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

“○○○(여성 인기 탤런트)기사는 없네요?”(그 탤런트는 낮에 방송사에서 간통 혐의로 경찰차에 붙들려갔다) “거기 있잖아요” “아니, 이건 단신이잖아요” “더 이상 쓸 게 없습니다”(써야 한다느니, 쓸게 없다느니하고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 “그래도 다른데선 요란하게 갈겨댈 텐데?” “갈겨대라 하죠. 초치고 깨소금 치고 하겠죠…부장! 대신 다른 것으로 근사한 것 하나 써낼게요!”(중앙사에선 직책에 님을 안 붙인다) 그날 낮 인기 탤런트의 구속이 집행되는 장면은 가관이었다.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수십 명이 마치 개떼처럼 달려드는 것이다. 쇠고랑 찬 그녀에게 수첩들고 소감을 묻기도 하고, 카메라기자는 카메라를 높이 들고 그녀의 얼굴 표정에 초점을 맞춰 펑펑 눌러대곤 했다. “김 형 그만 둬요”(김 형은 같은 회사의 카메라 기자다) “?” “나는 대학을 안 나왔지만도, 명색이 대학 나왔다는 지성들이 저게 뭐야? 김 형은 그래 저게 개떼처럼 몰려들 깜이 된다고 생각해? ○○○가 무슨 왕실 공주라도 되냐말야!”(그 탤런트는 한물 갔지만 지금도 가끔 출연한다) 그때도 연예기자의 횡포가 없지 않았다. 횡포란 공연한 사생활을 들춰내어 이러쿵 저러쿵 하며 찧고 까부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인기 스타도 인간적인 흠은 다 있다.(아무리 훌륭한 인격자라도 인간적인 흠이 다 있는 것처럼)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기 스타도, (인격자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있다. 본인이 원치않은 사생활 공개를 공공의 이익과 무관히 상품화하는 것은 인격 침해다. 연예기자들이 인격 침해의 합리화에 흔히 드는 강변으로 대중의 알 권리를 든다. 거짓말이다. 팔아먹기 위해서다. 신문이든 잡지든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팔아먹기 위해 대중의 말초신경을 노랑(스캔들)기사로 자극하는 것이다. 이런 연예기자의 타성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더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의도 방송가의 연예기자 생활을 3년 했다. 노랑기사를 쓰지 않고도 내가 속했던 ‘TV가이드’를 당시 최고 발행 부수의 주간지로 키웠다.(물론 혼자 만든 것은 아니지만) 서울신문사의 옛 사우 모임으로 ‘사우회’외에 ‘이목회’가 또 있다. 매월 두 번째 목요일에 만난다는 뜻이다. 그때 그 부장도 지금 ‘이목회’ 회원이다. /임양은 주필

바둑

바둑의 역사는 장구하다. 중국에서 나왔다. 요순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한다. 무려 4천300여년 전이다. 바둑판의 구조가 주역의 이치와 상통하여 고대 중국에서 성행했던 걸로 풀이된다. 우리에게 전래된 것은 삼국시대다. 구당서(舊唐書), 후한서(後漢書), 백제사 개로왕전은 삼국시대에 바둑이 유행했던 기록이 많이 나온다. 조선조말 흥선대원군은 바둑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다. 조선 팔도의 고수들이 운형궁에 몰려 들었다고 한다. 바둑의 오묘함은 수의 무진무궁함에 있다. 수 천년동안 바둑이 두어졌지만 똑같이 둔 판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보는 것이 바둑계의 정설이다. 바둑은 이론적 탐구, 두뇌적 운동, 정서적 심성 등 3대 요소를 내포한다. 명지대(大)엔 바둑학과가 있다. 이론적 탐구를 학문화한 것이다. 전국체육대회에 바둑이 시범종목으로 든 것은 두뇌적 운동을 평가했다 할 수 있다. 정서적 심성은 바둑 두는 이의 심성, 즉 인격이다. 같은 사람일지라도 바둑 두는 심적 자세에 따라 2급의 차이가 난다. 예컨대 설욕을 작심하고 두면 복수심에 눈이 가려져 지게 마련이다. ‘청심과욕’(淸心寡慾)은 바둑의 기초적 계명이다. 바둑은 두는 이의 성품과 도량이 반면에 나타나고, 바둑 한판은 인생의 흥망성쇠나 희노애락의 과정과 같다.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어도 인생사를 닮은 바둑은 실패를 교훈삼아 다시 살(둘) 수 있는 묘미가 있다. 국회의원의 바둑 모임인 ‘기우회’가 생겼다. 원유철·이범관·최병국·유정복·고흥길 의원 등 여야의원 28명이 지난달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창립했다. 물론 의원들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바둑이 지닌 정서적 심성의 면에서 친목 이상으로 기대되는 바가 있다. 바둑의 대국은 서로 말이 없다. 말은 없지만 돌 하나 하나 두는 것이 서로간의 끊임없는 대화다. 바둑을 수담(手談)이라고 하는 이유다. 여야 의원들이 수담을 나누면서 허심탄회한 심성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정국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중·일 의원 바둑 친선대회를 갖겠다는 계획도 좋다. ‘기우회’가 망중투한(忙中偸閑)의 활성화가 있길 바란다. / 임양은 주필

