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노란리본 캠페인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의 생환을 염원하는 노란리본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등장한 노란리본 캠페인은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이 살아 돌아오려는 간절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망이 담겨졌다. 노란바탕에 작은 리본이 그려져 있고 밑에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이미지 형태도 각양각색을 띠고 있지만 염원하는 것은 하나다. 세월호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이 노란리본 이미지를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하거나 SNS상에 올리면서 간절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또 사고 희생자가 가장 많은 안산 단원고 교문과 교내 나무는 물론 서울 청계광장 등 다중이용 시설에도 노란리본이 연이어 걸리고 있다. 노란리본 캠페인에는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 프로야구 선수 등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노란색이 고(故)노무현 대통령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반감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노란리본 캠페인의 유래는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 전쟁터에 나간 젊은 병사나 인질로 잡혀간 사람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는 의미에서 가로수 등 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았던 것에서 유래됐다. 가수 토니 올랜도가 부른 팝송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늙은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아 주세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래에서 노란리본은 사랑하는 사람을 끝까지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마음의 상징으로 표현됐다. 이유야 어찌됐건 실종자들의 무사 생환이라는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의 간절함과 슬픔이 노란리본에 담겨 있다 하겠다. 사고 발생 9일째. 실종자 중 생환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실종자가 사망자로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한민국을 더욱 침통하게 만든다. 하지만 노란리본을 묶는 사람들의 소망처럼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박종환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축구 사상 첫 4강 신화를 일궜던 프로축구 성남FC의 박종환(76) 감독이 지난 22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12월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친정팀 성남에 무려 18년, 2006년 11월 대구FC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7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최근 불거진 선수 폭행 논란에 휘말리며 4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다. 박 감독은 지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사상 첫 4강에 올려놓은 뒤 국가대표 팀과 프로축구 성남 일화, 대구FC 감독을 거치면서 스타 감독으로 명성을 날렸다. 멕시코 청소년선수권 4강 신화에 이어 성남 일화 감독시절 3년 연속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트레이드 마크인 벌떼축구를 앞세워 명장 반열에 올랐던 그의 이면에는 항상 호랑이 감독으로 표현된 스파르타식 지도 스타일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다. 프로팀 감독 때는 심판실 난입과 심판 폭행, 국가대표팀 감독시절에는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을 무단 이탈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 같은 강압적인 그의 지도력은 시민구단 성남FC 지휘봉을 잡은지 불과 3개월 여인 지난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직후 손주뻘 되는 선수 2명에게 손찌검을 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러 일으킨 끝에 4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불명예를 안았다. 필자가 알고 있는 박 감독의 지인이나 지도를 받았던 선수들의 전언에 따르면 그는 그라운드에서는 호랑이 감독이었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자신의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남달랐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의 절친한 친구인 코미디언 故 이주일씨는 생전 코미디언인 나보다 더 웃기는 친구라고 박 감독을 표현했다. 그랬던 그가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에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해버린 축구판에 돌아와 11명의 프로팀 감독 중 무려 10명이 제자였던 40~50대 지도자들 앞에서 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유난히도 무겁게 느껴지는 세월 앞에서 새롭게 추구한 파도축구를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불명예 퇴진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희생된 학생들에게

