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뽁뽁이의 진화

찬바람이 불면 호빵 생각이 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부들은 난방비가 걱정이다. 무조건 줄이자니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가 쉽지않고, 맘놓고 따뜻하게 보내자니 전기료나 도시가스 고지서가 겁이 난다. 겨울 난방은 집안의 열을 바깥으로 빼돌리는 열도둑을 잡는게 우선이다. 아무리 난방을 많이 해도 벽이나 유리창을 통해 빠져 나가는 열을 잡지 못하면 연료비 손실이 엄청 나다. 추위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은 벽에 뭐라도 붙이는 것이다. 벽에 연예인 얼굴이 인쇄된 포스터라도 붙이면 표면 온도가 바로 1도 오른다. 벽과 사진 사이에 공기층이 생겨 단열(斷熱)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난방재로 큰 인기를 얻은 단열 에어캡 뽁뽁이도 유리창을 통한 열 손실을 크게 막아준다. 포장용 완충재인 뽁뽁이는 이중창 원리를 이용한다. 이중창은 유리와 유리 사이에 공기층이 있다. 공기는 열전도율이 유리의 4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만큼 열을 덜 뺏긴다. 뽁뽁이도 볼록 튀어나온 비닐 안에 공기가 들어있어 이중창 효과를 낸다. 뽁뽁이의 단열 원리는 알래스카의 이글루에서 쓰고있다. 눈으로 만든 집인 이글루는 바깥이 영하 40도라도 실내를 영상 25도로 유지해준다. 이글루 안에서 불을 피워 온도가 높아지면 안쪽 벽면이 녹는다. 녹은 물이 추위로 다시 얼면 공기가 많이 들어간 얼음이 된다. 즉 얼음 뽁뽁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난방비 절약제품시장이 성장하면서 뿌리는 뽁뽁이부터 적외선을 흡수하는 뽁뽁이까지 등장했다. 단열은 물론 열에너지를 흡수해 더 높은 보온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올해 출시된 뽁뽁이의 경우 기존 제품에 특수필름을 부착했다. 세라믹 물질이 첨가된 특수필름은 태양광 흡수 후 열에너지로 전환해 유리창 표면온도를 올려 보온효과를 높인다. 뿌리는 뽁뽁이는 열차단 단열 SEAG필름을 액상화한 것으로 창문에 간편하게 뿌리기만 하면 단열효과를 얻을 수 있고 창문을 열고 닫는데 지장이 없는 편의성도 있다. 화사한 디자인을 가미한 뽁뽁이도 나왔다. 주로 창문에 붙이는 뽁뽁이가 답답한 느낌을 준다는 의견을 반영해 색깔이나 무늬가 들어간 제품이 선보여져 실내 인테리어에도 한몫하고 있다. 아이들방엔 만화주인공이 그려진 제품이 인기다. 영하의 추위에 똑똑해진 뽁뽁이로 따뜻한 겨울을 만드는 것도 생활의 지혜다. 이연섭 논설위원

[천자춘추] 경제가 문제인가?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라는 구호를 앞세워 현직 대통령이었던 부시 후보를 이기고 당선되었다. 당시 부시대통령은 이라크와의 걸프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지지율이 90%를 넘는 상태였던 만큼 클린턴 후보의 승리는 놀라운 결과였고 국민들이 경제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사실 경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경제는 곧 우리의 삶이다.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식주가 모두 경제와 연관되어 있다. 인간의 행복이 100% 경제문제와 직결되어있지는 않겠지만, 가장 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첫 번째 정책목표를 경제발전에 두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를 경제로만 풀려고 하는데 있다. 경제정책이 잘되어 있다고 반드시 경제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사고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면 세월호 사고가 우리 경제에 문제가 있어 터진 것인가? 안전불감증에 젖은 국민의 의식, 선박회사와 관련기관의 부정부패, 선원과 경찰의 직무 유기가 주 원인이다. 경제와는 관련이 없는 이유로 사고가 터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왜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꺼릴까?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에 규제가 많고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부족한 것도 큰 이유이다. 이런 것들이 경제문제인가? 법과 의식의 문제이다. 요즘은 해외에 있는 우리 외교관들까지 수출 전선에 나선다고 난리이다. 외교관이 할 일은 따로 있다.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한국이라는 국가브랜드 가치가 오르면 Made In Korea 제품이 더 높은 값을 받아 수출은 자연적으로 증가한다. 한류 그 자체는 문화이지 경제가 아니지만 한류가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두가 잘 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모든 사람이 경제를 외치면서 경제부처를 질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법과 규정만 잘 지켰으면 세월호 사고도 나지 않았을 것이고 내수 침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공교육이 잘 진행된다면 엄청난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부디 남 탓하지 말고, 남의 일에 기웃거리지 말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자. 정부의 역할은 제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제대로 평가 받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민경선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통상지원본부장

