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은 악어?

청와대는 최고의 권부(權府)다. 대변인은 청와대의 입이다. 대통령의 의중을 국민에게 밝히는 것이 소임이다. 그런데 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할 때가 있다. 지난 24일 수도권 문제를 두고 한 말도 그렇다.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해) 선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 무게 중심을 지방쪽에 두는 게 좋겠다는 배려 차원이다” “지방에 대한 배려와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궁극적으로 같이 이뤄질 것이다. 다만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지방에 대한 배려를 조금 더 먼저 한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대변인 이동관은 말했다. 언뜻 들으면 도시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고, 자세히 들으면 귀신 씨나락 까먹은 소리다. 지방을 수도권 지방 비수도권 지방으로 구분, 수도권을 역차별화하는 전 정권의 이분법 논리를 대통령 이명박이 계승하는 훼절을 견강부회(牽强附會)하다 보니 말이 꼬이는 것이다. 속셈은 따로 둔 얼러맞추는 말로 수도권 민심을 달래고, 더욱이 경쟁력 강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변인 말은 대통령의 무정견, 무소신을 그야말로 대변하는 말이다. 이집트의 우화에 이런 게 있다. 나일강의 악어에게 아기를 빼앗긴 어머니가 제발 아길 돌려달라고 사정 사정했다. 악어는 말했다. “내가 지금 아기를 잡아 먹으려고 맘 먹고 있는지, 아니면 돌려주려고 맘 먹고 있는지 정확히 맞추면 당신의 요구를 받아주겠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선의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아기 엄마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말하든, 저렇게 말하든 악어가 틀렸다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자의에 속하는 궤변을 ‘악어의 논법’ 그리고 그같은 눈물을 ‘악어의 눈물’로 부르는 유래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은 곧 ‘악어의 논법’이고, 그중 수도권 규제 합리화 대목은 ‘악어의 눈물’인 것이다. 언어의 유희, 즉 말 장난이 너무 심하다. 청와대는 말장난하는 데가 아니다. 또 그런 말에 넘어갈 민도(民度)로 안다면 생각하는 것이 참으로 유치하다. 청와대 대변인 이동관의 말은 청와대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영 씁쓸하다./ 임양은 주필

재외동포 신변 보호

지난해 5월 현재 재외동포 인구가 169개국 704만4천716명으로 집계됐다. 웬만한 국가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거주지의 치안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동포는 언제 어디서건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계획적인 범행의 대상이 된다면 거의 속수무책 상태다. 최근 멕시코의 미국 접경도시 레이노사에서 여성 1명을 포함한 한국인 5명이 멕시코 범죄집단에 납치됐다 9일만에 전원 구출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풀려난 이들이 미국으로 밀입국을 기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지만 일단은 안심이 된다. 1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 중 탈레반 세력에 납치된 모 교회 신자들의 인질사태의 악몽이 떠올라 국민들이 가슴을 졸였기 때문이다. 주재국 사법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체제 속에 우리 외교 당국의 기민한 대처로 피랍자들이 무사했지만 재외동포 안전문제를 다시금 점검해보는 계기가 됐다.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철수 등을 요구하며 정치적 목적의 납치극을 벌인 탈레반과는 달리 이번 사건은 범인들이 몸값을 요구한 점으로 미뤄 금품을 노린 단순 납치극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액수의 다과나 인질의 규모에 상관없이 인명을 담보로 저질러지는 극악무도한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유사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외교통상부가 교민의 안전 보호 등을 위해 재외동포영사국을 신설하고, 경찰 역시 재외공관 주재 외사관 숫자를 파격적으로 늘리긴 했다. 경찰의 경우 2005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 교민들이 많은 11개국 18개 공관에 외사관을 파견했으나 그 이후 영국과 독일, 베트남, 멕시코, 태국, 중국 등 총 10개 지역에 총경·경정급 간부 30명을 추가 배치했다. 그러나 외사관의 숫자가 늘었다고 해서 안심할 문제는 아니다. 불과 1∼2명의 인력만으로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르는 교민사회의 치안수요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교민 스스로도 범죄의 억울한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현지 치안 상황에 맞춰 평상시 대처요령을 숙지하고 조심하는 습관을 지녀야 되는 이유다. 더불어 정부는 이번 사건을 재외동포 신변안전 보호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고 향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軍 초소 현대화

어처구니 없는 군대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23일 0시쯤 포항시 남구 해안가에 있는 해병대 초소 지붕이 무너져 병사 3명이 숨졌다. 콘크리트 기둥에, 지붕이 슬러브 형태인 이 초소는 지어진 지 40년 됐다고 한다. 초소 건물 붕괴로 장병이 숨진 사고는 처음이다. 초소 지붕에 설치돼 있는 열상감지장비(TOD)를 가리기 위해 1개당 10㎏인 모래주머니 40개를 올려놓은 것이 사고의 직접적 요인이 된 것으로 지목된다. 해병대는 “4개월 단위로 경계근무조를 바꾸는데 이 때 안전진단과 보수교육도 병행한다”면서 “지난 4월10일 사고 초소 근무자들을 투입했을 때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육안 검사 만을 통해 콘크리트 건물의 안전성을 진단하는 것은 하나 마나 한 일이다. 과학적인 안전진단이 선행됐다면 지붕에 400㎏의 모래주머니를 쌓는 위험천만한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강안 초소 현대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해·강안 초소는 대부분 콘크리트로 지어져 내부에 습기와 곰팡이가 많아 장병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은 상식이다. 현재 GOP(전방관측소) 지역의 초소 위주로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해·강안 초소의 개선 작업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군 당국의 입장 표명도 당치 않다. 비단 해병대뿐 만이 아니다. 전국 각처에 있는 전군(全軍) 초소가 다 마찬가지일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휴전선 접경지역인 경기도, 강원도엔 군 초소가 상당수에 이른다. 포항의 해안 초소처럼 낙후된 곳이 많을 것이다. 초소에서 근무하는 군인은 거의가 사병들이다. 전방이나 후방이나 위험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국토방위를 위하여 근무하다가 초소 붕괴 같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면 실로 비통한 일이다. 국방예산 중 초소 보수에 쓸 수 있는 ‘작전시설 개선비’가 고작 230여억원이라고 한다. 해병대가 좋아 지원했던 아들들이 희생 당한 유가족들은 지금 억장이 무너졌을 터이다. 첨단무기 확보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 군 초소의 대대적인 정비와 현대화가 절실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국가위기상황센터?

