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는 ‘안 터지는 로또’

김문수 도정 스타일은 ‘안 터지는 로또형’이다. 대박을 터뜨리고자 하여 대박꺼리만 좇기에 바쁘다. ‘한·중 해저터널’을 말하더니 ‘서해권 한·중 지자체교류’를 또 들고 나왔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를 비롯한 국내 서해안 5개 광역자치단체와 중국연안 7개성(省 )으로 구성하는 ‘5+7협의체’ 구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서해권’이라는 타이틀 부터가 틀렸다. 한반도에서는 서해지만 중국 대륙으로 보아서는 동해다. 서해연안의 국내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 얼마나 호응할 것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중국의 7개성이 나타낼 반응은 더욱 의문이다. 중국은 김 지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패권주의 대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5+7협의체’를 만들어 뭘 할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말이야 누구든 번지레하게 할 수 있다. 동탄신도시와 서울 강남을 연결하는 대심도 전철을 말했다. 좋긴 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광교신도시도 행정타운 조성, 학교 부지 등 갈수록 누수되는 게 많아 말대로 명품이 되긴 어려울 것 같다. 선거공약인 뉴타운사업, 사통팔달 뻥 뚫린 도로망 등은 벌써 실종됐다. 지난달에 가진 국제보트쇼와 요트대회는 무려 120억원을 쏟은 흥행이다. 손익결산은 미궁이다. 분명한 것은 보트쇼 지원 방송사에 준 막대한 보조금으로 방송사 드라마에 어촌계장역의 단역을 김 지사가 깜짝 출연한 사실이다. 큰 건(件)만을 찾는 상습벽을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공사로 대통령이 되는데 재미 본 것을 닮으려고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이 대통령은 대운하 바람에 혼줄이 났다. 범사를 다루는 것이 서정(庶政)이다. 범사는 가볍게 보고 ‘안 터지는 로또’에만 열중해서는 그렇게 허둥대다가 임기를 끝낸다. 대박도 대박 나름이다. 인력 낭비다. 말이 안 되는 큰 건수에 말 포장을 입히느라고, 연구다 토론이다 세미나다 해가며 아랫 사람들을 다구치는 행정력 낭비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객관화되지 않은 도지사의 임의는 정책이 아니다. 도정의 종합평가 점수가 10점 만점에서 5.666점이다. 어느 여론조사 결과다. 합격인지, 낙제인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임양은 주필

변호사

조선시대에 고용대송(雇傭代訟)이 있었다. 관아에 발고하는 소송 문서를 작성해주고 소송행위를 대행하는 것으로 지금의 변호사 역할과 비슷했다. 그런데 이에 사술(詐術)이 많다하여 금지한 것이 성종 9년(1478년)이다. 조선조 말인 대한제국 시대에 근대 사법제도 도입과 더불어 변호사 제도가 생겼다. 1905년 11월8일 법률 제5호로 변호사법이 공포됐다. 이듬해 법부(법무부)로부터 변호사 인가증 1·2·3호로 함께 받은 홍재기·이면우·정면섭 등 세 사람이 최초의 변호사다. 현행 변호사법은 ‘기본적 인권옹호를 통한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흉악범일지라도 변호사의 변론이 있어야 되는 것은 지은 죄는 죄고, 인권은 역시 별개의 인권이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미성년·70세 이상·농아·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자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했을 땐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돼 있다. 변호사의 변론은 대개 법리론·사실론·정황론 등으로 전개된다. 국내 최초의 여성 변호사는 고인이 된 이태영씨로 1954년이다. 정일형 박사의 부인이며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의 어머니다. 주부로서 가사를 돌보며 자녀들을 잠재워놓고 밤새워 형설의 공을 닦은 만학으로 제2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남편인 정일형 박사가 야당 국회의원으로 있는 바람에 판·검사로 등용되지 못해 변호사의 길을 택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이태영 변호사는 여권신장을 위해 나라 안팎으로 많은 활약을 했다. 여성 변호사가 1천 명이 됐다. 대한변호사회는 계훈영씨(31·사법시험 47회)가 최근 의정부변호사회에 변호사 개업 등록을 한 것이 1천 번째 여성 변호사가 됐다고 밝혔다. 1954년의 첫 여성 변호사 이후 54년 만이다. 국내 전체 변호사 수는 1만명이다. 1906년 첫 변호사 배출 이후 102년 만에 이토록 늘었다. 그러니까 여성 변호사는 전체 비율의 약 10%인 것이다. 변호사는 앞으로 더 늘어야 하고, 여성 변호사 또한 더 늘어야 된다. 변호사 선임이 대중화 돼야 하는 것이다. ‘귀족변호사’ 시대에서 ‘민중변호사’ 시대로 가고 있다. / 임양은 주필

