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개헌 해프닝

얼마 전 중국 방문 길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개헌 불가피론을 작심발언 했다가 개헌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 김 대표는 저의 불찰이라고까지 했다. 그가 중국에서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을 당시, 대통령은 이탈리아서 열린 ASEM 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이를 두고 김 대표 발언을 환영하며 한술 더 떠 개헌특위를 제안했던 우윤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 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제왕적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한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은 민생에 국력을 올인 해야할 상황에 개헌 논의를 한답시고 국론을 분열케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국민들은 생각해 본다. 과연 헌법을 개정해야 할 정도로 나빠 민생이 어려운 건가. 그렇다고는 생각지 않는 것 같다. 헌법을 탓 할 일이 아니다. 현행 헌법이 완전 무결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개헌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그보다는 아예 관심이 없다고 할 정도다. 김 대표 언급 중엔 이원집정부를 고려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즉 종전의 4년중임제 등 단순 논리에서 권력분산의 구체적 논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외교, 안보에만 대통령의 권한이 있고 국내 행정 전반은 국회 다수당의 총리가 행사하는 이원집정부 보다는 차라리 내각책임제가 더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중립국을 표방하는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터에 내각책임제도 일단 유사시에는 취약점이 많아 대통령책임제를 취하고 있는 형편이다. 흔히 정치적 표현으로 말하는 제왕적 운운은 정권마다 거듭되는 폐해다. 대통령 나름이고 또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 이원집정부는 반쪽 권한의 대통령직에 누가 직선에 나설까 하는 것도 문제다. 현행 헌법이 32년째로 헌정 이래 최장수이긴 하나 개헌이 능사가 아니다. 김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까진 개헌 논의가 없기 바란다며 해프닝을 서둘러 봉합했다. 그러나 그는 개헌을 처음 말했을 때 정기국회 이후 개헌론이 봇물처럼 터질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정기국회 이후에도 개헌 논의가 없기 바란다. 개헌을 두고 여권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동성애

가톨릭교회는 지난 2000년 동안 동성애(同性愛)를 금기시 해왔다. 동성애를 남성과 여성을 창조한 신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로 간주했다. 특히 금욕주의 득세 이후 자녀를 얻을 수 없는 동성간 성행위는 쾌락을 위한 악마적 행위로 낙인찍혔다. 동성애를 비하하던 단어 sodomy(남색이라는 뜻)는 성경에서 문란함으로 멸망한 도시 소돔에서 유래했다. 교권이 절정이던 12세기부터는 종교재판소를 통해 처형을 했다. 정신과학이 태동하던 19세기 말부터 동성애는 정신병이라는 오명을 썼다. 통념을 흔든건 동성애를 경험한 남성이 37%라고 밝힌 1948년 킨제이보고서다. 이후 성적 소수자들이 사랑할 권리라는 보편권을 주장하면서 법적지위도 향상됐다. 미국정신의학회는 1973년 동성애를 질병목록에서 제외했다. 엘튼 존, 조디 포스터 등 유명인사들의 커밍아웃이 잇따르면서 분위기도 바뀌었다. 동성 결혼을 처음 합법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다. 2001년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에 법적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허용했다. 이후 유럽에선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프랑스, 영국, 룩셈부르크가 차례로 이를 따랐다. 미국도 동성애를 용인하고 있다. 2006년 매사추세츠주를 시작으로 전체 30개주(州)와 워싱턴 DC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다. 그러나 70여개국은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이슬람교 영향력이 큰 중동ㆍ아프리카 국가가 특히 그렇다. 이슬람은 동성애뿐 아니라 자손 번성에 부합하지 않는 어떤 성행위도 엄격히 금지한다. 동성애의 빗장이 풀리는 추세지만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얼마전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동성애를 종교적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의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간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에 우호적 발언을 하며 이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막고 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포용하려던 가톨릭교회의 혁명적 시도는 보수파 반발로 무산됐다. 18일 최종보고서 채택에서 시노드 승인을 받는데 실패했다. 동성애는 죄악에서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로 바뀌었지만 승인은 얻지 못했다. 교황의 개혁이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동성애를 공론화하고 지지를 확인하는 계기는 됐다. 이번 최종보고서는 논의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맛의 방주