[지지대] 연탄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그랬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안 시인은 연탄 한 장이란 시에선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내 자신을 성찰해 보게 되는, 공감 가는 시다. 자신의 몸을 불태워 누군가의 겨울밤을 따뜻하게 지켜주던 연탄, 생각해보니 꽤 고마운 존재였다. 다 타고 난 하얀 재는 눈 많이 내린 후에 길에 뿌려져 미끄럽지 않게 했었다. 예전엔 겨울철 김장만큼이나 월동준비로 연탄을 쌓아두는 게 중요했다. 살림이 넉넉한 사람들은 한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땔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생기는 대로 한 두 장씩 사다 쓸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저녁 무렵, 새끼줄에 연탄 한 두장 꿰어들고 골목길을 오르는 가장의 등굽은 뒷모습은 가슴 한 켠을 아리게 했다. 연탄이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1920년대 일본인이 평양공업소를 세우면서다. 국내 자본으로 세운 연탄공장은 대성그룹 고 김수근 회장이 1947년 대구에 세운 대성산업공사가 처음이다. 초기엔 조개탄 주먹탄 형태였으나 열량을 높이기 위해 구멍을 뚫어 구멍 수에 따라 구공탄 십구공탄 이십이공탄이 나왔다. 1965년 삼천리연탄기업사가 22공탄을 생산하면서 표준화가 됐다. 1960년대는 연탄산업의 전성기였다. 1963년 말 국내 연탄공장은 400여 개에 달했다. 국민연료 연탄은 1988년 이후 석유, 가스에 밀려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기름보일러가 보급되고 도시가스 같은 청정연료를 쓰면서 석탄 소비가 급격히 줄어 도시의 연탄공장은 변두리도 밀려나거나 문을 닫았다. 달동네에 공급되거나 비닐온실 난방용으로 명맥을 유지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연탄 소비가 다시 늘고 있다.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집도 늘었다. 때마침 불어온 복고바람 덕인지 거리에서 연탄구이집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고 보면 연탄의 시대는 막을 내렸을지 몰라도 연탄으로 상징되던 고난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어려운 이들에게 연탄배달 봉사를 하는 연탄은행에 기부가 줄었다고 한다. 영세민이나 차상위계층에게 연탄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는 유일한 난방수단이다. 연탄 한장의 기부가 절실한 연말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파워레인저 티라노킹

최근 티라노킹의 인기를 등에 업은 파워레인저 일본 완구 시리즈가 3년 가까이 1위를 지켜온 토종 완구 또봇을 제치고 국내 대표 완구 1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의 판매 계획이 없단다. 자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어떤 것을 해야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요즘 온통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허니버터칩과 인터스텔라, 그리고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티라노킹이 뒤덮고 있는데 이같은 업계의 얄팍한 상술 얘기를 꺼내고자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9월 일본 온타케산 화산 폭발 당시 여섯 살 된 아들이 아빠 일본에 화산이 폭발했는데 반다이사(파워레인저 장난감 제작사)는 문제가 없냐?며 자신이 일본에 가봐야 한다고 본인에게 일본행을 종용했다. 아들은 일본은 정말 좋은(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를 만드는 나라이기 때문) 나라여서 지구에서 없어지면 안된다며 아빠가 지켜줘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아들의 말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년이면 광복 70주년이다. 본인이 중학교 1학년 여름 방학때 학교에서 내준 방학과제 이외에 아버지가 숙제로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大望)을 읽은 후 독후감을 쓰라고 하신적이 있다. 당시 그 책을 읽고 일본은 참 무서운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우리세대 앞으로 몇 백년 몇 천년 뒤에도 절대 이길 수 없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들이 그 나라에서 만든 어린이 TV프로그램에 광분하고 그 나라 장난감에 애착을 느끼며 정말 좋은 나라라고 말할때 부모로서 일본에 대해 어떠한 역사관을 심어줘야 할지 정말 고민스러웠다. 내년이면 광복 70년을 맞는 대한민국이 과거의 암울한 역사를 놓고 일본에 항의하고 떼쓰는 우리가 아니라 보다 우월적 지위에서 그들을 나무라는 우리가 되길 바라본다. 최원재 경제부 차장

[지지대] “꽃을 선물하세요”

12월의 꽃으로 라넌큘러스가 선정됐다. 당신은 매력적입니다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우리에겐 사랑의 언약을 상징하는 꽃으로 알려졌다. 12월부터 3월까지 꽃을 피우는 이 꽃은 꽃잎이 300장을 넘는다. 추운 날씨에도 겹겹이 쌓인 꽃잎에 의지해 꽃을 피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12월의 꽃으로 이 꽃을 선정한 것도 이 꽃잎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나 혼자가 아닌 가족, 친구, 소외된 이웃까지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 속에서 서로를 되돌아 보며 보듬어 보자는 의미에서다. ▷라넌큘러스(Ranunculus)의 꽃 이름은 개구리를 뜻하는 라틴어 라이나에서 유래했다. 주로 연못이나 습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원산지는 지중해연안지방이다. 16세기 터키에서 서유럽을 거쳐 전 세계에 전파돼 세계적으로 자생하는 종류만 400여 종에 달한다. 빨간색과 주황색, 분홍색, 베이지색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녹색의 겹꽃 등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은 바람꽃류, 개구리자리, 미나리아재비류 등 23종인데 주로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된다. ▷그동안 12월엔 포인세티아가 대세였다. 붉은색과 녹색이 어우러진 모양새가 눈이 내리는 계절과 너무나 잘 어울려 특히 성탄절이면 연인들과 친구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는 선물 중의 하나로 꼽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크리스마스 장식화로 널리 애용됐다. 가장 인기를 끄는 품종은 붉은색의 캔들라이트. 100% 국산 품종으로 최근 중국과 일본, 남미 등지에 품종보호를 출원함으로써 국내 품종으로는 최초로 로열티를 받는 품종이 될 전망이다. ▷꽃은 받는 사람도 기쁘지만, 주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오랜 경기 침체와 꽃을 사치품으로 여기는 풍조가 더해지면서 화훼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올핸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수출에 의지하는 백합이며, 장미 농가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0엔당 1천300원 하던 것이 요즘 900원대로 떨어졌다. 수출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꼭 라넌큘러스가 아니어도 올겨울엔 꽃으로 이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인구

