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다듬이 소리와 어머니

마을의 동구 밖에까지 울려 퍼지는 청아한 다듬이 질 소리, 특히 온 누리가 멈춘 듯 조용한 시골 밤엔 그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세월이 가면 시류가 변하고 시류가 변하면 시속이 달라지고 시속이 달라지면 생활의 소리가 사라지는 게 있다. 예컨대 농촌 부락에서 벼 빻기의 선망이던 발동기, 퉁퉁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그 소리는 사라진 지 오래다. 다듬이 질 소리 또한 사라진 삶의 소리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청아하고 경쾌하게 들린 다듬이 질 소리는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거기엔 우리들의 어머니와 할머니, 즉 한국 여인들의 숙명적 한(恨)이 괴어 있었다. 하지만 그 한 풀이, 요즘 말로 스트레스 해소 역시 다듬이 질을 통해 하는 생활의 지혜가 숨어 있었다. 탕탕쿵쿵하고 소리내며 힘껏 내려치는 방망이 질로 그 한을 풀어 가족애로 승화시키곤 했던 것이다. 다듬이 돌의 좀 둔탁한 듯한 소리에 비해 홍두깨 질 소리는 탱탱하며 더 탄력성 있는 소릴 냈다. 다듬이 돌이나 홍두깨나 다듬이 질은 마찬가지다. 특히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마주 앉은 쌍방망이 질은 더 한다. 처음엔 입이 뽀루통했던 며느리도 이윽고 방망이 질이 끝 나갈 무렵에는 어머니 어쩌고 저쩌고하며 재잘거린다. 스트레스를 푼 다듬이 질은 마음의 약(藥)이었던 것이다. 여름에는 보기에도 시원한 모시로 두루마기까지 겨울에는 4촌까지 따듯하다는 식구들 명주 옷을 일일이 챙기는 아낙들의 그 많은 잔손질의 남 모른 수고로움을 남정네들은 짐작이나 했을까, 하염없는 세월은 그런 가운데 흘렀다. 전기 밥솥에 이어 나온 자동세탁기며 직물류 옷가지를 추방한 의류 혁명은 우리들 어머니 손에서 떠날 줄 모르던 다듬이 돌 홍두깨를 아련한 추억 속에 몰아넣어 저녁마다 듣곤 하던 그 소리를 영 듣지 못하게 만들었다. 오늘 따라 듣지 못할 그 소리가 듣고 싶은 것은 어린 사내 아이가 어쩌다 다듬이 방망이를 들면 빨래 감이 행여 돌 맞을세라 하고 질겁을 하며 말리곤 하시던 어머니가 유난히 보고싶은 뼈저린 그리움은 생전의 불효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책 사재기

지난 5월 출판계의 고질병인 사재기 의혹이 또다시 불거져 한바탕 시끄러웠다. 한국 문단의 거목인 황석영을 비롯해 김연수 등 촉망받는 작가의 작품이 사재기 의혹에 휩싸였던 것이다. 황석영의 소설 여울물 소리는 지난해 말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이 사재기 의혹에 휩싸이자 황씨는 여울물 소리는 칠순을 맞이해 작가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의미가 실린 주요 작품으로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문학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런 일이라며 해당 작품의 절판을 선언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의 작가 김연수도 사재기를 원하지도 않고 원할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조작 의혹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사재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출판계 내부에서 대대적인 자정 노력을 벌였지만 사재기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출판사들이 사재기가 독자를 우롱하는 사기 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베스트셀러 위주의 도서 판매 구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것이 책 판매 부수와 직결되다 보니 사재기 등 부정행위를 통해서라도 일단 베스트셀러에 올려놓고 보자는 행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책 사재기는 온라인 서점에서 아이디를 달리해 책을 여러권 주문하거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대신 사게 하는 방식이 흔히 사용된다. 최근엔 사재기 대행업체까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조직적 사재기는 적발하기도 어렵고 잘 드러나지도 않아 혐의를 포착해도 출판사가 발뺌하면 밝혀내기가 쉽지않다. 적발해도 지금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쉽게 근절시키기 어렵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는 사재기 하는 출판사나 저자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경찰에 수사 의뢰조차 불가능한 경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재기의 심각성과 문화적 해악을 고려한다면 벌금형에 형사처벌까지 가능토록 해야한다는게 출판계의 목소리다. 지난 10월 말 출판계가 사재기를 근절시키기 위한 자율협약에 합의했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엔 출판사 회원자격 박탈과 해당 도서 베스트셀러 목록 제외 등 강도 높은 내용을 담았다. 책 사재기는 출판문화와 독자를 우롱하는 사기 범죄다. 세계 10대 출판 대국이라는 외형에 맞지않는 부끄럽고 낯 뜨거운 사재기는 자율협약을 계기로 꼭 근절시키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