노아의 방주(Noahs Ark)는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배 이름이다. 인류의 선조들이 타락한 생활에 빠지자 하나님이 홍수를 내려 멸망시키려 할때 홀로 바르게 살던 노아가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만든 방주(方舟)다. 노아는 3층으로 만든 커다란 배에 그의 가족과 한 쌍씩의 여러 동물을 태웠고, 대홍수로 모든 생물이 전멸했지만 살아남게 된다. 노아의 방주 같은 맛의 방주(Ark of Taste)가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 종자ㆍ음식을 찾아 목록을 만들고 그 지역의 전통음식과 문화를 보전하는 활동이다. 이탈리아 브라에 본부를 두고 150여개국 10만여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기구 국제슬로푸드의 프로젝트다. 맛의 방주는 1996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음식 문화유산 소멸을 막고 세계 음식에 관심을 두자는 취지로 처음 시작했다. 글로벌화로 획일화된 음식이 생산ㆍ소비되고 있는 것을 경계하는 세계적 운동으로, 전통 먹거리 종자를 보호하고 종 다양성을 지켜나가며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해 지역농업을 활성화 하는 사업이다. 맛의 방주 선정 기준은 특징적인 맛을 가지고 있을 것, 특정 지역의 환경ㆍ사회ㆍ경제ㆍ역사와 연결돼 있을 것, 소멸 위기에 처해 있어야 할 것,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될 것 등이다. 1997년 이탈리아에서 맛의 방주 선언문 발표 이후 80여개국 2천여종의 먹거리가 목록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처음으로 울릉도 칡소와 섬말나리, 진주 앉은뱅이 밀, 연산 오계, 제주 푸른콩장, 장흥 돈차 청태전, 제주 흑우, 태안 자염 등 8종이 등재됐다. 올해도 토종 먹거리 20가지가 맛의 방주에 추가로 승선했다. 제주 꿩엿ㆍ강술ㆍ댕유지ㆍ쉰다리ㆍ재래돼지 등 제주와, 울릉 홍감자ㆍ손꽁치ㆍ옥수수엿청주 등 울릉도의 먹거리가 많다. 도내에선 남양주 먹골 황실배와 파주 현인닭(토종닭)이 포함됐다. 고종 황제에게 진상될 정도로 맛이 뛰어난 황실배(黃實梨)나 춘향전에도 등장하는 청실배(靑實梨)처럼 한때 흔하게 보고 먹을 수 있었지만, 서양과 일본에서 도입된 개량종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먹거리들이다. 한편 2013 슬로푸드 국제대회를 개최한 남양주시가 최근 맛의 방주 전시관을 개관했다. 유기농테마파크 내에 위치한 전시관엔 세계의 사라져가는 204개 품목의 음식과 종자, 130여종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피의자 인권

단순히 실적만 많으면 좋은 건지, 피의자 인권 등도 신경쓰며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은 해줘야하는데 그걸 경찰이 안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경찰이 200명 넘게 무더기로 불구속입건한 사안을 놓고, 검찰이 무리한 수사라며 사건 송치의 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통째로 경찰에 돌려보낸 이유다. 7개월 넘게 유명 상조업체의 수의 문제를 수사한 경찰은 모 상조업체가 중국산 저가 수의를 국내산 고급품이라고 속여 팔아 폭리를 취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상조업체에서 중국산인 저가 수의를 고급 국내산으로 속여 5년 간 1만9천여 명에게 비싸게 팔았다며, 상조업체 대표와 장례지도사 등 2백명 넘게 무더기로 입건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례적으로 경찰이 송치한 이 사건의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검찰은 경찰이 입건한 장례지도사 167명 중 일부는 중국산 수의라는 사실을 알고 판매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입건자만 무리하게 늘렸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 전의 지휘, 즉 송치 전 지휘를 받으라고 한 것. 이후 경찰은 검찰이 1만 쪽이 넘는 수사 서류를 충분히 검토도 안한 채 변호인 의견만 수용한다며 반발하며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결국 검찰 지휘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까지 발생하자, 경찰이 자신들의 성과 알리기에 눈이 멀어 무리하게 사안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불신어린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추후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에 따라 진실이 밝혀질 것이지만, 경찰의 성급한 실적 발표에 따라 해당 업체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결과를 인용한 수많은 언론을 통해 낙인이 찍힌 해당 업체는 이미 국민들에게 많은 신뢰를 잃게 됐을 것이다. 피의자의 인권도 보장받아야한다는 목소리에 귀가 기울여지는 이유다. 이명관기자

[지지대] 체육단체 통합 필수조건

지난 10여년간 설(說)만 나돌았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1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정행 회장과 서상기 회장은 새천년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의 질의에 대해 양 단체 통합에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안 의원은 앞서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김종덕 장관으로부터 동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은 조만간 두 체육단체의 통합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외형상으로는 오랜 시간 양 단체의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국내 체육계의 관심사였던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양 수장은 이미 오래전 통합 방안에 대해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통합을 위한 플랜도 나온 상태다. 두 단체장은 △현 단체장의 임기보장을 위해 2017년 2월로 통합시기를 정했고 △사단법인인 국민생활체육회를 대한체육회와 동등하도록 법인화를 위한 생활체육진흥법 통과 △대한체육회는 통합체육회 출범이후 4년 이내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분리하는 조건으로 통합에 동의한 상태다. 하지만 생활체육을 토대로 전문체육이 활성화되는 스포츠 선진국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체육 단체의 통합 실행에는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힘써오면서 협력보다는 견제를 일삼아온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인들의 극심한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두 단체의 통합 후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단체 뿐만 아니라 국민체육진흥공단도 함께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개최 잉여 수익금을 바탕으로 출범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는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운영되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통합 체육단체의 자립과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체육진흥공단의 통합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제 체육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는 모처럼 무르익고 있는 체육 단체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진정으로 선진화된 체육 발전을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국회의원 특전

