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월동한 뒤 봄이 되면 모두 번식지로 떠났던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가 여름이 지나도록 떠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겨울철에도 백로와 왜가리를 쉽게 볼수 있다. 에전에는 번식을 위해 여름철에 한반도로 건너왔다가 겨울이 되면 모두 월동지로 이동했었다. 현재의 추세대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020년 기온은 2000년과 비교해 평균 1.2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1%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가 나왔다. 이렇게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먼저 철새들의 이동시기와 이동양상이 바뀔 것은 자명한 현상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철새연구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한반도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철새연구센터는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총 69종의 미기록 조류가 새롭게 관찰됐다고 밝혔는데 원인을 3가지로 구분, 분석했다. 우선 한번 미기록종으로 관찰된 이후 더 이상 나타나지 않고 있는 종(種)은 태풍 등 기상에 의한 종, 2회 이상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종은 서식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종, 나머지는 원인 미상의 종으로 구분했다. 또 서식지역을 확대한 종 가운데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 등 한반도보다 연평균 기온이 현저히 높은 지역에서 온 것은 온난화에 의한 종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태풍 등 기상에 의한 것이 48%, 서식지역 확대에 의한 것이 29%, 지구온난화에 의한 것 16%, 원인 미상이 7% 등으로 나타나 미기록종의 발견이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철새 이동시기인 5월과 10월에 각각 18종과 11종이 관찰돼 미기록 조류의 발견과 철새이동에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일부 종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서식지역을 북쪽으로 확대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미기록 조류는 분류군별로 소형 참새목이 59%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도요목(18%), 매목(10%), 두견이목(4%), 기러기목(3%) 등의 순이었다. 흑산도와 홍도, 가거도, 어청도, 소청도 등 서해안에서 53종(76.8%)이 관찰돼 서해안 지역이 철새 이동에 중요한 지역임이 재확인됐다. 지구온난화로 계절 감각을 잃고 한반도의 ‘조류지도(鳥類地圖)’가 바뀌면 ‘강남 갔던 제비’, ‘길 잃은 철새’가 옛말이 되게 생겼다./ 임병호 논설위원
오피니언
임병호 논설위원
2008-08-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