청와대가 22일 기존 위기정보상황팀을 ‘국가위기상황센터’로 확대 강화키로 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보고 과정 등에서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마련한 보완조치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기능을 대폭 축소했다가 혼란이 빚어지자 일부 기능을 복원한 것 같지만 아무튼 이명박 정부가 국가위기상황을 감지한 건 늦었지만 다행이다. 국가위기상황센터 기능의 핵심은 대통령 직보체제 구축이다. 외교안보수석이 겸임하는 센터장은 위기 상황 발생시 대통령에게 즉각 보고한다. 대통령실장을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되던 시스템에서 센터장이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금강산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에서 대통령 인지 시점까지 8시간30분이나 걸렸다. 현대아산~통일부~청와대를 거쳤으며 또 청와대 내에서도 위기정보상황팀~대통령실장~대통령의 과정을 거쳤다. 앞으로 국가위기상황센터는 합동참모본부, 국군기무사령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검찰 등 주요 정보기관은 물론 현대아산과 같은 외교·안보와 관련된 민간업체로부터 상시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아산~청와대로 바로 이어진 뒤 센터장~대통령으로 보고 체계가 크게 줄어들었다. 위기 대응 메뉴얼도 전면 손질된다. 추상적인 메뉴얼을 ‘개성·금강산 관광객 피격사태 대응 메뉴얼’ 등 발생가능한 사안을 상정해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과거 NSC 사무처가 정보상황관리와 정책수립, 부처간 정책조율 기능을 모두 가진 공룡조직이었지만, 국가위기상황센터는 정보 수집 및 보고 등 정보상황관리 기능만 맡는다고 한다. 기존 위기정보상항팀은 대통령실 산하에 있었으나 국가위기상황센터는 편제상 독립기구다. 현재는 2급 선임 행정관이 팀장이지만 비서관급이 팀장으로 격상된다. 모두 15명인 인력도 군·경을 비롯한 전문인력 4~5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위기정보상황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규모마저 축소해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것보다 명칭이 마뜩지 않다. ‘국가위기상황센터’? 국가위기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국가위기상황관리센터’로 했어야 맞다. ‘센터’도, ‘센터장’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임병호 논설위원

소방관

소방관은 직업이긴하다. 생업인 것이다. 그러나 근무의 공익성이 생명을 담보로 하기도 하는 점에서 각별하다. 예를 든다. 경찰관 역시 근무의 공익성 수행에 위해 요인이 많긴 하다. 하지만 소방관의 위해는 보다 구체성이 높다. 즉 경찰관의 위해는 개연적인 데 비해 소방관 근무는 언제나 위험성 높은 현장을 접근하는 것이 일상이다. 흔히 경찰관을 위험한 직업으로 꼽고 있고 또 사실이지만, 알고 보면 더 위험한 직업공무원이 소방관인 것이다. 신문에 소방관의 안타까운 순직 기사가 보도되곤 한다. 인명을 구하려고 불구덩이 속에 뛰어들었다가 불타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례도 적잖다. 이천 설봉공원에 순직 소방관들의 추모동상이 건립됐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추진해 지난 18일 제막식을 가졌다. 실제 인물 크기로 세워진 동상이 금방이라도 살아서 나올 것 같은 모습이다. 유족들이 동상을 어루만지며 오열을 터뜨리는 정경이 처연하다. 하지만 잘 세웠다. 유족들에게 그래도 위로가 될 수 있고, 소방관들의 큰 노고를 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설봉공원엔 지난해 11월 이천 CJ공장 화재 때 순직한 윤재희 소방교와 올 2월 고양 골프클럽 화재 때 나홀로 진압을 하다 추락해 숨진 조동환 소방장 등 화재진압을 하다가 희생된 도내 소방관 10명의 동상이 생전의 활약상과 함께 건립됐다. 소방관들의 희생이 이로써 더는 없기를 염원했던 것이 안타깝게도 또 발생했다. 광주소방서 최영환 소방교(32)가 태풍 갈매기의 영향으로 물이 불어난 급류에 떠내려가는 주민을 구하다가 물살에 휘말려 분당 차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불명인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4시20분경 광주시 실촌읍 오향리 곤지암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 주민은 다행히 구조됐다. 그러나 최 소방교는 다음달 30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애태우고 있다. 최영환 소방교의 쾌유가 하루 빨리 있기를 빈다. / 임양은 주필