야당 의원, 버스 탄 채 납치- 지금 이야기가 아니다. 1950년대 말경 부산 정치파동 당시의 옛 신문 기사다. 그러니까 부산이 임시 수도였던 피난국회 시절이다. 625전쟁은 끝났으나 서울로 환도하기 직전이다. 그 때 했던 대통령 직선제의 개헌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국민을 위한 게 아니었다. 국회 간선으로는 도저히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은 직선 개헌을 시도했다. 그러나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치자 원내 신라회의 총수며 국무총리였던 故 장택상이 중재해 이른바 발췌개헌을 하게 된 것이 국회의원의 원내발언 면책과 불체포 특권 조항이다. 개헌을 하고 난 나중에는 소위 관제민의라는 게 생기다 못해 그 당시 관제민의 동원에 나온 소나 말을 빗대어 우의마의 등 풍자어까지 생겼다. 이렇게 하여 당선된 것이 315 부정선거로 419 혁명을 유발했다. 각설하고- 직선제 개헌 때 발췌개헌으로 야당에 준 국회의원 특권은 정치활동의 자유를 위한 것이었다. 그 땐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검은 돈을 먹는 파렴치범이 없었고 당시의 청와대인 경무대가 미운 사람 찍어내는 정치보복이 횡행했을 때였다. 이에 정치범의 방어책이 된 특권은 그런대로 보복을 막는 효험이 있었으나 국민 의식도 달라져 오늘날은 왜 이런 제도가 생겼을까 하고 의문시 될 정도로 없애야 할 개헌 대상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정치권은 여도 야도 혁신을 말하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 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 행동은 여전히 구식이다. 특권을 탐닉하고 있다. 불체포 특권은 수뢰의 방탄막이 되고 원내 발언 면책은 선량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무책임한 방만으로 악용되고 있다. 개헌에 앞서 운용의 묘를 살리고자 하는 정치권의 진정성이 요구된다. 국민은 그 진정성이 실증될 때 비로소 정치권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사이버 망명

하루에 수십건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이용한다. 동창, 모임, 소그룹 단체 카톡이 많다보니 폭풍이 휘몰아치듯 수백건의 대화가 오가는 날도 있다. 카톡은 전 국민의 주요 메신저다. 국내 가입자가 4천만명에 달하고, 카톡 메시지는 하루 평균 55억건이나 된다. 그런데 요즘 카톡에서 탈퇴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우리 방에서도 사이버 망명을 하잖다. 무슨 비밀스런 이야기들이 오간건 아니지만, 우리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감시당한다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옮겨가는 대상은 독일 텔레그램이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SNS 브콘탁테를 설립한 파벨 두로프가 만든 무료 메신저다. 파벨 두로프는 지난 4월 브콘탁테가 보유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고, 독일로 망명했다. 갓 서른을 넘긴 파벨 두로프는 정부기관의 감시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소통수단을 위해 텔레그램을 개발했다. 텔레그램은 대화내용이 암호화되는 등 보안을 강화했고,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했다. 사이버 망명의 발단은,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이버상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부터다. 발언이 나오자마자 검찰은 인터넷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허위사실 유포자를 상시 적발하겠다며 전담팀을 꾸리기 시작됐다. 인터넷 공간은 크게 동요했고, 카톡도 감시당할 수 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이후 검열이 불가능한 외국 메신저로 갈아타자는 주장이 일면서 텔레그램이 사이버 망명처로 떠올랐다. 텔레그램 국내 이용자 수는 현재 160만명을 넘어섰다. 사이버 공간의 유언비어 살포나 인격모독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난과 욕설로 오염돼가는 저질문화를 방치해선 안된다. 여기에 재해, 재난, 테러, 전쟁의 공포 시대에서 국가기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감시활동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합법적이어야 한다. 늘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적인 도청과 필요 이상의 감시, 정보 접근 능력을 가진 자들의 파괴적 정보수집 활동이다. 이번에도 정부와 검찰이 너무 거칠게 대응했다. 가뜩이나 불신이 넘치는 사회에서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국가기관이 개인정보에 접근하는데 합법적 테두리를 지키지 않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범죄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언어폭력

