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개발연구원이 마련한 도라산 일대 개발계획은 일종의 포괄적 평화 벨트 구축 개념이다. 도민과 함께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도라산역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700여m 떨어진 남쪽 최북단 지역이다. 아직도 달리고 싶은 녹슨 철마가 서 있는 이 곳은 분단의 한을 안고 있는 동시에 남북화해와 평화의 상징이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새로 건설된 도라산역은 2002년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 세계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에서 불과 56㎞, 개성으로부터는 40㎞의 거리에 있는 도라산은 지금 평화와 건설, 약동의 새로운 이미지가 솟아 오르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개발연구원, 파주시, 각 시민단체들이 이 지역을 서부 접경지 평화관광의 중심으로 가꾸기 위한 계획을 착착 실행에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도라산 평화관광벨트’는 10만평 규모의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임진각을 종합관광지로 개축하는 사업이다. 장기적으로 평화생태공원을 만들고 휴전선에 인접한 구 장단군청사를 복원해 ‘세계 평화시(World peace city)’로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민통선 주위에는 허준,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선생의 묘소가 있다. 자운서원, 반구정 등 각종 역사적 유적도 산재해 있다. 남한 최북단 마을인 대성동 마을(200명 거주)과 민통선내 최대 마을인 백연리(490명 거주) 등도 도라산에서 5분 이내의 거리다. 백연리에서는 장단 콩축제가 벌어진다. 이곳에서 재배된 각종 농산물은 청정 먹거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백연리는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다. 인근의 초평도를 도립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남북한 육로가 관통하는 곳도 이 곳이다. 이 일대가 개발되면 안보와 생태, 문화유적지가 포함된 종합 평화공원이 만들어진다. 2010년 쯤에는 매년 2천300만명의 관광객이 이 일대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라산 평화공원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국제적 관광지가 될 것이다. 남북 분단의 상징인 이 곳이 통일의 꿈과 역동의 미래가 펼쳐지는 관광지가 되도록 더욱 힘써 주기를 바란다.
남양주시가 도시계획구역내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하기 위한 도시관리계획(안)을 마련, 시행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자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도시 기능 및 미관 증진이란 명분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도시기반시설, 주민편의시설, 공공시설 등 주민생활들과 밀접된 시설 확충이 미흡해 제한이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각종 중첩 규제로 재산권행사에 제약을 받는것도 모자라 또 규제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이미 신청된 30여건은 개발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경과규정으로 늦은 감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난개발 방지를 위해 이같은 관리계획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표를 의식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하면 용기가 있는 셈이다. 남양주는 개발제한구역, 상수원특별대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중첩 규제로 개발이 가능한 토지가 총면적의 18.4%에 그치는데다 무분별한 개발로 파헤쳐 진다면 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이번 조치는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종합개발관리계획 수립까지 한시적으로 개발을 제한하겠다는 의미여서 이해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크게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적절한 범위에서 계획 수립 및 개발사업 시행 등을 충족시키는 종합개발관리계획이 언제 수립될지 미지수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 빠른 시일 내 종합개발관리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는 게 더 현명한 판단이다. 이번 결정이 100년 앞을 내다 보는 현명한 청사진이었다고 평가받길 기대해본다. /wrchoi@kgib.co.kr
통계청이 작년 10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0년 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 구성비가 7%를 넘어 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에 이미 들어섰다. 2019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14.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를 웃도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령화는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경제의 대규모 지각변동을 야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고령화가 진전될 수록 투자의 위축, 근로계층의 축소, 재정적자의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급격한 충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2010년부터 조세부담률이 급증해 납세자들의 세금부담이 많이 늘어나고 2020년에는 노인 의료비 지출이 65세 미만 인구 전체 의료비를 초과하며 2047년이면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노인들이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사회적 짐이 될 것이라는 내용들이다. 