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와 불교의 권력화, 정치화, 상업화, 금권화 등의 문제가 기독자와 불자 교수들에 의해 학술적인 분석과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한국교수불자연합회가 ‘종교권력’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는 불교와 기독교가 권력화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자성의 기회로 삼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통계청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05년 현재 개신교 인구는 860만명, 교계 추산에 따르면 교회수 5만~6만, 목회자수 10여만명이다. 그런데 ‘현대 기독교와 종교 권력’을 발제한 호남신대 이진구 교수는 개신교의 영향력은 교인이나 교회수보다는 개신교계의 각종 시설과 기관에 의해 보다 정확히 평가된다고 주장했다. 개신교가 보유한 수많은 교육 기관, 수십여종의 신문과 방송, 수백종의 잡지, 고아원과 양로원으로 대표되는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이야말로 종교 권력의 원천이라고 했다. 군대, 경찰서, 교도소 등에 파견된 목사들이 여타 종교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국회의원, 교수, 의사, 변호사,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의 비율이 높은 것도 개신교 권력의 주요배경으로 지적됐다. 이런 직업들에 대부분 조직된 신우회가 개신교계의 이익을 옹호하는 압력단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신교가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어느 집단도 넘보기 힘든 거대 권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에는 선교 초기부터 ‘미국의 종교’로 간주됐던 게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선교 초기 미국 근대 문명의 원동력으로 여겨지며 들어온 종교가 일제 치하에서 실력양성운동과 사회운동으로 역량을 축적한 뒤 미군정과 개신교 장로인 이승만 대통령 시대를 지나며 주류 종교의 터를 다졌다는 얘기다. 개신교는 이어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뿌리 뽑힌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뜨거운 설교와 신앙집회 등으로 세계에 유례없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 권력화의 기반을 공고히 했다고 이진구 교수는 주장했다. ‘불교에서의 종교 권력’에 대해 논찬한 강남대 김흡영 교수는 “한국 불교사를 통해서 볼 때 종교의 권력화는 자기 무덤을 파게 되고 결국 쇠퇴와 멸망으로 귀결됐다”며 “어떤 종교 권력이든 그것이 잘못 사용됐을 땐 어떠한 권력보다도 위험하고 음흉하고 잔인한 것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가 숙고해봐야 할 말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임병호 논설위원
2008-04-2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