집 근처에 중ㆍ고등학교가 있어 학생들과 가끔 마주친다. 얼마전 편의점 앞에서 한 무리의 학생들이 컵라면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데 말끝마다 욕이다. 욕을 빼면 대화가 안되는지 욕을 입에 달았다. 욕을 잘 하는 청소년을 보면 무의식으로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재미삼아, 장난삼아 던진 말 한마디가 폭력이고, 더 큰 폭력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욕은 심각한 언어폭력이다. 언어폭력은 당사자들을 사지로 내몰기도 한다. 지난해 3월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과 폭언에 시달려온 10대 남학생이 23층 아파트에서 떨어져 목숨을 끊었다. 숨진 남학생이 남긴 유서에는 자신을 괴롭힌 가해 학생들의 이름과 내용 등이 상세히 적혀있었다. 욕설이나 협박으로 상대방이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느꼈다면 이는 명백한 언어폭력이다. 지난 2012년 8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은 사소한 언어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말해준다. 흉기를 든 남성이 옛 직장동료였던 여성 2명과 남성 2명을 수차례 칼로 찌른 여의도 칼부림 사건은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 남성은 직장동료들이 나를 험담했다. 기분 나빠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군에서의 언어폭력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광주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한 육군 강모 상병은 선임병으로부터 욕설 등의 언어폭력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 강 상병은 선임병이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하면서 너무 괴롭힌다. 죽고 싶다는 내용의 일기장을 남겼다. 군부대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이 자살이나 총기난사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며, 고질적 병영문화의 병폐가 언어폭력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사이버 언어폭력도 이미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 익명이 보장되는 가상의 공간에 쏟아내는 악성 댓글 등, SNS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으로 욕설을 하거나 인격모독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이버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언어폭력은 모욕죄로 형법이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해당되며 형법 311조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꼭 때리고 상처를 입혀야만 폭력이 아니다. 언어폭력은 그 어느 폭력보다 후유증이 크다. 칼보다 무서운 게 혀라는 말도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신뢰가 주는 달콤한 열매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가 지난달 29일 용인과 의정부시를 끝으로 올해 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경기지역 14개 지자체 금고와 모두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농협의 독주, 싹쓸이라는 표현으로 가치를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 어느 지자체장이 명성만 있고 내실이 없는 조직에게 자신의 곳간을 함부로 맡기겠는가. 농협이 주는 100% 국내 자본이라는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그동안 구축한 인프라와, 가장 중요한 고객(지자체)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없었다면 이 같은 쾌거는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그동안 금고를 도맡아 운영했으니 이번에도 문제 없을 거야라는 식의 안일한 생각으로 재계약 문제에 접근했다면 적어도 14곳 중 몇군데는 아니 절반 이상은 국내 굴지의 은행들에게 금고를 내주지 않았을까. 학창 시절 전교 1등이 자리를 수성하거나 스포츠 경기에서도 1위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그 자리에 도전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4일 폐막한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75㎏급에서 금메달을 따내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한 김현우 선수는 나보다 땀을 더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는 그만큼의 땀과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후발 주자에게 언제든지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농협도 이를 잘 인지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고 만족한다면 차기, 차차기에도 일선 시ㆍ군의 금고를 수성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이번 금고 재계약 과정에서 농협의 모토인 같이의 가치가 통했다면, 앞으로는 그 같이가 지역과 상생하는 맞춤형 가치로 변화돼야만 할 것이다. 혹자들도 농협이 만든 지금의 성과에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가 없다. 그들이 그동안 흘린 노력과 땀에 한번쯤은 박수를 쳐주는 것은 어떨지. 그것은 바로 신뢰라는 나무에서 열린 달콤한 열매이기 때문이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北의 ‘깜짝쇼’

그들은 평양으로 귀환하는 전용 비행기 안에서 무슨 말을 했을까. 아마 자유주의를 경계 했을지 모른다. 지금쯤 자유의 외세 침투에 방어할 북녘 인민에 대한 사상 강화를 논의할 수 있다. 수령론과 핵무기 포기는 절대로 꺼내지도 않을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이들이 존재하는 신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쪽 사람들 사고로는 수령론과 핵무기는 이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용납되지 않는다. 평양 정권은 제17회 인천 아시아 경기대회가 끝 나는 지난 4일 폐막식 참석과 북 선수 격려를 구실로 대남관계 실세인 김양건, 최룡해 로동당 두 비서와 인민군 총 정치국장 황병서 차수 등 3인방을 포함한 11명의 대표단을 인천 등에 보내 왔다. 차수(次帥)란 북이 멋대로 만든 계급으로 대장(大將) 위다. 차수 위로는 원수(元帥) 대원수(大元帥) 등이 있는데 대원수는 김일성 수령만이 지칭 된다. 김일성은 죽은지 오랜데도 여전히 소위 조선인민공화국 주석이다. 그나 저나 저들의 깜짝 방문 한번으로 대한민국이 취생몽사 하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통일부는 이달 말이나 11월 초에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있을 것으로 발표하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환상은 금물이다. 과거에 총리급 회담을 열번 가까이 하고 장관급 회담도 무수히 하며 퍼 주었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다. 아니,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갖기도 했다. 정부가 이들을 칙사대접하고 저들이 말하는 이른바 왕별의 차수 계급장을 단 625 침략자들이 설치다 못해 폐회식 귀빈석에 자리를 갖게해준 과잉 접대는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 하여도 간도 쓸개도 없는 짓이다. 국제사회에 각인된 매파 정권의 이미지를 개선코자 하는 것이 외상까지 뉴욕에 나선 유엔 외교고 이번의 3인방 방한이다.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은 회담과 작전을 교묘히 구사한 담담타타(談談打打) 전법을 썼다. 저들은 마오의 전법을 이어받은 것이다. 정부는 과거를 잊는 건망증에서 깨어나야 한다. 평화통일 헌법을 가진 우리가 북쪽 사람을 괄시할 수는 없지만 정체성까지 잃어서는 곤란하다. 대화는 물론 해야 하지만 성급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은행나무

