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원화시대 국가와 사회 문제

독감 걸린 만화영화 같았던 17대 총선은 여당의 과반수 의석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의 의석 확보, 그리고 민노당의 국회입성으로 끝이 났다. 정치인들이 멋(?)있는 정치를 하기위해 추해지기를 서슴지 않고 있을 때, 우리 경제는 끝없는 부진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갔다. 일부 업종의 수출호황을 제외하고는 경제파탄의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데도 여야 모두 설득력 있는 경제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례없는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는 자부심의 뒤끝이 몹시 씁쓸하기만 하다. 경제를 바로 세우지 못하여 가정파탄과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이 계속된다면 국가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제2의 IMF사태라는 현실적인 경제위기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경제는 그냥 두면 알아서 잘 돌아갈 것”이라는 대통령의 위험한 경제관에서 온 결과가 아닌가 한다. 노무현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만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 실업자를 구제하고 빈부격차의 양극화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보다는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정치로 빈부격차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우리경제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4·15 총선을 치르면서 우리 사회는 보다 다원화 경향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우리국가와 사회에 미치게 될 문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선 사회적 갈등의 문제다. 기존의 기득권층과 신기득권층의 대립이 예상된다. 여기에서 신기득권층이란 진보여당과 민노당의 진출로 급격하게 부각되고 있는 저소득층과 노동자층을 의미한다. 또한 소외층 중에서도 신기득권층과 여전히 남아 있는 잠재된 소외층의 갈등문제가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위와 권력 대 정보화와 인터넷, 보수 대 진보, 노·사대립 등의 갈등 또한 사회적 갈등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둘째, 경제적 혼란의 문제다. 어느 언론지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인의 30%가 열린 우리당의 경제정책 방향이 ‘분배중심’으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노조에 대해 호의적인 정당이 힘을 얻은 이상 분배와 복지만을 강조하는 현실성 없는 정책들이 제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분배의 원칙이 능력과 노력의 대가에 의한 내재적 형평성 보다 분배라는 외형적 형평성을 강조함으로써 결국 사회주의적 경제원칙이 주도할 위험이 커졌다. 이는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을 꺾어 빈부계층간의 골만 더 깊어질 우려가 있다. 셋째, 문화적 갈등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유교문화의 전통적 사회질서가 변화하고 있는 점을 확연히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성·세대·계층·지역간에 일정하게 인식돼오던 전통적인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정치에서 감성·이미지 정치가 이번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러한 갈등들이 계속 표면화되고 공론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원수가 전체의 13%를 차지해 여성은 정치를 잘못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계기를 마련했고,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 간에 이념과 정책 성향의 차이를 보여 세대간 갈등증폭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원화란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다양한 집단들 간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지는 사회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도 이제 다원화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정말 우리사회는 과거 어느때 보다도 다양한 집단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발전적인 차원에서의 경쟁과 협력이 아니라 첨예한 대립과 극심한 적대감만을 불러 있으키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서민들의 불안은 고조되어 가기만 한 상황에서 지금의 변화추세는 오히려 우리사회에 커다란 위험을 가져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만 다원화되어 가고 있을 뿐 이지, 사회적·문화적·경제적인 부분의 갈등요소들은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의 다원화가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기 보다 우려스러운 마음이 더 앞선다. /박범준.럭키건축사사무소 소장

천자춘추/人生은 예술이다!

