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

연천 주민 2천여명은 지난 15일 강원도 철원군이 고대산 주변에 폐기물 종합처리장 설치에 반대하는 원정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버스나 승합차, 승용차 등을 이용해 청년부터 장년, 부녀자와 80세가 넘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이 속속 모여 들었다. 후손들에게 결코 오염된 자연을 물려줄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혹시 참여 인원이 적을까 걱정하던 대책위 염려는 도시락이 모자라는 상황까지 이르러 저마다 애향심에 똘똘 뭉친 주민들에게 가슴 가득한 감사를 느꼈다. 이들은 현수막과 피켓 등은 물론 ‘폐기물 종합처리장 절대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제창하며 버스 25대와 승합차, 승용차 등 모두 100여대에 분승,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철원으로 달렸다. 2㎞에 이르는 차량행렬은 주민들의 지역사랑 상징이자 철원군이 추진하는 폐기물 처리장을 원천 봉쇄하려는 원정 길이기도 했다. 이날 정오께 철원군청 앞 노상주차장에 내린 주민들은 질서정연하게, 그리고 집회를 시작하자 섭씨 30도를 오르 내리는 불 더위에도 모두가 순수한 마음과 애향심의 발로로 4시간여동안 집회를 열었다. 연천군 수복이래 이처럼 많은 인원의 원정 집회는 처음이고 이같은 놀라운 응집력을 보여준 예도 없었다. 철원군도 폐기물 종합처리장 추진을 연천 주민 입장에서 재고해야 한다. 그래야 ‘이웃사촌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수 있고 철원 주민들이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사랑을 위해 15일 하루동안 원정집회에 참여해준 주민들에게 서로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을 전해주자./khjang@kgib.co.kr

‘산유화’

조선 숙종 28년(1702) 경상도 선산부 상형곡(현 경북 구미시 형곡동)에서 양인(良人) 출신의 한 여인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계모의 슬하에서 자란 향랑(香娘)이란 이 여인은 17세에 한 마을에 사는 14세의 칠봉에게 출가했다. 남편은 외도를 하면서 그녀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향랑은 결국 3년 만에 이혼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친정 부모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숙부에게 찾아가 의탁했지만 숙부도 얼마 후 그녀에게 개가를 종용했다. 향랑은 하는 수 없이 다시 시댁을 찾아 갔다. 그러나 남편의 횡포가 여전해 시아버지까지 개가를 권유했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그녀는 낙동강의 지류인 오태강으로 가서 나무하는 한 소녀를 만나 자신의 기구한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산유화(山有花)’란 노래를 부른 뒤 강물에 몸을 던졌다. 이 사건을 보고 받은 선산부사는 향랑이 절의를 지키기 위해 자결했다며 조정에 추천했다. 2년 뒤에 임금은 향랑을 ‘정녀(貞女)’라 부르고 그 무덤 옆에 비석을 세우도록 했다. 열녀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향랑의 생애는 18, 19세기 문인들의 전(傳), 한시, 소설, 잡록 등 20여 편의 작품으로 기록됐다. 향랑의 무덤은 현재 구미시 형곡동 산 21번지에 있는데 그녀가 자결한 음력 9월6일이면 매년 묘 앞에서 묘제(墓祭)가 열린다. 그러나 향랑은 무조건 남편에게 순종했던 여인이 아니다. 현실을 억척스럽게 살아낸 여인이다. 외도를 하며 폭력까지 일삼는 남편과 맞서다가 이혼을 한 뒤, 이혼한 여자를 천시하는 풍습이 자리잡아 가던 18세기 초 조선의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자살을 택한 희생자다. “하늘은 어이하여 높고 멀며/ 땅은 어이하여 넓고도 아득한가 / 천지가 비록 크다 하나 / 이 한 몸 의탁할 곳이 없구나 / 차라리 이 강물에 빠져 / 물고기 배에 장사 지내리”. 향랑이 오태강에 몸을 던지기 전에 부른 노래 ‘산유화’다./임병호 논설위원

