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가슴으로 하는 말, 머리로 하는 말, 혀로 하는 말이 있다. 가슴으로 하는 말은 진실이며, 머리로 하는 말은 임기응변이며, 혀로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4·9 총선 바닥에 말들이 사태가 난다. 이런 말 저런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말에 대한 경구가 있어 이에 소개해 본다. ‘질문이 나쁜 자에게는 대답하지 말고, 대답이 나쁜 자에게는 묻지를 말라. 설명이 나쁜 자에게는 듣지 말고, 오기가 있는 자와는 논변하지 말 것이다.’라고 했다. 순자(荀子)가 쓴 권학(勸學)편에 나온다. 비십이자(非十二子)편엔 이런 말이 있다. ‘지금 세상에 사설(邪說)을 꾸미고 간언(奸言)을 꾸며서 천하를 휘저어 어지럽히며, 과장된 거짓말과 기괴하고 번쇄한 말을 늘어놓아 온 천하의 사람들을 혼란시켜 시비(是非)와 치란(治亂)의 기준을 알지 못하게 하는 자들이 많다. 성정(性情)이 움직이는 대로 서슴치 않아 방자하게 굴어 족히 치도(治道)에 통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자기네의 지론을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우기고, 조리를 꾸며 내어 민중을 속이고 현혹시키려 든다’고 했다. 비상(非相)편의 말을 하나 더 든다. ‘소인의 변설이 있고, 군자의 변설이 있고, 성인의 변설이 있다. 말에 앞서 이미 헤아려 시류를 초월해 막힘이 없는 것, 이것이 성인의 변설이라는 것이다. 말에 앞서 먼저 생각하여 해박하고 정직한 것, 이것이 군자의 변설이라는 것이다. 말에 앞서 생각없이 처신에 따라 그럴듯한 입놀림으로 자기를 과장하는 것, 이것이 소인의 변설이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순자는 맹자의 성선설과 달리 성악설을 주창했던 사람이다. 학자들은 성선설을 자연주의에 입각한 주관적 윤리를 강조한 반면에, 성악설은 교화주의에 의한 객관적 규제를 역설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순자나 맹자나 다 같이 공자의 유가(儒家) 학풍을 후대에 확립한 점에서는 일치한다. 순자가 설파한 ‘말’이란 것에 대한 인용 부문을 읽다보면 총선 유세에서 하는 말들 가운데 문득 문득 생각되는 점이 있다. 역시 가슴으로 하는 말보단 머리로 하는 말이 더 많고, 머리로 하는 말보단 혀로 하는 말들이 더 많다. 순자는 2천250년전 중국 전국시대 유학자로 조(趙)나라 사람이다. 형명법술(刑名法術)을 대성한 한비자가 그의 문하생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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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은 주필
2008-04-0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