수학여행 간다고 신바람 나게 집을 나서더니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 왔구나. 이 어인 날벼락인가. 날벼락도 유분수지 떼죽음이라니 어른들 잘못이 크다 해도 너무 크다. 불과 174명 구조에다 사망 105명에 실종자가 무려 197명(22일 정오 현재). 이 가운데는 교사나 여승무원 등도 있지만 대부분이 학생인 청소년들 아닌가. 부모의 여망 속에 자란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 나이가 너무도 아깝구나. 흔히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지만 다 키운 생떼같은 아들 딸을 일시에 잃은 부모들은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정신이 몽롱해 졸도를 하는구나. 차디찬 짠물을 들이켜야 했던 죽음을 억울해서 어찌 맞이할 수 있었더란 말인가. 처음엔 마냥 슬퍼하다가 원통한 생각이 들더니 이젠 분한 마음이 드는구나. 오늘도 실종자의 생환을 바라는 촛불기원의 촛불은 켜지고 있지만 사고가 난지 벌써 8일째, 음식은 고사하고 3일을 넘기면 사람이 탈수현상을 면치 못하는 터에 목숨이 부지된 것으로 낙관하기엔 어렵겠구나. 실종자 수가 줄어 사망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허탈해지는 무력감을 감추지 못하겠다. 결과론이지만 구조작업은 조난자의 생환이 구조이지 시신 인양이 구조의 정수일 수는 없다. 그러나 생환을 비는 촛불기원에 오늘도 불을 밝히는 것은 실낱같은 희망이나마 차마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고 또 있을 수 없는 사고가 생긴데 대해 고인이나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로는 안 되는 게 그런 말로 용서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 나라 안이 아직도 침통한 것은 굳이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각계각층 자의다. 사회 전반이 자발적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무 후무할 현상이다. 개학을 해도 전 2학년 학생반이 텅 빌 것 같아 이를 우려치 않을 수 없다. 비어 있는 책상 걸상은 지금도 그대로인데 주인은 도대체 어디 갔단 말인가. 용서로 해결될 불상사가 아니고 또 용서 할 수 없을지라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집단 트라우마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요. 어느땐 숨 쉬기도 힘들어요 가슴이 먹먹해 새벽까지 잠이 안 와요. 잠깐 잠들면 악몽을 꿔요 자기 먼저 살겠다고 나온 선장은 사형시켜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전 국민이 공황 상태다. 많은 이들이 뉴스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며 슬픔에 젖어있다. 여객선 침몰 뉴스를 차마 못 보겠다는 사람도 있다. 소화가 안되고,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다. 분노에 화가 치민다는 이도 있다. 바깥 나들이를 자제한 채 TV 앞에서 구조 소식만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꽃다운 학생들이 참사를 당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괴워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급기야 안산 단원고 교감은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이 벅차다.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여객선 침몰로 집단 트라우마에 빠져있다. 트라우마(trauma)는 본래 외상을 뜻하는 의학용어지만 정신적 외상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사고로 인한 외상 또는 충격은 우울함이나 불안, 슬픔, 분노, 무기력증 등의 정서적인 장애를 일으킨다. 이번 사고는 규모가 워낙 크고 충격적이어서 트라우마가 사고 당사자나 가족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번지고 있다. 트라우마는 안산 단원고의 구조된 학생들에게서 심각하게 나타난다. 링거를 꽂은 아이들은 죽음을 경험한 두려운 빛이 역력한 가운데 친구들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나만 살아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전 국민의 외상후 스트레스는 TV 등을 통해 연일 충격적이거나 슬픈 장면이 반복되면서 사고 당사자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여객선에 갇혀있는 것을 생각하면 중ㆍ고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마치 자신의 자녀가 그런 것처럼 감정이입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크고 밀접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어 이런 집단적 트라우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생존 학생들에 대한 적극적인 심리 치료가 필요하다. 국민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차분하게 일상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슬픔과 분노보다는 함께 아파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금연광고

한 남자가 편의점에서 돈을 건네며 담배 한 갑을 달라고 한다. 주인은 돈이 부족하다고 고개를 젓고, 남자는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서 펜치를 꺼내 이를 하나 뽑아 계산대에 내민다. 역시 담배를 사려는 10대 소녀. 돈이 모자르자 자신의 피부를 뜯어서 내놓는다. 미국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금연광고다. 담배를 피우면 그 대가로 건강한 치아와 매끈한 피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영국 광고에서는 골목길을 가던 흡연자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계속 공격을 받는다. 해로운 담배의 성분에 가격 당한 것을 표현한 것인데 이 흡연자는 결국 애처롭게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만다. 호주의 금연광고는 흡연으로 인해 혈관이 막혀 발이 썩어들어가는 버거씨병을 보여준다. 망가진 혈관에서 노폐물이 뚝뚝 떨어지거나 뇌에서 핏덩어리가 떨어지는 혐오스런 장면도 나온다. 최근 해외의 금연광고들은 살벌하고 끔직하게 묘사됐다. 담배의 유해성과 흡연 폐해를 적극 알리기 위한 것으로 가히 충격적이다. 이주일씨가 폐암으로 사망하기 직전에 등장한 광고처럼 흡연으로 신체가 훼손됐거나 병을 앓고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의 피해를 증언한 광고도 많다. 실제 금연 효과도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5월말 쯤이면 흡연 폐해를 생생하게 묘사한 강력한 금연광고를 볼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흡연 폐해를 직접적으로 고발한 외국의 금연광고 같은 수위의 생생하고 충격적인 금연광고를 TV와 영화관, 유튜브 등 온ㆍ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내보내기로 했다. 아마 5월 31일 세계 금연의 날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제껏 금연광고를 만들면서 금연구역 확대 정부정책을 홍보하거나 흡연 피해를 알리는 정도의 점잖은 내용만 담았다. 하지만 이런 간접적인 금연광고는 담배 자체가 나쁘다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담배 피우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게 됐다. 이로 인해 흡연자의 반발만 사고 행동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백해무익한 게 담배다. 그럼에도 금연을 법률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커피와 같이 기호품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담배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복지부의 강력한 금연광고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담배소송과 맞물려 실제 흡연율을 낮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아동학대