독도와 대마도

국회 박종희 의원(한나라당·수원 장안)이 교통사고 감소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카파라치 제도 부활의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제도의 폐해를 꿰뚫어본 옳은 판단이다. 교통법규 위반차량 신고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카파라치 제도는 2001년 3월 처음 도입된 이후 얻는 효과보다 공동체 갈등조성 등 부작용이 커 1년9개월만에 폐지된 시책이다. 이미 실패로 끝난 정책을 최근 국가교통안전정책심의위가 교통안전 종합시행계획을 세우면서 4년만에 카파라치 제도를 부활키로 한 것은 행정편의만을 위한 정책퇴보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부작용으로 인해 카파라치 제도가 폐지됐으나 사고를 줄이는데 효과가 컸던 만큼 일부 보완을 거쳐 재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관련 통계 수치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경찰청이 박종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카파라치 제도 폐지 이후 오히려 교통사고가 감소했다. 카파라치 제도가 폐지된 2003년 1~3월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5만548건으로 제도 시행기인 2002년 같은 기간 5만3천891건에 비해 6.2%가 줄었다. 사고사망자도 12.4%, 부상자는 11.8% 나줄었다. 카파라치 연도별 신고건수는 2001년 277만1천219건, 2002년 8월까지 150만8천286건 등 427만9천505건에 달하며 이 기간중 지급된 보상금은 45억2천846만원이나 됐다. 결국 카파라치 제도가 국민 상호간 불신감만 조성할 뿐 전문 신고꾼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된 것이 입증된 셈이다. 그래서 정부는 또 제도 부활을 하면서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경찰청이 지정한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대상으로 엄선된 시민단체만 신고토록 제한한다고 했지만 시민단체 선정 방법과 특정 시민단체 특혜 시비 등 논란의 소지가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교통사고 다발지역의 사고요인 제거 등 본질은 놓아둔 채 보상금을 내걸고 시민단체 손으로 단속이나 하려는 점이다. 이는 정부 스스로 무능과 정책빈곤을 드러내는 것과 같다. 정부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박 의원의 지적처럼 교통사고 감소 효과도 없이 부작용만 큰 카파라치제도 부활을 고집해선 안된다. 그보다는 도로망 정비, 교통감시 카메라 설치 확대, 신호등 및 교통안전 표지판 정비 등 교통사고 요인 제거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측간이심’(厠間二心)

이명박 정부가 방송장악을 기도한다고 한다. 야권의 주장이다. 며칠 전 구본흥 YTN 사장을 뽑는 주총에서는 우리사주 등 소액 주주의 출입이 봉쇄당했다. 구본흥씨는 이명박 후보 당시의 특보 출신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엔 벌써 최시중씨가 들어 앉았다. 최씨는 이 대통령의 실형인 이상득 의원의 친구로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다. 최 방통위 위원장에 이어진 구 YTN 사장 선임을 두고 이젠 더 심한“방송 장악 노골화”란 말이 나온다. 이런 판에 “KBS 사장은 새 정부 국정 철학을 구현해야 한다”고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말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방송보도가 많이 왜곡되고 있는 것은 맞다. 예컨대 문제의 PD수첩은 광우병을 사실 개념으로 전제해 놓고 만든 의도된 프로그램이다. 소가 주저앉는 똑같은 장면을 되풀이 하는 간헐적 재생은 시청자를 세뇌시키는 수법이다. 이런 예는 폭력시위 보도 화면에서도 나타나곤 했다. 폭력시위대가 전경을 폭행하고 버스 등을 부수는 그림은 단발성으로 비춘데 비해 시위대가 맞는 화면은 연속 반복으로 내보내곤 했다. 그러나 이 정부가 자기네 사람들로 방송사 사장을 물갈이 해서 편파방송을 시정한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민주당도 집권했을 당시엔 역시 방송사 사장들을 자기네 사람들로 앉혔다. 청와대가 빗대에 밝힌 정연주 KBS 사장도 그런 사람이다. 구 집권세력이 신 집권세력의 방송장악 시도를 비난하는 것은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꼴이다. 하지만 박 수석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 공영방송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홍보하는 기관은 아니다. 개탄스런 것은 하는 말들이 모두 ‘측간이심’(厠間二心)으로 권력을 잡았을 때와 놨을 때, 권력을 잡으려고 했을 때와 잡았을 때의 말들이 다른 점이다. 현 집권세력은 과거는 낙하산 부대를 동원했을지라도, 자신들은 그렇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개혁이다. 공기업은 정권의 전리품이 아니다. 마땅히 낙하산 부대가 아닌 자체 내부에서 사장들이 자력 선출돼야 하는 것이다. / 임양은 주필

