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연대

제18대 국회 총선의 최대 오점은 비례대표 문제다. 통합민주당은 정국교 당선자의 주가조작 등 비리, 창조한국당은 학력 및 경력을 조작한 이한정 당선자, 친박연대는 양정례 당선자의 공천뇌물 등 혐의로 각각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한정 당선자는 6억원, 정국교 당선자는 10억원, 양정례 당선자는 15억원을 주었다. 웃기는 것은 이들이 어떻게 해서 비례대표 후보, 그도 당선권에 올랐는지를 당내에서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통합민주당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창조한국당은 심지어 문국현 대표 자신도 몰랐다니 거짓말이 아닐 것 같으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친박연대에서는 총선이 끝난 직후에 “도대체 양정례가 누구냐?”는 당내 인사들의 의문이 쏟아졌을 정도다.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는 처음엔 양정례 당선자를 가리켜 “불법이 없다”는 원론적 해명에 급급했다. 그러다가 궁지에 몰리자 특별당비를 받았다면서도 금액은 밝히기를 꺼려하며 숨기더니, 특별당비란 게 자그마치 15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양정례 당선자를 국회의원감으로 볼 사람은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15억원을 특별당비로 볼 사람 또한 별로 있을 것 같지 않다. 사회통념으로 보아 그렇다. 감도 아닌 사람에게 특별당비로 볼 수 없는 거금을 받고 비례대표, 그도 1번 자릴 주었으면 국회의원직을 사고 판 것으로 보는 객관적 생각이 든다. 서청원 대표의 다음 말이 또 궁색하다.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에서 선거비 보전이 나오면 갚기로 하고 차용증을 써주고 빌렸다지만 아니다. 그까짓 차용증은 말썽이 되고나서 말 바꾸기 용으로 써줄 수가 있다. 증거능력이 있을 수 있다. 비례대표를 둔 추문이 친박연대만은 아니지만 가장 치명적인 것이 친박연대다. 그러잖아도 지역구의 김일윤 당선자(경북 경주)가 돈을 뿌린 혐의로 구속된 판에 양정례 파문이 겹쳐 세간의 입방아감이 되고 있다. 김일윤 당선자는 서둘러 제명했지만 원초적 죄업이 씻기는 것은 아니다. 친박연대가 이런 저런 ‘자승자박’으로 입지가 좁아져가고 있다. 민심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친박연대의 길이 과연 박근혜 의원을 돕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임양은 주필

‘리춘희’ 방송원

북녘에서는 아나운서를 방송원이라고 한다. 방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방송원으로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면 아나운서라는 것 보다는 직함이 덜 분명하다. 여기서도 예컨대 코미디언을 방송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본다. 그렇긴 해도 순수한 우리말로 하는 표현은 듣기에 좋다. 남쪽 사회는 외래어가 너무 범람한다. 부산 아시안게임에 왔던 김일성대학 여학생이 영어 투성인 시가지 간판을 보고 “미 제국주의 식민지”라고 말 한 적이 있다. 정부나 공공단체 발표문이나 언론에서도 토막 영어를 지나치게 남용한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를 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우리끼리 우리 말로 해도 될 말을 우정 영어로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조선중앙통신사 텔레비전 방송에 ‘리춘희’라는 방송원이 있다. 대남 대외 성명 보도를 거의 전담, 남쪽 텔레비전 뉴스에 가끔 비치곤 하는 낯익은 얼굴이다. 올해 예순 다섯살로 ‘인민방송원’ ‘노력영웅’의 칭호를 받았다. 고급 주택에 자가용 승용차가 배정됐다. 북녘 방송원의 보도는 남쪽처럼 생활 대화조가 아니다. 연극 대사조다. 연극 대사 발음이 일부러 만들어내는 목소리로 가성(假聲)인 것은 큰 소릴 내야 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들 방송원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가성이다. 또 성우이기도 하다. 보도 내용에 따라 말투가 그때마다 다르다. 북에서는 방송이 통신의 범주에 든다. 그러니까 통신 교류를 예로 들면 여기서는 서신만을 생각하지만, 저 사람들은 방송까지 포함하는 개념의 차이를 유의해야 한다. 방송이 통신에 드는 것은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대남, 대미 비방 방송을 할 때는 격앙된 가성이 고조될 대로 고조된다. 반면에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관 김정일 동지께서는…”하는 방송을 할 땐 내용에 따라 한 없이 자애롭거나 장중한 어조로 바뀐다. ‘조선’이라는 북녘 월간 화보 4월호는 리춘희 방송원을 가리켜 ‘박력있고 호소성이 강한 쇠소리나는 목청의 성명·담화 발표로 적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공격하는 화술적 재능을 가졌다’고 소개한 것으로 전한다. 저 사람들은 이쪽 방송 어조에 맥이 없어 보이겠지만, 여기서 보는 저들 방송 어조는 어쩐지 좀 유치하다. 그나저나 리춘희 방송원의 대남 방송이 부드러워지게 되면 좋겠다./임양은 주필

시·군 특수사업

경북 영양군은 벽지다. 인구도 7만명 정도다. 이런 벽지초등학교에 원어민 영어교육 바람이 세차다. 원어민 강사가 많은 게 아니다. 한 명 뿐이다. 화상교육을 한다. 우수 원어민 강사 한 명으로 관내 초등학교마다 연결시킨 화상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영양읍에 있는 영양초등학교에서 시범 실시한 것이 큰 효과를 보아 확대시켰다. ‘안동 간고등’으로 유명한 경북 안동은 내륙이다. 고등어가 생산될 수 없는 내륙에서 간고등어가 이름난 것은 기후 특성을 살려 소금을 절인 비법을 개발한 데 있다. 역시 경북 영덕군은 동해안의 지리적 조건을 이용한 해상공원을 조성, 관광자원화 했다. 전남 ‘영광굴비’는 법성포에서 난다. 그렇지만 전국으로 보급되는 그 많은 조기가 다 법성포에서만 잡는 것은 아니다. 인근 연안에서 잡은 조기도 법성포에서 말리면 법성포 굴비가 되는 덴 이유가 있다. 법성포 바닷 바람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전남 함평군은 군세가 열악하다. 군세가 열악한 함평군이 세계적인 행사를 한다. 대단한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은 아니다. 고작 나비 등 곤충이다. 습지공원을 조성해 생태계 변화로 사라져가는 국내외 나비 39종 33만마리를 양생시켰다.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열고 있다. 연간 약 3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다. 해마다 순익만도 100억원이 되는 수입을 올려 가난한 자치단체 살림을 돕는다. 도내에는 수원시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성곽을 갖고 있다. 구리시엔 고구려촌 대장간이 있다. 양평군은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의 무대인 ‘소나기 마을’이 있고, 여주에는 남한강의 명소였던 ‘여주 나루터’가 있다. 또 광주·여주·이천은 유서깊은 ‘도자기 엑스포’ 고장이다. 왕실도자기·예술도자기·생활도자기의 명성이 자고로 높다. 지역의 특수산업을 국내 또는 국외에 상표화 하는 것은 자치단체의 소임이다. 특수산업만이 아니고 교육분야 같은 특수시책을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 먼데 있는 게 아니다. 생활 주변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인식이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 좀더 적극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특수산업, 특수시책을 개발하지 못한 자치단체는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특수사업이 있는 자치단체일 지라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하고자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임양은 주필

