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주5일 근무제와 교통문제

이달 들어 주5일 근무제가 확대 실시되고 있다. 마침내 우리도 선진국형 근로 시대로 들어선 셈이다. 일부에서 경기 침체를 이유로 주5일제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가 근로의 양적 시간이 아니라, 질적 수준으로 세계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가야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하루속히 주5일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해 있는 교통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5일제와 고속철도 개통 등은 우리의 교통여건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당장 주말의 개념이 토요일이 아니라 금요일로 당겨졌다. 이제는 금요일 오후만 되면 주요 도로마다 차량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자칫 주5일제의 여유를 교통난으로 망쳐버리기 쉽다. 따라서 교통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가 주요 과제의 하나가 되고 있다. 첫째는 교통체계의 개선이다. 철도와 버스, 그리고 자가용의 운행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고속철도의 운영으로 지방 항공노선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달라진 상황에 따라 교통운영체계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여가에 필요한 교통정보의 적극적인 홍보이다. 최근 들어 언론마다 5일제에 따른 여가 활용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행지 소개 등에 대한 여러 프로그램에서 대중교통 이용 등 효과적인 교통수단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셋째는 스스로 지키는 질서문화의 정착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서가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지켜지는 규율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가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잘못 보낸 여가로 인해 월요병을 앓아왔는지 모른다. 그 주요한 원인의 하나가 교통난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제 시간은 더 늘어났다. 이것이 진정 삶의 활력소가 되고, 나라 전체로도 국가경쟁력의 향상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통문제를 해결해 가는 우리 모두의 지혜로운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황기학 인천계양경찰서

7월 23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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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씨 항소심 재판의 문제점

재판부나 송두율씨는 ‘시대의 흐름’이란 것에 인식을 두는 것으로 안다. 정치국 후보위원 및 저술을 통한 반국가단체의 지도적 임무수행 혐의는 공소사실의 핵심이다. 이의 검찰 입증을 증거능력이 없는 것으로 본 판단, 그리고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김일성 주석 조문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축하편지 발송을 무죄로 뒤집은 이유 또한 시대의 흐름으로 본 것 같다. 이같은 이유라면 평양을 다섯차례나 방문한 것에 대해 재판부가 ‘대남 공작과 북한 체제 유지와 관련된 목적 수행을 위한 것’으로 보아 일부 유죄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시대의 흐름이란 걸 역행한 자가당착이다. 그 논지대로 라면 이 또한 무죄였어야 할 것이나 당치않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적용돼야 하는 관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의 해악과 위험을 보는 시각이 시대의 흐름을 탄다면 그 가치 기준은 무엇을 말하는지 아울러 제시돼야 한다. 북을 가리켜 동족상잔의 6·25 한국동란을 일으킨 전범단체라고 하면 반세기가 지난 케케묵은 과거를 들춘다고 트집 잡을지 모르지만 과거사 없는 현대사는 없다. 시대의 흐름이 아무리 달라져도 역사에서 과거사가 삭제될 수 없다. 미래를 위해 화해와 용서의 길로 가는 시대의 흐름은 좋지만 이 또한 상대성이 불가피하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남반부 혁명을 민족 과업으로 로동당 규약은 규정하고 있다. 그래도 화해와 용서의 길을 추구하는 것에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있다. 예컨대 김 주석 조문과 김 위원장 축하편지를 재판부 판단대로 ‘의례적’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친북 이념 세력의 이런 ‘의례’ 행위를 방치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가의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치는 명백한 위험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재판부는 “처벌보다는 포옹이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풀려나온 걸 마치 투사처럼 영웅시하는 그가 과연 포옹의 대상인 지를 묻는다. 송씨에게도 해야 할 말은 있다. ‘시대의 흐름에 열린 자세’란 것을 남쪽에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북측에 더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지 않고 북은 두둔하고 남쪽만 힐난을 일삼으면 경계인이 아닌 이미 북쪽 사람임을 스스로가 시인하는 것이다.