중국의 저력 중 하나가 인구다. 무려 13억5천 여명에 이르는 본토 인구 외에 지구촌 곳곳에 화교가 없는 나라가 거의 없다. 이런 인구를 국력 삼아 세계 제패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한 때는 인구를 소모품으로 취급했다. 한국전쟁 때, 참전 당시 중공군으로 불리운 마오의 중국 의용군 인해전술은 유엔군의 골치거리였다. 죽여도 죽여도 밀물처럼 달려드는 떼거리는 사람을 소모품시 하는 전법으로 인구를 줄이려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했던 중국이 개혁 개방과 함께 한 가정 한 자녀를 강조하는 가족계획정책을 버린 것이다. 표면상 이유는 한 가정 한 자녀는 버릇이 없어 장차의 국민성 형성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는 없는 처지에 아이만 많이 낳던 1970년대의 우리들 구호다. 그런데 이젠 둘이 아니라 하나도 낳지 않는 추세다. 농촌에 아기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한다. 비단 농촌 뿐 아니라 도시도 거의 마찬가지다. 지난 8년 동안 100조 원에 달하는 인구 증가의 지원정책을 썼으나 현실은 아무 성과없이 무서운 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가 2018년부터는 고령사회에 들어 젊은 생산 인구가 감소된다는 것이다. 노년층 등 소비 인구가 많아지면 국민총생산이 줄어든다. 나라 구조가 쇠퇴해지는 것이다. 위기다. 어쩌다 길에서 임신부를 보면 외경심을 가질 정도다. 딴 방법이 없다. 여성의 출산이 아담으로 하여금 에덴동산의 사과를 따 먹게 유혹한 이브의 원죄라면 그 연좌가 참으로 가혹하기도 하다. 임신 여성의 사회진출 저해가 저출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인권유린은 불가하다. 사회의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프랑스 같은 나라는 미혼모나 미혼부의 인식이 보편화 됐다. 탁상논리가 아니고 좀 더 현실에 밀착하는 정부의 관심과 인구 정책이 필요하다. 인구는 좌우지간 많고 보아야 한다. 국력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달력

달력은 전통시대 사람들의 시간관념, 생산활동, 세시풍속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오래된 달력으로는 경진력 보통력(보물 1319호)과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이 사용했던 대통력(보물 160호), 음양력이 교체되던 대한제국기의 명시력(明時曆) 등을 꼽을 수 있다. 조선시대 달력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농업정보다. 1579년에 간행돼 이듬해 사용된 경진년 대통력은 농사에 필요한 달(月)의 대소(大小)와 일진(日辰), 24절기의 입기시각(入氣時刻)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이보다 앞서 사용된 1597년 정유년 대통력은 류성룡의 글씨가 쓰여져 있어 류성룡비방기입대통력으로도 불린다. 1895년 고종은 요일제를 근간으로 하는 양력을 공포한다. 하지만 한동안 음력과 양력을 함께 쓰는 과도기가 이어진다. 아라비아 숫자가 나오는 근대식 달력은 193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 보급됐다. 1931년 기독교 선교사가 한국인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과 영문 설명을 담은 달력이 눈길을 끈다. 1960, 70년대에는 달력이 국가 정책의 홍보수단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런 달력의 변천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2015년 2월 29일까지 전시하는 달력, 시간의 자취 특별전을 통해 볼 수 있다. 디지털기기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지만 달력 속엔 시대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의 달력은 연말연시 소중한 선물이기도 했다. 근사한 그림이나 사진이 담긴 12장짜리 달력이나, 귀금속점에서 만들던 일력(日歷)은 가치를 더했다. 12장짜리는 종이가 좋아 교과서 덮개 등 쓸데가 많았고, 얇은 습자지로 만든 365장짜리 일력은 지질이 얇고 부드러워 화장지로 안성맞춤이었다. 먹고 살기 나아지면서 달력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거듭나 거실의 장식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젠 달력을 거는 곳이 그리 많지않다. 전통적인 벽걸이보다 탁상용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 젊은이들은 핸드폰 속 달력을 주로 이용한다. 2014년이 저물어가면서 마지막 달력 앞에 섰다. 12라는 숫자를 보며 올 한 해 어떤이에겐 흐뭇함이, 또 어떤이에겐 아픔과 회한이 있었을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는데 달력만한 것이 없다. 2015년 새 달력을 받아 멋진 계획을 세워보자. 내년 연말엔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이엉잇기