읽기문화진흥법

핀란드는 세계적인 신문 강국이다. 인구 1천명당 신문 발행부수가 518부로 세계 3위다. 언론자유 수준도 세계 최정상급이다. 신문 강국 명성은 1964년 시작된 신문활용교육(NIE)으로 쌓았다. 수업에 신문 읽기를 활용하면서 교육부가 나서 NIE를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켰고, 1974년 NIE특별위원회를 설립했다. 현재 핀란드 초·중·고교 83%가 NIE를 실시하고 있다. 핀란드가 가장 중시하는 교육은 읽기다. 일본은 정부가 국민에게 효과적인 신문 읽는 법을 가르치고 독서력 향상을 위한 국민적 운동을 펼치고 있다. 책이나 신문을 읽지 않는 청소년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일본어 구사 능력이 저하되는 것을 염려해 2006년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10월27일을 문자활자의 날로 제정했다. 벨기에는 국가가 신문을 구매해 학교에 무료로 배포한다. 오스트리아 커뮤니케이션청은 신문진흥법에 따라 당일 발행판을 신문사가 직접 학교에 나눠주거나 신문활용 교육단체 ‘zis’에 위탁해 배포하면 신문 가격을 최대 10% 지원하고 있다. 영국은 영아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북 스타트 운동’과 ‘북 토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매년 0~1세 영아에게 책을 나눠주는 등 북 스타트 운동은 갓난아이 때부터 독서 습관을 길러 준다. 북 토큰 운동은 셰익스피어 탄생일이자 ‘책과 저작권의 날’인 4월 23일을 기념해 영국과 아일랜드 어린이 모두에게 1파운드짜리 북 토큰을 나눠준다. 우리나라 읽기문화 진흥 정책은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다. 2006년 제정된 독서문화진흥법이 있지만 기존 ‘도서관법 및 독서진흥법’을 도서관법과 독서진흥법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활자매체 핵심인 신문 읽기가 빠져 있다. 신문은 건전한 여론 형성은 물론 지식정보화 사회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국신문협회는 올해 독서문화진흥법 미비점을 보완하고 읽기문화 정착의 뒷받침을 위해 ‘읽기문화진흥법’ 제정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읽기문화진흥법은 NIE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문산업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민주주의의 꽃이 피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롭다. 감각적인 미디어인 인터넷이나 영상매체만으론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활자문화가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한다. 읽기문화진흥법 제정이 기대된다. / 임병호 논설위원

흉어(凶漁)

외래어종인 배스는 평균 길이가 29㎝다. 포식성이 강해 토착어종을 닥치는대로 잡아먹는 생태계 위해종이다. 번식력도 엄청나다. 4~6월 번식기를 맞은 배스 수컷은 바닥에 자갈을 깔리고 주변에 숨기 좋은 큰돌이 있는 곳을 골라 꼬리지느러미로 바닥에 지름 1m 가량의 둥지를 판다. 여기에 암컷을 불러와 산란과 방정을 한 뒤, 수컷은 부화한 새끼가 1.5㎝ 크기로 자라 흩어질 때까지도 먹이도 거의 먹지 않고 이들을 지킨다. 게다가 배스는 포식자치고는 알을 많이 낳아 길이 40㎝의 성어는 약 10만개의 알을 낳는다. 배스의 영향은 단지 토종어류 수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섬진강 댐으로 형성된 옥정호의 경우 오염원이 많지 않은데도 해마다 녹조로 몸살을 앓는다. 배스가 들어온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옥정호는 1990년대 중반까지도 쏘가리·붕어·잉어·빙어 등이 많이 나고 민물새우도 풍부해 어업이 활발했다. 그러나 1992년 배스가 유입되고 몇 해 뒤부터 민물새우와 빙어를 포함한 토착어류가 급속히 줄어 들었다. 민물새우인 징거미와 새뱅이는 어민들의 주 소득원이었지만, 배스가 가장 먼저 잡아먹는 대상이기도 하다. 민물새우와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소형 어류들은 물속의 유기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한다. 배스가 유입돼 생물 다양성이 무너지면 오염물질 축적에 취약해 쉽사리 부영양화 현상이 일어난다. 배스는 민물조개 수를 줄여 수질오염을 부추기는 주범이기도 하다. 납자루아과의 소형 어류는 대칭이 말조개 등 민물조개의 패각 속에 알을 낳는다. 이들은 산란기 때 조개 주변에 세력권을 만들며 모여든다. 동작이 느린 이들은 배스의 만만한 먹잇감이다. 납자루아과 물고기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피부에 유생을 붙여 번식하는 민물조개의 생할사가 끊기게 된다. 조개는 물속의 유기물을 걸러 물을 먹기 때문에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배스는 1973년 수산청이 미국 루이지애나 양어장에서 3~4㎝ 크기의 어린 배스 500마리를 처음 도입, 1975년부터 북한강 조종천과 토교저수지에 방류했다고 한다. 이어 양식업자나 낚시꾼들에 의해 전국의 저수지와 호수로 확산됐는데 이 배스때문에 토종 물고기가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지금 퇴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흉칙한 배스를 수산청이 왜 들여왔는지 생각할수록 어처구니가 없다./임병호 논설위원

