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최선의 패자부활

9988(전체 기업의 99%인 중소기업이 고용의 88%를 차지)로 불리는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일자리의 보고(寶庫)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중소기업을 경제의 핏줄, 고용창출의 주역이라 치켜세우지만 정작 매년 문 닫는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이 직면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창업해서 정상 궤도에 이르는데 최소 5년이 걸린다. 그것도 거저 되는 게 아니다. 월급날이 가까워지면 종업원들 월급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것이 중소기업 사장 신세다. 납기에 쫓겨 종업원들 다독거리며 밥 먹듯 철야작업도 해야 한다. 납품하고도 행여 몇 개월 짜리 어음이라도 받으면 어디 가서 할인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혹여 받은 어음이 부도나면 어쩌나 만기까지 애태우는 것이 기업가고, 부도난 돈 메우려 천지사방 뛰어다녀야 하는 것도 기업가다. 돈 벌기 위해 오히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피 같은 돈이 쉴 새 없이 들어간다. 부족하면 은행 돈도 쓰고 사채도 쓴다. 그렇게 키운 기업이다. 그러다 자칫 잘못하면 도산한다. 도산하는 원인이야 수십 가지지만 결과는 언제나 한결같다. 망하면 기업가도 알거지가 되지만 동고동락한 종업원은 물론이고 십중팔구 친구나 친척들에게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준다. 정신적, 육체적, 인간관계 등등 기업가를 둘러싼 모든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수년간 돈 들이고 피땀 흘려 갈고닦은 기술, 특허, 노하우도 기업이 망하면 한순간에 사라진다. 기업만 망하는 게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실패한 기업가 중 재기하는 기업가는 전체 도산기업의 19%에 불과하다고 한다. 재기하는 데 창업보다 더 큰돈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한 번 실패하면 아예 낙오자로 찍힌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지녔어도 신용불량자로 각인되는 순간 모든 금융과 투자가 막힌다.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으려는 사람에게 온전한 신용부터 요구한다. 그야말로 실패한 기업가가 재기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기만큼 어렵다. 재기기업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기업의 가능성을 믿는다. 정상 기업의 성공가능성을, 재기 기업의 부활가능성을 믿는다. 신용보증을 하는 이유다. 그 가능성을 보고 은행도 꺼리는 중소기업을 과감히 지원한다. 특히 올해를 중소기업 재기지원의 원년으로 삼아 총 600억 원을 한도로 경기지역에 우선 상반기 중 26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예 지원하는 전담조직도 별도로 갖추었다. 앞으로 지원성과를 보고 지원규모를 늘릴 것이다. 지원도 재무상황을 보는 것이 아니다. 고용창출기업, 남다른 혁신으로 시장이 따라오지 못한 기업, 우수 기술기업 등 국가 경제적으로 재기가 필요하거나 성실한 실패기업의 패자부활을 지원한다. 돈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경영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서 개선방안을 고민하는 경영 컨설팅도 함께 지원한다. 실패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지원 후에도 정상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필요한 사후관리도 지속한다. 창업해서 성공하는 건 실패라는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실리콘 밸리도 실패가 만든 대표적 성공작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가가 평균 2.8회 창업한다고 한다.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이나 경력으로 생각한다. 먼 나라 남의 이야기 같지만 우리라고 안 되란 법은 없다.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물가하락 속에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정상 기업도 버티기 어려운 요즘 경제상황이다. 그나마 남아있던 재기의욕마저 꺾이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재기를 꿈꾸는 기업가들에게 올 한 해는 더욱 힘에 부칠 것이다. 잘 견뎌야 한다. 신용보증기금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지만, 우선은 기업가 스스로 견뎌내고 이겨내야 한다. 재기란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멀리 가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게 최선이다. 김진 신용보증기금 경기영업본부장

[경제프리즘] 총성없는 전쟁, 기술보호가 시급하다

오늘도 세계의 곳곳에서는 유형무형의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요즘 한창 우리의 이목을 끄는 중동의 IS는 말할 것도 없고, 우크라이나와 예멘, 아프리카에서도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전쟁 한편으로 무형의 전쟁 또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ㆍ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경험을 겪은 이후로 인류는 인명의 살상을 피하면서 재화의 획득을 증대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전쟁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GATT를 기준으로 한 무역 전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WTO와 FTA라는 형태로 바뀐 무역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총과 칼 대신에 상품과 기술이라는 재화를 두고 세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1조 달러이고, 수출은 5천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이러한 무역규모에 도달한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9개국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겨뤄 세계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무역규모가 지속되는 데는 우리가 수출한 상품이 그만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가진 경쟁력의 요인에는 가격, 디자인, 품질 등의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역시 기술력이다. 특히 자동차나 배, 휴대폰 등의 제품은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이나 그럴 듯한 디자인에만 의지해서 수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산업화를 이루었던 독일과 일본, 미국의 유수한 기업과 경쟁해 이루어낸 결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경쟁력이 최근에 너무 쉽게 허물어지고 있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게 돼 그 사례를 소개한다. 지난해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우리 대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자마자 바로 다음날 중국에서 복제품이 나왔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잘 알다시피 휴대폰은 크기와 색상, 기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수많은 부품이 단순히 조립된다 해서 성능이 구현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미리 설계도가 유출되지 않고는 사실상 발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어느 중소기업의 사례는 더 충격적이다. 기계부품을 생산하고 매출도 수십억원에 이르던 이 기업은 2012년부터 매출이 줄더니 이듬해 일부 부품의 매출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는데, 어느 날 중국의 기업으로부터 초청을 받아서 갔더니 자기의 공장을 옮겨놓은 듯한 공장시설과 제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더욱 기가 찼던 것은 공장을 자기에게 팔라는 중국 기업의 제의였다. 중국 기업이 어떻게 시설과 제품을 똑같이 복사할 수 있었을까? 언어도 통하지 않은 중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공장을 하루 이틀에 모두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곳간이 새고, 국부가 유출돼도 모르고 지나가니 참으로 걱정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전쟁에서 작전 계획이 사전에 유출됐다면 그 전쟁이 온전히 치러질 수 없다. 기업과 정부 차원의 면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원장

