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약 4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 원자력은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농작물의 품종개량, 식품보존 등 많은 분야에 이용된다. 방사성폐기물은 이렇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생긴다. 방사성 폐기물 가운데 중·저준위폐기물은 방사선 작업시 사용했던 장갑, 옷, 기계부속품 등 방사능의 세기가 낮은 것이고, 고준위폐기물은 사용후 연료 등이다. 우리 나라는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국이지만 아직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없다. 현재 고리·월성·영광·울진 폐기물은 원전 내 임시저장고에, 병원이나 산업체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은 대전의 원자력환경 기술원에 저장, 관리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들 임시저장시설은 200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세계 31개 원자력발전국 중 대부분의 국가에서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건설·운영중이다. 프랑스는 1969년, 영국은 1959년, 일본은 1992년 부터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은 ‘포스마크’ 지역에 세계유일의 해저동굴 처리시설을 만들어 1988년 부터 운영하고 있다. 특히 원전이 없는 노르웨이,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도 처리장을 운영한다. 부지 확보 조차 못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 나라를 포함해 5개국 밖에 없다. 방사성 폐기물의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서 처리장 건설은 매우 시급하다. 방사성 폐기물처리장은 공해물질이나 온배수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여러 겹의 차단벽을 설치하는 등 어떤 자연재해에도 안전하게 설계·건설된다. 처리장 주변 농산물은 물론 환경에 전혀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 건설된 주변지역은 보다 풍요롭고 살기좋은 곳으로 변모됐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3천억원에 달하는 지역지원금은 물론 범정부적인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최우선적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중인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부안 외에 10개 지역이 신청을 한 것은 대단한 인식변화다./ 임병호 논설위원

목요칼럼/측근비리 선처?

기자실에 불쑥 들어서는 사람이 있었다. 마침 혼자 있어 무료하던 참이었다. “호소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말씀 하시지요” “○○구청 건축과장에게 돈을 준 일이 있습니다” “왜요?” “공장을 증축하는 데 건폐율이 안 맞아서 그랬습니다” “그래서 공장 증축은 다 했는지요?” “했습니다” “누가 돈을 주었습니까?” “제가요” “?? 아니 그럼 바로 댁이 공장을 하면서 직접 주었다는 겁니까?” “맞습니다” “? 그런데 뭘 호소한다는 겁니까?” “그 돈을 찾아야겠습니다 … 공무원이 돈을 먹어서 되겠습니까?” “아니? 댁은 지금도 공장을 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 이젠 그만 두었습니다” “그렇구나!”하고 짚이는 것은 이젠 아쉬울 게 없으니까 본전을 찾아야 겠다는 것이 이 사람의 심산임을 알았다. “그럼, 별 도움을 못드리겠는데요… 가십시오” 그래놓고 마땅치 않은듯 입맛을 다시며 기자실 문을 나서는 그를 다시 불렀다. “댁의 목적이 뭡니까?” “돈만 찾으면 됩니다” 나는 면식도 없는 구청 건축과장에게 전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치사한 돈을 빨리 돌려주는 게 당신 신상에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일선기자 시절에 겪은 아주 오래된 체험담을 장황하게 끄집어낸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뇌물이 다 부도덕하고 불법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경중이 있다면 두가지로 나눠 생각할 수가 있다. 공무원이 상대의 심신을 극도로 괴롭히는 수법으로 뇌물을 받는 것과 상대가 자발적으로 뇌물을 주어 편법을 봐준 것은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 그간 보아온 경험이다. 전자는 비인간적이지만 후자는 그래도 비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처음엔 비인간적인 것이 아닌 뇌물수수도 기자실을 찾은 그 사람처럼 비인간적으로 뒤탈을 내는 게 비단 인간같지 않은 그 사람만은 아닌 것 같다. 뇌물수수 사실을 굳이 고하진 않는다 해도 장부에 기입되면 결국 그게 화근이 되기 십상이다. 더욱 위험한 것은 돈 임자가 여러 사람인 돈의 뇌물이다. 이젠 명절에 기자실을 찾는 일도 없는 것으로 알지만 명절 촌지가 관행이었을 적에도 ○○업연합회나 XX조합 같은 데서 주는 명절 촌지는 거절하곤 했다. 쥐꼬리만큼 주어놓고 엄청나게 부풀려 장부정리할 것이 뻔해 그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커피 한잔도 뇌물로 치는 나라가 있는 것에 비하면 3만원 이하의 향응은 뇌물로 안 보는 우리의 공무원윤리강령은 꽤 관대한 건지 모르겠다. 어떻든 예전 같으면 공식부패랄 수는 없어도 준공식부패였던 금전수수가 지하부패와 마찬가지로 엄단되는 현상은 사회발전이긴 하다. 그러나 부패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지금 과연 있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보편적 사회 인식인 것은 이 또한 이 시대 우리의 불행이다. 한동안 부조리 척결 바람이 한창이었을 적에 들키면 부조리고 안 들키면 ‘복조리’라는 비양된 유행어가 있었다. 정치적 부패 경험자인 대통령이 ‘부패추방’을 말할 때 얼마나 승복감이 갈 것인가는 참으로 심각하다. 정치적 부패든 관료적 부패든 사회적 부패든 부패는 다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패추방은 부패추방에 위화감이 없을 때 비로소 부패추방이 성공된다. 강을 건넌 돼지들이 수를 세면서 수를 세는 자신은 빼고 세는 바람에 수가 틀렸다는 어느 우화처럼 자신의 부패는 제쳐두고 외치는 부패추방은 결국 그같은 수의 셈처럼 틀리게 마련이다. 땅에, 물에 몸을 던지거나 목을 매는 그 사람들이 잘못이 없다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말없는 저항 또한 이유가 없다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시대의 모순과 혼돈이 빨리 정리돼야 정말로 부패가 없는 청정의 국가사회가 이룩된다. 이런 터에 대통령 오른팔이라는 안 누군가의 비리를 선처해 달라는 여당 의원들의 집단요구는 기자실을 찾은 그 얌체없는 사람같은 부류와 별로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임양은 주필