측근들의 배신

항우(項羽)는 요즘 시각으로 봐도 스타 기질과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춘 영웅이다. 정상인과 달리 눈동자가 두개였던 항우는 태어날 때부터 비범했다. 5척 단구가 평균이었던 시절에 키가 8척(1m80)이 넘었다. 초나라 명문 귀족의 자제로 절세미인 우희(虞姬)와 염문을 뿌렸다. 진시황의 아방궁에 불을 질렀다는 방화 혐의는 최근의 고고학 연구 덕분에 벗었다. 항우는 24세(BC)에 진시황이 세운 진(秦)나라에 반기를 들었고 3년 만에 18명의 제후를 거느린 서초패왕(西楚覇王)에 등극했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역발산 기개세(力發山 氣蓋世: 힘은 산을 뽑을만 하고 기운은 세상을 뒤덮을 만하다)’란 명구를 남기고 31세에 사면초가(四面楚歌)를 들으며 자결했다. 극적 요소가 풍부한 항우의 일생은 장이모우 감독의 ‘패왕별희(覇王別姬)’에 앞서 당·송·명대 시인묵객들의 단골소재로 등장했다. ‘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司馬遷)도 ‘항우본기(項羽本紀)’에서 “자고이래로 첫 번째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항우는 진을 멸망시키고도 천하의 대권을 손아귀에 틀어쥐지 못했다. 투박하지만 정이 가는 항우보다 매력이 떨어지는, 평민 출신으로 권모에 능한 유방(劉邦)에게 권력을 내주고 말았다. 다잡은 황위를 놓친 항우의 패인은 몇가지로 회자(膾炙)된다. 1차적 책임은 항우 본인의 정치력, 전술, 성격에 문제가 있겠지만 그러나 항우가 대표한 권력집단, 요즘으로 보면 선거 캠프의 분란이다. 항우의 유일한 책사였던 범증(范增)의 책임이 크다. 항우가 작은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항우 캠프에서 입지가 높았지만 그의 계략은 여러 수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 결국 항우에게 두고두고 정치적 부메랑을 초래했다. 항우 진영을 떠나 유방을 선택한 한신(韓信)의 인물 됨됨이 탓도 크다. 정의보다 개인 감정에 따라 처신한 한신은 유방 진영에서 공을 세웠지만 결국 모반죄에 걸려 죽임을 당했다. 항우가 가장 신임했던 측근 주은(周殷)이 마지막 순간에 배신한 것도 항우를 사면초가에 빠뜨린 결정타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의 성공과 실패는 측근이든 우수한 인재든 탁월한 정치력으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리더십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4·9 총선’을 치른 정치판 사람들 중엔 별별 사람이 다 있다. 특히 범증, 한신, 주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임병호 논설위원

정치지도자

‘임금이 밭을 갈고 김매기를 독려하는 것은 백성의 재산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을 가혹하다고 한다. 형벌을 세우고 법을 분명히 하는 것은 사악함을 금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을 엄하다고 한다. 돈과 양식을 세금으로 거두는 것은 나라 창고를 채워 기근을 구제하고 군량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을 탐욕하다고 한다. 나라안의 백성이 병역기피를 일삼지 못하게 하여 군비를 강화하는 것은 나라를 지키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임금을 포악하다고 한다. (위의)이 네 가지는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그것을 기뻐할 줄 모른다’ 한비자(韓非子) 현학(顯學)편에 나오는 말이다. 정치의 치세(治世)를 말하면서 백성의 어리석음을 설파한 대목이다. 또 이런 대목도 있다. ‘옛날 우(禹)임금이 장강(長江:양자강)의 물을 트고 황하 바닥을 파내며 홍수를 다스릴 때 백성들은 돌아서서 비웃었다. 정(鄭)나라 자산(子産)이 밭을 개간하여 뽕나무를 심을 때 사람들은 그를 비난했다. 우 임금은 천하를 이롭게 하고 자산은 나라를 편안히 보존케 했는데도 모두 비방을 받았던 것이다.’라고 했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잘 살게 해준다고 하여 그들이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달리 더 뾰족한 수가 있는것도 아니다. 국민사회의 노력으로 이룩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가만이 앉아서도 입에 밥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않는 정당한 신뢰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비자는 현학편에서 백성의 어리석음, 즉 중우(衆愚)를 개탄했으나 백성을 힐난한 것은 아니다. 민본(民本)은 그 자신이 지녔던 사상이다. 한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은 정치가 중우정치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케네디는 말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 가를 말하기 전에 국민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했다. 미 국민의 자긍심 고취로 국가 발전을 선도한 뉴 프런티어 정신은 그를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한다. 국민에게 쓴 소릴 할 줄 아는 당당한 정치지도자가 없다. 그저 사탕 발림만 할 줄 안다. 정치인들의 말을 그래서 더욱 믿지 못하는 세태가 됐다./임양은 주필

양정례?