[경제프리즘]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은행 간 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영향을 주고, 콜금리는 시장금리, 은행의 여수신 금리를 변동시킨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연 1%대로 떨어졌다. 앞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소비 및 설비투자 부진으로 내수는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수출 환경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감소했고,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수입은 11% 각각 감소했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52%로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세계 주요국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하해 자국 통화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고 있고,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절상돼 국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산효과 증대,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 경감 등으로 소비를 촉진시키고, 기업들의 낮은 금리 자금조달로 설비투자 증가와 환율 상승에 의한 수출증가로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금리 인하가 소비나 투자 심리를 얼마나 자극해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 이후 지속돼온 가계 부채의 급증세만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몰릴 경우 전세가, 월세, 집값만 올라 서민들의 소비만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경제 주체인 개인이나 기업은 미래에 대한 소득이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나 투자를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계는 소비지출을 줄이고, 기업은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투자를 유보를 하게 된다. 2012년 기준 국내 3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42조원이나 되지만 글로벌 경영을 하는 만큼 설비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이나 현지에 투자해 고용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금리 인하 효과가 큰 중소기업은 금융사들이 리스크를 이유로 자금 공급을 망설여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은행은 예대마진 축소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가하고, 소비자는 올해 예상물가상승률 1.9% 보다 낮은 기준금리의 영향으로 매력이 없는 은행의 예적금보다 주식, 채권, 펀드 등 투자자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많고, 위험에 노출될 개연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보험사는 보험료 산출 기준이 되는 예정이율 하락으로 보험료가 상승하고 환급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험 구매 선호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최저이율보장, 채권수익률 저하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보험산업이 위축되고, 소비자는 연금, 장기보험 등이 가입 시 설계한 것보다 환급금이 낮아 노후 생활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 국내 금리도 같이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금리가 낮을 때 부채를 줄이거나 부채를 장기저리대출로 전환하는 등 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해 고용이 창출될 수 있게 투자를 장려하고,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경제프리즘] 90년대 되새기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사업해야

최근 무한도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가 한국 가요계의 르네상스, 90년대 가수들의 귀환이라는 기획으로 2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90년대 복고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방송계의 응답하라 1994, 영화계의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복고풍 프로그램들이 흥행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금융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최근의 분위기 덕에 가만히 눈을 감고 90년대 후반을 추억해 보았다. 뇌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 바로 IMF 구제 금융이다. 청년실업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청년들은 잘 모르겠지만, IMF 구제금융 당시 연쇄도산으로 인해 수많은 중소기업인들도 지금의 청년들처럼 눈물로 나날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한 때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던 대우그룹,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의 부도는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로 이어졌고 영업 현장에서 중소기업 사장님들과 함께 그 고통을 나누며 밤을 지새운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5년 1월중 어음부도율 동향을 보면 전국 어음부도율은 0.19%로 전달 0.17%보다 0.02%p 상승했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2015년 1월 말 국내은행의 대출채권 및 연체율 현황 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전월말 0.84% 대비 0.11%p 상승했다. 이른 바 취약업종-선박건조업(1.22%), 건설업(1.19%), 해상운송업(1.06%), 부동산 임대업(0.74%) 순-을 중심으로 어음부도율과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고, 웅진, 동양, 동부, STX조건, 팬택, 쌍용건설 등 대기업을 비롯한 유수의 기업들의 법정관리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90년대 좋지 못한 추억이 떠오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신보에서 분석한 신용보증 부실원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매출채권 회수부진, 주요거래처 도산 등 매출채권으로 인한 부실이 약 71%를 차지하여 대다수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주요거래처에서 제때 대금 결제를 해주지 않아 동반 부실로 연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주위에 사업하시는 분들은 본인들이 거래하는 기업들은 탄탄하고 믿음직하다고 주저없이 말씀한다. 그때마다 필자는 언제나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어 사전적 대응을 해야함을 강조한다. 중소기업청과 신보는 2004년부터 매출채권보험제도(중소기업이 물품 또는 용역을 제공하고 구매기업으로부터 취득한 매출채권을 보험에 가입하고, 향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는 제도)를 도입하여 매출채권의 신용리스크를 헤지(hedge)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 제도를 모르는 중소기업인들이 아직까지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 효과를 간단히 전하고 싶다.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첫째, 안전한 담보가 확보되어 경쟁업체보다 장기간 외상거래를 더 활발하게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거래처와의 매출액을 더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둘째로 보험에 가입한 회사는 거래처로부터 미수채권이 발생할 경우 80%까지 신보로부터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채권회수가 가능하다. 셋째, 신보는 매출채권보험 가입업체를 1년간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가 확인되면 신속하게 알려드리고 있어 거래처 관리가 용이하다. 거래처의 신용상태가 궁금하다면, 거래 리스크 헤지에 관심이 많다면 신용보증기금 내 9개의 신용보험센터와 106개의 영업점에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올해는 예산 증액으로 인해 15.5조원으로 매출채권보험 가입 한도를 늘렸으며, 신보 경기영업본부 관내에서는 연간 약 2조원의 보험금액을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를 살아가는데 지침으로 삼는데 있듯이,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90년대 경제 상황과 아팠던 기억들을 되새기고 같은 과거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할 시기인 것 같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매출채권보험제도 활용을 통해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맘놓고 편안하게 사업을 영위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진 신용보증기금 경기영업본부장

[경제프리즘] 3·1절 아침에

지난 일요일 96주년 3ㆍ1절 기념식이 전국적으로 치러졌다. 국가적으로는 대통령과 정부 주요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세종문화회관에서 기념행사가 열렸고, 전국적으로는 자치단체와 시민단체에서 3ㆍ1절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열렸다. 어른들은 물론이고 젊은이와 학생들이 참가하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주에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위안부 동원을 사과하고 피해를 보상하라는 수요집회가 1천167번째로 열렸지만 일본의 반응은 여전히 모르쇠다. 일본기업은 행해진 강제노역에 대한 보상요구에 대해 199엔의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침략에 대한 교과서 기술을 삭제하고, 독도에 대한 도발을 강화하는 등 적반하장의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무례하고 도발적인 행태를 보면서 강점기의 침략주의 태도를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곤 한다. 과거에 우리가 힘이 약하고 국제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기에 국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나라는 일본의 침탈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진 지금에도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 일본을 보면 미래에도 얼마든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일본이 자국의 국력과 국제사회의 견제가 약화되는 상황을 이용해 우리에게 노골적인 비도덕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더욱 깊어진다. 아마 상황이 일본에게 좀 더 유리하게 전개된다면 더욱 악의적인 행태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로 미루어 보면 인류의 보편적인 도덕이나 양심에 따른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행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제 더 이상 일본의 반성을 기대하지 말자. 그들의 반응에 대하여 일희일비할 것 없이 오직 우리가 정의와 인도에 따라 행동하고, 우리의 실력을 기르는 것만이 일본에 대한 우리의 방안이라 생각한다. 과학과 기술을 최고로 발전시켜 우리의 국력을 키워서 저들을 능가하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대응이다. 가까운 예로 우리의 반도체 기술이 세계 최고가 돼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일본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1970년대에 우리가 처음 제철기술을 전수받을 때 저들의 태도는 더할 수 없이 고자세였지만, 우리 기업이 파이넥스라는 새로운 제철기술을 개발하자 태도가 달라졌다. 저들을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산업수준을 최고도로 발달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문화다. 이미 우리의 문화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과 아메리카 지역으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세계인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창조해 널리 전파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또 하나의 길이다. 우리나라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17회 이상 제패했고, 우리의 청소년들이 수학올림피아드와 과학올림피아드에서 지속적으로 상위에 입상했다.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살리면 학문과 산업에서 충분히 일본을 능가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는 충분히 그런 능력을 가졌다. 지혜를 모으고 뜻을 모으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일본을 능가하는 국력을 가질 수 있고, 이런 국력을 바탕으로 일본과 대화할 때 비로소 우리의 뜻이 저들에게 받아들여진다고 본다. 일제와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이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에서 목숨을 바치고 고통을 겪었으면 흘렸던 피와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원장