기고/경제살리는 ‘화합·상생의 길’ 열어야

2004년 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큰 정치적 일정들이 모두 막을 내리고 이제 화합과 상생의 새로운 출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내가 지지하는 정당, 후보를 두고 때로는 격렬하게 주장을 펼쳐온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정당, 당선자로 인정하고 작금의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불안요인들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 정치, 경제, 문화 각 부문의 지도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지혜를 모아주었으면 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적지 않다.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학교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현재 우리 국민들 (37%)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록 절반에 못미치는 비율이기는 하나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 모두 겸허하게 자성(自省)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투자와 소비 부진도 결국 국민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불투명하게 느끼기 때문이며 기업들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의 공동화 우려와 해외 자금유출 문제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대외적인 경제여건 역시 국민들의 경제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 경제정책,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우리 기업인들은 대부분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국가안보와 직결된 북한문제나 주한미군의 문제 역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적으로는 일자리창출과 비정규직문제, 주5일근무제,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의 이견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며 무엇보다도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의욕이나 경영의지가 점차 위축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양해야 마땅하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제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여기에 맞는 대안과 정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에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처방을 찾아 여기에 맞는 국정의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 나감으로써 국민들이 올바른 방향을 잡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기업의 사기를 높여주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삼아주었으면 한다. 또한 우리 경제의 추진력이 되어 주고 있는 기업들은 불안한 경제상황에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부단한 혁신과 사업의 다각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와 피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고실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근로자들 역시 현명한 소비와 투자로 우리 경제가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안정을 찾아나가야 하며 특히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상호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과 원칙의 철저한 준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노사가 공개적인 대화의 장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며 동시에 이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를 살리는데에는 여당과 야당이 다를 수 없고, 정부와 국민이 다를 수 없고 기업인과 근로자가 다를 수 없다. 지금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여러 가지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겪었던 논쟁과 대결의 분위기를 하루빨리 불식시키고 화해와 상생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감으로써 우리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일부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가 역량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지금이야말로 온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향해 화합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장상빈.부천상공회의소 회장

천자춘추/土種을 지키자!

身土不二라는 말은 사람의 육체와 그 사람이 태어난 고장의 토양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89년 8월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을 앞두고 농협이 우리농산물 애용 운동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하면서부터로, 이후 식당이름이나 음식물 이름, 가요 제목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 신조어다. 농협은 1992년도에 이 말의 출전을 밝혔다. 성서의 “창조주가 흙으로 사람을 빚으시고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동의보감’ 外形篇의 “사람의 살이 땅의 흙과 같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 서문의 “풀과 나무도 각각 제 습성에 맞는 지대에서 나며 사람의 식습관과 풍습도 각각 달라 습성에 맞는 약초로 병을 치료한다” 등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그 나라의 토양에서 자라온 농작물이 좋다는 의미를 갖는 신토불이의 土에는 곧 土種이 핵심에 서있는 것이다. 토종이란 오랜 기간 한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도록 적응하면서 특유의 강건성과 질병 저항성을 지닌 새로운 형질의 동·식물이다. 한국의 토종, 그 가운데 토종동물의 상당수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경제성 위주의 농업정책 때문에 수입종이나 개량종에 밀려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있다. 한 예로 한강상류의 토종물고기는 70년대 일본에서 식용으로 수입되어 국내의 담수호 등에 뿌려졌던 블루길과 배스의 먹이가 되고 있는데 이들 외래어종의 남·북한강 서식분포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어 생태계가 파괴될 정도라고 한다. 2000년 말 기준으로 토종자원의 재배 및 사육현황을 보면 6천여 농가에 불과하고 주요 토종자원은 토종돼지 등 가축의 경우 16개 품목, 자주감자 등 식량작물 17개, 두류작물 5개, 채소작물 10개, 특용작물 9개, 과수작물 12개 품목으로 매우 미미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토종의 상품성 개발과 생태환경 보존의 중요도를 인식하여 정부부처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농협도 지역특색사업을 통하여 토종 보급·육성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범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다양한 육성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박재근. 농협 경기지역본부장

"6월 18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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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천 지방大는 딴 나라 대학인가

정부가 지방대혁신역량강화사업(NURI) 지원 대상으로 79개 지방대 111개 사업단을 선정하면서 경기·인천 지방대를 완전 배제한 것은 이분법적 논리의 오류를 범했다. 물론 당초 신청 대상에서부터 제외시켜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NURI 지원대상 지방대가 확정된 것을 보곤 이에 한마디 없을 수 없다. 이 사업은 지방대와 지자체 그리고 산업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공동사업단을 구성해 지역발전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력 배양을 목적으로 한다. 그 효율면에서 경기·인천 지방대가 앞서면 앞서지 결코 떨어진다 할 수 없다. 이런 데도 완전히 배제된 것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때문이며, 수도권을 이유 삼은 것은 이른바 예의 지방균형발전론에 기인한다. 지방균형발전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잘되고 있는 지역의 발전 전망을 발목잡아 억지로 깎아내려 가며 하향 평준화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합치되느냐에 있다. 이 정부의 수도권 압살정책은 참으로 집요하고 정치적이다. 연간 10억원에서 30억원, 50억원까지 앞으로 5년간 1조4천200억원이 지방대에 투입되는 이 사업에서 경기·인천 지방대를 완전 배제한 것은 고사시키겠다는 거나 다름이 없다. 교육은 순전히 교육적 측면에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하며 기업은 시장논리가 지배돼야 한다. 지방기업이 요구하는 지방대 인재 양성까지 정치논리에 치우친 지방균형발전 괴담의 제물로 삼는 게 이에 합치된다 할 수는 없다. 한심한 것은 지역사회 출신의 국회의원들이다. 헌법기관이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소임이라면 지역사회 지방대까지 위협하는 수도권 압살정책에 마땅히 제동을 걸어야 함에도 방관만 하고 있다. 여당 의원은 여당이라고 정부 눈치만 보고 야당 의원들은 보신에 바빠 눈감은 채 간과하고만 있다. 경기·인천의 대학과 기업이 잘 되면 경기·인천만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의 이익으로 집약되고 국민의 이익으로 귀납된다. 이 좁은 분단의 국토에서 이리 저리 갈라놓은 분열사회로도 모자라 수도권 지방, 비수도권 지방으로 지방 개념까지 이분법화한 이 정권의 겁없는 독주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인지 실로 우려된다.

