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지도로 보는 동해’展

일본은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라고 우긴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 지배를 하고있는 상황에서도 독도가 담긴 동해가 일본해라고 주장한다. 일본해로 표기된 지도가 전세계 지도의 70%에 이를 정도다.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를 뒤 집을만한 고지도는 많다. 일본 스스로 만든 지도부터가 그렇다. 1810년 일본 에도막부의 천문담당 관리 다카하시 가게야스가 막부의 명을 받아 신정만국전도(新訂萬國全圖)라는 세계지도를 제작했다. 이 지도에서 한국은 반도 형태에 조선(朝鮮)이라 표기했고, 동해는 조선해(朝鮮海)라 썼다. 일본 동쪽 바다는 대일본해(大日本海)라 표기했다. 일본 학자 미쓰쿠리 쇼고가 1844년 만든 신제여지전도(新製輿地全圖)도 마찬가지다. 동해는 조선해, 일본 동쪽바다는 대일본해라고 표기했다. 1853년 스이도우가 제작한 일본 지도 지구만국방도(地球萬國方圖)에도 동해는 조선해로 표기돼 있다. 서양의 고지도에선 아예 한국해로 표기되고 있다. 포르투갈 천체학자인 고딩유가 1615년 제작한 아시아지도엔 동해가 Mar Coria로 표기됐고, 영국 더들리가 1647년 제작한 지도엔 Mare di Corai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또 프랑스의 지도 제작자인 다네가 1760년 만든 지도엔 Mer de COREE로 표기됐으며, 영국의 새뮈얼던이 1774년 그린 에도막부 당시 지도엔 GULF of COREA로 표기돼 있다. 1794년 영국인 던이 제작한 일본과 한국 지도에도 동해는 COREAN SEA로 적어 한국 영해임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시작된 동해(East Sea) 병기 법안 움직임이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주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고지도 증거 덕분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4월 6일까지 열리는 고지도로 보는 동해 특별전에 경희대 혜정박물관이 소장한 고지도 7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동해가 한국해임을 제3자적 시각에서 증언하는 실증유물과 자료들이다. 동해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바다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국호(國呼)에 해당하는 역사적인 명칭이다. 김혜정 관장의 말이다. 이번 전시는 국제공인 동해ㆍ東海ㆍEAST SEA 표기의 정당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여성할당제

여성들이 뿔 났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전국 160여 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6ㆍ4 지방선거 긴급여성네트워크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각 정당에 지역구 여성공천 30% 보장을 촉구했다. 집권 여당이 여성 우선 공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야권의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 입장만 내세우며 여성 참여 보장을 위한 어떤 원칙도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여성할당제는 여성의 사회ㆍ공직 진출을 위해 여성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자리를 할당하는 제도다. 남성 중심의 사회구조와 정치구조에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교정하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여야정당이 광역의회 비례대표의 50%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지역구 공천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권장했다. 그럼에도, 선거 때만 되면 여성할당을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여성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된 곳에서조차도 기존 기득권 세력의 거센 반발에 재검토 방침을 내놓고 있다. 정당의 입장에선 선거에서 우위를 점하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을 두고 할당제를 빌미로 여성을 지명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여성 정치 공천할당 30% 이행이 험난해 보이니 여성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남성중심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ㆍ정치 참여의 길을 마련해 주는 것은 양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꼭 필요한 조치다. 전 세계에서 법정 할당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94개국이고, 정당이 자발적인 할당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68개국에 이른다. 스웨덴은 40% 이상의 성평등 할당제를 도입, 양성평등 실현에서 가장 앞선 나라로 꼽힌다. 정당의 운영 목적 중 하나는 정당 운영을 통해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여성정치인을 길러내는 것도 정당의 목적이자 의무이다. 정당은 역량 있는 여성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키워내려고 애써야 한다. 여성이 경쟁력에서 밀린다고, 남성들의 반발이 거세다고 물러나는 것은 책임회피로 밖에 볼 수 없다. 분명한 건 이번 6ㆍ4 지방선거 공천과정을 지켜보는 여성의 눈이 세상의 절반이나 된다는 거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TV토론회

1960년 케네디가 닉슨을 제치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중 하나가 TV토론이다. 당시만 해도 TV토론이 처음이었기에 생소했지만, 무명 케네디의 패기와 젊음 등을 본 유권자들은 케네디에 한표를 던지면서 예상을 뒤엎었다. 미국 역사상 최연소로 취임한 대통령으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24년뒤인 1984년 10월 미국에서는 재선에 나선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공화당) 대 민주당 후보 윌터 먼데일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TV토론회에 참가했다. 패널 중 한명이 당시 73세였던 레이건에게 고령의 나이를 지적하며,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뉘앙스의 질문을 던졌다. 레이건은 발끈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나이어림이나 경험 부족 등을 문제삼아 당선될 생각은 없다는 내용으로 재치있게 답변했다. TV로 중계를 본 시청자 상당수가 이같은 장면에 반해 레이건에게 아낌없는 한표를 던져 압승, 재선에 성공했다. 오는 6월4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27일 오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제1차 공직선거정책토론회가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해 생중계된다. 새누리당, 민주당, 통합진보당, 정의당에서 각각 원내대변인 등이 참석, 복지와 교육분야에 대해 토론한다. 공직선거정책 토론회는 4월과 5월에도 각각 한차례씩 더 진행된다. 또한 선거운동기간인 5월22일부터는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등에 대한 후보자토론회가 1회 이상 개최된다. 선거방송토론위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국민질문 공모에 나서기도 한다. 이밖에 새누리당은 당내 경선에서도 TV토론회 등을 통해 본선에 오를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TV토론회가 선거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만큼 흥미위주의 TV토론, 네거티브 TV토론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TV토론회는 인지도가 낮거나 정치신인 등에게 기회를 주는 장이 될 수 있다. TV시청자들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일당이 5억이라니