△살인이냐, 상해치사냐 법조계와 누리꾼 사이의 논쟁이 뜨겁다.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한 울산 울주ㆍ경북 칠곡 계모 등에 대해 법원의 형량을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법원은 울산 사건은 징역 15년, 칠곡 사건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사형 및 징역 20년 구형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검찰은 울주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중형유지를 목표로 항소에 나섰다. 범행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을 뿐 아니라 국민들의 법감정에도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경북 구미에서는 20대 아버지가 아내와 별거한 뒤 PC방에서 게임에 빠져 지내다 28개월 된 아들을 방치, 숨지게 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인천에서는 쓰레기 4남매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다시금 아동학대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야간 요양병원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어머니와 집 나간 아버지가 수년간 방치해 인분 묻은 이블과 옷가지 속에서 4남매가 영양실조에 걸린채 생활하다 주민의 신고로 어렵사리 구원의 손길에 다았다. 무려 이들 4남매의 생활공간에서 나온 쓰레기가 9톤에 달한다. 뒤늦게 모친은 뉘우쳤지만 아이들의 방임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다. △아동학대가 사회문제가 된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2010년 9천919건에서 2011년 1만건을 넘은 뒤 2012년 1만943건에 달했고 이중 60%가량이 아동학대로 판정됐다. 지난해와 올해는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으나 아마도 이 수준은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는 양육의 책임을 져야 한다. 양육(養育)의 사전적 의미는 보살펴서 자라게 한다는 의미다. 구타, 폭언, 방임 등 아동학대의 유형은 너무나 다양하다. 그러나 이 모두는 보살피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이 미래의 꿈이자 100년 대계(大計)라는 상투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배우 김혜자씨가 월드비전과 함께 전세계 고통받는 아이들을 돌본 뒤 펴낸 책 제목이 생각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정일형 사회부부국장

[지지대] 삼성 考試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에 나오는 토르와 슈퍼맨, 액스맨 시리즈의 울버린, 아이언 맨 등을 열거하고는 성격이 다른 영웅을 찾아보란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만화책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의 슈퍼영웅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특징을 잘 모르면 풀 수 없다. 정답의 첫 글자를 따서 피아노 음계 명을 만들어 답을 고르게 하는 문제도 있다. ▲삼성考試(고시)로 불리는 삼성직무적성검사(SSAT)가 지난 13일 진행됐다. 올해 SSAT는 기존 언어와 수리, 추리, 상식 영역에 공간지각능력 측정영역이 추가돼 모두 5개 영역(500점 만점)을 평가했다. 무려 10만 명이 넘게 지원해 고사장도 서울, 대전 등 국내 5개 지역 85개에 마련됐다. 국외거주자들을 위해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도 진행됐다. ▲응시생들은 적잖이 당황했다는 반응이다. 스펙 뒤에 숨겨진 잠재력과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문제로 출제경향이 180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역사관련 문항을 새로 반영해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한 점도 예년과 다르다. 언어영역은 암기력보다는 독해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았다. 공간지각능력 측정 영역은 문항이 도형을 통해 제시돼 난해했다는 반응이다. ▲삼성은 지난 1월 채용제도 개편안을 통해 스펙 보다는 종합적인 직무수행 능력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서류전형을 19년 만에 부활시켜 연인원 20만 명에 달하는 SSAT 응시 인원을 줄이고, 각 대학 총장의 추천으로 검증된 인재들을 채용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대학서열화논쟁이 불거지면서 전면 보류됐다. ▲삼성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신입사원 인재찾기에 나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일, 현대오일뱅크는 20일,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26일, SK그룹은 27일에 인적성 검사를 시행한다. 상반기 채용규모는 삼성이 최대 5천 명, LG 2천 명, SK그룹은 500명 등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대기업 입사가 여전히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현실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천자춘추] 거문고 소리와 일상의 행복

하양, 분홍 그리고 노랑과 보라와 연두 봄이 주는 축복의 다 색이다. 서울엔 벚꽃이 다 졌지만, 오늘 아침 내가 있는 이곳 교정의 꽃길은 아직도 그득하다.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 그리고, 꽃잎을 스치는 실바람소리와 함께 들리는 거문고 소리. 빈 마음으로 아무 생각 없이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꽃길을 거니는 이 순간이 마치 무릉도원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음악이라는 것. 나에게 있어 음악은 어떤 것일까? 내 삶과 늘 함께 하고 있는 음악이지만 책임감이나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좋아하기에 열심히 또 미친 듯이 하고 기왕지사 잘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뒤따르는 것이겠지만 전공자로서 사명감 또한 있는 것도 사실일터 어쩌면 진정 음악을 즐겨야 할 사람이 음악으로부터 구속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행복이란 받는 행복보다 주는 행복이 더 크다 했는데 줌으로 인해 그 행복이 다시 내게로 돌아오게 됨을 알지만 내 삶속의 음악은 과연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가진 것이 있어야 줄 수도 있고 온전한 나의 것이 되어야 기쁜 마음으로 함께 나눌 수도 있을 텐데 어떨 때는 빈껍데기를 갖고 아름답게 치장만 하며 음악가라고 하는 포장된 이름아래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꽃길을 걷는 오랜만의 사치를 누리면서 꽃향기를 맡으며 모든 마음 접고 그저 즐기면 좋으련만 왜 또 이런 복잡한 생각은 하는 것인지 인생이 바로 그런 것이려나 거문고 소리는 참으로 기품이 있다. 술대를 통해 호쾌하게 내려쳐 울려 퍼지는 거문고의 소리는 세상사 모든 근심걱정을 잊을 만큼의 시원한 그 무엇인가의 매력을 품고 있다. 한음 한음의 울림이 마치 산허리를 휘감아 메아리치듯 깊고도 나지막한 소리로 되돌아와 우리의 마음 한편을 울린다. 거문고 연주에 있어서 정악은 크고 작은 움직임으로 잔잔히 그 음률을 기품 있게 표현하지만 때로 파도치는 듯 보이는 그 내면의 깊은 곳에서는 미동도 없는 듯 도도하게 흐르는 바다와 같이 고요한 절제의 미를 느끼게 하며 산조는 인간사 희로애락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다양한 음악언어로 표현하여 그야말로 숨조차 쉴 수 없을 만큼, 사람의 감정을 음악으로 몰입시켜 듣는 이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물론 이는 그 음악을 이해하는 수준만큼 듣는 사람의 느낌 또한 다르리라. 자연을 닮은 우리의 소리와 음색. 흩날리는 벚꽃 길을 거닐며 듣는 거문고 소리가 참으로 좋다. 2014년 4월의 이른 아침. 봄의 꽃눈을 밟으며 왠지 모를 사랑이 충만함을 느낀다. 이 자연스러운 일상속의 따스한 행복이 너무나도 감사한 아침이다. 김재영 경기도립국악단 예술단장