광명역 활성화에 노력하라

광명시 일직동 8만여평 부지에 있는 광명역은 국내 최대 규모다. 건립비에 무려 4천68억원이 들어갔다. 최대 수용인원이 14만7천명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하루 평균 이용객은 평일 4천500여명, 주말 7천2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개통 전 예상 이용인원 2만4천명의 19%(평일기준)수준이다. ‘개점휴업’상태다. 당초 광명역은 서울 서남부(금천구·구로등)와 경기·인천지역 주민 등 1천3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서울역과 용산역 출발 고속열차(KTX) 82편(평일 기준)중 30%인 24편이 출발하는 ‘시발역’으로 활용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광명역에서 출발하는 KTX는 하나도 없다. 하루 상·하행선 50편만이 정차하는 ‘간이역’으로 전락했다. 더구나 서울 서남부 지역과 인천지역의 대중교통이 광명역과 제대로 연계돼 있지 않은 데다 경부선·호남선 모두 1시간에 1대꼴로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청은 연계교통망이 미비해 광명역을 시발역으로 활용하기 힘들고 서울역이나 용산역처럼 지하철이나 국철로 연결돼 있지 않아 운영상 어렵다는 입장만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4천68억원의 공사비를 쏟아 부었다니 실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수지타산을 고려한 운수업체의 노선 기피와 지역 운수업체의 이익만 고려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이기적인 행태다. 일례로 경기도에서 인천으로 들어가는 버스 노선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주안역~광명역 노선을 신설하려 했으나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인천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경기도는 “관내 운수업체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노선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다른 지자체의 노선을 수용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지자체 간 협의와 양보가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지자체가 자기 지역 운수업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을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을 위한 교통편의 차원에서 대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광명역과 관련해 지자체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5개 노선을 건설교통부가 내달 중 강제조정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제를 자초한 셈이다. 건교부의 조정으로 광명역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美7공군