하루 일당이 5억원이라고 한다. 검찰은 호남지방의 금만가인 대주그룹 전 회장 허재호씨가 벌금 확정액 245억원을 납부하지 않아 지난 21일 환형조치 했는데 하루에 5억원씩 탕감한다는 것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세금 포탈로 벌금형을 받은 그는 이로써 49일만 있으면 벌금 245억원을 다 갚게 된다. 이건 특정범죄가중처벌이 아니고 특정범죄경감처벌이다. 구금 일수동안 말은 강제노역을 하는 것이나 실은 그럭저럭 시간만 보내는 것이다. 세상에 5억원 일당이 있다니 말도 아니다. 재벌의 보아 주기식 일당으로 돈없는 서민층의 분노가 높다. 서민들은 하루에 20만원 버는 특수 기술자도 환형조치 1일액이 겨우 5만원이다. 억울하다. 자갈통을 메고 진종일 층층대를 오르 내리는 잡역부도 아마 5만원은 더 받을 것이다. 환형에 서민층 사람값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의문인데 일반 서민 가격 5만원을 그 재벌에 비하면 서민층의 만 배다. 한동안 재벌에게 만연된 집행유예 바람이 사회의 비난에 실형으로 돌아서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는데 이번에는 벌금을 가지고 농간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유전무죄요, 무전유죄라더니 사람 밑에 사람없고 사람 위에 사람없다는 말도 말짱 헛 것인 것 같다. 재벌 밑에 사람있고 사람 위에 재벌있는 사회구조가 되어서는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 할 수 없다. 어떤 변호사는 당치 않은 재벌의 구금액에 대해 광주고법 항소심이 작심하고 보아 준 것이라고 말 했다. 이도 사법 불신이다. 사회정서와 너무 차이가 난다. 일어탁수 격으로 매도 당해 싸다 하겠다. 재벌이 아니고 재벌 할아버지라 하여도 행형사상 유례없는 일당 5억은 지나친 특혜라는 서민들 생각은 맞는 생각이다. 국회에서도 몇몇 정치인들 사이에 형법을 개정해 벌금의 환형 일당을 최고 50만원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양은언론인

[지지대] 결핵과의 전쟁

1882년 3월 24일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가 베를린의 생리학회에서 결핵균의 분리ㆍ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콜레라균과 탄저병균 등도 발견해 각종 전염병에는 각기 특정한 병원균이 있다고 주장했다. 코흐는 1905년 결핵에 관한 연구로 노벨생리ㆍ의학상을 수상했다. 결핵은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고질적인 질환이다. 국가 관리 법정 감염병 제3군의 만성 감염성질환으로,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우리 몸에 잠복해있다가 인체의 모든 조직ㆍ장기에서 발병하는데 이중 폐결핵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선 한국전쟁후 가난으로 결핵환자가 대량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사회ㆍ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있었다. 정부가 결핵퇴치사업을 펼치고, 경제성장과 국민 식생활 개선 등으로 보건의식이 향상돼 사정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인구 10만명당 100명의 결핵환자가 발생해 1년에 2천466명, 하루에 6.8명꼴이 숨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7명)의 7.8배나 웃돌고, 일본과 비교해도 5배나 높은 수치다. 이중 20~30대 젊은층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놀랍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세계 인구 중 3분의1이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0년에만 880만여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매년 110만여명이 결핵으로 숨진다는게 WHO의 보고다. 결핵에 의한 사망은 98%가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서 발생한다. 이렇게 볼때 우리나라도 결핵에 관한 한 후진국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결핵 유병률ㆍ발생률 및 사망자 수치 1위다. 결핵을 예방하려면 기침ㆍ재채기를 할때 입을 가리고, 2주 이상 기침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결핵환자가 기침을 할때 나온 균이 호흡을 통해 폐속으로 들어가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핵검사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됐어도 약 복용을 중단해선 안된다. 재발시 기존 약에 내성이 생겨 난치성 결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24일 결핵예방의 날을 맞아, 2020년까지 결핵발생률을 현재의 절반수준(10만명당 100명50명)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저개발 국가와 빈곤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결핵환자가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결핵은 반드시 퇴치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광명사람,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이라는 시집 하나로 1990년대 한국문단에 돌풍을 일으킨 시인 기형도(1960~1989)는 광명사람이다. 5살때 일가족이 시흥군 소하리(현 광명시 소하동)로 이사를 해 서른 나이로 요절하기까지의 생을 광명에서 보냈다. 당시 소하리는 급속한 산업화에 밀린 철거민과 수재민들의 정착지였으며, 도시 배후의 근교 농업이 성한 농촌이었다. 기형도는 돼지 치는 집 막내아들로 소하리란 공간에서 유년기과 청소년기를 보내며 시의 자양분을 얻었다. 그의 어린 날은 다락방 속 헌 책들로 인해 행복했다. 광명에서의 유년시절 체험은 기형도에게 중요한 시적 모티프를 제공했다. 1979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기형도는, 재학 중인 1982년 연세대 윤동주문학상에 시 식목제가 당선됐다. 1984년 중앙일보사에 입사해 정치부ㆍ문화부ㆍ편집부에서 근무했으며,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안개가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독창적이면서 개성 강한 시들을 발표하며 시집 출간을 준비하던 중 1989년 3월 7일 종로의 한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후에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간행됐다. 살아있을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시인은 사후 발표된 이 시집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시집에서 그는 일상 속에 내재하는 폭압과 공포의 심리구조를 추억의 형식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했다. 평론가 김현은 이러한 시를 현실을 철저히 부정적이고 고통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라고 평했다. 그의 시는 낯설고 우울하며 어두운 이미지, 고독과 죽음에 연결된 이미지들이 흔하게 쓰인다. 우울한 유년시절과 부조리한 체험의 기억들이 기이하면서도 따뜻하게, 처절하면서도 때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이후 1990년 그의 소설ㆍ편지ㆍ단상 등이 수록된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이 발간됐고, 1999년 추모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와 기형도 전집 등도 나왔다. 영원한 청년 시인 기형도의 시비가 2006년 광명 실내체육관 앞 야외공원에 세워졌다. 시비엔 어느 푸른 저녁이란 시가 새겨져 있다. 광명시는 시인의 25주기를 맞아 얼마전 기형도 문학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문학관은 시인의 육필 원고와 영상 자료를 전시하고 학생들을 위한 문학체험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광명의 문화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원격진료