[지지대] 상식 몇가지

# 번지없는 주막이라는 옛 가요가 있다. 백년설이 부른 이 노래는 문패도 번지 수도 없는 주막에/궂은 비 내리는 이 밤도 애절구려로 시작되는 가사가 무척 구슬프다. 여관이 없던 옛 시골 주막은 여인숙 구실을 했다. 그러나 번지 수가 없어 보이는 허름한 집일 뿐 지번 없는 토지는 없다. 지번은 모든 땅의 번호다. 국공유지나 사유지 또 대지는 물론이고 전답과 임야 등 잡종지든 간에 다 지번이 부여되어 있다. 그런데 같은 번지 수가 세분화한 게 있다. 예컨대 123의45 등이다. 이를 123의45번지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번지 수 다음엔 호(號)다. 따라서 123번지의45호라고 해야 옳다. # 바다낚시 가는 사람에게 월척 잡으라는 말은 넌센스다. 바다고기는 웬만하면 한 자가 넘는다. 월척이라는 용어는 민물고기에 쓰인다. 민물고기 중에서도 토종 붕어에 국한한다. 잉어나 떡붕어는 해당하지 않는다. 잉어는 약 3년, 떡붕어는 5년이면 월척이 된다. 하지만 토종붕어가 월척이 되려면 10년 넘게 자라야 한다. 월척은 어린이와 병약자들의 약붕어로도 쓰이는데 약이 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월척의 토종붕어에는 그만큼 영양소가 풍부한 것이다. 드라마 등에 잘못 쓰이는 월척 용어가 나오는 것을 가끔 보는데 이를 오도해서는 안 된다. 월척은 꾼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 획 하나에 엉뚱한 의미가 되는 게 한문이다. 예를 들면 몸 기(己)자와 이미 이(已)자, 그리고 뱀 사(巳)자를 들 수 있다. 왼쪽 위 빈칸을 완전히 놔둔 것과 절반쯤 획이 올라간 것, 그리고 완전히 올라간 것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가령 자기라고 할 때는 自己로 몸기 자를 쓰고 부득이는 不得已로 이미 이 자, 조선 명종 을사년에 일어난 을사사화는 乙巳士禍로 뱀 사 자를 쓰는 것이다. 이를 잘 모르고 그 글자나 이 글자나 똑같이 두루뭉수리하게 써대서는 곤란하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새엄마

계모는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생긴, 피가 이어지지 않은 어머니를 의미한다. 의붓어머니라고도 한다. 흔히 계모라고 불리는 새엄마는 안 좋은 이미지가 많다. 콩쥐팥쥐의 배씨, 심청의 뺑덕어멈, 백설공주의 새 왕비, 신데렐라의 새엄마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소설이나 동화 속 계모들의 영향이 크다. 계모=나쁜 새엄마라는 인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후처가 본처 자식을 미워하고 학대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쁜 계모 뉴스가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 때문이다. 칠곡 계모는 8살 의붓딸을 발로 마구 차 장파열로 숨지게 했다. 울산 계모는 소풍을 보내달라는 8살 의붓딸을 주먹과 발로 폭행해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려 사망케 했다. 모두 경악할 사건이다. 법원은 최근 1심 선고 공판에서 칠곡 계모에는 10년, 울산 계모에는 1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지역 주민과 학부모 등은 집단 분노를 표출하며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들고 일어났다. 계모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는 가운데 숨 죽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새엄마들이다. 이혼과 재혼이 자연스러운 시대, 착한 새엄마들까지 색안경을 끼고 편견의 눈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두 사건 모두 의붓엄마가 학대의 주인공이라 새엄마에 대한 따가운 시선 때문에 남 모르는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찬열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6천796건 가운데 80.3%(5천454건)의 가해자가 부모였다. 이 가운데 친모(2천383건)와 친부(2천790건)에 의한 학대가 94.8%에 달했다. 반면 계모에 의한 학대는 144건(2.6%), 계부의 학대는 108건(2.0%) 정도였다. 이는 전체 가정에서 계모ㆍ계부 가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것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핵심은 계모냐 친모냐가 아니다. 친부모나 의붓부모 모두 착한 부모, 나쁜 부모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계모만 이슈화 되다보니 새엄마들이 나쁜 엄마로 인식돼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양육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가정이거나 경제적 사정이 안좋을수록 높다. 재혼가정의 새엄마들을 학대의 주인공으로 볼 게 아니라 아동학대가 왜 일어나고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디지털 불면증