인생은 藝術이다. 예술은 美의 창조요, 인생 또한 궁극적으로는 眞善美의 추구이니까. 보라, 사람의 삶이란게 얼마나 위대한가? 나(出)고, 살아가(生)고, 죽어가(終)는 이 모두에조차 예술이 빛나잖는가! 고로, 누군가의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은 어찌 보면 틀린 말이다. 그 예술이 곧 人生이요, 승화된 또 다른 우리들의 참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일생을 보다 아름답게 살려한다. 요즈음 급작스레 웰빙, 웰빙 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자기연출일텐데, 문화예술 면에서도 급물살이다. 예컨대 중년 이후의 사람들이 각종 문화센터를 찾아다니며 나름대로 새로운 걸 배우며 잃었던 자기를 찾고 자신에 대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좋은 일이다. 필자도 벌써 몇 년 째 이 일에 봉사한다. 말하자면, 본교에 방과후 ‘문예대학’을 개설, 어려서부터 문학이 꿈이었던 학부모나 지역 분들을 모아 주1회씩 무료로 문예강좌를 해주고 있다. 현재는 ‘충현문예대학’이라는 이름으로 6개월간 운영하는데, 매회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6월초엔 벌써 제1호 시인(안인실·54세)도 나왔다. 萬事엔 다 때가 있다. 씨뿌려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거두어야 할 때가 있듯, 사람도 배워야 할 때엔 배워야 나중에 무엇인가 열매를 본다. 오늘을 잡으라!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흔히 인생을 연령에 따라 각기 이런 키워드로 나눈다. 10대는 공부, 20대는 이성, 30대는 생활, 40대는 자유, 50대는 여유, 60대는 생명, 70대는 기다림 등으로. 그렇다면 저들은 지금 젊어 못한 공부를 4,5,6학년이 돼서야 하는 늦깎이들이다. 어쨌거나 저들에게 영광 있으라! 행복 있으라! 과거는 시효가 지난 수표요, 미래는 한낱 약속어음이고, 현재만이 당장 사용 가능한 현찰이다. 이제라도 열심히 배우라. 오늘 게으른 자는 영원히 주릴 것이다. ‘오늘’을 이 땅에 남은 내 삶의 첫날이라 생각하라! 늦었다고 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사람은 일생동안 세 권의 책을 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이름의 책이다. 제1권은 이미 다들 썼을 테고, 제2권은 지금 한참 내 ‘삶’으로 써가는 중이리라. 그런데 이 셋 중에 가장 중요한 책은 제2권, 곧 ‘현재’라는 책이다. 1,3권은 오로지 부록에 불과하다. 문인은 책을 쓰는 업이다. 어떤 책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내 자신의 몫이다. 그대들은 부디 좋은 책을 쓰라! 인생은 예술이다. 예술로 살라! /김남웅 시인·광명 충현고 교장

독자투고/행정수도 이전, 지금은 이르다

요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찬반 논쟁이 뜨겁다. 천도(遷都)니 아니니, 국민투표를 해야하느니 의견이 분분하다. 나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찬성을 한다.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이르다고 생각한다. 수도이전 비용만 50조원이라고 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균형적인 발전이 더 중요하지 돈이 중요하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가 우선시 되어야할 시기다. 너도 나도 못살겠다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지금 당장 행정수도를 이전한다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당장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꼭 옳다면 또는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지금 정권이 아닌, 다음 정권에서 할 수도 있다. 나는 현재 25살이고 97년부터 시작된 불황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학 4년 내내 경기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사회초년생인 지금, 오히려 이를 더 실감하고 있다. 주변엔 아직도 취업을 못해 한숨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이 얼마나 어려운 시대인가. 이렇게 서민이 고통받고 있는 시대에 수도를 이전한다면 그 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그건 바로 서민들이다. 어려운 이 시대 50조원을 행정수도 이전에 쓰지 말고 민간투자나 경제회생에 대한 투자금으로 쓰면 어떨까 한다. 물론 경제가 편안해진다면 행정수도를 옮겼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인터넷독자

"6월 16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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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6월과 남북간의 변화