檀君像

檀君像¶¶오늘은 4341주년 개천절(開天節)이다. 개천절은 서력기원전 2333년(무진년·戊辰年), 단군기원 원년 음력 10월3일에 국조 단군(國祖 檀君)이 최초의 민족국가 단군조선을 건국하였음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개천’ 본래의 뜻을 엄밀히 따질 때 단군조선 건국일을 뜻한다기보다는 이보다 124년을 소급하여 천신(天神)인 환인(桓因)의 뜻을 받아 환웅(桓雄)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神壇樹)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어 홍익인간(弘益人間)·이화세계(理化世界)의 대업을 시작한 상원갑자년(上元甲子年:서기전 2457년) 음력 10월3일을 기린다고 보는 것이 좋다. 따라서 개천절은 민족국가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 경축일인 동시에 문화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며 하늘에 감사하는 고유의 전통적 명절이다. 민족의 전통적 명절을 기리는 행사는 먼 옛날부터 거행됐다. 고구려의 동맹(東盟), 부여의 영고(迎鼓), 예맥의 무천(舞天), 마니산(摩尼山)의 제천단(祭天壇), 구월산의 삼성사(三聖祠), 평양의 숭령전(崇靈殿) 등에서 각각 제천행사를 봉행하였다. 특히 우리민족은 10월을 상달(上月)이라 불러, 한 해 농사를 추수하고 햇곡식으로 제상을 차려 경건한 마음으로 제천행사를 행하였다. 또 10월을 가장 귀하게 여겼고, 3일의 3의 숫자를 길수(吉數)로 여겨왔다. 개천절 이름은 대종교(大倧敎)가 지었다. 1900년 1월15일 서울에서 나철(羅喆:弘巖大宗師)을 중심으로 대종교가 중광(重光:다시 敎門을 엶)되자 개천절을 경축일로 제정하고 행사를 거행하였다. 일제강점기 때 개천절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으며 특히 상해임시정부는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하여 경하식을 행하였다. 광복 후 정부에서 이를 계승,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식 제정하고 그 때까지 경축식장에서 부르던 대종교의 ‘개천절 노래’를 현행의 노래로 바꿨다. 개천절은 원래 음력 10월 3일이므로 대한민국 수립 후까지도 음력으로 지켜 왔는데, 1949년 10월1일 공포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음력 10월3일을 양력 10월3일로 바꿨다. 올해 개천절을 계기로 단군상(檀君像)이 무단 철거·훼손되는 불상사가 없어졌으면 좋겠다./임병호 논설위원

軍가산점제가 위헌?

법제처와 국회 입법조사처가 ‘군가산점제’ 부활을 골자로 한 ‘병역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고 한다. 법제처의 병역법 개정안 검토의견서는 군가산점에 대해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합리성이나 법적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한 위헌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법제처는 지난 5일 정부 의견의 통일 필요성을 제기하며 국무총리실과 행정안전부, 여성부, 노동부 등 9개 부처에 이 같은 의견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나라당 주성영, 김성회 의원은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 가운데 합격자의 20% 내에서 각 과목별 득점의 2∼3%에 달하는 가산점을 주도록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제처는 “제대군인 가산점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위헌으로 결정했다”며 “이번에 제출된 법안이 군가산점의 범위를 하향 조정하고 가산점 합격자의 채용상한을 신설하기는 했으나 위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개정안은 아직 위헌의 본질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19일 병역법 개정안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가 또 “형평성에 어긋나 군가산점제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병역의무를 갖지 않는 대다수 여성이나 신체상의 이유로 병역이 면제된 남성은 제외되며 기타 사회적 약자들도 배제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군가산점제를 무조건 부적절한 제도로 몰아 붙이는 건 재고돼야 한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구나 6·25 전쟁을 경험한 나라에서의 군 복무는 국민의 의무로만 여겨선 안 된다. 의무 이상의 대우를 받아야 된다. 국가가 모든 의무 복무 제대자들을 위한 합리적인 배려책은 개발하지 않고, 법제처·국회 입법조사처·국가인권위의 의견대로 군가산점제를 위헌으로 처리한다면 앞으로 군 복무는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로 바꿔야 한다. /임병호 논설위원

국군의 날

K2 전차·K-9 자주포·K21 보병전투장갑차·K11 복합형소총·KT-1 기본훈련기 등은 국방과학연구소가 건군 60주년을 맞아 선정한 대한민국 명품무기 10가지 중에 드는 첨단 장비다. K2 전차는 한국의 독자기술로 만든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다. 120㎜포와 표적 자동탐지기 및 추적장치 등이 정착됐다. 별명이 ‘흑표’다. 까만 표범이라는 뜻이다. 1950년 6·25 한국전쟁 때 북측이 앞세운 소련제 전차에 밀려 국군이 고전하던 것에 비하면 금석지감을 갖게 한다. 북의 남침 당시 국군에겐 전차 한 대가 없었다. 육군의 방위장비만이 발전한 것이 아니다. 해군은 바다의 요새라 불리우는 이지스함으로 길이가 166m인 세종대왕함, 아시아 최대의 수송상륙선 독도함(1만8천800t) 등이 있다. 공군은 동북아 최강의 F 15K 전투기 등 첨단 장비가 도입됐다. 앞으로는 무인정찰기·정찰용 로봇 등이 등장한다. 무인정찰기는 주야로 적의 동태를 살펴 식별된 내용을 회신한다. 정찰용 로봇은 특수 위험지역에 투입, 적을 섬멸하거나 포로로 잡는다. 이 로봇은 지능형으로 휴대한 기관총을 쏘는 등 상황에 따라 적의 대처한다. 무인정찰기나 정찰용 로봇은 실전배치를 위한 전투실험 단계에 있다. 무기의 발달이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냐, 전쟁을 막기 위한 것이냐는 것은 항상 논란이 되는 명제다. 전쟁 무기의 발달은 인명의 대량 살상 수단이라는 비판 또한 부단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무장 강화는 끊임없이 추구되는 추세다. 실체적 위협이 되고 있는 북측은 핵무기 개발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일본은 재무장, 중국은 군사대국화 등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 작금의 동북아 정세다. 평화는 인류가 추구하는 절대적 가치다. 그러나 약자에게는 평화가 없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약자가 부르짖는 평화는 공허한 외침이다. 평화는 평화를 지킬만한 힘이 있어야 만이 평화가 유지된다. 막대한 군비를 들이는 방위장비 첨단화의 불가피성이 이에 있다. 군대의 정예화가 필요한 연유 역시 이 때문이다. 국군은 나라를 지키는 울타리다. 오늘은 건군 60돌을 맞이하는 ‘국군의 날’이다. /임양은 주필