이승만의 자유당 시절과 박정희의 유신 시절에는 독재 저항의 정치가 국민에게 먹혔다. 1956년5월 제2대 대통령 선거 때 구 민주당 신익희 후보가 한강 백사장에서 이승만 독재에 사자후를 뿜을 적에 20만 군중이 운집했었다. 당시 서울 인구가 2백50여만명 이니 거의 한 집서 한 명이 나온 셈인 폭발적 청중이다. 신익희는 그 날 밤 호남 유세차 떠난 야간열차에서 심장마비로 급서해 국민적 오열의 추모 물결을 일으키고 러닝 메이트였던 부통령 후보 장면은 당선됐다. 1971년4월 제7대 대통령 선거 때 신민당 후보 김대중은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10만 군중에게 박정희 군사정권을 성토하는 열기를 토했다. 비록 신익희 보다는 청중 수가 적었으나 사뭇 위협적이었다. 이때 고전한 박 대통령은 유신 선포를 결심 했다고 한다. 이듬해 1972년10월27일 초법적인 유신시대 들어 개발독재가 본격화하여 독재 타도의 정치 역시 명분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예컨대 국정원 개혁이니 민주주의 회복이니 하는 것은 독재타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치 투쟁인 점은 같다 하겠다. 그러나 정치를 위한 정치 투쟁으로선 대체로 국민의 감흥을 받지 못한다 예를 든 국정원 댓글 의혹을 비롯한 각종 댓글 사건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불가피한 중대 범죄이긴 하나 이 때문에 나라 한쪽이 곧 무너지듯이 말하는 것은 과장이다. 일부의 개인적 과잉 충성으로 당락에 효과도 없이 의문시 되면서 오히려 당선자를 욕 보이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런 유치한 사고 방식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 이루었다. 산업화는 연간 465억 달러의 흑자 속에 수출입이 8천881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 규모가 세계 9위고 민주화는 댓글 의혹같은 좀 벌레로 주저앉을 단계는 이미 지났을 만큼 공고하다. 현대사회의 정치는 정쟁 위주의 구호정치가 아닌 실사구시를 요구한다. 과시적 정치구호보다는 예를 들면 부동산정책, 전세가 치솟는 전월세대책, 청년 취업대책 등 민생현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에 더 관심을 갖는다. 세월이 흘러 정치 또한 시류가 바뀌는데 옛날 방식의 구호정치에 매달려 민생정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일부정당 지도자들의 도착된 가치관은 유감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번 아웃 신드롬’

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월화수목금금금의 피곤한 일상으로 녹초가 되곤한다. 대신 고액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도 있다지만 새벽 일찍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그들은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다. 종일 업무에 파묻혀 허덕대느라 어느땐 불행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산다. 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이란 그림의 떡같은 얘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일을 가장 많이 하기로 소문난 한국에서 인재로 사는 일은 무척 피곤하다. 상사는 과도하게 업무를 주고, 우수 인재는 마다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니 일은 해도 해도 줄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가정에선 아내와 자녀의 불만이 늘어나고 빈자리는 점점 커진다. 체력적ㆍ정신적인 한계에 부딪힌 직원은 모든 에너지가 다 소진돼 한순간에 나가떨어져 버리고만다. 번아웃(burn out) 되는 것이다. 번 아웃 신드롬은 이런 상황에 빠진 사람이 피로를 호소하며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거부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자신의 일과 삶에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해 오던 사람이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 그 보람을 잃고 돌연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탈진 상태다. 이는 대체로 이상이 높고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아붓는 적극적인 성격의 사람이나 지나치게 적응력이 강한 사람에게서 주로 발견된다.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진 사람은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라는 말이 있듯이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지지 않게 미리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리더는 직원에게 업무를 맡길때 그가 이미 한계를 넘어서지는 않았는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 인재들은 겉으로는 모든 일과 상황을 잘 통제하는 것으로 보이나 무리해서 업무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을 넘어서고, 결국 상사의 기대에 못미치는 자신의 역량 부족을 탓하며 번 아웃 신드롬에 빠지게 된다. 또 하나 인재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휴식을 갖도록 권해야 한다. 인재들은 매사에 열정적이기 때문에 상사가 보기에 정말 일을 즐기는 것같이 보이나 그들에게 휴식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CEO들은 번 아웃 신드롬을 잠깐의 슬럼프로 생각해선 안된다. 자칫하면 소중한 인재를 회사 밖으로 내쫓을 수도 있기때문에 반드시 예방해야 한다. 특히 A급 인재의 번아웃 신드롬은 회사 손해는 물론 개인에게도 재앙이 될 수 있으므로 몸과 마음의 휴식을 통한 재충전이 필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재판을 인민재판하다

검찰 시민위원으로 활동하던 때다. 제기된 사건은 10대 여자 아이와 성관계를 맺은 30대 학원 강사의 기소 여부다. 합의로 이뤄진 화간(和姦)이냐 폭력 또는 위계에 의한 강간(强姦)이냐가 논점이다. 10대 여자 아이를 건드린 30대 성인 남자는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쪽과 누가 보더라도 유인의 정황이 농후한 아이의 발칙한 문자 메시지의 법률적 성격을 봐야 한다는 쪽이 맞섰다.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의 험악했던(?) 분위기다. 의견 개진과 반론을 넘어 위원 간의 고성까지 오갔다. 위원회를 주재하던 검사가 오히려 분위기를 정리하려 애까지 썼다. 표결에 부쳐졌고 결과는 근소한 차이로 기소였다-후일 검찰은 위원회 의견과 달리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 중요한 건 당시 치열했던 토론 분위기다. 검찰 시민위원회를 검찰 쪽 편드는 거수기 역할 정도로 여기는 일반인들이라면 한 번쯤 봤어야 할 장면이다. ▶법원에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이 있다. 기소된 사건의 형을 심의한다는 점에서 기소 전 심의를 하는 검찰 시민위원회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법집행 과정에 직접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이 상당 부분 결론에 반영된다는 측면에서는 같다. 이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더 정확히 말하면 보수와 진보에 의해 도마 위로 올려졌다. ▶논제의 목적은 같다. 국민참여재판, 이대로는 안 된다다. 논리전개를 위해 제시하는 사례도 비슷하다. 미국의 로드니 킹 사건과 OJ 심슨 사건이 거론된다. 백인 배심원들에 의한 편파 판결 논란과 흑인 배심원들에 의한 편파 판결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양쪽이 확실히 구분 지어지는 것은 논의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한쪽은 진보성향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문제 삼고 있고, 다른 쪽은 또 다른 진보성향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된 사건을 문제 삼고 있다. ▶법원은 견제받아야 하고, 재판도 검증받아야 한다. 도입 5년밖에 안 된 국민참여재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단, 그 논의의 시작은 많은 이가 공감하는 이유여야 한다. 단순히 우리 편을 불리하게 판결한 배심원들을 공격하는 의도에서 출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사건이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정치적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치와 이념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는 국민참여재판 논의. 자칫 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배심원을 협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인재의 적재적소