태릉선수촌의 투혼

우리나라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제10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대회부터다. 제11회 올림픽대회에서는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일본 선수로 기록됐다. 기미가요가 흘러나오는 순간 월계관을 눌러 쓴 손기정 선수가 고개를 떨구며 월계수로 가슴팍의 일장기를 가리는 사진은 그때나 지금이나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참가한 대회는 1948년 제14회 런던 올림픽이다. 58개 참가국 중 24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얻었다. 금메달을 처음 목에 건 선수는 베를린 올림픽 이후 28년 만인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종목에 참가한 양정모였다. 당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해방 31년 만의 쾌거요, 건국 28년 만의 개가이며, 1948년 런던 올림픽 처녀 출전 이래, 숙명의 달성이요,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이후, 실로 40년 만에 맛보는 국민적 감격”이라고 흥분했다. 제23회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대회에선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7개를 따내 140개 참가국 가운데서 10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서울에서 개최된 제24회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1개로 종합 4위라는 기적에 가까운 위업을 달성했다. 이어 4년 뒤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 손기정 선수의 한, 겨레의 한을 한꺼번에 해소하는 쾌거를 올렸다. 총 28개 정식 종목에서 302개의 메달을 놓고 205개국, 1만500명의 선수가 각축을 벌이는 제29회 베이징 올림픽에 우리나라는 25개 종목에 출전한다.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베이징행 티켓을 획득 남녀 핸드볼, 수영의 박태환, 역도의 장미란, 남자 체조의 양태영 선수 등이 금메달을 노리는 가운데 태권도, 양궁, 유도 등에서 많은 메달 획득이 기대된다. 종합순위 10위권 내 진입을 목표로 밤낮 없이 땀흘리는 태릉선수촌의 투혼이 여름 날씨보다 더 뜨거울 때 김문수 경기지사가 그제 태릉선수촌을 방문, 경기도 소속의 국가대표선수단을 격려했다. 김 지사의 격려가 선수들의 메달 획득에 큰 활력소가 됐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노인 학대

학대 받는 노인 열 명 중 아홉 명이 가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 학대 가해자는 아들(53.1%)이 가장 많고, 며느리·딸·배우자 순으로 가족 학대가 90%를 넘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2007년 노인학대 실태 분석 결과’에 나타난 한국 가정의 참담한 실상이다. 86세의 한 할아버지는 수도·전기·가스가 끊긴 집에서 혼자 살며 시름시름 앓다 둘째 딸에게 발견됐다. 몸도 추스리지 못하는 아버지를 아들과 며느리가 재개발 아파트에 방치한 것을 딸들이 뒤늦게 안 뒤였다. 아들과 두 딸은 재산과 아버지 부양 문제로 관계가 나빠져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수시로 “나가 죽어라” “밥값도 못한다” 같은 폭언을 퍼부었다. 며느리도 식사를 제 때 챙겨주지 않고 무시해 할아버지에게 지울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 82세의 어떤 할머니도 죽지 못해 사는 형편이다. 아들 부부가 이혼해 손수 키운 손자가 “돈을 내놓으라”고 시도 때도 없이 고함을 질러 무섭기 짝이 없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손자는 할머니를 협박해 돈을 빼앗아가고 집안의 가전제품을 가져다 팔거나 몰래 통장을 훔쳐가기도 했다. 정부가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로 근근히 살아가는 할머니는 견디다 못해 인근 노인보호전문기관을 찾았다. 보호센터에서 사흘간 마음을 진정시키고 겨우 집에 돌아왔지만 손자가 또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밥도 먹기 싫어졌다. 이혼한 아들 부부는 소식이 끊긴 지 십년이 넘었다. 2007년 18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는 4천730건으로 2006년보다 18.4% 증가했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노(老)-노(老) 학대’도 32.2%나 늘었다. 60대 아들이 80, 90대 부모를 학대하는 경우다. 자기 인생의 한치 앞을 모르는 불효가 아닐 수 없다. 괴롭힘을 당해도 자식들의 체면을 생각해 참고 견디는 경우를 더하면 실제 학대 행위는 훨씬 많을 것으로 능히 추정된다.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학대 받는 세태를 보면 말세가 따로 없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 20:12)는 성경 구절이 새삼스럽다. / 임병호 논설위원

공공승용차 홀짝제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승용차에 대한 홀짝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동참, 승용차를 집에 두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공공기관의 주차장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한산한 점이 그렇게 보인다. 일단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눈치족’과 ‘얌체족’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아침 일찍 차량을 몰고 나와 공공기관 인근 주차공간을 선점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더구나 유료 주차장을 찾지 못한 운전자들은 주택가의 빈 공간을 멋대로 사용하여 곳곳에서 민원이 발생한다. 본보 16일자 7면에 따르면 15일 경기도청 인근의 수원시 고등동 주택가 골목길엔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엽니다’라고 씌여진 스티커가 붙은 짝수 차량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고등동 ‘도청옆길’에도 역시 같은 스티커를 붙인 승용차들이 연이어 세워져 있었다. ‘경기도가 미래를 엽니다’란 스티커는 공무원 신분을 나타나는 증거물인데도 태연히 주차시켜 놨다. 인천시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위 공무원 여러 명이 시청 앞 상가 유료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둔 채 출근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들이 되레 홀짝제 운행을 외면했다. 취재 기자에게 “공무원만 봉이냐”고 반문했다니 시국관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경우는 문제점이 더 크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전혀 딴 세상이다. 의원회관 앞에는 차량 번호가 홀짝수인 대형 세단들이 늘어서 있다. 의원회관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은 비서진의 수행을 받으며 태연하게 차에 오른다. 입법부도 에너지절약 대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홀짝제가 회기중엔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덕분이다. 비회기중엔 의무적으로 실시되지만 국회의원과 보좌관 차량에 대해선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어서 회기든, 아니든 국회는 홀짝제가 사실상 면제되는 셈이다. 이런 식의 홀짝제는 국민의 위화감을 조성하기 쉽다. 눈치족·얌체족은 마땅히 규제해야 된다. 하지만 예컨대 기동력이 생명인 경찰서 강력반, 대중교통이 열악한 벽지 거주자 등은 홀짝제 지키기가 사실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보다 효율적인 보완대책이 요구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홍보대사