[경제프리즘] 금리인하권 실효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금융소비자가 대출을 실행한 이후 신용상태가 개선될 경우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금리인하 요건이 되는 소비자가 직접 청구해야만 그 효과가 발휘된다. 그러나 이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청구와 상관없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소비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금리를 낮추기 위해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적금가입, 급여이체, 인터넷뱅킹약정, 각종 자동이체 약정, 신용카드 이용 등 부수거래 약정을 하고, 금융거래를 대출은행으로 집중한다. 개인 간의 금리차별은 신용등급에 의해 결정되고, 신용등급은 과거의 신용금융거래로 평가 산정된다. 대출기간은 대개 1년 이상 장기로 대출 취급 시보다 신용상태가 개선될 경우 소비자가 인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은행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출고객의 신용상태를 시스템적으로 평가하고, 거래실적 등으로 고객 등급을 분류해 대출 고객 정보에 반영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신청이 없어도 금리인하가 가능하다. 사실 금리인하요구권은 2002년 여신거래약관으로 은행에 도입됐으나 거의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다. 이후 2012년 7월 금융당국의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대책 이후 2013년 2분기부터 2014년 1분기까지 9만여건의 금리인하가 신청돼 그 중 94.3% 수용됐고, 평균적으로 금리가 0.6%p인하됐다. 대출거래자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2013년 3월 정부의 제2금융권 금리체계 합리화 추진으로 카드사, 캐피탈사, 상호금융 등이 2014년부터 금리인하요구권이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금리인하 요건은 개인은 취직, 승진, 소득증가, 신용등급개선, 전문자격 취득, 우수고객 선정, 자산증가 등이며, 기업은 회사채 신용등급 상승, 재무상태 개선, 특허취득, 담보제공 등으로 취직, 승진 정보 등은 금리인하 신청이나 신고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신용등급 개선, 우수고객선정 등은 소비자가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은행은 정보를 알 수 있어 금리를 인하하고 소비자에게 이를 통지하면 된다. 소비자가 대출계약을 하고 금리를 약정할 때 금리인하요구권을 설명하는 직원이 드물고, 현재의 신용등급이 몇 등급이고 금리가 얼마인데 신용상태가 개선될 경우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고, 어떤 거래를 많이 하고, 주의하면 신용등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을 받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따라서 대출 계약 후 소비자에게 교부하는 상품설명서에 신용등급을 표시하고, 신용등급 상향 방법과 금리인하 요건을 명시하고 설명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금융사들은 금융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금융거래 내용과 조건을 정하는 대신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에게 금융정보를 제공해 소비자가 권리를 찾게 하거나 스스로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금리인하요구권을 금리인하권으로 변경해 권리의무화 하고, 금융사들이 정기적으로 신용상태를 평가해 소비자가 금리인하를 신청하지 않더라도 금리를 인하해 소비자의 금리 절감 노력과 충성스러운 거래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경제금융국장

[경제프리즘] 청년창업의 마중물, 신용보증기금

지난달 통계청이 공시한 연간고용동향에 따르면 2014년 신규 경제활동인구는 약 53만4천명으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청년실업률(15세~29세) 역시 1999년 통계변경이후 최고치인 9.0%를 기록했다. 참으로 난감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국내 경제는 투자와 소비가 동반 위축되면서 저성장저소득저소비저투자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다양한 부양정책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청년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바람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또 오는 2016년부터 각 사업장별로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작되는데다 최근 통상임금까지 확대되면서 급기야 청년 고용 절벽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청년창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 역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제도로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청년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시기이고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신용보증기금은 신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다양한 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정책에 부응하고자 2014년 7월 전국 8개 주요거점지역에 창조금융센터를 설립해 기술력과 창의성을 보유한 유망창업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보증지원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는 그 사업영역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창업준비 신생기업 창업초기 창업성장이라는 창업초기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맞춤형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향후 핵심 강소기업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창업기업에 대한 관계형 밀착금융으로 구성돼 있다. 유망창업기업은 기술사, 기능장 등 전문자격 보유기업, 아이디어 및 지식재산권 보유 기업, 창업경진대회 수상자 창업 기업, 차세대 성장산업, 창조형 서비스산업 등 지식 및 기술력이 높은 기업 등이 해당된다. 이 외에도 39세 이하의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 특례보증제도, 창업실패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는 우수창업자 연대보증인 면제제도, 일자리 창출 활성화를 위한 고용창출기업 종합지원시스템, 의료교육관광 등 유망서비스 분야 지원 강화를 위한 고부가가치 유망서비스 보증제도로 창업과 고용창출을 위해 활발한 지원을 하고 있다. 고용없는 성장시대에서 다시 고용없는 저성장시대로 접어들어 청년실업문제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닌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으려는 각국의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수년 동안 성장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들에게 경제의 고용과 미래를 맡기기 보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기술과 지칠 줄 모르는 개척정신으로 새로운 사업과 글로벌시장을 개척해야 할 젊은 청년창업자들의 등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창업기업들이 미생에서 완생으로 성장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진 신용보증기금 경기영업본부장