군사분계선상의 대북·대남 확성기가 15일 자정을 기해 꺼졌다. 상호 비방방송이 중단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근해에서는 남북 함정간에 첫 교신이 시작됐다. “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한라산 하나, 한라산 하나, 여기는 백두산 하나” 한라산은 남쪽, 백두산은 북쪽을 지칭한다. 서해 충돌을 막기위한 무선통신·시각신호 체제가 공식 운영돼 연평도 어민들의 큰 시름을 덜게되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4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북측 대표단 등 130여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와 한반도기의 물결을 이루었다. 인천시청 중앙홀에선 북측 대표단 환영만찬이 성대하게 열렸다. 서울 그랜드 힐튼호텔에서는 김대중도서관, 북측 통일문제연구소 등이 공동개최한 ‘6·15 공동선언 4주년 기념 국제토론회’가 있었다. 북측 대표단은 이어 오늘 삼성전자를 방문한다. 교류의 홍수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잔인한 6월에 밀어닥친 이같은 교류의 홍수는 북측도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미 오래 전에 생긴 암시장, 평양거리에 등장한 노점상은 사회주의 한계성의 이탈 조짐이다. 평양정권이 잘 살기위해 변화를 모색하면서도 중국처럼 선뜻 개혁·개방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은 체제 특유의 폐쇄성 때문이다. 평양정권은 이같은 갈등 속에서 부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본질적 변화가 아닌 지엽적 변화이긴 하나 동토의 땅이 이렇게라도 녹는 것은 어떻든 녹는 것이다. 통일을 말한다. 남북간에, 민족간에 통일 이상으로 가치성이 있는 것은 없다. 지상명제다. 그럼, 어떤 체제의 통일을 하자는 건가, 남은 북의 체제를 그리고 북은 남의 체제를 거부한다. 성급한 통일론은 체제의 충돌을 불러 일으킨다. 지금은 통일보다 평화공존, 공영공존이 더 중요하다. 남북간의 자유왕래까지 가는 상호신뢰가 쌓이면 이 또한 정치적 통일은 비록 못될 지라도 사실상의 생활통일은 이룩되는 셈이다. 우리는 장차 이같은 신뢰가 담보되기를 희구한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6월의 교류 홍수에 아무리 한반도기가 나부끼고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취해져도 이는 신뢰로 가는 진일보일 뿐 신뢰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북은 종국적으로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 중국은 그 모델이다. 6월의 비극을 한반도기 감상에 젖어 잊는 일이 없어야 평화를 이룩할 수가 있다.

식품관리체계 일원화 시급하다

1990년대 말 최초로 ‘납꽃게 파동’이 발생했을 때 해양수산부와 식품의약안전청 간에 사소한 분쟁이 있었다. ‘납꽃게’관리 주체가 어디냐는 것이었다. 자연 수산물인 꽃게는 해양수산부 소관인 수산물 품질관리법에 의해 관리되는 품목이지만 여기에 납이 들어가면 가공수산물을 담당하는 식약청이 관리를 맡아야 하지 않느냐는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2002년엔 ‘계란’논쟁이 있었다. 부패한 계란이 대량 유통돼 문제가 발생했으나 축산제품임에도 농림부에서 관리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금도 오소리·악어 고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농림부는 “관리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농산물 역시 수산물은 해양수산부가, 식육은 농림부가 맡는 등 저마다이다. 현행 식품위생 및 안전관리법은 축산물가공처리법, 먹는물 관리법, 주세법, 식품위생법, 농산물 품질관리법, 염관리법, 학교급식법 등 7개다. 그러나 같거나 유사한 음식이라도 관리주체가 달라 식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예컨대 먹는 고기 함량이 50%가 넘는 가공식품은 농림부가, 미만이면 식품의약청이 각각 관리한다. 이로 인해 쓰레기로 만든 만두소가 50% 이상 함유된 ‘고기 만두’는 식약청이 관리하는 것이다. 문제는 식품관리 법률이 무려 7개나 있지만 각 부처에 제 각각 흩어져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불가능한 점이다. 따라서 ‘쓰레기 만두’같은 사건이 터져도 어느 한 기관이 책임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조사한 뒤 조치할 길이 없는 것이다. 유럽 등 선진국은 1990년대 말부터 식품위생관리를 일원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생산자 관리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 관리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은 2000년 4월 모든 식품에 대한 위생과 관리, 규격 등을 제정하는 ‘식품규격청’을 신설했고 일본도 2002년 식품관련 정책을 통괄조정할 수 있는 ‘식품안전위원회’를 설치했다. 앞으로 ‘쓰레기 만두’와 같은 식품 사고를 예방하고 강력히 처벌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식품 제조와 관리 등에 관한 통합 법률을 조속히 제정해 각 부처에 이관된 식품관리 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