이태희 양정례씨는 의문의 18대 총선 최연소 31세 당선자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이다. 그녀에 대한 베일이 벗겨지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다음은 어제 보도된 기사 내용이다. ‘연세대(정규)대학원을 나온게 아니고 연세대(비정규) 법무대학원을 나왔다. 연세대를 졸업한 게 아니고 안양대를 졸업했다. ‘박사모’ 여성회장 경력에 대해 ‘박사모’ 측은 회원 가입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새시대 새물결 여성 청년’간사 등 직함은 하릴없는 대외 직함용이다.’ ‘실세는 그녀의 어머니 김모씨(58)다. (돈많은) 기업체 대표인 김씨는 일찍이 민자당 중앙상무위원 등을 지냈다. 양씨가 어떻게 해서 비례대표 1번을 받았는 지 친박연대 안에서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완전 무명의 김씨 딸이 비례대표 1순위에 오르는 덴 특별당비가 건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은 보도 내용을 간추린 요지다. 며칠전 사파테로 스페인 여성총리는 2기 정부를 조각한 각료 17명 중 여성을 9명 기용하면서 국방에 37세의 차콘 여성 장관을 발탁했다. 차콘은 집권 사회노동당의 차세대 지도자감이다. 31세의 여성이라고 하여 국회의원이 못될 것은 없으나, 양정례씨의 경우는 너무 경우에 맞지 않는다. 사리의 앞뒤가 틀린다. 그녀가 갑자기 국회의원이 된 배경에 특별당비가 있었다면 얼마였을까, 말이 당비지 상상을 초월할 지 모른다. 총선을 눈앞에 두고 급조된 것이 친박연대다. 자금이 있을리 없다. 비례대표 자릴 준 특별당비로 자금을 조달했을 것으로 보는 추측은 능히 성립된다. 문제는 확실한 금액이 얼마냐에 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다. 그렇잖아도 전국구 비례대표를 두고 ‘錢國區’란 비아냥이 있어 왔다. 돈 놀음이란 것이다. 그 돈 놀음이 당비의 한계를 넘어 뇌물의 성격을 가진 것이라면 국회의원 자릴 사고 판 매관매직에 해당된다. 각계의 기능직 전문가들을 국회에 영입하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둔 본연의 취지에 어긋나도 한참 빗나간다. 일정한 직업도 없어 보이는 돈 많은 집 딸이 일약 돈 놀음으로 국회의원이 됐다면, 비례대표제의 희화화는 너무도 슬픈 코미디다. 이래도 괜찮은 것일까, 도대체 친박연대 누가 그같은 농간을 부린 것일까,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임양은 주필

시청률 ‘0%’

KTV·국회방송·아리랑TV·JabTV·사이언스TV 등이 있다. 정부 부처 또는 산하 기관이 운영한다. 이들 방송에 지원되는 정부 예산이 연간 약 1천억원이다. 시설비 외에 들어가는 운영 예산이 이러하다. KTV는 국정 홍보용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한다. 아리랑TV는 해외홍보를 한다. 구 정권에서는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다가 새 정부 들어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갔다. 국회방송은 국회사무처, 사이언스TV는 교육과학기술부가 맡고 있다. 취업정보채널인 JabTV는 노동부 산하에서 운영한다. 시청률이 궁금하다. 우선 독자 중에 이들 방송을 평소 얼마나 많이 시청한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가 조사한 최근 시청률이 나와 있다. 최저 0.002%에서 최고가 0.057%다. 시청률 0.002%는 사실상 0%나 다름이 없다. 시청률이 가장 높다는 국회방송이 0.057%다. 도대체 이토록 시청하지도 않은 방송을 왜 국민의 혈세를 퍼들여가며 굳이 운영하는지 설명이 안된다. 정부가 하고싶은 말을 국민에게 직접 방송을 통해 밝히는 것이겠지만, 듣고 보는 사람이 없는데 해서 무엇 하겠나 싶다. 이도 관리들 벼슬자리 기관으로 전락, 정부 부처의 취업센터인 게 고작이다. 고비용 저효율도 아닌 ‘고비용 무효율’이다. 그중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KTV는 시청률이 0.003%, 아리랑TV는 0.005%다. 이미 국영방송인 KBS가 있다. 국정홍보, 해외홍보 할 것 없이 KBS와 중복된 기능이다. 중복된 기능을 장비 따로, 인력 따로 갖는 것은 예산 낭비다. 에너지 및 전파 낭비이기도 하다. 없애든지 해야 한다. 그래도 둘 요량이면 통폐합해야 된다. 잡다한 정부 운영의 ‘고비용 무효율’ 방송은 새 정부의 실용주의 정책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듣고 보는 국민이 없는 방송을 정부가 어거지로 강행하는 자체가 체모가 아니다. 통폐합을 말했지만 프로그램 혁신으로 시청률을 올릴 자신이 없으면 아예 그만 두는 것이 낫다. 정부가 근본적으로 알아야 할 게 있다. 나쁜 정책은 아무리 홍보해도 소용이 없다.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반면에 좋은 정책은 홍보를 안해도 국민이 먼저 관심을 갖는다. 정부 운영의 방송에 대해 새 정부가 어떻게 나올 것인 지 주목된다. /임양은 주필

불안한 당선자

10일 현재 본인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나 고발을 당해 검찰에 입건된 18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모두 37명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선자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당선자의 배우자·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가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취소된다. 17대 총선에선 당선자 46명(구속)이 기소돼 11명(구 열린우리당 6명, 한나라당 4명, 민주노동당 1명)의 당선이 무효화됐었다. ‘4·9 총선’으로 입건된 당선자 37명 중엔 흑색선전 등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20명으로 가장 많고, 금품 기부행위 8명, 불법선전사범 3명, 기타 혐의가 6명이다. 이 중 기소될 경우 당선 무효가 될 수 있는 혐의를 받고있는 사람이 적지 않아 사상 초유의 무더기 재선거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검찰도 6개월인 선거법위반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10월9일까지 수사를 마쳐야하는 만큼 이르면 다음 주부터 관련 당사자를 소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선거에서 승리했어도 일부 당선자에게는 검찰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는 셈이다. 경기도 수원의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였던 영통의 통합민주당 김진표 당선자와 한나라당 박찬숙 후보는 상대방을 금품전달과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맞고소해 두 사람은 당락 여부에 관계없이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할 형편이다. 수원 장안의 박종희(한나라당) 당선자도 당원체육대회 참석자들에게 식사비 등의 명목으로 1천여만원을 기부한 혐의로 고발돼 지지자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중이다. ‘4·9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혐으로 검찰이 입건한 사람은 773명으로 17대 총선 때의 2천102명보다 크게 줄었다. 구속자도 255명에서 27명으로 금감했다. 공천이 선거 임박해 이뤄지면서 실질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짧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판으로 가면서 고질적인 비방과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렸다. 제대로 맞지도 않은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내 경합지역이 수십 곳에 달할 정도로 선거가 과열된 탓이다. 검찰이 구형의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선거사범 구형 기준 확정안’을 마련했고, 법원은 “ 당선 유·무효가 걸린 사건은 재판을 빨리 진행하고 최대한 1심 형량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배지 달았다 떼는 의원’이 몇 명이나 될 지 몰라 개운치 않다. /임병호 논설위원