인천 제2연륙교 교각 사이 넓혀라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처음 개설하는 2차선, 4차선 도로는 매우 넓어 보인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뒤 도로변에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교통이 번잡해지면 애당초 2차선은 4차선, 4차선은 6차선 또는 8차선으로 개통했어야 할 것을 하고 후회하게 된다. 50년은 커녕 10년 후도 내다 보지 못한 것을 탄식한다. 최근 인천 제2연륙교 다리의 간격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이 꼭 그와 같은 현상이다. 총 공사비 1조300억원을 들여 건설하는 인천 제2연륙교는 송도경제자유구역과 인천국제공항을 연결하는 길이 12.3㎞, 왕복 6차선 다리로 올해 착공해 2008년 완공할 계획으로 있다. 한데 인천시 선주협회, 도선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인천항 발전협의회가 현재의 설계대로 제2연륙교가 설치되면 선박운항에 위험이 초래할 것이라며 설계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제2연륙교의 선박통행을 모의실험한 결과 교각과 교각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22회운항 중 13차례나 위험상황에 직면했고, 2차례는 다리와 충돌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며 연륙교의 교각과 교각사이 간격을 현행 700m에서 1천m 이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엔 타당성이 있다. 인천항에 입항하기 위해서는 제2연륙교를 통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2연륙교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건설될 경우 선박들이 운항을 꺼려 인천항이 크게 위축될 것은 뻔한 일이다. 반면 인천시는 다리의 간격 문제는 2년 전에 쟁점화됐다가 전문가들 사이에 정리된 만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설계를 변경할 경우 4천억원 가량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되는 데 이렇게 되면 투자회사인 영국의 아멕사가 발을 뺄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시의 공사강행 방침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불상사다. 더구나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제시한 위험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실험한 결과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선박운항에는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안전불감증의 도를 넘어섰다. 무릇 모든 공사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설계돼야 한다. 특히 4천억원의 추가비용을 아끼려고 40조원에 달하는 인천항 시설을 졸속으로 만들 수는 없다. 공기가 문제 아니다. 제2연륙교 교각 간격은 안전도 제고와 함께 반드시 더 넓혀 건설돼야 한다.

7월 22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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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일자리’ 예산 너무 적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 “해마다 5만~10만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새로운 유형의 고용과 사회복지 서비스에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이 분야의 고용은 최저임금에다 단기간의 불안한 일자리여서 그 비중이 여전히 소수점 아래로 내려가야 할 정도로 미약한 게 문제다. 올해 추경예산을 보면 사회적 일자리 1개당 정부 지원금은 고작 연간 약 240만원이다. 중소기업의 청년실업자 채용장려금(연간 72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 주관부처인 노동부의 올해 사회적 일자리 예산은 187억원에 불과하다. 약속은 요란하고 실천은 쥐꼬리다. 5월말 현재 노동부 주관 사업에 전국 638개 단체가 참여해 저소득층의 간병 등 2천288개의 사회적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정부는 추가경정 예산에 738억원을 편성해 3만여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사회적 일자리는 길어야 10개월짜리 임시직인데다 임금도 생계수단이 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특히 최저임금이 오는 9월1일부터 월 64만1천840원(주 44시간 근무사업장 기준)으로 올라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최저임금법조차 못 지킬 상황에 처했다. 올해 초 정부와 사업계약을 체결할 때 책정된 인건비 지원금이 1인당 58만~68만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각 지방노동사무소가 최근 참여단체에 “예산 운영상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재원확보가 불가능하므로 지원금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부분을 자체적으로 부담하라”고 공문을 보낸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더구나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서 법적인 고용주는 민간단체이고 애초 지원약정을 체결할 때 고용주로서 책임을 다하기로 했기 때문에 최저임금 지급의무는 해당단체에 있다”고 강조한 것은 실로 황당하다. 정부가 해야 할 사업을 위탁 받아 해주는데 대가는 커녕 되레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적서비스 분야(제3섹터)의 일자리를 비영리민간단체를 통해 만드는 사업이다. 우선적으로 추경예산을 대폭 증액하여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으로 끌어 들이고 동시에 복지서비스도 개선해야 한다.