11월 중순 어느 단체와 동행해 남도의 내소사, 대흥사, 백련사 등 가을빛 고운 산사 산책을 다녀왔다. 강진 백련사에선 만덕산 오솔길을 따라 다산초당까지 걸었다. 온 몸으로 가을을 느끼며 걷는 그 길은 역시나 좋았다. 산길 끝자락에서 만난 다산초당(茶山艸堂)은 다산학으로 일컬어지는 정약용 학문의 결정체이자 요람이다. 유배 온 다산은 이 초당에서 10여년을 지내며 목민심서 등 500여권을 저술하고 실학을 집대성했다. 1958년 지역민으로 구성된 다산유적보존회가 무너진 초당을 복건해 사적 제107호로 지정받았다는데, 아쉬운 건 이름과는 달리 지붕이 기와로 돼있다. 조만간 짚을 얹어 본래의 초당 모습으로 복원할 예정이라고는 한다. 다산초당 지붕이 볏짚이 아닌 기와로 얹어진데는 매년 이엉을 엮은 지붕을 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여느 동네가 아닌 산 속에 건물이 있으니 말이다. 예전 초가 이엉잇기는 시골 동네의 연례행사였다. 해마다 추수가 끝나고 찬바람이 불 무렵이면 마을마다 초가지붕 교체작업인 이엉잇기가 품앗이 형태로 벌어졌다. 남자들은 새끼를 꼬며 이엉을 엮고, 여자들은 국수 삶고 막걸리를 준비해 마을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은 주거문화 개선으로 초가집이 사라지면서 정겹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돼버렸다. 40~50년전까지만 해도 볏짚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생활 도구였다. 볏짚을 엮어 지붕을 해 올리고, 멍석과 가마니를 짰다. 볏짚을 꼬아 만든 새끼줄은 일상의 잡다한 물건들을 묶고 엮고 매달고 갈무리 하는데 쓰였다. 이제 이런 모습은 용인 민속촌이나 순천 낙안읍성, 아산 외암마을, 경주 양동마을 같은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진풍경이 됐다. 이들 민속마을에선 지난달 말부터 시작해 이달 말까지 이엉잇기 행사를 갖는다. 기존 지붕에서 썩은 짚들을 거둬내고, 깔끔하게 엮은 이엉을 새로 올린다. 썩은 볏짚단 속에선 흰 굼벵이들이 꾸물꾸물 거린다. 초가 이엉잇기가 사라지면서 기능 보유자 지정의 목소리가 높다. 이엉잇기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어 기능 보유자로 지정해 놓지 않으면 명맥이 끊기는 건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짚문화가 사라지면서 굼벵이 또한 사라질 위기다. 일이 느리고 행동이 굼뜬 사람을 빗댄 굼벵이처럼 한다거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 등의 속담도 잊혀져 갈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향림원의 두얼굴

정말 가족처럼 돌봐왔는데, 키워준 은혜는 어디에 두고. 광주의 사회복지법인 향림원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이 아니라면서 향림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가족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장애인들을 키워왔다는 향림원.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에서 장애인 성추행과 폭행 등 인권침해, 이사장 일가의 각종 비리는 사실로 드러났다. 가족처럼 장애인들과 살았다고 말하기엔 너무도 어두운 단면들이다. 이를 놓고 볼때 향림원 이사장일가와 그 측근들, 그리고 거주 장애인들간에는 보이지 않는 갑과 을의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을까 한다. 시설이 장애인들을 키워준다고, 은혜를 줬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이미 이 관계는 수평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향림원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러한 속내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라 봐도 무방할 터.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향림원은 2012년 광주의 사회복지법인 향림원 2대 이사장이었던 김문동 선생이 작고한 뒤, 그의 아내가 3대 이사장에 오르고 아들이 법인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정말 어려웠던 시절, 개인 재산을 털어 사회적 약자인 중증장애인을 돌보기 시작했던 그 숭고하고 큰 뜻은 아무리 존경받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향림원 뿐 아니라 다른 사회복지법인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바로 시설 운영자들의 마음가짐에서 발로된 것이 아닐까하고 반문해본다. 이제는 세상이 좋아져 사회복지법인은 정부 보조금으로만도 운영이 가능해질 정도가 되면서 생기기 시작한 부작용일지도 모른다. 사회적 약자를 사재까지 털어 보살핀 선대의 숭고한 취지는 희미해지고, 부모가 물려준 사업장으로만 여기기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향림원이 중증장애인들의 시각에서, 이들의 마음을 살펴 진정한 가족과 같이 생활하기를 바라본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는듯하다. 새 술은 새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같은 눈높이에서 중증장애인들을 어루만지고 가슴으로 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체제에서 운영하는 상상도 해본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미생(未生)