[경제프리즘] 입춘과 설날

어느덧 겨울과 추위가 서서히 물러가는 느낌이 다가온다. 이때쯤이면 으레 입춘을 거론하며, 봄이 시작된다고 말하곤 한다. 유서 깊은 가문에서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입춘첩을 챙기고, 한지에 붓글씨로 써서 출입문 상단 좌우에 붙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서도 여기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고, 또한 우리의 전통명절인 설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설명을 아직 듣지 못해, 부족하나마 필자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는 근세에 한중일 동양 삼국이 서양의 세력에 밀려 개항을 하고, 과학과 기술, 경제와 정치 등의 각 분야에서 뒤처진 것을 보고 서양에 열세가 지속됐던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에는 대체로 서양에 비해 동양의 과학이나 사상, 군사력이 앞서 있었다. 인류의 3대 발명품이라는 종이, 화약, 나침반이 동양에서 발명됐고, 세계 3대 종교인 기독교, 이슬람교와 불교도 동양에서 시작됐다. 마찬가지로 태양력이나 태음력을 정하는 천문학도 서양보다 동양에서 먼저 발달한 분야다. 우리가 가진 신라의 첨성대나 조선 초기의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은 당시의 서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가 쓰는 달력이 서양에서 제정된 그레고리력인 것은 역설이다. 동양이나 서양 모두 1년이 365일인 것은 일찍이 알았지만, 동양에서는 군주가 하늘에서 선택받았다는 천명사상에 따라 일찍부터 천문대를 설치해 관측하고 시간의 기준을 정하는 데 앞장섰다. 이에 따라 1년 주기가 365일인 것을 알아내고, 이를 24로 등분한 24절기를 두었다. 24절기 가운데 첫째 절기의 명칭이 바로 입춘이고, 새해의 시작이자 봄의 시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옛날에 양력설이 있었다면 입춘일이 바로 양력설이고, 새해의 첫날인 설날과 새봄이 시작되었음을 기념하기 위하여 입춘첩을 만들어 붙였다. 그 양력 설날을 기념한 입춘첩 문구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앞에 말한 것이다. 이는 숙종 임금이 입춘일을 맞아 당시 유명한 정치가였던 미수 허목 선생에게 좋은 글귀를 청하자 바로 입춘대길이라고 지었고, 이어서 청을 받은 우암 송시열 선생이 건양다경이라고 지었다 한다. 새해, 새봄에 크게 길한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뜻이고, 양의 계절이 시작되니 경사가 많기를 바라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태양력의 1년 주기가 365일이고, 태음력의 1년 주기가 354일인 것을 알고, 농경시대의 기간산업인 농업이 시기를 잃지 않도록 지금의 양력에 해당하는 절기를 썼다. 그렇지만 인쇄술과 정보전파가 오늘날과 달랐던 당시에 일반 민중은 이런 정보를 접하기 어려워 부득이 태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전통이 수천 년 지속된 결과로 1895년에 고종 임금이 태양력을 국가표준으로 반포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행사와 제사 등의 풍습은 전통대로 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좀 더 살펴보면 국가기념일과 성탄일은 태양력으로, 명절과 석가탄일은 태음력으로 쇠고 있다. 즉 태양력과 태음력이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면 50년 전, 100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리의 생각과 생활이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 농경시대에 기초한 의식주와 출산과 결혼, 장례 등의 생활양식은 물론이고 정치와 경제 등의 모든 분야에서 의식과 제도가 현격히 달라진 오늘날에, 전통의 취지와 정신은 살려가되 그간의 변화에 맞는 변용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원장

[경제프리즘] 은행 수수료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그만큼 편리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은행은 소비자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대신 입출금 거래를 집중시켜 그 자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현금을 찾고 부치는데 수수료를 부과해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수수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알려지지 않은데다 불합리한 면도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설문조사한 은행 입출금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10명 중 9명이 은행 수수료가 높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영업 마감 후 수수료 할증에 대해 불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돈이 많은 사람은 VIP실에서 대기 없이 은행 용무를 보면서 수수료를 면제받는 반면 일반 고객들은 객장에서 번호 순번대로 기다리는 등의 불편을 겪으면서도 수수료를 내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은행은 금액 규모, 영업 마감 여부, 채널에 따라 상이하게 수수료를 부과한다. 또한 채널별 한도가 다르다. 타행으로 송금할 경우 창구는 금액을 10만원 이하, 100만원 이하, 100만원 초과 1억 원 이하로 구분해 구간별로 각각 최대 1천500원, 2천원, 3천원을 부과하고, 자동화기기는 금액을 10만원 이하, 10만원 초과 600만원 이하로 구분해 영업 마감 전에는 구간별로 최대 900원, 1천200원을, 영업마감 후에는 최대 1천300원, 1천600원을 각각 부과한다. 전자금융은 개별 약정한 이체한도 범위 내에서 송금이 가능하고 수수료는 금액, 영업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500원을 부과한다. 타행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카드로 1회 100만원까지 입금이 가능한데 일부 은행이 금액을 10만원 이하, 10만원초과 100만원 이하로 구분해 영업 마감 전에는 최대 900원, 1천200원, 영업 마감 후에는 최대 1천300원, 1천600원을 각각 부과한다. 자동화기기에서의 1회 현금 인출한도는 100만원이고, 영업 마감 전에 면제된 현금 인출 수수료가 영업 마감 후에는 최대 700원이 부과되고, 타행 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경우 영업마감 전후에 따라 최대 900원, 1천원이 각각 부과되며 은행이 위탁한 벤사들이 운영하는 자동화기기 수수료는 은행의 자동화기기 수수료보다 200~300원이 할증 부과된다. 100만원 기준으로 현금을 입금, 송금 및 인출할 때 수수료가 0.05% 0.2% 부과돼 거래 회수가 많거나 금액이 적을수록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특히 전자금융을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수수료 부담이 크다. 외국의 주요 은행이 영업 마감 구분없이 수수료를 동일하게 부과하고, 전자금융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는 반면 국내 은행은 기업은행 외 전 은행이 영업 마감 여부에 따라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고, 산업은행이 전자금융 타행 송금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수수료를 낮추고, 영업시간 구분에 따른 수수료 차등 부과, 벤사 운영 자동화기기 수수료 할증은 폐지해야 한다. 수수료 부과기준을 명확하게 해 합리적으로 산정하고 소비자들이 용이하게 접근하여 알 수 있도록 공시하는 한편 일반 소비자에게도 수수료 면제나 감면 혜택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경제프리즘] 보육시스템 구축,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자

최근 우리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성의 생애주기 상 육아기에 해당하는 연령층에서는 여전히 육아를 이유로 비경제활동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 역시 증가하고 있다. 육아를 이유로 비경제활동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여성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 143만명 정도이며 이중 30대가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만한 곳이 없어 노동시장에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일 밝혀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이러한 육아기 여성들의 선택을 이해할 만도 하다. 그렇다면 잇따른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발생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무상보육을 지목한다. 무상보육 때문에 갑작스레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자질 없는 교사들이 대거 채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5세 유아들에게 누리과정을 도입했고, 2013년에는 누리과정을 3, 4세로 확대하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은 부분적인 원인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린이집 종사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교사 채용은 교사 대 영유아비율을 정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설립자가 임용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어린이집의 재정상태에 따라 종사자에 대한 처우도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고용정보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육료 지원 혜택이 전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이들 수는 그전보다 훨씬 늘었지만, 어린이집 재정상황에 따라 일부 어린이집은 정부가 정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지키지 못해 보육교사는 초과 인원을 감당해야 하고, 임금은 낮은 상태에서 근로시간은 길고, 직업훈련 등 커리어 개발을 위한 기회는 제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의 질은 보육교사가 결정하는데, 이런 상태라면 보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어린이집 종사자의 근로환경이 더 악화되는 방안일 수 있다. 내가 작업장에서 CCTV로 상시적으로 감시당하고 있다면 어떻겠는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린이집 종사자, 더 나아가 돌봄서비스 종사자의 처우 및 근로환경 개선이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은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고 돌봄 서비스의 질도 낮추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육교사로서 돌봄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 및 임금수준의 제고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보육교사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예산과 시설이 뒷받침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내 아이를 믿고 맡길만한 돌봄서비스 시설의 확충과 질 좋은 서비스제공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을 동시에 증가시킬 수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사회적 부가가치 증대 및 미래 노동력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해 지속 성장 사회 달성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다. 정부의 체계적인 돌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시점이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

