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아침/송 시장의 어깨가 무겁다

6·5 평택시장 재선거는 마침내 한나라당 송명호 후보가 예비역 준장 출신 장군인 열린우리당 윤주학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송 시장도 병원 경영자로만 일관, 지방행정경험이 없기는 윤 후보와 별 다름이 없다. 지난 4·15총선에서 평택 갑·을 선거구 모두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됐던 것에 비하면 불과 50여일새 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선거에서 승리한 건 다소 의외라는 반향도 없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민심 변화가 야승여패(野勝與敗) 승부를 가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승패가 어떠하든 중요한 건 지방자치행정은 정치와 무관하다는 점이다. 자치단체장, 특히 기초 자치단체장은 당적이 어디든 업무는 정당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여당 단체장이라고 더 유리할 것도, 야당 단체장이라고 더 불리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 당선된 송 시장에게 부과된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우선 그동안 시장선거로 갈라진 지역사회를 통합차원에서 화합시켜야 한다. “이러다가는 또 재재 시장선거를 해야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을만큼 혼란스러웠던 게 이번 6·5재선거였다. 그러나 이미 선거가 끝난 마당에선 다 지나간 일이다. 지역사회와 주민들은 다시 대동단결해야 하는데, 이에 누구보다 앞서야할 지도자가 선거에서 당선된 시장이다. 이를 위해선 송 시장부터가 승리의 프리미엄을 다 챙기려 하지 말고 양보할 건 고루 배분하는 아량이 있어야 화합을 이룰 수 있다. 평택시가 당면한 현안은 참으로 막대하다. 평택항 선석 확장과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복리 증진 등 많지만 미군 용산기지 이전문제는 주민들의 미래와 직결된다. 그러나 미군 용산기지 이전은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돼 매우 날카롭다. 이를 잘 조정해야 하는 게 앞으로 보여 줘야 할 신임 송 시장의 역량이다. 물론 미군 용산기지 이전은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 견해도 잘 들어 반영해야 할 건 반영해 큰 무리없이 수용해야 할 책임이 송 시장에겐 있다. 지역사회가 송 시장에게 바라는 건 지방행정의 불편부당이다. 특히 인사는 능력위주로 해야 한다는 게 많은 공무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송 시장부터가 지역사회를 세력화하고 공무원사회에 파당을 짓는다면 부작용이 부메랑이 돼 송 시장에게 돌아 간다. 시장의 파당이나 파벌화는 반대세력 파당과 파벌 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방행정, 특히 자치행정은 무한한 창의 행정이다. 그리고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창의행정의 주체들이다. 공무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사기를 극대화시킬 책임도 자치단체장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고 주민들은 이 무한한 잠재력을 살려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갖고 있다. 송 시장이 이를 수행하기 위해선 귀는 활짝 열고 판단은 냉철하게 해야 한다. 자치단체장은 영광스런 자리이지만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고 봉사하는 자리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평택시는 실로 오랜 시장 공석으로 자치행정이 그간 둔화됐다. 송 시장의 분발이 있어야 한다. 송 시장이 성장동력의 견인차가 돼 역동적인 시정으로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도록 많은 노력이 있길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sylee@kgib.co.kr /이수영.남부권취재본부장

천자춘추/에너지문제, 위기의식을 가져라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가운데 하나가 유가(油價)에 대한 소식이다. 매일 매일 변동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왜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는 바로 석유가 인류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전기 등 거의 모든 에너지가 바로 이 석유를 통해서 얻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가가 오르면 정부는 항상 재빠르게 대책을 발표한다. 그런데 그 대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의 언제나 당시 벌어진 현상을 완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미봉책임을 볼 수 있다. 에너지원을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에서 다른 것으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임에도 이러한 근본적인 에너지원의 대체·전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에너지원으로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문제는 무엇인가.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매장량에 한계가 있다. 재생이 불가능하다. 온실가스 문제를 야기하여 이로 인해 지구온난화(기후변화)의 원인이 된다. 기타 등등. 정부는 왜 이렇게 문제 많은 에너지원인 석유에 매달리는가. 왜 국민들은 이 에너지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가. 정부, 국회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이 에너지문제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한다.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 관련 예산은 금액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지만, 경제성장을 고려했을 때는 그다지 확대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1998년에는 GDP의 0.012%, 1999년에는 0.011%, 2000년에는 0.0095%, 2001년에는 0.011%라고 한다. 그러나 위 수치는 1990년대말 미국은 GDP의 3.9%, 일본이 2.6%, 영국이 2.9%를 지원하였다고 하니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대체에너지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에너지와 관련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더 이상 석유에 매달릴 수 없음은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늦기 전에 에너지원의 전환을 위해 과감한 인식전환과 투자를 해야한다. /이주형.변호사