주한 미7공군 사령부는 아시아에 배치돼 있는 4개의 미공군기지 중 하나다. 한국 공군전력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미7공군은 1940년 11월1일 하와이에서 창설돼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현재 미7공군은 1차적으로 한반도 전역을 작전권으로 두고 제51전투비행단(오산)과 제8전투비행단(군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유사시 가동하는 5개의 전진기지(한국공군기지 포함)를 두고 있다. 미7공군의 총병력은 1만 명으로 공군기지로서는 그 운용 규모가 큰 편이다. 주력 운용기종은 F-16C/D 블록 30형 1개 대대와 40형 2개 대대, A/oA-10 공격 및 전선 통제기 1개 대대가 있으며 3대의 U-2R/S 정찰기 3대, C-12J 경수송기, HH-60-C 전투수색구난 헬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7공군의 위력은 막강하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유사시 시차별 부대전개 제원(연합전시증원계획)이 펼쳐지면 미 공군은 7공군 산하 51전투비행단을 선두로 여덟 개 이상의 전투비행단과 네 개의 폭격 비행단을 한국에 급파한다. 이들은 한국의 ○○개 전투비행단과 연합해 1천500대 이상의 공군기를 보유한 강력한 ‘연합공군’이 된다. 미7공군이 운용하는 고가의 첩보위성과 U-2R/S 정찰기 등은 전략정보 100%, 전술정보 70%를 한국군에 제공하고 있다. U-2R/S 정찰기의 1회 작전 수행에는 100만달러(12억 원)가 드는데 미군측이 부담한다. U-2R/S는 조종사 1명이 탑승해 지상으로 부터 24~27㎞의 상공에서 지상의 각종 표적을 촬영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고고도 정찰기다. 현재 오산 미 공군기지에는 3대의 U-2R/S 정찰기가 배치돼 있고 고공에서 휴전선을 따라 동서로 한번에 9시간 동안 장거리 비행하며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기지와 공군기지 등 북한의 중심지역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을 손금 보 듯 살피는 U2R/S는 김정일의 미세한 움직임과 숨소리까지 감지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그의 건강상태까지 알수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단계적으로 감축되더라도 자주국방 때까지 미7공군은 계속 주둔해야 될 것 같다./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가평 ‘경로급식’ 시작되던 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오랜만에 신바람이 났다. ‘소양강 처녀’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는 노래 합창이 3층에서 1층까지 울렸다. 노인 분들 눈은 강단의 최미자 지도사의 일거일동에 쏠리고 두 손바닥을 박자따라 마주치는 손뼉 소리가 힘찼다. 얼굴엔 마냥 꽃피우는 함박웃음으로 가득했다. 가평군 노인복지관, 가평읍 읍내리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3층 주홍빛 벽돌건물의 이 노인복지관은 가평 노인분들에겐 한마디로 낙원이다. 지난 9일 오전, (사)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 가평군지회 부설 노인대학 120여명의 노인학생들은 정신건강 관련의 특강 수업을 이렇게 마치고 푸짐한 경로식사를 즐겼다. 반찬 중 돼지 머릿고기는 고사를 지낸 것이다. 이날은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와 대한노인회가평군지회의 추천으로 노인복지관에 (사)한길봉사회경기도지부 가평군지회가 설립되어 ‘경로식당 무료급식소’가 문을 연 첫 날이다. 1층 식당은 현대적 시설의 주방과 더불어 100여명이 한꺼번에 앉을 정도로 자리가 넓은데도 번갈아 앉아야 할 만큼 붐볐다. 한길봉사회가평군지회는 앞으로 매주 월·수요일 점심시간이면 이같은 무료 경로급식을 인원 수에 관계없이 갖게 된다. 점심시간에 앞서 강당에서 가진 ‘경로식당 무료급식소 개소식’에는 양재수 가평군수가 참석, 격려의 말을 해 주어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희형 대한노인회가평군지회장 등 노인회 간부들은 물론이고 많은 지역 유지들이 자리를 함께하여 이날을 자축했다. 인사하기에 바쁜 조규구 한길봉사회가평군지회장은 경로식당을 사비로 꾸려 가야하면서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여 물었더니 대답이 소박하다. ‘뭘 바라거나 딴 욕심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주는 기쁨은 주지 않아본 사람은 모른다’고도 했다. 이런 일은 돈도 돈이지만 돈의 여유보단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양재수 군수의 부인 김남선여사, 황용선 부군수의 부인 한성화여사도 경로식당을 찾았다. 두 분은 이를테면 비공식의 평상복 차림으로 찾아 주방과 식당 등을 둘러보고 자원봉사 어머니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위로했다. 이존하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장, 이지현 한길봉사회경기도회장 또한 개소식 참석에 바쁜 일정을 보냈다. 가평군노인복지관은 한마디로 군에서 노인복지에 갖는 강한 관심이 역력해 보였다. 1층부터 3층까지 꽉찬 각종 시설은 의욕이 충만했다. 상담실 휴게실 오락실 체력단련실 물리치료실 샤워장 서예실 종이접기교실 컴퓨터교실 실버 이·미용실 도서실 공동작업장 등 실로 다양한 시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충격이었다. 때마침 종이접기교실에선 강의가 있었고 서예교실에서는 자습하고 있는 할머니들이 있었다. 체력단련실은 10여종의 기구가 잘 갖춰졌다. 특히 서예교실은 초·중·고급반이 있는 가운데 옛 한문 명구를 써 자신의 아호에 낙관까지 찍어 노인휘호대회에 출품시켜 입상한 작품이 복도에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대한노인회가평군지회는 이밖에도 원예치료 미술교실 장구교실 한국무용 영어나라 볼륨댄스 태권무 당구교실 등 사회교육생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국내 노인인구의 7% 기준인 고령화사회를 이미 훨씬 지나 14% 기준의 고령사회를 불과 수년 앞두고 있는 우리의 실정에선 노인문제가 참으로 절박하다. 더욱이 우리는 고령화사회 준비가 선진국처럼 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고령사회로 급격히 치닫는 과속 현상은 많은 난제를 안겨주고 있다. 국민이 살기좋은 사회복지는 종국적으로 노인문제 해결이 사회복지의 가치척도가 되는 관건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앞장서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그러나 현실은 노인문제가 절박한 것만큼 중앙정부 시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데도 지방재정이 열악한 가평군이 노인문제에 이만한 관심을 갖는 건 그 자체만 해도 평가할만 하다. 여기에 ‘경로식당’ 개소는 가히 금상첨화다. 지세가 산자수명해서일까, 어려운 가운데나마 그래도 가평군 노인 분들은 복받았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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