짝퉁 대학원

교육법상의 최고 학력은 대학졸업이다. 대학원은 석·박사의 학위 기관이다. 석사·박사 과정의 대학원을 나왔으면서 학위를 따지 못했다면 학위논문을 안썼거나 아니면 논문이 심사에서 통과되지 못한 경우다. 논문을 안쓰는 대학원이 있다. 비정규 대학원이다. 가령 예를 들면 ‘행정정책대학원’ ‘생산경영대학원’ ‘평생교육대학원’ 등이다. 누구나 돈만 내면 들어가는 6개월~1년과정의 단기 코스다. 기간만 채우면 수강을 제대로 했든 안했든 상관없이 이수증이 나온다. 일종의 교양 과정이다. 대학이 돈벌이 수단으로 개설한다. 시간강사나 겸임교수들에게 수강신청서를 배포, 할당된 모집 인원을 섭외시키기도 한다. 일부 경기도의원의 홈페이지 학력 허위기재 논란은 이런 비정규 대학원을 정규 대학원처럼 기재한데 기인한다. 선거때 같으면 당선 무효에 해당되는 선거법 위반의 행위다. 대개의 경우,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학력 컴플렉스로 비정규 대학원 이수를 정규 대학원을 다닌 것처럼 행세한다. 하긴, 학력 인플레 시대다. 혼담이 나와도 으례 “첫마디가 대학은 어느 대학 나왔냐?”고 묻는다. 신랑측이나 신부측이나 마찬가지다. 대학은 당연히 졸업했을 것으로 보고 얼마나 유명대학 출신인가를 궁금해 하는 것이다. 가히 ‘결혼을 잘하기 위해 대학간다’는 말이 있을 법한 풍조다. 그러나 사회는 학력(學歷)은 높으면서 학력(學力)은 낮은 세태다. 물론 대학을 다니는 것은 좋고, 명문대학 같으면 더욱 좋다. 하지만 실력만 갖추면 기왕 안다닌 대학에 열등감을 가질 것 까지는 없다. 고등학교 정규 교과만 잘 공부해도 사회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는 것이 국내 교과 과정이다. 지방의원 또한 선량이다. 유권자들에 의해 선택된 선량이 학력을 속이는 것은 부도덕한 기만행위다. 초등학교만 나왔든 중·고등학교만 나왔든 상관이 없다. 대학을 안나오고도 선량이 될만큼 성공을 했으면 오히려 자랑스런 일이다. 일반 사회인도 대학 안나온 학력을 사실대로 밝히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당당히 내세울 것은 학력이 아니고 실력이다. 하물며 도의원 등 지방선량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짝퉁 대학원을 내세우는 것이야 말로 수치다. / 임양은 주필

토종종자 귀국

토종종자 귀국¶¶국내에서 사라졌던 토종 농작물 종자 32종 1천546점이 지난 5월29일 고국의 품에 다시 안겼다. 일본 유출 100년 만의 귀환이다. 지난해 6월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한반도 원산 유전자원 34종 1천679점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 작물은 그동안 일본 농업생물자원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던 한반도 원산의 유전자원들로, 20여 차례의 끈질긴 요청 끝에 돌려받는 데 성공했다고 농촌진흥청이 설명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일찍이 자원 확보에 눈을 돌렸던 선진국들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자원들을 활용하기 위해 지적재산권 확보에 열을 올리고, 개발도상국은 자국 원산의 토종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배상을 주장하는 등 신경전이 한창이다. 일본에서 반환된 주요 유전자원은 곡류가 벼·보리 등 4작물 649점, 잡곡류 귀리·율무·조·수수 등 6작물 215점, 두류는 콩·강낭콩·좀돌팥 등 5작물 446점이다. 채소류는 파·박·무 등 8작물 29점, 특용은 아마·차조기·유채 등 6작물 202점, 기타 작물은 오챠드그라스, 비수리, 블루그라스 등 4작물 5점이다. 특히 1930년에서 1940년대 한반도에 살았던 자원과, 남한에서는 사라졌지만 북한에 서식하는 토종자원 등 귀한 작물이 다수 포함됐다. 보리의 경우 영월6각· 황금맥·재래청·조선백나·흥양재래·충청재래 등이 돌아왔다. 콩은 흑목태협·백소태·단천황·회색대두·적서목대두·농다대태 등이며 벼는 용조·조조·서경조·조선재래유·다다·한천로조·장립유 등 우리 고유의 토종 재래종이다. 또 북한지역 토종자원으로는 함남 갑산의 아마, 황해도 사리원의 밀·귀리·조·기장 등이다. 생경한 이름들이 있지만 우리 토종이란 점에서 우선 반갑고 정겹다. 농진청은 이 작물들을 신품종 육성에 활용하는 한편 잊혀진 작목의 복원과 가치 창출에 나선다고 한다. 웰빙 식품은 물론 우리 토종자원 특유의 맛, 색, 향 등에 함유된 항산화물질 등 다양한 기능성물질의 증대와 새로운 식(食)·의학 소재로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21세기는 종자전쟁, 자원전쟁이라고 부를 정도로 세계 곡물난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농진청의 연구·개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임병호 논설위원

正祖 御眞

왕의 초상화를 지칭하는 용어로는 어진(御眞) 외에도 진용(眞容)·진(眞)·진영(眞影)·수용(?容)·성용(聖容)·영자(影子)·영정(影幀)·어용(御容)·왕상(王像)·어영(御影) 등 다양하다. 1713년(숙종 39) 숙종 어진을 그릴 당시 어용도사도감도제조(御容圖寫都監都提調)였던 이이명의 건의에 따라 ‘어진’이라는 명칭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어진 제작은 군왕이 생존해 있을 때 그 수용을 바라보면서 그린 도사(圖寫), 왕의 생존시 그리지 못하고 승하한 뒤 그린 추사(追寫), 이미 그려진 어진이 훼손됐거나 혹은 새로운 진전에 봉안하게 될 경우 기존본을 범본(範本)으로 하여 신본을 그린 모사(模寫) 등 3 종류다. 추사가 그 핍진(逼眞)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조선의 왕 가운데 사진이 함께 전하는 고종과 순종을 제외하고 어진이 전해지는 경우는 태조 이성계, 영조(반신상·연잉군 시절), 철종 등 3명의 4점에 불과하다. 태조의 어진은 전주, 함흥, 평양, 경주, 서울 등 8곳에 25~26점이 보관됐었지만 전주 경기전의 1점과 함흥 준원전의 사진만 남아 있다. 서울에서 원래 자리인 전주로 다시 돌아가는 태조 어진은 1410년 처음 그려진 것이 낡자 1872년 모사로 그렸다. 조선 왕들의 어진은 왜란과 호란을 겪으면서 다수가 사라졌고, 6·25 전쟁 때 나머지가 불탔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부산으로 피난을 가면서 어진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를 함께 가져갔으나 갑작스런 화재로 어진 대부분을 잃었다고 한다. 영조의 연잉군 시절 어진과 철종의 어진 일부가 불 탄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 22대 정조대왕 어진은 수원 화성행궁 옆 화령전에 봉안됐다가 6·25 때 정부가 서울로 가져갔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진 않다. 그러나 1989년 수원시가 우당(友堂) 이길범(李吉範) 화백에게 의뢰하여 그려진 어진이 수원효행기념관에 봉안돼 있다. 정조대왕의 동상(銅像) 제작은 이 어진을 참고했다. 이길범 화백은 1992년에도 정조 어진 2점을 완성했는데 구군복(具軍服) 차림의 어진은 화령전에, 곤룡포를 입은 어진은 화성홍보관에 각각 보존돼 있다. 이 어진은 12월 완공 예정인 화성박물관에 봉안된다. 이길범 화백의 화필로 부활, 영생하는 정조의 어진은 문무를 겸한 성군상(聖君像)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한국산 토마토는 이상 없다’