연예인 등의 홍보대사 위촉은 평소 느껴온 의문 사항이다. 지난 14일 본보는 이를 ‘긴급진단’으로 심층보도했다. 과연 예상했던 대로 1회성 전시 효과다.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를 비롯한 파주·의왕·남양주·포천·김포·여주·가평·군포·의정부·연천·시흥·안산·구리 등 13개 시·군의 홍보대사가 자그만치 45명이다. 도 산하 경기도체육회·경기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경기녹지재단 등 6명을 합치면 51명에 이른다. 홍보대사는 운동선수 등도 있지만 거의가 탤런트·배우·개그맨·가수 등 연예인들이다. 순전히 대중의 인지도를 참작해 위촉하는 양상이다. 공교롭게도 포천시 홍보대사 중엔 현직 장관도 있다. 탤런트 유인촌이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되기 훨씬 전에 위촉됐다. 문제는 이들이 뭘 하느냐는 것이다. 기관이나 행사홍보를 위해 위촉한다지만 하는 일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위촉하면서 기관장과 함께 사진 찍고, 잘해야 신문에 한 번 나면 그만이다. 정작 기관이며 행사 등을 홍보한다는 뒷소식은 감감 무소식이다. 위촉으로 끝나는 것이 홍보대사다. 위촉받는 연예인 등은 홍보대사 위촉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가수 김흥국 같은 이는 각종 홍보대사 위촉을 7군데서 받았다. 홍보대사가 사실상 위촉으로 끝나는 것은 스케줄 때문이다. 특히 연예인들에겐 시간은 곧 돈이다. 처음 위촉할 때만 해도 출연료에 해당하는 소정의 돈을 준다. 이들이 다음에 또 홍보대사 역할을 할 땐 또 돈을 줘야 된다. 돈도 목돈이다. 그래도 별로 탐탐잖게 여긴다. 홍보대사로 위촉받는 것은 좋지만, 뒷역할이 스케줄에 지장받는 것은 본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허울뿐인 연예인 등의 홍보대사 보다는 명망있는 지역사회 인사를 자원봉사의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돈을 안 주어도 되고, 홍보역할의 지속성도 지닐 수가 있다. 지금 같은 홍보대사 위촉은 이도 유행이다. 혈세 낭비다. 이젠 그만 둘 때가 됐다. / 임양은 주필

박근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촌철살인’의 단평으로 소문났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개헌을 전제로 임기 단축 얘기를 꺼냈을 때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일갈로 대통령의 말을 잠재웠다. 테러의 병상에서 깨어난 첫마디 “대전은요?” 한 마디가 열세에 몰렸던 대전시장의 지방선거 판세를 뒤집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시 경선 규정 개정을 반대하면서는 “차라리 내가 1000표를 드리겠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어록집’이 출판됐다. 핵심 측근인 이정현 의원이 펴냈다. 지난 4년동안 언론에 보도된 발언을 모아 정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박 전 대표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둔 촛불집회 때 그답지 않은 말을 했다. 오랜 침묵을 깨고 한 말은 “과격시위도 나쁘지만, 과잉진압도 나빴다”는 것이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은 평소의 명쾌한 어법과는 영 딴판이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민중투쟁전선 구축, 이러한 투쟁이 미국과 친미보수세력에 대한 분노와 투쟁으로 지향되도록 이끌어 간다’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 앉히는 것으로… 사회를 마비시켜야…’ ‘노동자파업, 학생농활, 농민 공동투쟁 등을 고려해 집중투쟁 배치하는 것이 필요…’ 이상은 경찰이 공개한 진보연대와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의 압수문건 내용 중 일부다. 이들이 벌인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불법집회의 배경이 뭔가를 드러내 보인다. 국민건강권 등을 내세우며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불법집회의 구실에 불과한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한 불법집회의 배경을 일찍이 간파치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양비론을 편 것은, 한 마디 안 할 수 없는 처지에서 마지못해 한 소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지도급 인사들 중엔 국난과 같은 폭력시위를 보고도 입을 다문 채 방관만 한 사람들도 있었다. 기회주의적 처신인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박근혜·이명박 사이의 앙금은 아직도 그토록 두텁게 남아 있는지, 정치란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박 전 대표는 지금 싱가포르 정부의 초청으로 그곳에 가 있다. /임양은 주필

거스 히딩크

거스 히딩크 러시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부딪치고 함께 넘어지곤 한 시각장애 어린이들은 그렇게 히딩크와 축구를 즐겼다. 어린이들도 히딩크도 온통 땀 범벅이 됐다. 지난 9일 경북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열린 제2호 히딩크 드림필드 준공식에서다. 이날 준공식엔 대구 광명학교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제1호 히딩크 드림필드가 들어선 충북 충주 성심맹아원 어린이들도 대거 참석했다. 히딩크재단이 벌이는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 드림필드는 44m×23m 규격의 인조잔디 구장으로 각팀 5명 이상이 음향장치가 된 축구공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게임을 펼친다. 지난 2003년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재단을 설립, 드림필드 구장사업을 시작했다. “히딩크 아저씨는 사랑의 천사입니다….” 대구 광명학교, 충주 성심맹아원 어린이들이 ‘히딩크아저씨에게 드린다’며 쓴 글에서 그를 한결같이 “사랑의 천사”라고 불렀다. 히딩크는 “드림필드 건립사업에 있어서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더 많은 드림필드를 세우겠다”면서 주변의 어린이들을 보듬어 안았다. 지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서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 축구를 4강에 올리는 기적을 창출했다. 2006년 월드컵축구대회에서는 호주 대표팀을 맡아 호주 축구사상 최초의 16강 진출을 성공시켰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 되어서는 얼마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를 가리켜 ‘마법사’라고 한다. 히딩크 마법사의 주술은 곧 사랑이다. 인간애다. 선수들을 사랑으로 질책하고 선수들을 사랑으로 격려하는 지도자다. 그래서 그를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매력이 되는 것이다. 지난 10일에는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베이징 올림픽대표팀을 격려했다. “두려움을 갖지 말라, 상대도 한국팀을 의식할 것이다. 자신있게 플레이 하라”면서 메달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히딩크 처럼 진실된 감동을 줄줄아는 지도자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오는 2009년엔 수원에 제3호 히딩크 드림필드가 건립된다./임양은 주필