한비자(韓非子) 설의편(說疑篇)에 이런 고사(故事)가 있다. 요약해 본다. 조(趙)나라 임금 경후(敬候)는 덕행은 닦지 아니하면서 환락을 좋아하여 겨울에는 사냥을 일삼고 여름에는 뱃놀이를 일삼으며 행실을 삼가하지 않으며 절제가 없었으나 나라를 향유한 십수년 동안 군사는 적국에 패한 일이 없고 땅은 네 이웃에 빼앗긴 일이 없어 안으로는 여러 신하들이나 관리들의 어지러움이 없고 밖으로는 환난이 없었으니 이는 신하를 임용하는 도리를 잘 알았기 때문이다. 연(燕)나라 임금 자괘(子괘)는 수천리의 판도에다가 군사 수십만이 있었으며 음률을 즐기지 아니하며 몸소 쟁기와 호미를 들고 밭을 갈고 김을 매었다. 그러니 자괘가 자신을 괴롭혀가며 백성을 근심함이 이같이 대단하였으나 신하인 지자(之子)로 인해 그 자신은 죽고 나라는 웃음 거리가 되었다. 이는 무슨 까닭일까? 신하를 임용하는 도리에 밝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요즘 말로 인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라 하겠다. 예나 지금이나 특히 정부 인사는 국운을 좌우 한다. 조나라 왕은 환락을 탐닉했으면서도 인사의 적재적소로 나라를 잘 이끈 반면에 근면 성실했던 연나라왕의 극한적 인사 불행 비유는 사람을 기용하는 일이 그만큼 주요하다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공석 중인 감사원장 후임으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과 검찰총장엔 김진태 전 대검차장을 내정했다. 대통령의 인사 솜씨는 조각 때부터 문제가 좀 없지 않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사람이 아니면 국정을 맡길 인물이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만큼 청문회 때면 대체로 가족가운데 병역 기피자로 오인받기 쉬운 석연치 않은 병역 면제자가 있는 것과 위장전입 등이 으례 따른다. 이번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그런 것을 추궁해도 제발 듣기 거북하고 민망스런 예기는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 대통령 혼자 잘 한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나라 살림은 팀워크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신의 직장’ 마사회

이 법은 한국마사회의 조직 운영과 경마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경마의 공정한 시행과 원활한 보급을 통하여 마사의 진흥 및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여가선용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한국 마사회법 제1조가 규정한 목적 조항이다. 말인즉슨 번드레하다. 6조의3(경고문 표기)조항은 마권의 지나친 구매행위가 가져올 수 있는 개인적 사회적 폐해 등에 관한 경고 문구를 표기하여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주말이면 과천 경마장을 꽉 메우는 경마 마니아들이 다 여가선용으로 즐기는 것은 아니다. 그 중 경마로 폐가망신한 고객들 가운데는 더러 경마장에서 난동을 부리지만 자기 관리를 잘못한 해프닝으로 끝나곤 한다. 난동자만이 아니다. 관중들이 다 경마를 레저 스포츠로 즐기는 것은 아니다. 분수에 넘친 과다 구매행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미 중독되어버린 그들은 한탕을 기대하는 도박 심리에 빠져 경마장을 뜨지 못하는 군상들이 많다. 요컨데 경마돈을 대는 계층은 서민층이라는 것이다. 가진 이들은 경마장을 거의 찾지 않는다. 흥청거리기는 과천 경마장뿐만이 아니다. 마사회 국정감사에서 주목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국 30개 장외발매소의 경우, 매출액은 연간 5조6천억원에 이르는데 일부 환원하는 지역사회 기부액은 매출액의 0.05%(29억원)로 생색도 나지않는 쥐꼬리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장외발매소 또한 1천500m 안에 모두 학교가 있어 유해환경의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마사회는 불경기를 모른다. 서민층의 경마 돈으로 언제나 흥청망청이다. 직원들 평균 연봉이 억대에 가까운 9천453만원인 직장이 마사회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이사 등 임원 연봉은 3억2천880만원이다. 가히 신의 직장이고 그들을 위한 마사회라할 것이다. 국민사회에 위화감을 안 가져온다 할 수 없다. 한국마사회 운영, 과연 이대로 좋은가? 시대에 걸맞고 시류에 따르는 개선책의 대수술이 필요한 게 한국마사회일 것 같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는 이제 취업과 진학을 위한 필수과목이 됐다. 줄여서 자소서(自紹書)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 자소서는 학점, 토익 성적, 자격증과 같은 또 하나의 스펙이다. 내가 살아온 생애와 가치관, 삶의 태도 등을 어필함으로써 해당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기다. 최근 그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여파로 대학 입시나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ㆍ고등학생들도 자소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남들과 차별화 된 스토리텔링의 자소서를 요구하다보니,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로 시작하는 자기소개서는 고전이 된지 오래다. 자기소개서가 입시의 중요 요소가 되면서 수시모집을 앞두고 컨설팅업체와 논술학원 등에선 자소서 장사를 한다. 온라인으로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면 기본 20만원, 직접 만나면 30만원이라고 한다. 1개월 이상 종합컨설팅을 해주는 업체들은 수백만원을 받기도 한다. 자기소개서가 교사추천서와 함께 사실상 대학입학 지원서의 핵심적인 서류이다 보니 대필ㆍ컨설팅 업체가 우후죽순 늘고있는 것이다. 대학들에선 대필이나 표절이 발각될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 실제 2013년도 수시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표절해 불합격한 대입 수험생이 1천102명에 달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개발한 유사도 검색시스템을 사용해 수험생이 낸 자기소개서중 서로 비슷한 문장이 있는 것을 잡아내는 방식으로 가려냈다. 9월부터 자기소개서 관련 출판시장도 뜨고 있다. 기적의 자소서 꿀잡 자소서 뽑히는 자기소개서 EBS 대입 자기소개서 바이블 영화 드라마로 풀어쓰는 자기소개서 등 올해만도 취업관련 자소서가 17종이나 출간됐다. 취업과 진학에서 자소서 비중이 커짐에 따라 차별화된 팁을 얻고 싶어하는 심리가 도서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자소서 책들은 본인이 하고싶은 말보다 채용담당자가 듣고싶어하는 이야기를 해라, 핵심을 먼저 강조하는 두괄식으로 전개해라, 최소한 지원동기 및 포부만큼은 절대 베끼지 마라, 애매하고 추상적인 표현은 자제하라는 등의 조언을 한다. 반면 완벽한 최고의 국제적인 헌신적인 등의 단어는 인사담당자들이 비호감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평가받기 위한 객관적 표현에 근거해야 하지만 현실은 자신에 대한 성찰과 진정성은 잃어버린채 강렬하고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게 한다. 이런 자기소개서가 과연 필요한건지.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효도마케팅’ 사기