중국산 식품

멜라민 파문이 확산되면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노이로제 수준으로 번졌다. 그런데 알고보면 온통 중국산 농수산물 투성이다. 시장에 의하면 산채나물도 거의 절반은 중국산이다. 중국산 콩도 가루로 수입되어 시판되는 햄이나 만두에 들어간다. 쌀도 쌀로는 수입이 안 되므로 가루로 들어와 시중의 떡볶이 등으로 둔갑되고 있다. 민물고기도 미꾸라지를 비롯해서 안 들어오는 것이 없다.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오염이 의심되어 탈이다. 중국산 한약재에서 다량의 중금속이 검출된 것은 얼마전의 일이다. 멜라민도 처음에 분유에만 함유된 것으로 알았지만, 멜라민 분유가 들어간 유가공 제품이 많다보니 문제가 더 커졌다. 지금 식약청이 정밀 조사를 하고 있는 대상 품목이 자그마치 428개 품목이다. 검사에 열흘 이상 걸린다니 소비자들은 무슨 제품이 유해한지 모르는 가운데 소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눈깔사탕과 엿은 과자류가 대중화되지 못했던 시절의 드문 군것질 거리다. 엿은 가락엿보다 목판엿이 더 제격이었다. 목판에 깔린 채 굳은 엿판에 끌을 대고 큰 엿가위로 툭툭 쳐서 떼어 파는 덩어리엿은 그 당시 아이들에겐 선망의 먹거리였다. 눈깔사탕은 제조기술이 발달되지 못해 새까만 것이 지금 생각하면 볼품도 없었으나 엿보다는 고급으로 쳤다. 눈깔사탕이나 엿은 지금의 과자 상품과는 비할 바 없이 조악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무공해 식품이라는 점이다. 하긴, 그 무렵은 모든 식품 거의가 오염이란 것을 모른 무공해 식품이었다. 문명이 발달해 살긴 좋아졌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은 오염을 유발해 인간을 위협한다. 환경오염도 무서운 판에 인공오염까지 설쳐댄다. 멜라민 파문 같은 건 인공오염이다. 반사회적인 인간의 농간 중에도 특히유해식품을 만들어내는 농간은 죄질이 극악하다. 우리의 식탁을 알게 모르게 1차 식품의 중국산 농수산물이 점령한 실정에서 나도는 멜라민 파문은 1차 식품에 이은 2차 식품의 위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나친 과민도 안 좋지만, 지나친 태무심도 안 좋기 때문이다. /임양은 주필

골프장도 역차별

호황을 누리던 도내 골프장이 비명이다. 수도권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회원제 골프장에 세금을 감면하는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법률이 곧 시행되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골프장은 이로 인해 골프장 이용 요금에 포함됐던 교육세 농특세 개별소비세 등과 체육진흥기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이같은 간접세 등의 면제로 그린피가 20~30% 내려간다. 수도권 골퍼들이 가까운 비수도권 골프장으로 쏠릴 것은 뻔하다. 그렇잖아도 수도권 골프장은 회원권 가격이 폭락해 울상인 판이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골프장은 느는데 비해 골퍼 인구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탓이다. 근래 16억원 까지 나가던 E골프장 회원권이 11억원으로 떨어졌는가 하면, 5억2천만원이던 A골프장 회원권은 2억8천만원으로 떨어졌다. 골프장에 따라 차이가 심하긴 해도 최하 15%에서 최고 49%까지 급락했다. 회원권 가격이 분양가를 밑돌면 예탁금 반환 요구가 잇따를 판이다. 이런 실정에서 세금까지 역차별 당하는 것은 수도권 골프장의 위기다. 도내 골프장이 거의 다 그러하지만 특히 도 경계선에 있는 골프장은 더 기가 막힐 일이다. 개울 하나만 건너면 비수도권 골프장이어서 눈 빤히 뜨고 손님을 놓치기 때문이다. 수도권이 무슨 죄를 졌다고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갈라 온갖 역차별을 다 해대더니 이제는 수도권 골프장까지 박대하기에 이르렀다. 평소 골프장을 두둔한 것은 아니었으나, 일이 이 지경이 됐으면 문제가 다르다. 도대체 수도권 골프장과 비수도권 골프장에 세제 차이를 둔 근거가 뭣인지 의문이다. 정부 딴엔 할 말이 있겠지만, 무슨 말을 하든 조세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 도내 골프장 업계에서 개정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보는 헌법소원을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궁금한 것은 수도권, 특히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은 조세특례제한법의 그 같은 개정이 있기까지 뭘 했느냐는 것이다. 누구 하나가 반대하고 나섰다는 말은 듣지못한 가운데 개정됐다. 정부의 역차별에 무감각했던 그들이 밉다. 그것도 법리가 의문시 되는 법개정인데도 방관했으니 더 한다./ 임양은 주필