미국에서 ‘토마토 공포’가 확산 중이라고 외신이 전한다. 토마토 공포의 근원은 4월 중순 이후 미 전역에서 살모넬라균 증독 증세를 보인 167명의 환자들이 모두 똑같은 유전자 지문을 가진 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문제가 증폭됐다. 이 중 최소 23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게다가 지난주 멕시칸 식당에서 토마토 요리를 먹은 67세 노인이 숨지자 공포는 급속히 확산됐다. 숨진 노인의 직접 사인은 지병인 암이었지만, 토마토 음식을 먹고 일으킨 살모넬라균 중독이 병세를 악화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 식품의약국(FDA)은 살모넬라균의 진원지를 찾아내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 이번 식중독 사태가 토마토와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보건 당국은 아직도 살모넬라균의 정확한 감염원을 찾지는 못했지만, 붉은자두 등 3개 토마토 품종, 그 중에서도 미 남부지역 생산 토마토에서 문제의 균이 나왔다는 쪽으로 범위를 좁혀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조지아, 하와이, 노스 캐롤라이나, 텍사스, 테네시, 캐나다, 푸에르 토리코 등지의 토마토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도 발표됐다. 하지만 토마토가 살모넬라균 감염의 원인이라는 보건 당국의 추정이 나오자 미국내 거대 식품 체인점과 레스토랑 등이 토마토 음식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토마토는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을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가 내놨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의 98%가 시설재배(하우스)로 생산되며 대부분(99% 이상)이 흙 표면에 비닐을 씌우고 지주를 세워 재배, 병원균 오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가공용이나 요리용으로 재배되는 미국산 토마토는 약간의 충격만 받아도 꼭지로부터 떨어져 오염 가능성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 토마토는 익어도 꼭지에서 잘 안 떨어져 반드시 따서 수확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 미국산 토마토가 수입된 적이 없다”고 밝혀 안심은 되지만 쇠고기 등 미국산 들이 왜 이렇게 한국인들의 애를 태우는지 걱정이 크다. /임병호 논설위원

묵자(墨子)

묵자(墨子)는 중국 춘추시대 지금의 산동성인 노(魯)나라 철학자다. 당시 번창했던 제자백가의 하나인 묵가(墨家)의 시조다. 전쟁을 거부하는 데 앞장섰던 비전론주의자다. 초(楚)나라가 성을 공성하는 신무기로 운제(雲梯)를 만들어 송(宋)나라를 공격한다는 말을 듣고 열흘 낮밤을 달려 초나라 도읍인 지금의 호북성 홍남성에 이르렀다. 초나라 왕과 그 신하들에게 전쟁을 적극 만류했다. 초나라 사람이 운제로 성을 공격하고 묵가가 성안에서 공격을 막는 시뮬레이션을 갖기도 했다. 운제로 성을 아홉 번이나 공격했으나 아홉 번을 다 막아냈다. 묵자의 수비는 그러고도 여유가 있었다. 묵자는 초나라 왕에게 이렇게 또 말했다. “초나라는 여유있는 땅을 가지고 있으나 백성들은 가난한 처지입니다. 가난한 백성들을 군사로 죽여가면서 굳이 안 그래도 여유있는 땅을 탐한다는 것은 인의로운 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마침내 초나라 왕은 송나라 침략을 묵자의 말을 들어 포기했다. ‘묵자 공수편’에서 전한다. 묵자는 사상가이면서 사상의 실천가였다. 자신의 비전론을 관철키위해 만리길을 달려 초나라에 간 것은 목숨을 거는 일이었다. 저서 ‘묵자’에는 ‘비성문 편’등 열한 편에 이르는 전문적 병법도 기록돼 있다. 이론만이 아닌 실력으로 비전론을 실현키위해 병법을 깊이 연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초나라 왕을 설복하고 노나라로 돌아갈 때다. 마침 송나라를 거치는 데 어느 마을밖 어귀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묵자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마을 어귀에서 문을 지키는 사람이 묵자를 수상히 여겨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묵자는 고스란히 비를 맞아야 했다. 송나라의 전란위험을 구해준 은인인 데도 그 나라 사람들은 이를 몰라봤다. 묵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런데서 의로움을 행하려는 사람들도 의기를 잃기 쉽다. 그러기에 위대한 일을 하려는 사람은 더욱 철저한 신념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했다./ 임양은 주필