심야방송

국제 유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는다. 소폭하락, 중폭상승을 거듭하면서 110달러 대를 치솟는다.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말하고 있다. 유독 국내는 석유 한방울 안나는데도 태연하다. 아니 무심하다. 관공서고 어디고 대낮에도 필요없는 불을 여느 때처럼 환하게 켜놓고 있다. 국가기관, 공공기관 부터가 이 모양이다 보니 시민생활 또한 에너지 낭비에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 텔레비젼 시청을 하루에 1시간만 줄여도 연간 1천억원이 절감된다고 한다. 여러가지 방법의 생활속 에너지 절감대책 중 제시된 하나의 사례다. 텔레비젼 시청을 두고 말이 나온 김에 더 말하고자 한다. 굳이 시청자들 보고 시청 시간을 줄이라고 할 것 없이 방송시간을 줄이면 된다. 심야방송의 폐단이 심하다. 지상파방송만도 새벽 1~2시까지 방송하기가 예사다. 프로그램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럭저럭한 프로그램을 심야 시간대에 내보내는 것은 심한 전력 낭비다. 케이블방송은 더 하다. 24시간 내내 방영하는 것이 케이블방송이다.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하고 케케묵은 외화며 방화를 연달아 돌려대기가 일쑤다. 더러 퇴폐성 토크쇼를 자체 제작하기도 한다. 이런 저질 프로그램이 태반인 케이블방송 채널이 자그마치 70개가 넘는다. 그러니까 70여개의 채널이 종일방송을 일삼고 있다. 시청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광고 매출을 위해서다.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광고를 팔아먹기 위해 저질 프로그램을 갖다 붙이는 것이다. 그 많은 채널이 광고 매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보니 온전한 프로그램으로 다 채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해 본다. 텔레비젼 시청을 하루에 1시간 줄이면 연간 1천억원의 에너지가 절감된다니, 지상파방송의 자정 이후 심야방송을 제한하면 약 1조원이 절감된다. 여기에 그 많은 채널의 케이블방송 심야방송을 선별 제한하면 수 조원대의 절감 효과가 나올 것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된 것인지 정부 당국은 이에 신경쓰는 기미가 전혀 안보인다. 물론 에너지 대책은 이밖에도 많지만, 가장 손쉬운 이런 것부터 방관하는 판이니 뭘 믿고 그러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정부의 에너지 무감각이 심히 두렵다. /임양은 주필

빨간 마후라

공군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F-16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 33개월 간 18억원~21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올해 공군에서 전투기 조종사 131명이 전역했거나 전역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47명이던 전역자가 2006년에 99명이었다가 지난해 138명으로 대폭 늘어난 후 그 추세를 이어가고 있어 공군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경향이 계속된다면 ‘전력 공백’ 현상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군으로선 숙련된 전투기 조종사를 한꺼번에 잃는 것이 불만이지만 이들의 전역을 막기가 또한 역부족이다. 전역 후 민간 항공사에 취직하면 대우가 훨씬 나아지는 데다 최근 전세계적인 조종사 ‘품귀 현상’으로 항공사들이 온갖 혜택을 주며 이들을 유인하기 때문이다.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를 확보하려는 항공사의 움직임에 맞서 조종사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붙잡아 두려 하고 있다. 월급을 올려주고 항공수당을 2년마다 10%씩 인상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의무 복무기간을 2년 연장할 때는 3천만원, 4년 연장할 때는 7천만원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공군 조종사의 경우 18년 복무한 현역 중령 연봉이 6천700만원 수준인데 민간 항공사는 13년 의무 복무기간을 끝내고 입사한 지 5년 된 부기장에게 9천600만원 정도를 줘 3천여 만원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대부분 민간 항공사로 옮기려고 전역을 신청한다. 대한항공은 40세, 아시아나항공은 42세로 채용 연령을 제한하고 있어 20대 중반에 임관한 공군 조종사들은 의무 복무기간 13년을 채우자마자 전역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통상 항공사에선 항공기 한 대에 최소 10명 정도 조종사를 확보해야 원활한 운항이 가능하다. 여기에 또 저가 항공사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공군 조종사들에게 눈독을 들인다. 공군 출신 조종사들은 별도의 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바로 항공기를 운항 할 수 있어 항공사엔 ‘보물 같은’ 존재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공군에 공문을 보내 조종사들이 모자라니 전역희망자들을 막지 말아 달라고 간청할 정도다. 반면 공군은 항공사들에 대해 조종사 채용제한 연령을 만 45세로 높여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항공시대에 비행기 조종사들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당연하지만 영공(領空)을 지키는 ‘빨간 마후라’들이 자꾸 떠나 걱정스럽다. /임병호 논설위원

이소연

어제다. 우리 시간으로 8일 오후 5시16분27초, 카자흐스탄 바이코느르 우주기지 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8시15분27초다. 한국의 우주인 이소연씨(30)가 로켓 발사의 굉음과 함께 우주로 솟아 올랐다. 세계 여성으로는 49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여성우주인이 탄생한 역사적 순간이다. 무게 310t 길이 51m인 우주선 소유스 TMA-12호엔 선장 세르게이 볼코프, 엔지니어 올레그 크로넨코 씨등 2명이 함께 탔다. 지금 이 시각 지구 상공 354㎞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한국의 우주인은 34바퀴를 다 돈 10일 오후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대우주를 항해한다. 우주 과학실험으로 18가지 프로그램 임무를 수행한 뒤에 태극기 및 앰블럼을 부착하는 국제우주정거장 투어를 갖게 된다. 지구로 귀환할 땐 현재 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소유스 TMA-11호로 바꿔타고 온다. 광주과학고등학교를 나와 KAIST에서 기계공학과 석사에 이어 바이오 및 뇌공학 분야의 박사 학위를 딴 재원이다. 지난 2006년 12월 우주인 공모에 응모, 고산씨(31)와 함께 선발됐다. 지난 2년간 고된 우주인 후련을 심신 양면으로 이겨낸 강인한 의지의 소유자다. “여성으로서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기자회견 질문에 “난 여자가 아니라 우주인”이라며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주선 소유스가 발사된 그 순간, 정치권은 선거운동 시간이 얼마 남지않은 4·9 총선으로 온통 들떴다. 그러나 많은 유권자는 선거판보단 소유스 발사 장면에 눈을 돌렸다. 실황중계한 SBS는 주관방송사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것은 선거판이 아니라, 우주인 이소연 박사다. 특히 젊은 여성과 어린이들의 영웅이 됐다. 그녀의 도전정신, 성취의욕은 차세대의 무형자산으로 축적되고도 남는다. 무변광대한 우주의 태양계는 밤이 없다. 항상 낮이다. 중력이 없는 유영의 세계다. 이 별천지 세상에서 한국인을 대표해 우주를 질주하고 있다. 자랑스럽다. 오는 19일 오후 우리 시간으로 3시52분, 11일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카자흐스탄 초원으로 안착한다. 귀환 즉시,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했다. 기다려진다. 신의 가호를 빈다./임양은 주필