[경제프리즘] 2015년 우리경제 환경과 새해 소망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청양띠의 해인 만큼 양처럼 순하고 기분 좋은 소식들로 한 해가 가득하길 기원한다. 밝고 희망에 찬 새해 분위기와는 달리 국내외 경제전망은 썩 밝지 않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이 주도하는 경기회복세가 예상되지만 유가하락,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우크라이나 디폴트 위기 등 지정학적 사태로 인한 유로존 리스크는 여전히 국제경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소다. 국내 경기전망 또한 수출은 확대 추세에 있지만 투자와 소비 등 내수활력 약화로 생산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기업수익성이 낮아 기업들의 체감경기 또한 좋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로서는 유연하고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산업적, 기술적, 환경적 관점 등 여러 관점에서 짧게나마 짚고 넘어가야 할 현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의 변화를 살펴보자. 지금까지 제조업의 발전이란 생산성 향상, 기술개발, 단가하락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제고 등 전통적 개념의 성장 패러다임을 추구했으나 이제는 지속 가능한 고객관계 형성을 위해 확장성을 갖춘 고객 플랫폼을 구축, 온ㆍ오프라인 접점을 넘나들며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는 형태의 성장이 이뤄져야 제조업의 발전이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특히 2015년 화두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기기의 출현은 고객니즈를 제품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과 결합해 더욱 고도화된 제조업 플랫폼의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제조업은 단순 제조에서 벗어나 IT기술을 기반으로 유통, 마케팅, 고객피드백의 환류 등을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아마존, 구글, 네이버의 대표적 성공사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2015년에도 3D 프린터,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BT)이 여전히 유망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술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3D 프린팅 기술은 테라포밍(Terraforming, 지구화)의 필수 기술 중 하나로 손꼽히며 우주산업 등 최첨단 분야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또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웰빙과 삶의 질 향상이 필수조건이 되면서 BT는 타 산업과 융합해 2030년경 글로벌 경제에 대규모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OECD는 전망하고 있다. BT는 가정용 의료기기의 사물인터넷 결합,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약물표적시스템, 재생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특수한 환경에 대해 잠시 짚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경제적 관점에서 또한 항상 불안요소를 지니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호전된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2015년 새해는 핵심 국정 과제로 남북관계 개선이 언급되고 새해의 시작과 함께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가 달아오르는 등 사뭇 분위기가 고무적이다. 이러한 새해의 시작이 어려운 경제상황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해볼만 하다. 비록 낙관적인 경제전망은 아니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는 변화를 예측하고 끊임없이 발전동력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2015년이 되길 바란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경제프리즘] 금융이 바로 서야 도약할 수 있다

은행은 이자를 매개로 자금을 모아 자본을 축적하고, 자금이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 소비자들의 목돈 마련이나 이자소득을 통한 자산 증식에 도움을 주고 자금 수요자들의 경제 활동을 촉진시킨다. 이처럼 매개자로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을 해야 하는 은행이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고 불공정한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금융은 국가 경제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은행이 바로 서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 대다수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은행 입출금 거래 시 발생하는 수수료가 금액 규모, 영업마감 여부에 따라 차등 부과되고 있다. 소액일수록 수수료율이 높아 서민들의 부담은 큰 반면, 거래 실적이 우수한 고객들은 수수료를 면제 받거나 감면받는다. 은행에 정기예금을 가입하러 가면 예금 금리보다 수익률이 좋다면서 수익증권을 권유하고, 적금에 가입하려 하는 소비자에게 펀드, 방카슈랑스를 권유한다. 은행입장에서 볼 때 확정금리 상품 판매 수익보다는 파생상품 수익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은행의 권유를 통해 가입한 투자상품을 환매하거나 방카슈랑스를 중도 해지해 원금 손실이 나도 책임은 모두 소비자 몫이다. 은행에서 대출을 상담하거나 받을 때 소비자에게 신용등급이 현재 몇 등급으로 어떤 기준으로 평가됐는지를 설명하거나 신용등급을 상향시키는 방법, 금리 인하 요청 방법 등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는 은행직원도 거의 없다. 이자 납입을 통해 은행수익에 기여함에도 대출기한 연장 후 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경우보다 상승하는 경우가 2배에 달하고, 은행 대출 시 다른 상품을 권유하거나 강매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때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도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에는 면제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금리 인하로 이익이 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연체 없이 대출이자를 납입하면서 정상적으로 거래해도 한순간의 연체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대출한도가 감액되거나 금리가 상승하고, 연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신용등급에 반영되고 연체 사유가 해소된다 해도 신용등급이 바로 회복되지 않고 최장 5년간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은행은 금융거래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공급자 중심의 입장에서 소비자의 이익보다는 은행의 이익 위주로 시스템을 구축해 가격을 책정하고, 상품을 판매해왔다. 많은 금융사들이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위기와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을 겪으면서 퇴출되고, 합병됐지만 은행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 요소들은 점차 누적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부채는 1천266조원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63.1%에 달한다. 국민총생산 1천469조원의 86%에 해당하는 수치다. 가처분소득증가율 3.7%보다 가계부채증가율이 5.7%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를 완화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가계대출이 국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는 위험 수위에 있는 만큼 총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은행은 변화해야 할 시점이고 변화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불합리한 관행이나 제도는 도려내거나 개선해야 한다. 소비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전환해 상품과 가격 정보를 올바르게 소비자에게 제공, 합리적이고 공정한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은행이 바로 서야 한다. 소비자들이 합리적 수준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올바른 정보 제공과 가격으로 상품을 투명하게 판매하고, 소비자 보호라는 원칙을 지키는 등 금융이 공정해야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경제프리즘] 능력중심 고용문화 정착시키자

최근 종영한 드라마 미생은 한국기원 연구생 출신 고졸 장그래가 대기업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면서 겪는 직장 생활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방영 내내 임금 근로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한 직장 내에서 정규직과 계약직간 신년선물, 연봉조정 방식의 차별, 능력 있는 직원을 배치받거나 지키기 위한 팀장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 팀웍을 통해 사업을 완성해가며 쌓여가는 동료애 등 직장 내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만한 일들이 매회 다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스펙 없는 고졸 장그래가 스펙 좋은 대졸 인턴 사원들과 경쟁을 통해 당당하게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하게 되는 스토리다. 대부분의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스펙 없는 고졸 장그래가 입사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우리 노동시장, 아니 기업이 학벌 중심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고졸 청년 취업자는 어떠한 상황에 처해있을까? 노동시장에 진출해 있는 고졸 청년들의 경제활동인구현황을 보면, 고학력자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 높은 실업률, 긴 실업기간 등 노동시장 성과는 좋지 않은 형편이다. 고졸 청년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실업률과 긴 실업기간은 고졸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의미하며, 낮은 고용률은 청년 고졸 인력이 비경제활동인구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졸 청년 취업자는 상용직으로 취업하고 있는 비중이 47%에 불과해 고학력 청년 취업자의 72%가 상용직으로 취업한다는 사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용 불안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졸 청년 취업자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체에 취업하고 있었다. 고졸 청년 취업자는 절반정도가 10인 미만 사업체에 취업하고 있는 반면, 대졸이상 고학력 청년취업자는 절반정도가 30인 이상 사업체에 취업하고 있었다. 규모가 클수록 임금 및 근로조건이 나아진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고졸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취업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렇듯 우리 노동시장에서 고졸 청년 취업자는 고학력 청년 취업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및 근로조건이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었다.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벌이 낮은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임금 및 근로조건이 좋은 일자리에 대한 진입 기회가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미생의 장그래는 업무능력이 뛰어나고,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지만 소위 스펙에 밀려 대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결국 계약해지 됐다. 지난 18일 고용노동부는 스펙과 학력이 아닌 능력이 중심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 직무능력표준 기반의 일학습병행제를 확대하고, 능력중심의 채용과 보상문화를 확산시켜 능력중심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능력중심사회의 구현을 위해 기업, 국가, 지자체 등 각 단위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확립하고, 이에 따른 자격제도 마련, 근거법률 제정, 그리고 범국민 캠페인을 통한 사회인식 및 조직문화 개선 등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특히 일하고 싶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안되는, 일하고 싶은 욕심조차 허락 받아야하는 수많은 장그래들에게 희소식이다. 우리 사회에 능력중심 문화가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센터장