소설 ‘개미’를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 중 ‘황혼의 반란’이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레스토랑에는 70세 이상 노인 출입금지 팻말이 걸린다. 정치인들은 노인들 때문에 국가재정이 고갈되고 과중한 세금이 부과된다며 반(反)노인 캠페인을 벌인다. 일정기간 자녀들이 방문하지 않거나 소식을 끊은 노인들을 CDCP(휴식·평화·안락센터)가 잡아간다. 명칭과 정반대로 이 곳은 노인들의 생을 강제로 마감시키는 곳이다. 한 노부부가 CDCP로 끌려가다 도망한다. 이들의 뒤를 이어 많은 노인이 CDCP로 부터 탈출해 산악지대 동굴에서 저항운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들의 항거는 오래 가지 못한다. 정부가 투하한 독감 바이러스에 노인들은 무력화되고 반란은 진압된다.” ‘황혼의 반란’에서 노인들의 저항운동을 이끌었던 주인공 프레드 노인은 진압군에 붙잡혀 안락사를 당하면서 자신에게 주사를 놓는 젊은이에게 “너도 언젠가는 늙은이가 될 거다”라는 저주와 같은 말 한 마디를 남긴다. 최근 한국의 노부모들이 자식들로 부터의 폭언이나 냉대 등 ‘정서적 학대’(43.8%)에 가장 아픈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한국에서도 ‘황혼의 반란’이 일어난다. /임병호 논설위원
6·5 평택시장 재선거는 마침내 한나라당 송명호 후보가 예비역 준장 출신 장군인 열린우리당 윤주학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송 시장도 병원 경영자로만 일관, 지방행정경험이 없기는 윤 후보와 별 다름이 없다. 지난 4·15총선에서 평택 갑·을 선거구 모두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됐던 것에 비하면 불과 50여일새 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선거에서 승리한 건 다소 의외라는 반향도 없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민심 변화가 야승여패(野勝與敗) 승부를 가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승패가 어떠하든 중요한 건 지방자치행정은 정치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자치단체장, 특히 기초 자치단체장은 당적이 어디든 업무는 정당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여당 단체장이라고 더 유리할 것도, 야당 단체장이라고 더 불리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 당선된 송 시장에게 부과된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우선 그동안 시장선거로 갈라진 지역사회를 통합차원에서 화합시켜야 한다. “이러다가는 또 재재 시장선거를 해야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을만큼 혼란스러웠던 게 이번 6·5재선거였다. 그러나 이미 선거가 끝난 마당에선 다 지나간 일이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은 다시 대동단결해야 하는데, 이에 누구보다 앞서야할 지도자가 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이다. 이를 위해선 송 시장부터가 승리의 프리미엄을 다 챙기려 하지 말고 양보할 건 고루 배분하는 아량이 있어야 화합을 이룰 수 있다. 평택시가 당면한 현안은 참으로 막대하다. 평택항 선석 확장과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 많지만 미군 용산기지 이전문제는 주민들의 미래와 직결된다. 그러나 미군 용산기지 이전은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돼 매우 날카롭다. 이를 잘 조정해야 하는 게 앞으로 보여 줘야 할 신임 송 시장의 역량이다. 물론 미군 용산기지 이전은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 견해도 잘 들어 반영해야 할 건 반영해 큰 무리없이 수용해야 할 책임이 송 시장에겐 있다. 지역사회가 송 시장에게 바라는 건 지방행정의 불편부당이다. 특히 인사는 능력위주로 해야 한다는 게 많은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송 시장부터가 지역사회를 세력화하고 공무원사회에 파당을 짓는다면 부작용이 부메랑이 돼 송 시장에게 돌아 간다. 시장의 파당이나 파벌화는 반대세력 파당과 파벌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방행정, 특히 자치행정은 무한한 창의 행정이다. 그리고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창의행정의 주체들이다. 공무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사기를 극대화시킬 책임도 자치단체장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주민들은 이 무한한 잠재력을 살려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송 시장이 이를 수행하기 위해선 귀는 활짝 열고 판단은 냉철하게 해야 한다. 자치단체장은 영광스런 자리이지만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고 봉사하는 자리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택시는 실로 오랜 시장 공석으로 자치행정이 그간 둔화됐다. 송 시장의 분발이 있어야 한다. 송 시장이 성장동력의 견인차가 돼 역동적인 시정으로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도록 많은 노력이 있길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sylee@kgib.co.kr /이수영.남부권취재본부장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가운데 하나가 유가(油價)에 대한 소식이다. 매일 매일 변동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왜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바로 석유가 인류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전기 등 거의 모든 에너지가 바로 이 석유를 통해서 얻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부는 항상 재빠르게 대책을 발표한다. 그런데 그 대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언제나 당시 벌어진 현상을 완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미봉책임을 볼 수 있다. 