많은 사람들이 잠 들기 직전까지 누워서 스마트폰을 들고 뉴스를 보기도 하고 게임을 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새벽 1~2시를 넘기기 일쑤고, 뒤늦게 잠을 청하지만 한참을 뒤척이게 된다. 겨우 잠이 들지만 아침이면 개운하지 않고 머릿속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스마트폰이 잠을 방해해서 불면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불면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디지털기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2008년 이후 불면증 환자가 연평균 12%씩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잠자리에서의 디지털기기 사용이 불면증 유발뿐 아니라 지속되면 만성불면증으로 악화된다고 경고한다. 뇌 활동의 불균형을 초래해 자율신경 조절능력이 떨어지고 흥분 상태에 빠지면서 수면을 방해받는 것이다. 디지털기기가 잠을 방해하는 요소는 빛이다. 밤에 빛을 쬐면 뇌가 낮으로 착각해 생체시계가 조금씩 늦춰져 잠이 잘 안온다. 잠을 잘 때 우리 몸에서는 수면유도 물질인 멜라토닌이 분비된다. 멜라토닌은 잠이 들면서 분비되기 시작해 새벽 2시쯤 가장 활발하게 나온다. 그런데 밝은 빛이 몸에 들어오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30분 이상 노출되면 영향을 받는다. 특히 가시광선 중 400~500나노미터(㎚) 파장의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가장 많이 억제한다. 이 빛은 푸른 빛을 띠어 블루라이트라고도 한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거의 모든 디지털기기에서는 블루라이트가 나온다. 블루라이트는 자외선과 함께 고에너지 유해광선으로 계속 노출하면 안구건조, 시력저하, 어깨와 허리통증, 두통, 불면증, 생체리듬 교란 등을 유발한다. 디지털기기가 숙면을 방해하는 또 다른 이유는 두뇌를 각성시키기 때문이다. 어두운 잠자리에서 휴대폰을 보면 화면에 집중하게 된다. 집중은 두뇌를 각성하게 만든다. 각성도가 올라가면 몸이 헷갈리면서 잠이 방해를 받아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불면증을 극복하려면 침실에서 디지털기기 사용을 멀리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스마트폰은 되도록 침실 외부에 두고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최소한 잠 자기 1시간 전부터 사용을 금해야 한다. 불을 끈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도 금물이다. 과학자들은 뇌를 편안하게 해 주려면 전자기기보다는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책이 수면제라는 말이 틀리지 않나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여론조사의 힘

6월4일 치러지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양한 여론조사가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여야가 예비후보를 압축하거나 본선에 나설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를 2배수로 압축하는 과정도 여론조사를 통해 정해졌고 원유철 의원과 김영선 경기지사 예비후보는 이 여론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전격 수용했다. 새정치연합도 10일 기초선거에 대해 공천을 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도입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당락을 결정짓는 잣대로 활용되면서 특정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우호적, 편향적인 여론조사나 결과를 조작, 공표하는 등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 관련 주요 위반사례를 보면 ▲지난 2010년 5월 특정 후보자의 선거사무장이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구민 6만여명에게 공표하면서 피조사자 선정방법, 응답률, 질문내용을 함께 공표하지 않아 적발돼 벌금 50만원을 물어야 했다. ▲지난 2006년 3월 한 기초자치단체장 에비후보자가 여론조사기관 대표자와 공모,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타 입후보예정자를 누락하고 자신의 경력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받았다. ▲입후보예정자의 배우자가 여론조사기관과 공모, 지난 2006년 3월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타 입후보예정자를 누락하고 자신의 경력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실시, 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 받았다. 최근에는 유선전화를 휴대전화로 연결하는 착신전화 여론조사로 민심을 왜곡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브로커까지 생겨나고 있다니 여론조사의 힘이 느껴질 정도다.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방지하고자 불법 선거여론조사 조사팀을 구성해 여론조사 및 결과를 공표ㆍ보도하는 행위가 적법하게 이뤄지도록 사전안내 및 에방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여론조사 만능주의에 아쉬운 면도 있지만 공정성이 담보된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일꾼이 선발되기 바랄 뿐이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어벤져스2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SF영화 어벤져스2가 국내에서 촬영돼 연일 화제다. 흥행에 성공한 속편 블록버스터 영화 속에 대한민국의 모습이 담긴다는 호기심에 촬영현장에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세계 곳곳에 개봉될 어벤져스의 국내 촬영으로 대한민국의 홍보효과가 극대화 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에도 몇편의 영화에서 대한민국이 그려진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영화들은 대한민국을 지나치게 후진국으로 묘사하거나 한국인은 구두쇠, 깍쟁이 등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된 작품이 주를 이뤘다. 그럼에도 80~90년대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땐 스크린에 한글 간판이 스쳐 지나거나 중국 등 아시아계 미국인이 영화 속 한국인으로 어색한 연기를 해도 마냥 신기했다. 그 시대에는 영화 속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우리나라가 외국영화에 비춰졌다는 것만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한편으론 대한민국이 수준 낮은 나라로 묘사된다는 것에 씁쓸함도 느끼게 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의식수준과 위상은 올라갔고 앞으로 대한민국을 비하하거나 왜곡한 영화는 국내에서 성공할 수 없어 보인다. 2002년 국내에 개봉한 블록버스터 첩보 영화 007 어나더 데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 당시 한국 비하 논란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영화 속 서양인이 한국인을 부리는 장면 등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공분케 했다. 결국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007 어나더데이는 한국에서 만큼은 흥행 참패를 맛봐야 했다. 어벤져스2의 대한민국 촬영은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수 있을 듯 하다. 몇몇 해외 영화들이 한국에서 촬영됐지만 큰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이처럼 대대적으로 국내에서 촬영하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올라간 것을 의미하며 전 세계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다. 물론, 블록버스터 영화의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한 대한민국 관객에게 영화 촬영때부터 시선을 모아 흥행몰이를 하겠다는 할리우드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도 숨어 있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규제풀기의 개혁