독자투고/버스 난폭운전 시민안전 '위협'

얼마 전 일이다. 사당에서 안양방면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퇴근시간이라 버스에는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버스가 출발 할 때부터 버스 기사는 난폭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승객들의 안전은 뒷전이었고 그저 빨리 가려고 차선을 이리 저리 바꾸며 차들을 앞질러 갔다. 남태령 오르막길에서는 전용차로에 다른 차가 정차 되어 있으면 옆 차선에 끼어들기를 일삼았다. 이런 난폭운전은 비로소 손님을 넘어뜨리기까지 이르렀다. 급커브 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아서 통로쪽 좌석에 앉아 있던 승객이 넘어진 것이다. 그러나 버스 기사는 신경 쓰지않고 또 다시 마구 달렸다. 집 앞 정류장에 내려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요즘 TV에서 ‘7월부터 버스가 빨라진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서울시는 버스중심으로 교통정책을 바꿔 좀 더 빠르고 편리한 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통정책을 바꾸는 일보다 버스기사들에게 정기적으로 안전운행 교육을 시행하여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개최한 우리나라가 교통선진국으로 가려면 대중교통의 안전성과 편리함을 두루 갖추어야 할 것이다./인터넷독자

"6월 11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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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조 파업, 이렇게 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사측과의 임·단협교섭이 결렬돼 합법적 절차를 밟아 파업하는 것은 노동권의 자유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해 환자가 진료받을 권리가 장애 받고, 만약 시급히 수술을 요하는 환자가 제때 수술을 받지못해 잘못되는 일이 생기는 불상사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 경우의 책임은 노·사 공동으로 져야 하지만 파업을 행사한 노조측 책임이 더 무겁게 여기는 것은 의료산업은 개인의 생업이면서도 사회 공공성이 더 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쟁점사항의 하나인 국립의료원과 지방공사의료원 확충을 위한 예산 증대요구는 좋은 것이긴 하나 이를 이유로 파업할 일은 못 된다. 의료 공공성 강화는 노사정과 국민협의기구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는 사측의 말이 더 정답에 가깝다. 또 주5일 근무제에 따른 관련 법규의 이행 해석이나 산별기본협약 체결과 산별교섭과 지부교섭 분리로 맞선 산별협약 대결은 결국 노·사간에 관점의 차이가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임금 10.7%인상과 임금동결 주장, 그리고 당장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데 비해 비정규직 개념 정리를 먼저 요구하는 비정규직 문제가 예민한 쟁점사항으로 보아진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하고 아직은 말할 입장은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속히 임·단협이 원만히 해결되어 의료 수요자들이 갖는 대중적 불안이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환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각종 조치를 취한다는 게 노·사측 말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파업하지 않는 평시보단 못한 것은 부인될 수 없다. 노·사 양쪽 어느 쪽이든 환자를 볼모로 하여 상대의 굴복을 강요해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행여라도 파업이 장기화하여 의료대란을 가져오게 되면 이는 단순한 노동쟁의 수위를 넘어 불특정 다수의 사회적 치사·상행위로 보아 노·사가 공히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는 밤 사이라도 극적인 타결을 이루어 이 신문이 나오는 오늘 아침이면 우리의 이같은 걱정이 아무 쓸모없는 기우로 나타나길 충심으로 바란다. 감성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다. 밀어 붙이거나 배짱을 부린다 하여 굽힐 상대도 없다. 서로가 얻는 것은 서로의 양보에서 시작된다. 노·사가 다 이성적으로 대처하여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해 냈다는 말을 듣게 되길 간곡히 당부한다.