태극기와 인공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은 인공기인 국기를 헌법 169조, 애국가인 국가를 170조에 규정하고 있다. 붉은 폭 흰 동그라미 안에 붉은 오각별이 있는 대형 인공기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복판에 등장하고 ‘아침은 빛나라’로 시작되는 저들의 애국가가 서울 하늘에 울려 퍼졌다.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남북간 경기에 앞서 가진 개막식 행사에서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3월26일 중국 상하이에서 가진 1차전은 원래 북쪽이 홈 게임으로 평양에서 열었어야 했다. 그런데 저들은 평양에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공개시킬 수 없다고 우겼다.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인데도 막무가내로 거부했다. 응원단도 안 된다고 했다. 충돌 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응원단 수를 줄여서 보내겠다고 해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제3국에서 치른 것이 상하이 경기다. 북측은 이번에 서울서 가진 원정 경기도 또 제3국을 들고 나왔던 게 지난 5월6일이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2차전 역시 3국에서 치러야 공평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단호한 거부로 더 버티지 못하고 서울에 와 경기를 갖게 됐다. 경기장 응원석엔 ‘조선 천리마 축구단 만세’라고 쓰인 셔츠를 입은 외국인 축구팬들의 북녘팀 응원이 있었다.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는 캐나다인 등이다. ‘붉은 악마’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남북팀을 모두 응원했다. 경기는 2차전 역시 1차전과 마찬가지로 무승부가 됐으나 그라운드 매너는 깨끗했다. 몸싸움 끝에 넘어지면 서로가 손을 내밀어 잡아 일으키곤 했다. 어느 이념단체는 ‘우리는 하나다’란 펼침막을 걸고 한반도기를 흔들어 댔으나 동포애는 순수했다. 동포애를 흐리게 만드는 것이 이념화다. 1차전 때 우리 대표단을 따라 응원단이 평양에 갔더라도 충돌이 있을 턱이 없다. 저들이 크게 의식한 것은 태극기와 애국가였던 것 같다. 태극기와 애국가는 8·15 광복 직후에도 한동안은 북녘에서도 사용했던 독립운동 당시의 국기며 국가인 것이다. /임양은 주필

카풀제

고유가 타개책의 하나로 흔히 카풀제를 말한다. 나홀로 타는 자가용 승용차가 아니고 더불어 타자는 카풀제는 사회적 약속의 미덕이다. 실제로 출근대 자가용 승용차의 85%가 나홀로라는 당국의 표본조사 발표도 있다. 기왕 가는 길에 같은 방향이면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태워주는 것은 서로간의 인정이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고 있다. 우선 선심을 베풀만한 인정이 미흡한 탓도 있지만, 또 이만이 아니다. 카풀제 취지로 태워주었다가 만약에 사고가 나면 생기는 책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베푼 선심이 재앙으로 돌아올 수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운전하다가 다치는 것은 형사책임이 없으나 동승자가 다치면 과실치상죄가 성립된다. 민사책임도 발생해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청구소송이 제기된다. 이런 법정 다툼의 사례가 없지 않다. 카풀제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손수운전자가 여성일 것 같으면 늑대같은 남성 동승자를 태울 수가 있고, 손수운전자가 남성일 것 같으면 꽃뱀 같은 여성 동승자를 태울 수 있는 경계심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교외에서다. 친구 차를 타고 가는데 어떤 여성이 길에서 손을 드는 것이다. 그러나 핸들을 잡은 친구는 모른척 지나치는 것이다. “버스도 없는 것 같은데 태워주지 그러느냐”고 하니까, “잘못 태웠다가는 성희롱 당했다는 억지 신고를 당하기가 십상이다”라며 아예 안 태우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생각컨데 여성 손수 운전자들 역시 늑대 남성을 우려, 동승시키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을 것이다. 답답한 것은 또 있다. 택시 합승이다. 택시 또한 먼저 탄 손님이 가는 방향과 같을 것 같으면 뒷 손님을 태워 나쁠게 없다. 휘발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이도 연료 절약이다. 그러나 택시 합승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금지된 이유가 나쁜 것도 아니다. 합승만을 노리는 승차거부 등이 있을 수 있고 또 요금 산정에도 시비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업용 택시는 합승을 금지한다 해도 자가용 승용차 합승은 법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취지도 좋으나 앞서 밝힌 것 처럼 문제점이 적지않다. 그렇다고 문제점 해결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동승시키면서 사고가 나도 책임을 안 진다는 각서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임양은 주필

드라마 ‘이산’

조선 정조 시대를 다룬 MBC TV 드라마 ‘이산’이 지난 16일 77회를 끝으로 10개월에 걸친 방영을 끝냈다. 14.0%의 시청률로 출발한 후 2월에는 시청률 35%를 돌파하는 등 높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했다. 애초 60회로 예정됐다가 77회로 연장된 이유다. 작가 김이영씨는 매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나흘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은 채 집필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고 한다. ‘이산’은 초반부터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로 주목받았다. 주인공 이산(이서진 분)이 끝없이 닥치는 난관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겨낼 때마다 시청자는 통쾌한 기분을 느꼈고 이산은 임금 자리를 향해 조금씩 다가갔다. 왕을 다룬 기존의 사극과는 달리 군신 간의 정치투쟁이나 후궁들의 암투 등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대신 왕의 개인적 철학과 인간관계를 강조했으며, 왕 주위 인물의 활약을 비중 있게 그렸다. ‘이산’은 홍국영, 정순왕후 등 초반부터 개성 강한 여러 인물들을 배출했다. 홍국영(한상진 분)은 뛰어난 지략과 호쾌한 성격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고, 정순왕후(김여진 분)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악역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정후겸(조연우 분), 화완옹주(성현아 분) 등도 악한 연기로 주목받았고, 성송연(한지민 분)은 정조의 마음을 사로잡는 애틋한 연기를 펼쳤다. ‘다모’로 사극에 입문한 이서진씨도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방영 횟수가 연장되면서 이야기 구조에 큰 변동이 생겼다. 원래 대본은 세손 이산의 등극까지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등극 이후 준비는 미쳐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률을 더 올리려면 역사를 더 왜곡해야 할 상황이었다. 정순왕후가 쿠데타를 일으킨다거나 정순왕후가 의금부에 투옥된 부분 등은 고증을 어긴 부분이다. 사극은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에 갇혀 발상이 제한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이산’ 보는 재미에 일찍 귀가한다는 남성들이 많았다면 성공작이다. 무엇보다 ‘이산’ 덕분에 화성(華城)과 융능(사도세자·혜경궁 홍씨 능)·건능(정조·효의왕후 능), 화성행궁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한다. TV 드라마 ‘이산’을 열달 동안 재밌게 봤다. /임병호 논설위원