천자춘추/“The Passion Of The Christ”

영화를 즐겨보거나 심각하게 보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 보게된 이 영화는 마음에 여운을 남겨 가끔씩 생각하게 한다. Passion의 뜻이, 열정이 아니라 그것이 수난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제목을 들을 때마다 그 의미가 깊어진다. 예수의 인류를 향한 구원의 열정이, 결국엔 그 수난을 당하는 동기가 되었다는 말인가? 수난의 장면마다에서 그분이 한없이 흘리는 피가, 마치 불타오르는 열정처럼 느껴진다. 향기짙은 붉디 붉은 꽃이 피어나는 것 같다. 그와 더불어 인상적인 것은, 그 열정과 수난을 함께 감당하는 사람, 그의 어머니 마리아…. 33년간 어머니와 아들로서 함께 살아온 삶의 끝에서 그들은 또 함께 수난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는 모자의 모습이 더 가슴에 아리다. 어머니와 아들, 부모와 자식은 그런 것 같다. 평생 서로 들인 시간 안에서 쌓아온 만큼, 각자 인생의 힘이 되어 주기도 하고 그늘이 되기도 하고 방해가 되기도 하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그 아들의 수난을 그렇게 똑바로 바라보며 견딜 수 있는 어미가 과연 있을까? 하얀 얼굴에 조각같이 고요하게 서 있는 아주 거룩한 어머니 마리아로만 보아왔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런데 오히려 수난당하는 아들을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그 어머니가, 더 친근하게 내 마음 안에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건다. 또 한가지, 멜깁슨이라는 배우가 10년여에 걸쳐 애쓴 끝에 만든 영화라는 것이 신선하다. 유명한 포도주는 오래 묵을수록 그 맛과 향기가 다르고 또 그 가치가 높아진다 하는데, 어떤 사람이 10년 동안 숙성시킨 신앙고백의 결정체를 자기이름을 걸고 만인 앞에 공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한다. 들리는 말에, 만드는 과정 중에 반대도, 역경도 많았다는데 그것마저도 이겨냈다 한다. 그저 잘 나가는 배우로만 알았던 사람이 자신의 신앙고백을 향기나는 영상으로 뽑아낸 것이다. 또 그 사람의 신앙고백이, 지구 반바퀴를 돌아 종을 치듯 내 가슴을 울리고 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내 삶 안에서 10년 동안 무엇을 숙성시켰는가 돌아보게 한다. 나도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그 어떤 고백이 있을까? /임용걸.가톨릭대학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