에너지원을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에서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임에도 이러한 근본적인 에너지원의 대체·전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에너지원으로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문제는 무엇인가.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매장량에 한계가 있다. 재생이 불가능하다. 온실가스 문제를 야기하여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 기타 등등. 정부는 왜 이렇게 문제 많은 에너지원인 석유에 매달리는가. 왜 국민들은 이 에너지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가. 정부, 국회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이 에너지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한다.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관련 예산은 금액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지만, 경제성장을 고려했을 때는 그다지 확대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1998년에는 GDP의 0.012%, 1999년에는 0.011%, 2000년에는 0.0095%, 2001년에는 0.011%라고 한다. 그러나 위 수치는 1990년대말 미국은 GDP의 3.9%, 일본이 2.6%, 영국이 2.9%를 지원하였다고 하니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에너지와 관련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더 이상 석유에 매달릴 수 없음은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늦기 전에 에너지원의 전환을 위해 과감한 인식전환과 투자를 해야한다. /이주형.변호사
얼마 전 일이다. 사당에서 안양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퇴근시간이라 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버스가 출발 할 때부터 버스 기사는 난폭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승객들의 안전은 뒷전이었고 그저 빨리 가려고 차선을 이리 저리 바꾸며 차들을 앞질러 갔다. 남태령 오르막길에서는 전용차로에 다른 차가 정차 되어 있으면 옆 차선에 끼어들기를 일삼았다. 이런 난폭운전은 비로소 손님을 넘어뜨리기까지 이르렀다. 급커브 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아서 통로쪽 좌석에 앉아 있던 승객이 넘어진 것이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신경 쓰지않고 또 다시 마구 달렸다. 집 앞 정류장에 내려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요즘 TV에서 ‘7월부터 버스가 빨라진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서울시는 버스중심으로 교통정책을 바꿔 좀 더 빠르고 편리한 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정책을 바꾸는 일보다 버스기사들에게 정기적으로 안전운행 교육을 시행하여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개최한 우리나라가 교통선진국으로 가려면 대중교통의 안전성과 편리함을 두루 갖추어야 할 것이다./인터넷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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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사측과의 임·단협교섭이 결렬돼 합법적 절차를 밟아 파업하는 것은 노동권의 자유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해 환자가 진료받을 권리가 장애 받고, 만약 시급히 수술을 요하는 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지못해 잘못되는 일이 생기는 불상사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경우의 책임은 노·사 공동으로 져야 하지만 파업을 행사한 노조측 책임이 더 무겁게 여기는 것은 의료산업은 개인의 생업이면서도 사회 공공성이 더 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쟁점사항의 하나인 국립의료원과 지방공사의료원 확충을 위한 예산 증대요구는 좋은 것이긴 하나 이를 이유로 파업할 일은 못 된다. 의료 공공성 강화는 노사정과 국민협의기구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는 사측의 말이 더 정답에 가깝다. 또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관련 법규의 이행 해석이나 산별기본협약 체결과 산별교섭과 지부교섭 분리로 맞선 산별협약 대결은 결국 노·사간에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임금 10.7%인상과 임금동결 주장, 그리고 당장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데 비해 비정규직 개념 정리를 먼저 요구하는 비정규직 문제가 예민한 쟁점사항으로 보아진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하고 아직은 말할 입장은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속히 임·단협이 원만히 해결되어 의료 수요자들이 갖는 대중적 불안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각종 조치를 취한다는 게 노·사측 말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파업하지 않는 평시보단 못한 것은 부인될 수 없다. 노·사 양쪽 어느 쪽이든 환자를 볼모로 하여 상대의 굴복을 강요해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행여라도 파업이 장기화하여 의료대란을 가져오게 되면 이는 단순한 노동쟁의 수위를 넘어 불특정 다수의 사회적 치사·상행위로 보아 노·사가 공히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밤 사이라도 극적인 타결을 이루어 이 신문이 나오는 오늘 아침이면 우리의 이같은 걱정이 아무 쓸모없는 기우로 나타나길 충심으로 바란다. 감성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 밀어 붙이거나 배짱을 부린다 하여 굽힐 상대도 없다. 서로가 얻는 것은 서로의 양보에서 시작된다. 노·사가 다 이성적으로 대처하여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 냈다는 말을 듣게 되길 간곡히 당부한다.