[경제프리즘] 출산장려라는 이상한 정책 목표

21세기 이후의 거대한 사회 변화 중 하나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다. 한 여성이 생애 전체에 걸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01년에 1.3명 이하로 떨어진 이래 상승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지난 2008년 10%를 넘어선 이후 2026년에는 2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2004년 이후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불과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정부의 공식 입장이 출산억제였음을 기억하면, 과연 다이내믹 코리아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출산율 수준이 너무 낮다는 인식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의 출산율이 적정한 수준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출산율이 지금 올라가면, 미래에 생산 가능 인구가 증가하여 국민 연금 등 국가 재정 부담이 완화될 것이다. 한편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인구의 증가는 1인당 소득 수준을 낮추게 될 것이다. 즉, 출생아 수가 증가하면, 경쟁으로 인해 이들이 대학가기도 어려워지고, 좋은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출산 장려해야 한다면 과연 얼마나 장려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10월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한 논문이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 버클리 대학의 로날드 리 교수와 하와이 대학의 앤드류 메이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 세계 40개 국가에 대해 적정 출산율을 추정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따라 적정출산율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합계출산율이 정부의 재정능력을 위해서는 2.07명, 경제 전체의 부양능력을 위해서는 2.04명, 그리고 1인당 소비수준을 위해서는 1.25~1.55명 수준이 적정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 수준은 어느 기준으로 보나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출산장려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만약 합계출산율이 상승하여 1.7명 수준에 이른다면, 우리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경제의 부양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출산을 장려해야 하고, 1인당 소비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출산을 억제해야 한다.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정책의 방향은 국민의 정치적인 선택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출산장려 또는 억제라는 목표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지금 저출산 대책으로 시행되는 많은 정책이 과연 출산장려를 위한 것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재정부담의 책임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던 보육지원정책은 대표적인 저출산 대책으로 분류된다. 출산율이 증가하면, 정부는 보육지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육아휴직지원 등 여성의 경력단절을 완화하기 위한 많은 정책 역시 출산율 수준에 따라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인가? 과거 출산억제정책의 일환으로 여성에게 가구주가 될 권리, 평등한 상속권 등을 보장하도록 가족법을 개정했다. 높은 출산율의 원인으로 남아선호사상이 지목됐고, 이를 타파하기 위함이었다. 지금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 가족법을 이전으로 돌리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은 출산율 수준이 아니라 남녀평등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가족법은 개정됐다. 멀지 않은 훗날 과연 우리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보육을 지원하고 육아휴직을 도입해야 했는지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기업의 전통과 문화, 강점으로 살려야

섣달 그믐께를 일컫는 세밑에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 역시 지난 한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다. 기업들은 일 년간의 성적표를 뒤적이며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분야로 눈을 돌려보기도 한다. 신사업 개척에 있어 기업의 전통과 문화는 그 기업을 지켜준 명예임과 동시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사업분야 확장으로 인한 기업의 성장에 있어 기업의 문화와 전통이 과연 진부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굴레라는 오명을 써야만 하는 것인지 몇 가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먼저 세계적 성공신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타벅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스타벅스의 창립자인 하워드 슐츠는 그의 저서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에서 테이블위나 바 위에 에스프레소 잔을 놓고 담소를 나누는 이탈리아인들의 커피 문화에서 로맨스를 발견했다고 쓰고 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고급 원두를 사용한 드립 커피류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대량으로 표준화된 방식으로 제공해 스타벅스의 성공신화를 이루게 됐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커피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성공한 스타벅스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탈리아에 단 한 곳의 점포도 진출하지 못했다. 이탈리아 커피 장인들은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지속적으로 기술을 계승, 발전시켜 글로벌 기업의 공세에도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스위스의 시계 산업 또한 마찬가지다. 140여 년을 영위해온 스위스의 시계산업은 지난 1970년대 전통적인 태엽 시계와 달리 태엽을 감을 필요도 없고 비교적 관리가 쉬운 쿼츠 시계가 나오면서 시계산업의 규모가 크게 줄었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1970년 9만 명에 달하던 근로자들은 1984년 3만 명으로 줄어들었으며 업체 수도 1천600개에서 600개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을 도모함과 동시에 기계식 시계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을 고수하며 장인정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했으며, 이는 스위스 시계 수출량이 지난 10년 연평균 7.2%씩 성장하고 있는 성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북 군산의 이성당과 대전의 성심당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두 빵집은 패스트푸드와 브랜드 빵집의 공세 속에서도 각각 1920년과 1956년으로부터 100여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남고 지금까지도 굳건히 자리 매김하고 있다. 두 기업은 원료에 대한 고집스러움은 물론 고유의 식감 유지를 위해 번거로운 제조과정을 고수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핵심은 지키되 새로운 시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술을 연마해 신상품을 제공하는 점도 유사하다. 이처럼 기업의 전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상품기술개발 결과가 더해져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살펴본 사례들을 일반화해 무작정 한 우물 파기식의 기업전통과 문화를 고수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세계적 불황기 속에서 중소기업이 생존을 위해 여러 방면의 사업 구상을 고려하는 세밑에, 기업들 자신이 잘 알고 있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강점을 단지 신사업분야로의 확장에 대한 유혹에 밀려 간과하지 않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