아닐 미(未) 날 생(生) 미생(未生)은 바둑용어다. 바둑에서 미생은 집이나 대마 등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의 바둑돌을 말한다. 미생은 미완성되고 불투명한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미생 상태의 돌이 집을 형성해 죽지 않는 상태가 되면 이것은 완생(完生)했다고 말한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윤태호 웹툰 작가의 원작을 극화한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다. 이 화제의 드라마 속 주인공은 검정고시 고졸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입사한 계약직 신입사원이다. 주인공 주변에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나온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처럼 극악무도한 악인도 없고 그렇다고 천사같이 완벽히 선한 사람도 없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직장 상사나 동료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드라마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아마 현실세계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이 현실과 근접하게 투영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군가는 한 번쯤 겪었을 계약직으로서, 신입사원으로서의 어려움 등이 현실과 비슷하게 그려진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저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방식은 마치 바둑에서 미생 상태에서 완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를 두는 바둑판 위의 바둑돌에 비유한 점이 흥미롭다. 미생이라는 상황은 비단 직장인만 비유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직과 기관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기문화재단 조창희 대표가 발로 뛰며 어렵게 계획한 내년 예산이 경기도의회에서 40억원 넘게 삭감됐다고 한다. 조 대표는 지난 9월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됐다. 드라마 미생의 계약직 신입사원 신분의 주인공처럼 신입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도 내년 예산을 세우면서 힘 없는 도 산하기관이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미생은 완전히 죽은 돌, 사석이 아니고 완생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어떻게 수를 두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 신입 단체장 조창희 대표가 이끄는 경기문화재단이 미생에서 완생으로 거듭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국무회의

국가의 최고 정책 기관이 국무회의다. 각 부처의 유관 업무를 통괄 조정하는 것도 여기서 한다. 장관이 국무위원이 된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러나 임명 절차는 국무위원이 먼저다. 즉 사령에 국무위원에 임명함. ○○부 장관에 보함이라고 되는 것이다. ○○부 장관이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무위원 신분이 앞선다. 국무위원은 그만큼 중요하고 국무회의는 의장에 대통령, 부의장에 국무총리가 되는 것 외에 당연히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 그런데 관계법은 배석 제도를 언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국무회의 토의상 필요한 사람은 출석시켜 관련 업무를 발언케 하는 것이다. 이때 배석자는 표결권 없이 발언권만 갖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경기도지사가 빠지는 관행은 이해할 수 없다. 서울 시장만이 배석자로 참여하는 관행이 배가 아파하는 소리가 아니다. 수도의 시장이 참여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겠으나 수도권의 핵심 도지사가 빠지는 건 일 처리에 경우가 틀렸다. 본보는 사설을 통해 경기도지사의 국무회의 참여를 촉구한 적이 있고, 이 같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서울 인구는 1천100만여명인데 비해 경기도는 1천300만여명이다. 역조현상을 낳은 지 수년이다. 서울 인구가 경기도로 역류하는 세태다. 이런 변수 외에도 경기도 문제를 경기도지사 참여 없이 제멋대로 논의하여 낭패를 본 적이 과거에 한 두 번이 아니다. 국무회의를 할 때마다 참석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특히 기업 연관의 국토운영, 환경보건, 도로교통 등 문제는 광역화하는 추세다. 전국 인구의 삼 분의 일이 경기도에 살고 있다. 당연히 경기도지사의 참여가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전 정권의 몹쓸 관행의 적폐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 정부는 새삼 많은 부문의 적폐에 시달리고 있다. 이도 혁신의 대상인 것으로 안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비정규직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다룬 카트(감독 부지영)가 화제다. 영화는 지난달 13일 개봉 당시와는 달리 할리우드 영화들에 밀리긴 했지만 11월 30일 현재 누적관객 수 77만1천167명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카트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규직 전환을 눈 앞에 둔 선희를 비롯해 싱글맘 혜미, 청소원 순례, 순박한 아줌마 옥순, 88만원 세대 미진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노조의 노자도 모르고 살았던 그녀들은 용기를 내 서로 힘을 합쳐 우리 말을 들어봐달라고,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싶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람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표현한 영화 카트는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로 큰 공감을 자아냈다. 비정규직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에 불을 댕긴 이 영화는,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와 절대적 갑(甲)인 대기업간 싸움이라는 민감한 주제에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등 유명여배우들이 출연료까지 자진삭감해가며 출연해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관람하며 비정규직 문제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저임금ㆍ고용 불안 등으로 차별받는 근로자의 대명사로 통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하고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자 정부는 2007년 비정규직보호법을 마련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자리를 마구 늘리고, 차별하는 걸 막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난 올해 비정규직 숫자는 607만7천명으로 2007년(570만3천명)보다 37만4천명 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08년 134만9천원에서 2013년 158만1천원으로 더 커졌다. 이 법은 비정규직 고용 안정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편법만 양산했다. 2년 이상은 계약직을 쓰지말라는 취지의 법을 피하기 위해 몇개월 단위로 계약하는 쪼개기 계약까지 등장했다. 비정규직은 일용ㆍ임시ㆍ파견직을 전전하며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카트가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며 경종을 울린 것을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안구마우스