모 보일러 회사의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는 효심을 자극한 마케팅으로 소위 대박을 쳤다. 현란한 컴퓨터그래픽이나 비싼 광고 모델을 쓰지않고도 광고 전 보유하던 3년간의 재고가 모두 소진되고, 기름보일러 광고였음에도 이 회사의 연탄보일러까지 모두 판매되는 놀라운 광고 효과를 봤다. 바쁘게 살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자식들의 미안한 마음, 추운 겨울날 따뜻한 보일러로 조금이나마 효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움직인 것이 먹힌 것이다. 재밌는 것은 포스코가 이 보일러 광고의 카피를 패러디해 미얀마 공중파방송을 타면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있다는 소식이다. 광고 카피는 여보, 아버님 댁에 포스코 지붕 놓아 드려야겠어요.다. 한국처럼 효를 중시하는 미얀마 사람들의 정서를 공략한 것이 적중했다. 미얀마는 5월부터 9월까지 우기가 이어져 풀로 만든 지붕은 하루에도 몇차례 내리는 스콜성 강수를 버티지 못하고 1년이면 썩어버린다. 결국 매년 지붕을 새로 만들어 올려야 한다. 그래서 미얀마인들은 10년 이상 유지되는 함석지붕을 안락한 주거생활을 위한 최우선 목표이자 부의 상징으로 여긴다.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함석지붕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런 수요를 간파한 것으로 효도마케팅으로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효도마케팅이 인기다. 가정의 달 5월이면 홍삼, 안마의자 등 다양한 업체에서 효도마케팅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린다. 그런데 효도마케팅을 악용해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전 말기암 환자의 심리를 이용해 효도마케팅으로 고액의 치료비를 받아 챙기고 실제로는 엉터리 치료를 일삼은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한의학 박사를 사칭한 김모씨는 말기암 환자들에게 수백만원의 엉터리 약제와 침을 놓고 사기를 쳤다. 그는 지난 5월 말기 유방암 환자가 입원한 부천의 한 병원에서 환자의 다리와 가슴 등에 침 10대를 놓고 캡슐 형태의 제품 3통을 복용케 했다. 김씨는 22가지 특허를 받은 약으로 암을 비롯한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약은 다이어트 보충제에 불과했고, 그는 한의학을 공부한 적이 없는 전과 3범의 상습범이었다. 환자는 병세 호전없이 지난 7월 숨졌다. 말기암 환자의 절박한 심정과 끝까지 효도를 다하려는 가족의 마음을 이용한 효도마케팅 사기가 극성이다. 가족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거니와, 목숨을 담보로 장난치는 이런 인간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수원시 재산-시인 고은

왼쪽 차장으로는/ 볼보 트럭쎈터로군/조금 지나/에그머니나 오산장례식장이로군/오산 고층아파트 덩치들/마구 솟아 오르는군/산소 희박으로 발딱이는군/연이(然而)/경기평야/아직도 간간이 논 남아/모심은 논/개구리소리/먼먼 기미년 만세소리 자오록이 들리는 듯하군/기막히군. 시인 고은이 2011년 발표한 경부고속도로 하행의 일부다. 섣부른 시평(詩評)을 달 생각은 없다. 그저 최고 시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오산이라는 지역명이 반가울 뿐이다. ▶지난 10일 저녁, 수원시 상광교동 광교산 인근의 한 주택 앞으로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얼마 전 이사 온 집주인의 노벨상 수상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웃 주민들에겐 여간 특별한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광교산과 보리밥으로 상징되던 동네가 갑자기 세계적 관심의 대상으 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한 주민은 인제야 얼마 전 이사 온 이웃이 대단히 유명한 사람이었음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결코 편치 않은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다. 수원시청 일부 공무원들-특히 고은 선생의 수원이주를 주도했던 문화교육국과 공보실 소속-이다. 시내 모처에서 만찬을 하던 공보실 관계자는 꼭 돼야 하는데라며 안전부절했다. 시비(市費)로 주택까지 사들이며 모셔온 데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해서다. 사실 지역 내에서는 수원시가 고은 선생의 노벨상 수상에 투자한 것이라는 비아냥이 적지 않았었다. ▶흔히들 수원을 정조 대왕으로 먹고사는 동네라고 부른다. 수원 관광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성(華城)의 경제적 가치를 일컫는 말이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오늘의 화성이 있기까지 4천억원 이상의 투자가 있었음을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625 전쟁통에 부서진 성곽을 복원하고, 70년대 개발의 밀려 사라졌던 공간을 되찾는 노력에 그만큼의 돈이 투자됐다. ▶예산 사용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통상 계량화된 기대 이익으로 설명된다. 시인 고은의 수원 이주에도 예산이 들어갔다. 그 기대 이익을 따져 묻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런 일이다. 다만, 그 평가 항목을 노벨상 수상과 연결해 따져 물으려는 의도는 대단히 옳지 않다. 한 시대를 대표해 온 삶, 세계 독자들을 감동시켜온 작품. 그것만으로도 시가 제공한 집 한 채의 가치는 뛰어넘고도 남는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지방선거의 문제점

