제품의 가치를 올려 주목받고 있다. 그날 재고는 푸드뱅크나 교회에 기부하는 등 지역 봉사에도 열심이다. 총각네 야채가게가 취업전선을 향해 무작정 돌진하는 학생들은 물론 꿈을 잃어버린 채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중한 활력소가 되어준 것처럼, 경기도의 차세대 리더 청년상인의 열정과 패기 또한 침체에 빠진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홍명보호에 거는 국민의 기대

지구촌을 한 달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꿈의 구연(球宴) 2014 브라질 월드컵이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했다. 단일 종목으로는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 축구대회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8회 연속 본선에 출전, 첫 원정 8강 신화에 도전한다.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벨기에(FIFA 랭킹 11위)를 비롯, 러시아(19위), 알제리(22위)와 함께 조별리그 H조에 편성된 한국은 오는 18일 오전 7시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러시아와 운명의 1차전을 갖는다. 국민들은 한국 축구의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국민들이 홍명보호에 첫 원정 8강 진출을 기대하는 것은 앞선 대회인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뛰어넘길 바라는 것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슬픔에 빠진 국가 분위기를 월드컵에서 반전 시켜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 대표팀은 평균연령 25.9세로 역대 월드컵 대표팀 가운데 가장 젊지만, 향상된 체격 조건과 전체 23명 중 역대 최다로 17명에 달하는 해외파 선수들의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지난달 12일부터 파주NFC와 미국 마이애미로 이어지는 한달간의 전지훈련에서 전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지난달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겸한 월드컵 출정식 0대1 패배, 이어 지난 10일 마이애미에서 치러진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로 0대4 완패를 당해 당장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제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마감하며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밝힌 홍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결전의 땅 브라질에 입성, 러시아와의 1차전을 위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홍 감독은 물론 23명의 태극전사들은 16강을 넘어 8강까지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선전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당선자들의 noblesse oblige

▶나무 의자 하나 들고 와서 4년 동안 쓰고 들고 나가겠다. 지난 9일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가 기자실을 찾아 던진 일성이다. 그는 11일 경기언론인클럽 11주년 창립식에도 참석해 0.8%차이로 승리했다. 이는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경기도민이 선택하지 않은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야당과 정책연대, 나가가 연정(정무부지사 임명 등)을 통해 도정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정치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화합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대목은 남 당선자의 다른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도민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다라는 대목이다. 나무의자나, 정책연대나, 연정이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겠으나 그는 경기도민의 지도자로서 도민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했다. 지도자의 자세다. ▶지도자의 덕목을 말할 때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흔히 말한다. 초기 로마시대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이 용어다. 원래 노블리스는 닭의 벼슬을, 오블리제는 달걀의 노른자를 의미한다. 즉 닭의 사명은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자리가 아닌 자신의 의무에 충실해야 그 백성이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릴 수 있다. ▶6ㆍ4지방선거가 갓 끝난 현 시점에서 지도자의 자세나 덕목을 굳이 들추어내는 것은 아마도 도민들이 갖고 있는 새로운 지도자들에 대한 바람이 벌써부터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벌써부터 속칭 싹수가 노란 일부 지도자들의 면면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의회에서는 벌써부터 의장, 상임위원장 싸움이 시작됐느니, 어디 시에서는 살생부가 나도느니 하는 등등이 모두 지도자가 갖어야할 자세는 아니다. ▶6ㆍ4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모두 규모는 달리하나 지역의 지도자다. 그들의 약속 중 공통된 것은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고 봉사하겠다는 것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자세다. 그들이 초심불망(初心不忘)하는지 이제 지켜보자. 정일형 사회부국장