중학생 야구선수

운동선수들에게 훈련은 필수다. 연습하면서 흘린 땀방울과 인내만큼 영광도 값지다. 하지만 신체조건이나 체력에 무리가 가는 강훈은 선수의 장래를 해친다. 그런데 대한야구협회가 20여년째 성인규격의 야구장에서 중학교 대회를 개최,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를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가 공동 발행한 ‘2008 공식 야구규칙’은 중학교 구장의 투수~홈간 거리를 16.04m, 고등학교 이상의 성인구장은 18.44m로 규정했다. 누간 거리 역시 중학교는 22.86m, 성인구장은 27.43m다. 투수~홈 거리 규격은 중학교는 고교보다 2.4m, 누간 거리는 4.57m 짧게 야구장을 설계토록 했다. 선수들의 신체발달을 감안해 야구장 규격을 차등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 규칙에 따라 대회를 개최하지 않고 프로구장과 동일한 성인규격의 운동장에서 중학생 야구대회를 치러왔다. 문제는 이처럼 급격하게 야구장이 커지면서 중학생들이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을 입어 시달리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점이다. 특히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의 경우는 인대파열 등의 부상으로 수술을 하는 사례까지 빈번히 생긴다. 미국의 경우 학교 등급별로 야구장 구별을 하지 않는 대신 14·15·16세 등 나이별로 세분화해 야구장을 운영한다. 한국보다 더 엄격하게 야구장 규격을 표준화했다. 중학생이 성인용 규격의 구장에서 운동하는 것은 부담이 여간 큰 게 아니다. 같은 나이라고 하더라도 성장 속도나 체격이 다르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뒤따른다. 야구 지도자들이 중학생에 맞는 규격, 운동방법, 재활치료 등을 갖춰주어야 하는 이유다. 부상 당한 중·고생 야구선수들이 치료를 늦게 받는 것도 중학생 야구선수를 병들게 하는 요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기 때문에 자칫 재활이 어렵거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재활 학생 40% 정도가 중학생이며 유년기를 벗어나려는 13세의 중학생이 공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리한 힘을 가하면서 근육파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훌륭한 야구 선수는 중학생 선수가 성장하여 되는 법이다. 미래의 야구스타 탄생을 위하는 마음으로 중학생 야구선수를 성인구장에서 혹사하면 안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채식 바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 앞장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대표적 채식주의자다. 1987년의 6·10항쟁 때 항의단식 후 회복 과정에서 야채와 생식의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강 의원은 이후 줄곧 채식으로 살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기본적으로 육상동물의 고기를 먹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는 다시 비건(vegan)과 베지테어리언(vegetarian)으로 나뉜다. 비건은 우유, 달걀은 물론 벌꿀조차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다. 베지테어리언은 이들 음식까지만 섭취하되 고기는 안먹는다. 국내 채식주의자는 전체 인구의 1%인 50만 명에 가깝다. 한국채식연합의 통계다. 여기엔 승려 등 종교인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30% 정도가 비건이고, 나머지는 베지테어리언이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바탕은 채식이며 이를 거스른 결과 질병 등 온갖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채식주의자들은 주장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앨런 워커 인류학 교수는 인간은 원래 채식동물이라고 주장한다. 먼저 손톱과 발톱을 근거로 댄다. 육식동물은 다른 동물을 붙잡아 찢어야 하기 때문에 한결같이 발톱이 길고 날카롭게 구부러져 있다. 낱카로운 송곳니가 발달했다. 그러나 채식동물은 대체로 평평하다. 곡물이나 과일을 갈거나 부술 필요가 없어 맷돌 모양의 어금니는 갖고 있지 않다. 소화액 분비에서도 육식과 초식은 분명한 차이를 나타낸다. 초식은 식물성 탄수화물의 소화를 위해 타이알린이라는 효소를 입에서 침으로 분비하는데,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반면 육식은 이를 분비하지 못한다. 대신 육식동물은 위에서 초식동물보다 10배나 강한 염산을 분비한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여파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사실 우리 민족은 고기에 별로 익숙하지 않았다. 명절이나 생일 때 고기를 먹었을 뿐 보통 때는 곡물 음식 중심으로 영양분을 섭취했다. 초식동물처럼 살아왔다. 국민소득 증가로 육식의 비중이 커졌지만 이 영향으로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자가 전에 없이 늘어났다. 소수이긴 하지만 채식주의자가 ‘촛불 시위’에 참여했다는 건 시사하는 바 크다. / 임병호 논설위원

