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 날리며 지는 낙엽, 우수수 지는 낙엽, 하늬바람은 낙엽을 재촉한다. 지는 낙엽의 허우적 거림은 보는 이의 맘을 시리게 한다. 앙상해진 나뭇가지 새에 드러난 파란하늘 사이로 겨울이 오고, 떠가는 구름은 세월같아 세모가 벌써 저만치 성큼 다가선다. 산야의 단풍나무만이 단풍이든가, 시가지 가로수 단풍도 단풍이다. 빨간 느티나무 단풍잎, 노란 은행나무 단풍잎이 떨어져 곱디곱게 보도에 수북히 깔린다. 길가는 이의 발에 채여도 밟혀도, 말이 없는 것은 나무를 위한 마지막 순절의 묵언이다. 환경미화원의 빗자루질이 부질없다. 낙엽은 쓰레기 같지 않아 계절의 정취를 풍긴다. 낙엽 또한 자연이다. 자연은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다. 서울시의 낙엽 치우기 작업은 공연하다. 많은 돈을 들여 그 많은 낙엽 치우기에 날마다 바쁜 모양이다. 담뱃불을 떨어뜨려 불이 나거나 길가는 사람이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염려는 기우다. 낙엽을 놔두는 것도 시민정서를 위하는 것이다. 그대로 두어도 절로 소진된다. 대공원이나 큰 농원에 퇴비용으로 보낸다지만, 퇴비로 필요하면 긴요한 측에서 낙엽을 잘 모아 가져갈 일이다. 수원시가 ‘낙엽밟는 거리’를 선정했다. 매탄공원(매탄동), 살구골공원(영통동), 벽적공원(영통동), 중앙공원(권선동), 장안공원(영화동), 만석공원(송죽동), 여기산공원(서둔동) 등 7군데에 총 연장 2.4㎞ 거리다. 과천시에는 중앙동 등지에 ‘걷고 싶은 낙엽의 거리’가 있다. 고양시는 시민들이 낙엽의 정취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충장로 등지의 낙엽을 치우지 않는다. 낙엽의 거리를 둘이 걷는 것도 좋지만 혼자 걸으며 고독을 반추하는 맛도 나쁘진 않다. 낙엽도 잎이고 낙화도 꽃이다. ‘낙화인덜 꽃이 아니랴 / 쓸어 무삼하리오’는 간밤의 비바람에 떨어진 꽃을 안쓰러워 해 윤선도가 읊은 시조의 한 대목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면서 가사문학의 대가를 이룬 이다. 하늬바람은 낙엽을 재촉하고, 낙엽지는 허우적 거림은 보는 이의 맘을 시리게 한다. 하지만 이도 대자연의 이치다. / 임양은 주필
오피니언
임양은 주필
2008-11-1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