소치선언문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이던 1945년 4월25일 오후 4시40분이다. 독일을 동서 양면에서 진격하던 미·소 두 군인 대표가 엘베강 중류 토르가우의 파괴된 다리에서 만났다. 독일 평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엘베강은 중부 유럽 보히미아에서 발원하여 북해로 유입한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의 윌리엄 로버트슨 미 육군 소위와 소련군 제58사단 니콜라이 안드레예프 병사는 굳은 악수를 나눴다. “인류의 적인 나치 파시즘의 종말이 다가왔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엘베강의 맹세’가 있은지 일주일만인 5월7일 독일은 무조건 항복했다. 이어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은 그해 8월15일이다. 그러나 지구에 평화가 깃들진 못했다. 미·소 냉전은 세계를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몰아 넣었다. 1950년엔 한국전쟁이 발발, 3년2개월에 걸친 동족상잔으로 ‘시산혈하’를 이루었다. 1991년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의 붕괴로 미·소 냉전이 끝났다. 하지만 지구촌은 국지전으로 여전히 영일이 없다. 미·소에 이은 미국·러시아의 신냉전이 싹텄다. 중국과 일본은 군사대국으로 치닫고 북녘은 핵 무장화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소치선언’이 발표됐다. 두 정상은 선언문 서두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적대시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지난 5~6일 이같은 회담을 가진 러시아 남부도시 소치는 흑해 연안의 휴양지다. 유황과 수소의 화합물인 황화수소 샘이 많고 여름엔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평화의 도시다. 푸틴 별장에서 열린 만찬 중 부시는 러시아 가무단 쇼에 맞춰 춤을 추는 등 두 정상의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소치선언문’이 만찬 분위기만큼 화기애애한 것은 아니다. 완전히 합의된 것은 두 나라 교역 장벽의 철폐뿐이다. 동유럽 미사일방어(MD)기지 현안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푸틴이 핵 무기 사용 불사까지 언급했던 문제다. 추후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그쳤다. 6자회담 전폭지지, 한반도 비핵화 협력 계속은 원론적 얘기다. 당면과제인 북의 핵 신고 의무 불이행에 대한 대책은 빠졌다. ‘엘바강의 맹세’에서 ‘소치선언’까지는 63년의 세월이다. 시대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시대를 끌어가는 국민이 돼야 격동의 세월을 잘 넘긴다. /임양은 주필

市·郡 구분

충남 당진군의 무더기 위장전입 사태는 이미 보도된 사건이다. 해도 너무했다. 인구 4만명이던 당진읍이 불과 3개월만에 약 1만명이 전입, 인구가 5만명으로 급증했다. 군에서 공무원들에게 위장전입을 인원 수까지 할당해 가며 독려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자기집 주민등록부에 처가 외가 등 인척을 10여명씩 위장전입 시켰는가 하면, 새마을회관을 주소지로 한 위장전입이 100명이 되기도 한다. 시 승격을 위한 무리수가 이런 무더기 위장전입을 빚었다. 읍 인구 5만명 이상, 군 전체 인구는 15만명 이상이어야 하는 시 승격 요건을 맞추기 위해 군민 아닌 군민 1만명을 위장 전입한 것이다. 문제는 시로 승격되면 자치단체 공무원 수를 늘리고 중앙에서 지원하는 지방교부세가 증액되는 데 있다. 당진군의 경우, 공무원은 200명 늘리고 지방교부세를 추가로 200억원 더 받게된다. 당진군 시승격 건의안은 이미 행정안전부에 접수돼 있다. 군보다 시에 특혜를 주는 것부터가 잘못된 처사다. 자치단체 공무원 정원, 지방교부세 같은 것은 시·군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무조건 인구수를 기준삼아야 한다. 도시 형태도 사실상 시·군이 따로 없다. 전국 어디를 가든 다 도·농복합 형태다. 군보다 시가 더 많은 추세에 이젠 시·군 구별이 의미가 없다. 나머지 군 역시 모두 시로 하는 것이 옳다. 임명직 시장·군수이던 때 군 인구보다 적은 시가 적잖았다. 그런데도 시장은 부이사관(3급)으로 하고 군수는 서기관(3급)으로 임명했다. 그땐 시가 군보다 훨씬 적어 직급의 희소가치상 시장 직급을 서기관보다 적은 부이사관으로 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지방자치시대의 자치단체장에 시장·군수 구분은 적절하지 않다. 주민등록법은 위장전입에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위장전입된 1만여명의 처벌 여부다. 무슨 이득을 바라고 위장전입한 게 아니다. 친척 공무원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죄밖에 없다. 죄가 있다면 위장전입을 강권한 공무원이고 이들 공무원을 노골적으로 독려한 군수에게 있는 것이다. KBS가 총선 특집을 위해 선거인 명부를 열람하던 과정에서 무더기 위장전입이 드러난 사실이 흥미롭다. /임양은 주필