내년 지방선거를 7~8개월 앞두고 있다. 지방선거의 현안은 지방 4대 선거 중 교육감 선거와 기초의원 후보 정당 공천제 폐지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페지는 논리상으로는 이미 끝난 문제다. 대선 때 여야의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천제 현행 법률은 개정될 생각 없이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있다. 민주당은 새삼스럽게 당원 투표를 통해 공천제 폐지로 다시 당론을 모았으나 정작 관련 법률의 개정은 방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생각해봐야 한다며 확실한 입장 표명을 미루며 뭉그적거려 왔는데 이대로 가면 눈치를 보아 공천제 선거를 치르고 민주당은 마지 못한 듯이 그러한 새누리당을 방관할 것으로 보아진다. 왜냐면 공천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인 국회의원의 영향력 대상에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새누리당이 현행 공천제로 정말 돌아 선다면 대선공약은 어떻게 되는지 설명이 있어야 한다. 정당 공천제 폐지는 현 기초의원이나 후보 예정자들이 한결같이 바라는 것이지만 아직 관련 법률 개정안의 초안도 안 잡혔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안에 처리되기는 이미 틀렸다. 그동안 적지 않은 수의 교육감이 영어의 몸이 되었다. 직선제 때문이다. 선거 공영제라지만 선거운동 비용을 나라에서 다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광역단체장 후보처럼 정치 후원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나 비리의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다. 교육감직이 자선사업가가 아닌한 현직에 있을 때 이미 선거운동비로 들인 밑천을 빼야하고 다음 선거비용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감 직선이 합당하긴 한데 과연 방법이 옳으냐, 아니면 파벌이 설쳤던 간선으로 회귀 하느냐를 두고 논의가 있었다. 광역단체장과의 러닝 메이트 말도 나왔으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가 문제다. 정치권이 부질없는 정쟁만 하지 말고 이런 문제에 진즉 관심을 갖고 공론을 모은 개선책으로 지방선거를 맞이 했어야 한다. 지금도 아주 늦은것은 아니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병역기피와 고위 공직자

채동욱 전 검찰 총장의 혼외 자식 의혹에 대해 한 달을 난리가 난 듯 떠들던 방송과 신문들이 박근혜 정권의 고위 공직자 자녀 국적 포기 관련 보도는 어디에서도 듣거나 볼 수가 없다. 이런 사회가 공정한 것인가 자녀를 미국 등지에 유학 보낸 고위직 공직자 15명이 16명의 자녀를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시키고 현지 국적을 취득케 한데 대한 어느 누리꾼의 항변이다. 이는 국방부 병무청이 낸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이런 사람밖에 쓸수 없나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이런 댓글이 있다. 고위 공직자 상당수 자녀가 국적 포기를 통해 병역을 면제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고 했다 . 그러한 고위 공직자의 자질을 의심하는 한 누리꾼은 또 이렇게 말 했다. 병역 면제를 위해 자녀 국적 포기시킨 고위 공직자가 무슨 논리로 국민 이끌 것인가?라고 했다. 촌철살인이 따로 없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찌른다. 모두 옳은 말이다. 그가 아무리 유능하다 하여도 자기 자녀에게 남들 다 가는 군대를 안 보내기 위해 조국의 국적을 버리게 한 사람이 무슨 염치로 나라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국민이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아마 염불보다 잿밥에 정신이 가 있을 것이다. 국가관이 없는 그들에게 고위 공직을 맡긴 것 부터가 잘못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왕자, 왕손들도 으레 군 복무를 마쳐야 할 것으로 아는 것은 그들의 국가관 때문이다. 국적법 제9조(국적 회복에 의한 국적취득)제2항 제3호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자는 나중에 국적 회복이 불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국적 포기를 통해 나라를 배신한 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다시 될 수 없는 것이다. 국민정서나 국적법의 이같은 의의를 본다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자녀의 국적을 포기시킨 고위 공직자들은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전모 또한 밝혀져야 한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멘탈 피트니스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씨가 쓴 피로사회의 첫 구절이다. 저자는 21세기를 지배하는 주요 질병은 우울증ㆍ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ㆍ경계성 성격장애 등 신경증이라고 말한다. 201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중 368만명이 매년 우울증ㆍ강박증ㆍ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다. 무기력ㆍ우울감ㆍ불안함 등으로 정상 생활이 힘든 기간이 2~3주 이상 지속돼 정신과 전문의 진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병원 치료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 조절이 힘든 불안ㆍ우울ㆍ화 같은 증상으로 힘든 시간을 2주 이내 경험한 성인까지 합치면 700만~900만명은 될 것 으로 추정된다. 경쟁과 갈등이 상존하는 현대사회 특성상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마음의 병을 앓는다. 입시, 취업, 직장내 갈등, 부부 문제, 조기 퇴직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배우자 사별, 노년의 외로움 등 원인도 다양하다.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 자살ㆍ살인 등 심각한 상황으로 내닫기도 한다. 개그우먼 이성미씨는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수면제 70알을 먹고 자살하려 했다고 고백한 바있고, 올해 부산에선 산후 우울증을 앓던 산모가 두달 된 아들을 살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자 중에서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3%에 불과하다. 적극 대처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마음의 병이 있음을 알아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병이 있는사람으로 낙인 찍힐까봐 꺼리는 경향도 있다.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치료가 늦으면 자주 재발하고 심혈관질환, 암 같은 신체질환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냥 참고 넘길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유해야 하는 이유다. 힐링여행, 음악미술 치료, 명상 등 마음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인식에 기초한다. 마음과 몸은 연결돼 있다. 어느 하나가 병들면 다른 곳에서도 증상이 나타난다.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이 있다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치유해야 한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으로 신체를 건강하게 하듯, 마음 건강도 멘탈 피트니스(mental fitness)를 통해 지켜야 한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을 없애는 모든 활동이 멘탈 피트니스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무너진 ‘군사부일체’