최근 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지면서 원격진료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원격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 통신 수단을 이용해 진료를 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가 자택에서 혈압이나 혈당치 등을 병원과 연결된 단말기 등에 입력하고 의사와 화상을 통해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섬, 오지 등 의료 낙후지역 주민들의 의료서비스 향상 등에 기여할 수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장애인들도 병원을 찾지 않고 진료를 받을 수 있어 획기적인 의료기술이 될 전망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같은 원격진료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기업체 등은 원격 진료 관련 기술이 앞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며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원격진료 시스템이 일반에 보급되려면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일단 의료주체인 의사협회가 반대하고 있다. 정부의 의료 선진화 방안 중 하나인 원격진료가 동네 병원 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원격진료에 따른 오진 문제와 원격진료 시설 설치에 따른 병원의 부담가중 등도 문제점으로 등장한다. 원격진료 때문에 지방과 동네의원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도 대책을 내 놓고 있다. 원격진료를 동네 의원 중심으로 실시하고 이용 대상도 경증 질환자 등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팽팽히 맞서던 정부와 의사협회는 최근 논란 속에 원격진료 사업을 시범 실시키로 합의했다. 시범사업 실시와 평가 뒤 입법에 반영하기로 하면서 정부와 의협의 원격진료 갈등은 수면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시범사업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 지 여부 등 아직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원격진료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의료 시스템이다. 단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에 앞서 다양한 의견수렴 등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환자 개인정보, 결제 등이 원격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의 보안문제 강화와 시스템 안정성 확보 등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 중에 하나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승부사’ 정영섭 컬링감독

19일 새벽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정영섭 감독으로부터 따끈한 소식이라는 반가운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2014 세계여자컬링선수권에 참가 중인 경기도청이 스위스를 완파하고 3연승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낭보가 아닐 수 없었다. 2012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4강 신화를 쓰고, 첫 출전의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쳤던 한국은 유독 스위스에게만 이겨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 출전을 앞두고 정 감독은 필자에게 두 가지 목표를 털어놨었다. ▲2년 만의 4강 신화 재현과 ▲스위스를 반드시 한번 꺾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 감독의 두 가지 목표 중 하나였던 스위스전 승리가 마침내 이뤄졌고 4강신화 재현도 가시화 되고 있다. 정영섭 감독은 컬링인 출신이 아니다. 서울체고에서 신문선 프로축구 성남FC 대표, 조병득 대한축구협회 경기위원장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축구인 출신이자, 현직 중학교 교감이다. 30년동안 체육교사로 재직하면서 역도와 축구, 사격부 감독을 맡아온 정 감독은 2000년대 초 빙상팀을 이끌고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중 운명처럼 컬링을 접하게 됐다. 당시 정 감독의 눈에 컬링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자비를 들여 수 차례 캐나다 연수를 다녀왔다. 이 것이 계기가 돼 경기도청팀의 무보수 감독을 맡게 됐고, 2012년 세계선수권에서 첫 4강 신화를 이뤄낸데 이어 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쳤다. 정 감독의 다음 꿈은 4년 뒤 열릴 평창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이다. 이를 위해 그는 교장연수를 앞두고 있음에도 명예 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운동부를 맡을 때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앞세워 열정적으로 팀을 이끌었던 정 감독의 모습에서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이면서도 1990년대 한국마라톤을 이끈 황영조, 김완기, 이봉주 등을 키워낸 故 정봉수 감독이 떠오른다.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이뤄내는 승부사 정영섭 감독에게 평창에서의 새로운 신화창조를 기대해 본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상향식 공천이라는 것