지진 대비 건축공법

일본 동북부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지난 15일 리히터규모 7.2의 강진이 또 발생한 건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재차 경고하는 징후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5~6이상의 대형 지진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 몇차례 나왔다. 지난 5월31일 오후 9시59분 제주도 서쪽 79㎞ 해역에서 4.2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에서 반경 100㎞ 안에 있는 제주도는 전역에서 건물과 실내 집기가 흔들리는 ‘지진 유감(有感)’ 현상이 뚜렷했고, 200~250㎞ 떨어진 전남 일대에서도 진동을 느꼈다. 이는 지난해 1월20일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에서 발생한 지진(규모 4.8)에 이어 1년 4개월 만에 가장 규모가 큰 지진이다.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처음 10년 동안엔 163건이었으나 1988~1997년엔 208건, 1998~2007년엔 399건으로 늘어났다. 발생 빈도가 잦아 적잖이 불안하다. 특히 건축물이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미국 건축 기준에 따른 지진구역 분류 5등급 중 최하 등급인 1에 속한다. 주요 국가 시설물에 대해선 평균 6·0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의무화돼 있다고 하지만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경우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매년 규모 4.0이상의 지진이 평균 1.3회 가량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도 없다. 게다가 지진과 직접 관련된 예산은 2006~2007년 전국 지진 예방·경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114억원 뿐이다. 올해는 아예 없다. 중국 쓰촨성 일대를 생지옥으로 만든 대지진에서 특히 문제가 된 건 건축물 부실공사였다. 그러나 도호쿠 지방의 지진은 쓰촨성 지진과 버금가는 강진인데도 인명피해가 고작 10여명에 불과했다. 지진에 강한 구조로 주택을 지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 지금부터라도 초고층 건물은 물론 모든 건축물 착공시 국내 내진 기준보다 훨씬 강한 성능을 갖도록 설계해야 한다. 평균 6.0이하로 설계해도 충분하다는 과거의 판단은 위험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세비 반납운동

어제 본보가 ‘무노동 무임금 국회, 세비 등 100억원 반납하라’는 제하의 사설에서도 거론했지만,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6월 세비를 반납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괄목할 만 일이다. 18대 국회가 개원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299명의 국회의원들이 세비, 의정활동 지원비 등을 타 간다면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마침 심재철 의원이 “국회의원은 국민의 세비를 받는 사람들로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며 ‘세비 반납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15명이 동조했다고 한다. 심 의원은 “현행법상 세비는 국고로 귀속시킬 방법이 없으므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사용하겠다”고 기부 방침도 시사했다. 심의원은 “등원을 거부하는 의원들의 세비나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법률안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혀 더 압박을 가했다. 같은당 신지호 의원도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국회법 개정을 논의하자”며 국회 등원을 거부하는 통합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세비 삭감을 주장했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 개원도 안 한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수령할 경우 의원들을 상대로 세비반납소송을 제기”키로 하는 등 강도를 더 높인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국민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요구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비 반납뿐 아니라 의원들이 과하게 받는 혜택도 모두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문제는 취지엔 동참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이다. 자유선진당의 경우 당내에서 ‘6월 세비 반납운동을 하자’는 의견이 제시돼 논의했지만 지난 총선 과정에서 경제적 출혈이 적잖았던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번 세비를 반납하면 앞으로 국회가 파행을 겪을 때 마다 세비를 내놔야 하는 관행이 굳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의원들도 많은 모양이다. 세비 지급일은 20일이다. 반납 안 하는 의원들은 비양심적으로 비춰질텐데 세비 반납운동에 몇명이나 참가할지 궁금하다. “우리 사회 중 가장 개혁이 안 된 곳이 국회”라는 비판을 받는 건 자업자득이다. / 임병호 논설위원