군주(君)와 스승(師)과 아버지(父)는 한 몸(一體)이다. 예전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스승을 임금이나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예우했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 말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교권은 무너진 지 오래고 학생들은 교사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교사의 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회원국 중 네번째로 높지만,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은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GEMS 재단이 발표한 교사 위상 지수(Teacher Status Index 201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62점으로 중국(100점), 그리스(73.7점), 터키(68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교사 위상 지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능력과 교사 위상, 연봉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GEMS 재단과 피터 돌튼 영국 서섹스대학 교수가 공동으로 연구개발한 지수다. 미국중국영국 등 OECD 주요 21개국에서 직업성별연령 등에 따른 1천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지수에 따르면 한국 교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은 4만3천874달러(약 4천699만원)로, 싱가포르(4만5천755달러)미국(4만4천917달러)에 이어 셋째로 높았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존경심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한다는 응답률이 불과 11%였다. 중국은 7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터키(52%), 싱가포르(47%)가 뒤를 이었다.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바닥인 것은 학생들로부터 폭언폭행 당하는 교사가 급증하는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세연 국회의원이 최근 발표한 교권 침해 현황 및 사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학생에게 폭행 당한 교사가 343명에 달했다. 2009년 31명에서 2010년 45명, 2011년 59명, 2012년 132명 등으로 매년 늘고있다. 지난해 6월 일산의 한 고교에선 교사가 담배를 피운 것 같으니 흡연 측정기로 측정해보자고 하자, 한 남학생이 그 교사를 발길질로 넘어뜨리고 주먹과 발로 폭행하고 침을 뱉었다. 올해도 1학기에만 76명의 교사가 폭행을 당했다. 학생들에게 폭행 당한 교사들은 수치스러운 감정만큼이나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난감해 하고 있다. 이것이 무너진 공교육의 단면이다. 진정 대안은 없는 것인가. 이대로 지켜만 볼 것인가.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손모가지를 건다’

류현진 선수의 승리가 전 국민을 흥분케 하던 지난 15일 오후 4시16분. 국내 한 통신사가 인터넷에 기사를 올렸다. 제목은 다저스 팬의 간절한 노노노류현진 냅둬다.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팬이 직접 찍은 동영상이다. 7회 초 수비 때 다저스의 매팅리 감독이 마운드 위 류현진에게 천천히 걸어간다. 그때 동영상 속에서 절규에 가까운 한 남자 팬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 돼. 안 돼. 안돼. 매팅리 감독 안 돼. 왜 하필 지금이야. 류현진에게 마무리할 기회를 줘. 류현진을 바꾸지 말라는 외침이다. ▶문제는 이 기사에 붙은 댓글 하나다. 한 네티즌이 기자가 경기는커녕 동영상도 안 보고 썼다에 내 손모가지를 건다는 글을 올렸다. 이때부터 두어 시간 동안 300여개의 글이 이 댓글에 붙었다. 동영상 있네. 손모가지 내놔라부터 손 모가지 자르고 인증 샷 올려라까지. 차라리 집단 폭력이었다. 그런데 그 중 아주 일부-물론 장본인을 포함해서-는 색다른 논리를 폈다. 제목만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기자들의 낚시질을 경계하자는 것인데 왜 취지를 왜곡하느냐. ▶결국 최초 댓글이 삭제되면서-누가 삭제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고-논란은 가라앉았다. 이날 논란을 끝까지 지켜본 언론인 입장에선 여간 찜찜한 일이 아니다. 만성적 낚시질 기사 제목 달기가 빚어낸 언론 불신의 단적인 예(例)여서다. 영화배우 김태희, 결국엔 대권 후보 김문수, 드디어라는 제목의 기사. 클릭해서 보면 김태희, 여전히 예쁘다라는 기사고, 김문수,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는 기사다. 종이신문(오프라인) 같았으면 당장에 징계(懲戒) 감이다. 하지만 조회수 경쟁이 이뤄지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언제부턴가 이런 걸 대세라며 보아 넘기고 있다. ▶20여 년 전, 머리숱이 하얗다 해서 후배들에게 백 상사라 불리던 편집기자가 있었다. 최고의 편집기자였던 그가 가르쳐 주던 좋은 제목의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제목에 쓰는 단어는 반드시 본문에 있는 단어여야 한다다. 이런 원칙 따윈 배운 적도 없었을 인터넷 제목 달기 아르바이트생들. 그들은 오늘도 수많은 글에 드디어, 결국, 마침내라는 엉뚱한 문구를 끼워 넣어 조회수 상승을 노리고 있다. 한국 언론 전체를 불신의 늪에 빠뜨리는 양치기 소년이라는 죄의식 따윈 없는 듯하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도의회 민주당