대통령도 못하는 것 중의 하나가 규제 풀기의 개혁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본 란은 일찌기 규제 해방의 일환인 수도권 규제 풀기 문제에 대해 정치 문제가 아닌 경제적 접근과 부처 이기주의에 사로 잡힌 중앙 부처의 중앙집권형 관료문화 개선, 그리고 비수도권 지방에서는 차기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내지 못해도 좋다고 여기는 여당의 정치적 각오(사실 그렇지는 않지만) 없이는 풀지 못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규제 풀기에 노심초사하지만 대통령 혼자만 장고치고 북치는 형상이다.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규제 해제는 경제 문제다. 중앙 부처 공무원들은 교묘한 재주가 있어서 대통령 지시 사항도 깔아 뭉개는 습벽이 있다. 또 수도권 규제 해제를 말하면 비수도권지방 출신 여당 의원부터 죽는다고 엄살을 피우는 바람에 당정 협조가 잘 안 되는 등 상황에선 대통령의 노력도 겉돈다. 박 대통령만이 아니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각종 규제의 해금을 공론화한 게 무려 60여 차례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도 규제 완화를 수차 언급했다. 심지어 김 대통령은 경기도 순시에서(1998년 10월16일) 규제가 외자 유치를 막는다고 개탄했다. 노 대통령은 도민과의 대화에서(2003년 9월1일) 수도권 규제를 임기 내에 풀겠다며 비수도권지방에 도움 안 되는 수도권 규제를 굳이 붙잡을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했다. 대통령 말대로 규제가 암이라면 다시 한번 더 예를 들어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근본적 제거수술이 요한 암 덩어리다. 이 법은 1982년에 제정 됐다. 산업화의 굴뚝시대에 만든 한시법을 첨단화된 비굴뚝시대에 억지로 써먹고 있다. 모법을 그 동안에 11번, 시행령은 23번이나 개정해 만신창이가 된 누더기 법률이다. 진즉 일몰됐어야 할 법이다. 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규제개혁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수도권 규제는 주제 발표도 못 하게 했다고 한다.(상보 4월8일자 본보 1면) 안행부 장관에게 묻는다. 장관은 그러한 짓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옳게 보필하는 자세라고 말할 수 있는가,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플라스틱 화폐

요즘 세상은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삶에 돈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좀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아둥바둥 거리며 살고, 돈을 위해 사람 죽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원시시대엔 사냥이나 열매 등으로 자급자족 하며 살았기에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러다 정착생활을 하면서 남아도는 먹거리와 자원을 다른사람과 물물교환식으로 바꾸게 됐다. 물건을 돈으로 대신 사용하게 되면서 소금이 이용됐고 조개껍질, 동물 이빨, 깃털, 보리 등도 이용했다. 그러나 물물교환은 서로의 물건에 대한 가치 매기기가 힘들뿐더러 무게나 부피 등의 번거러움도 만만찮았다. 수메르 사람들은 은을 녹여 막대로 만들어 화폐 대신 사용했다. 오늘날 터키가 자리한 고대왕국 리디아가 화폐제도를 발명했다. 금과 은을 혼합해 주화를 만들면서 사자 머리 문양도 찍어넣었다. 원나라때 중국에서 최초로 종이 화폐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통용하는 화폐 소재가 돼 전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폐(紙幣)라는 단어는 머지않아 사라질지도 모른다. 종이 대신 플라스틱으로 화폐를 찍어내는 나라가 늘고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화폐는 1988년 호주가 최초로 도입한 이래 캐나다ㆍ싱가폴ㆍ멕시코 등 20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영국도 2016년부터 5파운드, 2017년부터는 10파운드 짜리를 플라스틱 화폐로 만들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플라스틱 화폐는 외형상 종이 화폐와 구분되지 않는다. 폴리머라는 재료로 만드는 플라스틱 화폐는 빛에 비춰보면 광택이 나고 만져볼 때 좀 더 빳빳한 정도의 차이만 보인다. 하지만 내구성은 종이 화폐보다 2~3배 뛰어나 수명도 그만큼 더 길다. 위조가 어렵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컬러 복사와 같은 방식으로는 위조화폐를 만들지 못하고, 플라스틱 표면에 홀로그램 등의 위조방지 장치를 덧붙일 수 있어 위조가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9년 5만원권 지폐를 새로 만들 때 플라스틱 화폐 도입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금인출자동화기(ATM)의 화폐 자동 인식 부품 교체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막대하다는 이유로 실현되지 않았다. 돈은 재료만 놓고보면 별 것 아니다. 그냥 종이쪼가리나 쇠붙이, 플라스틱에 불과하다. 이런 것에 돈의 노예가 되어 영혼까지 파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청소년 ‘알바 지옥’