"6월 10일 경기만평, 당구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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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법에서 우리농산물을 빼다니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년 1월1일 시행예정으로 최근 마련한 학교급식법개정법률안에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사용케 한다는 내용을 빠트린 것은 중대한 실수다. 고의적으로 누락시킨 것 같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는 학교급식법이 최근 활발하게 제정되고 있는 학교급식 지원조례의 상위법이라는 점에서 농업계 및 시민 사회단체의 요구를 교육부가 또 한번 외면한 것이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고 급식관리 감독 시스템을 구축·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학교급식 운영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정부의 급식경비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을 줄이는 것 등을 명시했다. 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식생활 지도를 강화하고 국가와 지자체만이 아니라 학교장에게까지 학교급식 관리의 임무를 확대했다. 특히 학교급식에 관한 기술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신설 운영하고 교육청의 지도 감독 기능을 밝혔다. 여기까지는 그동안 학부모, 시민사회단체가 꾸준히 요구해왔던 내용이 반영됐다. 진일보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농업계의 숙원이었던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토록 하는 조항이 빠진 것은 백 번 잘못한 일이다. 농업계의 반발은 물론 시민 사회단체의 지탄을 면할 수 없다. 앞으로의 입법과정에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더구나 중앙정부가 하는 일이 지자체만도 못한 것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여주군의 경우, 자체자금을 보조해 지역의 햅쌀을 초 중 고교 학교급식에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의 우수농산물을 학생들의 급식재료로 공급하는 대표적 사례다. 여주군 뿐만 아니다.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의 우수농산물을 학교급식 재료로 공급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이미 개정했거나 개정을 추진 중인 곳이 적지 않다. 이처럼 학교급식에 대해 지자체로부터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정작 정부가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교육부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의 입법예고 과정에서 농업계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행정수도이전, 억지강행 말라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윤곽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당초 예상했던 행정부 위주의 신행정수도가 아니고 국회는 물론 대법원까지 이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행정수도 이전이 아닌 사실상 ‘천도(遷都)’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청와대와 주요 정부 부처는 물론 국회,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 모두가 포함되어 있다. 무려 85개 국가기관과 소속원이 2만3천여명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단순한 청사건립과 이사 비용만도 3조4천억원이다. 그러나 부지 매입 등 각종 비용까지 합하면 정부는 45조원이라고 하나 최대 100조원까지 들 전망이다. 이런 막대한 재원이 드는 중대한 계획이 맞춤형 사후 공청회와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7월 중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물론 국회 등 헌법기관의 경우, 이전계획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7월에 동의안이 제출되겠지만 현재 여대야소인 국회의석을 감안하게 되면 정부로서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문제가 많다. 신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시 공약으로 제시한 사항이고 국회에서 이에 관련된 특별법까지 통과됐다하나 이는 정치적 상황일 뿐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천도에 해당하는 수도이전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이 비대하여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을 아무리 내세워도 천도할 이유는 없으며, 단순히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어거지로 추진한다면 잘못된 발상이다. 브라질은 수도이전의 입법에 무려 134년이 소요되었고 호주는 입지 선정에만 10년이 걸렸는데, 공약 제시 후 불과 2년 정도에 모든 계획이 다 이루어진다면 이는 졸속으로 처리될 수 밖에 없다.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다각적 방법을 통하여 국민적 문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성의있는 노력을 거듭 촉구한다. 만약 국민적 문의를 시행 못하겠다면 행정수도 이전은 백지화하여 그만 두어야 한다.