지방의회의 집행부 견제 기능 본령은 주민의 세 부담 절감에 있다. 집행부의 예산 증대는 주민의 세 부담 증대를 수반하므로 주민의 세금 경감을 위해 한푼이라도 예산안의 지출 규모를 깎는 것이 지방의회의 본 기능이다. 따라서 지방의회가 집행부서 설정하지 않은 지출 항목을 멋대로 만들어 예산 규모를 늘리는 것은 아주 잘 못된 처사다. 지방의회는 집행부의 예산안 심의에서 예산을 깎으면 깎았지 증액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의회 민주당 교섭단체는 다수당의 힘으로 경기도가 제출한 제1회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지방채 발행 권고를 집행부가 거부한다며 교착 상태에 빠뜨렸다. 경기도는 세수 결손이 커 연말까지 활용계획이 없는 중소기업운전기금 500억원, 재난관리기금 200억원 등 700억원을 일반회계로 돌려 활용하려고 했으나 도의회 민주당은 중소기업의 중요성과 만일의 사태를 들어 이에 해당하는 7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기금을 확보해야 한다며 반대해 추경 심의가 중단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는 도의 올 지방채 발행액이 1조8천535억원이지만 아직도 2천878억원을 발행할 수 있고 지방채 자체가 필수불가결한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므로 추가발행이 검토돼야 하는데도 도는 무조건 반대 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에 비해 도는 지방채 보다는 사업구조 조정을 통한 예산 확보와 중앙정부에 지방세원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촉구하면서 지방세수 확보를 할 수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어쩐지 주객이 바뀐 느낌이 든다. 지방채로 말하면 오히려 집행부에서 더 쓸려고 하고 의회에서 반대하기 마련인데 경기도의회 민주당 교섭단체는 이상하게 집행부가 지방채를 안 쓴다고 안달이다. 그나저나 예산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집행부다. 예산은 심의가 없는 집행이 없는 것과 같이 심의권이 집행권을 우선하는 것은 아니다. 빚으로 충당하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 수요는 복지망국일 뿐 진정한 복지가 아니다. 지방채 발행은 지역주민의 빚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공공기관장

공기업 등 공공기관장 자리를 집권의 제물화로 삼는 것은 박근혜 정부라 해서 예외가 되진 못한 것 같다. 역대 정부의 전리품이 돼버린 것이 공공기관장 자리다. 이제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다. 새누리당은 얼마 전에 지난 대선 공신 배려 명단을 청와대에 보내어 노골적으로 한자리씩 주도록 했고 또 청와대는 90%는 인선이 거의 끝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정권에 의해 임명되어 임기 중 하차 등으로 기관장이 없는 공공기관이 13개 곳이며 임기가 끝났는데도 그대로 있는 공공기관은 11개 곳이나 공기업 감사 등 공공기관의 고위직까지 포함하면 당장 임명이 요한 자리는 100개도 넘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공공기관 자리가 역대 정부마다 논공행상의 관행화 탓으로 공공기관은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전문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데가 바로 이 곳이다. 어느 날 갑자기 비전문가가 낙하산을 타고 최고 경영자로 내려와서는 평생을 통해 쌓은 전문가를 호령하곤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폐단의 단적 사례를 하나 들겠다. 공공기관장 등 이들 낙하산 부대는 정권 기간과 함께 하는 나그네들이다. 이 때문에 사명감 부족으로 적자가 나면 경영 쇄신으로 만회할 생각보다 빚낼 생각부터 먼저 한다. 공공기관마다 거의가 빚 투성인 것이 이 때문이다. 이들은 전문 분야의 공공기관에서 평생을 노력해도 전문가는 공공기관장이 될 수 없는 무력감을 안겨 주고 어떤 이는 수뢰를 일삼아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녕 공공기관장 등은 정권의 전리품이 돼야만 하는가, 관련 법률로 보장된 임기도 못 채우는 것을 보면 참 어렵다는 생각을 갖는다. 법률도 법률이지만 공공기관을 논공행상의 전리품 텃밭으로 보지 않는 정치권의 개혁차원의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원칙을 중시한다. 이런 정부에서마저 역대 관행을 원칙화 하는 것은 유감이다. /임양은 논설위원

[지지대] 유치원의 할로윈파티

할로윈 데이는 기원전 500년경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인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비롯됐다. 켈트족은 사람이 죽어도 그 영혼은 1년 동안 다른 사람의 몸 속에 있다가 내세로 간다고 생각했다. 10월31일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되살아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켈트족의 새해 첫날이 시작되는 11월1일의 전날이자 한해의 마지막 날인 10월31일에 귀신 복장을 하고 집안을 차갑게 만들어 죽은 자의 영혼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하는데 이 풍습이 할로윈 데이의 시작이다. 그러다 로마가 켈트족을 정복한 뒤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교황 보니파체 4세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Hallow Day)로 정해 그 전날이 모든 성인들의 날 전야(All HallowsEve)가 됐고, 훗날 할로윈(Halloween)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할로윈 축제는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미국에서도 열리게 됐다. 오늘날은 미국 어린이들의 축제로 유명하다. 이날엔 잭오랜턴(Jack OLantern)이라 불리는 호박등이 등장한다. 속을 파낸 큰 호박에 도깨비 얼굴을 새기고, 안에 초를 넣어 도깨비눈처럼 번쩍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장식품이다. 어린이들은 마녀해적만화주인공 등으로 분장하고 trick or treat(과자를 안주면 장난칠거야)를 외치면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초콜릿과 사탕을 얻어간다. 할로윈 데이를 앞두고 우리나라 유통업체와 호텔, 놀이공원에서 화려한 이벤트를 마련해 어린이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각 유치원들도 할로윈 축제를 한다고 떠들썩하다. 영어 유치원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할로윈 데이 행사를 일반 유치원에서도 열게 되면서 부모들이 축제 준비에 한숨 짓고 있다. 한번 입고 마는 드레스 가격이 10만원을 호가하는데다 가면, 요술지팡이, 사탕 등의 소품을 사려면 적잖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학부모 인터넷 카페에는 딱 한 번 입은 마녀 복장과 요술지팡이 5만원에 팝니다, 5세 남자아이가 입을만한 복장 구합니다 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어떤 학부모는 4, 5세 어린이들이 할로윈 데이가 뭔지 알지도 못하는데 서양 귀신놀이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러게, 할로윈 데이에 우리 유치원에서 웬 호들갑인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빨래