“이런 일들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우리들만 형사 입건돼 억울하다” 골프장 인·허가 비리 혐의로 입건된 건설업체 사장 및 직원, 시청공무원, 주민들이 경찰에서 털어 놓았다는 불만이다.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또 다시 확인돼 심히 허탈하다.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광주 실촌면 N골프장의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비리행태다. 공무원과 건설업체의 유착, 주민들의 자발적인 부정, N개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로 얼룩져 있다. 특히 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는 최근 포천의 폐기물 업체의 비리사건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대민 일선 공무원들의 뿌리 깊은 뇌물관행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이번 골프장 인·허가는 바로 ‘비리 백화점’의 표본인 셈이다. 공무원 K씨 등은 N개발 P대표로 부터 N컨트리클럽의 인·허가 및 지적측량 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5천3백만원을 받았다. 주민 C씨 등은 골프장 캐디 기숙사 신축과 관련, 현지 주민이 아니면 건물 신축이 불가능한 준농림지에 기숙사를 지을 수 있도록 명의를 대여해 주고 P대표로부터 1천7백만원을 챙겼다. P대표와 직원들은 명절 때마다 시청내 관련 부서인 허가과, 산림과, 지하수과, 건설과 소속 공무원 거의 전원에게 상품권과 현금을 돌렸다. 또 주민 민원을 막기 위해 주민 대표격인 이장과 청년회장을 불러 수시로 룸 살롱 접대를 하는 한편, 명절 때마다 주민들에게도 상품권을 선물했다. 점입가경인 것은 주민들까지 마을 행사를 할 때마다 N개발을 찾아가 돈을 요구한 사실이다. N개발 대표 및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너 하는 데 나라고 못하느냐는 식이다. P대표는 판공비(약 5억원)로 책정된 돈을 물쓰듯이 썼고, 직원들은 뇌물 전달과정에서 수천만원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배달사고’를 냈다.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또 어떤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올지 되레 걱정스럽다. “인·허가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비리)인데 억울하다”는 비리 혐의자들의 의식에 실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고 이준원 시장의 죽음을 놓고 말들이 많다.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기에 한강에 투신해 자살했겠는가, 평소 행실로 보나 100억대 재산을 갖고 있는 분이 돈 2천만원을 받았겠느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석연찮게 보는 주민들도 있다. 고 이 시장의 선거과정과 시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몇가지를 지적하면 비서 인선문제부터 실 타래가 엉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 당선 직후 공무원중에서 뽑기로 하고 면접을 거쳐 거의 확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에 몸담았던 회사 모 과장 동생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이후 많은 지인들이 비서의 잘못된 행실과 주장이 너무 강하고 이기적인 면 등을 들어 문제를 지적해왔다. 고 이 시장은 돈문제와 관련해선 깨끗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가라기 보다 학자 타입이었고 선거 당시에도 주변에서 돈을 써야 한다고 집요하게 권유할 때도 “출마를 포기하면 했지 돈을 써서 시장이 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었다. 2천만원을 받았다고 믿기 어렵다는 분석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고 이 시장은 평소 재무구조가 튼튼한 기업이 사례금을 가져올 경우 거절하거나 불우시설에 기증하도록 권유해 왔다. 그래서 검찰이 수사하기 전까지는 비서 통장으로 2천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이 시장은 알고 있지 못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 이 시장은 책임을 비서에게 돌리지 않았다. “내가 책임져야지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을 한 점으로 미뤄 그렇다는 얘기다. 인간적인 비애와 함께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결국 투신자살로 이끌지는 않았을까. 비록 타계했지만 갈 길이 창창했던 50대 민선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꼬리를 물 듯 싶다. /파주= 고기석기자 koks@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