기름 먹는 미생물

‘생물정화기법’은 주로 미생물의 생분해능력을 높여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생물활성화법과 생물접종법 두 가지가 있다. 생물활성화법은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기름 분해 미생물의 자연정화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질소, 인 등 무기 영양물질을 첨가하는 방법이다. 서서히 녹는 복합비료를 쓰기도 한다. 생물접종법은 영양물질과 함께 유류 분해 능력이 뛰어난 균주를 추가로 접종해 분해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자연적으로 분포하는 미생물의 유류 분해 능력이 낮거나 기름에 난분해성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을 때 활용한다. 바닷물 1㎖ 속엔 1만~100만 마리의 미생물이 사는데 태안 앞바다 처럼 기름유출 사고가 나면 독성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죽고 만다. 하지만 기름 성분을 분해하는 소수의 미생물들은 살아남는다. 생물정화는 이런 토착 미생물이 기름을 더 잘 분해할 수 있도록 양분을 주어 활성화시키거나, 기름 분해 능력이 탁월한 외부 미생물들을 오염현장에 넣어주는 기법이다. 미생물은 원유에 포함된 탄화수소를 먹이로 삼아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면서 증식한다. 따라서 미생물의 힘을 빌리는 생물방제는 물리적·화학적 방제에 비해 노동력이 덜 들고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생물방제는 1989년 알래스카 엑손 발데즈호 사고 때 대규모로 채용된 이후 프랑스, 이스라엘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생물정화제제 기술은 환경부가 19992년부터 10년 동안 19억여원을 들여 개발을 마쳐놓고도 국토해양부와 해경, 환경부 사이의 이견을 조정하지 못해 6년째 현장 적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양연구원이 2002년 국내에서 발굴한 유류 분해능력이 탁월한 미생물 세 종을 혼합해 원유의 지방족 탄화수소는 50%, 방향족 탄화수소는 25%까지 분해하는 미생물 제제를 개발하긴 했다. 정부가 모랫속에 스며들거나 바위틈에 박혀 눈에 보이지 않는 태안 해변 기름 제거를 위해 생물정화기법을 도입하기로 한 배경이다. 연간 1천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오고 양식업 등 해양 이용이 활발한 태안에서 자연정화가 이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모랫속에 스며들거나 바위틈에 박혀 기름을 먹고 살며 환경복원을 앞당기는 수백만의 미생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이 기대된다./임병호 논설위원

북한에 나무 심어주기

“판문점을 지나 평양에 도착할 때까지 주변에 보이는 산마다 나무 한 그루가 없었다. 황토색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다녀온 산림청 관계자의 말이다. 전체 국토 면적의 80%가 산지인 북한의 산림 면적은 총 916만㏊로 남한의 1.5배다. 압록강·두만강 일대의 아름드리 나무는 북한 산림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1995년 대홍수 때 실상이 드러났다. 홍수 이재민만 520만 명, 피해액은 150억 달러나 됐다. 홍수와 가뭄을 조절하는 녹색 댐의 역할을 하는 숲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이후 북한 지역에선 해마다 홍수가 나 자연 파괴는 물론 주민들의 삶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1970년대 이후 ‘국토 개조사업’을 벌인 것이 화근이었다. 식량난을 해결하려고 임야를 ‘다락밭’(계단밭)으로 개간했다. 거기에 옥수수를 재배했지만 실패였다. 땅의 영양분을 많이 흡수하는 옥수수가 땅의 지력을 줄였다. 비료 부족으로 생산성은 낮았다. 더구나 취사·난방용으로 나무를 베어 내 산림이 더욱 파괴됐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농촌 지역 주택이 땔감으로 나무를 썼다. 1990년대부턴 평양·남포·개성 등의 일부 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황해도·평안남도 일대는 ‘황토색 도시’가 됐다. 1995년 대홍수 당시 최대 피해를 본 곳도 이 일대였다. 북한 지역에 대한 산림녹화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정부가 북한에 나무를 심어주고 탄소배출권(심은 나무의 양 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건 합리적이다. 온누리 교회와 ‘평화의 숲’ 등 많은 시민단체들이 식목일을 전후해 북한에서 대규모 식수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벌거숭이가 된 북한 지역에 나무를 심어주는 일은 남북 모두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업이어서 이견이나 반대의 여지가 없다. 남한에서 가져가는 묘목들은 북한의 요청에 따라 모두 유실수다. 북한 지역에 나무심기는 정치적 색깔을 일절 배제한 순수한 인도주의적 취지여서 좋다. 온누리 교회 등이 앞으로 1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주기 위한 운동본부를 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逆徒)‘라고 칭하면서 새 정부를 겁주려 하고 있다. 같은 동포이지만 북한은 참 이상한 나라다. /임병호 논설위원

荀子의 ‘말論’

말은 가슴으로 하는 말, 머리로 하는 말, 혀로 하는 말이 있다. 가슴으로 하는 말은 진실이며, 머리로 하는 말은 임기응변이며, 혀로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4·9 총선 바닥에 말들이 사태가 난다. 이런 말 저런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말에 대한 경구가 있어 이에 소개해 본다. ‘질문이 나쁜 자에게는 대답하지 말고, 대답이 나쁜 자에게는 묻지를 말라. 설명이 나쁜 자에게는 듣지 말고, 오기가 있는 자와는 논변하지 말 것이다.’라고 했다. 순자(荀子)가 쓴 권학(勸學)편에 나온다. 비십이자(非十二子)편엔 이런 말이 있다. ‘지금 세상에 사설(邪說)을 꾸미고 간언(奸言)을 꾸며서 천하를 휘저어 어지럽히며, 과장된 거짓말과 기괴하고 번쇄한 말을 늘어놓아 온 천하의 사람들을 혼란시켜 시비(是非)와 치란(治亂)의 기준을 알지 못하게 하는 자들이 많다. 성정(性情)이 움직이는 대로 서슴치 않아 방자하게 굴어 족히 치도(治道)에 통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자기네의 지론을 지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우기고, 조리를 꾸며 내어 민중을 속이고 현혹시키려 든다’고 했다. 비상(非相)편의 말을 하나 더 든다. ‘소인의 변설이 있고, 군자의 변설이 있고, 성인의 변설이 있다. 말에 앞서 이미 헤아려 시류를 초월해 막힘이 없는 것, 이것이 성인의 변설이라는 것이다. 말에 앞서 먼저 생각하여 해박하고 정직한 것, 이것이 군자의 변설이라는 것이다. 말에 앞서 생각없이 처신에 따라 그럴듯한 입놀림으로 자기를 과장하는 것, 이것이 소인의 변설이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순자는 맹자의 성선설과 달리 성악설을 주창했던 사람이다. 학자들은 성선설을 자연주의에 입각한 주관적 윤리를 강조한 반면에, 성악설은 교화주의에 의한 객관적 규제를 역설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순자나 맹자나 다 같이 공자의 유가(儒家) 학풍을 후대에 확립한 점에서는 일치한다. 순자가 설파한 ‘말’이란 것에 대한 인용 부문을 읽다보면 총선 유세에서 하는 말들 가운데 문득 문득 생각되는 점이 있다. 역시 가슴으로 하는 말보단 머리로 하는 말이 더 많고, 머리로 하는 말보단 혀로 하는 말들이 더 많다. 순자는 2천250년전 중국 전국시대 유학자로 조(趙)나라 사람이다. 형명법술(刑名法術)을 대성한 한비자가 그의 문하생이다. /임양은 주필