연세대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신형진씨(31ㆍ컴퓨터과학과 석사과정)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다. 손발을 움직일 수 없는 그가 세상과 소통하고 싶을 땐 어머니가 그의 손발이 되어줬다. 그런 그가 이젠 휠체어에 누운 채 맘대로 컴퓨터를 한다. 안구마우스 덕분이다. 안구마우스는 컴퓨터 마우스를 손 대신이 눈동자로 조작하는 장치다. 손발은 물론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사람도 모니터 화면에 글을 쓰고, 인터넷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달 25일 신씨는 삼성전자에서 안구마우스를 이용해 컴퓨터 시연을 했다. 인터넷 서점을 통해 책도 한 권 구입했다. 안구마우스가 개발되어 기쁩니다. 단순한 IT 기기가 아니라 중증 장애인에겐 팔과 다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런 문장을 안구의 움직임으로 써 보였다. 삼성전자가 이날 선보인 안구마우스 아이캔플러스(Eyecan+) 덕분이다. 안경처럼 직접 얼굴에 써야 하는 1세대 제품과 달리 아이캔플러스는 모니터와 연결된 셋업 박스가 사용자 눈을 인식해 자동으로 움직였다. 기존 안경형 장치는 흘러내리거나 움직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런 단점을 개선했다. 안구마우스 아이캔은 원래 2011년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로 개발됐다. 루게릭병 환자가 어떻게 컴퓨터를 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오픈 소스를 받아 창의개발연구소의 1호 과제로 시작했다. 사내 C-랩(Lab)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개발에 나서 이듬해 첫선을 보였다. 안구마우스가 세상에 없었던 건 아니다. 해외에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제품이 있지만 가격이 1천만원 이상 고가라 지체 장애인들이 엄두를 못 냈다. 아이캔은 불과 5만원 이내 재료비로 만들 수 있다. 업그레이드 버전인 거치형 아이캔플러스도 25만원 정도의 재료비면 된다. 삼성전자는 아이캔플러스를 내년 초부터 필요한 곳에 무료로 보급하고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기술을 공개해 사회적 기업 및 벤처 기업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장애인과 노인 등이 독립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접근 방식을 보조공학(補助工學)이라고 한다. 세계의 일류기업은 자신의 기술역량을 보조공학에 쏟아부어 수준 높은 사회환원을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규모에 비해 이런 기술 환원에 인색한 편이다. 삼성전자의 안구마우스 개발과 보급이 우리나라 보조공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경기교육 퇴보의 기로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교육계를 넘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새삼 여기서까지 무상복지정책에 대한 지리한 찬반 싸움에 가세하고 싶지 않다. 다만 정부의 거짓말로 경기교육이 퇴보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에 대해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2015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한 경기교육재정현황 설명회를 통해 내년도 세입규모는 11조7천160억여원 수준이지만 세출예산 요구액은 13조2천160억여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즉 내년에 1조5천억여원의 부족분이 발생, 해당 금액만큼 빚을 내거나 쓸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결국 도교육청은 수차례의 대책회의를 통해 1조5천억여원의 부족분 중 8천945억원의 세출 예산을 삭감하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같은 구조조정이 곧 공교육의 질 저하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도교육청은 정원외 기간제교사 1천409명 감축, 사서 및 급식실종사자 등 학교실무직원의 신규채용 중단, 혁신학교 예산 절반 축소 등을 이미 공표했으며 노후화된 학교시설물 보수 등의 예산도 점차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경기교육재정이 파탄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분야 핵심공약으로 국가에서 책임지고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2조1천545억원에 달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로 단 한푼도 편성하지 않은 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 정부가 낸 생색의 뒷처리로 아이들 가르치기에 전념해야 할 경기도교육청이 돈이 없어 교원 수를 줄이고 비새고 낡은 학교 시설물을 고치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과거 50~60년대 가난으로 가르치지 못하던 현상이 이젠 교육청 예산부족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회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교육은 그 어느것보다 가장 우선시되야한다는 것을 박수철 사회부 차장

[지지대] 인사청문회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다. 국회의원들이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해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1문1답 등을 통해 검증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지난 2000년 6월 도입됐다. 2005년 인사청문회법의 개정으로 장관 후보자까지 청문회 대상에 포함되기 시작했다. 청문회 이후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한 대상자(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와 청문회 이후 국회 인준이 필요없는 대상자(행정각부의 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로 구분된다. TV로 생중계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청문회 스타가 생겨나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에게는 청문회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 보일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반대로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낙마한 후보자들도 부지기수다. 위장전입, 부동산의혹, 전관예우 등으로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거나 인사청문요청 철회 등 낙마가 잇따르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말이 세간에 돌면서 신상털기식 청문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안대희ㆍ문창극 총리 후보자,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민선 6기 남경필 경기지사 취임 이후 경기도에는 여야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치모델 연정이 도입됐다. 지난 8월 연정 실현을 위한 정책협의회 합의문을 이끌어냈고 9월에는 경기개발연구원 등 6개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24일 사회통합부지사 후보를 선출하면서 여야가 공존하는 연정의 2막이 올랐다. 그러나 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은 자신들이 추천한 사회통합부지사에 대해 청문회대상이 아니며, 자체검증으로 끝났다고 얘기하고 있다. 정책검증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 도민들에 대한 예우라고 본다. 새누리당의 결정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먼저 사회통합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주장하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헌법 54조