노송지대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국도 1호선에서 옛 국도로 들어서는 파장동에 이어 송죽동 만석공원 어귀까지의 5㎞ 도로변 소나무 숲이 노송지대다. 경기도 기념물 19호로 지정돼 있다. 이 길로 정조 임금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인 현륭원을 참배하곤 했다. 소나무는 정조 임금이 내탕금 천냥을 하사하여 심었다. 원래는 500여 그루였다. 낙락장송으로 장관이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수십 그루만이 남았다. 노송지대 길가에는 수원 부사나 유수 등을 지낸 이들의 선정비 35개가 즐비하게 세워져 있다. 이 가운덴 갑오경장 후 내각총리대신을 지낸 김홍집이 수원 유수로 재임하면서 베푼 선정비도 있다. 그런데 이 비석들은 원래 사대문 문안(시내)에 있었던 것을 후대에 이곳으로 옮긴 것이다. 수원시가 노송이 드문 노송지대에 노송숲 복원사업에 나섰다. 오는 2010년까지 6만6천470㎡의 노송지대를 옛 모습으로 복원,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발주한 기본계획 용역 결과가 나올 오는 10월경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한반도와 만주 목단강 동북쪽에서 요동반도에 이르는 지역에 많이 분포돼 있다. 구미지역에서는 소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한반도의 소나무는 기후와 지질에 따라 동북형(함경도 해안지방) 금강형(강원·경북북부) 중남부평지형(서남부 저지대) 안강형(경북 동남부) 중남부평지형(평안남도에서 전라남도에 이르는 내륙지방) 등 품종으로 나뉜다. 경기도 소나무는 중남부평지형에 속한다. 민족의 전래 정서상 우리와 가장 친근한 나무가 소나무다. 소나무 낙엽은 갈비라고 하여 솔방울과 함께 땔감으로 많이 애용됐다. 소나무 침엽수나 소나무 뿌리로 술을 담기도 한다. 송선주·송엽주·송하주 등이다. 송편은 솔잎에 얹혀 쪄야 송편이다. 이런 식재료는 오장육부에 다 좋은데 특히 콩팥에 약효가 탁월한 것으로 동의보감은 전한다. 애국가는 소나무의 사시사철 푸르른 기상을 가사에 담고 있다. 정조 임금께서 효행의 능행차 길에 노송지대를 만드신 것도 아마 소나무의 푸른 기상을 높이 샀던 것이라고 믿어진다. 노송지대가 복원되어 효원의 도시 기풍이 더욱 푸르러지기를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OPEC

위스키 한 잔에 762만원 짜리가 있다. 55년산 위스크에다 스코틀랜드산 얼음을 넣어 프랑스 제품의 금잔에 담은 술이다. 두바이의 별 일곱개 짜리 호텔에서 판다. 베럴당 130달러대의 고유가로 세계경제는 멍들어간다. 특히 한국경제는 거의 치명상이다. 반면에 중동국가들은 미소를 짓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연합은 흥청망청이다. 석유수출만으로 날마다 버는 돈이 우리 돈으로 하루에 3천191억원에 이른다. 올들어 GDP(국내총생산)가 벌써 8.2%나 늘었다. 중동국가들은 지난번의 오일쇼크 때와는 다르다. 지난 번엔 벌어들인 달러를 서방 선진국에 재투자했다. 그런데 이번은 아니다. 자국내 도로 공장 등을 건설하는 데 쓰고 있다. G8+3(한국·중국·인도) 11개국이 석유증산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적이 있다. 지난 8일 일본 아오모리에서 가진 에너지 관련 장관회의에서다. 이들 11개국은 세계 원유 소비량의 65%를 쓰는 다소비 국가인 것이다. 회의에서는 지금의 국제유가는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이대로 계속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산유국은 쇠귀에 경 읽기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차킵 켈린 사무총장은 “지금은 증산에 대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증산 불가가 오는 9월9일로 예정된 OPEC 정례회의 전까지라는 단서가 붙긴 했으나, 정례회의가 열린다고 해서 기대할 만한 별 뾰쪽한 기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석유 증산을 거부 당한 게 처음은 아니다. 부시 등 미국과 영국이 산유국에 권고적 압력을 두어차례 가했는 데도 요지부동이다. 산유국들은 서방 국가의 자금 흐름이 왜곡되어 국제유가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되레 덮어 씌우고 있다. 세계경제에 주름살을 입히면서 산유국들이 누리는 초호황이 언제까지 갈 것인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석유 소비국을 골탕 먹이는 횡포에 언젠가는 한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금잔에 담은 55년산 위스키 잔이 호화판 축배에서 독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이상득 의원

생각컨대 치국에는 세가지 덕목이 있다. 덕치(德治), 정치(正治), 법치(法治)의 삼치(三治)다. 치자(治者)에 따라 세가지를 다 갖춘 이도 있고, 한두 가지를 갖춘 이가 있는가 하면 세가지를 다 갖추지 못한 치자도 있다. 같은 능력도 유형에 따라 치자의 평가가 달라진다. 덕치는 도덕성과 능력이 탁월하여 국민사회의 존경심을 한 몸에 받는 것으로 정치와 법치에 우선한다. 정치는 정치(政治)를 바르게 하고, 법치는 법 집행을 옳게 하여 국민사회를 편안케하는 지도자상이다. 그러나 법치는 삼치 가운데 덕치와 정치에 비해 가장 하위의 덕목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덕치나 정치는 고사하고 법치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다. 작금의 시국과 사회상 혼란이 부덕한데다 정치도 못한 소치에 법질서마저 문란케 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의 친형 이상득 국회의원에 대한 논란은 덕치에 관한 문제다. 권력의 사유화 와중에 휩쓸린 이상득 의원은 인적쇄신, 즉 “정풍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부인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우기지만, 문젠 비선 라인의 개연성은 삼척동자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눈총을 간과키 어려운 데 있다. 진실로 국정을 위하고 ‘아우님 대통령’을 위해서라면 국회의원에 나서지 않았어야 한다. ‘대통령 형님’이 아닐 것 같으면 6선인 그는 이번에 국회의장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 형님’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에 나설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도 아예 나서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다. 고사에 비추어 봐도 임금의 외척이 권좌를 누리거나 종친이 조정 중책을 맡아 탈이 없었던 예가 없다. ‘아우님 세종임금’을 둔 양녕대군은 천하를 주유하며 산천경개를 벗삼아 평생을 보냈다. ‘대통령 형제’가 좀 더 사려가 깊었다면 이상득 의원은 국내에도 있지 않고 주일대사쯤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방법을 생각했어야 한다. 한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 형제’가 아직도 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우님 대통령’이 이상득 의원 논란을 두고 “묻지마식 공격”이라고 하자, “나는 정풍 대상이 아니다”라고 하는 ‘대통령 형님’의 화답은 덕치의 심한 훼손이다. 지금도 아주 늦진 않다. 이상득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국민사회에 좋게 비치는 덕목임을 자각해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전화위복