휴가철 질서와 안전의식 높여야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다. 지난 주말부터 초중고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장마도 이번 주 중순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끝났다. 지난 일요일 부산에는 6개의 해수욕장에 무려 70만명의 인파가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바다를 찾았다고 한다. 최근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로 인하여 이번 주말에는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찾는 휴가객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휴가철은 이번 주를 시작으로 점차 절정에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벌써부터 휴가철에 일어나는 각종 사고 때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매년 되풀이되는 것이지만 휴가객들이 휴양지에 내버리고 가는 각종 쓰레기 때문에 여름철 인파가 많이 몰리는 전국의 휴양지는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는 휴가철 특수보다는 오히려 쓰레기 처리비용이 더 많이 들어 여름철이 겁난다고 할 정도이니 휴가객들은 우선 쓰레기 처리부터 시민의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각종 익사사고 등 안전사고 예방 역시 휴가철에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다. 최근 강물이나 바다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익사사고는 휴가철을 즐기려 바다와 강을 찾았던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 오히려 슬픔만 안겨 주게 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노약자들에게 이런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상당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해당 지역 지자체들도 위험한 지역에는 반드시 안전표시나 안전요원들을 배치시켜 사고를 예방해야 된다. 무엇보다도 휴양지의 환경 보호와 생활질서에 대한 의식을 올바르게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자녀들을 동반하여 휴가를 하기 때문에 휴가 기간은 산 교육장이 된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자녀들은 부모는 물론 주변의 휴가객들로부터 실제 생활을 배우게 되는데, 어른들이 올바른 질서의식을 가지고 생활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잘못된 의식만 심어주게 된다. 각종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린 시민들에게 휴가는 재충전과 새로운 활기를 북돋워 주는 기회이다. 이런 기회가 잘못된 휴가 문화와 왜곡된 질서의식으로 인하여 오히려 피곤이 누적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동사회 구성원으로서 상호질서를 지키고 자녀들이 휴가를 통하여 자연과 더불어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배울 수 있는 유익한 휴가가 되도록 노력할 때 보람된 휴가가 될 것이다.

영장단계 보석?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법원의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 풀려나는 영장 신청단계 보석제를 합의한 것으로 전한다. 이렇게 되면 구속영장 발부 전의 신청단계 보석과 영장 발부 후의 구속적부심이 있게 된다. 이 과정이 불과 며칠 사이다. 영장 신청 단계에서 보석 신청이 기각되어 영장이 발부되고도 며칠 뒤엔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날 수도 있다. 단 며칠 사이에 법원에 의해 이렇게 구속되고 풀려나는 것이 꼭 사안에 큰 변화가 있어서 만은 아니다. 법관의 판단이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으면 불구속 재판을 해야 하는 것이 형사소송의 원칙이다. 그러나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라는 것도 역시 법관의 심증적 판단이다. 법관이 그렇다고 보면 그렇고 그렇지 않다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유무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안되고 하는 것은 아니다. 범죄 혐의의 응보적 사회정서상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 하고 신속한 재판을 고려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대법원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한 두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피고인의 인권옹호를 위한 이같은 방침은 무척 좋지만 불구속 피고인이 재판 기일에 출정하지 않아 지연되는 심리로 재판부가 애를 먹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불구속 재판의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한 데는 이런 사회적 책임도 없지 않다. 앞서 말한 구속영장 신청단계의 보석제도 역시 불구속 재판의 확대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 구속영장 신청단계일 것 같으면 실질심사가 있을 시기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의 피의자 방어 변론과 영장 신청단계의 보석 신청과는 중복된 감이 없지 않다. 물론 실질심사에서의 영장신청 기각과 이 기간의 보석허가는 성격이 다른 점이 없지 않으나 결국 불구속인 점은 동일하다. 이토록 중복되고 번잡성을 갖기 보다는 차라리 영장 실질심사를 더욱 엄격히 하여 구속요건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임양은 주필

시론/남천북행(南遷北行)