고이즈미의 ‘개’안부

미국과 일본은 제2차대전의 최대 적대국이었다. 일본은 동맹국이었던 독일 이탈리아에 비해 가장 늦게 미·영·중·소 등 연합국에 항복했다. 한국은 일제 식민지로 있다가 일제 패망으로 광복을 되찾았다. 38선 이남에는 미군, 이북에는 소련군이 일제통치가 물러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들어와 일본군을 무장해제 시키고 군정을 폈다. 이남에서는 미군이, 이북에서는 소련군이 해방의 은인으로 환영받았다. 남쪽에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북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건립되면서 미군도 소련군도 다 철수했다. 이남에 미군이 다시 들어온 것은 1950년 6·25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나서다. 인민군에게 낙동강까지 밀렸다가 국군의 반격과 미군 등 참전 16개국의 도움으로 평양을 거쳐 압록강까지 진격했으나 중공군의 참전으로 후퇴하여 지금의 휴전선으로 끝났다. 반세기가 지났다. 당시 미군이 아니었으면 벌써 이남도 적화됐을 걸 막아준 미군더러 이젠 ‘갈테면 가라’하고, ‘감축한다 철군한다’며 한·미간에 틈이 생겼다. 혈맹의 동맹관계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의 감정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 참석차 미국에 갔다가 미·일정상회담을 가진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부시가 집에서 기르는 개 두 마리의 안부를 물었다 해서 화제가 되었다. 최대 적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은 이처럼 가까워진 데 비해 은인이라고 했던 대한민국은 미국과 틀어져 가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일본도 개 안부까지 물어가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을 이용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선 미국을 이용하자고 하면 친미주의라며 나라 팔아먹는 듯이 매도한다. 부시가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아니꼬운 점이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미국 대통령이라 해도 부시가 영원한 미국 대표자는 아니다. 자기 나라에서도 욕을 많이 얻어먹는 부시다. 자주국방, 그 얼마나 좋은 말인가마는 일이란 게 말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공연한 자존심으로 나라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자존심이 아니다. 고이즈미라고 우리보다 자존심이 없어 개 안부를 다 물었겠는가. 우리는 용미를 하자 해도 개 안부 따윈 묻지 않는다./임양은 주필

광교산의 아침/‘어, 손지사가 없네’

‘어, 손 지사가 없네?’ 본보가 제17대 국회 개원을 맞아 경기·인천지역 61명의 국회의원들에게 ‘2006년도에 실시될 민선 4기 경기도지사 후보감’을 물었더니 7명이 명단에 올랐다. 그런데 손학규 지사의 이름이 후보군의 명단에 없자 한 직원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왜 손 지사의 이름은 빠진 것일까? 두말할 나위없이 손 지사는 후년에는 大鵬의 후보이지 결코 道伯의 후보는 아니라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생각1일 것이다. 이에 더해 이를 보다 포괄적으로 생각한다면 1천만 경기도민들의 기대도 담겨있다 해도 좋을 성 싶다. 그동안 손 지사가 보여준 행적이나 민선 3기 후반기 도정방향 설정과정을 보면 이런 생각들, 혹은 기대감들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손 지사의 전반기 도정은 ‘대권도전 여부는 차후, 현재는 안정을 기반으로 한 도정 전념’이라는 입장을 누누이 밝혔으나 후반기에는 ‘개혁과 도민들을 위한 민생복지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 측근들은 향후 행보를 위한 외부인력 보강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손 지사(혹은 측근)가 국회의원들이 생각한대로 차기 大鵬의 길로 가려면 명분과 실리에 대한 명쾌한 선택과 그 직에 맞는 그릇으로 거듭나야 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분도문제’나 ‘행정수도이전’, ‘주한미군의 한수이남 배치’, ‘국가균형발전’ 등 대정부와 전체도민을 대상으로 한 굵직굵직한 현안들은 해결할 방안이 쉽지 않은 만큼 손 지사가 보여주는 자세와 생각들이 바로 향후 행보를 위한 명분쌓기로는 제격이 아닐까 싶다. 이 모든 사안들은 경기도민들의 정서를 하나로 묶어 낼 수 있는 주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중앙정부와 대결국면만을 조성하면 얻을 것이 무엇인가’라며 한발 빼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다면 과연 실리는 찾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손 지사가 자리때마다 자랑하는 파주 LCD공장 유치 및 최근 일본, 미국 등을 오가며 성과를 거둔 외자유치는 분명 실리를 챙긴 사례이며, 삼성전자 및 쌍용자동차의 공장부지 추가 확보도 기업뿐 아니라 도민들에게 큰 혜택을 가져오는 것인만큼 실리를 얻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및 기업들의 지방이전, 행정수도이전 등과 관련해서는 그저 ‘안됩니다’라는 식의 의견만 내놓을 뿐이어서 과연 어떤 실리를 찾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도민들이 어려움을 같이 인식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손 지사가 도민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진정한 실리가 아닐까? 이와함께 과연 손 지사가 ‘大鵬의 그릇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많은 정치인들이 대권 후보군에 손 지사의 이름을 올리면서도 ‘과연 준비는 됐는가’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그의 지지기반이 분명치 않을 뿐아니라 주변의 조력자들 역시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 지사가 그 답을 어디서 찾을 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향토지사’라는 최대 강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제안하고 싶다. 손 지사의 후반기 행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jungih@kgib.co.kr /정일형 정치부장