‘총체적 비리’에 병드는 사회

“이런 일들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우리들만 형사 입건돼 억울하다” 골프장 인·허가 비리 혐의로 입건된 건설업체 사장 및 직원, 시청공무원, 주민들이 경찰에서 털어 놓았다는 불만이다. 기가 막히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또 다시 확인돼 심히 허탈하다.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광주 실촌면 N골프장의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비리행태다. 공무원과 건설업체의 유착, 주민들의 자발적인 부정, N개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로 얼룩져 있다. 특히 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비리는 최근 포천의 폐기물 업체의 비리사건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대민 일선 공무원들의 뿌리 깊은 뇌물관행을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이번 골프장 인·허가는 바로 ‘비리 백화점’의 표본인 셈이다. 공무원 K씨 등은 N개발 P대표로 부터 N컨트리클럽의 인·허가 및 지적측량 과정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5천3백만원을 받았다. 주민 C씨 등은 골프장 캐디 기숙사 신축과 관련, 현지 주민이 아니면 건물 신축이 불가능한 준농림지에 기숙사를 지을 수 있도록 명의를 대여해 주고 P대표로부터 1천7백만원을 챙겼다. P대표와 직원들은 명절 때마다 시청내 관련 부서인 허가과, 산림과, 지하수과, 건설과 소속 공무원 거의 전원에게 상품권과 현금을 돌렸다. 또 주민 민원을 막기 위해 주민 대표격인 이장과 청년회장을 불러 수시로 룸 살롱 접대를 하는 한편, 명절 때마다 주민들에게도 상품권을 선물했다. 점입가경인 것은 주민들까지 마을 행사를 할 때마다 N개발을 찾아가 돈을 요구한 사실이다. N개발 대표 및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너 하는 데 나라고 못하느냐는 식이다. P대표는 판공비(약 5억원)로 책정된 돈을 물쓰듯이 썼고, 직원들은 뇌물 전달과정에서 수천만원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배달사고’를 냈다.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또 어떤 비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올지 되레 걱정스럽다. “인·허가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비리)인데 억울하다”는 비리 혐의자들의 의식에 실로 개탄을 금할 수 없다.

故 이준원 시장은…

고 이준원 시장의 죽음을 놓고 말들이 많다.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기에 한강에 투신해 자살했겠는가, 평소 행실로 보나 100억대 재산을 갖고 있는 분이 돈 2천만원을 받았겠느냐….”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석연찮게 보는 주민들도 있다. 고 이 시장의 선거과정과 시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을 지켜본 입장에서 몇가지를 지적하면 비서 인선문제부터 실 타래가 엉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장 당선 직후 공무원중에서 뽑기로 하고 면접을 거쳐 거의 확정한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전에 몸담았던 회사 모 과장 동생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이후 많은 지인들이 비서의 잘못된 행실과 주장이 너무 강하고 이기적인 면 등을 들어 문제를 지적해왔다. 고 이 시장은 돈문제와 관련해선 깨끗했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가라기 보다 학자 타입이었고 선거 당시에도 주변에서 돈을 써야 한다고 집요하게 권유할 때도 “출마를 포기하면 했지 돈을 써서 시장이 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었다. 2천만원을 받았다고 믿기 어렵다는 분석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고 이 시장은 평소 재무구조가 튼튼한 기업이 사례금을 가져올 경우 거절하거나 불우시설에 기증하도록 권유해 왔다. 그래서 검찰이 수사하기 전까지는 비서 통장으로 2천만원이 입금된 사실을 이 시장은 알고 있지 못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 이 시장은 책임을 비서에게 돌리지 않았다. “내가 책임져야지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을 한 점으로 미뤄 그렇다는 얘기다. 인간적인 비애와 함께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결국 투신자살로 이끌지는 않았을까. 비록 타계했지만 갈 길이 창창했던 50대 민선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꼬리를 물 듯 싶다. /파주= 고기석기자 koks@kgib.co.kr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약 4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 원자력은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농작물의 품종개량, 식품보존 등 많은 분야에 이용된다. 방사성폐기물은 이렇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생긴다. 방사성 폐기물 가운데 중·저준위폐기물은 방사선 작업시 사용했던 장갑, 옷, 기계부속품 등 방사능의 세기가 낮은 것이고, 고준위폐기물은 사용후 연료 등이다. 우리 나라는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국이지만 아직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없다. 현재 고리·월성·영광·울진 폐기물은 원전 내 임시저장고에, 병원이나 산업체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대전의 원자력환경 기술원에 저장, 관리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들 임시저장시설은 200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세계 31개 원자력발전국 중 대부분의 국가에서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건설·운영중이다. 프랑스는 1969년, 영국은 1959년, 일본은 1992년 부터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포스마크’ 지역에 세계유일의 해저동굴 처리시설을 만들어 1988년 부터 운영하고 있다. 특히 원전이 없는 노르웨이,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도 처리장을 운영한다. 부지 확보 조차 못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 나라를 포함해 5개국 밖에 없다. 방사성 폐기물의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 처리장 건설은 매우 시급하다. 방사성 폐기물처리장은 공해물질이나 온배수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여러 겹의 차단벽을 설치하는 등 어떤 자연재해에도 안전하게 설계·건설된다. 처리장 주변 농산물은 물론 환경에 전혀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건설된 주변지역은 보다 풍요롭고 살기좋은 곳으로 변모됐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3천억원에 달하는 지역지원금은 물론 범정부적인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중인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부안 외에 10개 지역이 신청을 한 것은 대단한 인식변화다./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측근비리 선처?