詩 ‘승무’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파르라니 깎은 머리 / 박사(薄紗) 고갈에 감추오고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 빈 대(臺)에 황촉(黃燭)불이 말 없이 녹는 밤에 /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 먼 하늘 한 개 별빛이 모두오고 //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이냥하고 //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조지훈(趙芝薰) 詩 ‘승무’ 승무(僧舞)를 통한 한국적 고전미를 노래한 이 시는 조지훈의 초기 시 대표작이다. 사라져가는 민족정서에 대한 아쉬움이 그대로 표출돼 있다. 승무를 추는 배경이 먼저 설정되고 다음으로 승무가 진행되는 순서에 따라 동작이 변화돼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승무의 동작에 비례하여 그 어조와 정서가 상승되고 있다. ‘승무’에서의 기법상 두드러진 특성은 우선 시어의 세심한 선택과 감탄형 종결어미의 적절한 사용이다. ‘하이얀 고깔’ ‘파르라니 깎은 머리’ ‘복사꽃 고운 뺨’ 등과 ‘나빌레라’ ‘서러워라’ ‘별빛이라’ 등이 구체적인 예인데, 관습적인 기교로 전락하지 않고 개성적인 표현으로 부각됐다. 율격도 처음부터 급박하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극적으로 차차 변화돼 가는 승무의 과정과 잘 어울린다. 작중 화자의 태도가 완성자적(玩賞者的) 관점 혹은 관조적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는 점도 특징 중의 하나다. 지나친 거리 조정이나 영탄은 피하면서 간간이 감탄과 탄성을 발해 시의 묘미를 더 한다. 10월 4일 정조대왕 탄신 265주기를 맞아 한국의 대표적 사찰 화성 용주사에서 열리는 ‘승무제’에선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살풀이 기능보유자 김복련 선생이 ‘승무’를 펼치고 진순분 시인이 조지훈 선생의 시 ‘승무’를 낭송, 승무의 예술성을 재창조한다. 많은 시민들의 관람을 권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승무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속춤의 하나인 ‘승무(僧舞)’는 기원설(起原說)이 여러가지다. 천부의 미모와 능수능란한 풍류로 지족선사(知足禪師)를 파계의 지경까지 몰고가게 한 ‘황진이초연설(黃眞伊初演說)’, 상좌승의 기거범절(起居凡節)이나 독경설법의 모습을 사미승들이 희화시킨 것에서 나왔다는 ‘동자기무설(童子起舞說)’, 육관대사의 제자 성진이 탁발수도에 나섰다가 깊은 계곡에서 8선녀를 만나 한 때 그 미색에 현혹돼 번민하였으나 광대무변한 불도의 참을 깨달아 해탈의 법열을 체험한 과정을 무용화한 것이라는 ‘구운몽인용설(九雲夢引用說)’, ‘산대가면극’ 가운데 노장출에서 따왔다는 ‘노장무유래설(老杖舞由來說)’, 파계로 환속한 자가 가책을 이기지 못하는 오회(五悔)의 심정을 춤에 담아본 것이라는 ‘파계승번뇌표현설(破戒僧煩惱表現說)’ 등이 있다. 한편에선 악신(樂神)·건달바(乾達婆)가 영산회상(靈山會相)의 장엄하고 엄숙한 광경을 묘사한 것, 위(魏)의 조자건이 천태산(天台山)에 올랐다가 범천(梵天)에서 들려오는 오묘한 소리에 고기떼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춤으로 옮긴 것이라는 등의 불교문화사적 기원설도 있다. 또 탁발승이 포교과정에서 군중을 모으기 위해 법무(法舞)를 속화시켜 추었던 것이 항간에 번졌는데 억불숭유(抑佛崇儒) 이후 민간에 의해서 재연된 것이 승무의 발상이라고 보는 불교무용유래설(佛敎舞踊由來說)이 있다. 하지만 추측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승무는 붉은 가사에 장삼을 걸치고 백옥같은 고깔과 버선코가 유난히 돋보이는 차림으로 염불·도드리·타령·굿거리·자진모리 등 장단의 변화에 따라 일곱 마당으로 구성된 춤을 춘다. 신음하듯 번민하듯 움틀거리는 초장의 춤사위에서부터 열반의 경지에서 범속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하염없는 법열(法悅)이 불법의 진리와 더불어 표상된다. 말미의 춤사위에 이르기까지 뿌리고 재치고 엎는 장삼의 사위가 서로 혼화(渾和)를 이루어가며 소쇄(瀟灑)함 속에 신비로움이, 역감 속에 정교로움이 감도는 조화의 극치를 창출한다. 그야말로 가히 정중동(靜中動)의 산 증표다. 조지훈의 불후의 명시 ‘승무’는 신묘한 춤사위를 노래한 작품이다. 승무는 10월 4, 5일 열리는 ‘화성 용주사 승무제’에서 공연된다. 조지훈의 詩 ‘승무’도 낭송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중국의 신용추락

차용증서 없이 돈을 빌려도 어김없이 제 날짜에 갚았다. 돈을 갚고 영수증을 안 받아도 돈을 안 받았다며 또 달라는 일이 없다. 물건은 어김없이 약조한 그대로 만들어 거래에 실신하는 예가 역시 없다. 중국의 상거래 신용이다. 철저한 신용주의는 중국 상거래의 전통이었다. 이래서 한 번 신용이 떨어지면 상권에서 낙오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러했다. 이러했던 중국이 신용불량으로 소문났다. 중국 제품은 거의 가짜거나 엉터리다. 자국내에선 가짜 달걀까지 만들어 파는 정도다.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의 유명 약품은 태반이 가짜다. 예컨대 가짜 ‘동인당’ 약품이 있고, 가짜 비아그라는 으레 중국 제품이다. 농수산물은 오염 투성이다. 환경오염에 겹쳐 농약 등을 마구 써 댄 탓이다. 온갖 농수산물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다. 값이 싸다해도 믿음이 안 간다. 심지어는 국산으로 둔갑하기도 하여 걱정이다. 예전에는 신용이 있었던 중국 물건이 신용이 없기로 평판났다. 얼마전에는 일본에서 중국의 농약만두 소동이 있었다. 이번에는 멜라민 파동이 일어 국내 시장을 긴장케 한다. 멜라민 분유를 먹은 아이가 목숨을 잃은 사례가 중국내에서 있었다. 멜라민은 석회 질소를 원료로 하는 합성물질로 유독성이다. 반짝이는 무색의 결정으로 원래는 가구며 건재 등을 만드는 합성수지의 하나인 멜라민수지 원료로 쓰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중국산 분유에만 멜라민 검사를 하던 것을 유제품 전반에 걸쳐 확대키로 강화했다. 올들어 분유를 비롯한 중국산 유제품은 모두 308개 품목에 1만3천582t이 수입됐다. 적잖게 들어왔다. 많이 들어온 것은 나쁘지 않다 해도 사람이 먹을 걸 수출해야지, 참 나쁜 사람들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으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제 생각해보니 아니다. 중국은 무엇보다 신용을 회복해야 된다. 물량위주의 공세보다는 신용위주의 공세가 돼야한다. 졸부 근성의 천민자본주의 식으로는 세계시장에서 신용을 얻지 못한다. 중국이 신용을 얻고, 못 얻고 하는 것은 상관할 바가 아니나, 당장 우리에게 위해를 끼치고 있어 충고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료칸문화