기초 자치단체 공천 폐지 대선 공약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의 기초단체 공천 유지에 입장 표명을 침묵으로 일관한 채 당은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며 대단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그것이 그것이다. 상향식 공천이라 함은 이른바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 하향식 공천의 반대어다. 하지만 기초 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의원 후보에 낙하산을 탈만큼 특별한 인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당의 당협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원내 국회의원이나 원외라도 위원장쯤이면 시장군수나 시군의원 후보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말인 즉슨 상향식 공천이라고 해도 대부분 국회의원이 맡고 있는 제바닥 놀음이 되는 것이다. 당협 위원장으로 당원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위원장으로 당원을 장악하고 거기에 국회의원을 하는 한 상향식 공천은 영원히 국회의원의 공천인 것이다. 그렇다 하여 상향식 공천을 아주 부인 하는 것은 아니다. 어휘의 그 자체는 좋은 말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제도는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좋은 제도에도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요컨대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극소화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운용의 묘를 담보하는 것은 양식이다. 식견과 양심인 것이다. 심지어 제도도 믿지 못하는 터에 무슨 얼어죽을 양식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정치권은 식견과 양심이 너무나 빈곤하다. 그래서 살벌하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소위 새누리당의 기초단체장 및 의원 후보 공천에 운용의 묘가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이리 하여 지방 정가에서는 그토록 기초단체 공천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는지 모른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의 낙점보다 당원의 진정한 뜻이 담긴 올바른 상향식 공천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까 말한 양식있는 정치로 국민에 감동을 줄줄 알아야 한다. 대선 공약을 어긴 새누리당이 이번 64 지방선거 공천에서 감흥을 주지 못하면 스스로 지리멸렬하고 말 것이다. 새누리당을 위하는 충고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국새 반환운동

임금의 도장은 외교문서나 행정에 사용했던 국새(國璽)와, 의례용으로 사용했던 어보(御寶)로 구분된다. 국새는 나라의 중요 문서에 국가의 표상으로 사용하는 집무용ㆍ대외적 도장인 반면, 어보는 왕실의 혼례나 책봉 등 궁중의식에서 시호ㆍ존호ㆍ휘호를 올릴 때 사용하는 왕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이다. 왕과 왕비뿐 아니라 세자와 세자빈도 어보를 받았다. 어보와 국새는 거북이나 용 모양으로 장식돼 그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다. 국새는 금으로 제작됐으나, 어보는 금박을 입히거나 은 또는 옥과 같은 다양한 재질로 만들어졌다. 국새가 정변이나 전쟁 등으로 거의 소실된 반면, 어보는 종묘에 보관해 놓아 대부분 현재까지 남아있다. 조선시대 어보는 366점 제작됐으며 현재 323점이 남아있다.미국 백악관의 인터넷 청원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엔 대한제국의 국새와 어보 등 보물을 돌려달라는 주장이 올라와 있다. 한국문화재환수국제기구(IORKNT)가 지난 13일 올린 청원으로, 한국전 당시 미군 장병에 의해 불법으로 나라 밖으로 유출된 국새ㆍ어보 등이 미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4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국토안보부가 11점의 국새 등을 한국에 돌려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워싱턴DC의 민간단체인 PNP포럼도 국토안보부에 백악관 인터넷청원과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11점 중에는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만든 국새인 황제지보와, 순종이 1907년 만든 어보인 수강태황제보 등 역사적 의미가 큰 유물이 포함돼 있다. 한달 안에 10만명이 서명하면 백악관은 공식 입장을 표명해야 하므로 이 청원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국토안보부는 한국전쟁 기간 미군이 덕수궁에서 불법 반출한 대한제국의 국새와 어보 등 인장 9점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압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 방한때 국새와 어보가 귀환할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우리도 이젠 국외반출된 문화재 환수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 국외에 나가있는 한국 문화재가 15만점이 넘는다고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동네서점의 몰락