기자실에 불쑥 들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마침 혼자 있어 무료하던 참이었다. “호소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말씀 하시지요” “○○구청 건축과장에게 돈을 준 일이 있습니다” “왜요?” “공장을 증축하는 데 건폐율이 안 맞아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공장 증축은 다 했는지요?” “했습니다” “누가 돈을 주었습니까?” “제가요” “?? 아니 그럼 바로 댁이 공장을 하면서 직접 주었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 그런데 뭘 호소한다는 겁니까?” “그 돈을 찾아야겠습니다 … 공무원이 돈을 먹어서 되겠습니까?” “아니? 댁은 지금도 공장을 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 이젠 그만 두었습니다” “그렇구나!”하고 짚이는 것은 이젠 아쉬울 게 없으니까 본전을 찾아야 겠다는 것이 이 사람의 심산임을 알았다. “그럼, 별 도움을 못드리겠는데요… 가십시오” 그래놓고 마땅치 않은듯 입맛을 다시며 기자실 문을 나서는 그를 다시 불렀다. “댁의 목적이 뭡니까?” “돈만 찾으면 됩니다” 나는 면식도 없는 구청 건축과장에게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치사한 돈을 빨리 돌려주는 게 당신 신상에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일선기자 시절에 겪은 아주 오래된 체험담을 장황하게 끄집어낸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뇌물이 다 부도덕하고 불법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경중이 있다면 두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가 있다. 공무원이 상대의 심신을 극도로 괴롭히는 수법으로 뇌물을 받는 것과 상대가 자발적으로 뇌물을 주어 편법을 봐준 것은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 그간 보아온 경험이다. 전자는 비인간적이지만 후자는 그래도 비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엔 비인간적인 것이 아닌 뇌물수수도 기자실을 찾은 그 사람처럼 비인간적으로 뒤탈을 내는 게 비단 인간같지 않은 그 사람만은 아닌 것 같다. 뇌물수수 사실을 굳이 고하진 않는다 해도 장부에 기입되면 결국 그게 화근이 되기 십상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돈 임자가 여러 사람인 돈의 뇌물이다. 이젠 명절에 기자실을 찾는 일도 없는 것으로 알지만 명절 촌지가 관행이었을 적에도 ○○업연합회나 XX조합 같은 데서 주는 명절 촌지는 거절하곤 했다. 쥐꼬리만큼 주어놓고 엄청나게 부풀려 장부정리할 것이 뻔해 그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커피 한잔도 뇌물로 치는 나라가 있는 것에 비하면 3만원 이하의 향응은 뇌물로 안 보는 우리의 공무원윤리강령은 꽤 관대한 건지 모르겠다. 어떻든 예전 같으면 공식부패랄 수는 없어도 준공식부패였던 금전수수가 지하부패와 마찬가지로 엄단되는 현상은 사회발전이긴 하다. 그러나 부패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지금 과연 있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보편적 사회 인식인 것은 이 또한 이 시대 우리의 불행이다. 한동안 부조리 척결 바람이 한창이었을 적에 들키면 부조리고 안 들키면 ‘복조리’라는 비양된 유행어가 있었다. 정치적 부패 경험자인 대통령이 ‘부패추방’을 말할 때 얼마나 승복감이 갈 것인가는 참으로 심각하다. 정치적 부패든 관료적 부패든 사회적 부패든 부패는 다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패추방은 부패추방에 위화감이 없을 때 비로소 부패추방이 성공된다. 강을 건넌 돼지들이 수를 세면서 수를 세는 자신은 빼고 세는 바람에 수가 틀렸다는 어느 우화처럼 자신의 부패는 제쳐두고 외치는 부패추방은 결국 그같은 수의 셈처럼 틀리게 마련이다. 땅에, 물에 몸을 던지거나 목을 매는 그 사람들이 잘못이 없다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말없는 저항 또한 이유가 없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시대의 모순과 혼돈이 빨리 정리돼야 정말로 부패가 없는 청정의 국가사회가 이룩된다. 이런 터에 대통령 오른팔이라는 안 누군가의 비리를 선처해 달라는 여당 의원들의 집단요구는 기자실을 찾은 그 얌체없는 사람같은 부류와 별로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The Passion Of The Christ”