조선시대에 길손이 머물 잠자리는 ‘술막’ ‘숫막’이라고도 했던 주막집이다. 술은 막걸리, 밥은 순대국밥을 으레 팔았지만, 해가 저문 길손이 하룻밤 자고가는 숙박시설이 되기도 했다. 역(驛)이나 원(院)이 있었으나 벼슬아치들의 공무 여행에 이용되는 곳이다 보니, 민초들은 교통의 요지마다 자리 잡았던 주막을 드는 게 고작이었다.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어사또가 되어 남원 길을 가는 대목에 수원(지금은 화성) 병점, 떡전골목의 주막 얘기가 나온다. 여관(旅館)이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다. ‘여관’은 한문의 일본식 발음 ‘료칸’을 우리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토방마루를 둔 자그만 한 방(객실)이 ㅡ자나 ㄱ자 모양으로 나열된 여관은 아침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 주막의 중노미와 같은 ‘조바’가 방마다 들어다 받치는 밥상은 찬이 열댓가지에 이른다. 아침 저녁이면 우물가에 모여 세수를 하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여관의 이런 풍습이 사라진 것은 1950년대 후반이다. 얼마전 일본의 료칸 사절들이 세계를 돌며 전통 료칸을 홍보하는 길에 서울에 왔다. ‘오카미’로 불리우는 일본 료칸의 여주인들이다. 손님이 오면 90도 인사로 맞이하는 것을 시작으로 손님의 요구마다 무릎을 꿇어 경청하고, 아침 저녁 식사를 정성껏 마련해 넣어주고, 다다미방 이부자리를 펴고 개는가 하면 떠날 땐 90도 인사로 작별하는 종업원의 갖가지 서비스가 손님이 머무는 동안 한시도 소홀히 함이 없는 것이 료칸이다. 그러니까 일제 강점기 때의 여관은 료칸의 약식 변형이었던 것이다. 여관은 이제 하급 숙박시설이 된 가운데 모텔이며 호텔이 산간벽지까지 즐비하다. 전국이 1일 생활권이여서 자야할 길손이 전 같지 않을 터인데 숙박시설은 늘었다. 일본의 료칸문화가 눈여겨 보아지는 것은 가업으로 고부간에 물려주고 이어받을 만큼 자긍심을 갖는다는 점이다. 호텔 등에 밀려 손님이 줄어 해외 홍보활동에 나선 지경이지만, 그들은 손님이 아무리 줄어도 료칸을 지키는 것은 자신들의 운명이라고 들 말한다. 가업을 중요시하고 전통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장인정신은 배울만 하다. 여담으로 옛 주막을 재현하는 업소가 있으면 장사가 될법한 생각이든다. / 임양은 주필

민주당의 ‘도둑’

민주당이 서울 영등포 전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여의도에 새로 마련한 당사로 이사한 것이 지난 18일이다. 1955년 해공 신익희가 민주당을 창당한 날이 바로 9월18일이어서 이사 날짜를 이에 맞췄다는 것이다. 1955년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사사오입 파동’의 3선 개헌을 밀어붙인 해로 자유당 독재가 한창이던 때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은 해공의 민주당 창당 날짜에 당사 이전을 하면서 “53년의 민주당 적통을 계승한다”고 말했다. 말이 안된다. 해공의 민주당 창당은 광복후 유일 보수정당이던 한국민주당을 발판으로 했다. 당시 한국민주당은 송진우·장덕수가 암살되고 조병옥 등이 남아 있었다. 해공과 해공 외에 장면·박순천·곽상훈 등이 조병옥과 함께 야당을 만들었는데, 당시 당명은 정 대표가 말하는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국민당이다. 민주당이 된 것은 뒤다. 이승만 자유당 독재에 줄기차게 항거했던 거대 야당 민주당은 4·19로 제2공화국 정권을 잡았으나 신파·구파 싸움으로 영일이 없다가 1961년 5·16을 맞아 집권 8개월만에 해산됐다. 제3·4공화국에서 민주당의 중진이었던 유진산이 제1야당으로 신민당을 이끌었고, 제5공화국에서는 민한당이 있었으나 민주당의 법통이 이어진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적통은 제2공화국 집권의 종료로 끝났고, 그 당시 김대중은 신파, 김영삼은 구파였다. 제6공화국 들어 노태우 정권에서 김대중은 평민당을 만들었다가 나중에 이기택의 민주당과 합당으로 민주당 간판을 달았다. (김영삼은 노태우 때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3당 합당으로 민자당에서 대통령이 됐고 이어 신한국당, 한나라당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됐다) 민주당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나서 열린우리당으로 분당된 바람에 대선에 이기고도 야당이 됐다. 제17대 대선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은 이리 저리 방황하다가 다시 민주당과 합당, 민주당 간판을 또 달았다. 그러나 해공 등이 창당한 민주당의 적통이란 당찮다. 지금의 민주당은 잡탕정당이다. 정체성이 희박하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좌편향 정책을 고집한다. 자유당 독재에 저항한 옛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다. 좌편향의 현 민주당은 원조 민주당의 법통이 될 수 없다. 정세균 대표의 민주당은 이제 정당사의 순혈을 참칭하는 혈통까지 도둑질하고 있다./ 임양은 주필