목마와 숙녀의 시인 박인환은 해방 전후 서울 종로에서 마리서사(茉莉書舍)란 서점을 운영했다. 장 콕토, 앙드레 브르통 등 여러 문인들의 작품과 문예지, 화집 등을 갖춰놓아 김광균 정지용 김기림 등 시인과 소설가들이 자주 찾았다. 스무평 남짓 작은 서점이지만 당시 유행하던 모더니즘 문학을 실험하고 예술을 논하는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해찬 국회의원이 1978년 문을 연 서울 신림동의 광장서적은 대표적인 사회과학서점이다. 이곳은 1980년대 사회 모순에 대해 문제의식을 담은 서적들을 판매하면서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의 근거지 역할을 했다. 서울대 인근엔 김문수 경기지사가 1981년 열었던 대학서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차린 백두서점,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이 차린 전야 등의 서점도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문을 닫았다. 광장서적을 비롯한 사회과학서점들은 19801990년대 학번들에게는 책을 사는 곳 이상의 공간이었다. 사회에 대한 고민과 토론, 정보가 오갔고 삐삐나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엔 약속을 확인하기 위해 등ㆍ하교시 서점 앞 게시판에 붙은 쪽지를 확인하는 것이 대학생들의 일과이기도 했다. 그 많던 동네서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있다. 동네서점의 몰락이라 할 정도로 주변에서 서점을 찾기가 쉽지않다. 학교 앞에도 서점이 없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최근 전국의 서점 운영 실태를 발표하며 전국 서점, 멸종 초읽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2011년 2천577개였던 국내 서점은 2013년 2천331개로 9.6% 줄어들었다. 문구류 등을 팔지않는 순수 서점은 2013년 현재 1천625곳으로 집계됐다. 인구 16만명인 의왕시엔 서점이 단 한곳 뿐이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의왕시처럼 시ㆍ군ㆍ구 단위에 서점이 단 한곳뿐인 지역이 36곳, 아예 없는 지역이 4곳이다. 한때 7천개를 넘었던 동네서점은 지난 10년간 1천258곳이 문을 닫았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들어서면서 동네서점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동네슈퍼 망한다고 대형마트는 규제하면서 동네서점 사라지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 모두 방관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문화융성 정책을 펴고 있지만 책과 서점이 없는 문화융성은 궤변이나 다름없다. 동네 서점은 지역문화의 실핏줄이자 거리의 도서관이다. 대책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신용카드

1950년 미국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는 뉴욕 맨해튼의 한 유명 음식점에서 난감한 경험을 한다. 지갑을 사무실에 빼 논 것이다. 이후 같은 음식점을 방문한 그는 손수 만든 다이너스클럽이란 카드 판을 내밀며 앞으로는 식사하고 나서 여기에 사인을 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내겠다고 제안한다. 식당 측은 그의 신용을 믿고 흔쾌히 수락한다. 프랭크 맥나마는 지인 200여 명에게도 카드를 나눠 주고 가맹 식당도 늘린다. 지금의 시티그룹 소유인 다이너스카드의 효시다.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먼저 받고, 나중에 그 값을 치르는 신용 거래에서 고객의 신분과 예금계좌를 확인해 주는 것이 신용카드다. 우리나라에선 1967년 가맹점을 백화점으로 한정한 신세계백화점카드가 최초다. 신용카드 서비스가 본격 시작된 건 1978년 외환은행에서 비자카드발급업무를 개시하면서부터다. 1980년 실질적 은행계 카드인 국민카드가 업무를 시작했고, 2년 뒤 5개 은행이 연합해 비씨카드 전신인 은행신용카드협회를 설립하면서 활성화됐다. ▶이제는 지갑에 현금 대신 신용카드 몇 장만 가지고 다니는 시대다. 신용카드 발급량만 봐도 2002년 1억48만장을 기록하며 1억장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에도 1억200여만장에 이른다. 하지만, 올들어 사상 최악의 신용카드 정보 유출 사태로 국민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발급량이 1억장 아래로 떨어졌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국민, 삼성, 롯데, 현대, 하나SK, 우리, 비씨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 발급량은 지난 2월 말 기준 9천900여만장이다. ▶계속해서 줄어드는 부가서비스도 신용카드에 대한 고객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영난 악화를 이유로 각종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이고 있는데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마저 없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사들의 부가서비스 축소로 피해를 본 회원만 1천874만여명에 달한다. 금융당국이 오는 6월부터 카드 발급 당시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현행 1년에서 3년간 의무적으로 유지케 한다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이 먼저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개인정보