[지지대] 호국보훈

군사우편 찍혀있는 배달부가 싸리문도 못가서 /복받치는 기쁨에 넘쳐 울었오 전선편지라는 전쟁가요의 한 대목이다. 625 한국전쟁 당시 전선에서 집으로 부치는 편지는 마냥 늦을 수 밖에 없어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간에 오래 걸려 도착하곤 했다. 촌각을 모르는 생사의 소식에서 적어도 편지를 쓴 그 시각엔 남편이 살아 있다는 안도감에 아내는 기쁨이 복받쳤던 것이다. 625 세대에서 당시 며느리였던 우리의 어머니나 할머니들은 감정표시를 들어내고 하는 지금 세대와 달라 기쁨에 울어도 시어머니 모르게 부엌에 가서 혼자 울어야 했다. 지금의 가요 가사들은 장구한 평화를 누려서인지 눈물이다 그립다는 등 사랑타령 일색이다. 이렇게 해서 나라를 수호한 625 참전 군인은 최소 연령이 80대 중반이 됐을 만큼 노쇠 했다. 이미 타계한 이도 많다. 월남참전 용사들도 70살을 넘겼다. 이토록 목숨을 걸어 나라를 지키고 부흥한 보람이 있어 이 세대가 오늘의 영광도 누리는 것이다. 세상엔 애국도 많지만 하나뿐인 생명을 나라에 내어 놓는 것보다 더한 애국행위는 없다. 생명에 이등병이고 대장이고 하는 차이는 없다. 입으로 애국하는 정치인들의 애국은 더 말할 가치조차 없다. 그 옛날 이름 모를 산야에서 혹은 백병전 혹은 총격전 등으로 숨져간 그들은 오랜 세월 속에 그대로 백골이 진토 되었다. 다행히 살았어도 가난한 이들이 많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생각해본다. 참전군인이나 전상자들에게 나라가 지금 합당한 대우를 하고 있는가. 허울좋은 복지 포퓰리즘이 판쳐 국가 예산이 누수되는 판에 몇 안 남은 참전군인에게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의 참된 복지대책 추가를 못할 이유가 없다.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한 형식만 있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강구 되기를 바란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선거 먹튀방지법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두 차례 TV토론까지 참가한 뒤 돌연 사퇴했다. 그는 후보 등록 후 27억3천500만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으나 사퇴하면서 이를 반납하지 않았다. 먹튀 논란과 함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성호 스님은 당시 이 전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끝까지 대선을 완주할 능력과 의사가 없었는데도 완주할 것처럼 국민을 속였다면서 혈세로 만들어진 국고보조금 27억원을 즉각 환수 조치해야 한다며 이 전 후보를 고발하기도 했다. 6ㆍ4 지방선거에서 32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은 통합진보당이 선거 막바지에 3명의 광역단체장 후보가 사퇴, 또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등록 마감 사흘 뒤인 지난달 19일 통진당에 선거보조금 28억여원과 여성후보자 추천보조금 4억8천만원 등 모두 32억8천억여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보조금이 지급된 뒤 이영순 울산시장, 고창권 부산시장, 백현종 경기도지사 후보가 줄줄이 사퇴했다. 백현종 후보는 사전투표가 끝난 6월 1일에 사퇴했다. 6ㆍ4선거 사흘 전이다. 후보 등록 후 사퇴하는 바람에 투표용지엔 후보 이름이 그대로 적혀 나왔다. 사퇴한 줄 모르는 유권자들은 백 전 후보를 찍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전투표에서 얻은 표와 함께, 당연히 무효표가 됐다. 이번 경기지사 선거에선 14만9천886표의 무효표가 나왔다. 모두 백 전 후보를 찍은 것은 아니겠으나 그를 지지한 표는 사표(死票)가 됐다. 후보 사퇴는 투표를 통해 국민의 지지 또는 심판을 받을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특히 선거 직전의 후보 사퇴는 무효표가 된다는 점에서 표심을 왜곡한다. 비난 받아 마땅하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32억원의 국고보조금이다. 선거보조금 지급은 군소정당의 활발한 정치참여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끝까지 완주하지 않았다면 보조금을 환수하는게 맞다. 하지만 현행 정치자금법은 이같은 경우 자금 회수에 대한 규정을 두지않아 사실상 자금회수는 불가능하다. 이에 선거보조금 먹튀방지법 제정 목소리가 높다. 미국에서는 선거운동을 중단하면 이미 수령한 보조금 중 적격 선거운동 경비에 사용되지 않은 액수는 반납하게 돼있다. 우리도 후보 사퇴가 선거전략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사퇴시 보조금 환수 등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실질 은퇴 71세