[경제프리즘] 중도상환수수료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돼야

금융소비자들은 지난해 은행에서 175만1천 건 이상의 대출을 중도 상환해 3천941억 원의 상환수수료를 물었다. 중도 상환한 대출은 대부분 대출 취급 후 2년 이내에 부동산 매매대금이나 목돈으로 상환됐다. 한 푼이라도 돈을 아끼고자 중도에 상환하는 금융소비자들은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금융소비자연맹에 접수되는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불만사항을 보면 수수료가 너무 많다, 설명을 듣지 못했다, 부당하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직원의 권유로 고정금리대출을 선택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금리가 1.5%p 이상 차이가 나 2년간 이자를 많이 냈기 때문이다. 이자를 많이 낸 것도 억울한데 같은 은행에서 낮은 고정금리로 갈아타거나, 대출기한이 1년인 신용대출을 연장해 상환하는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금융소비자가 인식하는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은 금리나 수수료에 대한 불신과 정보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 소비자가 대출을 받으면서 가산금리에 대한 정보를 요구해도 은행들이 영업 기밀이라며 정보 제공을 꺼리면서 금리에 대한 불신이 많다. 은행들은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대출부대비용을 보전하고, 다른 은행으로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발목잡기 수단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은행은 대출 실행 후 3년 이내에 소비자들이 대출을 상환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데 대개 1.5% 수준으로 상환금액에 약정수수율과 잔여일수를 반영해 산출하고 있으며 고정변동, 단기장기, 가계기업, 담보신용 등 대출 유형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자금조달비용, 예상부도율과 부도 시 손실률 등을 반영한 신용원가, 대출 실행에 따른 대출업무 담당 인건비, 전산비 등 업무원가, 주택기금 출연료, 교육세 등 제비용, 목표이익률 이외에도 대출 조기 상환시 조달자금의 미운용 손실 비용 등 유동성원가도 반영하고 있어 현행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소비자에게 과도하다. 더욱이 변동금리대출은 3개월,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변동해 자금운용 고정화에 따른 위험이 제거되므로 중도상환에 따른 손실 위험이 그만큼 줄어들고, 신용대출은 채권보전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장에서 대출은 항상 초과 수요이고, 은행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카르텔을 형성, 제한적인 경쟁을 하고 있는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에서 중도상환한 자금을 용이하게 운용하면서 일정한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데 비해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소비자의 중도 상환의 대가가 너무 크다. 따라서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채권 발생시 채권보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회수하는 것으로 국한돼야 한다. 즉 상환금액에 일률적으로 적용(=상환금액중도상환수수료율잔여일수)할 것이 아니라 상환금액에 따른 제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것(=제비용(상환금액대출금)잔여일수)으로 변경돼야 한다. 변동금리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는 원칙적으로 면제하되 우선 대출기간이 1년 미만인 신용대출부터 중도상환수수료를 없애야 한다. 대출 유형별로 구분하여 대출채권 발생에 따른 제비용을 산출해 그에 적합하게 중도상환수수료를 차등 부과하고 금리,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고지해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한은 기준금리 인하, 대출 구제 완화 등으로 금융사들의 가계대출 잔액이 1천조원을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상환비용을 줄이고 금리경쟁을 유도하며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중도상환수수료는 소비자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경제프리즘] 對中 수출 중기의 ‘골든타임’

지난주에 화장품, 유아용 기저귀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경기도 내 기업인들 10여 분을 모시고 중국에 다녀왔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서는 국정과제인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그동안 수출 중소기업과 중국 우수 바이어간의 비즈니스 매칭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 꽤 많은 기업 간의 만남 기회가 주선되어 수출상담회 자리가 마련됐다. 마침 운 좋게도 그동안 진행되던 한중 FTA 협상이 타결된 직후 개최되는 행사여서 그런지 현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 40여 명의 알짜 바이어들은 물론 중국 무역학회 회장(우리의 무역협회 기능을 같이한다.) 같은 거물급 인사도 행사장에 나와 오전 내내 자리를 지키며 상담진행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가기업 중 한 기업은 현장에서 짧은 상담 후 그 자리에서 25만불 계약을 체결하여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고, 나머지 기업들도 적어도 한두 명의 바이어들과의 후속만남을 통해 앞으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임을 예감하게 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행사를 현장에서 지켜보며 느낀 몇 가지 소회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중국의 한국제품, 특히 생활용품에 대한 관심도가 예상 외로 높았다. 이번에 타결된 한중FTA 체결의 이해득실은 나중에 잘 따져보아야겠지만 적어도 생활용품 분야에선 따사로운 햇살을 비춰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를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들에게 상당한 반일정서와 이와 비례한 친한 정서를 동시에 느꼈는데 이러한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를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하기 위해선 앞으로의 몇 년이 진짜 수출 중소기업 비약을 위한 골든타임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부 당국자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동시에 느꼈다. 다음으로, 대규모 전시회나 상담회보다는 사전에 철저한 바이어 발굴을 전제로 한 소규모 행사가 보다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해당 제품군별로 사전에 그들의 니즈를 충분히 고려해 상세한 소통 기회를 마련하고, 온-오프라인 매장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를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과의 공동 사업을 통해 국내시장은 물론 제3시장에 공동 진출하고자 하는 한 중국 바이어를 통해 보다 체계적인 협력파트너를 찾는 경우도 있음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중국은 지도층에서부터 기업인과 일반 국민까지 자국의 경제이익 확보를 위해 똘똘 뭉쳐 노력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지위고하를 떠나 진지하게 자국 기업 이익을 위해 경기도 내 기업들과 이런 부류의 상담 기회를 계속 이어가자는 학자와 관료, 소박한 오찬시간을 통해서도 더 많은 기업 정보를 얻고자 하는 바이어들, 주최 측 호텔 직원들의 글로벌 매너와 세심한 배려 등이 그동안 언론에서 우려하는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요즘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골든타임은 거대담론에서 사용되는데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정책에서도 골든타임론은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온다고 하는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에 참가한 모든 사람이 공감했다. 중소기업청에서도 바이어에 대한 사후관리와 체계적인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 나갈 계획이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경제프리즘] 보육정책과 저출산의 엉뚱한 만남

최근 저출산 정책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 간 높은 사회적 관심 속에서 수많은 정책이 도입됐으나, 출산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는 지난 2003년에 1.18명이었는데, 2013년에는 1.19명 수준을 기록해 전혀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분명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는 데 실패했다. 그런데 과연 저출산 정책의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제시된 저출산 대책은 주로 임신, 출산, 영유아(0~5세) 자녀의 양육 시기에 걸친 가족에 대한 지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영유아 보육 및 유아교육 지원의 비중이 가장 커, 올해 저출산 분야 예산의 71%인 10조6천억원의 예산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는 영유아 1인당 예산으로 환산하면 384만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자녀 1인당 양육비는 영유아기 동안 6천750만원으로 가구 입장에서는 훨씬 더 큰 비용이 든다. 더욱이 가구의 자녀 양육은 영유아기 이후에도 계속된다. 또 영유아 시기보다 초등학교(7천596만원), 중고등학교(8천842만원), 대학교(7천709만원) 시기에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보육 및 유아교육 지원 정책을 저출산 대책으로 등치시키는 경향은 정부의 사업 분류 기준에 의한 것으로 이는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사고다. 가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출생 후 22세까지 평균 자녀 양육비가 2003년의 1억9천703만원에서 2012년의 3억896만원으로 57% 증가했다. 자녀의 뒷바라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녀가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잡을 때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데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04년의 45.1%에서 2013년의 39.7%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즉, 자녀가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데 예전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 더 나아가 고용 문제는 산업 구조와 무관할 수 없다. 청년층 고용난이 더 심화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고학력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고,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경제력 격차를 일정 부분 반영한다. 예를 들면, 상품 시장에서의 갑을 관계는 두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무 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종사자 수가 300인 이상의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 비율은 8.6%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다수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의 경제적 지위를 높이는 일은 일자리의 질 제고를 통한 고용 창출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가 강조하는 시장의 효율성은 공급자가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발생한다. 정책의 수요자인 개별 가구의 입장에서 실질적인 출산 정책에는 보육지원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경감 방안 및 청년 고용 증진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결국 지난 2000년대 이후 출산 장려의 실패는 저출산 정책, 교육 정책, 노동 정책, 산업 정책 등의 총체적인 정책 실패로 해석해야 한다. 개별 가구 입장에서 출산의 문제는 자녀의 일생에 걸친 삶의 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진심으로 저출산 정책의 실패를 반성한다면, 시야를 출산 및 영유아기에서 생애 전체로 넓혀 국민이 행복한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김정호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프리즘] 진학과 취업