▲휴대전화번호 1개당 10원, 성명ㆍ주민번호ㆍ연락처ㆍ주소까지 있으면 1건당 10~20원. 최근 의정부경찰서에서 10원이나 20원을 주고 인터넷 브로커를 통해 개인정보를 사들여 불법대출업을 해 7천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대부업체 운영자가 구속됐다. 이들이 사들인 10원짜리 개인정보는 무려 115만4천개, 20원짜리 개인정보는 2만8천여건이었다. 우리가 너무도 소홀히 하고 있는 개인정보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돈벌이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날, 국내 굴지의 통신사 KT의 고객 1천200만명도 해커에 의해 개인정보가 털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가입자가 1천600만명이라 하니 그야말로 거의 다 털린 것이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 우리은행, 농협 등 은행권 고객 1억명 정도의 고객정보도 관리부실로 털려 변호인단이 구성되는 등 손해배상을 위한 법정 소송이 진행중이다. 그야말로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개인정보가 진정 개인만의 정보인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1917년 10월15일 아침, 파리 교외에서 마타하리는 총살됐다. 그녀는 총살 직전 씌우려던 눈가리개마저도 거부하고 12명의 사수 앞에서 알몸으로 총을 맞았다. 당시 마타 하리를 재판한 프랑스 판사는 그녀가 독일에 판 정보가 프랑스 군사 5만 명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정도라고 판결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마타하리의 본명은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Margar etha Geertruida Zelle). 네덜란드 출신의 무희로 1차 대전 당시 프랑스와 독일을 오가며 정보를 판 이중간첩 혐의였다. 당시 마타하리는 군사정보 뿐만아니라 군 고위직들의 개인정보까지 입수, 이를 적절히 이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아직도 그녀가 진정 이중첩자였는지는 논란이다. ▲과거 정보는 국가나 조직의 안위와 흥망을 좌우하는 전쟁터에서 가져야 할 유리한 요소로 여겨져 정보원 혹은 첩보원들은 개인정보까지 파헤쳤고 국민들에게는 왠지 모를 흠모까지 받았다. 정보는 잘 관리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잘 활용되어야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 강국 한국의 개인정보는 경쟁력보다는 돈벌이 수단에 불과한 것 같아 그저 씁쓸하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신당 창당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신당 창당 작업이 11일 창당 일정이 발표되는 등 본격화하고 있다. 양대 정당체제는 정치 발전을 위해 바람직 하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역대 신당이 재미를 못 본 전례에 비추어 이번 신당 역시 잘 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시련이 많다. 첫 째로 주시되는 것은 신당의 성격이다. 보수정당이냐 진보정당이냐가 문제인 것이다. 복지 구현이니 개혁이니 하는 소리는 보수정당에서도 흔히 하는 말이다. 근본적인 것은 주안점을 성장에 두느냐 배분에 두느냐에 있다. 곧 발표될 신당의 정강 정책이 주시되는 이유다. 둘 째는 이탈자 문제다. 야권 분열은 상대에 어부지리를 주어 상호 필패라는 인식의 공감으로 두 정당이 신당으로 단일화를 모색했으나 앞으로 광역단체장 등 각급 후보자의 내부 충돌을 어떻게 조정하며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탈락자의 이탈을 무슨 수로 막는 냐는 것이다. 셋 째는 신당 당직에 두 정당간의 기계적 균배 방침이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다. 기계식 당직 균배는 신당의 화학적 단합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가뜩이나 많은 민주당의 기존 정파에 새정치연합과 합치면 더 복잡하게 얽히는 점, 새정치의 실체를 끝내 보이지 못한채 민주당과 합당하는 새정치연합측의 부담감을 꼽을 수 있겠다. 그나저나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는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이나 원내에서는 교섭단체를 갖지 못한 무소속 국회의원이다. 새정치연합 국회의원으로선 유일한 국회의원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당대당으로 당당히 합당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필마단기의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127석을 가진 제1야당의 민주당이 합당하는 것이다. 1대 127의 동등한 통합. 이는 일찌기 국내 정치사상에 없었던 일로 기적이다. 유권자들은 기적같은 통합을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임양은ㆍ언론인

[지지대] 육사의 3금(禁) 제도

육군사관학교에는 3가지를 금지하는 3금(禁) 제도가 있다. 1952년 육사가 개교한 이래 줄곧 유지해오고 있는 금주ㆍ금연ㆍ금혼이다. 3금 제도는 음주 관련 규정이 일부 완화된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62년간 엄격하게 적용돼 왔다. 음주의 경우 1967년까지는 4학년 2학기때 장교가 초대하는 자리에서만 가능했다. 1968년부터는 훈육관 이상이 주관하는 공식 행사에선 할 수 있게 됐다가 1974년부터는 준장인 생도대장 이상이 주관하는 행사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제가 다시 강화됐다. 2003년부터는 2학년 이상 생도에 대한 음주 승인권자가 생도대장 이상에서 훈육관, 지도교수, 학부모로 하향 조정됐다가 작년 5월 교내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음주 승인권자가 학교장으로 다시 제한됐다. 흡연은 영내외를 불문하고 엄격히 금지돼 졸업 일주일을 남겨놓고 흡연 사실이 적발돼 퇴교 조치된 사례도 있다. 혼인은 물론 성관계도 영내외를 불문하고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월 교내 성폭행 사건에 이어 8월에 4학년 생도가 미성년 여성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구속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교내 군기를 강화하자 1,2학년 생도를 중심으로 집단 자퇴 사태가 일어났다. 또 영외에서 여자친구와 성관계 한 사실이 적발돼 퇴교 조치된 한 생도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퇴학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했다. 국가권익위도 3금 제도 위반자에 대한 퇴교 조치를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국방부장관에게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현재 3금 제도를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에 육사는 금욕적인 규제로 사관생도의 생활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도덕적ㆍ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영외 음주ㆍ흡연ㆍ성관계를 부분 허용키로 방침을 정했다. 엄격한 규제로 생활을 통제하다 보니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생도가 생기고, 규정을 위반하는 생도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더라는 것이다. 육사는 12일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한 뒤 3금 제도 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전 근대적이고 인권 침해적 요소가 다분한 3금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생도들에겐 자율성과 함께 책임이 따르는 만큼 보다 절제되고 품위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교육계 전관예우