한국고용정보원이 1938년부터 1953년에 태어난 60대 이상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의 한 달 평균 용돈은 15만7천원에 불과하다. 평균 5천원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용돈에는 일이나 여가활동을 하기위해 지출하는 교통비, 점심값 등도 포함된다. 60세 이상의 용돈이 적은 것은 부족한 소득에서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평균 나들이 횟수는 1.1회, 영화ㆍ공연 등 각종 관람 활동 횟수는 연평균 0.2회에 그친다. 일하는 60대 이상의 월 평균 용돈은 18만8천원으로, 일하지 않는 60대 이상의 13만원보다는 44.6%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하는 60세 이상은 2000년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지난해엔 189만8천명을 기록했다. 60세 이상 고용률은 2010년 28.7%에서 지난해 30.9%로 올라갔다. 일을 하는 이유는 생계비 마련이 65.3%로 가장 많다. 용돈벌이나 건강 유지를 위한 것은 각각 10.8%와 8.3%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퇴직하고도 70세가 넘도록 먹고살기 위해 일을 놓지 못한다. 부실한 복지 체계와, 자식을 키우고 부모를 모시느라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해 쉬지 못하는 퇴직자가 늘고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실질 은퇴 연령은 71.1세로 멕시코(72.3세)에 이어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여성의 실질 은퇴 연령도 69.8세로 칠레(70.4세)에 이어 역시 세계 2위였다.(2012년 기준). 실질 은퇴 연령이란 어떤 식이든 돈을 받는 일을 완전히 그만둬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나이를 뜻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후 고용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1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길다. 심각한 것은 한국인의 실질 은퇴 연령이 점점 높아진다는 점이다. OECD의 같은 조사를 3년 전(2009년)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은퇴 시기가 1년 가까이 늦춰지면서 3년 새 퇴직 후 일하는 시간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고령화가 빨라지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퇴직자나 예비 퇴직자들의 노후준비는 더욱 부실하다. 먹고 살기위해 일을 놓지 못하는 노인이 많은 나라, 정부는 심각하게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진정한 ‘의리’

독도는으리땅(독도는 우리 땅), 성유으리(탤런트 성유리), 아메으리카노(아메리카노), 항아으리(항아리), 이니으리(화장품 이니스프리), 롯데으리아(롯데리아), 포카으리스웨트(포카리스웨트), 카카오스토으리(카카오스토리), , 대으리운전(대리운전). TV속에서는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으리가 넘쳐나고 있다. ▶우리는 최근 도리를 못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너무나 많이 봤다. 최소한의 양심마저도 저버린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은 믿을 곳이 없다는 상실감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의리라는 카드를 꺼내게 했다. 추측의 뜻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인 으리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의리로 번진 이유다. ▶의리 열풍의 중심에는 배우 김보성이 있다. 고3, 그것도 학력고사를 치르기 직전 학우를 괴롭히던 동네 불량배들과 맞서다 시각장애 6급이 된 그는 이미 의리의 사나이로 통했다. 그런 그가 한 음료업체의 CF에서 맨손으로 쌀가마니를 후려치며 우리 몸에 대한 으리(의리), 신토부으리(신토불이)를 외치고 있다. ▶으리로 시작해 마무으리까지 쉴 새 없이 의리를 찾아대는 김보성 덕에 음료 매출이 는 건 당연하고 사회 전체에 의리 신드롬마저 불러왔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김보성의 상징인 선글라스를 끼고 부르는 레으리잇고(렛잇고) 등 김보성의 CF를 따라 한 패러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으리는 화제의 키워드였다. 서울시장 선거포스터에 등장한 약속을 지키으리 부터 경기도지사 후보의 사전투표하~으리! SNS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가수 케이윌은 트위터를 통해 모두 을이 아닌 갑으로써 투표하으리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하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선거가 끝나면서 의리를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선거를 도왔으니 한자리 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당선자는 선출직 특성상 선거에서 진 빚을 보은 인사로 갚을 수밖에 없을 테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당선자가 진짜 일잘할 사람을 뽑아 쓸 수 있도록 놓아주으리를 말하는 진정한 의리를 보고 싶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정도전과 무한도전