대학 시간강사 2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대학자율화 2단계 1차 추진과제는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철저히 외면했다. 교원 직급을 조교수·부교수·정교수의 3단계로 줄여 ‘전임강사’를 없앴다. ‘전임’인데도 ‘강사’라는 명칭이 ‘시간강사’란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 일견 가상하다. 교수나 강사들에 대한 호칭은 에피소드가 많다. 시간강사, 전임강사이지만 학생들이 “강사님”하고 부르진 않는다. 모두 교수님으로 통한다. 교수들의 성씨(姓氏) 때문에 생기는 우스개말도 적잖다. 전임강사라는 명칭을 없애고 교수 직급을 교수·부교수·조교수의 3단계로 단순화했지만, 아무리 정(正)교수라 하여도 예컨대 성씨가 조(趙)나 조(曹)라면 평생 조(助)교수다. 총장도 예외는 아니다. 부씨(夫氏)성을 가진 교수가 총장이 돼도 여전히 부(副)총장이다. 그러나 조(助)교수라 해도 성씨가 정(鄭)이나 정(丁)이라면 어엿한 정교수로 대접 받는다. 부씨(夫氏)면 정교수여도 부교수로 불린다. 이런 이유로 학창 시절에 은사를 조○○ 교수님, 부○○ 교수님이라고 꼬박 꼬박 성씨 뒤에 이름을 따라 붙였던 추억은 아마 거의 갖고 있을 터이다. 대학의 전임강사 명칭이 45년 만에 폐지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본교와 분교캠퍼스 간의 정원 조정이 쉬워져 탄력적인 학사 운영이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러나 학생들이 직급과 관계 없이 “교수님, 교수님”하고 따르는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 문제는 한 군데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학 시간강사들의 평균 연봉은 전임 강사들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전임 강사 평균 연봉 4천123만원에 비해 시간강사의 평균 연봉은 999만원 정도다. 국공립대학 시간강사 평균 연봉은 1천161만원으로 사립대학 시간 강사 평균 연봉 972만원에 비해 다소 높다. 시간당 강사료의 경우 국공립대학은 평균 4만3천원, 사립대학은 3만4천원이다. 석사·박사과정을 마친 지식인들의 보수치곤 너무 보잘 것 없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나타난 수치다.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이 포함된 대학자율화가 속히 추진돼야 한다. / 임병호 논설위원

대학 시간강사

대학 시간강사들은 현재 대학 교육을 절반 이상 담당하고 있는 비정규직이다. 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7년 전국 4년제 대학의 전임 교원(정규직 교수)은 5만5천612명으로 시간강사 6만5천399명보다 적다. 하지만 교양 강좌의 경우 전임 교원 강의(5만636 개)보다는 시간강사 강의(7만8천204 개)가 훨씬 많다. 계약기간이 정해진 비전임 교원들의 강의(2만5천381개)까지 합하면 전임 교원 강의 수의 두 배에 이른다. 그러나 노동자로서의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일반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와 다를 게 없다. 그보다 더 못한 경우도 흔하다. 시간강사들은 따로 고용계약서가 없고 시급을 적용받는다. 교수신문이 전국 3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2008년 평균 시급은 4만1천원이다. 보통 한 학기에 두 강좌씩 맡는 것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에 16시간을 강의(강좌당 1주일에 2시간 강의 기준)하고 받는 월급은 64만원 정도다. 학교에 따라 연이어 강의를 하면 한 학기를 쉬거나 학교별로 한 사람의 강의 숫자를 제한하고 있어 시간 강사들의 수입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교통비와 숙박료를 부담해가며 강의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4대 보험 가입률도 낮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만 가입되고 이마저 허용하지 않는 대학도 14곳이나 된다. 대법원이 지난해 “시간강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현실은 그대로다. 학교 노동자라는 특성상 시간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외에 특별법을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법과 노동법 사이에 끼어 어느 쪽에서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처럼 악랄한 사용자는 없을 것”, “공부가 좋아 적게 벌어도 공부하며 늙자고 생각했는데 한 달에 50만~60만원 수입으로는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들다”, “강사 자리는 알음알이로 채용되기 때문에 그나마 있는 강의라도 잘리지 않으려면 단체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은 해고도 편하고 임금도 적은 시간강사들을 쉽게 쓰고 버리고 있고, 정부는 모른 척하고 있다”. 시간강사들의 푸념이다. 시간강사가 되려면 최저 학위가 석사다. 박사가 수두룩하다. 오죽하면 1999년 이후 시간 강사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는가. / 임병호 논설위원

군 복무

“더 편한 길 대신 스스로 나라를 위한 길을 선택한 당신들이 자랑스럽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페일린이 지난 11일 알래스카에서 이라크전으로 떠나는 미 보병 25사단 스트라이커여단 장병 환송식에서 한 말이다. 그의 아들 트랙 페일린 일병(19)이 포함된 환송식에 그녀는 주지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페일린은 자신의 개인 견해로는 이라크전을 지지하지 않으면서도, 국론으로 정해진 참전은 협력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조 바이든 상원의원의 아들 보 바이든(39)은 이라크에 군 법무관으로 곧 파병된다. 보 바이든은 텔라웨어주 검찰총장이면서 주 방위군 대위다. 소속된 여단 장병들과 파병 훈련을 받는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매케인의 아들 지미 메케인 상병(19)은 지난 2월 이라크전 복무를 마치고 귀국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오바마는 아들이 없다. 어린 두 딸만 두고 있다. 국내 고관대작 중엔 군대에 안 간 사람이 많다. 본인만이 안 간 게 아니고 아들들도 군대에 안 보낸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군대에 안 가고 안 보낸 사유도 가지 가지다. 페일린의 말을 빌려 뒤집어 말하면 ‘나라를 위한 길 대신, 스스로 더 편한 길을 선택한 당신들이 치사스럽다’ 이런 풍조 때문인지 걸핏하면 특정 종교의 교리를 내세워 병역법을 위반한 병역 기피자를 두둔하는 별난 논의가 일곤 한다. 얼마전에도 어느 도시의 골빈 판사가 병역법이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보는 헌법 소원을 낸 적이 있다. 그러나 헌법은 국방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방 의무에 특정 종교인을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상의 종정(宗政) 분리에 위배된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저촉되는 것은, 특정 종교에 병역 특혜를 인정하는 건 특정 종교를 정치권이 입법을 통해 준국교의 특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대체복무를 말하지만 당치 않다. 병역의무는 복무기간동안 자신의 목숨을 나라에 내놓는다. 목숨을 나라에 내놓는 대체복무로 대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없다. 대체복무란 원천적으로 있을 수가 없다. 국방의 개념을 일탈한 양심의 자유는 성립이 불가능하다. 외국의 시민권을 얻어 병역 의무가 없는데도 조국의 군대에 복무하겠다며, 자원 입대하는 해외교포의 젊은이들이 많다. ‘나라를 위한 길보다, 자신의 편한 길을 선택’한 고관대작들은 국민의 자격이 있을 수 없다./ 임양은 주필