가을에/ 은행나무 숲길을 걷노라면/ 내 마음까지 노랗게 물들고 말아/ 나도 가을이 된다. 용혜원 시인의 가을에 은행나무 숲길을 걷노라면의 일부다. 가을이 오면 부채꼴 모양의 노란 은행잎을 주워 책갈피에 꽂거나 생각나는 사람에게 가을 소식과 함께 보낸 일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도시의 가을은 은행나무에서 시작한다. 가로수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어가거나 은행 열매가 발에 밟히기 시작하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은행나무는 왕벚나무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많은 가로수다. 전체 가로수의 20% 정도이고, 도시 지역은 40%나 된다.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각광받는 것은 기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다른 수종에 비해 56배의 산소를 배출해 대기오염 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병충해에 강하고, 수명도 길다. 열매는 약재로 활용된다. 은행나무는 열매의 가운데 껍질이 하얘서 은(銀), 모양이 살구 같아서 행(杏)이라 해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를 은빛살구라고도 하는 이유다. 국내 최고, 최대의 은행나무는 양평군 용문사에 있는 것으로 천연기념물 30호로 지정돼 있다. 이 은행나무는 수령이 1천100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42m, 둘레 15.2m로 동양에서도 가장 크다. 전국에서 12그루의 은행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은행나무는 동물처럼 암수가 구분된다. 열매는 암나무에에서만 열린다. 다 좋은데 이 열매가 문제다. 은행나무 열매는 악취를 풍겨 시민들의 코를 틀어막게 한다. 행인들에게 밟혀 터지면 냄새가 더 심해지고 거리도 지저분해져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노란색 얼룩은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은행 열매가 악취를 내는 것은 은행 껍질에 있는 은행산과 빌로볼 성분 때문이다. 고약한 구린내를 풍겨 곤충으로부터 열매를 보호하려는 나무 본능에서 비롯됐다. 매년 이 맘때만 되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거리 악취민원을 줄이기 위해 은행 열매 채취반을 운영해 열매가 바닥에 떨어지기 전 미리 채취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일부 지자체에선 암나무를 잘라내기도 한다. 또 열매가 열리지않는 수나무로 바꿔 심기도 하는데 직경 15cm 정도 은행나무 한그루에 49만원 정도의 교체 비용이 든다. 수나무로의 교체는 비용도 그렇거니와 인간 편의를 위해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빨간 우체통의 부활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빨간 우체통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PC통신이 생기면서 설 자리를 잃기 시작하더니 이메일이 등장하고 휴대폰이 일상화 되면서 주변에서 빨간 우체통 찾기가 쉽지않다. 2013년 말 전국에 설치된 우체통은 1만8천60개로 지난 2008년의 2만3천761개에서 5년 만에 4분의 1가량인 5천701개가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만 648개의 우체통이 사라졌다. 우체통이 아날로그의 유물로 전락하면서 편지는 없고 각종 고지서와 홍보물만 넘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3개월간 한통의 편지도 들어오지 않는 우체통을 철거하고 있다. 하지만 산과 바다, 관광명소에는 거꾸로 우체통이 늘어나고 있다. 신속배달이라는 본연의 임무 대신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담거나 가족끼리 그동안 얘기하지 못했던 애틋한 사연을 전하는 등 특별한 의미를 내세운 우체통이다. 추억과 의미를 만드는 우체통은 지난 2006년 울산 간절곶에 처음 생긴 이후 힐링 열풍이 불면서 급격히 늘어 현재 사설기관이 운영하는 우체통까지 포함하면 100여개에 이른다. 해맞이 명소로 유명한 간절곶의 소망우체통은 높이가 5m에 달한다. 일출을 보러온 이들의 소망을 적은 편지가 가득하다. 광주 수완호수공원의 희망우체통은 높이 7m, 둘레 12m, 무게 6t의 국내 최대다. 지금은 밀렸지만 2009년엔 세계에서 가장 큰 우체통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설악산 중청대피소에 있는 대청봉 우체통은 해발 1천708m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고(最高)의 우체통이다. 우편엽서는 중청대피소에서 판매하고, 대청봉 등반 기념 소인도 찍어준다. 지리산 장터목대피소와 벽소령, 세석 대피소에는 하늘 아래 첫 우체통이라 부르는 새집 모양의 우체통이 있다. 특별한 우체통의 대표적인 것은 느린 우체통이다. 일반 우편과 달리 수개월, 1년 등 일정기간 우편물을 보관했다가 배송해준다. 인천 영종대교 기념관에는 낙조를 바라보며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 1년 후 받아보는 느림보 우체통이 있고, 강릉 경포해변에도 이와 비슷한 추억의 느린 우체통이 인기다. 제주 올레길에도, 서울 북악팔각정공원에도, 강원 화천 평화의 댐에도 사랑과 추억, 소망을 담아 나르는 느린 우체통이 있다. 산이나 들로 나들이 하기 좋은 계절 가을, 여행길에서 나에게 쓰는 편지 한장은 어떨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공정한 경쟁