강만수 장관

내각 총사퇴가 교육과학부·농림수산부·보건복지부 등 3부 장관만 바꾸는 땜질 개각에 그쳤다. 이래가지고는 ‘인적 쇄신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도 않고, 인적 쇄신으로도 볼 수 없는 땜질 개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내각 총사퇴가 불발된 데는 한승수 총리 유임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런데 한 총리는 또 그렇다 쳐도 강 장관의 유임은 괴이하다. 환율정책에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경제정책 실정의 우두머리다. 성장쪽으로 환율 상승을 부추겼던 그가 환율을 낮추는 쪽으로 180° 말을 바꿨다. 외환보유액을 털어서라도 환율을 떨어 뜨리겠다는 것은 안정을 위해서라지만 의문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반짝 약발일 뿐 오래 갈 수 없다. 또 강만수 장관처럼 정부가 노골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정부는 다른 나라에선 그 어디에도 없다. 환율 조작국으로 낙인찍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누가 봐도 경질 0순위로 보았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되면서 대신 최중경 차관이 경질됐다. 장관의 잘못을 차관이 뒤집어 쓴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얼마전 올 성장률 4.7% 전망을 “4%대 후반”으로 발표했다. 소비자물가 전망치 4.6%에 비해 성장률이 훨씬 높게 들리는 것이 4.7%보단 4%대 후반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꾸지 못한 것은 20여년에 걸친 소망교회 인연 때문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던 때는 이래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곁에 두었다. 대통령선거땐 선대위정책조정실장,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경제사정이 안좋은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꾼다고 경제가 좋아질 전망은 없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회생의 전망은 물건너 갔다는 얘기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자칫 경제를 더 망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임양은 주필

愚者二題

명의 편작(扁鵲)이 채(蔡)나라 환후에게 말했다. “임금님께선 병이 살갗에 닿아 있습니다” 환후는 “과인에겐 병이 없소”하고는 편작이 물러간뒤 “의원이랍시고 병도 안 난 것을 두고 공을 세우려는군”하며 비웃었다. 열흘후 편작은 거듭 말했다. “병이 살속에 들어 있습니다”라고 했으나 환후는 대꾸도 안했다. 또 열흘이 지났다. “임금님의 병이 장에 이르렀습니다”라고 하자 환후는 외면했다. 다시 열흘뒤에 편작을 본 환후는 피해 버렸다. 편작은 탄식했다. “병이 살갗에 있을 땐 찜질로 고치고, 살속에 들었을 땐 침질로 고치며, 장에 스몄을 땐 화제로 고칠 수 있으나, 골수에 있게 되면 운명에 맡길 수 밖에 없는데 임금님의 병은 이미 골수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닷새가 지나가 환후가 몸이 아파 편작을 찾았으나 이미 진(秦)나라로 가버렸고 환후는 닷새가 더 지난 뒤에 죽었다.(韓非子·喩老篇) 송(宋)나라 양공이 정(鄭)나라와 싸울 때다. 지금의 하남성에 있는 홍수에서 정나라를 도우려고 오는 초(楚)나라 원군을 맞이했다. 이때 아랫 사람이 물을 건너고 있는 초군을 총공격하자고 했으나 양공은 “군자는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지 않는다”며 놔두었다. 이윽고 초군이 물을 건넜으나 진용이 정돈 안됐으므로 거듭 공격 건의를 받고도 “정당하지 못한 비겁한 짓”이라며 공격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진용을 갖춘 초군과 싸운 양공의 군사는 대패하고 말았다.(十八史略·春秋左氏傳) 채나라 환공의 죽음을 두고 노자(老子)는 말하기를 ‘인간사의 화복도 그와 같다’면서 ‘그러므로 성인은 일을 일찍이 처리한다’고 했다고 한비자는 전한다. 또 송나라 양공의 부질없는 아량을 어리석음으로 비유해 ‘송양지인’(宋?之仁)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생각컨대 채나라 환후는 너무 약삭빠르고 송나라 양공은 너무 물러터졌던 것 같다. 그러나 남의 말을 잘듣는 것도 탈이지만, 남의 말을 잘 안듣는 공통점은 어리석음의 두가지 유형으로 옛날 일만은 아닌 지금의 세태 이기도 하다. / 임양은 주필