정지선, 양심선

횡단보도 선상 바로 앞에서 차들이 일직선으로 가지런히 서있는 것을 보면 참 보기가 좋다. 마치 병아리들이 서로 기대고 있는 것처럼 정겨운 감도 든다. 정지신호 때 자동차 번호판이 횡단보도선 안을 침범하면 벌금 6만원에 벌점 15점을 매긴다니까 이렇게 정연해졌다. 횡단보도 신호등에 파란 불이 켜져 있는데도 차가 마구 들어서 들쭉날쭉하게 서있거나 횡단보도 복판에 멈추어 행인이 길 건너기에 불편을 주기 일쑤고 심지어는 사고를 낼만큼 엉망이었던 게 바로 엊그제다. 횡단보도선 앞에서 자동차바퀴 몇 번 더 굴려 횡단보도로 들어선다하여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데도 공연한 조급증으로 운행권을 앞세워 보행권을 침해해 왔다. 누가 지었는 지는 모르겠으나 ‘정지선은 양심선’이란 표어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걱정인 것은 경찰이 집중단속 한다니까 이렇게 잘 되는 데 마냥 이의 단속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일이다. 경찰의 단속이 풀리면 전처럼 또 엉망이 될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다. 정지선 지키기는 차량운전의 기초질서다. 이를 자율적으로는 안 되어 타율적으로만 해야 한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해야 할 것인 지 정말 부끄럽다. 자동차 보급 대수는 1천만대를 넘어선 지가 이미 오래다. 자동차는 많아도 자동차문화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자동차 보급 대수가 늘수록이 자동차 운행 질서는 더욱 악화돼가고 있다. 질서는 불편한 것 같아도 너도나도 지키면 아주 편리한 것이 질서다. 이것이 공중도덕이다. 공동체 사회를 지탱해 준다. 교통질서를 말하자면 비단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만이 다반사인 것은 아니다. 신호위반, 차선위반, 과속질주, 난폭운전, 운전방해 등 이밖에도 허다하다. 가관인 것은 법질서를 위반하고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큰 소리치는 몰염치다. 자동차문화가 성숙되면 사고도 줄고 인명 피해도 크게 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자동차문화의 성숙을 촉구하고 싶다./임양은 주필