지난달 19일 개막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4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45개국 1만3천여명의 선수ㆍ임원들이 36개 종목에서 16일간 열전을 벌였다.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혼신을 다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국민을 즐겁게 했다. 그중에서도 양궁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각종대회에서 세계 최강의 전력을 과시하는 효자 종목이다. 최근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에서 한국 양궁이 세계 1위를 놓치지 않는 이유라는 글을 봤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전국을 돌면서 실업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합을 벌입니다. △선발된 선수들끼리 다시 시합을 합니다. △상위권 선수들끼리 다시 시합을 합니다. △여러 번의 시합을 거쳐 4명의 선수가 선발됩니다. △4명은 트레이닝을 받습니다. 하루 10시간 이미지 트레이닝, 소음 트레이닝 등 철저하게 대회를 위한 훈련을 받습니다. △혹독한 트레이닝 속에 가장 성적이 부진한 1명은 탈락됩니다. 이런 긴 과정을 거쳐 최종 3명의 선수만 남습니다. △이렇게 선발된 3명의 선수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국제 대회에 출전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맥, 추천 등은 절대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받은 선수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들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고 탈락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회 진행되는 올림픽 경기마다 새로운 얼굴의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론에서 올림픽 우승자에 대한 특혜를 주면 어떠냐고 말하지만 무조건 선발전 성적으로 뽑습니다. 이 선발 과정 모두 투명하게 진행되며 예산 집행내역까지 공개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양궁협회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 양궁협회의 투명한 선발전과 예산 집행은 타국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로 모범적입니다. △협회 내에 파벌이 없다고는 말할 순 없지만, 결과에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금메달을 따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입니다. 결국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경영이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 최강을 수십년간 유지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모든 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공기관, 사기업 등 모든 조직과 단체에서 세계 최강 양궁과 같이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경영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경제부 차장

[지지대] 간접흡연

걷기 전도사, 건강 전도사로 통하는 의사 박용우씨가 1일 경기일보를 찾았다. 이달 월례회 강사로 초빙된 그는 이미 회춘 프로젝트라는 강의 제목을 공개했던 터라 더욱 관심을 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회춘할 수 있다는 건가? 하는 의구심은 너무나 쉽게 풀렸다. 그는 70, 80이 돼도 건강하게 살려면, 자식들한테 폐 끼치지 않고 살려면 오늘 당장 담배를 끊으십시오라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박씨의 강의 내용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멀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개인만이 아니라 주변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는 것도 잊고 있다. 담배연기는 간접적인 흡입만으로도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필터로 걸러내며 연기를 마시지만, 간접 흡연자는 거름장치 없이 그대로 연기를 마시니 누가 더 해로운지는 따져볼 일이다. ▲담배 연기는 주류연(mainstream smoke)과 부류연(sidestream smoke)으로 구성돼 있다. 주류연은 흡연자가 들이마신 후 내뿜는 연기고, 부류연은 타는 담배 끝에서 나오는 연기다. 부류연의 독성 화학물질의 농도는 주류연보다 2~3배나 높다. 게다가 담배연기 입자가 더 작아서 폐의 깊숙한 부분에서 침착될 수 있다. 그런데 간접흡연은 부류연이 85%, 주류연이 15%를 차지한다. ▲심각한 건 간접흡연자의 절반 정도가 자신이 간접 흡연한 사실도 모르고 있다는 거다. 국립암센터에서 19세 이상 성인 중 비흡연자라고 응답한 7천948명을 대상으로 소변 내 코티닌 농도를 조사한 결과 간접흡연이 확인된 경우가 4천92명에 달했는데도 노출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2천609명에 그쳤다. 노출되지 않았다는 응답도 1천558명이나 됐다. ▲식당은 물론 PC 방까지 금연이 확산되고 금연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간접흡연에 노출될 확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담뱃값 인상도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흡연자에겐 기막힐 노릇이다. 이처럼 흡연자에 대한 사회적 박대가 심해지면서 흡연자가 줄 가능성은 있지만, 골초들의 흡연 의지를 꺾을 순 없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으려고 매일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은 전쟁의 고통을 잊고자 더욱 담배에 매달릴 수 있다. 삶이 전쟁이 아닌 즐거움이 될 수는 없을까.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건강 이상설

연일 군 부대를 방문하다시피 한 김정은이 지난달 3일 저녁 그의 부인 리설주와 함께 모란봉악단을 구경한 이후로 종적을 감춰 와병설이 나돌고 있다. 그의 지병인 통풍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신병 이상설 외에 심지어는 정변설까지 추측되고 있다. 통일부는 이같은 건강 이상설, 정변설에 신빙성이 낮다 하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번의 갖가지 추측이 맞지 않는다 해도 김정은은 이상 비만형으로 단명한다는 사실이다. 이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김일성 할아버지를 닮으려고 일부러 살을 찌운다지만, 김일성은 그만한 나이 때 좀 뚱뚱하긴 하여도 이상 비만형은 아니었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제 불과 31세에 이상 비대 체구에다가 배까지 나왔다. 게다가 심장병의 집안 내력이 있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심장병으로 갑자기 죽고 작은 아버지 김평일(김정일 이복동생, 대사) 고모 김경희(김일성의 딸, 장성택의 아내) 등이 심장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뭣보다 주목 되는 것은 북의 세습이 4대까지 그러니까 김정은의 아들까지 이어 갈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는 점이다. 아직 아들이 없는 걸로 알려진 그의 단명이 길게 잡아 40대에 그친다 해도 그 소생은 20대 미만이 된다. 설마 한 덜 미성년자를 지도자로 옹립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 수령론과 순혈주의 주술에 사로 잡힌 북의 군부는 어떻게 하던 김일성 가계의 누군가를 형식적으로 추대해 놓고 집단지도 체제로 갈 공산이 많다. 이 때에 군부는 핵 포기로 인민을 위하는 개혁파와 핵 고수파로 나뉠 수 있다. 북은 남한에 대한 분야마다 한 부분씩 도맡아 몇십년을 연구하는데 비해 우리는 그렇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정부는 북에 대한 시나리오나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통일에 대비한 통일비도 비축돼야 한다. 죽음엔 노소가 따로 없다. 김정은 이상설을 앞으로라도 단순히 보아 넘기지 않아야 할 이유다. 서구 교육을 받은 그가 중국식 개혁 개방을 못하고 독재자로 낙인 찍힌 것은 유감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곤충식품