돈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아르바이트다. 줄여서 흔히 알바라 부른다. 전문기술 등 까다로운 조건도 필요없어 쉽게 쓰고, 쉽게 그만두는 특성이 있어 구직자나 구인업체 모두 부담이 적기 때문에 유동성이 크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업체들은 법과 사회 현실에 무지한 약자인 청소년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줄 것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있다. 열악한 근로환경에 내몰린 청소년들이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노동착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올들어 청소년 아르바이트 고용사업장 939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650곳에서 법위반사항 1천492건을 적발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분명히 하지않은 업소가 조사대상중 390곳이나 됐다. 10곳 중 4곳 이상이 서면계약 없이 적당히 말로 일을 시켜온 것이다. 그러니 돈을 제대로 줄 리가 없다. 임금체불 사업장이 257곳(27.4%)이나 됐고, 그중에는 법정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은 곳이 104곳(11.1%)이나 됐다. 이름을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간판을 단 업체들이 이런 나쁜 짓들을 해왔다. 특히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악명높은 편의점에서 법규위반이 많이 적발됐다. 정도의 차이지,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도 못된 짓들을 저질러왔다. 이들 업체는 청소년들의 인력에 상당부분 의존하면서도 권리보호는 외면해왔다. 벼룩의 간을 내먹자는 짓이다. 양심 불량이고 파렴치한 행위다. 청소년들에 대한 노동착취는 해당 업체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한다. 알바 지옥 업체에서 불법과 부당행위를 겪은 청소년들은 기업과 정부를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퇴직 전문 인력 100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근로조건 지킴이를 투입해 위반율이 높은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점검과 홍보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청소년 노동착취가 뿌리 뽑히지는 않는다. 임금을 체불하거나 최저임금도 지키지 않는 악덕 업체들에 대해선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청소년 노동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컬링대표팀 파문 유감

지난달 28일 여자컬링 국가대표팀인 경기도청 선수들이 코치의 폭언과 성희롱, 포상금 기부 강요에 반발해 집단 사표를 제출하면서 촉발됐던 사태가 해당 코치의 해임과 선수들의 사표철회로 닷새 만에 일단락 됐다.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선전과 3월 세계선수권대회의 4강 신화 재현으로 폭발적인 국민들의 관심을 일으키며 메달리스트들 보다도 더 큰 인기를 누리며 컬스데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던 여자 컬링대표팀의 이번 파문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사태의 진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는 스포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급기야 동계스포츠 종목에 대한 문체부의 특별감사까지 이어졌다. 컬링 대표팀 사태의 본말은 컬링 대표팀 코치가 국제대회 기간 중 폭언과 여자선수의 손을 잡고 성희롱 발언을 했으며, 올림픽 포상금 중 일부를 후배 선수들을 위해 갹출을 강요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와 도체육회는 진상 조사를 통해 코치로부터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당사자를 해임 조치했다. 이어 사표를 제출한 선수, 부모들과 면담을 통해 사퇴를 일괄 반려하고 전원이 팀에 복귀하는데 합의해 사태가 일단락 됐다. 사태를 수습하면서 도와 도체육회는 정기적인 고충상담과 예방교육, 관리감독 강화 등 예방책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사태를 접한 국민과 체육계의 반응도 뜨겁다. 국가를 대표하는 팀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반면, 일각에서는 팀 내부적으로 해결 절차를 밟지 않고 집단사표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에 대한 비판의 여론도 일고 있다. 이와 함께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전용경기장 건립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불거진 악재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과거 국내 스포츠계는 성적이라는 미명하에 폭언과 폭력 등이 정당화 됐었다. 하지만 선수 인권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스포츠계는 다양한 예방교육과 엄중한 처벌 등 비리와 폭력 추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컬링 대표팀 사태를 교훈삼아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체육계 스스로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버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존경받고 아껴주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무상(無償) 공약