헌법 54조(예산안의 심의확정, 의결기간 초과시의 조치)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1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 확정한다. 2 정부는 회계 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 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 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하여야 한다. 3 새로운 회계 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에는 다음의 목적을 위한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 할 수 있다. (이하 생략) 문제는 제 2항이다. 훈시규정, 강제규정 어느 것으로 보느냐 여부다. 문맥으로 보아서는 강제규정이다. 단순히 의결한다는 훈시가 아니고 의결 하여야 한다고 했다. 강제성을 가진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위반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훈시로 해석, 해마다 여야가 정기국회를 넘기고 연말이 다 되어 임시국회를 소집하여 예산안을 처리하는 악습을 수년 동안 되풀이 해 왔다.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대통령이 예산안과 관련, 직접 시정 연설을 국회에서 하고 국회 여야 지도부와 환담을 가진 예산안이다. 얼마 전에는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하기도 했다. 제 2항을 비록 훈시규정으로 볼지라도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그 것도 법의 법인 헌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여 되겠느냐는 것이다. 정부 각 부처도 새 예산을 숙지할 기간이 필요한데도 국회는 이런 기간도 없이 처리해 왔다. 국회 환담에서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일 (12월2일)을 다짐한 야당 지도부가 또 기일을 어길 듯이 말하는데 비해 여당은 단독국회도 불사할 태세다. 예산안 심의는 경험상 오래 끈다고 충실이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제 3항의 경우는 천재지변으로 국회 소집이 불가능 했을 시다. 이러한 예가 아니고 처리 기일을 늦추는 것은 정쟁을 위한 정쟁으로 이도 청산해야 할 구 시대의 관행이다. 12월2일이 코 앞이다. 오늘 내일의 국회가 주목되는 이유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온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리운 풍경 하나가 생각난다. 따뜻한 온돌 위에서, 화로에서 갓 꺼낸 군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먹는 모습이다. 이런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은 사람이라도 요즘같은 계절엔 뜨끈한 온돌방이 그리워진다. 온돌이 우리 정서 깊숙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돌((溫突)은 우리 고유의 전통 난방 기술이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불기운이 방바닥 밑으로 난 방고래를 통해 퍼지도록 해 방바닥 전체를 덥게하는 난방 장치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발명된 온돌은 한밤 내내 방바닥을 따뜻하게 덥혔다. 온돌은 열의 전도와 복사, 대류를 모두 이용한 과학의 산물이다. 온돌은 선사시대부터 이용됐다. 4세기경 황해도 안악3호분 고분벽화에도 등장한다. 중국에도 우리 문화와 관련있는 랴오닝성, 지린성 등에 침대같은 곳에다 아궁이를 지피는 캉(杭)이 있다. 고구려에서 유래된 변형으로 현재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온돌은 기술적ㆍ문화적으로 우수하다. 우선 실내에서 직접 불을 때 공기를 데우고 불을 쬐는 서양식 벽난로와 달리, 온돌은 거주 영역과 열원을 분리해 실내로 연기나 유해가스, 재가 들어오지 않아 쾌적하고 청결한 실내환경을 제공한다. 또 벽난로는 연소가 끝나면 열이 바로 사라지지만 온돌은 구들장에 비축된 열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난방이 가능하다. 온돌은 바닥과의 신체 접촉을 통해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실내온도를 1518도로 낮게 해도 거주자가 방이 따뜻하다고 체감한다. 온돌에서 파생된 문화도 다채롭다. 온돌 열기로 발효식품을 만들어 먹는 식문화, 가마솥에 탕을 끓여먹는 식문화,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앉아서 생활하는 탈화좌식(脫靴坐式) 관습, 앉아서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문화, 앉아서 즐기는 놀이문화 등이 모두 온돌에 기반해 싹튼 문화양식이다. 대중성도 높다. 대부분의 한국 주택에는 현대식 개량 온돌(온수보일러)이 설치돼 있고, 온돌 문화를 체험하며 열 접촉으로 피로를 풀고 휴식을 취하는 찜질방 문화가 보편화 돼있다. 온돌이 갖는 한국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온돌의 문화성을 보존하기 위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마침 정부가 온돌의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선 온돌 기능보유자와 전수조교에 대한 지속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심리 부검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공무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2013년 12월 서울고법이 일 때문이었다면 업무상 재해가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미 사망한 김모씨는 법정에서 진술을 할 수 없었지만 그의 심리를 분석한 심리부검 감정서가 자리를 대신했다. 사법사상 처음이었던 심리부검이 우울증 발병이 업무와 관련없다던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뒤집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9년 11월, 23년간 세무공무원으로 일했던 김모씨는 내가 죽는 이유는 사무실의 업무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걸 확실히 밝혀둡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그의 부인은 2010년 유서를 근거로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했고 2011년 1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업무과다가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라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심리부검을 통해 김씨의 우울증이 업무 스트레스 때문임을 밝혀낸 것이다. 한국에선 매해 1만4천여명의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이 28.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자살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한국에선 자살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크다. 망자가 유서마저 남기지않고 떠나면 자살전 심리상태나 당시 주변 상황은 더욱 알기 어려워진다. 이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한 방법으로 고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심리부검이 주목받고 있다. 신체부검이 사망사건 원인 규명을 위해 시신을 해부하거나 생화학적 방법으로 조사하는 것이라면, 심리부검은 타살인지 자살인지 규명되지 않은 경우 혹은 자살로 추정될 경우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자살자의 가족ㆍ친척ㆍ친구 등 지인들의 면접조사와 자살자의 의료기록 및 정신과 치료 기록 등을 분석해 자살 원인을 밝혀낸다. 선진국에서 재판 등에 많이 활용되는 심리부검이 우리나라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부산시가 전국 처음으로 일선 경찰서ㆍ정신건강증진센터와 공동으로 심리부검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 정신과 치료 경험자, 40대 무직자,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사람이 자살 고위험군으로 나왔다. 이들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하면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심리부검사업 등을 통해 자살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남 지사의 역정