영화 설국열차에는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이 나온다. 열차 칸 하층민이 먹는 단백질 보충제가 바로 바퀴벌레를 재료로 한 양갱이다. 바퀴벌레 양갱을 끼니로 먹던 설국열차의 묘사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실제 메뚜기, 애벌레, 딱정벌레, 장수풍뎅이 등 각종 곤충을 주 재료로 한 식품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레스토랑에선 쇠고기 대신 귀뚜라미를 재료로 한 귀뚜라미 버거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루 100개씩 팔리는 이 버거는 쇠고기 패티 대신 건조 귀뚜라미를 튀겨 빵 사이에 끼우고 야채 치즈와 마요네스 등 소스를 뿌려 만든다. 독일에선 옥수수 조명나방과 누에 등을 재료로 곤충 통조림을 생산하고 있고, 프랑스 파리 식당가에선 개미와 번데기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량 위기 속 곤충이 미래 대체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곤충 7종을 식용으로 지정하는 등 곤충산업에 적극적이다. 메뚜기와 번데기, 백강잠 등 3가지를 식용으로 지정한데 이어 갈색거저리와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등 3가지 곤충의 애벌레와 귀뚜라미 성충을 식용목록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 곤충들은 2016년이면 합법적으로 식탁에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가 식용 곤충 개발에 적극 나선 것은, 곤충마저 수입해서 먹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곤충의 가치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우리 농촌도 곤충을 키우는 농가가 늘어났다. 올해 곤충시장 규모가 1천500억원 정도, 내년이면 3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곤충은 지상 최대의 생물군이다. 지구상 동물의 70%를 차지하고, 종류만도 100만종에 이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4년 현재 지구상에서 20억명 이상이 식사의 일부로 곤충을 먹는 것으로 추산했다. FAO는 지난해 곤충은 인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1천900종을 식용 범위에 넣었다.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가 90억에 달해 현재의 2배 정도 식량이 필요하다며 곤충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곤충은 단백질뿐 아니라 칼슘, 비타민, 철, 아연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곡물과 육류 생산을 위한 경작지와 목초지는 자연을 훼손하지만 곤충을 기르는 과정은 친환경적이다. 인간과 다른 면역체계를 갖춰 전염병도 거의 없다. 곤충, 징그러운게 아니라 인류가 사랑해야할 존재가 돼가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감사 릴레이

빨래할 것이 많아 감사한 것은 우리가 입을 옷이 많다는 것과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겆이 할 것에 감사한 것은 우리가 그릇을 채울 수 있는 음식이 있기 때문이다. 내 직업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에 감사한 것은 내게 일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한 지인이 감사 릴레이의 일환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요즘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평범한 사람들의 감사 릴레이가 조용히 퍼져 나가고 있다. 유명 인사나 스타들의 시끌벅적한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수그러든 지난달 말부터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24시간 내에 SNS에 올리거나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기부를 하고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목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사회적 이목을 끌지는 않는다. 감사 릴레이 참가자들은, 그래서 부담없이 릴레이에 동참할 수 있고 마음에 더 와닿는다고 한다. 감사 릴레이는 한 기독교 단체가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본떠 감사ㆍ사랑 등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맨 처음 시작한 이가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크리스천들의 감사 기도가 많았지만 차츰 종교와 관계없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고 있다. 감사 릴레이는 3일 동안 하루에 3가지씩 감사한 일을 SNS나 개인 블로그에 적어 올리고 3명을 다음 참가자로 지목하는 것이다. 지목받은 사람들은 처음엔 당황스러워 하기도 하지만 소소한 일상, 주변, 부모, 가족, 이웃, 나 자신 등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한다. 감사 릴레이는 소박하게 오늘 하루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관계와 일상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는 이가 많아진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감사 나눔이 더 번지는 듯하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만 해도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이 늘어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주변에 긍정적인 기분의 사람이 많아지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전염 효과도 생긴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 치이다보면 불평 불만이 늘게 마련이지만, 잠시 여유를 갖고 생각해보면 감사한 일이 너무도 많다. 감사하다 생각하면, 일상이 즐겁고 행복해진다. 범사(凡事)에 감사하라는 성경말씀이 새삼 명언으로 와닿는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향림원’과 군대