페일린 열풍

페일린은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 때까지는 무명이었다. 알래스카주 지사라지만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 44세의 중년 여성이다. 알래스카가 또 그렇다. 금, 석유, 임목 등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워싱턴의 변방이다. 면적이 151만8천717㎢에 이르러 아메리카 합중국 중 가장 큰 주(州)이나 인구는 550만여명으로, 면적이 가장 작은 1만414㎢의 하와이주 660만여명 보다 적다. 알래스카는 베링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베리아와 마주보고 있는 북극권이다. 당초에는 러시아 영토였다. 그런데 쓸모없는 동토의 땅이라고 여겨 기껏 720만달러를 받고 미국에 팔아 넘긴 것이 1867년이다. 1958년에 주로 승격됐다. 알래스카주 지사인 페일린이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당초에는 과소 평가됐던 것이 날이 갈수록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워싱턴의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말해 기성 정치인의 기득권에 도전했다. 17살난 고교생 딸이 임신 5개월인 사실이 드러나 낙마의 치명상을 입는가 싶더니, 이를 정면으로 돌파해 오히려 지지기반을 굳혔다. 그는 “딸이 출산하면 결혼하기로 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치명적 악재를 솔직히 시인했다. 유세장 무대에 딸과 18살의 예비 사위를 데리고 나왔을 뿐만이 아니라, 역시 루머에 시달리던 출생 5개월의 자기 아들까지 보듬고 나타나 모든 것을 대중에게 드러내 보였다. 페일린의 솔직성, 대담성이 ‘동병상련’의 미국 어머니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기에 가능성을 보인 무명이 되레 참신한 인상을 주었다. 오바마가 주장하는 ‘미국의 변화’가 페일린의 ‘미국의 개혁’ 논리에 밀려 매케인이 오바마를 추월, 지지도가 역전됐다. 매케인이 공화당의 주연인지, 페일린이 주연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그녀의 인기도가 높다. 물론 최후의 결과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특히 한국 정치인들에게 시사하는 그 무엇이 있다. 악재가 드러나면 무슨 일이든 무조건 부인하며, 변명하기에 급급하는 고질적 습성의 한국 정치인들은 미국의 여장부 페일린이 보여준 진솔성에 느낀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임양은 주필

치매

2007년 우리나라의 치매 노인은 전체 노인(481만여명)의 8.3%에 해당하는 39만9천명으로 2000년 28만2천명에서 7년새 11만7천명(41.4%) 늘었다. 국내 치매환자 비율은 일본(3.8%), 영국(2.2%), 미국(1.6%), 스페인(1.0%) 등과 비교했을 때 제일 높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국내 치매노인은 2010년 46만1천명(전체 노인의 8.6%), 2015년 58만명(9.0%)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치매는 크게 혈관성, 대사성, 원인불명 치매로 나눠진다. 혈관성 치매가 30~40%, 대사성 치매가 10~20%를 차지하며 원인불명 치매가 50% 정도 된다. 이 중 원인불명 치매를 제외하면 사전에 발병을 막을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치매를 ‘노망’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편견과 무지가 치매의 예방과 치료를 어렵게 한다. 일본에서 치매를 ‘인지증'이란 병명으로 바꾼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더욱 심각한 일은 치매노인이 급증하고 있는 데도 정부 대책이 별무라는 사실이다. 전국 252개 보건소 중 절반도 안 되는 118곳에서만 검진이 가능하다. 국가 치매 예산은 12억원으로 암 예산(1천27억원)과는 비교도 안 된다. 치매환자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아 사후관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66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전환기검진사업’서 치매로 진단을 받아도 정밀검진이나 치료 등 사후관리가 없다시피하다. 치매는 ‘노인 행복의 덫’이다. 하지만 불치의 병은 아니다. 예방·치료도 가능하다. 초기에 진단을 받으면 인지기능 개선제를 통해 병의 진행이 지연된다. 여러가지 예방·치료 방법 가운데 노인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미술치료는 그동안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치매치료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치매미술치료협회(회장 신현옥)가 오는 20, 21일 이틀 동안 수원 장안공원에서 펼치는 ‘제29회 세계 속의 孝문화-나의 사랑 나의 가족전’도 훌륭한 치매 예방·치료 행사다. 치매노인들이 그린 천진난만한, 그래서 한결 순수한 그림들이 전시되는 ‘나의 사랑 나의 가족전’이 새삼 돋보이는 이유는 화가로 구성된 50여명의 회원들이 치매노인들을 내 부모처럼 극진히 봉양하기 때문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자살 바이러스