천자춘추/가보(家寶)

국가마다 그 나라의 국민성과 지향성을 대변하는 국보(國寶)들이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국보1호인 숭례문을 비롯하여 많은 국보들이 있어 한민족의 자부심을 높여주고 있다. 한편 가정에도 나라의 국보에 해당하는 가보(家寶)가 있다. 가보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대를 이어 전해 내려오는 한 가문의 보물로서, 족보를 비롯해 각 가정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보들은 공히 조상들의 얼을 잇고 가문의 자긍심과 역사성을 담으며, 후손들에게 삶의 지침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필자는 얼마전 한 극장가를 찾아 ‘트로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고대 그리스와 트로이 간에 치열했던 전쟁을 소재로 한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패망직전에 몰린 트로이 왕가(王家)가 가문의 상징인 검을 한 초동에게 건네며 명맥을 이어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필자는 이 대목에서 새삼 가보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뇔 수 있었다. 이처럼 가보는 한 가문의 정통성을 나타내며, 가문에 있어 정신적 신앙으로 자리매김한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짧은 기간내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갑작스런 성장의 뒤안길에는 물질만능주의와 문명지체현상 등의 악습들이 만연케 됐고, 또 민족 고유의 많은 미풍양속들이 사라지게 됐다. 급기야는 이러한 폐단들이 각 가정으로 이어져 높은 이혼율과 비행청소년 증가 등의 문제들을 야기한 결과, 결국 가족에 대한 의미쇠퇴와 함께 가정해체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핵가족화라는 구성틀 속에서 할아버지의 함자조차 모르는 아이들…. 자기자신의 존재의 이유며, 가장 가까운 뿌리라 할 수 있을 할아버지의 함자조차 잊고 살아가고 있는 이런 아이들에게 가문과 조상의 의미가 있을리 없다. 이처럼 가문과 가족에 대한 정체성 상실이 바로 오늘날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제반 사회문제들의 근원적 원인으로 볼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가보를 통하여 가정과 가문의 의미를 되새겨 주며 우리의 뿌리를 찾아 나서야 할 때다. 한 가문의 역사인 가보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필자는 젊은 시절 군복무를 필한 직후, 부친으로부터 가문의 역사책인 족보에 대해 상세히 배운 적이 있다. 이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필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정신적 신호등이 돼주고 있다. 우리 모두 곰곰이 집안의 가보를 살펴보며, 자녀교육의 중요한 잣대로서 활용하면 어떨까? 기본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 /윤여갑.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사무국장

독자투고/빗길 과속은 얼음판 달리는 꼴

올해 장마는 6월 중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장마철을 앞두고 빗길 교통사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시기이다. 생명까지 앗아가는 대부분의 대형교통사고는 빗길에서 일어난다. 빗길은 자동차가 미끄러지기 쉬울 뿐만 아니라, 제동거리도 길어지므로 속도를 제한속도 보다 20~50% 정도 낮추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운전자가 많다. 그리고 빗길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핸들을 꺾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핸들을 꺾어야 할 장소에 이르면 미리 엔진브레이크와 풋브레이크로 속도를 낮추면서 핸들를 유연하게 조작해야 한다. 비오는 날 운전자의 시야는 와이퍼의 작동범위내로 한정되고 후사경에는 물방울이 붙어 있을 뿐 아니라 유리창 내부에는 김이 서리기 때문에 맑은 날씨와 달리 교통사고의 위험 부담이 크다. 또한 비오는 야간에는 젖은 노면에 의해 전조등 빛이 난반사를 일으켜 운전자의 시야장애를 초래하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물이 고인 곳을 지날 때는 브레이크 라이닝에 물이 스며들어 제동효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며 브레이크 페달을 가볍게 여러번 나누어 밟아 마찰열에 의해 말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빗길에서의 가장 중요한 안전운전요령은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운전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장마철의 빗길은 얼음판이라는 생각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윤형근·인천중부경찰서 소연평경찰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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