요즘 주말만 되면 남성 시청자들을 TV앞으로 모이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고려말에서 조선초기 역사를 다루고 있는 대하드라마 정도전(1342~1398)이다. 정통 대하사극으로 배우들의 연기 등이 뒷받침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겠지만, 현재 시대와 오버랩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려 왕조는 1392년 500년 역사를 끝으로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도전은 조선의 설계자로 일컬어진다. 유배생활을 통해 녹봉만 축내고 있는 부패한 관리를 보면서 백성들을 위한 길을 느꼈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시한 민본사상은 조선의 밑거름이 됐다. ▶수년째 시청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있다. 무한도전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거를 치뤘다. 후보로 나선 멤버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내걸며 동분서주했다. 선거가 치러진 5월22일은 법정공휴일이 아닌 평일인데도 불구, 수십만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당수는 인터넷으로 신성한 한표를 행사했으며, 투표일이 평일이기에 자리를 비울수 없게 된 상당수 회사원 유권자들은 점심까지 포기하며, 투표소로 달려갔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역 투표율은 53.3%에 이르렀다. 2006년 4회 지방선거 46.2% , 2010년 5회 지방선거 51.8% 보다는 다소 높은 투표율을 보냈다. 하지만 전국 투표율 56.8%에는 못미쳤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사전투표가 진행되면서 사실상 투표일이 3일로 늘어났지만, 시민들의 정치불신과 징검다리 연휴 등으로 인해 잠시나마 기대했던 60% 투표율은 기록하지 못했다. 앞으로 다가오는 20대 국회의원 선거(2016년), 19대 대통령 선거(2017년 12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8년) 에서는 무한도전과 같은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모습이 그려지길 바라며, 정도전과 같은 인물이 선출되길 기대해본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대통령의 위기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있을 적엔 구원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천막 당사를 비롯해 테러 병상의 대전은요? 말 한마디로 전세를 바꿔 당을 구하곤 했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이후 충격에서 못 벗어난 모습이다. 안대희 총리 후보 낙마 등 행적이 불안하다. 아닌 게 아니라 변호사 개업 1년에 11억원 수입이라니 지탄받아 마땅한 전관예우 시비다. 도대체 청와대 인사 시스템은 뭘 검증했는지 이 정권 들어 낙마가 6명임을 유의해야 한다. 당의 위기관리엔 능한 대통령이 국가의 위기관리엔 문제점을 보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은 단핵 구조인데 비해 국가는 다핵 구조이다. 당은 정치 집단이다. 오로지 집권이 지상명제다. 그러나 국가는 다르다. 예컨대 세월호 사고의 초기구조에 중대 실수를 범한 해양경찰 역시 다핵 구조의 한 분야다. 말 나온 김에 말하면 소위 해경이면서 수영 못하는 해경이 3분의 1이라니 이도 한심하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대통령이 그러한 해양경찰에 고의는 아니나 책임을 지는 건 지휘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견과 견해가 단핵 구조인 정당보다 다핵 구조인 국가 운영에서 더 많을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예를 들어 자리 보존에 급급해 만사 지당장관이 된다해도 곤란하지만 대통령이 다핵 구조를 수용 못해도 곤란하다. 다핵 구조 수용은 대화다. 특히 이견과 다른 견해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귀를 연 이후의 고집이 소신이라면 귀를 아예 닫은 고집은 아집이라 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의 비틀거림은 사고 자체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엄청난데 있고 또 귀를 여는 과정임을 믿고자 하는 것이다. 내치 역시 국가안보처럼 잘 해서 국가적 위기관리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안전공약

세월호 참사 이후 치러지는 6ㆍ4 지방선거의 키워드는 단연 안전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의 10대 공약 가운데 최우선 공약으로 국민안전과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각각 내걸었다. 여야 후보들도 앞다퉈 안전을 내세우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경기ㆍ인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재난컨트롤타워를 설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기지사에 출마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는 경기도 안전국을, 새정치연합 김진표 후보는 재난안전센터 신설을 약속했다. 인천시장에 나선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는 안전총괄단ㆍ해양물류안전센터를, 새정치연합 송영길 후보는 안전관리본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남 후보는 5천명의 재난안전 관련 공무원을 확충하는가 하면, 전쟁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응용한 워게임(War Game) 재난안전센터를 권역별로 설치해 재난을 전쟁처럼 대비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국지적 폭격ㆍ초고층 화재 등 지역 특성에 맞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개발해 훈련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진표 후보는 재난위험평가제 및 안전지수제를 도입하고, 안산 지역을 힐링도시로 지정해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조기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정복 후보는 비명이나 차량 충돌음 등 이상 음원을 자동감지한 뒤 분석ㆍ조치까지 할 수 있는 귀달린 CCTV를 위험시설과 안전취약지역에 집중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송영길 후보는 세월호 사고 과정에서 드러난 혼란을 반복하지 않도록 10개가 넘는 긴급전화 서비스 체계를 119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116만5천여명으로 인구가 가장 많은 기초지자체인 수원은 새누리당 김용서 후보가 시민 종합 안전교육관 건립과 시민대상 안전교육 등을 약속했다. 새정치연합 염태영 후보는 안전도시통합본부 설치 및 안심마을 확대 유엔 최우수 안전도시 인증 추진을 공약했다. 이처럼 안전공약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안전이 선거 이슈가 되다보니 급조한 듯한 공약도 있고, 비슷한 공약도 많다. 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등의 언급이 없어 공염불에 그치는게 아닌가 싶다. 안전공약 포퓰리즘이 돼선 곤란하다.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잊힐 권리