국회의원이 많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수는 적정한가, 아니다. 많아도 너무 많다. 제헌국회 이후 한동안은 10만 선량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20만 선량이 된지도 상당 기간이다. 그래도 많다. 245개 지역구 의원 245명에 비례대표의원 54명을 합쳐 299명이다. 인구수 약 4천900만명에 비해 턱없이 많다. 예컨대 미국은 약 3억 인구에 국회의원은 상·하원을 합쳐 535명이다. 인구 비례로 보아 미국 국회의원보다 3배 가량이나 더 많다. 국회의원 1인당 4년동안 들어가는 돈이 약 88억원이다. 세비 말고도 보좌관·비서진·운전기사 등 월급까지 다 국민의 세금으로 나간다. 그러니까 299명의 국회의원 임기 동안에 나가는 인건비만도 2조6천300억원 가량 된다. 이밖에 잦은 해외출장, 사실은 관광성 외유를 나가도 여비를 다 대준다. 이런저런 돈을 합치면 국회의원들이 임기동안 쓰는 예산이 3조원에 육박한다. 싸움질이나 일삼는 국회에 국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다. 혈세 먹는 하마가 국회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 우선 전국구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한다. 직능 대표로 각계 전문가를 영입한다는 것이 비례대표제 원래의 취지다. 그런데 각 정당 계보끼리 나눠먹기로 변질됐다. 비례대표 후보를 두고 뒷거래 흑막도 없지 않았다. 299명에서 전국구 비례대표 54명을 없애면 245개 지역구 국회의원만 남는다. 한데, 이도 많다. 현행 20만 선량에서 30만 선량으로 지역구를 통합해 3분의1쯤 줄여야 한다. 그러면 299명의 국회의원을 160여명으로 줄일 수 있다. 의원 수가 많다고 국회가 민주적으로 잘 되는 게 아니다. 160명으로 줄인다고 비민주적 전횡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작은 정부는 행정부만이 아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회는 의원 수를 줄일 생각을 않는다. 선거구를 더 못늘려서 안달이다. 국회가 자신들의 선거구를 철밥통으로 지키는 판이니, 민초들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대한민국 국회는 불행한 과거가 있다. 1960년 4·19 혁명으로 4대 국회, 이듬해 5·16 쿠데타로 5대 국회, 1972년 유신선포로 8대 국회, 1981년 신군부에 의해 10대 국회가 임기중 해산됐다.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는 것은 선출된 인재란 뜻이다. 그러나 선량이 아닌 선악(選惡) 의원도 없지않은 것이 과거의 예다. 4·9 총선이 한창이다. 입후보자들은 표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막상 되고 나면 유권자 위에 군림하기도 한다. 선량을 가려 뽑는 것은 유권자의 책임이다./임양은 주필

핸드폰

이동통신의 발달 과정을 구분하면 삐삐(1980년대) 카폰(1990년대) 핸드폰(2000년대)으로 정리된다. 지금 생각하면 삐삐나 카폰은 웃기는 것이지만 나온 그 당시엔 선풍적 인기를 끈 첨단 장비였다. 삐삐는 발신자가 수신자에게 일방적으로 거는 것으로 ‘삐삐…’ 소리가 나면 삐삐 기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길거리 같으면 공중전화를 찾아 회신하곤 했다. 외출중인 샐러리맨의 발을 묶는다고들 했다. 카폰은 정부 요인이나 고위 기관장들만 썼던 것이 제한적이나마 대중화된 것으로 선망의 무선통신 장비였다. 자가 승용차에 카폰 다는 것을 꿈으로 여길 정도였다. 실제로 카폰 통화를 하는 모습은 멋 있어 보이기도 했다. 핸드폰으로 본격화된 이동통신의 발달은 한 해가 다르게 눈부신 발달을 거듭하고 있다. 디자인이나 기능의 다양화는 기존의 기기를 이내 구식으로 만들어 신식인 새 것으로 바꾸지만, 새것도 얼마 안 가 또 구식이 되곤 한다. 핸드폰 하나면 못하는 것이 가히 없을 정도다. 이동사무실 노릇도 하고 수행비서 노릇도 하는 것이 핸드폰이다. 앞으로는 또 어떤 기능을 갖는 기기가 나올지 모른다. 예컨대 핸드폰으로 집 자물쇠를 여닫고 집안 가전제품을 작동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현대인들은 이미 핸드폰에 중독됐다. 어쩌다가 핸드폰을 집에 놔두고 나오면 진종일 불안하다. 딱히 핸드폰을 걸곳도 올 곳도 없지만, 왠지 허전하기가 나사 빠진듯 한 게 견디다 못해 결국은 집에 다시 가서 찾아들고 나오기 일쑤다. 핸드폰 바람에 수난을 당한 게 공중전화다. 공중전화부스에 통화 대기자가 줄지어 서곤 하던 것이 이젠 아예 공중전화가 사라져 찾기조차 힘들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핸드폰 없는 사람이 없다시피되어 공중전화가 밀려났다. 문자 메시지는 핸드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그런데 짜증스런 메시지가 걸려올 때가 있다. 비즈니스로 걸려오는 것은 그렇다 쳐도, 선거 메시지는 정말 왕짜증 난다. 그것도 걸려올만 한 것 같으면 이해하겠지만, 후보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메시지로 전하는 것은 실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딩동 딩동…’하는 메시지 전달음을 지울 때마다 유쾌하지 못한 것은 비단 지지대子만이 아닐 것이다. 어떻든 핸드폰은 선거에서도 수단화가 됐다. 그러나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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