남경필 지사가 처음으로 도정수행과 관련, 화를 좀 많이 냈다고 한다. 지난 17일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의회 수장들은 조찬 형식을 빌어 소통 및 상생 협력문에 서명하기로 했지만 불발되면서다. 협약 체결에 앞서 실무자들간 의사 소통이 이뤄지고 이재정 도교육감과 강득구 도의회의장은 이같은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남 지사는 단순한 식사 자리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도와 도교육청간 가교 역할을 한데다 지난 14일 보도자료까지 냈던강득구 도의회 의장만 머쓱한 모양새가 됐다. 도의회 관계자는 사전에 도와 도교육청 대변인실과 모두 협의해 보도자료까지 뿌렸는데...라며 당혹해하기도 했다. 배경을 알고 보니 경기도 관련 실ㆍ국과 참모진 모두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집행부 내에선 기획조정실과 교육협력국이 업무를 담당했고 참모진에서도 협약을 준비했으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고 서로 보고했겠지라고 생각했다는 게 해명이었다. 또 서로간에 책임을 미루는 볼썽 사나운 모습마저 연출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 가족 문제나 판교 환풍구 사태,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 등에서도 항상 웃음을 보였던 남 지사지만 아침부터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니 화가 난건 당연하다. 남 지사 취임 이후 그동안 겪지 못했던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해외방문 때도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항상 밤늦게까지 대기하던 현안 부서 공무원들의 모습도 보기 힘들다. 직원들과도 격의없이 지내기도 한다. 전임 지사처럼 밤늦게까지 보고를 받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물론 남 지사가 전임 지사와는 전혀 다른 업무 스타일을 갖고 있는 만큼 생소할 수도 있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서는 곤란하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 같은 일이 반복되기에는 경기도는 이제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일부에서 나태해졌다, 나사가 빠졌다 등의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다시는 이 같은 헤프닝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동식 정치부 차장

[지지대] 카더라 통신에 휩싸인 체육계

경기도 민선 6기 남경필호가 출범한 지 4개월여가 경과하면서 도 산하기관 단체장에 대한 인사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 1일 남경필 지사 취임 이후 역대 다른 민선 도지사들에 비해 산하기관 단체장 교체가 비교적 원만하고도 잡음없이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남 지사가 물리적인 교체보다는 대다수 단체장들에 대해 잔여 임기를 보장하는 배려(?)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일부 기관장에 대해서는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고 일부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태도 있었으나, 이는 후보자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문제 였을 뿐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아무튼 민선 6기 초 산하단체장에 대한 인사는 비교적 무난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동안 지방선거 때마다 도지사 당선의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른 인사 잡음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산하기관 또는 재정적 지원을 받는 단체 가운데 내년 1ㆍ2월 임기가 만료되는 경기도체육회와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두 단체장 자리에 대한 하마평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기관의 단체장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을 불과 2ㆍ3개월 앞두고 두 자리에 대해 거론되는 인사들 2~3명의 이름이 맞물려 카더라 통신은 전하는 사람에 따라 하루에도 몇번씩 인사들이 자리가 이동되는 진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두 단체장의 업무 수행 능력에 큰 문제가 없어 이들에 대한 재신임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현직 단체장은 물론 해당 기관 구성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인사권자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여러 정보가 근원지도 모른 채 체육계에 떠돌고 있다. 인사권자인 도지사의 결심에 따라 연말연시를 전후해 두 단체장에 대한 거취문제가 결정될 것이라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관과 체육계에서는 현 단체장이 연임을 하든, 아니면 새로운 인사로 교체되든 간에 전문성과 업무 수행능력을 갖춘 사람이 적재 적소에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체육회와 월드컵재단 모두 변화와 개혁이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두 기관 단체장에 대한 인사를 둘러싼 설이 장기적으로 난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지사의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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