만약 당신과 함께 지구별 한 골목에서 세탁소를 연다면/ 당신이 미국을 세탁기 안에 집어넣는 동안/ 나는 세탁법이 불분명한 정치인들을 비눗물 속에 담글 것이다// 방사능에 창백해진 양떼구름과 함박눈과 아이들의 헝겊 인형을 당신이 문질러 빠는 동안/ 나는 입술 튼 강과 기름 무지개 뜬 모래톱을 세척해/ 점박이 물새알과 거북이 알들에게 돌려줄 것이다// 당신이 이스라엘과 아랍 성직자들의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해/ 강력 세제를 사러 슈퍼마켓에 갈 때/ 나는 성당 계단에서 잠든 노숙자들의 옷을 빨아/ 고통의 얼룩들을 제거한 뒤 순백의 겨울 볕에 내다 널 것이다// 후략~ 류시화 시인의 만약 앨런 긴즈버그와 함께 세탁을 한다면이란 시다. 앨런 긴즈버그는 1950년대 비트 제너레이션의 지도적인 미국 시인으로 군국주의, 물질주의, 성적 억압에 반대했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사람 맘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계절이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은 비타민D가 가득해 보약을 먹는 것 만큼이나 몸에 좋다고 한다. 살림하는 주부들은 옷이며 이불이 뽀송하게 잘 마르겠다며 빨래를 생각한다. 빨래 하면 떠오르는 화가가 있다. 미국의 제프리 라슨으로, 그의 그림 속 빨래 너는 여인들은 요즘 가을날을 연상케 한다. 라슨은 햇빛을 소재로 해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젊은 여인이 햇빛이 가득한 정원에서 빨래를 넌다. 두 여인이 빨랫줄에 넌 홑청같이 큰 천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햇살만큼이나 따스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뮤지컬 빨래도 생각난다. 2005년 초연된 이후 2천회 공연을 하며 33만 관객과 만난 인기 작품이다.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등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들의 먼지 묻은 인생을 깨끗이 빨래하자고 노래한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누구도, 무엇도 위로가 되지않을 때 빨래를 하며 인생의 얼룩을 깨끗이 지우고 희망을 꿈꾼다. 빨래는 일상 속에서 꼭 필요하다. 빨래 후의 깨끗함은 사람을 기분좋게 하고 새롭게 한다. 하지만 옷이나 이불만 세탁할 일은 아니다. 이 가을, 나 자신을 세탁해 보는 건 어떨까. 관념과 에고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나, 상처와 아픔으로 얼룩진 나, 곰팡이 핀 회한, 눅눅해진 슬픔 등을 깨끗하게 빨아 가을 햇살에 널어보자.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초등학교 반장 선거는…

한국은 소송이 많은 사회다. 1년에 대략 60만명이 형사 고소를, 110만명이 민사 소송을 한다. 그 형사 고소 가운데 65~70%가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 관련 고소다. 그런데 실제 기소율은 사기 22.9%를 비롯해 대부분 낮다. 사기꾼이라며 고소된 10명 중 7~8명이 혐의 없다며 풀려난다는 얘기다. 간혹 이를 두고 담당 검사가 진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검사가 가해자 쪽 편을 들었다는 내용의 투서다. 형사법과 민사법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다. 형사상 무혐의가 됐다고 해서 민사상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사는 국가 형벌권이 아니라 개인 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론이 날 수 있다. ▶지금 서울중앙지법 소속의 한 판사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형법상 업무 방해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원 45명에게 무죄를 선고하고부터다. 판사는 당내 경선의 경우 정당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고, 반드시 공직선 거에서의 직접 투표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를 폈다. 인터넷에는 괴상한 판사 판사 맞느냐부터 지면에 옮기기 어려운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어떤 언론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 대리 투표해도 된다는 얘기냐는 논리를 대며 판결을 비난했다. ▶판결의 뜻이 이런 게 아니었을 텐데 이런다. 판결문 중에 이런 문구가 있다. 대리투표임을 인지하면서도 투표율에 집착해 이를 통제금지하지 않은 당직자들에게 근본적인 중대한 책임이 있다 일반 당원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무죄선고가 곧 책임 없음은 아니라는 친절한 설명이다. 일리 있는 논리다. ▶대리 투표로 이석기 후보가 이득을 챙겼다면 그 피해자는 반대파들이다. 민법상 부정행위에 기한 투표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그 당사자들-유시민, 심상정 등-이 아무 법적 대응도 하지 않고 당을 떠나버렸다. 대신 검찰이 뛰어들어가 국가 형벌권으로 처벌하겠다며 기소한 것이 이번 사건이다. 이번 무죄 판결은 결국 검찰이 피해자들을 대신 오물통을 뒤집어쓴 셈이다. 옳은 판결이라 할 수는 없으나 있을 수 있는 판결이다. 2심도 남았고 3심도 남았다. 우리 사회가 혹시 형사와 민사에 대한 일반인의 혼란을 이용해 혹세무민하려 드는 건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대리 투표하면 안 되지만, 초등학교 반장 선거가 잘못됐다고 검찰이 개입하지도 않는다. 김종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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