△버스도, 경전철도, 전기에 가스까지 무상(無償).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전국에 무상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4년전 지방선거 때보다 그 열기가 더 뜨겁다. 당시에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의 무상급식이 기폭제가 돼 무상급식 문제가 최고의 화두였으나 이번에는 급식에만 그치지 않고 폭넓고 다양한 분야의 무상이 공약으로 제시되고 있다. 참으로 유권자들은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PIGGS국가들을 보면 작금 우리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무상복지와 관련한 공약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PIGGS는 유럽 국가 가운데 최근 심각한 재정 위기와 국가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포르투갈(Portugal), 이탈리아(Italy), 그리스(Greece), 스페인(Spain)의 앞글자를 조합해 만든 신조어다. 국명만 보면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과거 우리와 같이 IMF의 지원과 회생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초라한 신세다. 이들 국가들이 이같은 신세로 추락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과대한 복지 지출 확대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無償이라는 한자어를 순 우리말로 고치면 바로 공짜다. 국어사전의 공짜 정의는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은 물건이다. 과연 우리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이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아도 이 모든 것을 거저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 6ㆍ4지방선거에 나서고 있는 후보들이 내놓은 무상 공약의 최저 근저에는 국민의 세금이라는 재원이 있다. 따라서 완전한 무상은 없는 것이다. 후보들의 무상 공약은 그래서 공허하고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후보자들은 자신의 공약을 충분하고도 명확하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단어 공부를 해 보면 어떻까? 더불어 유권자들도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한다. 왜냐하면 공짜(무상)를 너무 좋아하면 대머리가 벗겨진다는 우리 속어가 있을 정도니까. 정일형 사회부국장

[지지대] 북의 도발

엊그제 북은 서해서 해상사격 훈련을 하며 해안포 방사정포 함정포 등 500여발을 쏘아대면서 그중 100여발은 북방한계선(NLL) 남쪽에 일부러 떨어뜨렸다. 이같은 북의 무력시위는 꽃게철을 앞둔 어민들 조업에 위협이 됐다. 우리 군의 대처로 더 이상의 확전 없이 사격은 중지됐으나 북의 도발은 참으로 끝이 없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새정치민주연합이 통합 신당 때 정강 정책에 615 선언 등 2000년 6월15일의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합의문을 또 2007년 10월 3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회담 결과를 넣어야 한다고 박지원 의원과 문재인 의원은 주장했으나 그같은 합의문은 휴지 조각이 된지 오래다. 합의문 선언은 쌍방이 지켜야 유효하다. 그런데 앞에선 이른바 1015 선언을 말하는 저들이 숨어서는 어찌하여 2010년 3월28일 천안함 폭침의 만행을 저질고 2010년 11월 23일엔 드러내고 연평도를 포격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이 때문에 민간인 등 2명이 죽고 19명이 다쳤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는 동족의 가슴에 서슴치 않고 포화를 안기는 저들이다. 더욱이 우리 헌법 4조(평화통일 정책)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국시로 밝혀 박, 문 의원이 그들의 주공을 생각하는 마음은 가상하나 특정 당만의 정강 정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북의 헌법이나 헌법보다 우세한 조선 로동당 규약은 말끝마다 남반부 또는 남조선 해방이니 혁명완수를 부르짖고 있다. 연례적 한미군사훈련을 트집잡고 벌이는 무력시위 도발은 지난 2월 말 경부터 각급 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3월 중순까지 이어지더니, 훈련을 빙자한 NLL 월선의 탄착점이 되는 도발에 다달았다. 한미일간에 강화된 안보태세에 대한 시위이기도 할 것이다. 북의 도발행위는 하늘과 바다와 뭍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고 있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향판(鄕判)

상피(相避)제도는 일정한 범위 안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은 같은 관서에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고려시대에 제도가 생겼으며, 경국대전에 명시돼 있듯 조선시대 전반을 규정한 인사제도다. 가까운 사람이 많은 곳에 벼슬을 내리지 않고, 지인과 관련된 송사(訟事) 등을 못하게 하는게 원칙이었다. 어떤 지방에 특별한 연고가 있는 관리를 그 지방에 파견하지 않는 향피(鄕避)제도도 이에 포함된다. 검찰은 지금도 상피제도를 운영한다. 검사들은 1년 단위로 전국적 인사 전보가 이뤄지는데 특정 고교나 지역 출신을 가급적 해당지역 근무에서 배제시킨다. 학연ㆍ지연ㆍ혈연과 얽히고 지역 토호세력과 유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판사들에겐 향판(鄕判ㆍ지역법관)이란게 있다. 판사들은 2~3년 단위로 지역을 옮기며 근무하는데 순환근무를 하지않고 특정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법관을 가리킨다. 많은 판사들이 서울과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자 대법원이 2004년 평생 지방 근무를 원하는 판사들은 인사이동에서 제외해 그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 서울을 제외한 대전대구광주부산고등법원 관할 안에 있는 법원에서만 보직을 바꿔주는 시스템이다. 향판제는 잦은 인사이동을 줄여 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고, 판사들의 주거와 생활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면 해당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재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전국 법관 2천776명 가운데 향판은 350명으로 추산된다. 상당수는 지역 전문성을 살려 주민들로부터 존경도 받지만, 일부 향판은 지역 권력층과 유착돼 법조 부조리의 중심이 되고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과 관련된 황제 노역 판결을 계기로 향판의 부정적인 폐해가 드러났다. 광주ㆍ전남에서 29년간 근무한 향판인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2010년 허 전 회장에게 벌금 254억원을 선고하면서 일당 5억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한 것이다. 일반인 노역 일당이 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어이없는 판결이다. 민심이 들끓자 장 법원장은 사표를 냈고, 대법원은 향판 폐지를 검토하고 나섰다. 향판 불신은 재판 불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법원의 객관성과 공정성ㆍ균형성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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