민주주의하에서는 누구나 자기의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고, 자기와 다른 주장을 공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온나라를 뒤덮고 국민적 논란이 불붙는 소위 ‘천도(遷都)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이다. 정부와 여당은 행정수도의 신설이라고 강변하고, 반대파는 천도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국익에 얼마나 보탬이 되느냐이다. 여기서 국민 모두가 거부감을 갖는 천도의 실체에 대해서 재론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것이 만약 천도라면 남행천도, 즉 남천(南遷)이 과거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반대로 북행이 이로웠는지를 역사적으로 되짚어 보고자 한다. 우리 한민족의 조상들은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길을 넘고 장백산맥을 가로 질러, 남으로 남으로 살기좋은 터전을 찾아 나섰었다. 그렇게 해서 자리잡게 된 반도땅은 천혜의 환경을 두루 지닌 은총받은 땅이었다. 사계절이 분명하고 땅은 기름져 농사 짓기에 그처럼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높은 산과 넓은 강을 경계로 ‘남행후 정착의 역사’가 전개되었다. 그 바탕에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나섰던 노력, 즉 생존남행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삼국시대가 되면, 고구려의 남진과 이에 대항하는 백제의 북진, 그리고 신라의 북행이 결국 반도통일의 신라로 이어졌다. 잠깐 통일신라와 발해의 남북 대치시대가 있기는 하였지만, 다시 후삼국의 쟁패로 이어졌고 고려와 조선을 거친 지금은 新후삼국시대와도 흡사한 어지러운 모습이다. 조선시대는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이 살아 있었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언로, 즉 말길을 막지 않아서 누구나 자기의 주장을 펼 수 있었고, 심지어 군왕에게 목숨을 걸고라도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할 말은 하는 그런 사회였다. 조선은 거대한 중국과 대치하면서 외교정책상 사대주의를 택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은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때문에 북행은 일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내치가 우선이었다. 북한의 개성지역이 공업단지로 본격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의 미수복지역 개성지구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선다는 사실은 남북관계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빛나는 신호탄이다. 조선시대에 단절되었던 북행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태동되고 있음이다. 금강산지구에서의 이산가족 만남과 더불어 실질적인 북행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역사적 진전이라고 하겠다. 공단 개발에 앞서서 문화재조사가 남북한 학자들의 공동작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본인도 조사에 참여하는 기관장 자격으로 개성을 방문할 예정이다. 잘 살기 위한 경제북행으로 시작된 일들이 이제 역사북행으로 마무리되어가고 있음은 남행의 과거사를 들여다 볼 때, 크게 기대되는 역사적인 과업이 아닐 수 없다. 그 현장을 직접 참여하고 본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 고조선이 중국 한나라와의 싸움에서 밀려 평양고토에 낙랑부가 생긴 것은 남천의 한 예로 볼 수 있고, 고구려가 만주의 집안에서 평양으로 천도한 것도 남천에 해당된다. 이는 전략적인 남천이었다. 고구려로부터 갈라져 나와 남행한 백제가 수도를 한성에서 공주로, 공주에서 부여로 옮긴 것도 모두 남천이다. 이는 국난에 닥쳐서 국가사직을 보호하고 미래를 기약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수도의 이전에 해당된다. 이에 비해 신라는 끈질기게 북행을 시도하였다. 북행의 결과는 반도의 통일이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배웠다. 최근에 이르러 수도 서울을 다시 옛날의 백제 남행 천도지였던 공주부근으로 옮긴다는 국가시책이 발표되기에 이르렀음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역사에서 보았듯이, 남행만으로는 우리 민족의 생존을 보장받기도 어렵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기는 더욱 어렵다. 뒤로 물러나서는 살길이 더더욱 막막하다. 북행이거나 해양에의 도전만이 우리 민족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치권에서는 단기안적, 정쟁적인 시각을 버리고 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을 곰곰이 되씹어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의 예처럼 경제를 통한 북행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때에, 이런 역사적인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남천을 기도한다면, 훗날의 역사가들이 무어라고 할까? /이종선 경기도박물관 관장

천자춘추/정치지도자의 선택

지도자의 선택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러나 시민의 정치지도자 선택은 그 역사가 매우 짧다. 더욱이 정치에서 시민에 의하여 정부를 구성하고 정치 지도자를 선택한 정치과정은 근대 이후 시민의 선거권 획득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다. 이때 시민에게는 권리만큼 책임의 중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시민은 정치지도자 선택을 고민하게 되었다. 과연 인간적으로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 중 어떤 사람을 선택할 것이며,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 남을 이해는 하면서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 사람, 자신에게 잘하든 잘못하든 간에 남을 존중하고 이롭게 하는 사람의 유형을 놓고 선택에 고심하기도 한다. 이때 우리들은 상식적으로 앞의 세 유형 중 된 사람을 그리고 뒤의 세 유형 중에서는 세번째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에서 이해관계나 일시적 감정에 따라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는 우를 범하기 일쑤이며 결국 그 선택의 결과를 놓고 후회하는 시민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우는 후진 사회 일수록 심하다. 그러면 세계화 정보화시대인 21세기의 시민은 어떠한 정치지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하나는 포괄적 입장에서 다른 하나는 시민의 순수한 입장에서 접근해 보기로 한다. 첫째, 정치지도자는 국제감각과 비전을 가지고 정보의 흐름과 지식을 이해하며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욕구와 요구 등 여론을 파악하고 자신의 정책을 호소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대화·타협·통합·원칙·정직·성실성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투명한 윤리도덕성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이어야 한다. 둘째, 시민의 이상이며 목표인 행복의 조건 충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정치에서 시민이 소외되지 않고 모든 이가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비록 하루의 삶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 날 하루를 되돌아 볼 때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하며 시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시민의 생활에 행복과 안정을 위하여 직업·복지·건강까지도 꼼꼼하게 따져보는 섬세함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남녀노소가 제 구실을 못 할 때의 고통을 함께 하면서 해소할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 /조휘각 한국국민윤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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