청명하고 온화하던 가을 날씨가 13일 수능시험일을 전후해 쌀쌀해진다는 기상청의 발표가 나왔다. 과거의 입시 한파에는 못 미치지만 대입 수능시험일이 다가왔음을 차가운 날씨로 실감하게 된다. 수능시험일에 즈음해 필자가 지난해 말에 접했던 다소 놀라웠던 통계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대학)은 지난해 말 2005~2013년까지 기능사(1년 직업훈련과정)과정에 재학하는 학생 중 4년제 대학과정을 경험했거나, 졸업한 고학력자가 다시 입학한 경우가 전체의 41.6%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폴리텍 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이유로 이전 대학에서 실질적인 직업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27.2%,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한 것이 26.1%, 취업 실패 23.3% 순으로 대답했다. 학생들의 57.6%가 폴리텍 대학에 원하는 것은 실질적인 업무능력 향상이라고 답했으며, 이전 대학의 입학 동기로 학문탐구라고 응답한 학생의 24.9%가 폴리텍대학 입학 동기로 자격증 취득을 꼽았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자신의 적성에 따른 진로 설정의 어려움과 직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막연하게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선택했던 것이 이후 대학생활의 적응실패, 취업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전체 실업률을 보면 2008년 3.2%, 2011년 3.4% 2014년 5월 3.6%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청년 실업률은 2008년 7.2%, 2011년 7.6%, 2014년 5월 8.7%로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으며,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이를 자세히 보면 전문대학과 대학을 아우르는 고등교육기관의 졸업자 취업률은 지난 2005년 74.1%에서 2014년 58.6%까지 하락했다. 세간에서 말하는 이태백(이십대의 태반이 백수)의 이야기를 통계 수치로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한편, 올해 9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로 대표되는 비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취업률(2014년 4월 1일 기준)은 전년대비 3.3% 증가한 44.2%로 나왔으며, 진학률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38.7%로 지난 2001년 이후 13년 만에 취업률이 진학률을 앞지르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는 취업률은 2009년 16.7%에서 44.2%로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진학률은 2009년 73.5%를 정점으로 2014년 38.7%까지 급격히 감소한 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산업계 및 기업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고졸 인재의 능력을 인정하고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노력한 점과 이를 적극 권장한 정부의 노력 등이 종합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중되는 청년실업의 고통 속에서, 대학 재입학생의 증가와 특성화고 졸업생의 취업률 증가 등으로 나타난 통계를 직업에 대한 뚜렷한 이해와 자신의 적성에 기초한 진로 선택이 막연한 장래성과 학교 성적에 기초한 진로선택을 대체해 나가는 사회적 변화로 해석한다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일까? 이제 수능시험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모든 수험생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받아든 수험생들이 자신의 적성, 직업의 경계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실에서도 합리적이고 신중한 선택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되기를 소망한다. 또 우리 사회가 수험생들의 잘못된 선택이 사회적 비용으로 확대되지 않고, 현명한 선택이 가능할 수 있는 환경으로 진화해 나가길 기원한다. 양봉환 중소기업기술정보원장

[경제프리즘] 자동차 복합할부상품으로 본 소비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자동차 가맹점 수수료 갈등을 보면 소비자는 역시 봉이고 영리 대상이다. 각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가격 경쟁으로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함에도 복합할부금융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동차는 등록대수 2천만대를 돌파하고, 4인 가족당 1대를 가지고 있을 만큼 현대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구매력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융권의 자동차 금융도 한 몫을 했다. 복합할부상품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차 값을 결제하면 캐피탈사가 할부금융을 취급해 카드사에게 지불하고 소비자는 매월 원금 일부과 이자를 갚아 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자동차사가 지불한 가맹점수수료 1.9%중 0.37%를 수수료로 챙기고, 소비자에게 캐쉬백으로 0.2%, 캐피탈사에게 1.33%를 지급해 금리를 낮춘 뒤 일부는 소개한 자동차 판매사원에게 지급된다. 지난 2010년부터 본격화된 복합금융상품은 지난해 이용액이 2010년 8천654억원보다 5배 많은 4조5천906억원에 이르고, 같은 기간 164억원이던 수수료는 872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90%를 웃돌았던 현대캐피탈의 현대차 할부금융시장 점유율은 76.4%으로 줄었다. 내부 논란이 많든 복합할부상품에 대해 올해 초 현대는 그룹차원에서 상품 취급 중단 등의 반격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사측에서 지급하는 가맹점 수수료로 판촉 활동을 한 뒤 대손비용 없이 중개 수수료만 챙기는 카드사들의 행위는 일종의 시장 교란이라며 금융당국에 판매 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또 자동차산업협회도 복합할부상품이 자동차 회사들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과 조직 관리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등 많은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며 조속한 폐지를 요구했다. 반면 카드사와 중소캐피탈사들은 현대캐피탈이 현대ㆍ기아차 할부금융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복합할인상품은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줄 수 있어 오히려 권장해야 할 상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10월말로 종료되는 현대차와 KB카드 가맹점 계약 경신 건으로 한층 심화됐다. 현대자동차는 자기들이 부담하는 1.85% 가맹점수수료로 리스크는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업비용에 쓰는 봉이 김선달식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수수료 0.7% 인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더 이상 가맹점 계약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카드사는 대형가맹점의 횡포라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의 현대캐피탈의 행보는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했던 할부 금융 시장의 잠식이 일어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단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자동차사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자동차 구매결제를 하는 한 가맹점 수수료를 차별화해서는 안 되며 카드결제 비중을 낮출 수 있는 부가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금융사들이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자의 효용과 편익을 제고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자동차사가 지불하는 수수료를 가지고 나눠 먹기씩 영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카드사는 자금 부담과 위험이 없는 가맹점 수수료는 낮추고, 캐피탈사는 금리경쟁을 해야 한다. 금융사들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최적의 상품을 선택하여 차를 구매하면 그 만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고, 자동차사나 금융사도 매출이 증가해 수익이 증가할 수 있다. 서로 잇속 챙기기를 지양하고 소비자의 합리적인 소비문화에 도움을 주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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