통합민주당의 정체성

1945년 8·15 광복이후,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기까지 건국에 기여한 정당은 민족진영이었던 한국민주당이다. 건국을 방해한 조선공산당 등의 책동으로 한국민주당의 송진우·장덕수 등이 암살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민주당은 여당이 되지 못했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한국민주당의 지지는 받았으나 당원은 아니었다. 이승만은 마침내 자유당을 창당, 3선 개헌 등 독재정치를 휘둘렀다. 이에 저항하는 민주세력으로 신익희·장면·박순천·곽상훈 등이 조병옥의 한국민주당과 합세한 것이 민주국민당으로 뒤에 민주당이 됐다. 민주당은 4·19 의거로 집권, 제2공화국을 수립했으나 신·구파의 영일이 없는 내분끝에 1963년 5·16 군사정변으로 해산됐다. 박정희·전두환 등 정권하의 야당이 민주당을 계승하긴 했으나 3당 합당으로 민주당의 법통은 사실상 끝났다. 통합민주당이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꾼다고 한다. 김대중의 민주당에서 분당한 열린우리당에서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으로 돌고 돌아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가지만 구 민주당의 법통을 계승하는 것은 아니다. 김대중의 민주당은 원랜 평화민주당이던 것이 이기택이 이끈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공동대표 체제의 민주당으로 간판을 바꾼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전통적으로 민주세력을 대변해온 당명으로 되돌린다지만, 아니다. 우파 보수정당으로 전통 야당이었던 구 민주당의 명맥은 이미 끊긴지 오래다. 김대중의 민주당은 좌파 진보정당에 가깝다. 그런데 지금의 통합민주당은 한 술 더떠 잡탕 정당이다. 당의 정체성이 뭣인지 분명치가 않다. 통합민주당은 당명을 바꾸기 전에 먼저 당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된다. 한편 현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보수정당이긴 하나, 전두환 정권이 창당한 민주정의당이 뿌리다. 민주정의당의 약칭인 민정당에서 민자당 등을 거쳐 지금의 한나라당에 이르렀다. 집권당인 한나라당 뿌리는 군사정권의 잔재인 취약점이 있고, 제일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정략화된 정치편의 집단인 점에서 오늘의 한국정치가 혼란을 거듭하는지 모르겠다. 열린 보수정당, 열린 진보정당의 양대 정당체제로 가는 정치문화 발전은 역시 요원한 것 같다./임양은 주필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가 ‘수원 광교신도시(光敎新都市)’ 안에 178만5천132㎡(54만평) 규모의 ‘수변형(水邊形) 호수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혀 수원시민은 물론 인근 시·군 주민들의 환영과 기대가 크다. 수원(水原)은 지명처럼 예부터 물이 풍부한 고장이다. 울타리 안에 우물이 없는 집은 흉가라는 말을 들었다. 자고이래로 큰 물난리를 겪지 않았고 가뭄도 별로 없었다. 광교저수지, 일왕저수지, 북지(北池), 서호 등 호수가 많고, 광교신도시 안에도 물 맑은 신대저수지(30만㎡)와 원천저수지(44만㎡)가 있다. 호수공원을 만드는 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신대저수지의 경우 광교산 녹지축과도 연계돼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면서 개발할 방침이라고 한다. 호수주변에 습지, 잔디밭을 조성하고 산책로, 자전거도로, 수상테크 및 호수와 산림지역을 연결하는 스카이워크(공중 전망대) 등을 설치한다. 청소년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도록 캠핑장과 문화아트센터도 조성한다. 아래쪽 원천저수지는 상업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만든다. 폭 6m의 일주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예술문화박물관, 에코센터, 아쿠아센터 등을 건립한다. 국제적인 호텔, 유원지를 조성, 이 곳을 광교신도시의 활동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원천저수지 일대는 전망과 경치가 좋아 오래 전부터 호텔 신축지로 거론됐었다. 신대, 원천저수지 주변에 모래사장, 수영장, 조각공원, 뱃놀이시설, 수상 생태공원, 전통정원 등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15㎞에 달하는 저수지 상류 지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한다.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빗물을 저장해 재활용하거나 호수의 물을 정화해 상류로 보내는 물 순환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 신도시 내에 2개의 호수가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문데 수원은 이 조건을 갖췄다. 광교신도시는 수원시 이의동, 용인시 상현동 일대 1천128만㎡에 3만1천가구(7만7천500명) 규모로 건설된다. 9월 분양을 시작해 2011년 4월부터 입주할 계힉이다. 휴식과 관광, 교육, 놀이가 한 자리에서 가능한 세계적인 수변형 호수공원은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다. 경기도 수원에 명소가 또 하나 생기게 돼 반갑고 기쁘다. /임병호 논설위원

반기문 유엔 총장 방한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정국과 시국이 어수선한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가장 믿을 만한 세계 지도자로 평가받았다는 외신이 들려와 기분이 좋다. 미국 메릴랜드대 여론조사기관(PIPA) ‘월드 퍼블릭 오피니언’이 지난 1월10일부터 5월6일까지 20개국 1만9천75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 총장의 평균 신뢰도가 35%로 세계 8명의 지도자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 32%,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30%,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28%,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신뢰도는 26%에 불과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18%)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22%)보다 간신히 조금 더 받았다. ‘뉴스워크’는 “다들 부시 대통령과 (불신이)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하고 서방에서 독재자로 불리는 푸틴 전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이 오히려 서방 지도자들보다 더 큰 국제적 신뢰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반미 정서가 확대되고 경기 침체 및 식량 위기 등이 겹치면서 전 세계적인 비판론에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인 경우엔 반 총장(83%)을 가장 신뢰했으며 브라운 총리(57%), 후진타오 주석(56%), 푸틴 전 대통령(54%), 샤르코지 대통령(48%), 부시 대통령(30%) 순으로 신뢰를 보였다. 한국인들은 미국 대통령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이 나타난 셈이다. 그런데 반기문 총장이 오늘 방한한다. 한국사람이지만 반 총장은 전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국빈이다. 정부에선 ‘파격적인 예우’라고 하지만 한승수 국무총리가 성남 서울공항에 나가 영접하는 것은 당연한 의전이다. 7일까지 4박5일간 한국에 있는 동안 반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한 총리 등과 별도 회담을 갖고 만찬도 따로 한다. 금의환향하는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 가는 길 경호도 외국 A급 정상에 준한다. 한국인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것은 생각할 수록 대단한 일이다. 반 총장이 대통령과 총리 등을 만날 때 한·미 관계나 각종 국제문제를 멋있게 타결하는 방법을 한 수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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