기고/지도자의 요건

어떤 상황에서의 어떤 지도자냐에 따라 그가 지녀야 할 특성, 수행해야할 기능, 해야할 행동이 다를 수 있으나, 요즈음처럼 우리사회에서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목말라 보고 싶은 때도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지도자다운 지도자는 어떤 공통적인 요건이 필요한가를 찾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 ‘지도’도 ‘lead’도 여기에서 저기로 가자고 가르치고 이끄는 행위를 말하며, 지도자는 성원들에게 저기로 가려는 의욕, 의식, 마음가짐을 자극하고 고취하고 기르는 사람이다. 이를 위하여 지도자는 교사처럼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주는 ‘거래적’ 지도 행위를 할 수도 있고, 또는 영감적인 교사처럼, 모범을 보이고, 동기를 고취하고, 사고를 자극하고, 개인을 배려하는 변혁적 지도행위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지도행위는 교과서와 칠판과 백묵만 없을 뿐, 교사의 교육행위와 꼭 같은 것이다. 첫째, 지도자는 꿈을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그 꿈은 큰 꿈일 수도 있고 작은 꿈일 수도 있다. 잃은 나라를 찾으려는 꿈, 나라를 가난에서 구출하려는 꿈, 독재와 전제에서 자유와 민주의 사회로 바꾸려는 꿈, 입시준비 교육을 전인교육으로 전환시키려는 꿈일 수도 있고, 직원들은 좀더 화목하게 하고, 근무 환경은 좀더 깨끗하고 쾌적하게 하려는 꿈일 수도 있다. 둘째, 지도자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직원들에게 그 꿈의 현실적 실천적인 ‘뜻’을 밝히고 그것을 설득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실천을 유도해야 한다. 설득이란 강압적인 전달도 아니고, 이치로 꼼짝 못하게 하는 설복도 아니다. 진정한 설득은 흔쾌한 이해와 깨달음에 이르게 함을 말한다. 셋째, 지도자는 믿음성이 있어야 한다. 직원들이 믿음직하게 생각하고 신뢰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에겐 일관된 원칙과 지조와 기본적인 도덕성이 있어야 한다. 언제나 그의 꿈에 충실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에게는 食言은 있을 수 없고, 언행일치만 아니라 ‘언언’도 ‘행행’도 일치해야 한다. 넷째, 지도자는 도량이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머리는 열려있고 가슴은 넓고 뱃심은 두둑해야 한다. 지도자는 우선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아야 하고, 특히 자기의 의견과 다른 사람의 반론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자기에게 찬성하는 의견만 찾고 즐겨하고, 귀에 거슬리는 이견과 반론을 배척하고 억압하는 것은 도량이 좁음을 말한다. 반론이 불합리한 것이라면 그것에 비추어 나의 주장의 합당성이 더 빛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지도자의 도량이 필요한 것이다. 다섯째, 지도자는 직원들 개개인의 사정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적 배려를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직원들 개개인의 성취와 성장에 대한 욕구, 계속적인 학습과 교육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지도자는 직원들 개인차를 잘 알고 적절하게 대처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직원은 더 격려를, 어떤 직원에겐 더 자율을 주고, 어떤 직원에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등 눈높이를 조절하면서 개개인의 장점, 적성, 특기를 잘 알고 적절한 기회에 그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꿈과 비전은 교육자의 교육이념인 셈이고, 뜻과 설득력은 교육자의 교육목적과 내용과 방법인 셈이며, 믿음성과 도량은 교육자의 인격이고, 개인적 배려는 교육자에겐 필수적인 교수 행동인 것이다. 우리 함께 지도자다운 삶을 살고 있는지 자기 평가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고 싶다. /김종구.고양교육청 학무국장

천자춘추/팔달산의 여유로움

오늘도 한 직원이 가져온 문서를 보며 고심에 차 있다. 껄끄러운 문서라 내 머릿속은 교통체증이 일어나듯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무심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사무실 창밖의 팔달산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 사발을 뒤집어 놓은 듯한 산새, 창밖으로 한 발만 내디뎌도 닿을 듯한 거리의 자그마한 산이지만 이 산을 찾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가벼운 트레이닝복 차림, 등산복 차림, 평상복 등 다양한 차림이지만 이들의 얼굴에서는 한결같이 평온함이 느껴진다. 이 사람들은 왜 팔달산을 찾을까? 팔달산의 옛 이름은 남탑산이라 불렸는데 이는 배의 돛과 같이 중앙에 우뚝 서있다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조선 태조 2년 이성계가 ‘경기우도 안염사’란 벼슬을 한림학자 이고(李皐)에게 내렸으나 이고는 ‘뒷산에 올라 보면 사통팔달로 시야가 트이며 아름답기 그지없는 이곳에 사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사양했다고 한다. 오늘날 팔달산에 올라 수원시내 전경을 구경하고자하는 이들이 즐겨 찾는 이유가 아닐까? 옆에서 기다리던 직원이 헛기침을 해 다시 고개를 돌려 문서를 다시 들춰보았다. 조금 전의 껄끄럽게 느껴졌던 생각이 어디 간 듯 없어졌다. 잠깐 마음의 평온을 찾은 후 문제를 다시 생각했더니 그 전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떠올라 해결되었다. 여태까지 팔달산이 내 옆에서 나를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있었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위기, 노사문제, 정치불안, 개인파산, 유가파동 등 혼란스러운 사회에 접하여 정신없이 앞만 보고 자신의 삶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궁금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에 서로 맞대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문제에 접하는 것이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병만.경기도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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