중국은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을 국가 차원의 도약, 그리고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의 계기로 삼기 위해 지극정성으로 공을 들여왔다. 올림픽과 관련한 어떤 사소한 말썽꺼리, 불협화음도 허용치 않고 국가 인프라개선 및 경기장 건설에 400억달러 가량을 쏟아 부으며 중국인들이 행운의 날로 믿고 있는 8월8일을 개막일로 택했다. 그러나 3월12일 티베트 독립 시위가 돌출하면서 이후 국제사회의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과 함께 성화봉송 과정에서 반중국 시위까지 번져 나가면서 중국이 과연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올림픽 개막을 88일 앞두고 쓰촨(四川)성을 강타한 지진이 9만명 가량의 사망·실종자를 낳고 75조원 가량의 경제손실을 끼쳐 우려감은 더더욱 커졌다. 지난 2월 50년 만의 폭설로 교통, 전력, 물류 대란을 겪은 데 이어 4월엔 5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산둥(山東)성 열차 충돌사고, 5월초 3만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한 수족구병이 터지는 등 잇따른 악재로 ‘안전 올림픽’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지진발생 이후 1개월간 중국 정부가 보여준 대응 태도는 이런 회의감을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참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는 데다 중국 당국이 종래와 달리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국내외로부터 긍정적인 시선을 받았기 때문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직접 재난 현장을 찾아 진두지휘를 하는 등 국가 지도자들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처하기도 했고 고립지역의 구조를 위해 공수부대를 소집하는 등 14만명의 병력이 구조작업에 투입됐다. 여기에 ‘선혈이 낭자한’ 참사 소식을 언론을 통해 보여주고 외국 구조대의 투입도 마다하지 않는 개방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이런 정황들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정서와 반중감정을 일거에 상쇄시키며 티베트 문제를 망각시키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올림픽 지원을 약속받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처럼 중국은 ‘지진외교’를 통해 한국, 일본, 러시아 등과 외교관계를 더욱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은 지진참화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모양이다.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고 억울하게 됐다. / 임병호 논설위원

‘대지의 항구’

“버들잎 외로운 이정표 밑에 / 말을 매는 나그네야 해가 졌느냐 / 쉬지 말고 쉬지를 말고 달빛에 길을 물어 / 꿈에 어리는 꿈에 어리는 항구 찾아 가거라 // 흐르는 주마등 동서라 남북 / 피리 부는 나그네야 봄이 왔느냐 / 쉬지 말고 쉬지를 말고 꽃 잡고 길을 물어 / 물에 어리는 물에 어리는 항구 찾아 가거라 // 구름도 낯설은 영을 넘어서 / 정처 없는 단봇짐에 꽃비가 온다 / 쉬지 말고 쉬지를 말고 바람을 앞세우고 / 유자꽃 피는 유자꽃 피는 항구 찾아 가거라.” 남해림 작사, 이재호 작곡, 백년설 노래의 ‘대지의 항구’다. 1940년 제작된 영화 ‘복지만리’의 주제가로 백년설이 불렀다. 지금도 애창되는 ‘흘러간 노래’ 중 하나다. 일제시대 만주로 간 동포들이 이국 땅에서 받는 민족차별과 나라 잃은 설움을 호소한 노래다. 그러나 가요 연구가들의 얘긴 다르다. ‘복지만리’란 영화는 대륙 진출의 야심을 품은 일제가 조선 민중들을 만주 개척에 동원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며 ‘복지’는 ‘만주’를 뜻하는 것이란다. 일테면 친일가요인 셈이다. 북한에선 대지의 항구’를 그동안 “퇴폐적이고 반동적”이라고 평가했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1일 북한의 대내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이 보천보전자악단이 부른 ‘대지의 항구’를 내보내면서 “애국의 뜻을 품은 양심적 문예인들이 조선인민과 중국인민 사이에 쐐기를 박으려는 일제의 간악한 민족이간 책동에 맞서 1940년에 제작한 영화 ‘복지만리’의 주제가”라고 소개했다. “우리 인민은 중국 인민과 손 잡고 일제의 식민지 예속과 민족이간 책동을 짓부수고 기어이 조국 해방을 이룩하고야 말 의지를 가다듬으며 ‘대지의 항구’를 널리 애창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일제 놈들은 이 영화(복지만리)를 제 놈들의 뜻대로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화의 연출가를 체포해 갔으며 적들의 비인간적 행위는 우리 인민의 분노를 자아냈다”면서 “이 노래 한 곡에도 우리 민족의 피눈물 고인 수난의 역사가 비껴있다”고 덧붙였다. 남북의 평가가 이렇게 다른 건 비극이다. 어느 쪽 말이 사실인지는 후일 밝혀지겠지만, 똑 같은 대중가요를 놓고도 해석이 다른 것이 남북으로 분단된 오늘날 대한민국 현실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십자가 탑