▶광주의 사회복지법인 향림원. 60여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지금 법인 이사장 일가에 대한 각종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보조금과 후원금을 횡령하고, 법인 수익금마저 이사장 아들인 김모 법인국장에게 들어갔다는 주장까지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인권 침해이다. 한 거주장애여성이 인권지킴이단 회의에서 여성 생활팀장이 주요 부위를 발로 꼬집고, 비비고, 아프다고 호소해도 계속 하다가 울음을 터트리면 그때서야 멈췄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향림원에서는 여성과 여성간에 일어난 심한 장난으로 생각하고 서로 화해해서 내부적으로 잘 마무리했단다. ▶이성이 아닌 동성간에는 성추행 문제가 적용되지 않는 걸까. 상황을 군대로 옮겨보자. 얼마 전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 남모 병장이 후임병을 성추행하는 등 가혹행위에 대해 군 법원은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다. 형량과 관계 없이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동성간 성추행을 했다고 문제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이를 군에서 은폐하려고 시도했다면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하물며 거주 장애인과 비 장애인 교사의 사이는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군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다. 장애인들은 사회적 약자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강자인 교사가 성추행을 했다면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진상규명에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향림원은 자체 인권지킴이단에서 제기된 문제를 당사자간 화해 했다는 이유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남 병장이 후임병과 합의를 했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향림원은 거주 장애인들을 상대로 설득이라는 명목의 회유와 협박까지 해왔다는 얘기도 들린다. 향림원에서 자라온 거주인들에게 이곳을 떠나라는 말은 곧 지구를 떠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이는 모두 일가족이 장악한 향림원의 폐쇄성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든 말일 터. GOP 총기난사, 윤 일병 사망, 남 병장 성추행 등 일련의 사건 모두 군대의 폐쇄성과 비뚤어진 위계질서에서 기인했다. 향림원 문제가 군에서 일어났다면 상황은 어땠을까.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몰입의 즐거움(Finding Flow)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을 차단하고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을 몰입(fiow)이라고 한다. 오는 10월 4일까지 개최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는 아시아 45개국의 선수들이 참가해 36개 종목에서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소통과 화합. 배려의 대회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목표는 정해져 있다. (금메달이라는 목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기만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선수들처럼 확실한 목표가 있는 경우에 몰입할 수 있다. 4년 동안 준비해온 박태환 선수가 수영에서 아쉽게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23일 밤 자유형 400m에 나선 박 선수의 기록은 3분48초33 이었다. 박 선수에게는 3분여의 시간이 아닌 한순간처럼 짧게 느껴 졌을 것이다. 몰입을 했기때문이다. ▶교육학과 심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탈리아 태생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의 저서 몰입의 즐거움. 원제는 Finding Flow. 그는 몰입 개념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몰입의 조건 3가지를 말하고 있다. 1.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2. 난이도가 적절해야 한다. 3.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빨라야 한다. ▶지난 2012년 4월 국민에 의해 선출돼 국민의 대표자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법률제정권, 예산심의권 등을 행사하고 있다. 정당구성원으로 활동을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여야 정치인들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각국의 선수들처럼 소통과 배려를 하지 못하고, 국민의 이익 대신 정당구성원으로서만 활동하는 듯하다.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일부 국회의원사이에서도 국회를 자진 해산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2003년 이후 헌법상 의결기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한 적이 없어 올해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2015년 새해 예산안이 예결위 심사여부와 관계없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데 걱정이다. 정치인들이여, 몰입의 정치를 통해 국민들이 즐거움을 찾았으면 한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효(孝)

효라고 하면 어른들이 부모 대접 받거나 노인 대접 받을 요량의 이기심에서 강조하는 걸로 일부 젊은이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어른 대접에는 어른노릇도 있어야 하고 대접도 대접이지만 효는 무엇보다 인성의 근본이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출발이 곧 효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짐승 세계엔 효가 없다. 어미의 새끼 보호 기간이 끝나 새끼가 독립하고 나면 어미와 새끼는 서로 몰라 볼 뿐만 아니라 어미와 생존경쟁 대열에 선다. 각종 강력사건 등의 사회적 범죄의 발호는 사회의 인성 결핍에 기인 된다. 좀 더 인성이 찬 사회 역시 효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 대한민국 교육법은 교육 이념을 홍익인간에 두고 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공통이익을 널리하자는 것이다. 그 정신문화의 기준이 효가 되는 것은 효의 덕성이 인간에서만 함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원은 효의 도시다. 정조 임금의 효 실행으로 생긴 당시의 신도시가 수원인 것이다. 정조 왕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을 양주서 지금의 화성 현륭원으로 옮긴 뒤 11년 동안에 무려 열두 번을 배알한 효의 화신이다. 이런 효 실천의 인성은 그 재위시 문화융성, 실용주의의 황금기를 이룩했는데 예를 들어 내탕금을 들인 화성의 유상 축성, 현륭원 행차 때마다 연도의 백성들로부터 직소를 듣곤 한 현대적 계몽군주의 애민사상을 낳았던 것이다. 차제 경기일보사가 수원시와 공동으로 오는 10월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초중고등학생 효 실천 토론 대회를 경기발전연구원과 경민대 주관으로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갖는 것은 매우 뜻 깊다. 미래의 주역인 후학들에게 인성의 원천인 효 사상을 계발시키는 것은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다. 나라의 교육이념에도 합치된다. 미래사회를 한층 밝게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효 사상은 만물 중 인간에만 허용된 가운데 동양 삼국에서도 한국이 제일 발달한 고유의 정신문화다. 마땅히 전승돼야 한다. 많은 참가와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임양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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