2007년 한 해 자살자가 1만2천174명, 하루 평균 33.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치 않는 죽음을 맞는 운수사고 사망자(7천604명)보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자살은 10년 전 사망 원인 8위에서 4위로 뛰었다. 암과 뇌혈관, 심장질환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죽어간다는 얘기다. 더구나 가족동반 자살, 청소년 자살 등이 급증하면서 한국 사회의 뿌리가 흔들리는 위험에 처했다. 가족동반 자살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심각하다.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의 붕괴문제를 비롯, 경제문제·아동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혔다. 청소년의 자살도 문제다. 2005년 기준으로 10 ~24세 청소년 전체 사망자 3천342명 중 887명(26.5%)이 자살자다. 4명 중 1명이 자살로 죽은 셈이다. 사회와 학교 안에서의 경쟁과 억압적 시스템이 점점 강화되면서 청소년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이 자살의 근본 원인이다.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은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가 생기는 우려를 준다. 지난해 가수 유니, 탤런트 정다빈·여재구씨가 자살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도 탤런트 안재환씨가 목숨을 끊었다. 연예인의 자살은, 죽은 연예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정신적 메카니즘이 발동하면서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10대 청소년에게 모방자살을 부추길 염려가 있다. 자살 이유는 많지만 자살자 80%가 우울증 환자라고 한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5.6%다. 한국인 269만명 정도가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6년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63만8천여명으로 2001년에 비해 47.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은 후유증이 더 크다. 죽은 사람은 모든 고통을 잊겠지만 가족이나 친한 사람이 자살하면 주변의 여섯명 이상이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에 시달린다는 진단이 나왔다. 자살자의 가족은 ‘내 탓’이라는 죄책감이 들어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마련이다. 자살은 가족에게 평생 지워주는 고통이다. 스스로 죽을 지독한 결심을 품었다면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인들 못하랴! / 임병호 논설위원

수원고법

수원에 고등법원의 설치는 마땅하다. 그런데 ‘경기고법’이라고 했다 ‘경인고법’이라고도 했다. 언론의 보도가 이랬다. 인천에서 반발했다. ‘경인고법’이면 인천까지 관할구역에 드는것 으로 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래서 나온 것이 ‘경인고법’ 반대설이다. 수원에 고법이 설치되는 것을 인천에서 반대한다는 말이 나왔다. 일부 신문이 또 그렇게 보도했다. 그러나 아니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인천·남갑)이 지난 8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김용담 대법원 행정처장에게 분명하게 밝혔다. “수원에 설치되는 고등법원이 인천까지 관할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지, 수원에 고등법원을 설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당) 동료의원(원유철·평택갑 정미경·수원권선)이 추진한 관련 법률의 개정안 제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런데 원·정 의원이 고법 설치를 위해 제출한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경인고법’이란 말은 없다. 이 법은 각급 법원의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제출된 개정안에 ‘경인고법’이란 말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면 법에 서울고법 외에 경북고법·경남고법·전남고법·충남고법이란 말은 없기 때문이다. 대구고법·부산고법·광주고법·대전고법으로 됐다. 여기서 예를 들어 대구고법이라 하면 대구는 지명의 개념이지 광역시의 개념이 아니다. 대구·광주 등지는 광역시가 되기 훨씬 전에 고법이 이미 설치됐었다. 수원에 고법이 설치되는 것을 인천서 반대한다는 말은 결국 잘못된 ‘경인고법’으로 보도된데 기인한다. ‘경기고법’도 아닌 ‘경인고법’을 수원에 설치한다니, 사전에 의논 한 마디 듣지 못한 인천지역의 입장에서는 뿔이 날 수 있는 것이다. 수원에 설치되는 고법은 두 말 할것 없이 수원고법이다. 수원고법 설치를 ‘경기고법’도 모자라 ‘경인고법’으로 보도한 것은 지나친 ‘지역사랑’인 지는 몰라도, 국가기관 명칭을 임의로 재단해선 안 되는 것이다. 기왕 말이 나온김에 수원고법 설치에 인천출신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기대하고자 한다./ 임양은 주필

중국인의 혐한 감정

중국인의 혐한 감정¶¶중국 연변의 한 지방관리는 자신의 집에 재운 어느 한국인으로부터 받은 수모에 지금도 치를 떤다. 그 한국인은 밤 잠자리에 내준 침구에서 냄새가 난다며 입고 온 외투를 덮고 잔 것이다. 이튿날 아침 식탁에서는 주인 딴엔 정성들여 만든 음식에서 젖가락으로 이런 것 저런 것을 골라내는 것이었다. 생활 습성이 달라 냄새가 날 수도 있고 이국 음식에 좋아하지 않는 식자재가 들어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침구를 거부하고 음식물의 식자재를 골라낼 것까지는 없는 것이다. 그 한국인은 졸부다. 모 지역사회 민간 친선사절의 일원으로 연변에 가, 환영하는 그곳 지방관리 집으로 초청 민박을 가서 되레 ‘불친사절’의 졸부 티를 낸 것이다. 그 중국인은 10년 전 일인데도 한국인이라면 지금도 고개를 설레설레 내젖는다. 중국인 근로자들은 임금을 떼어먹고 야반도주하는 기업인은 으레 한국인이라고들 말한다. 중국에서만도 아니다. 국내에 돈 벌려고 온 중국인 근로자들은 혹사 당하며 받는 저임금을 그나마 체불하기가 일쑤라고 불만이 대단하다. 중국인 유학생들도 한국인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다. 본국의 친구들에게 한국 유학을 오지 말라고 말리는 정도다. 지난 번 베이징 올림픽 경기에서 나타난 중국인들의 한국인 혐오 증후군이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인들은 한국 선수라면 무조건 상대 선수를 응원했던 것이다. “한국인은 오만하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중평이다. 막말을 잘하고 무시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술집 같은데서 종업원에게 팁을 일본인보다 더 줘도 존중은 커녕 뒷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인을 무시할만큼 오만이 용납될 처지라고는 믿지 않는다. 중국보다 나은 게 도대체 뭣이 있다는 것인가, 따지면 아무 것도 없다. 재중국한국인회가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 운동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중국에 살고 있는 80만명의 교포들이 한국인을 혐오하는 중국인들의 혐한 감정 해소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움은 사기 쉬워도 미움을 해소하는 덴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요한다. 중국인의 혐한 감정은 한두 해에 싹튼게 아닌 깊은 상처의 뿌리가 있다. 우리 한국인의 잘못이 크다. 중국 가서 내력없이 잘난 체 하다가는 이젠 큰코 다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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