최근 유럽사법재판소가 구글 검색 내용에서 개인 관련 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처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스페인의 한 변호사가 구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사법재판소는 구글은 사용자가 시효가 지나고 부적절한 개인 정보를 지워달라고 요구할 때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에 대해 사생활 보호를 위해 적절한 판결이라는 반응과, 개방ㆍ공유라는 인터넷 정신에 위배되고 알 권리를 제한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잊힐 권리는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다. 유럽연합(EU)은 2012년 잊힐 권리를 명문화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확정, 인터넷 사업자가 정보 삭제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0만 유로 또는 1년 매출의 2%까지 벌금을 물도록 했다. 언론게시물, 공공보건ㆍ역사ㆍ통계ㆍ과학연구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는 잊힐 권리를 제한했다.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저서 잊힐 권리에 따르면, 중ㆍ장년층은 물론 디지털 기술과 함께 자란 18~24세 젊은층의 84% 이상이 잊힐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정보에 대한 권리 논의가 세계적으로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으로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까지 인터넷 상에 떠돌며 피해를 주고있는 것이다. 예전에 무심코 올린 글과 사진 때문에 승진ㆍ취업 등 사회활동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정보 삭제 요구 남발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범죄자가 과거를 세탁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외국 유력 언론들도 잊힐 권리가 힘있는 자들의 과거를 덮는 권리가 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도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개인이 포털ㆍ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글의 삭제 요청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는가 하면, 대법원도 고인의 이메일, SNS 등 디지털 유산의 적절한 처리 방안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문제는 어디까지 잊힐 권리가 인정돼야 하느냐, 삭제 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이냐에 관한 원칙과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언론 보도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관행(慣行)

회사 화장실에 가면 꼭 첫번째 칸에서 일을 본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면 하차문 맞은편 자리에 눈길이 간다. 무의식 중에 왠지 몰라도 친근하고 마음이 들어 습관적으로 찾고, 행동하게 된다.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 집단 전반에 이같은 습관이 있어 때론 조직이 굴러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과거부터 익숙하고 편한 것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성 때문일 수도 있다. 사회에서 예전부터 해 오던 대로 하는 것. 관례에 따라서 하는 일을 우리는 관행이라 부른다. 그러나 관행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것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불필요한 관행에 매몰돼 발생하는 문제가 심각하다.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세월호 참사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원칙을 지키지 않은 부적절한 관행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일의 효율과 성과보다는 형식과 서류를 중요시하거나 과거 선배가 해 왔으니 당연히 후배가 따라해야 한다는 논리. 우리 시대에 이같은 관행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부적절한 관행이 팽배할 때 그 사회와 조직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과거의 관행과 영광에 매몰되다 쇠퇴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의 강자 코닥, 후지, 소니 등 일본기업이 그랬고 한때 전세계 휴대전화 점유 1위를 차지했던 노키아도 현재는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법조계의 전관예우라는 관행, 관피아라고 비난받는 공직사회의 퇴직 공무원 낙하산 관행, 관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만 보고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사회의 관행 등 우리가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과거부터 이뤄져 왔다는 이유로 용납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해 부적절한 관행에 대해 타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 습관적으로 행했던 부정적인 관행을 개인부터 돌아보고 개선하려고 노력해 보면 어떨까. 언젠가 사회 전반의 부적절한 관행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경기도축구협회의 개혁

경기도체육회 55개 가맹경기단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경기도축구협회는 그동안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편파판정과 지도자 협의체의 양분, 협회내 각종 비위 등으로 인해 잠시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제20대 집행부가 출범한 뒤 1년여가 경과한 현재 경기도축구협회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안정 운영되고 있다. 단지 회장 한 사람이 바뀌었을 뿐인데 불과 1년여 만에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이처럼 축구협회가 변모한 데는 취임 일성으로 클린 축구협회를 표방하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심판의 공정한 판정 등 고질적인 부패 척결에 앞장선 이석재 회장의 뚝심이 작용한 것이다. 그는 협회장 직을 걸고 축구협회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공언한 뒤 때로는 거친 언사로 인해 조폭 출신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자신부터 권위 의식을 벗어던지고 개혁을 주도해 안정적 발전을 이끌고 있다. 특히, 그는 도내 22개 권역에서 열리는 주말리그의 운영 상황을 직접 챙기는가 하면, 지난 27일 끝난 전국소년체전에는 이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부인의 선거운동도 중단한 채 매일 경기장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는 열정을 보였다. 오는 9월 열릴 인천 아시안게임의 축구경기 담당 부위원장직을 맡기도 한 그의 남다른 축구사랑이 문제단체의 오명을 썼던 축구협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축구협회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단체를 이끌고 있는 수장의 역할과 의지가 얼마나 큰가를 눈여겨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대한민국 체육계는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제도, 비위를 척결하려는 활발한 움직이 일고 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체육계 비리 문제를 계기로 만시지탄이지만 체육계가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그 변화의 움직임에 따른 결과가 주목된다. 체육계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선수, 지도자, 심판과 경기에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인사들이 주체가 돼 스스로 변화하고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며, 이는 단체장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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