영화를 즐겨보거나 심각하게 보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 보게된 이 영화는 마음에 여운을 남겨 가끔씩 생각하게 한다. Passion의 뜻이, 열정이 아니라 그것이 수난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제목을 들을 때마다 그 의미가 깊어진다. 예수의 인류를 향한 구원의 열정이, 결국엔 그 수난을 당하는 동기가 되었다는 말인가? 수난의 장면마다에서 그분이 한없이 흘리는 피가, 마치 불타오르는 열정처럼 느껴진다. 향기짙은 붉디 붉은 꽃이 피어나는 것 같다. 그와 더불어 인상적인 것은, 그 열정과 수난을 함께 감당하는 사람, 그의 어머니 마리아…. 33년간 어머니와 아들로서 함께 살아온 삶의 끝에서 그들은 또 함께 수난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는 모자의 모습이 더 가슴에 아리다. 어머니와 아들, 부모와 자식은 그런 것 같다. 평생 서로 들인 시간 안에서 쌓아온 만큼, 각자 인생의 힘이 되어 주기도 하고 그늘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 아들의 수난을 그렇게 똑바로 바라보며 견딜 수 있는 어미가 과연 있을까? 하얀 얼굴에 조각같이 고요하게 서 있는 아주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로만 보아왔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런데 오히려 수난당하는 아들을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그 어머니가, 더 친근하게 내 마음 안에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건다. 또 한가지, 멜깁슨이라는 배우가 10년여에 걸쳐 애쓴 끝에 만든 영화라는 것이 신선하다. 유명한 포도주는 오래 묵을수록 그 맛과 향기가 다르고 또 그 가치가 높아진다 하는데, 어떤 사람이 10년 동안 숙성시킨 신앙고백의 결정체를 자기이름을 걸고 만인 앞에 공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한다. 들리는 말에, 만드는 과정 중에 반대도, 역경도 많았다는데 그것마저도 이겨냈다 한다. 그저 잘 나가는 배우로만 알았던 사람이 자신의 신앙고백을 향기나는 영상으로 뽑아낸 것이다. 또 그 사람의 신앙고백이, 지구 반바퀴를 돌아 종을 치듯 내 가슴을 울리고 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삶 안에서 10년 동안 무엇을 숙성시켰는가 돌아보게 한다. 나도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그 어떤 고백이 있을까? /임용걸.가톨릭대학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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