전관예우(前官禮遇)는 장ㆍ차관 등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시절과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을 말한다. 판사나 검사로 재직했던 사람이 변호사로 개업하면서 맡은 사건에 대해 법원과 검찰에서 유리하게 판결하는 법조계의 관행적 특혜가 대표적인 전관예우다. 전관예우는 법조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가 하면, 법조계 인사들이 퇴직한 뒤 로펌에서 받는 고액 급여가 논란이 되곤했다. 이에 2011년 판ㆍ검사가 퇴직 직전 1년간 근무한 법원ㆍ검찰청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변호사법을 개정했다. 일명 전관예우금지법이다. 그러나 실제 징계 사례도 드물고 처벌 강도도 경미해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법조계 뺨치는 교육부의 전관예우 관행이 논란이다. 고위공직자의 전관예우가 이제 대학까지 파고들어 대학 개혁을 저해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교육부 차관 등을 지낸 인사들 대다수가 임기가 끝나면서 지방대학의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관례화 됐다. 2000년대 들어 교육부 차관을 지낸 14명 가운데 9명이 대학 총장으로 갔고, 장관 출신도 15명 가운데 5명이 대학 총장이 됐다. 문제 대학, 하위 대학으로 평가받는 대학들이 교육부 출신 장ㆍ차관을 총장으로 모셔가는 것도 상식 밖의 일이지만, 그 자리에 취임하는 관료출신 또한 도덕성이나 윤리관에 문제가 많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4급이상 출신들은 2년간 관련부서로 이직하지 못하게 하고있지만, 비영리기관인 대학교는 예외여서 이를 악용해 자리 보전에 연연하고 있다. 대학들이 교육부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것은, 그들이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교육부가 부실대학을 구조조정 해야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액션이다. 대학도 이제 스스로 경쟁력을 창출하고 선진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정부 고위관료 출신을 데려와 이런 저런 문제를 무마하는 식의 운영이 아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교육부 출신 관료들 또한 현재의 자리를 입신양명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기회주의적 발상을 버리고, 대학교육과 정부의 교육정책이 올바르고 투명하게 펼쳐질 수 있도록 자중해야 한다. 대학 개혁을 위해 비영리 교육기관까지 포함하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교육분야 전관예우의 폐해를 근절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채제공과 청백리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하면 정약용과 거중기가 떠오른다. 다음으로 일반 시민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수원화성 축성 책임자로 활약한 번암 채제공(1720~1799)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11월28일부터 얼마 전인 2월초까지 수원화성박물관에서 번암 채제공을 재조명한 특별기획전이 열렸다. 채제공의 생애와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유물 등 100여점이 선보이며 다양한 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채제공이 단지 수원화성의 책임자였기에 그를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영조의 충신이요, 정조의 최고 책사로 개혁의 선도자 역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초대 수원유수이기도 한 그는 인품과 청렴의 상징인 조선시대 청백리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청백리는 관직 수행능력에다 청렴, 근검, 도덕, 인의 등 갖춰어야 할 덕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조선 500년동안 22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대표적 인물로는 맹사성, 황희, 최만리, 이황, 이원익 등. 이중 수원의 수장을 지낸 청백리는 몇명이나 될까. 채제공을 비롯해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120만 도시 수원의 위상을 알 수 있다. 7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채제공은 최고의 관직인 영의정에 오르기도 했지만, 관직수행능력과 청렴 등 청백리의 삶을 살았기에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영조, 사도세자, 정조를 거치면서 삼척으로 유배를 떠나는 등 숱한 고초를 겪어야 했다. 수년동안 관직에서 떠나기도 했다. 잘못된 폐단을 바로잡고, 백성을 위해 나선 채제공을 연구하는 모임이 늘어나고,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2006년 채제공 후손이 박물관에 기증을 하면서 열린 첫번째 기획전이 끝나 아쉽기도 하지만, 채제공을 만나지 못한 시민들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채제공과의 대화 공간이 만들어 지길 기대한다. 민선 6기를 이끌어갈 단체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청렴하고 능력있는 후보를 뽑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겠지만, 민선 6기에 선출되는 단체장과 의원들이 비리 등으로 중도 낙마하는 일이 더이상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0년전으로 돌아가 번암 채제공에게 묻고 싶다. 6ㆍ4 지방선거에 당선될 광역ㆍ기초단체장, 도의원시의원들에게 청백리가 되는 비법 한수를 지도해 달라고.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통합문화이용권

소외계층의 문화생활 향유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부터 그동안 분리돼 운영하던 문화이용권을 통합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누리카드(통합문화이용권) 발급을 시작했다. 통합문화이용권은 기존의 문화이용권에 여행, 스포츠 관람 이용권을 통합한 이용권이다. 문광부는 통합문화이용권 운영으로 올해 144만 명의 저소득층 대상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개의 이용권이 하나의 이용권으로 통합됨에 따라 기존에 문화, 여행, 스포츠 관람 이용권을 이용자가 각각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지게 됐다는 게 문광부의 설명이다. 카드 하나로 자유롭게 이용 분야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고. 또한 세대당 지원금과 청소년의 지원 연령이 확대돼 이용권 통합으로 인한 이용자의 실질적인 혜택이 증대됐다는 것이다. 통합문화이용권 신청 대상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신청자에게는 연간 10만원 한도의 문화누리카드가 세대당 1매 발급된다. 청소년 대상자에게는 연간 5만원 한도로 개인당 1매, 세대 내 최대 5명까지 발급된다. 세대카드와 청소년카드를 필요에 따라 1매로 합산해 사용할 수 있고, 카드 내 소액 잔액이 발생할 경우 이용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개인 비용을 카드당 연간 10만 원 이내에 한해 추가 충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합문화이용권 발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통합문화이용권을 이용하려면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대상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당 인터넷 서버가 다운되는 등 신청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더욱이 선착순 신청이다보니 소외계층들의 마음은 더 조급할 수밖에 없다. 편리한 통합문화이용권 제도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소외계층들이 문화누리카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또 다른 소외감을 겪지 않을지, 세심한 배려가 아쉽다. 장애인이나 인터넷 이용이 어려운 어르신은 어떻게 신청하는지, 혹시 접수조차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부가 나서 살펴야 한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규제완화