‘십자가 탑’은 교회의 상징물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십자가 탑을 볼 때 마다 세인들의 죄를 청산하고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은 예수를 기억한다. 십자가 탑은 오래 전부터 종각으로도 쓰여 지역 주민들을 예배당으로 초대하는 것은 물론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현대에 들어와선 네온을 설치해 야간에도 교회를 알리고, 힘들고 지친 사람들과 방황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교회로 인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부 교회의 십자가 탑이 소흘하게 관리되면서 안전 문제가 대두됐다. 대부분 십자가 탑이 강풍이 불면 무너질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나무로 지어진 오래된 교회나 상가 건물 위에 설치된 십자가 탑은 매우 위험한 상태다. 십자가 탑은 6m 이상 축조할 경우 건축법상 신고 또는 허가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10~15m, 심지어 30m 이상을 세우면서도 신고 또는 허가를 받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다. 신고를 하면 관계 관청의 조사나 감사,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일조권 확보 문제 등으로 십자가 탑을 높게 세울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기피한다. 실정법을 무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만일 사고가 나면 보험혜택도 받지 못하고 민원이 접수돼 십자가 탑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생긴다. 더구나 교회들은 6개월~2년마다 받아야 하는 십자가 탑 시설물 ‘안전점검’도 거의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6조에 따르면 시설물 정기 점검은 2년에 1회 이상, 긴급 점검은 관리 주체나 관계 행정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리주체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십자가 탑 붕괴 사고는 대부분 전문업체가 아닌 무허가 업체가 시공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갑작스런 돌풍으로 인천 구월동 4층짜리 교회 옥상의 십자가 탑이 도로에 쓰러진 적이 있었다. 초속 17m에 달하는 강풍을 십자가 탑이 견디지 못해서였다. 20m 높이의 십자가 탑이 도로 위를 달리던 1t 화물차와 주차돼 있던 차량 2대를 덮쳤었다. 교회가 법을 어겨선 안 된다. 성스러운 십자가 탑이 무너져 인명이 손상된다면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임병호 논설위원

1가구 2주택

고유가 타개는 국민적 현안이다. 정부정책은 물론이고 국민사회의 비장한 인식 없이는 고유가 타개가 어렵다. 평시 같아도 난해한 과제인데 세상은 난세다. 밤낮으로 서울광장은 시위로 들끓고 쇠고기 정국은 요지부동이다. 엎친데 덮쳐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다. 민주노총도 파업을 벼른다. 가계빚이 640조원을 넘어 가구당 평균 3천841만원이다. 사상 최고치다. 서민층은 빚으로 살아간다. 앞으로 더 큰 빚더미에 앉을 판이다. 경제지표가 어둡다. 수출이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촛불시위의 장기화 때문이다. 내수부진이 심화한다. 고물가 때문이다. 투자위축이 풀리지 않는다. 고유가에 겹친 사회불안 때문이다.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이 실현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말만 꺼낸 채 주춤한 형세다. 쇠고기 파동으로 국정이 공백상태다. 전반적인 불경기 가운데 주택건설업계의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다. 수원·용인·화성을 비롯해서 도내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난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25만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분양이 안 된 아파트에 묶인 돈이 자그만치 50조원이다. 올들어 발생된 부도가 지난해에 비해 47%나 늘었다. 부도 대란이 우려된다. 부도 대란은 아파트 건설 관련 업종에 치명적인 연쇄 파급을 미친다.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 분양 촉진을 위해 1가구 2주택의 양도소득세 제외를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수도권을 뺀 비수도권 지방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기왕 아파트 내수 진작을 위한 것이라면 수도권을 포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는 정부와 금융권과 업계가 이마를 맞대고 위기상황을 타개해야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분양 아파트만이 아니라, 기존 아파트나 일반 주택도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일정 요건의 완화가 필요하다. 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 세상 살이는 이래저래 어려운 데 세상은 시끄럽다. 촛불을 든 시민이야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이지만, 촛불인파를 부채질하고 역이용하는 세력이 없지 않다. ‘도둑은 장터가 시끄러울 수록 좋아한다’고 한다. 촛불시위가 시끄러울 수록 좋아하는 그들은 누구일까를 생각해 본다. /임양은 주필

넥타이

넥타이의 원조는 프랑스다. 프랑스에선 넥타이라고 하지 않는다. 크라바트(cravate)라고 한다. 크라바트는 크로아트(croate)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종의 사투리다. 루이 14세 때다. 베르사이유궁전을 조영한 루이 14세는 거의 매일밤 호화로운 무도회를 궁전에서 열었다. 귀족, 귀부인, 군장성, 고관, 외국 사신 등은 물론이고 상류사회 사람들이 초대되어 즐기곤 했다. 넥타이의 기원이 여기서 시작됐다. 한 번은 무도회에 초대된 크로아티아 사람이 목에 가느다란 천조각을 감고 나타났다. 그 크로아티아 사람은 마침 목밑에 조그마한 상처가 생겨 그것을 감추기 위해 천조각을 두른 것이다. 그런데 루이 14세 눈엔 그게 몹시 흥미롭게 보였다. “저 사람 목에 두른 것이 무엇이냐?”고 시종무관에게 물었다. 시종무관은 어디서 온 사람이냐고 물은 것으로 잘못 듣고는 “크로아티아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시종무관 말에 고개를 끄덕였던 루이 14세는 이튿날밤 무도회에서는 자신도 목에 천조각을 두르고 나타나자, 또 다음날엔 모든 참석자들이 루이 14세처럼 목에 천조각을 두르고 나왔다. 이것이 유행의 도시 파리에서 시작하여 지금의 긴 넥타이가 된 단초다. 그러니까 넥타이의 시조는 오늘날 나비넥타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프랑스에서 넥타이를 가리켜 크라바트라고 하는 것은 루이 14세가 붙인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이다. 넥타이 차림은 신사의 정장으로는 필수품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물론이고 국내사회에서도 젊잖은 좌석에 가려면 넥타이를 매야 결례가 안 된다. 한 여름 삼복 더위에도 정장에 소매가 긴 와이셔츠에다 넥타이를 꼭 매는 이들이 적잖다. 넥타이 추방운동이 일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절감책으로 넥타이 안 매기 풍조가 분다. 근래 외신은 미국이나 일본의 기업체 등에서 이같은 바람이 부는 것으로 전한다. 여름철 냉방에 넥타이를 매지 않으므로써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것이다. 넥타이를 안 매면 섭씨 1~2도는 냉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넥타이의 원조 나라인 프랑스는 어떤지 궁금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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