경기도가 수도권 정비권역에 합리적인 재조정을 정부 요로에 공식으로 건의한 게 1989년11월16일이다.(1989년11월17일자 본보1면 보도) 도내는 물론이고 인천지역까지 각 구역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수도권의 규제 원흉(모법)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개정 내지는 폐지 운동이 일어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렇게 해서 햇수로 10년이 지나갔다. 1998년6월25일 임창열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과의 조찬 회동에서 수도권을 중첩규제 하고있는 4대 규제법의 완화가 뭣보다 가장 시급하다고 건의 했다. 이르는 동안에 중소기업만이 아니고 대기업 역시 규제 완화를 촉구하게 됐다. 본보 2006년8월4일자 1면은 경기도는 피해사례 발표로 대기업 등의 40조원 투자 계획이 수도권 규제로 묶여 있고 일부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 했다. 한편 1998년10월 김대중 대통령은 경기도 초도순시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문제점을 수정하겠다고 말 했다. 이어 2003년9월 노무현 대통령은 도민과의 대화에서 수도권 규제를 임기 내에 풀 것이라 했다. 전국시도지사회의에서는 (비수도권)지방에 도움 안 되는 수도권 규제 굳이 붙잡을 필요 없다고 밝혔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으나 약속 지킨 것은 달랑 한건-군사시설 보호구역 축소가 유일. 2012년6월25일자 본보 1면 보도 내용이다.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는 이렇게 공전해 왔다. 박근혜 정부 또한 규제 완화와 철폐를 말한다. 그러나 의문이다. 예를 든다. 수도권 자연보전 권역에 4년제 대학을 허용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국무회의에서 개정하려 했으나 정치권의 비수도권 출신 여야 국회의원 등 압력에 눌려 철회한 정부가 다른 규제인들 풀겠느냐는 것이다. 규제완화를 위해선 세 가지가 전제된다. 부처 활거주의의 중앙 관료사회는 규제완화 등을 원천적으로 달갑지 않게 여긴다. 대통령의 지시에도 더러는 교묘하게 깔아 뭉갠다. 이런 중앙 관료사회의 규제의식 타파와 비수도권 지방에서 차기 총선시 여당 의석을 잃을 각오없이는 안 된다. 근본적인 것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정치가 아닌 경제문제의 접근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인성교육

경쟁을 부추기고 살인적인 지식량을 암기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인가, 아니면 상대와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소양을 길러주는 것이 좋은 교육인가. 당연히 후자가 좋은 교육이라고 말할 것이다. 후자처럼 하려면 그러한 교육의 핵심에 인성교육이 있어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선 인성(人性)을 사람의 성품, 각 개인이 가지는 사고와 태도 및 행동 특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성의 덕목은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자율, 협동, 정의, 공평, 신뢰 등 다양하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은 인성보다는 지식을 쌓는 것에 중심을 둬왔다. 인성교육은 가정은 물론 학교교육이나 교육정책에서도 소극적ㆍ수동적으로 시행돼 왔다. 학교내에서 폭력과 왕따, 자살 등이 빈번하고, 사회에서도 충동적인 묻지마 살인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않은 탓이 크다.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면서 미래를 개척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수용하고 기초질서를 준수하는 것 또한 인성교육에 해당한다. 인성교육은 국민의 인성함양 또는 선진국 진입 및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인성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지 않고는 학생의 행복한 미래도, 사회의 건강한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정부가 초ㆍ중ㆍ고등학생의 인성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달 4만5천명을 표집해 전국적인 인성검사를 처음으로 실시한다.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학생들이 실제 어떤 부분의 인성이 부족한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검사 대상이 되는 덕목은 정직, 절제, 자율, 책임 및 성실, 배려 및 소통, 예의, 정의, 시민성, 인류애, 지식 및 지혜 등 10개다. 구체적으론 각 덕목의 하위 요소 28개를 살펴본다. 예컨대 정직이란 핵심 덕목의 하위 요소로는 솔직성, 용감성이, 자율이란 덕목에는 자기이해, 자기존중, 자기결정이란 하위요소가 있다. 교육부는 인성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급별로 인성교육의 정책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올해 조사를 시작으로 매년 또는 격년으로 인성검사를 정례화해 학생들의 인성 수준에 대한 자료를 축적할 방침이다. 적극적인 인성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밝고 행복해기를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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